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션을 통해 제나보우와 루이스, 두 아이를 후원한 지 1년쯤 지나 우리는 한국컴패션 후원행사에 초대받았다.
그 자리에서 후원을 기다리는 또 다른 다섯 명의 어린이와 눈길이 마주치고 말았다. 사진 속 아이들의 눈망울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아이들 얼굴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매달 제때 후원금을 보내기 위해 쌀이 떨어져도 쌀을 사지 않고 그 돈으로 우선 후원금을 보냈다. 아이들이 마시던 우유도 끊었다. 덕분에 다행히 한 번도 후원금을 미루지 않았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선뜻 새로 다섯 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보자는 마음으로 문득 생각난 성도에게 전화해 담뱃값이 얼마인지 물었다. 그는 얼마 전 담배를 끊었다.
“담뱃값은 왜요? 2500원이죠. 제가 피우던 담배는….” 나는 담뱃값을 알고 나서 주일예배 광고시간에 이렇게 제안했다.
“여러분, 하루에 담배 한 갑을 연기로 날려버리면 한 달에 7만5000원이 날아가 버립니다. 건강도 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돈이면 두 어린이를 공부시킬 수 있습니다. 건강 잃고 돈까지 날리느니 우리 그 돈으로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데 씁시다.”
그러나 호소에도 불구하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우리 교회에는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이상 강권할 수 없었다.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무슨 수로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를 더 후원합니까. 우리 집 형편 잘 아시잖아요.”
그러면서 나는 신문배달을 해볼까, 우유를 배달할까, 폐지를 주워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매일 새벽에 새벽기도회를 인도해야 하니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어느 날, 먼지 앉은 구두를 닦다 갑자기 하나님의 음성처럼 확실하게 ‘너에게는 군대에서 배운 구두 닦는 실력이 있잖아’라는 울림이 느껴졌다.
‘아참 그렇지. 군대에서 고참들의 구두를 닦는 일을 했었지. 구두 닦는 일은 내 전공이잖아.’
이미 루게릭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한쪽 팔이 저렸지만 아직 구두를 닦는 데는 큰 불편은 없었다. “아빠 생각 어때? 내일부터 당장 교회 앞에서 구두를 닦을 거야. 괜찮겠지?”
가족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했다. 그랬더니 “아빠 뜻은 이해하는데, 구두를 닦는 아빠가 강단에서 설교를 하면 성도들이 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며 좀 생뚱맞은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아빠의 고집을 꺾으려 들지는 않았다.
아내도 내가 다섯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알아서인지 “당신은 구두 닦는 모습도 거룩해 보일 거예요”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렇게 구두닦이 생활이 시작됐다. 곧장 컴패션에 전화해 결심을 전했다. 다섯 명의 아이들도 비록 멀리 떨어져 살지만 가슴으로는 우리 가족이 됐다.
구두통을 만들었다. 또 구두약과 융으로 된 헝겊과 솔, 토시, 슬리퍼 세 켤레를 구입했다. 그래봐야 2만원도 채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밑천 안 드는 사업이었다. 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구름 위를 나는 사람처럼 교회 앞에다 구둣방을 개업(?)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정하 <11> 다섯 아이 더 후원 위해 교회 앞에 구둣방 차려
‘너에게는 군대서 배운 구두닦는…’ 후원금 고민 중 갑자기 하나님 음성
![[역경의 열매] 김정하 <11> 다섯 아이 더 후원 위해 교회 앞에 구둣방 차려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1030/201710300000_23110923838848_1.jpg)
구두닦이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어린이 5명을 후원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밑천도 들지 않는 훌륭한 후원금 벌이 아르바이트를 주신 셈이다. 사진은 필자가 컴패션을 통해 후원하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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