오래전부터 목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삶의 현장은 좀처럼 목회의 길로 인도해주지 않았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 광나루에 있는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 그러나 마음속 한쪽에선 청지기적 사명을 감당하기엔 나에게 흠결이 많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학비 마련도 큰 문제였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신학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생겼다. 대한신학교(안양대 전신)에서 교회음악과를 창설하는 멤버로 참여한 뒤 교수로 바쁘게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복음성가에 대한 견해 차이로 학생과 논쟁이 벌어졌다. 학생은 나름 많은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해 설명하고 반박했다. 그때 나는 또다시 깨달았다. ‘신학적 배경 없이 교회음악 이론을 논하는 건 무용지물이구나.’
이 일을 겪고 난 뒤 대한신학교 야간 신학교 과정에 학사편입을 했다. 교수가 교수한테 배운다는 것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신학 공부는 훗날 ‘교회음악 교육학’, ‘교회찬양학 개론’ 같은 책을 출판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목사 안수를 받는 일이었다. 아내의 반대가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전도사와 강도사까지는 잘 넘어갔는데, 목사 안수만큼은 결코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교수 부인이면 됐지, 목사 사모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은 사모 깜냥이 안 된다는 거였다.
이런저런 이유는 또 있었다. 화려한 원색 계통의 옷을 즐겨 입는 자신에 대해 교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뿐더러 자신은 마음껏 웃고 떠드는 것이 좋다고 했다. 목사 사모가 되는 순간, 여러 가지 제약이 자신의 삶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꼭 목사를 하려면 이혼을 하자고 날뛰었다. 할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꼭 10년을 기다렸다. 아내에게 의사를 물었더니 ‘오케이’했다. 마침 목사고시가 있었고, 응시했다. 2003년 10월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내의 마음 문이 열린 게 신기하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2005년 예안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명칭은 ‘예수님의 눈으로’라는 뜻을 담았다. 찬양을 중심으로 사역하는 특수목적 교회다. 7월 첫째 주에 3명이 창립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아내는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아들 손에 이끌려 예배에 참석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목사 사모로서 예배당에 서는 게 엄청난 부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설교 중간에 아내가 사라졌다. 예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차 안에서 아내 전화를 받았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아직 교회라고 했다. 차를 돌려 교회로 향했는데, 아내는 교회 여자 화장실에 있었다. 아내는 무언가 모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내의 바지는 다 젖어 있었다. 가방으로 아내의 바지를 가린 채 차에 올랐다.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했다. ‘남편이 목사가 되어서 목회를 하는 게 아내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일이던가.’ 그런데 이 일이 있은 후, 아내는 예배에 어려움 없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아내는 딸의 권유로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하는 사모학교에 등록했다. 몇 개월에 걸친 교육을 받으며 사모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배웠다. 나는 아내가 수료증을 받은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철륜 교수 <10> “목사 하려면 이혼해” 아내 반대 부딪혀
10년 만에 아내 마음 문 열고 OK… 2005년 예안교회 창립 예배
![[역경의 열매] 김철륜 교수 <10> “목사 하려면 이혼해” 아내 반대 부딪혀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1011/201710110000_23110923828015_1.jpg)
지난 7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세실아트홀에서 예안교회 주일예배를 마친 뒤 성도들과 함께한 필자(앞줄 왼쪽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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