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골인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처음 만났을 당시 아내는 종교가 없었다.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내 신앙관에 배치됐지만,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 우리는 주로 서울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다.
당시 나는 파주공고에서 음악 교사로 교편을 잡고 있었기에 퇴근 시간에 맞춰 그녀가 주로 기다려주곤 했다. 나는 집이 있었던 회기동에서 불광동까지, 거기서 다시 경기도 파주 용주골까지 출근만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출퇴근만 왕복 6시간이 걸렸는데, 아내와 연애할 때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녀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프러포즈를 했다. “신애씨! 결혼합시다.” “그럽시다.” ‘답을 너무 빨리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조건 3가지가 따라붙었다. “첫째,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함께 외출해야 해요. 둘째, 한 달에 용돈 10만원을 주세요. 셋째, 결혼에 앞서 아버지를 설득해 주세요.”
첫 번째 조건은 들어줄 만했다. 그런데 두 번째 요구는 말도 되지 않았다. 당시 은행원 초봉이 대략 4만8000원 정도이고, 교사는 5만3000원 정도였다. 그래도 “오케이”했다. ‘일단 결혼부터 하고 보자’는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구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군인 출신의 사위를 보고 싶어 했던 장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대도 못 간 장애인을 사위로 맞아야 하는 상황이니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오케이”했다.
나는 그녀에게 한 가지 조건만 제시했다. 세례를 받은 뒤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도 그러겠다고 수긍했다.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양가 모두 반대했다.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에 와서 살기 힘들다.” “교인이 아니라서 더 힘들 거다.” 우리 집의 반대 이유였다.
상대 쪽도 마찬가지였다. 장인 댁에서는 나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딸을 아예 집에 붙잡아뒀다. 어느 날은 집에 찾아갔다가 장모에게 따귀를 맞았다. 그날 우리 집 식구들은 그녀 집이 있는 보광동에 찾아가서 한바탕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옛날부터 우리 집은 내가 맞고 오면 식구 전체가 ‘응징’을 하곤 했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손찌검을 하는 거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신애씨 식구들에게 소리를 쳤다. 내 동생들도 가세했다. 내가 소리쳤다. “다들 제발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예의를 갖추세요.” 순간 조용해졌다.
며칠 뒤, 장인 내외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장소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해밀턴호텔 커피숍이었다. 장모될 분은 내 뒷조사를 모두 마친 터였다. 우리 집 연탄가게도 다녀갔다. 그리고 나에 대해 모든 게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집도 없고, 군대도 안 다녀오고, 음악을 하고, 교사이고, 교회를 다니는 것까지…. 그래서 결혼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모두 맞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닌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신애씨가 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분명 행복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먼저 일어났다. 그날 저녁, 장인 댁에서는 긴급 가족회의가 열렸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철륜 <7> 100일 만에 프러포즈 “세례 받고 결혼합시다”
연애하느라 먼길 출퇴근 힘든 줄도 몰라… 양가 반대 극심… 장모에게 따귀 맞기도
![[역경의 열매] 김철륜 <7> 100일 만에 프러포즈 “세례 받고 결혼합시다”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929/201709290000_23110923825523_1.jpg)
첫아들 돌잔치 때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집에 모인 양가 식구들. 맨 왼쪽이 아내 허신애 사모이고, 맨 오른쪽이 필자.
'간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경의 열매] 김철륜 교수 <10> “목사 하려면 이혼해” 아내 반대 부딪혀 (0) | 2017.10.11 |
---|---|
[역경의 열매] 김철륜 <9> 첫 ‘루터 찬송가’ 주제 논문으로 박사학위 (0) | 2017.10.10 |
[역경의 열매] 김철륜 <6> “하나님, 달덩이가 떴습니다” 첫눈에 반한 그녀 (0) | 2017.09.28 |
[역경의 열매] 김철륜 <5> 20여년 지휘… 힐링과 은혜 ‘찬양의 힘’ 만끽 (0) | 2017.09.27 |
[역경의 열매] 김철륜 <4> 연탄 배달하며 성악 연습… 교회음악과 입학 (0) | 2017.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