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당동 문화교회에서 찬양대 지휘를 17년 이어갔다. ‘영혼의 멜로디’라는 복음성가집을 편집해서 오후 찬양예배까지 찬양을 인도하곤 했다. 어느 날, 당시 문화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허일찬 목사님 소개로 뜻밖의 일을 요청받았다. 대한신학교(안양대 전신)에 교회음악과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흔쾌히 승낙한 나는 커리큘럼 준비부터 학생 모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준비를 도맡았다. 무엇보다 학생이 중요했다. 학과가 생기더라도 학생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궁리 끝에 고향인 강원도로 달려갔다. 이 학교 저 학교를 다니면서 학과를 소개하고 신입생을 모집했다. 30명 정원에 22명을 입학시켰다. 그리고 그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교회음악을 가르쳤다. ‘반드시 교회음악인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뚜렷한 사명 때문이었다.
만 36년 동안 학생들에게 교회음악을 가르치면서 고집했던 원칙이 있었다. 반드시 교회 성가와 한국 가곡을 부르도록 한 것이다. 또 중간 수시고사와 기말고사는 모두 실기 평가로 치르도록 했다. 학과는 지금 일반음악과로 바뀌었지만 이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교회음악을 향한 열정은 지경을 조금씩 넓혀갔다. 한국교회음악학회를 창설해 학술분과 위원장과 부회장을 맡았다. 한국기독교음악학회를 만들어 학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교회음악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데 바쁜 탓에 활동은 뜸한 편이다.
12년 전부터는 ‘노엘찬양단’을 조직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찬양단은 ‘전국구’다. 찬양단의 특징은 어디를 가든지 자비량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에서는 반드시 말씀과 함께하는 ‘힐링 찬양예배’를 드린다. 찬양대원들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또 공연 중에 ‘찬양의 힘’을 시시때때로 경험하곤 한다. 그 은혜와 기적 속에 찬양대원들은 힘을 얻곤 한다.
찬양예배는 자연스럽게 음악회로 발을 넓혔다. 그동안 개최한 음악회는 모두 장애인을 돕는 행사였다. 지체 장애나 중증 장애를 지닌 이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개안수술비 마련을 위한 음악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 성금을 통해 개안수술을 받고 기뻐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낀다.
교회음악이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특히 찬양대 지휘를 20년 넘게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교회가 찬양대 지휘자를 선발하는 기준이 소위 ‘명문대 음악과’ 출신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최소한 교회음악, 즉 하나님 음악을 전공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많은 신학대가 음악 관련 전공과목을 개설하면서 ‘교회’나 ‘신학’ 글자를 빼고 있다. 교육부 정책의 영향일 수도 있다. 나로서는 교회음악과라는 학과 명칭이 바뀌거나 없어지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가장 안타까운 건 30년 이상 유지돼 왔던 이화여대에 종교음악과가 폐지된 것이다. 속상한 마음에 장문의 글을 써서 이대 총장에게 보내기도 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교회음악이 혼란기에 놓여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음악’이 아니라 ‘음악’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적인 바탕이 없는 교회음악은 위험할 수밖에 없지만 교회음악은 면면히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한평생 내가 교회음악을 사랑하게 만드신 하나님께서는, 그보다 앞서 음악을 가까이하는 여인 또한 예비해 두셨다.
정리=박재찬 기자
[역경의 열매] 김철륜 <5> 20여년 지휘… 힐링과 은혜 ‘찬양의 힘’ 만끽
신학대 교회음악 학과·과목 이름에서 ‘교회’ ‘신학’ 빼는 추세… 안타깝고 착잡
![[역경의 열매] 김철륜 <5> 20여년 지휘… 힐링과 은혜 ‘찬양의 힘’ 만끽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927/201709270000_23110923823849_1.jpg)
20대 중반 연세대 교육대학원 재학 시절의 필자. 방학을 맞아 충남 태안의 연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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