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김정하 <15> 장애인들, 우리가 선물한 쌀을 이웃과 다시 나눠

열려라 에바다 2017. 11. 3. 08:06

[역경의 열매] 김정하 <15> 장애인들, 우리가 선물한 쌀을 이웃과 다시 나눠

처음엔 문만 겨우 열어주다가 차츰 변화… 불편한 몸으로 3층 계단 올라 교회 출석

 

[역경의 열매] 김정하 <15> 장애인들, 우리가 선물한 쌀을 이웃과 다시 나눠 기사의 사진
2015년 성탄절은 참 따뜻했다. 샘터사역을 통해 섬기던 가족들이 처음으로 교회에 나와 함께 성탄예배를 드렸다.

2014년 선한목자교회가 금요철야예배를 드리며 모은 헌금을 우리 교회에 보내왔다. 아내와 기도드리며 하나님의 뜻을 물었다. 그대로 묻어둔다면 한 달란트를 땅에 묻었다가 꾸지람을 들은 종처럼 되지 않을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주님. 이 귀한 헌금을 어디에 쓸까요?”

교회 주변의 장애인 가정들이 떠올랐다. 겨울인데 난방도 충분하지 않은 방에서 고생할 것이 분명했다. 식비와 병원비, 교육비 등이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하니 걱정됐다.

밤새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날이 밝자 지인에게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게 했다. ‘샘터사역’은 이렇게 시작됐다. 자꾸 퍼내야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끝없이 퍼내는 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몸이 불편해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분을 위해 교회가 직접 찾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역이다.

처음엔 겨우 문을 열어 쌀과 생필품만 받곤 했다. 하지만 방문 횟수가 늘자 마음 문이 조금씩 열리더니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소소한 집안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엔 손잡고 함께 기도했다. 겨울엔 난방비를 챙겨드렸다. 반찬과 과일, 생활필수품도 떨어지지 않게 도왔다.

하나님은 후원자들을 보내셔서 샘터사역을 도우셨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까지 매달 쌀을 보내주셨다.

샘터사역 2년째. 미국 선한교회에서 1000달러를 보내주셨는데, 우리는 이 돈을 교인에게 나눠주고 성탄절을 맞아 섬김의 시간을 갖도록 숙제를 드렸다. 성도들은 점퍼와 식사를 마련해 장애인 가족을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장애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교회를 찾았는데 이분들과 마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분들이 내 손을 잡더니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헛살았어요.” “목사님을 뵈니 나는 장애인도 아니에요.”

무엇보다 기뻤던 건 “지금까지 살면서 아무도 의지하지 않았는데 예수님을 알게 해주셔서 이제는 예수님 의지하는 인생이 됐어요”라는 말이었다. 이분은 주일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우리 교회를 찾으신다.

하나님은 이분들을 통해 더 놀라운 일을 행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드린 쌀을 먹고 남은 쌀을 또 다른 어려운 이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쌀은 됐으니 예배를 드려 달라며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곤 한다. 장애로 교회에 나와 예배드릴 수 없으니 그 시간이 무엇보다 간절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분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쌀과 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육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천국을 누리는 이곳이야말로 하나님나라임을 깨달았다. 그곳이 교회이다.

건강했더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이런 기쁨들. 저분들을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내게 루게릭병까지 주시면서 저분들을 인도하게 하셨을까. 그런 아버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하면 나는 저분들을 부르시고자 하나님께 스카우트된 셈이다.

한 교인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3층 예배당까지 올라오셔서 “나는 이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는데 목사님은 그럴 수도 없으니 미안한 마음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 덕분에 힘이 생기고 감사할 뿐이다.

요즘 한 가지 기도제목이 생겼다. “하나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십시오.” 세상에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목사인 주제에 나만큼 사랑받으며 목회하는 목사가 또 있을까 싶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