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김정하 <10> 아이들 후원하려 구두 닦던 2년여가 가장 행복

열려라 에바다 2017. 10. 27. 08:23

[역경의 열매] 김정하 <10> 아이들 후원하려 구두 닦던 2년여가 가장 행복

몸이 굳지 않았으면 구두 계속 닦았을 것… 대통령상 받게 하신 하나님 뜻 헤아려

 

[역경의 열매] 김정하 <10> 아이들 후원하려 구두 닦던 2년여가 가장 행복 기사의 사진
2012년 청와대에서 대통령 표창장을 받고 교회에 돌아와 주님 앞에 상장을 보여드렸다. 아내와 함께 대통령이 주는 상보다 주님께 상 받기를 기도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하나님을 만난 것이야말로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의 만남이지만 내 인생을 바꾼 또 하나의 만남을 꼽으라면 컴패션과의 만남이다.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씨 부부가 경영하는 패션의류 기업쯤 될 것이라고 착각했다. 나는 두 사람이 컴패션이란 구호기관의 홍보대사로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지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었다.

교회개척 때부터 무일푼이었지만 그런 형편에서도 길이 보였다. 당시 주일마다 우리 교회에 강단 화분을 가져오는 부부 집사님이 계셨는데, 이분들은 다른 교회에 출석했다. 나는 화분을 바라보다가 문득 ‘화분값을 한 달 모으면 두 아이를 후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하루는 집사님에게 말을 건넸다. “기도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사님께서 주일마다 강단에 화분을 가져와 주시는데 한 달 치 화분 값을 모으면 어린아이 두 명을 후원할 수가 있네요. 그리하면 안 되겠습니까.” 두 분은 고맙게도 내 뜻을 흔쾌히 받아줬다. 이렇게 해서 두 명의 아이를 샬롬교회 이름으로 후원하게 됐다.

컴패션은 미국의 스완슨 목사가 한국전쟁 고아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구호기관이다. 스완슨 목사는 기아로 죽은 고아들이 수레에 실려 가는 처절한 모습을 목격하고 미국에 돌아가 이런 사실을 알리고 후원금을 모아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이 땅의 고아들을 살려냈다. 컴패션을 통해 후원만 한 게 아니다. 지금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이 잘 자라 미래의 선교사가 되길 기도했다. 실제로 컴패션의 도움으로 양육된 청년들이 여기저기서 선교사가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넓혀가고 있다.

게다가 고사리손으로 기도하며 편지를 보내주는 그 아이들이 있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까닭 또한 이 천사들의 기도 덕분일 것이다.

더 많은 아이들을 후원하고 싶어 구두를 닦던 2년여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 만약 내 몸이 지금처럼 굳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나는 구두 닦는 목사로 살고 있을 것이다. 내게 그 일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불치의 병을 얻어 구두 닦는 일까지도 멈추어야 했을 때도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을 더 이상 후원할 수 없게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였다.

다행스럽게도 내 짐을 나눠서 함께 짊어져준 동역자들 덕분에 지금까지도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

2012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청와대에서 ‘국민추천 포상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내가 한 일은 결코 특별하지도 않거니와 주변에는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고도 숨어 지내는 분들이 많은데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그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여러 차례 거절했다. 하지만 국민의 추천을 받아 포상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고 해 그야말로 떠안듯 상을 받았다. 상을 받으러 청와대로 가는 날 아침에도 몇 번을 망설이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마 하나님께서 이 상을 주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