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 부동자세로 고개를 번쩍 들어 소리 쳤습니다.
" 아닙니닷 ~~ 압니닷 ~~ 전부 다 압니닷 ~~ MS-DOS 는 전부 압
니닷 !
MS -DOS 뿐만 아니라 DR-DOS 하고 K-DOS 까지 전부 다압니닷 ~~
안가르쳐 줘도 저절로 압니닷 !!날때부터 알았습니닷 !! "
그의 교육방식는 너무나 성공적이었습니다.
그의 학원에 일단 들었갔다 하면 최소한 빌게이트 정도는 되어서
나왔습니다.겨우 일주일 과정에 이렇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섭고 차갑고 살벌한 특수부대 출신 장원장에게 큰
변화가 일어날일이 생긴것은 학원을 오픈한지 6개월이 지나서였
습니다..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그녀 !! 강뭉정 이라는 예쁜 이
름을 가진 그녀가 그의 학원에 성인 OA 반에 컴퓨터를 배우러 들
어온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기쁨이었고 환희였으며 절정이
었고 클라이막스였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랑이 움튼것은 그녀가
5톤도 더나가는 장원장 학원의 육중한 철문을 헤딩으로 가볍게
열었을때부터 였습니다.
차가운 장원장 앞에 따뜻한 우동 국물 같은 미소를 띄우며 나타
난 그녀 !! 강뭉정님 !!
이렇게 해서 비극은 시작 되었습니다
인천 바다 바람이 소금내를 뿌리며 부천까지 불었습니다.
부천시 !! 컴퓨터 학원 하나 !! 그곳의 원장..!!
따뜻한 우동국물 같은 미소를 띄우며 그의 학원접수 창구에 찾
아온 그녀를 처음본 순간 그녀이 화사한 미소에 장원장은 머
리가 어질어질하고 그자리에서 힘이 쭉빠지고 몸이 덜덜 떨리는
동시에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서 뒷골이 땡기고 침이 바짝 바짝
말랐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배탈 증세야 말로 장원장이 사랑을
느꼈을때 나타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녀가 성인반을 강의를 들으러 학원문을 두드렸을때 장원장의
람보 컴퓨터 학원은 성인반을 개설하지 않았을때였으나 그녀의
미모에 반한 장원장은 즉석에서 일반 직장인을 위한 OA 반을
개설하고 껨보이나 페르시아 왕자, 테트리스 등에서 안죽고 점
수 많이내는 게임 요령을 배우기 위해서 경로당과 협의 하여
노인반도 개설을 하였습니다.
장백구 원장은 신이 났습니다.
그동안 여자라면 별로 관심이 없었고 또 그럴만한 시간도 없었으
나 접수창구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수강증을 끊는 그녀를 본
이 번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단번에 반한 그녀에게 내일부터 강의가 시작 되면 사정없이 자신
의 남자다운 진면목을 보여 주어 단번에 그녀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수 없도록 할 생각이었습니다. 성인반의 교육 과정
은 워드프로세서,데이타 베이스,스프레드 쉬트 등 세가지만 배
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실무 위주였기때문에 컴퓨터랭귀지 같은것은 배우지 않았습니다.
첫 강의날 그날 하루종일 그녀 생각만 하면서 히죽 히죽 미친놈
처럼 웃고 지냈던 장원장은 저녁에 강의 시작 시간이 되자 느긋
이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처음 찾아온 사
랑의 감정을 스스로 즐겼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것은 비록 하루밖에 안되었지만 그녀는 그에
게 떨리는 기쁨이었고 긴장이었으며 흥분이었고 환희였고 구름
위를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절정이었고 클라이막스 였습니
다. 그리고 나른한 깊은잠이었습니다.
장원장이 느긋이 성인반 OA (OFFICE AUTOMATION) 강의를 하러
들어 갔을때 는 강의시작 시간이 5분쯤 지난뒤였습니다.
먼저 조교 강사들을 들려보내어 간단하게 맛을 보여주고 그녀가
겁에 질려 바짝 얼으면 짠 ~~ 하고 나타나서 그의 우람하고 씩씩
한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려는 계획을 가지고 조교 강사중
가장 인상이 더럽고 덩치가 크고 성질이 더러운 이학민 조교 강
사를 들여보냈습니다. 신이난 이학민 강사가 문을열고 들어가려
는 찰나.
으악 ~~
뭐가 눈앞에서 번쩍 하는가 했더니 마빡에 딱딱한것이 면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 나 특전사 여 하사관 출신 강뭉정은 시간관념이 칼과 다름
없다. 이것들이 도대체 사회생활을 뭘로 보고 이따위냐 ?
강의시간에 2분이나 늦었잖아 ? 이 학원은 군기가 완전히 빠졌
군. 여기 지휘관 ~~ 아니 학원 원장 놈 오라고 해. "
장원장이 그소리를 듣고 서둘러 달려갔을때는 강의실 복도 바닥
에 막강한 특수부대 출신인 너댓명이 넘는 조교 강사들이 고꾸
라져 쌍코피가 터지고 마빡에 하이힐 구두 구멍이 생기고 사타
구니를 움켜쥐고 뒹구르며 신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놀라서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 갔을때 같이 성인반을 수강
하러온 다른 직장인 수강생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강의실 구
석에서 서로를 붙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으며 책상위에 함부
로 걸터 앉은 그녀는 군용 대검으로 바나나를 깍아 먹고 있었습
니다.
" 아으 ~~ 아으 ~~ 특전사에서 사고 치고 사회생활좀 조용히 하
다가 시집을 가려고 했더니 순 조무라기 들이 내 신경을 박박 거
슬르는군 ~~
어 !!! 얌마 !너 잘왔다 . 네가 원장이냐 ? 너 어디 출신이냐 ?
무슨 컴퓨터 학원이 이모양이야 !! "
장원장은 기가 막혔습니다. 설마 그녀가 특전사 여군 출신이라고
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 본교관 원장은 하사 계급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장백구 하사
라고 하오 !! 이북이 바로 보이는 서해 백령도기지에 있었습니
다. 군에 있을때 특기는 귀신도 벌벌떠는 취사반 담당이었으
며 열무김치 담그는게 주특기였습니다. 당신은 어디 출신이
요? 특기가 뭐요 ? 짬밥이 몇그릇이오 ? "
그녀는 꼴같지도 않다는 듯이 바나나를 깍아먹던 대검을 책상위
에다가 팍 찍으며 말했습니다.
" 나 강뭉정 특전사 하사는 여군 특공대로 부천 9공수 부대 출
신이외다 ! 특기는 60밀리 무반동이고 유사시 주 임무는 후방
침투 해서 교량폭파및 평양및 개성 동사무소에 있는 북한 똥방위
사살이 주임무였수다 !! 지난번 대간첩 작전때 성질이 급해서 낙
하산도 안매고 뛰어내렸다가 군법회의에 넘어가서 남한 산성에서
1급 군범으로 3년간 빨래만 하다가 불명예 재대를 하고 나왔수다
!! 조용히 컴퓨터나 배워서 사무직 취직해서 시집이나 가려고 했
더니 성질건드리는 것들이 있어서 저 복도 바닥에 있는 애들 가
볍게 문질러 주었수다 ! "
장원장은 강적을 만난것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살인적인 사랑이 시작 되었습니다.
특전사 여군 출신인 그녀의 성질은 조금의 실수도 용납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원장이 직접 그녀를 가르쳤는데 군 출신 들 답게
교육시에는 교재와 작전지도와 나침판등을 놓고 가르쳤습니다.
" 이번 시간에는 워드프로세서를 배우는 시간으로 이 프로그램은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아래아 한글" 이란 워드드프로세서 입니
다. 아래아한글이란 뜻은 군대에서 아랫쪽으로 낮은 포복으로
적진을 향해 긴다는 뜻과 같은것으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가 되
는 것이란 뜻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글 모양을 256 가지
까지 바꾸어서 쓸수가 있습니다. 즉 위장전술이 확실하다는 이야
기이지요. 이 프로그램에서 문서 작성을 다하고 났을때 무기고
에 저장하는 방법은 ALT + S 인데 이명령을 실행 시킴으로서
최종 확인 사살을 할수가 있는것입니다. 이명령을 잘못 쓰면 엉
뚱하게 같은 이름의 화일에다가 덮어 쓸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하면 아군끼리 사살을 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 될수 있다
는 이야기지입니다. 이 워드프로세서의 버전 1.51 은 화일 크기
가 91년 1월 1일 17시에 완성된 148474 byte 인데 현재 국방부
에 일급 비밀을 취급하는 데서 쓰는 이 워드 프로세서는 정식
버전을 구입치도 않은 불법 복사판인데도 최신 1.52 버전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리 뺑뺑이를 돌아도 국방부 아래아한글은 오늘도
잘 돌아간다는 군대말이 있지요."
불발된 수류탄 같은 사랑이었습니다.
장원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성질을 가진 그녀가 무서웠지만
그녀 옆에 있으면 특박 휴가 같이 설레이는 것이었기에 위험을
무릅 쓰고 그녀를 가르쳤습니다.
물론 교육을 하다가 설명이 틀리거나 가르쳐준대로 명령이 실행
되지 않을때 화가난 그녀가 칠판에다가 대검을 던져 칠판은 언제
나 칼자국 구멍 투성이였습니다.
원래 1주일 이었던 장원장의 성인반 강의는 8개월이 지나서 끝
났습니다. 그녀에게는 어린 학생들 반처럼 위협을 하면서 가르
칠수가 없 었고 오히혀 위협을 당하면서 가르쳤습니다.
워드프로세서,디베이스,스프레드 쉬트 등 사무용 컴퓨터 프로그
램 과정을 다 가르쳤을때는 조교 강사 세명이 중상으로 입원을
했고 두명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사표를 썼으며 한명은 행방
불명 되었습니다.
8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안 터진 수류탄 같이 위험 했던 사랑은 공병대 불도저 같이 끈
질기게 밀고나간 장원장의 노력에 힘입어 둘은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학원 교육이 끝나면 데이트를 했는데 일반
젊은이들처럼 영화를 보러 가거나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 빠른 시간에 사냥총 분해 결합하기"
"담배 물고 다이나 마이트 조립하기 "
"완전 등산 군장하고 서울서 지리산까지 구보 하기"
등이었습니다.
사랑의 결실은 결혼으로 맺어 졌습니다. 신혼 여행을 제주도로
갔는데 특수부대 출신 커플 답게 그들은 제주도 상공에서 낙하
산으로 바로 한라산을 향해서 뛰어내렸습니다.
행복한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장원장은 마냥 행복 했습니다.
가끔씩 신혼초와는 달리 의무방어전이 시원치 않다고 특전대
여군 출신인 그녀가 대검을 들이대고 목줄기를 따버리겠다고 위
협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들만이 느낄수 있는 사랑이 었으니
까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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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와 컴퓨터 ***
내 이야기에서는 늘 그렇듯이 .....
어느 청년이 살았읍니다.
아주 순수한 청년이었읍니다.
청년은 컴퓨터를 하는 청년이었읍니다.
그러나 컴퓨터는 열심히 했지만 새상물정은 어두웠읍니다.
내이야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청년에게도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읍니다.
그는 어느날인가 이빨이 몹시도 아파 병원에 가게 되엇읍니다.
이가 아프게 된것은 케텔 때문이었읍니다.
.....................................................
그는 컴퓨터에 입문하자 마자 통신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통신의 꽃 !! 채팅에 맛을 들여 항상 채팅을 했읍니다.
어느날인가 채팅을 하다가 임*진 (?)인가 하는 예쁜 여성을
(이름은 분명치 않음 .. 삼국유사에 따르면 박시영 이라고하고..
오융아라고도 함 . 기네스 북에는 이순자라고 나와있음) 만났읍
니다.
그들은 전자 통신상이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한참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웬사람이 그들의 대화방으로 들어왔읍니
다. 이름이 운영자 (sysop ) 라고 하는 별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었읍니다. 이곳은 비공개 방이었는데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고 왔
는지 신기 했읍니다.
그러더니 그 운영자란 사람은 "요즘 케텔 사용하기가 어떠냐 ?"
접속하기는 어떠냐 ? 하면서 마치 자기가 케텔의 주인인것 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었읍니다. (이름도 여자같이 영자가 다 뭐야 !)
그러자 그 청년과 이야기 하던 여성은 그 운씨성을 가진
운가 녀석에게 맛이가서 그쪽에 다가 아양을 떨었읍니다.
남자가 이쯤 되면 아주 비참해지고 화가나는 법입니다.
열받은 그가 그 운가 녀석에게 소리 쳤읍니다.
" 얌마 !! 너 누군데 불쑥 들어와서 다된밥에 콧물을
떨구는거냐 ? 빨리 안나갈래 !! 너 케텔의 김형태님에게
고해 바치겠다,, 이 자슥이 예의도 없이 남의 저녁식사를
가로 채고 있어 !! 너 정말 혼날래 !! 내가 누군지 알어 ?
케텔의 시솝님과 동네 목욕탕에서 때밀어주는 사이야 임마 !
한마디로 허물없는 (때) 개끗한 사이야 임마 !!
너 아이디 짤리기 싫으면 빨리나가 !! "
시솝님을 팔아가며 욕을 해댔읍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실수 였읍니다.
" 이 멍청한 놈아 !! 내가 바로 운영자 시솝이다 이놈아 !!
너는 시솝아이디도 모르냐 임마 !
내가 언제 동네 목욕탕에서 너랑 때를 밀었냐 !!
이 겨드랑이 때에 깔려죽을 놈아 !! "
한마디로 케이오(KO) 패 였읍니다
비벼볼 사람이 따로 있지 감히 운영자님에게 대들었으니
결과는 뻔했읍니다 .. 그다음날이후로 케텔에 접속을 할수가 없
었읍니다.
" 힘없이 약한게 설움 이다 " 라고 그는 분해서 치를 떨며
이를 악물다가 이에 금이가고 그부분이 충치가 되어
병원에 가지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
그 이후로 그는 이빨이 아파서 그 좋아하던 고구마를
먹을수 없었읍니다 그래서 그의 자서전의 첫페이지에는
이렇게 감동적인 글귀가 써있었읍니다.
" 인생 !! 철학 !! 존재와 실체 !! 그리고 아무도
고구마를 먹지않았다 !!!! "
*********************************************************
치과 병원 !!!
이 무시무시 한곳을 아십니까 ? 이 처절한곳을 아십니까 ?
아름다운 몽샹미쉘 섬의 별장 같은 이곳에서 인간은
얼마나 비참해지는 줄 아십니까 ?
컴퓨터 냉각 팬같은 친숙한 윙~~~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랑드롱이 흐느끼는 소리 같이.. 카트린느 드니브의 속삭임같은
프랑스 말이 들리는곳 ... !! 바로 치과병원 !!
" 워미아앵 !!나즈규라르야 !! "
(엄마야 ! 나죽어 !!)
"위제르 되르써니웨니마느르 그마느리훼라르유 이자브거트야리 !
!! "
(이젠 되었으니 웬만하면 고만해라 ! 이 잡것아 !!)
..........
그 청년은 치과에 가본적이 없었읍니다.
아 !! 비극 !! 그가 치과를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흑흑흑..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은 이가 아플땐 전기 오븐에 대갈통을
넣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충치균을 죽인다는 것뿐이었읍니다.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간호사가 두사람이 있었읍니다.
마침 의사님은 전자오락실로 테트리스르 하러 간중이었읍니다.
간호원 둘은 하나는 아주 괜찮게 생겼는데 하나는 아주 편찮
게 생겼읍니다..
그는 이빨이 더아플가봐 못생긴 간호원을 안보고 섹시한 간호원
만 졸졸 따라 다녔읍니다.
섹시하고 예쁜 간호원이 그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나직히 말을 했읍니다.
"옷을 완전히 벗고 누워요 !! 속옷도 전부 다요..!!"
" 간호원님 ! 저는 이빨이 아파서 왔는데요 !!"
" 그러니가 옷을 벗으라는것 아니예요 !!"
요즘 치과는 옷을 다벗고 진찰 하나보다 라고 생각한 그는 순순
히 간호원이 시키는 데로 홀랑벗고 진찰 의자에 앉았읍니다.
간호원은 그 청년이 옷을 벗는것을 유심히 살피더니
인쇄된 종이를 가져왔읍니다.
" 일단 과거의 질병 여부를 자료 해두려 하니 묻는말에
자세하게 대답하세요 !!"
"예 ! 알겠읍니다 "
"가족중에 옘병 앓은 사람 있어요 ?"
" 없는데요 !! 그런데 충치와 옘병이 크게 상관이 있나요 ?"
" 그럼 지랄병을 앓은 사람은 친척은 없어요 ?"
" 예 없읍니다 ! 그런데 그런병이 충치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
" 어머 !! 그남자 되게 무식하네 !! 그건 생활의학에도 나와있어
요. 치의학의 고전인 " 생 트집 베리" 의 ** 어린왕자와 충치**
란 책도 안읽어 보았어요 !! 그 내용엔 사탕을 많이 주어서
이가 썩어 어른들을 증오하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
" 아 ! 그렇군요 !! (무식한년 !! 어린왕자는 로널드 레이건이
쓴것 인데 뭐 생 트집잡는놈이 썼다고... 으하하하 ? ) "
" 요즘들어 마지막으로 콧구멍을 후빈지가 언제인가요 ? "
" 예 어제입니다 "
" 그럼 급만성 치질 합병에 의한 연골 파열 증상이 겹친
위장암 수반 어금니 부식증의 가능성이 있어요 !!!"
" 악 !!" 급만성 뭐어쩌고 부식증이요 ??? 내가 어쩌다가
그런 병에 걸렸나요 ? 얼마나 살수 있나요 ? 흑흑흑 ~~~ "
그때 가만이 있던 못생긴 간호원이 달려오더니
예쁜 간호원의 기록 용지를 뺏으며 소리쳤읍니다.
" 너는 의사 선생님도 안계신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진찰을 하니 ? 이게 무슨 어금니 부식증이니 ?
이건 바로 간경화증에의한 마빡 충치의 초기증세 아니니 !!
여보세요!! 마빡좀 닦고 다니세요! 세수할대 마빡을 안닦고 다니
니 이마 빡에 충치가 생기잖아요 !! "
" 악 !! 윽 !! 이마에 충치가 생겼어요? 엉~엉~ 이젠 다살았다.
저좀 살려주세요 !! 저는 오래 살고 싶어요 !!"
그가 엄청난 슬픔에 빠져 울고 있을때 의사선생님이
들어 왔읍니다 . 그리고 울고 있는 그와 간호원을
보더니 얼굴이 똥색이 되면서 소리 쳤읍니다.
..
어금니 부식증이다 !! 아니다 간경화증에 의한 마빡 충치이다 !!
라며 못생긴 간호원과 예쁜 간호원이 싸우고 있을때
밖에 볼일보러 나갔던 하얀까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들어오며
이광경을 보고 얼굴이 똥색이 되어서 소리 쳤읍니다.
" 아니 !! !! 이 미친 여자들이 ..........
오매 !! 세상에나 !!!! 오늘은 이것들이 듀엣으로 왔네 !!
이여자들이 나랑 무슨 원수가 졌다고 맨날 여기와서 간호원행
세를 해서 큰 말썽을 일으키는 거야 !! 아이구 죽겠네 !!"
빨리 안나가 이 나쁜x들아 !!!! "
이런 황당한 비극이 있을까요 ???
그 간호원이라는 여자들은 치과 병원과 옆에 붙은 정신병원의
환자 들이었읍니다.
그 여자들은 ㅤㅉㅗㅈ겨 가면서도 외쳤읍니다.
"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미쳤어요 !!
그러기 때문에 예수님은 고구마를 먹지 않는거예요 !!
부처님의 머리가 왜 꼬불꼬불한줄 아세요 ??모르시지요??
그것은 2000년전에도 파마 기술이 존재 했다는
과학적 근거입니다. 흑흑흑 ~~ 왜 밀어요 !! ??나는 미친여자가
아니예요 !! 흑흑흑 맞아요 !! 나는 미친여자에요 !!
하지만 그래도 지구는 돌아요 나처럼 조금만 있으면
완전히 돌거예요 !! 갈릴레이 만세 !! 코뺐니 쿠스 만세 !! "
.........................................................
"( 윽 !! 정신나간 여자들이었구나 ?? 휴우 다행이다 !!
그런데 저 못생긴 여자는 돌아도 상당히 학구적으로
돌았구나 !! 그런데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이 코가 빠진사람인가
? 코를뺐니쿠스라고 하게...그리고 저 예쁜여자는 공부도 꽤 못
했나보다!! 아무말도 못하는것을 보니 ......)"
.....................................................
그러나 예쁘고 섹시하게 생긴 간호원도 ㅤㅉㅗㅈ겨나면서 외쳤읍니다
" 왜이래요 밀지말아요 !! 나는 미쳤지만 세상의 진리는
영원한겁니다 의사선생님은 진리를 알기나 하나요 ??
프랑스 속담에 "피레네 산맥너머의 진리는 이쪽에서는
거짓일수도 있다!!""고 했어요 !! 흑~흑~흑 ~~~~~
우리가 사는 이땅에도 단하나의 진리의기본은 있어요 !!
이태원 나이트 클럽 " 라이브러리 "는 기본이
3만원이예요..!!!
!!당신은 알고 있나요 ??
맥주 두병에 안주 한접시라는 변하지 않는 기본의 진리를 !!!!"
간호원 행세를 하던 미친 여자들을 쫓아낸 의사님이 씩씩거리
면서 들어오다가 이제서야 그를 발견한 의사님의 눈이
똥그래졌읍니다.
" 아니 이건 또 뭐야 !! 이미친것들이 듀엣인줄 알았더니
트리오(trio) 아냐 !! 너 " 어우동 쇼" 하고 있냐 ????
왜 여기서 홀딱벗고 있는거야 !!
아니면 행위예술하냐 !!
네가행위예술가 "무세중" 씨 동생이라도 되냐 ?
네가 중광스님 막내아들이라도 되냐 ?
내참 !! 이 웬수는 맛이가도 겨울에 참 춥게도 맛이갔네 !! "
...........................................................
당황한 그 청년은 다급히 외쳤읍니다.
" 아닙니다 !! 저는 치료받으러온 사람입니다. 아까 간호원 행
세하던 여자가 옷을 완전히 벗고 진찰의자에 앉으라고
해서 옷을 벗고 있었읍니다 !!!! "
그러자 의사선생님도 얼굴이 온화 해지면서 부드럽게 말했읍니
다 ..
" ㅤㅉㅡㅈㅤㅉㅡㅈ !! 자네도 그여자들에게 당했구만 !! 하여간 골치라네 !
그렇다고 젊은 사람이 그렇게 멍청한가 ?? 치과에서 진료받는데
왜 옷을 홀딱 벗나 ?? 말도 되지않는 소리 아닌가 ??
치과에서는 옷을 홀딱 벗을 필요는 없어요 !!
아랫도리만 벗으면 되는 거예요 !!
자~~자~~ 웃도리는 얼른 입어요 !! ㅤㅉㅡㅈㅤㅉㅡㅈㅤㅉㅡㅈ .....
의사선생님이 따뜻하게 그를 위로해주자 그 청년은 한결 마음이
놓였읍니다.
잠시후에 치과 의사 선생님은 청년을 능숙한 솜씨로 치료를
시작 했읍니다.
기다란 숫갈 같은것을 그의 입을 벌리고 집어 넣더니 입안의
이빨을 검사했읍니다.
그리고는 곧 이빨 하나를 ㅤㅃㅔㄴ찌같은 기계로 빼내었읍니다.
그 고통은 정말 엄청났지만 그는 컴퓨터 를 만지는 사람답게
끝가지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참아냈읍니다.
오줌누고 지퍼 올리다가 끼었을때 보다 더큰 고통을 참기를
2시간만에 겨우 이를 뽑았읍니다.
이제는 되었구나 ! 하고 한숨을 쉬려는데 청년에게는
고통이 전혀 가라 앉지 않았읍니다.. 이상해서 뽑은 이를
바라보던 그 청년은 경악 했읍니다.
" 아이고 엄마나 !! 이건 전혀 충치 안먹은 오른쪽이빨아니예요
?? 왜 멀쩡한 이빨을 뽑으세요 !! 난 몰라요 물어내요 !!
내 이빨 물어내요 !! "
" 악 !! 정말 그렇구만 !! 젊은이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내가 오늘 여러모로 화가나는 일이 있어서 정신이 깜빡 다른데
가있었나 보네 !! 미안하네 !!
의사선생님은 아주 미안해 하면서 그 청년을 달랬읍니다.
청년도 뽑은 이빨을 도로 박을수도 없는일이라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꾹 참았읍니다.
의사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읍니다.
"오늘은 아주 불행한 날이라네 !! 아까 미친여자들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네 !! 오늘은
"장의사 " (장한 의사들의 사적인모임) 에 갔었는데
어떤 약국 약사님이 우리 생존을 위협해서 대책을 논의하고 왔
다네 .. 마포 대흥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최병태란 약사님이
" 약은 약사에게 .. 진료도 약사에게 .. 개값은 의사에게..!!"
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길래
오늘 그 진상조사를 하고 왔다네 ..!!
의사님의 말을 들어보니 수긍이 가서 그는 조금 화가 풀렸읍니
다.
치과 의사 선생님은 실수를 해서 미안해서인지 정성껏 입안을 조
사하더니 면밀한 검토끝에 다시 이빨을 뽑았읍니다.
이번엔 무려 네시간이나 걸친 사투 끝에 겨우 이를 뽑았읍니다.
치과에 가본 사람들은 알것입니다.
그 엄청난 고통을......
그러나 이번에도 사라져야할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읍니다.
아 !! 쓰리고에 양피박인 비극이여 !!
이번에는 엉뚱하게 앞이빨을 두개나 뽑은것이었읍니다.
" 흑흑흑 ~~ 흐샤션샹! 히분에두 헝퉁한 히빨을 포밧쿠뇨!!
!! (의사선생! 이번에도 엉뚱한 이빨을뽑았군요 ) "
< 앞니를 뽑아 말이 헛나옴 ..>
그는 화가나서 펄펄 뛰자 의사님은 잽싸게 강력본드로
뽑은 이빨을 붙여 놓았읍니다.
아뿔사 !! 이번에는 강력 본드때문에 혀가 붙어 버렸읍니다.
아예 항의도 할수 없었읍니다. 혀가 붙어버려 말을 할수가 없었으
니까요 ....!!!
본드로 이빨을 붙이다가 입이 붙어 버려 말을 할수 없게
되자 그청년이 길길이 날뛰자 치과 의사선생님은 어디서
구했는지 "신나" 를 한 통 구해서 입에 가득 넣고
양치질을 하라고 했읍니다.
양치질을 하고 나자 겨우 입안에 붙었던 혀가 떨어졌읍니다.
본드는 떨어졌지만 "신나" 를 입안에 넣고 헹구었으니
맛이 너무 이상하고 구역질이 날것 같았읍니다.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담배를 한대 권하며
" 입안이 답답할때는 답배가 최고라네 !! "
라며 위로를 해주었읍니다.
무심코 그 청년이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한모금 빠는순간
펑~~~ 하고 화염벙 터지는 소리가 났읍니다.
곧이어 똥개를 잡고 끄스를때 나는 특유한 타는 냄새가 났읍니다.
그 청년의 얼굴은 완전히 "동양적인 쿤타 킨테 !" 가 되었읍니다.
.....................................................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산산히 부서진 주둥이여 !!
충치 치료고 나발이고 하도 질려서 청년이 병원을 나와
도망가려 하자 착한 치과 의사 선생님은 의료사고이니
보험으로 처리하고 잘못 뽑은 이빨세개도 전부 새 이빨로
끼워준다고 그를 달랬읍니다.
*********************************
다시 진료의자에 앉아 충치 치료를 시작하면서 의사선생님과
그 청년은 차분히 치료를 다시 시작 했읍니다.
우연히도 취미를 물어보았는데 의사선생님의 취미도
그청년과 똑같은 컴퓨터 였읍니다.
그러자 이야기는 술술 풀려 나갔읍니다.
컴퓨터 이야기를 하면서 치료를 받자 그 청년은 그 토록
아프던 충치의 통증도 잊고 오히려 즐겁기 까지 했읍니다.
치과 의사 선생님은 아직 서투른지 충치도 안먹은 멀쩡한
이빨을 7개나 뽑았지만 그 청년은 개의치 않았읍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이빨을 해준다고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었읍니
다.
치과의사선생님은 과연 엘리트 계층 답게 컴퓨터의 지식이 보통
이 아니었읍니다.
" 내가 보는 personer computer 의 미래는 데스크 탑 기종이
몇년후에는 지금의 미니급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리라고
본다네..!! "
" 내가 써본 것중 하드디스크는 역시 코너나 퀀탐이 제일 좋더라
고 .. 억세스 타임이 제일 빠르고 내구성이 있고.. 에러율도 적
고 mtbf 도 여타 기종보다 훨씬 길더라구.........
프린터는 누가 뭐래도 도트 메트릭스는 엡슨이 제일 낫더라구..
헤드 수명이 길고... 부품도 쉽게 살수 있고..그리고
플로터는 휴렛만 좋은줄 알았더니 롤랜드도 쓸만하더라고..
모니터는 nec 가 꼽아줄만하지..! 디스켓은 쓰리엠보다
SKC 가 오히려 에러율이 적은것 같고.. 한글 카드는
옴니 것이 행망 완성,조합,7비트 등을 쓸수 있어 제일 좋다고
보지만 요즘은 태근실업의 mic 가 더 좋은것 같더구만.흑백
모니터에서도 그레이 칼라를 표현할수 있고 옴니처럼 모든
글자형을 지원하고 말이야.더구나 칼라 모니터에다가 꼿으면
cga 수준의 칼라까지 즐길수 있더군.. 키보드는 알프스가
좋다고 하지만 제일 많이 쓰는게 세진 101 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마우스는 거의 모든 제품이 이젠 성능의 구별이 없더구만
팬시마우스 나 알텍 마우스는 기계적으로 감도 조절이 가능해서
사용자인터페이스를 강화 했더구만,, 예전엔 퀵마우스가
좋은줄알고 있었더니만 써보니까 별로더구만..
운영체제는 현재 도스 3.3 이 제일 많이 쓰이지만 도스 5.0이나
오면 현재와는 아주 다른 포맷으로 사용자를 지원할거라고
예상하네..
요즘은 나도 유닉스를 배우고 있는데 인스톨이 아주 힘들더라
구.. 하지만 대용량 하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은
유닉스나 제닉스를 쓸수밖에 없어서 말이야 !!!!!!!
그는 청년은 자기 주변컴퓨터의 이야기라 아주 흥미롭게 들었읍
니다.
" 그렇군요 아주 여러가지를 써보셨나봅니다 유닉스를 쓸정도라
면 하드디스크를 몇메가 쓰시는데요 ? "
"후지쓰 600메가 를 쓴다네 !! "
" 우악 !! 대단하군요 정말 놀랍군요 우아 ! 환상적이군요 !!"
"어흠~~~ 그정도 가지고 뭘그러나 !! 내년엔 광자기 디스크를
살려고 하는데 말이야 어흠 ~~~~ "
그청년은 이젠 충치 치료 받는것도 다 잊어버리고 감탄사만
연발하는것이었읍니다. 그리고 나서 아직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
을 늦게야 던졌읍니다.
" 그정도 여러가지를 사용하신 정도라면 본체는 어떤거를
가지고 계시나요 ?
386 인가요 ? 486 인가요 ? 맥킨토시 iifx 인가요 ? 아니면
NEXT 정도 되나요 ? "
그 청년이 열심히 물어보자 의사선생님은 한껏뽐을 내며 가슴을
내밀고 거만스럽게 말했읍니다.
.......
.........
" 껨보이라네 !!"
...
....
......
"윽 !! 께께께께 ~~~께께~~ 께께~께갱껭 ~ 껨보이요 ???
아니 절놀리세요 ? 그건 4비트짜리 오락전용기계잖아요 ?"
그러자 의사선생님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읍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어른을 놀리나 ? 이사람아 껨보이가
어째 컴퓨터가 아닌가 ? 나는 껨보이 롬팩에 유닉스를
인스톨해서 쓴다네.. 칼라도 지원하는것을 알기나 하는가?
그뿐인가 ? 집에 있는 텔레비전으로도 화상 표현이 가능하다네
자네 아직 컴퓨터 초보구만 !!! 그 유명한 껨보이 시스템을
모르다니 !! 껨보이용 아래아한글과 쪽박사도 안써보았는가 ?
이사람아!????
내 의사친구 하나는 메가드라이브롬팩에 ms-window 를
쓴다네 !! 거기다가 싸운드 블레스터도 달고 도깨비 한글 카
드도 쓰고 말이야..!! 나는 요즘에 볼랜드사에서 나온 껨보이 터
보-C2.0 을 이용해 한글 라이브러리를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는
데 말이야 !!"
...........
"으으으~ 윽~!!껨보이 터보 -C 가 있다고요!?! 롬팩으로 아래아
한글 을 쓴다고요 ?? 꽈당 ~~~ (뒤로 자빠지는 소리..) "
"(~~~~~~~흑~흑~흑 오늘 내 운수가 왜 이렇게 사납다냐 ? 이사람
도 옆에 있는 정신병원 환자 아닌가 ? ~~~~~
엉~~엉~~엉~~ 아까 치과에서는 아랫도리만 벗는거라고 할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아이고 이제 나는 어떡하나 !!!)"
그러나 그는 정신을 차리고 엉뚱하게 뽑은이를 보상해준다는
맨처음의 약속을 이야기 했읍니다.
"의사 선생님 !! 저는 이제 치료 중단하고 집에 갈테니까 아까
엉뚱한 이빨 뽑은거 처리해준다는 약속을 이행해 주세요 !!"
" 엉 !~ 벌써 집에 갈려고 ?? 왜 갈려고 하나 ? 나의 시스템에
기가 죽었나 ? 같이 테트리스나 한판 하면 좋을텐데...."
청년은 악이 바쳐 소리를 질렀읍니다.
" 아까 잘못 뽑은 이빨 10개를 보상해준다는것은 어떻게 해줄거
에요 ??? 의료 기술도 없으면서 왜 이빨을 뽑았어요 ?
왜?왜?왜?왜?왜?왜?왜? 왜? 왜? 웩 ~~ 우웩 ~ "
" 아하 ~~ 잘못 뽑은 이빨 ? 당연히 내가 보상 해주어야지 !
여기 이빨 견본이 수십가지가 있네 마음에 드는것을 고르게!
돼지이빨..염소이빨..황소이빨..돼지 이빨..고양이 이빨
등등이 있고 이쪽에 있는것은 작년에 전두환이가 백담사 ㅤㅉㅗㅈ겨
가기전까지 끼고 있었던 금이빨이라네.. 14금이라 좋지..
저쪽에 있는것은 벽제 화장터에서 모두 빼온 거의 신품이라네
!! 어떤거로 할텐가?
아쉬운데로 우리 할머니가 끼던 틀니도 좋을것 같구만 !!!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자네는 개이빨을 끼면 한결 더욱 야성적으
로 보일텐데 말이야 ! 작년에 물먹인 개를 잡던 데서 힘들게
구한건데.... 자 ! 마음껏 고르게 지금 끼워줄테니까 !! "
"아이고 ~~~~ 꽈당 ~~쿵탕 ~~~ (청년이 완전히 나자빠지는 소리) "
........
............
....................
그후 청년은 이빨이 없어 고구마를 먹지 못해
영양 실조로 죽고 말았읍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를 죽게 했던
"닥터 껨보이 "(그 정신병자 의사의 별명 ") 는 정신병원을
탈출하여 어디선가 치과를 차려놓고 이제는 엉뚱한 눈알을
뽑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읍니다.
지금 당신 동네의 어느 치과의사님이 바로 " 닥터 껨보이 "
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탕을 함부로 먹어 충치를 만들지 마십시오.
제명에 못살고 가는수가 있읍니다.
****** 끝 *******
==========================================================================
* 개같은 날 오후의 사랑 *
"기차가 역을 지난다고해서 늘 서는 것은 아니지요!!"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가 의자에 몸을 기댄채 중얼 거렸습니다.
막차는 끊겼는지 오지 않았읍니다. 이젠 몇년전 그가 버렸던 사랑도
오지 않을것이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던 어린 국민학교 시절 내친구 오재촐이가 어제
죽었다고 했습니다.. 불쌍한 녀석....
사랑이 뭐가 개코나 잘난것이라고 엿에 쌍판을 파묻고 죽다니..
어제 그녀석의 죽음을 접하고 슬퍼서 소주를 40 병이나 마셨읍니다.
그래도 기분이 울적해서 10병을 더 시켜서 가볍게 입을 행굴려고 했지
만 포장 마차 아주머니가 소주는 사람한테나 파는거라며 얼굴이 노래
지길래 더 못마시고 그냥 나왔읍니다.
그 컴퓨터라는 물건은 도대체 뭐하는 물건이길래 그다지도 괴로운 사
람이 많은가 .. 빌어먹을 ~~
그녀나 그나 컴퓨터는 개뿔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컴퓨터때문
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컴퓨터 미싱 자수를 하는 직물 공장 여공이었고
나는 컴퓨터 드라이 크리닝 세탁소에서 밤낮으로 주름 잡는 사람이었
습니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컴퓨터 세탁소니 컴퓨터 자수니 하는것은
말캉 개발에 편자 같은 소리 였습니다 기계하나에다가 칩하나 끼워
서 릴레이 장치를 해놓고 칩이 들어갔으니 무조건 컴퓨터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있던 건물은 여러 사무실이 있던 자그마한 5층 짜리 건물이었
는데 그녀는 지하에 있는 수공업을 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었습
니다.
그날도 열심히 simonn & gafuncol의 "SWEET POTATO OVER TROUBLE
THE WATER " ( 험한 세상에 고구마가 되어 ~ ) 라는 팝송을 완벽한 동
두천 2사단 발음으로 신명을 살리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변함없이 세탁물을 다리고 있었는.,,,, 있었는데 변함없이... 있
었는데..언제나 그렇듯이 열심히 다리고 있었는데... 있었는데....
음 ~ 음 ~ 음 ~
(아차.. 아차.. 아차. 이정신좀 봐라...pctools 로고를 빼먹었구나.
이거 요즘 멍하니 살다보니 군기가 빠졌네 .. 다시 처음부터 시작 !!
...
....
......
pctools 의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따라 다니던 사랑도 있었습니다.
사랑이 시작 되었지요..
그녀가 그앞에 나타난것은 뜨거운 여름 복날이 가까워져 동내 개들이
모두 모여 "비상시국관계자 대책 회의" 를 하느라 골목 골목 혓바닥
늘어진 개들만이 그늘아래 헉헉 거리고 있을때였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한아름 내밀었습니다.
세탁물이었습니다 무심코 받아들고 이름을 기록하려던 그는 깜짝 놀
랐읍니다. 그안에 들은 것은 세탁물이 아니라 운동화들이었습니다.
" 아니 ! 세탁소에 운동화를 가져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
" 어머 ! 왜요 ? 이것은 안되나요 ? 요즘 세탁기는 운동화를 빨수가
있잖아요 ."
" 내참 !! 젊은 날의 운동화는 직접 빨아신으세요 "
" 제가 요즘 철야작업을 하느라고 바빠서 그래요. 부탁좀 드릴께요 그
냥 세탁기에 넣고 돌려주면 깨끗이 빨아질것 같아서요. "
" 에고 !! 내참참 ~~ 운동화를 컴퓨터 세탁기에다가 빨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이것은 까만 운동화라 그냥 걸레질만 해도 될것 같은데요 "
" 어머 어머 ! 그 운동화는 처음살때는 하얀색이었어요."
" 윽 ~ 그럼 이운동화는 언제 산것인데요 ? "
" 우리 작은 언니 가출하던 여름이요."
" 작은 언니가 가출한지가 얼마나 되었는데요 ? "
" 큰언니가 소박맞기 두해전이요. "
" 으이그 ~~ 무슨말을 하는겁니까? 큰언니가 소박 맞기 두해전이면 언
제예요 ? "
" 어머 어머 ~~ 가만있자 그때가 언제드라..엄마가 동네 아줌마들 반
지 계돈 떼어먹고 야반 도주한 이듬해네요."
" 으으으 ~~ 이거 놀리는 겁니까? 당신 엄마가 반지계돈 떼먹고 토낀
지가 얼마나 되었는데요.. "
"어머 ~ 아저씨도 . 참 ~~~ 왜 화를 내고 지랄 이세요 ?
음 ~ 그때가 언제더라 우리 아빠가 은행 강도를 하다가 잡혀서 징
역 10년에 보호감호 20년을 언도 받던 해가 맞지..
그럼 올해로 꼭 8년 되었네요. "
" 꺄오 ~ 8년을 운동화를 안빨아 신고 살았어요 ?
어쩐 지 운동화 안창바닥이 꽤나 두껍더라니..
졌다 ! ~ 꽈당 ~"
그녀는 불행한 집안의 막내딸이었습니다.
학교도 제대로 못다니고 집을 나와서 공장을 전전하다가 컴퓨터 자
수라는 데는 무엇인가 다를 것 같아서 이 공장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달리 갈곳이 없었기에 이공장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자그마한 이 건물 1층의 세탁소에 급한 일로 세
탁물을 맏기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삶에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피곤하고 고달 펐으면 숙
녀가 운동화를 제시간에 빨아신지 못할까 안스러웠읍니다. 운동화를
받고 그녀가 가고난뒤 세탁소 주인 아저씨가 오기전에 얼른 집어넣고
컴퓨터 세탁기 기계를 돌렸읍니다. 과연 8년을 안빨은 운동화 다웠읍
니다. 흑진주 색으로 맑게 빛나는 검댕물이 줄줄 나오는데 같이 넣었
던 하얀 브라우스, 하얀 양복들은 저절로 까만 색으로 염색이 되어버
렸습니다.
10분을 열심히 돌려가며 운동화를 빨던 기계가 갑자기 삐삐삐 ~~ 경
고음을 내며 메세지를 나타내고는 멈추어 버렸습니다.
" 본 기계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분석한 결과 이것은 정체 불명임.
사람신발이라면 이럴수가 없음 !!사이즈 290 mm 가 여자 신발이니 ?
작업 거부 !! "
어쩔수 없이 맡은 거는 해야 하겠기에 운동화를 꺼내서 손수 손으
로 빨았읍니다..
3박 4일을 빨래비누로 빤 결과 운동화가 겨우 하얗게 되었읍니다.
그러나 너무 박박 문질러서 그런지 그 젊은 날의 운동화는 너덜 너덜
해졌읍니다.
이것 참 난감한 일이었읍니다.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운동화를 찾으러 온 그녀는 너덜
너덜 해진 운동화를 보고 그가 직접 손으로 빨았다는 것을 알고 너무
미안하고 감사해 했습니다 ..
한건물 의 1층과 지하 는 너무 가까 웠읍니다.
두사람은 처음에는 눈으로만 말을 주고 받았읍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잘다려진 하얀 와이셔츠 처럼 곱고 순수했으며 질긴
세무 가죽 잠바처럼 서로를 깊이 깊이 사랑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 사이로 고장 난 다리미 같은 그녀의 공장장하고 구멍난
연탄 보일러 같이 생긴 주인의 못마땅한 눈초리가 있었습니다.
사랑은 막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지요, 째려본다고 해서 사랑이
식나요 ? 어쩌다가 보았다고 해서 없던 사랑이 생기나요 ?
그들의 사랑은 조그마한 운동화에서 시작 하여 깊어갔습니다.
비록 그들은 가난한 연인 들이었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
다도 알부자 였습니다. 야근할때는 언제나 노란 메추리 알로 저녁을
떼우는 알부자 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알에 지친 부자들이었지요.
삶이 힘들어 버걱 버걱 거리면 야근 일을 마친 그녀와 그는 포장마
차에서 소주를 한병 시켜놓고 그들이 살아가느라 미처 배우지 못한
철학이나 문학이나 역사를 논했습니다. 그녀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
한 시간 이었습니다.
" 철학을 아는 인간과 모르는 인간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오씨 ?"
" 빵빵한 여의도 63 빌딩같은데서 근무를 하느냐 ? 아니면 그시간에
그 앞에 있는 한강똥물에서 낙시대나 드리우고 자빠져 자느냐의 차이
겠지. "
" 프로이트는 경제성에 입각해서 일정한 약의 심적 에너지 배분과 그
것의 변화를 통해서, 심적 생활의 적응성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마음
현상은 운동하는 것이라고 주장 했다 카데요. 이런 심적 에너지가
<리비도> 이며 이것은 성적 충동 내지 에로스를 발현케 하는 가변량의
힘이다 라고 용산 < 유통정보>란 책에 나와 있데요 ..꼬이고 여려운
말같지만 가만히 이말을 생각해보면 "에로스" 니 " 심적 생활의 배분
성 " 이니 하면서 나발을 떠는것은 다 인간 사랑을 말하는게 아니겠
어요! 우리날씨도 더운데 시원하게 키스나 한번 할까요 ? 일오씨
! "
" 가만 가만 ~~ 잠깐만 있어봐,,물오징어 다 삼키면 하자 !!! "
잘못 하면 네입으로 다 넘어가니까 아까워서 안되겠어. "
" 쉘러가 말하기를 인간의 인간인 소이는 동물과 비교해서 그 지능이
나 연상 능력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정도의 차이이지 원리
의 차이는 아니라고 했어요. 인간과 동물의 양자간의 본질 적인 차이
가 되는 인간 고유의 원리는 생명체에는 일반적으로 없는 정신
(GEIST) 라고 하였어요..
그런뜻에서 볼때 키스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정신이며 권리가 아니
겠어요. 어때요? 인간만이 가진 권리를 지금 한번 누려보실래요 ?
누가보면 어때요 ? "
" 잠깐.. 잠깐.. 가만 있어봐.. 낙지가 입 천정에 붙었다.
이것좀 삼키고 ~~ ....
야 ~~ 역시 초고추장은 초가 들어가야 맛있어~ 캬~ "
" 일오씨 ! 칸트가 말하기를 "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 "이라고 했어요. 이말을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그날 그날 때우기 위한 지친 몸만 이끌고 그럭 저럭 살아지고
있는 거지요. 사는게 아니라 살아 진다는 것은 수동태 이지요.
우리는 능동태가 되어야 해요..
일례를 들어 요즘 제가 주목하고 있는 " 키스하다 "라 는 말도 수동
태가 아닌 능동태 이지요. 어때요 ? 우리 지금 힘빠진 수동태를 뜨거
운 능동태로 바꾸어 볼까요 ? 지금 여기서 어때요 ? "
" 음 ~ 좋지.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 ! 연숙이가 그런 생각을 하다
니 내가 너무 무심 했군..
아저씨 ~~ 여기 동태찌게 한냄비 빨리 끓여주세요.
동태눈깔 빼지 말고요.. 한물간 수동태로 끓이지 말고 능동태로 끓
여주세요. 에이 ~난 동태찌게에 치즈를 넣으면 어쩐지 맛이 없더라. "
그녀와 그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보다도 더 삶이 버걱 거리는 것은 서일오란 그 청년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힘든 삶이 었습니다.
그녀에게는 견딜 하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살았지만 그 <서일오>
란 청년에게는 삶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귀찮은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술주정 뱅이인 아버지가 있었고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
이 둘씩이나 있었습니다.
며칠후 다시 만났을때 그는 그녀에게 군대를 가게 되었노라고 말
을 했습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플라토닉 한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동물적인것 도 아니었으며 컴퓨터 하는 뒈먹지 못한 인간들중에
pctools 김헌국이란 병신 같은 자식이 젊은 날 했던 넋빠진 하
품 나는 사랑도 아니었습니다.그 빙신 같은 대가리에 똥만 든 인
간은 아직도 그년이 안잊혀 진대나 뭐래나.
그가 그녀를 만나는 것은 같은 상처를 가진 개끼리 혀로 ㅤㅎㅏㅀ아주
는 것 같은 그런 위로 였습니다.
단순한 이야기 상대 외에는 그녀가 하는 행동은 그에게 부담 스
러웠습니다. 단지 아픈 상처를 쓰다주면 되었지 뜯어먹는것은 원
하지 않았으니까요.
요즘들어 부쩍 그녀는 그에게 어떤 답을 요구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제 영장을 받고 군대에 가야 했으며 그녀는 그를 보면서
안정된 <돼지 우리> 같은 포근한 행복을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침울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일오씨 ! 당신은 하늘을 훨훨 날고 싶으신가요 "
" 연숙이 ! 난 모두가 느끼는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자유를 느
끼고 싶을 뿐이야 ~ "
그에게 현실에서 멀어진 이야기는 고장난 상빈이네 집의 에어컨
리모콘 같이 쓰잘데기 없는 것이었습니다.
"일오씨 !
플라톤은 "진정으로 아름 다운 유대는 자기 자신과 그 결함 되
어 있는것을 다시금 하나로 만드는데 있다고 했어요.
여기서 그 " 하나 " 라는 것에 주목 할 필요가 있어요.
어때요 ? 우리 결혼 할까요 ? "
" 쳇 ~ 제기랄 ~ 결혼이란 "개똥이 서있는 풍경" 일 뿐이지 !!"
" 일오씨 ! 너무 부정으로 사물을 평가하지 마세요.
헤겔의 " 피히테와 셀링 철학 체계의 차이 " 에 보면
객관이 하나의 절대적 절대적 객관이라면 그것은 한낱 이념적
인 대립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게 말인줄 아시기나 하세요 ? 모르지요 ? 그치요 ? 흥 ~
사실은 나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는 똑 같이 모른다는 것으로
도 벌써 철학적 동질감을 느껴야 하지요 . 한 인간이 모르는 것
을 다른 인간이 모른 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것은 절대적
인 인연일수도 있어요. 이런 결코 구성적 태도를 취할수 없는
절대적 동일성의 추상을 통하여 발생하는 문제때문에 나는
야외에서 결혼 하고 싶어요. "
"소크라 테스인가 세익 스피어 인가 하는 사람이 그랬어.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니 차라리 디스켓이나 사라
고 말이야. "
그때까지 그를 향한 다정한 눈길을 보내던 그녀가 그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안주로 먹던 산낙지를 확 집어
서 그의 뺨을 사정 없이 여덟대나 내리쳤습니다.
"짝 !
짝 ~~ 짝 ~~짜 짜 짜 짜 짝 ~~"
개운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산낙지를 들어서 때리기는 한대 때렸
을 뿐인데 낙지다리가 여덟개나 그런지 나머지 일곱대는 오토매
틱으로 뺨을 때렸습니다.
"흑흑 ~ 이 바보같은 남자야 나는 네가 하나도 안 사랑해 ! "
내마음도 모르는 얄미운 웬수 ~~ 급살을 맞은놈아 ~ "
그리고 그녀는 일어나서 뛰어가버렸습니다. 일오의 표정은 변하
지도 않았습니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가 간뒤에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천둥번개도 요란 한 소리를 내며 때렸습니다.
그러나 일오는 일어 나서 그녀를 쫏아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쫏아가보아야 그녀를 위로해줄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그대로 앉아 서 그녀가 아까 뺨에 때려 붙어 있는 산낙지
를 얼굴에서 뜯어내어 초 고추장에 듬뿍 찍어 맛있게 먹었습
니다. 낙지 다리 하나 하나 마다 맛이 오묘하게 달라지는 그 불
가사의 한 안주의 세계를 음미하면서...........
세수도 안한 얼굴에 붙어 있던 낙지라 그런지 짭잘하니 간이
딱 맞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되어가는데 비는 더욱 거세지고 천둥 번
개가 요란하게 내리 쳤습니다.
빗속을 울면서 기숙사도 돌아간 그녀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싸가지가 없는 무정한 남자 서일오를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그를 좋아해서 그와 결혼 할 생각까지 했지만 무정한 그는 자기
삶마저 고달픈것처럼 보였습니다.
세시간이 지났습니다.
두시간동안이나 불꺼진 기숙사방에서 울던 그녀는 벌떡 일어나
우산도 없이 세탁소 근처 일오네 집으로 달렸습니다.
이대로 지난다면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는 영영 떠나 가버릴것이
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오네 집은 세탁소 건너편 길을 건너 오래된 기와 집이 있는
낡은 동네에 정육점을 돌아 마지막 골목 세번째집 이었습니
다. 그가 사는 방은 좁은 골목길옆으로 작은창문이 있었습니
다.
그가 사는 방에 다가 가면서 그전에 그의 창가에 가서 작은 소리
로 그를 불러내던 생각을 하고는 가슴이 더욱 아팠습니다.
이대로 그를 보낼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방 창문가에 불빛을 통해 그림자가 어른 거렸습니다.
조금 높아 보이는 창가에 바짝 다가선 그녀는 발돋움을 하여 창
문을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곧이어 드르륵 하고 창문이 열리자 마자 .....
그녀는 그대로 그의 목을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하였습니다.
(~~이대로 당신을 보낼수 없어 ~~
이렇듯 사랑인것을...
아 ~~! 지금 이대로가 좋아 ~~ 이 기분 캡이예요..~~)
그녀는 가슴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을 주체하지 못하며
격렬하게 입을 맞추었습니다.창가로 목을 내민 그는 꽉끌어 안은
그녀에게 옴짝 달짝 하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지기를 바랬습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일오
씨와 입을 ㅤㅁㅏㅊ추고 있다면 그 맛있는 개고기도 포기할 용의도 있
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남자가 없이는 이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었
습니다. 그가 그를 사랑하든 안하든 그것은 중요한것이 아니었습
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영화에서 에서 잉글리트
버그만이 키스를 할때 코를 어디다가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
던 그런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키스 할때는 누구나 그런것 처럼 눈을 꼭 감았습니다.
한참을 행복감에 도취되어 그의 목을 꼭 휘어감고 사랑하는 남
자를 느끼던 그녀는 갑자기 이상한것을 느꼈습니다.
키스를 하던 그의 입에서 털털한 막걸리 냄새가 나는것이었습니
다.그는 조금전까지 소주를 마셨는데...
이상해서 한쪽 눈을 살며시 떠본 순간.. 악 ~!~ 이럴수가..
" 옴마 !!옴마 ~~ 웬 처녀가 이리 뽀뽀를 션션 ~(시원 시원)하게
잘한디야 ~~ 이거 오 밤중에 기분 이 째지는 구만..
그란디 처녀는 누구랴 ? 어디서 본것 같구먼 !!
아항 ~~ 요 아래 맹물 다방에 새로온다던 미스 박인감 ? ~~
으헐헐헐헐 ~~~ 거 아주 싸비쓰 가 그만이구먼 ~~
에잉 ~~ 내가 좋으면 좋다고 진작 말을 허지잉 ~~~
아따~~ 서둘지 말고 골목 밖에서 기다리라고잉 ~~~
옷입고 잽싸게 달려갈 팅께 ~ 웜매 ~ 기분 째지능거 ~~. "
그녀가 꼭 끌어안고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던 그사람은 그녀의 사
랑 일오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이 늦게 들어오자
궁금해진 그의 술 주정뱅이 아버지가 그의 방에 왔던 것이었습니
다. 그시간에 일오는 너무 술을 많이 마셔 포장 마차에서 널부
러져 술에 곯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다음날 부터 일오는 그녀를 볼수가 없었습니다.
더이상 아픔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그가 있는 곳에서 멀어지려
다른 곳에 직장을 얻어 일오가 일하는 같은 건물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곳으로 옮겨 갔습니다.
......................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난것은 그가 영장을 받고 군입대를 하기 위해 서
울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할때였습니다.
그녀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 있는 것이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먹으라고 봉지에 싼 삶은계란 꾸러미를 건네주는 그녀
의 손은 가냘프게 떨렸습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일오는 가만이 서있기만 했습
니다..
동그란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한채 금새라도 떨굴 것 같은 표
정을 한 그녀의 조그맣고 예쁜입이 달싹 거리며 조용히 물었습
니다.
"일오씨 !~ 기차가 지나는 역마다 정거장이 왜 있는줄 아세요?"
그뜻을 아세요 ? "
그녀가 그를 향해 안타까운 눈길로 붙잡으려는듯이 물었습니다
기차가 서서히 출발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일오가 홱 돌아 섰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나가려는 기차에 올라타며 그녀를
향해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 역이 없으면 내리고 싶을때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서 내려야
하니까 기차역이 있는거잖아아아아 ~~ !! "
그리고는 훌쩍 뛰어 기차위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열차 창문 밖으로 목을 내민 그가 외쳤습니다..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마구 흘러 내렸습니다. 젖은 목소리였습니다
" 기차가 역을 지난다고 다 서는게 아니라고 ????
너 주윤발 비디오영화보고 대사 흉내내면 가만 안둔다 ~!~ "
..
....
.........
사라지는 기차와 함께 그도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보내고는 그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3년의 군대를 마치고 나온다음에도....
아 ~ ~~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
이젠 영원히 가버린 젊은 날의 슬픈 내사랑아 ~~ "
** 끝 **
==========================================================================
여름은 가도 공포는 남는다. !
**아파트의 붉은 피 **
남자 중학교의 젊은 국어 교사인 김진희 양은 은 어느날 대학 동창생
인 강민아 에게서 조그만 소포를 한통 받았다.
대학교때 꽤 친하게 지냈으나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다.
멀리 가게 되어 당분간 혼자 살던 아프트를 비우게 되었으니 자기가 돌아
올때까지 자기의 아파트에서 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였으며 아파트 열쇠
가 들어 있었다.
마침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던차라 늘 비싼 하숙비에 곤란을 겪던 차라
얼른 짐을 꾸려서 민아 가 살던 아파트로 왔다.
방이 두개인 아파트는 널찍했고 친구 민아 가 쓰던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잇
었다. 텔레비전,냉장고, 비디오, 식탁 등이 쓰던 그대로 있었다 .
안방에는 아무것도 없고 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농만 있었다. 열쇠가 어
디 있는지 몰라 애를 먹었는데 잡아당겨보니 스르륵 열렸다.
장농 은 세칸짜리 였는데 두칸은 아무것도 없었고 나머지 오른쪽 끝칸은장
농열쇠로 꽉 잠겨 있어서 열리지가 않았다. 진희가 중요한것을 넣어놓았
나 보다 라고 생각한 그녀는 친구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굳이 열려고 하지
않았다. 가지고 온 자기의 옷들을 장농속에 차곡 차곡 포개서 넣었다.
이상하게 장농속에서는 싸늘한 한기가 서려있었다.
그녀의 기분은 날아갈것 같았다.
이렇게 깨끗한 공간을 혼자 쓰게 되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이삿짐을 정리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금방 쓰러져 자버렸다.
다음날이었다.
수업 시간이 되어 교실에 들어 갔는데 수업을 듣던 학생 하나가 그녀에
게 말을 했다.
" 선생님 ! 브라우스에 웬 조그만 핏자국이 묻어있네요.. "
화장실로 가서 거울에 비추어 보니 목뒤의 언저리에 핏자국이 있었다.
셔뮌 할수도 없는 일이라 그녀는 얼른 나가서 새로 브라우스를 사입고
학교로 들어왔다.
피를 흘린적도 없고 묻힐데도 없는데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겨버렸다..
다음날 수업 시간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화창해서 날렵하게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이번애도 교실 에 들어가니 수업을 를 듣던 학생 하나가 유심히 그
녀를 보다가 말을 했다.
"선생님. . 오늘도 옷에 조그만 핏자국이 있어요.."
깜짝 놀란 그녀가 다시 화장실에가서 거울에 비추어 보니 목 언저리에 피가
묻어 있었다..
놀란 그녀가 화장실 문을 잠그고 옷을 벗어 물에 세탁을 하였지만 핏자국
은 지워지지 않았다.
호기심 많고 장난끼 많은 남자 중학교 라 혹시 여선생을 짝사랑하는 짖궂
은 녀석들 장난이려거니 하고 그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다음날도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작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어느녀석이 장난을 치나하고 복도를 지나갈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누가 그랬는지 알아낼수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에게 이야기 하려다가 괜히 골치 아픈일이 될까봐 말을 안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어느 녀석 장난인지 일주일 내내 옷에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화가 났지만 누가 그랬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 어쩔수 없었다.
다음주에도 또 핏자국이 묻어 있으면 교장 선생님께 이야기 해서 범인 녀석
을 잡아내어 야단을 쳐주리라 마음 먹었다..
그날 밤 이었다.
2주일 후에는 중간 고사가 시작 되기때문에 시험에 출제할 문제를 만드느라
토요일도 정신없이 지낸 그녀가 출제할 문제를 만들다가 저녁 늦게나 되서
야 겨우 한숨을 돌려 T.V 를 보려고 스위치를 틀었다.
시간은 12시가 다되어 아파트 창문 밖으로 음산한 바람이 부는데 T.V에서는
마감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스렌지 에 올려 놓은 커피물이 ㅤㄱㅡㅀ고 있기에 일어서 주방으로 가려던 그녀
는 갑자기 T.V 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보도를 보고 엉거주춤 그자리에서 멈추
었다.
" 부산의 어느 K 아파트 에서 에서 젊은 남자가 아파트에서 예리한 흉기
에 목에 반쯤 잘려진채 사망.. 경찰은 전혀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고 가
택에 사람이 칩입한 흔적도 전혀 없음 . 아파트에는 미모의 젊은 여자 사진
만이 떨어져 있었음. 남자의 신원은 서울 시 중곡동 111-3번지의 주소를
둔 곽똥수로 로 밝혀짐."
T.V 의 화면 에 나온 피살자의 사진을 본 그녀는 숨이 막힐듯이 놀랐다.
피살된 남자는 친구 민아가 대학교때부터 사귀던 남자 였다.
(이 남자를 진희도 좋아했었기 때문에 진희는 민아와도 크게 다투었던적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얽히고 꼬인 삼각관계였는데 결국 적극적인 민아이에
게 당하지 못하고 남자를 포기하였으나 지금도 그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
었다. 그녀의 편지를 받자 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이유도 사실은 아직 잊혀
지지 않은 곽똥수 씨를 혹시나 볼수 있을까 해서 였.그런데 부산에 가있
다는 소식은 금시 초문이었다.)
결혼할 약속을 하고 아파트에서 같이 곽동수씨는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연구기관에 나가고 있었고 여자는 대학강사로 출강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
온 아파트에 떨어져 있었다는 사진은 바로 친구 민아의 모습이 있는 사진
이었다.
그런데 화면속의 민아 사진에서 민아가 입고 있는 옷은 바로 진희가 요 며
칠새에 입었던 옷중의 하나와 똑같은 옷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면서 T.V 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커피를 마
시는데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여보세요. "
전화기에서는 전혀 생기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 다끝났어..이젠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 진희야 . 여긴 너무 추
워.. 너무 추워..답답해... "
"민아이니 ? 너 거기 어디니 ? 네 약혼자는 죽었다고 뉴스에 났는데 어떻
게 된거니 ?"
"네옷 잘입었어. 고마워.."
"내옷을 잘입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 나없는 새에 여기 왔었니?"
그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
다음 저녁 9시 뉴스에 경찰은 면밀한 수사결과 사건의 전모를 발표했다.
죽은 남자의 소지품인일기장과 메모장에서 발견된 내용을 종합하여 추
적을 한끝에 그의 자가용 트렁크에서 피를 발견하고 결론을 내린것이었다.
곽동수란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피살자는 같이 아파트 에서 살며 장래를 약
속한 대학강사 강민아란 여자에게 변심하여 헤어질것을 요구 했으나 그녀
가 거절하자 목을 조르고 칼로 난자하여 그 여자를 죽이고 아파트 장농속
에 장시간을 유기한다음에 어느날 중곡동 뒷산에다가 암매장 시켰다고 했
다. 경찰이 남자의 일기장에 나와있는 내용대로 중곡동 용마산의 계곡을 파
헤쳐 보니 정말 거기에 발가벗겨진 여자의 시체가 파묻혀 있었다.
그런데 여자의 시체는 목이 없는 상태였다.
뉴스에서 이보도를 접하고 놀란 진희는 안방으로 뛰어들어가 잠겨져 있
는 세번째 장농을 망치로 열쇠를 부순후에 열어보았다.
아아아아 ~~악 ~~
거기에는 사방으로 피가 튀긴채 친구 민아의 목 하나만이 눈을 부릅뜬채
놓여 있었다.
그럼 전화를 건 민아는 누구인가 ? 목이 없었던 유령 ? 아니면 목만 남은
유령 ? 그녀가 언제 내옷을 입었다는 말인가 ?
비틀거리다가 아파트 베란다에 까지 온 진희는 알지 못할 어떤 힘에 강제
로 밀려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아파트15 층에서 추락하였다.
...................................................
혹시 당신집의 장농문은 열릴때 삐이이익 ~ 하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까 ?
가끔 차가운 한기가 이불 사이나 걸어놓은 옷들 사이로 배어나오지는 않습
니까 ?
만약 그렇다면 당신집의 장농은 유령의 저주가 배인 장농입니다.
빨리 입던옷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전부 소각해버리십시오.
다음날 입고 갈옷이 없다고요 ?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인데 그까짓 옷이 문제입니까 ?
** 끝**
.....................................................................
김현국 (pctools )
여름이 가도 공포는 남는다 (2)
**임검사와 처녀 유령 **
임무용 씨는 의정부 지청에서 근무하는 젊은 검사였다.
그의 집은 동부 이촌동이었기때문에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가 도저히
힘들어 견디지 못하여 간신히 중고 <소나타 > 차를 마련해서 타고 다녔다.
그 가 그 무서운 경험을 한 날은 당직을 하던 날이었다.
그가 근무하는 검찰청에서는 한달에 두번씩 검찰 업무때문에 당직을 하
는데 그 그믐날 밤이 임 검사 의 당직날이었다.
11시까지 당직을 하면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나서 피곤한 몸을 끌고서
자가용을 몰고서 그가 출퇴근하는 코스인 의정부 지청 - 송추국도 - 강
변도로 - 동부 이촌동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달도 안떠서 자동차 헤트라이트에 의존하면서 그가 즐겨 듣는 김완선의 음
악을 틀어놓고 달리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30이 다 되었는데도 점잖고 위엄있는 검사직업과 어울리지도
않게 유독 김완선이란 가슴이 큰 여가수를 좋아했다.
특히 눈이 뒤로 훌떡 넘어가서 검은 자위보다 흰자위가 많은것이 특히 섹시
하게 보여서 더 좋아 했다.
차는 꼬불 꼬불 길을 돌아 노고산 고개 근처 까지 왔다.
그때였다.
갑자기 자동차 앞으로 뭔가 희끄무레한게 나타났다. 빨간 잠바를 걸친
여자 같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난 물체라 임검사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는 끼이이익 ~~ 하고 어둠속에서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20여미터나 미끄
러진다음에 겨우 멈추었다.
심장이 떨려 차에서 내릴수가 없었다. 사람을 친것 같았다. 이늦은 시간에
이런 산골 국도로 사람이 다닐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더구나 사람이 사는
민가는 2킬로 정도 더가야 있었다.
약 30초가량이 지난후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차체에 부딪친 느낌이없었다. 최소한 작은 노루나 토끼 라도 부딪치면
차체에 느낌이 오고 사람 같이 큰물체가 부딪쳤으면 차체의 진동이 강
할것이 틀림없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눈앞에 보인것은 갑자기 길 가운데로 나타난 여자 였고 브레이크를 밟았
지만 그대로 밀고 지나갔는데 부딪친 충격은 전혀 없었다.
소름이 등줄기로 싸아 ~ 하고 끼치고 지나간 다음 그 는 기어를 넣고 엑셀
레이터를 밟았다.
" 사람이라면 시속 80킬로로 달리는 차를 몇미터 앞에서 피할수는 없다.
그런데 틀림없이 사람이 차앞에 나타났었는데 부딪치지 않았다 . "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겁이 나서 백미러로 뒤를 볼수도 없었다.
차안에서는 김완선 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좀전에 일
어났던 일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갑자기 신난 음악을 배경으로 섹시한 목소리를 내보내던 김완선의 녹음
테이프가 저절로 멈추는가 했더니 처절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스피커를 타
고 흘러나왔다.
" 아파요 ~ 내다리 ! 멈춰 ~~ 차를 멈춰 ~
내다리가 끼였어.. 살려줘요 ~~
아악 ~ 내다리가 앞바퀴에 끼였어 ~~
으아 악 ~~
자신도 모르게 비명 소리가 입을 비집고 터져나왔다.
다시 급제동을 한 임검사는 차에서 뛰어 내려 앞바퀴를 살펴보았다.
전혀 아무 이상 없었고 사람이 끼여있는 시체도 없었다.
다시 잽싸게 올라탄 그가 차를 몰기 시작 했다.
차에서는 계속 여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일이 왜 일어나는지 임검사는 도무지 짐작을 할수가 없었다.
누가 김완선 테이프에 장난을 치려고 녹음을 해둔것이 아닌가 해서 카스테
레오를 꺼버렸다.
악 ~ 그런데 이게 무슨 귀신같은 조화란 말인가..
녹음 테이프가 나오는 카 스테레오를 완전히 꺼버렸는데도 스피커에서는 계
속해서 그 여자의 비명소리가 흘러나오는것이었다.
" 아악 ~ 내다리!! 내다리가 끼였어..
차를 멈춰요.. 내다리 !! 아아아악 ~ 아파요.. "
임검사는 운전대를 붙잡은채 기절해 버렸다.
다음날 임검사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날이 훤히 밝아오는 새벽이었다.
목장을 돌며 우유를 수거하는 우유 회사의 냉동차 운전수가 이 길을 지나가
다가 길옆에 처 박힌 임검사의 차를 발견하고 기절한 임검사를 끌어냈다.
차는 길옆으로 틀어 박히면서 벗어났는데 무슨 조화인지 사람도 차도전혀
이상이 없었다. 다만 백미러 하나만이 깨졌을 뿐이었다.
놀란 가슴을 우황청심환을 먹고 진정 시킨 임검사는 의정부 지청으로
바로 출근을 하였다.
그는 유령을 믿지 않았지만 어젯밤의 일은 틀림없이 귀신이라고는 볼수 밖
에 없는 일이었다.
교통사고 기록을 뒤져 보았다. 어떤 식으로 뒤져야 할지 몰라 무작정 교통
사고 건만 확인하다가 생각을 바꾸어 송추 국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뒤져
보았다.
기록을 뒤지던 그의 눈이 번쩍 빛났다.
어떤 뺑소니 사건이었는데 송추 국도 노고산 고개 부근에서 근처의계곡
으로 놀러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길을 잃은 어느 젊은 여자 등산
객을 친 다음 시신을 싣같 늦게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
을 하던 길이었는데 한적한 시골 국도를 시속 100킬로 도 넘게 달려가는
자가용 때문에 정면 충돌을 할뻔해서 마구 자가용에 대고 욕을 하면서 가
다 보니 길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길바닥에는 빨간
여자 용 등산 잠바하고 튕겨나온 신분증이 있었다고 했다.
신분증에는 부천에 살고 있는 대학 조교인 "강문정 " 이란 여자라고
써있었다.
강문정 이란 여자에 대해 추적을 해보니 작년 여름 8월 12일에 실종 신고
가 되어 있었다.
8월 12일이면 그 뺑소니 교통 사고 일지에 나타난 사고보다 약 10일이
지난 날짜였다. 10일 후에 도 집에 안들어 오자 가족이 실종 신고를 낸것
같았다. 수사관들이 집요하게 그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 갔으라 그의 말로는
회색 소나타 90년 기종이었으며 첫번호가 3 자로 시작 되는것 밖에 못
보았다고 하였다.
임검사는 난감하였다. 업무가 산더미 처럼 밀린데다가 이런 유령 같은 사건
에 매달릴수도 없었고 또 그는 교통 담당 사건이 아니라 병무 및 청소년
범죄 담당이었다.
앗 ~ 그때 퍼뜩 임검사의 뇌리에 스치는것이 있었다.
바로 자기차가 3자로 시작 되는 차이면서 회색 소나타 였다.
그러고 보니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차가 거의 새것인데도 그는 훨씬
아랫기종 차보다도 싸게 샀었다. 차를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의정부에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주인이 워낙 급하게 파는것이어서 일반 중고차 값의 반밖에 안되는 파격적
인 가격이라 는 중고차 판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 그자리에서 게약을 했던
것이었다.
급히 수사관을 보내어 추적끝에 임검사 차의 전 소유자를 연행하여 왔
다.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였으나 임검사가 그의 그날 행적을 묻자 그는 더이
상 발뺌하지 못하고 순순히 자백을 하였다.
그의 자백 내용에 따르면 작년 여름 의정부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
어져 과속으로 송추 국도를 따라 차를 몰다가 어느 젊은 여자를 치고나서
는 차의 앞바퀴에 사람이 끼었는데도 계속 달리다가 그 사람이 죽고 말았
다.겁이난 그는 시신을 싣고 가다가 국도 옆의 야산에다가 묻어버렸다고
하였다. 그가 말한 국도 옆의 야산을 파보니 오래된 여자의 시신이 암매장
되어 있었다.
사건을 해결했으나 임검사는 무서움에 떨었다.
정말 세상에 귀신이란것은 존재 하는것인가 ?
**끝**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 차례 -
1.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1. 빛나는 리더에겐 빛나는 유머가 있다
웅변을 대신하는 리더의 유머
반전을 이끌어내는 리더의 유머
희망을 만들어내는 리더의 유머
2. 리더십과 유머의 근본은 같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인드다
직책이 리더십을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무능한 리더는 권력으로 통제하고 유능한 리더는 권위로 다스린다
리더의 조건과 유머리스트의 조건
3. 리더를 분류하는 6가지 방법
똑부,똑게,멍부,멍게
사자형,여우형,멧돼지형,곰형, 하이에나형
독재형,민주형,우유부단형
녹음기형,확성기형,믹서형
목불인견형,독야청정형,유능강제형
진리,무리,미지리
4. 신 리더론: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유머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유머의 창조자가 되라
유머로 공격하고 유머로 방어하라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2. 유머는 '윈/윈' 전략이다
1. 유머는 가장 인상적인 명함이다
2. 유머는 가장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다
3. 유머는 조직생활의 안전장치다
4. 유머는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5. 유머는 '멘탈 리스트럭처링' 이다
6. 유머는 정신적 비아그라다
7. 유머 경영학 : 유머는 '윈/윈' 전략이다
3.웃기는 리더의 5가지 습관
1. <습관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습관1>은 낙관,여유,유연성을 심어준다
<습관1>은 솔직함,자신감,너그러움을 부여한다
<습관1>은 리더십과 유머의 원천이다
<습관1>의 실천을 위한 제언
2. <습관2> 뒤집어서 생각하라
<습관2>를 활용한 유머사례와 분석
<습관2>를 위한 훈련의 유용성
좋은 습관으로 나쁜 습관을 제압하라
<습관2>의 실천을 위한 제언
3. <습관3> 때와 장소를 가려라
처칠이 유머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매너있는 유머를 위한 3요소, TPO
매너없는 유머의 몇 가지 사례
매너없는 유머에 대한 매너있는 대응
<습관3>의 실천을 위한 제언
4. <습관4> 온 몸으로 실천하라
유머를 몸으로 실천한 리더들
권위주의를 내던진 경영자들의 '액션'
<습관4>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습관4>의 실천을 위한 제언
5.<습관5> 표정에 웃음을 담아라
웃는 얼굴은 리더의 재산이다
웃음 관상학과 스마일 파업
<습관5>는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습관5>의 실천을 위한 제언
4.'유머 리더십' 을 위한 3단계 훈련
1. <1단계> 수집과 전달- 모방단계
1단계의 목표와 중요성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메모와 용기가 1단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전달효과를 높여주는 세 가지 요소
2. <2단계> 가감과 변형- 응용단계
2단계의 목표와 중요성
기존 유머의 응용사례1:발상 따라하기
기존 유머의 응용사례2: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3. <3단계> 생산과 활용- 창조단계
3단계의 두 가지 차원 : 즉흥 유머와 준비된 유머
즉흥유머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
리더에게는 준비된 유머가 필요하다
유머창조에 도움이 되는 3가지 기법
자랑스런 한국인이 만든 최신 걸작유머 5가지
부록 : 리더가 알아야 할 지구촌의 유머 특성
1. 몸짓(제스처)이 통해야 유머도 통한다
제스처의 활용도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같은 제스처에도 정반대의 뜻이 있다
세계 각국의 '금지된 제스처'들
2. 미국의 유머
미국인과 유머
유머로 엿보는 '지퍼 스캔들'
3. 영국의 유머
영국인과 유머
유머 속에 비친 '제3의길'
4. 프랑스의 유머
프랑스인과 유머
유머에 담긴 풍자와 우월의식
5. 독일의 유머
독일인과 유머
독일식 정치유머, '콜 시리즈'
6. 러시아의 유머
러시아인과 유머
유머로 달래는 정치적 불만
7. 중국의 유머
중국인과 유머
유머에 스민 '만만디' 정신
8. 브라질의 유머
브라질인과 유머
발상이 돋보이는 유연한 '삼바' 유머
제1장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훌륭한 리더는 훌륭한 유머리스트' 라는 것은 전 세계의 수 많은 지도자들을 통해 거듭 확인된 역사적 진실이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혹시 리더십과 유머 사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 함수관계의 내용은 무엇이고, 출발점은 또 어디인가?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라는 1장의 '신리더론'은 바로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있다.
1. 빛나는 리더에겐 빛나는 유머가 있다.
("좀 웃으시오. 그리고 부하 들에게도 웃음을 가르치시오."- 윈스턴 처칠)
웅변을 대신하는 리더의 유머
리더에게는 자기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미사여구나 전문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또 말을 길게 한다고 해서 더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현대의 과학 기술이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작은 반도체나 CD에 담아 내듯이. 유능한 리더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무수한 말들을 간결하게 요약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유머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경기 침체(recession)는 이웃이 실직했을 때. 불황(depression)은 내가 실직했을 때. 경기 회복(recovery)은 카터가 물러 났을 때."
이것은 1980년에 대통령 선거에 나선 fp이건이 청중들 앞에서 했던 말이다. 이 한마디의 유머 속에는 실로 많은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다.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기준, 그리고 '경기 침체는 카터의 무능함 때문' 이라는 신랄한 비판. 그것이 카터에게 그 어떤 논문이나 웅변 보다도 날카로운 화살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바로 이것이 유머가 갖는 탁월한 표현 기능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배재학당에 압학할 때, 미국이 선교사 앞에서 구술 시험을 치렀다.
선교사가 묻는다.
"어디에서 왔는가?"
"평양에서 왔습니다."
"평양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8백 리쯤 됩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공부하지 않고, 왜 먼 서울까지 왔는가?"
그러자 도산이 선교사의 눈을 응시하며, 반문했다.
"미국은 서울에서 몇 리입니까?"
"8만 리쯤 되지."
"8만리 밖에서도 가르쳐 주러 왔는데, 겨우 8백 리 거리를 찾아 오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구술 시험이 끝났고, 도산은 배재학당에 합격했다.
도산은 물론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기울어 가는 국운, 청년 세대의 임무, 그리고 자기의 윈대한 포부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는 짤막한 말로 그 모든 것을 정확히 표현했다. 그건 단순히 8백리가 8만 리보다 가깝다는 뜻 만은 아니다. 선교사들이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서울까지 온 이유가 있듯이, 자기에게도 배움의 길을 떠나 온 분명하고도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불과 열네 살 나이에 이런 속 깊은 유머를 구사했던 도산이 훗날 민족의 지도자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의 정치 지도자 클레망소에게 신문 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본 정치가 중에서 누가 가장 최악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자 클레망소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싶은 순간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이것 역시 많은 의미를 한 마디에 담고 있는 경우다. 클레망소는 '누구는 이래서 나쁘고, 누구는 저래서 나쁘고...' 라는 말을 구구 절절이 늘어놓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유머에는 갈수록 타락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 깃들어 있다. 영원히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할 정도라면, 대체 그 타락의 끝은 어디일까? 그러고 보니 문득 그것이 프랑스 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IBM의 창설자인 톰 왓슨이 회장으로 있을 때, 한 간부가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을 벌였다가 1천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손실을 냈다. 왓슨에게 불려 들어 온 간부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저의 사표를 원하시겠죠?"
그러자 왓슨이 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IBM은 자네의 교육비로 무려 1천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말일
세."
아이아코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관한 클린턴의 자문을 맡았을 때, 대통
령으로부터 시행 일정에 관한 약속을 받아 낼 필요가 있었다. 두 번이나 일정에 대해 물었는데도 클린턴이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자, 조바심이 난 아이아코카가 세 번째로 같은 질문을 했다.
"일정은 어떻게 할까요?"
질문을 받은 클린턴이 아이아코카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대답했다.
"그건 알아서 하라고 두 번이나 말했잖소. 당신은 다른 건 다 잘 아는데, 언제 허락을 받았는지를 모르는 것 같군요."
이 사례 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상대에게 주는 메시지는 직접적인 표현에 비해 훨씬 더 강하다. 왓슨은 부하의 실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야단을 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위로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유머러스한 한 마디 속에는 따끔한 질책과 분발을 촉구하는 격려가 동시에 깃들어 있다.
클린턴의 유머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 앞에서 가뜩이나 간장한 데다가, 클린턴이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아 몸이 달아 있던 아이아코카에게는 '아까 허락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나 '사실 난 이미 허락했다'는 식의 설명 보다 '허락해도 모르느냐?'는 가벼운 농담이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유머의 함축적인 표현 효과는 다수의 대중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드러 난다.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바로 포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면서도 옛 정치인들과의 뚜렷한 차별성을 제시하지 못했던 그는 취임식 서두에 다음과 같은 한 마디로 수 억의 미국인 들을 웃게 만들었다.
"나는 링컨이 아니라, 포드일 뿐입니다."
'포드'와 '링컨'은 사람의 이름인 동시에, 자동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고급승용차 링컨에 대중 승용차 포드를 빗대서 정치가로서 자기의 대중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 절묘한 유머가 그에게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 연설은 아니지만, 자기의 정치적 성향이나 포부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정치인 들은 이처럼 대중연설을 할 때, 재미 있는 유머로 좌중을 사로 잡으며 전달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포드의 다른 말은 다 잊어도 자기들을 웃기게 만든 그 한 마디 만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연설만 하면 괜히 분위기가 엄숙해지거나 아니면, 전투적으로 격양되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 비교해 보면, 외국의 유권자 들은 최소한 한 가지의 복을 더 타고 난 셈이다.
반전을 이끌어 내는 리더의 유머
리더는 많은 사람 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만큼, 공격이나 비난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리더로서의 권위는 결정적으로 손상 받게 된다.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그것을 반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때 유머를 활용하면 직접적인 대응 보다 훨씬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이 의회에서 한 야당 의원으로부터 이런 비난을 받았다.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 인격자요."
그러자 링컨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만일 나한테 얼굴이 두 개라면, 왜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이면 이 얼굴을 갖고 나왔겠습니까?"
링컨은 미국 정치사상 손꼽히는 추남이다. 삐쩍 마른 몸에 껑충한 키, 그리고 못생긴 얼굴... 그의 턱 수염이 어느 초등학생의 충고에 따른 '얼굴 위장술' 이었음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그의 외모에 대해 시비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스스로 자기의 외모를 유머의 소재로 활용하곤 했다. 못 생긴 얼굴을 내세워 '나는 이중 인격자가 아니다.' 라고 맞받아치는 링컨 앞에서 야당 의원은 아마 더 이상 공격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케네디 역시 유머를 통한 반전에 남다른 능력을 지녔던 사람이다. 그가 43세의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입후보했을 때,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닉슨이었다. 당연히 선거의 쟁점은 '경륜이냐, 패기냐?' 로 모아졌고, 닉슨은 거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거 기간 내내 케네디를 '경험 없는 애송이' 로 몰아 부쳤다. 이에 대해 케네디는 어느 연설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이번 주의 빅 뉴스는 국제 문제나 정치 문제가 아니라, 야구 왕 테드 윌리엄스가 나이 때문에 은퇴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것은 무슨 일이든 경험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케네디의 당선이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이 유머를 통해 닉슨의 '애송이론' 에 대한 통쾌한 반격을 가했던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차피 유권자들이 경륜과 패기의 장단점에 대해 나름의 판단 기준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장황한 반론은 그리 큰 효과를 갖기 힘들다. 그것 보다는 야구 왕의 은퇴 소식을 이용해서 '노장의 한계'를 유머러스하게 부각시키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똑 같은 상황에서 반대의 효과를 본 사람이 바로 레이건이다. '84년 대선 때 레이건과 측근 들은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늙었다'는 대중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선거전의 가장 큰 과제라고 판단했다. 경쟁자인 먼뎅리 후보가 줄곧 레이건의 '고령'을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그 공격을 맞받아쳤을까? 다음은 후보들의 TV토론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이다.
먼데일: "대통령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레이건: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먼데일: "그게 무슨 뜻입니까?"
레이건: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 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레이건은 이 한 마디로 삽시간에 미국 전역의 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먼데일이 집요하게 제기하는 나이 문제를 절묘하게 상대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선거 이후의 평가에 의하면 이 유머는 레이건의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닉슨의 '애송이론'을 받아친 케네디의 유머와 먼데일의 '퇴물론'을 뒤집은 레이건의 유머. 이 두 개의 일화는 유머의 극적인 반전 효과를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할 것이다.
이번에는 로버트 케네디 상원위원의 예를 살펴 보자. 이 젊은 상워위원은 미국 정치의 명 가문인 케네디 가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었지만, 아버지가 부와 권세를 지닌 대부호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유권자들에게 능력 보다 '빽'이 더 부각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자들은 종종 그를 '아버지의 후광에 위존하는 철부지'로 매도하곤 했다.
어느 날 한 신문에 그에 대한 가십성 폭로 기사가 실렸다. 케네디 가의 지나친 사치 행각을 비난하는 그 기사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케네디 상원의원의 여동생이 결혼할 때, 그의 아버지는 결혼 비용으로 무려 1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썼다. 케네디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의 한 직원이 이런 사실을 웃으면서 말해 주었다."
기사가 나온 직후 많은 신문기자 들이 케네디에게 달려 가 사실 여부를 캐물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터무니 없는 사치 행각으로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몹쓸 가문'의 후예가 될 판이었다. 그러나 케네디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조작'이라느니 '모함'이라느니 하며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한 말은 오직 이 한 마디였다.
"그 기사는 완전히 엉터리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 회사의 직원들 중에는 웃는 사람이 없거든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신문 기사의 사실 여부가 아니다. 혹은 케네디 아버지의 회사 직원들이 잘 웃느냐, 안 웃느냐 따위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자기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폭로 기사 앞에서 케네디가 보여 준 대응 방식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 들에게는 늘상 이런 저런 음해와 루머들이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어떤 사람은 길길이 날뛰며 흥분하고, 어떤 사람은 장황하게 해명을 늘어 놓으며, 또 어떤 사람은 寸鐵殺人(촌철살인)의 유머로 멋들어지게 상황을 반전시킨다. 그런 차이가 곧바로 대응 효과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것은 또한 리더로서의 능력의 차이이기도 하다. 흥분파는 삼류 리더요, 해명파는 일류 리더다. 그것은 마음의 여유와 핵심을 짚는 능력과 표현 능력 등을 두루 갖춰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유난히 흥분 잘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능력 있는 리더가 없다는 사실의 반증이 아닐까?
희망을 만들어 내는 리더의 유머
리더의 가장 큰 임무는 사람 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자기 자신이 먼저 희망을 잃지 않는 낙관적인 심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쉽게 절망하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유능한 리더가 될 수는 없다. 리더에게 필요한 낙관주의는 유머리스트의 기본과도 일맥 상통한다.
"좀 웃으시오. 그리고 부하들에게도 웃음을 가르치시오. 웃을 줄 모른다면 최소한 빙글거리기라도 하시오. 만일 빙글거리지도 못한다면 그럴 수 있을 때까지 구석으로 물러나 있으시오."
이것은 처칠이 1차대전 때 폭탄이 떨어지는 전장의 참호 속에서 부하 장교들에게 했던 말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전쟁터에서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처칠의 생각이야말로 그를 위대한 리더이자 탁월한 유머리스트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처럼 유머와 낙관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기에 그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영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루즈벨트 역시 그런 점에서는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재임시절에 단 한번도 초조해 하거나 낙담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거기엔 두 개의 중요한 비결이 있었다. 하나는 남다른 낙관주의, 그리고 또 하나는 그것을 세련된 유머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다음은 루즈벨트와 어느 신문 기자의 대화 내용이다.
"걱정스럽다든가 마음이 초조할 때는 어떻게 마음을 가라 앉히십니까?"
"휘파람을 붑니다."
"그렇지만 대통령께서 휘파람을 부는 것을 들었다는 사람이 없던데요."
"당연하죠. 아직 휘파람을 불어 본 적이 없으니까."
이 유머에는 루즈벨트의 여유와 배짱, 그리고 낙관주의가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가 군인 시절에 모든 미국인들로부터 '국민 영웅'으로 추앙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정치와 외교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노벨 평화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렇듯 굳건한 심성과 뛰어난 유머 감각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유머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 시킨 인물로는 레이건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조디 포스터의 '스토커'인 힝클리로부터 저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을 때 전국이 상심과 불안에 휩싸였고, 국민들은 매 시간 흘러 나오는 뉴스에 초조하게 귀를 귀울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레이건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전혀 여유를 잃지 않았으며 오히려 유머로 의료진과 측근들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전쟁터에서, 수술대에서, 심지어는 단두대 위에서라도 마르지 않고 흘러 넘치는 여유와 유머, 그것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리더의 자산이며, 하나의 조직을 희망으로 이끌어 가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하비 콕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웃음은 희망의 최후의 무기다."
2. 리더십과 유머의 근본은 같다.
("운명과 유머는 같이 세계를 지배한다." - 라 로슈푸코)
리더십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하다.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연구의 내용이나 결론도 여러 가지로 나타 난다. 특성적 접근, 행동적 접근, 규범적 접근, 혹은 상황론적 어프로치 등등. 하지만 그런 딱딱하고 복잡한 용어들을 최대한 생략하고 간략히 말한다면, 리더십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리더십이란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의 목표 지향적 행동을 촉진시키며, 조직의 유지와 문화의 창출의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이것을 요즘의 '슬림화' 추세에 맞게 더 간략히 줄이면, '타인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 이 된다. 이처럼 집단 내에서의 영향력을 따진다는 점에서 리더십은 지식이나 화술 같은 개인적 능력과 구분된다. 또 개인의 출세가 아닌 집단적 효과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처세술' 과도 구분된다. 리더십이란 조직과 떨어져서는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조직 활동 속에서만 발휘되고 평가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은 과연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면 경험이나 노력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까? 간단한 산수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분야에 다향한 학설이 존재하듯이, 여기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여러 가지 주장이 있어 왔다. 선천론, 후천론, 그리고 '이원론' 에 이르기까지... 그 중에서 대표적인 주장들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지도자의 소질이란 타고 난 천성에 따른다. 그것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군주론>의 저자)
"정신 분열자만 아니라면 누구든 데려 오라. 그러면 그를 지도자로 만들어주겠다." (데이브 파머/전 미국육군사관학교 교장)
"지도자란 천부적 재능을 갖춘 사람이 풍부한 훈련과 경험을 쌓았을 때 태어 나는 것이다." (H.A. 사이먼/조직론 전문가)
물론 필자는 마키아벨리의 손을 들어 줄 생각은 꿈에도 없다. 사람의 천성 중에 리더십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게놈 프로젝트' 가 끝나고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벽하게 밝혀지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일 리더십이 선천적인 것이라면 세상의 수 많은 리더십 연구기관이나 교육 센터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하고, 이 책도 이 쯤에서 그만 써야 한다.
사이먼 역시 '천부적 재능' 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마키아벨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분이 세습되던 중세라면 모를까, 현대사회에서 천부적 리더십을 대대로 유전시키는 '리더 가문' 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위대한 리더들에게 그런 재능은 징표 - 이를 테면 뇌의 특정 부위가 별(star)모양으로 생겼다거나 - 가 있다는 보고서도 아직 나온 바 없고, 리더십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설사 사람 마다 조금씩 재능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후천적인 노력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는 없다.
타고난 재능의 성공을 좌우하는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와는 달리, 리더십은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개발과 발전이 가능하다. IQ나 음감, 미적 감각, 골격 따위는 리더십에서는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인드다.
후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고 해서 리더십을 단순한 '테크닉' 으로 여기면 안된다. 만
일 리더십이 테크닉에 불과하다면 기업이나 국가에서 리더를 선발하는 절차는 매우 간
단해질 것이다. 위드프로세서 기능시험처럼 '국가공인 리더십 기술고시'를 치르면 될 테
니까 말이다. 3급 리더 자격증 소지자는 대리, 2급은 과장, 1급은 부장, 2급 중 상위 몇
퍼센트는 이사... 그렇게 되면 대통령 자리는 당연히 전국수석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은 결코 그런 식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경형하고 조직
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어찌 운전이나 전자오락처럼 단순한 테크닉만
으로 이루어지겠는가. 컴퓨터 전성시대인 지금도 '슈퍼 컴퓨더' 의바둑실력은 이창호는
고사하고 기껏해야 동네 바둑의 평균치인 6~7급 수준의 머물러 있다. 그것만 봐도 기술
이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수 없음이 명확한데, 하물며 두뇌와 오감과 때로는 육감까지
사용해야 하는 리더십임에랴.
그런데 세상에는 리더십을 테크닉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더 큰 문제는
그들 중의 산당수가 현재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
이 생각히는 '리더의 기술' 이란 대개 이런 것이다. 결재서류의 내용을 얼마나 빨리 파
악하는가, 부서회의를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하는가, 부하들의 근무태도를 얼마나 확실
히 파악하는가 등등.
확실히 그런 능력들은 리더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건 리더십이 아니
라 '실무적 노련함'일 뿐이다. 설사 자기분야에 대한 탄탄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얘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리더십은 결코 이론이나 실무능력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엔 이론에 능통하면서도 부하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간부들이
수두룩하고, 또 실무적으로 '쌈빡' 하면서도 후배들에게 미움 받는 '왕따' 상사들도 얼마
든지 있다.
그런 '테크니션' 들은 심하게 말하면 영혼이 없는 로봇과 같다. 다시 말하면 '리더로
서의 마인드'는 없고 상급자로서의 테크닉만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필요한
마인드란 과연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역시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일
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막스 베버: 열정, 책임감, 비전 제시 능력
닉슨: 지성, 용기, 노력, 의로움, 통찰력, 의지, 판단력
손자: 지, 신, 인, 용, 엄
그 밖에 자주 나오는 단어: 진실성, 자신감, 희생정신, 낙관적 사고...
바로 이런 것이 리더에게 필요한 마인드의 내용이다. 생각해 보라. 열정과 결단력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그리고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지 않고 오로지 '업무적' 으
로만 대하는 사람이, 회의 진행을 한국에서 제일 잘하고 근태관리를 지구에서 제일 잘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이론에 밝다거나 자기 부서의 영업
실적이 우수하다고 스스로를 유능한 리더로 여긴다면 그건 엄청난 착각이다.
실적이나 근태관리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곧바로 그를 유능한 리더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이를테면 시험 성적을 잘 올려주는 학원강사와, 학생들
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의 차이와 같다. 윗사람에게 총애를 받으려면 실적만 높이면 되겠
지만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리더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리더로서의 마인드를 확실히 갖
춰야 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니다. 리더십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켜서 그들로 하
여금 스스로 조직의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고도의 능력이다.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조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명령하기 전에 그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
다. 그것은 '리더십=테크닉' 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리더에게 걸맞는 마인드
를 갖출 때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직책이 리더십을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리더십에 대한 또 하나의 흔한 오해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것이다. 아무리 평
범한 사람이라도 일단 어떤 자리에 앉아서 권한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리더로서의 능력
을 습득하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온 세상의 과학자를 다 동원해도
주인에게 리더십을 만들어주는 요술의자를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하나의 일화를 보자. 포드의 뒤를 이은 카터는 재임시절에 미국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었다. 취임 이후 지지도가 끊임없이 바닥을 맴돌자
고민해 빠진 카터는 '여론 수렴'을 시작했다.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서 국정
에 필요한 조언을 구했던 것이다. 그때 대통령을 면담했던 한 주지사가 이런 충고를 했
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미국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핵심은 명확하다. 일국에 리더인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카터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무런 방향제시도
없고 지도력이나 통합력도 없이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집무'에만 파묻혀 있으니 국민들
이 이런 대통령을 믿고 신바람을 낼 리가 없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백악관에 놓인
의자도 제 주인에게 리더십을 불어넣어 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런대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리더
십을 '권한 행사'와 혼동하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의 간부에게는 그 자리에 앉으므로써
생겨나는 이런저런 권한들이 있다. 따라서 권한의 크기와 리더십의 크기 사이에는 아무
런 비례관계가 없다.
무능한 간부는 권한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모른다. 단지 자기의 권한을 기계적
으로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하에게 명령할 수는 있어도 이끌어내지
는 못한다. 또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는 있어도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
어 내지는 못한다. 그들은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한다. 결국 위의 명령을 아래로
전달하고 아래의 생각을 위로 전달하는 '중개사' 역할이 그들이 하는 일의 전부가된다.
직책이 리더십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 직책이 만들어주는 것은 단지 거기에 따르는
권한일 뿐이다. 능력과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그 권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자리에
걸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백년을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실무형 관리자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권한에 당연히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건 어떤 의미에서 '책임 방기'라고 할수도 있다.
진정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직책이 리더십을 만들어준다. 안이한 사
고방식을 버려아 한다. 달리 말하면, '나도 자리 하나만 꿰차면 얼마든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뜬구름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리나 명패는 결코 리더십을 만들어
내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그걸 증명한다. 부실기
업에도 총수 자리와 간부자리는 분명히 있었고, 외환위기가 닥칠 때에도 청화대와 정부
각 부처엔 그야말로 무수한 자리들이 있지 않았던가.
무능한 리더는 권력으로 통제하고 유능한 리더는 권위로 다스린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최소한 자기가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무능한
리더들 중 상당수는 자기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실제로 하는 일은 단
순한 관리에 불과한데도 스스로를 꽤 유능한 리더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
건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을 '리더십의 힘'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부하들이 자기에게
공손한 건 단지 자기가 상급자이기 때문임을 망각한채로.
이같은 착각의 정도는 간부의 능력에 정확히 반비례한다. 지도력이 뒤떨어지는 간부
일수록 리더십보다는 정해진 규율에 의존하여 조직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려 하기 때문
이다. 그러면 조직원들은 적어도 눈앞에서는 최대한 깍듯하게 윗사람을 모시게 된다.
그리하여 부하들이 자기 발소리만 듣고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능한 간부들
은 자아도치에 빠진다. 아아, 난 정말로 탁월한 리더가 틀림없어...
그런 사람이 이끄는 조직에서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악순환이 일어난다. 간부는 매사
를 강압적으로 처리하고, 부하들은 그의 권력이 두려워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결국
간부는 '내가 하는 일은 뭐든지 옳다' 고 굳게 믿어버린다. 그 악순환의 끝은 명확하다.
리드는 없고 지시와 통제만 있는, 그리하여 일체의 의사소통이 마비된채 권력만이 횡행
하는 살벌한 조직.
권력에 의존하는 간부에게는 보청기가 필요하다. 그러면 보이지않는 곳에서 난무하는
부하들의 불평과 욕설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복종을 경배로 착각하며 스스로
를 훌륭한 리더라고 여기는 나르시스트들은 잠시 시간을 내서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을 읽어보는 게 좋다. 짬이 않 난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한 구절만이 라도.
"개도 권력을 주면 복종을 받을 수 있다." - <리어왕> 제4막 5장
이와 달리 유능한 리더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며 권력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그들에
게는 무능한 리더들이 갖고 있지 못한 중요한 재산이 있기 때문이다. 부하들이 자기를
믿고 따르고 존경하게끔 만드는 능력, 모든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의 핵심요
소, 그것은 다름아닌 리더로서의 '권위' 다.
권력과 권위는 다르다. 권력은 위로부터 행사하는 것이지만 권위는 아래로부터 부여
되는 것이다. 권력은 직책에서 나오지만 권위는 능력에서 나온다. 권력은 복종을 이끌
어내지만 권위는 존경심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리더십 없는 권력은 존
재할 수 있어도 리더십 없는 권위는 존재할 수 없다. '권위주의'란 권력만 있고 권위가
없는 지도자가 힘으로 그 결함을 메꾸려고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권위주의자는 자기의 권위-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가 손상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게 무너지는 순간 자기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권위를 지닌 리더는 형식적인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의 권위는 근엄한 표정이나
딱딱한 말투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링컨의 일화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링컨이 백악관에서 송수 구두를 닦고 있었다. 한 방문객이 구것을 보고 놀란 표정으
로 물었다.
"아니, 대통령이 자기 구두를 직접 닦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자 링컨이 웃으며 대꾸한다.
"그럼 대통령은 남의 구두를 닦아줘야 합니까?"
국가원수의 이런 소탈함은 우리로서는 정말 달나나 깉은 얘기다. 우리는 과거에 목에
진뜩 힘을 준채 '나는...'이나 '본인은...' 으로 시작되는 연설문을 읽는 딱딱한 표정의 대
통령만을 봐 오지 않았던가. 그들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들이 얼
마나 마구잡이로 권력을 휘둘렀는지 생각해 보면, 그리고그 중에 한 명이라도 국민들로
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지도자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무능한 지도자일수록 권력남용
과 권위주의에 쉽게 빠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능한 리더는 매사를 권력으로 통제한다. 그러나 유능한 리더는 권위로 조직원들을
다스린다. 그것은 독재적 리더십과 민주적 리더십의 차이요, '넘버 쓰리' 리더십과 일류
리더십의 차이다. 혹시 부하들이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무조건자기의 리더십을 과신하
는 간부가 있다면, 그것이 과연 권력 때문인지 아니면 권위 덕분인지 한번쯤 곰곰이 생
각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의 조건과 유머리스트의 조건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유머의 상관관계를 간략히 밝혀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미리 말한다면 리더십과 유머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열매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과 유머리스트에게 필요한 자질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정확히 일치
하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마인드가 필요하듯 유머리스트에게도 마인드가 필요하다. 필자는 <성공하
는 리더를 위한 유머기법 7가지> 라는 책에서 유머리스트의 마인드로 따뜻한 마음, 여
유있는 마음, 아량과 포옹력, 세상만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열정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런 마인드가 없다면 제아무리 기발한 '말빨' (=테크닉)을 갖고 있어도 좋은 유머리스트
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의 마인드를 리더의 마인드에 하나씩 대입해 보
자.
1. 따뜻한 마음은 모든 리더가 갖춰야 할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부하를 따뜻하고 진
실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은 실무나 술수에는 능할지 몰라도 팔로워십(followership)을
얻어낼 수는 없으며 당연히 권위를 획득할 수도 없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동시에 지녀야 하는 것이다. 그게 뒤바뀌면 가슴이 차가
운 폭군이 되거나 머리가 뜨뜻미지그한 얼간이가 된다.
2. 여유로움 역시 리더의 필수덕목이다. 유능한 리더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
나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침착함을 지녀야 한다. 부하들 앞에서 평정을 잃고 흥분하
는 순간 리더의 권위는 흔들리게 되며 한번 무너진 권위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리더는 부하들을 통제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제해야
하고, 그것은 항상 여유있는 마음을 유지할 때만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3. 아량과 포용력은 조직 내부의 커뮤케이션에 필수적이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자기와 다른 견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절대 이루
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유머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재미없는 유머에도 기꺼이 웃어줄 줄
아는 유머리스트의 아량은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 조직적 커센서스(consensus:
합의)를 만들어야 할 리더에 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4. 세상만사에 대한 관심은 리더가 갖춰야 할 지성의 밑거름이 된다. 리더가 모든 분
야에 능통한 팔방미인일 필요는 없지만 무식한 사람은 결코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
행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리더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세상
을 향해 오감을 열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요구하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
고, 결국에는 조직을 망가뜨리거나 아니면 부하들 앞에서 눈만 멀뚱거리는 무능한 지도
자로 전락하고 만다.
5. 열정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열정이 없으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고, 설사 제시한다고 해도 앞장서서 조직원들을 리드할 수 없다.
또 시련이 닥쳤을 때 그걸 헤쳐나갈 의지와 용기도 생겨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결국은
부하들 사이에서 자신감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 한 지도자로 낙인찍혀 버린다.
권위는 고사하고 주어진 권력마저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최악의 지도자가 되는 것
이다.
물론 리더에게 필요한 마인드가 이 다섯 가지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
더의 조건과 자질을 열 가지로 나열하든 3천 가지로 나열하든 결국엔 가장 기본적인
몇 개의 요소로 귀결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앞의 다섯 가지 마인드는 어
떤 경우에도 결코 빠질 수 없는 리더십의 '엑기스' 임이 분명하다. 이 중에서 한 가지라
도 모자라는 사람은 다른 모든 요소를 다 갖추었더라도 유능한 리더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은 '리더=유머리스트' 라는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리더
십과 유머는 비록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마인드에서 출발하고 있
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유머리스트는 리더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고, 유능한
리더는 유머구사력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D.A. 벤턴이 <그들은 어떻게 최고경영자가 되었을까?>라는 책에서 일류 기업인들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유머감각'을 든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3. 리더를 분류하는 6가지 방법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그 사람을 지도자로 세상이 인정하느냐는 것이
다."- 앙드레 모루와)
똑부,똑게,멍부,멍게
최근에 출간된 간부론이나 리더십 과련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분류법이다. 무든 리더
를 똑똑한 리더와 멍청한 리더, 그리고 부지런한 리더와 게으른 리더로 나눈 다음 서로
조합하여 네 개의 유형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똑부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이론에 능통하고 실무에도 밝다.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
니 부하들 역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유형은 업무에 대한 간섭이 심
할 뿐 아니라 자기의 판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부하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여지를 별로 남겨주지 않는다. '내 사전에 위임은 없다' 는 것이 이들의 신조다. 당연히
인기가 없다.
2. 똑게
똑똑하긴 하지만 게으른 리더. 전문적인 지식이 풍부하고 업무파악도 정확한 편이나
게을러서 주요 업무를 부하들에게 모두 떠넘긴다. 부하의 입장에서 볼 때 일이 많고 귀
찮기는 하지만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면 성장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신세대
사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유형이다.
3. 명부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리더. 부라들이 제일 싫어하고 기피하는 유형이다. 업무에 개해
아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부니런만 떨기 때문에 걸핏하면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 그 일
이 쓸데없다고 판명나면 즉시 또다른 불필요한 일을 시작한다. 이런 사람의 밑에 있으
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도무지 성과나 보람이 없다.
4. 멍게
멍청하고 게으른 무사안일의 표본. 아는 것도 없고 일도 안한다. 부하들의 입장에서
는 몸 편하고 마음 편한 유형이다. 가끔 시키는 일이 있으면 적당히 시늉만 낸 다음 전
문용어를 써서 둘러대면 그만이고, 그나마 지시사항이 없을 때는 그냥 시간만 때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사람 밑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똑같은 멍게로 변하기
쉽다.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의식적 똑게' 가 되라는 것이다. 능력을 갖추되 가능하
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지 말고 부하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라는 얘기다. 똑게는 게으름
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부하들에게 인기가 있는 유형이지만 그같은 부하들의 심리를
잘 활용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아랫사람의 능력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자형, 여우형, 멧돼지형, 곰형, 하이에나형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에 따른 분류다. 각각의 동물들이 지닌 특징적 이미지가 간부
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1. 사자형
위엄과 능력과 추진력을 동시에 갖춘 유형이다. 확고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며 자
기 영역의 업무에 대해서는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 따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부하들을
자기처럼 유능한 인물로 키울 수 있는 교육적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느긋해 보이지만
실제고는 예민하며 샤프하다. 불필요한 언행은 전혀 하지 않으며 공연한 허세를 부리지
도 않는다.
2. 여우형
잔꾀에 능하고 원칙보다는 변칙적인 술수나 책략을 즐겨 사용한다. 윗사람에게는 하
염없이 굽실거리지만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가차없이 물어뜯는 비열한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처세가 능란하고 계산이 빨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적당한 규모의 조직을 거느릴 수는 있지만 대성하기엔 역부족이며, 그약삭빠름으로 늘
비난의 대상이 된다.
3. 멧돼지형
일을 시작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무대뽀' 형이다. 저돌적이기는 핮지만 주
변을 살피고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나 여유가 없다.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본
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며, 흥분하면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걸핏하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다. 부하들이 좀처럼 접근하기 힘들고 위에서도 통제하기 힘든 처치곤란의 스타
일이다.
4. 곰형
우직하되 미련한 스타일이다. 어지간해서는 일에 속력을 내지 않으며 좀처럼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기분이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며 당연히 커뮤니케
이션에도 많은 장애요소를 안고 있다. 뚝심은 강하지만 샤프한 구석이 없기 때문에 상
황변화에 둔감하다. 함께일하는 사람들을 답답하고 숨막히게 만드는 유형이다.
5. 하이에나형
말 그대로 '조직의 하이에나'다. 늘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며 뭔가 찾아먹을 것이 없
는지 눈과 머리를 굴리는 스타일이다. 사자가 되기엔 능력이 모자라고 여우가 되기엔
지혜가 모자라 늘 어설픈 위치에 머무른다. 윗사람에게 신뢰받지 못하며 아랫사람들에
게도 왕따 취급을 받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라고 말할 수 있다.
독재형, 민주형, 우유부단형
조직 내부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에 따른 분류다.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가, 그리
고 제대로 활용하는가 여부가 모두 포함된다.
1. 독재형
모든 업무를 독단적으로 계획하고 지시하고 관리하는 스타일이다. 오직 자기만이 옳
으며 남들의 생각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식의 독불장군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사람들을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아예인졍하지 않으며, 아랫사람들에게 복종
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역시 윗사람들에게 철저히 복종한다. '상명하복'을
조직의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에 조금만 눈에 거슬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원리원
칙'을 내세우며 제재와 징벌을 가하게 된다. 일이 복잡해지고 조직이 커지는 것에 비례
하여 권력을 휘두르는 정도도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2. 민주형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고 매사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이다. 자기의 머리
속에 완벽한 계획이 있더라도 절대 일방적 지시나 선언은 하지 않으며, 반드시 조직원
들의 공감과 지지를 확보한 뒤에 업무에 착수한다. 민주형 리더는 반대의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부하들의 직언을 경청하는 아량이 있으며, 토론과 설득을 통해서 충분한
컨센서스(합의)를 이루는 끈기 또한 지니고 있다. 주관이 강하고 견해를 하나로 집야시
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의견이 분분해도 흔들거리거나 갈팡질팡하지 않는다.
이런 스타일은 부하들의 업무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데 남다른 장점이 있으며,
당장은 업무의 진행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효과를 낼 수 있
다.
3. 우유부단형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는 하되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스타일이다. 한 사람의 간
부가 민주형이 되느냐 우유부단형이 되느냐는 스스로 자기의 견해를 생산해내는 능력
이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부하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다.
민주형 리더는 케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발언과 청취를 동시에 수행하지만 우유부단형
은 오로지 청취만을 할 뿐이다. 뚜렷한 소신이 없으니 필요한 순간에 결단을 하기 힘들
고, 당연히 설득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목소리 큰 부하들에게 리드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유부단형 리더는 독재형의 장점과 민주형의 장점 중에서 어느것 한가지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외형적인 일사불란함도 없고 내용적인 컨센서스도 없기 때문
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하들에게 '사람이 좋다' 는 평은 들을 수 있지만 유능하다는 평
은 들을 수 없다.
녹음기형, 확성기형, 믹서기형
상부의 지시나 질책, 의견 등을 조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따른 분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간부는 자기가 다스리는 조직의 리더인 동시에 언제나 더 큰 조
직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녹음기형
윗사람에게서 들은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아랫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스
타일이다. 심지어는 표정이나 말투, 제스처까지 똑같이 전달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것
이 있다면 맨 앞에 이런 표현이 하나 추가 되다는 점이다. 사장님 가라사대, 또는 이사
님 왈...
당사자는 '충실한 전달'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똑같은 사안이라
도 사장이 부장에게 하는 지시와 과장이 평사원들에게 하는 지시가 같을 수는 없다. 전
자는 전략적 목표를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전달되어야 하고 후자는 조직원들의 경험이
나 능력, 업무내용 등에 맞게 구체적으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을 정확히 전
달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내용이나 형식을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전달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녹음기형은 대개 메모에 충실하다. 하지만 적절한 변형이나 첨가가 없이 단지 똑같이
전달하기 위한 메모라면 차라리 진짜 녹음기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이런 사람들이 제
대로 된 리더십을 갖지 못하고 윗분들의 충성스런 '딸랑이'가 도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2. 확성기형
윗사람의 지시나 질책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서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자기
의 기분이나 판단에 따라 종종 상부의 생각을 왜곡해서 전달한다. 확성기형의 입을거치
면 '가급적 빨리' 는 '지금 당장' 으로, '약간의 문제'는 '심각한 차질'로, 그리고 '좀 더
열심히'는 '야근준비'로 바뀐다. 만일 야단을 맞고 온 경우라면 그 변질의 폭은 휠씬 더
커지게 마련이다.
확성기형은 대개 윗사람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약
간만 꾸중을 듣거나 심각한 말을 들으면 그것이 자기에게 미칠 여파를 걱정하게 되고,
그 결과가 자연히 아랫사람들에 대한 닥달과 돌촉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
기가 그렇듯이 부하들도 자기를 두려워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권위주의형 간부들 사
이에서 확성기형이 흔히 발견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3. 믹서형
나름의 판단에 따라 상부위 말을 적절히 변형시킬 줄 아는 스타일이다. 물론 그것은
왜곡이나 변질과는 다르다. 지시를 받았다면 그것을 조직원들의 상황에맞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꾸지람을 들었다면 그것을 구성원들의 책임 정도에 맞게 가감해서 전달한다.
그렇게 해서 같은 내용이라도 전달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믹서형의 장점이다.
믹서형 간부가 되려면 일단 윗사람이 하는 말의 요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있
어야 한다. 믹싱을 한답시고 괜히 엉뚱한 내용을 전달했다가는 차라리 녹음기형보다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상부의 생각을 잘못 알아들었다면 그 사람
은 믹서형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간부가 된다. 다름아닌 '사오정형' 이다.
믹서형은 또한 부하들의 상황과 심리, 그리고 능력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
어야 한다. 듣기를 잘해도 말하기를 잘못하면 그건 정확한 의사전달이라고는 할 수 없
다. 듣는 사람의 처지에 맞는 의사전달. 바로 그것이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믹싱의 열
쇠다.
목불인견형, 독야청정형, 유능제강형
유머감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른 분류다. 리더의 유머감각이 갖는 위력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충분히 살펴본 바 있으므로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참고로 말하
면, 여기에서 '유능제강'의 '유'는 '부드러울 유'자가 아니라 '유머 유' 자다. (물론 옥편에
는 없다.)
1. 목불인견형
유머감각은 고사하고 할 말 못할 말을 시도 때도 못 가리고 마구 내뱉는, 말 그대로
'눈 뜨고는 못 봐줄' 유형이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고함을 지
르고 심할 때는 서류나 재떨이를 집어던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부하들을 함부로
대하는 건 물론이고 부하들 앞에서 윗사람을 욕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에게서 함축적인 표현이나 절묘한 반전, 희망을 주는 유머능력 등을 찾느니 차라
리 사막에서 빙산을 찾는 편이 낫다. 가끔 유머랍시고 던지는 말도 대부분 상황에 맞지
않는 천박한 농담에 불과하다. 결국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이 아닌 쓴 웃음
만 짓게 만든다.
목불인견형 중에 유능한 인물은 없다. 자기의 감정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큰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간부 밑에서 일하는 부하들은 대개
근무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당연한 일읻. 눈 뜨고 못
봐줄 상사를 쳐다보니 않으려면 그럴 수밖에.
2. 독야청정형
개인적인 능력은 그런대로 갖추고 있지만 유머감각이라곤 털끝 만큼도 없으며 오히려
유머를 혐오하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근엄한 표정과 딱딱한 말투가 히더의 필수조건이
라고 믿는 '엄숙주의자'들이며, 은자들이 난세에 독야청정하듯 가벼운 세상에서 홀로 점
잖게 살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당연히 성향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독야청정형은 무능한 리더는 아니다. 지도자는 언행이 무거워야 한다는 한국의 전통
적 사고방식으로 보면 오히려 이런 유형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
위주의가 사라지고 조직내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진다. '과거형 리더십' 인 독야청정에 연연하
다 보면 자칮 잘 그대로 '혼자 노는' 왕따가 될 수도 있다.
3. 유능제강형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조직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스타일이다. 목불이견형의 삼류
농담과는 차원이 다른 고품격의 유머능력을 갖고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과 유머리
스트에게 필요한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바꿔서 말하면 마인드와 테크닉을 겸비한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유능제강형은 부하들을 따뜻하게 대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또
한 때와 장소에 맞는 적절한 유머로 부하들에게도 생기와 의욕을 준다. 불필요한 권력
을 휘두르지 않곧도 구성원들의 힘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며 부하들로부터 마음에서 우
러나오는 존경심을 획득한다. 피곤하고 빡빡한 조직생활을 유머로 극복하는 매력적인
리더가 바로 이들이다.
진리, 무리, 미지리
지금까지 말한 리더의 유형들을 종합하면 세상의 모든 간부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진리'(진짜리더), 둘째는 '무리'(무늬만 리더), 그리고 셋째는 자기가 리
더인 줄 아는 무리, 즉 '미지리'다. (미지리는 저 유명한 '미지공'에서 파생한 말이다. 미
지공이 '미친X 지가 공주인 줄 알아'의 준말임을 알고 나면 미지리가 무슨 뜻인지도 금
방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1. 진리
진짜 리더. 리더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춘 지도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똑게의 지혜와 사자형의 카리스마, 민주형의 의사소통 능력과 믹서형의 표현,
전달능력, 그리고 유능제강형의 유머구사 능력을 한몸에 지닌 유형이다. 부하들에게 존
경받고 윗사람에게 인정받으며 당연히 가정생활도 원만하리라고 짐작되는, 말 그대로
리더십의 '진리'를 실천하는 21세기형 간부라고 할 수 있다.
2. 무리
무늬만 리더. 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어쩌다가 간부의 자리에 앉게 된 사람이
다. 능력리 없으니 무조건 우격다짐으로 부하들을 다스리고,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진할
수 없으니 틈만 나면 윗사람들에게 무작정 굽신거린다. 당연히 조직원들에게 따돌림받
는 가련한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서 훌륭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말 그대
로 '무리'일 것이다.
'무리' 간부들은 대부분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을 모른다. 그저 '요즘 젊은 것들
은...'하는 식으로 부하들을 탓하거나 혹은 자기가 학벌이나 인맥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위로부터 푸대접을 받는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남들 탓으로 돌려버린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젊은 것' 들로부터 존경받는 리더가 얼마든지 있음을, 그리고 특별한
'백그라운드' 없이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3. 미지리
무늬만 리더이면서도 터무니없이 자기는 훌륭한 리더라고 믿는 자아도취형 간부를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의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을 리더십으로 착각하는
사람, 그리고 부하들의 복종을 경배로 착각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가 하면
아무런 근거없이 자기 편한 대로 세상을 해석하는 덜떨어진 '미지리' 들도 더러 있다.
세상에는 무능한 리더도 많고 못된 리더도 많지만 알고 보면 그 중에서도 제일 위험
한 것이 바로 미지리다. 스스로를 유능한 리더라고 믿는 까닭에 종종 오만하고 돌출적
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리더니까 모두들 날 따라주겠지... 내가 하는 일에 대
해 감히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은 없겠지... 설사 일부가 반대해도 날 따르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하는 생각들이 미지리를 위험인물로 만드는 요인이다.
무리는 자기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쓸데없이 무리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착각에 빠진 미지리는 지나친 의욕이나 그릇된 판단으로 조직 전체를 파탄으로 몰고
가기 쉽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다거나 초법적인 정책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는 것
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먼 무엇보다도 자기가 리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확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앙드레 모루와의 한마디가 좋은 지침
이 될 것이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격조건은 그 사람을 지도자로 세상이 인정하느냐는 것이
다."
4. 신 리더론:"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유머 정신이 풍부해야 한다."- 하드리 도노번)
유머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유머의 창조자가 되라
유능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가장 칸 차이 중 하느는 유머를 스스로 창조하느
냐 아니면 세간에 떠도는 유머의 대사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지도자를 등장시킨 유머
는 어느 사회에나 있지만 그것은 이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머에 자주 등
장하는 인물일수록 인기가 없고 국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
기 때문이다. 대표적이 예가 바로 러시아를 파탄으로 몰고 간 옐친일 것이다.
농촌으로 시찰을 나갔던 옐친이 발을 헛디여 오물통에 빠졌다. 한 농부가 달려와 그
를 구해주자 옐친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한테도 내가 똥통에 빠녔다고 소문내지 마시오."
그러자 농부가 옐친보다 더 심각한 표종으로 말했다.
"옐친씨, 제발 부탁이니 당신도 내가 구해줬다고 소문내지 마세요."
클린턴과 미테랑과 옐친이 식인종 추장에게 잡혔다. 추장이 말한다.
"너희들 중 좋은 헌법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살려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잡아먹겠
다."
클린턴과 미테랑은 1백 조가 넘는 헌법을 만들었지만 푸자은 만족시키지 못해 결국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러나 옐친은 단 2조짜리 헌법을 만들고도 무사했는데 그가 만든
헌법은 이런 것이었다.
"제1조, 추장은 항상 옳다. 제2조, 만일 추자이 틀렸다면 제1조를 참조하라."
클린턴과 옐친이 함께 하나님을 만났다. 클린턴이 물었다.
"언제쯤 우리 국민들이 잘살 수 있을까요?"
"20년 후에."
그러자 클린터니 흐느끼며 뛰쳐나갔다.
이번엔 옐친이 물었다.
"언제쯤 우리 국민들이 잘살 수 있을까요?"
그러자 하나님이 흐느끼며 뛰쳐나갔다.
이것은 몇 년 전에 러시아의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에 실렸던 이른바 '블랙유
머' 중 일부다.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유행했다는 이 유머들에는 옐친이 얼마나 국민들
에게 인기가 없는지, 그의 초법적 통치방식이 얼마나 원성을 사고 있는지, 그리고 러시
아의 경제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가 잘 드러나 있다. 만일 그가 유능한 리더였다면 국
민들 사이에서 이렇게까지 조롱거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유능한 리더라고 해서 그에 관한 블랙유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지
도자에겐 지지세력뿐만 아니라 반대세력도 함께 존재하기 마련이고 따라소 그를 조롱
하는 블랙유머도 늘 생겨나게 되어 있다. 다음은 미국의 대통령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
유머들이다.
카터의 기자회견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보좌관들이 모였다. 그런데 문안을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린 보좌관들이 말다툼 끝에 급기야 서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바보 멍청이야!"
"흥! 난 당신처럼 편견에 빠진 시대착오적 얼간이는 처음 본다구."
보다 못한 카터가 싸움을 말리며 이렇게 말했다.
"진정들 하시오. 당신들을 지금 너무 흥분해서 내 존재를 잊은 모양이야."
동부의 한 세일즈맨이 서부의 시골 호텔에 묵게 되었다.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취한 그가 '레이건은 꺽 말의 볼기짝처럼 생겼다' 고 떠들어대자 이 말을 들은 카우보
이 하나가 상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지금 뮈라고 했어?"
질끔 놀란 세일즈맨이 공손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난 이 고장 사람들이 그렇게 레이건을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카우보이가 더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 우리가 좋아하는 건 말이라구."
카터의 얘기는 '대통령 핲에서 감히 왜 싸우느냐' 는 꾸지람이 아니다. 만일 그렇게
해석한 독자라면 유머감각에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카터가 한 말의 정확한 뜻은
'지금 내 앞에서 누굴 보고 바보니 얼간이니 하느냐' 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카터야말
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바보이며 편견에 바진 얼간이라는 뜻이다. 레이건 역시 여기에서
는 '말의 볼기짝만도 못한'쓸모 없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레이건을 대상으로 한 블랙유머와 옐친을 대상으로 한 블랙유머는 차원이 전
혀 다르다. 레이건은 미국 역사상 '성공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고, 그가 등장하
는 블랙유머도 으레 있는 '대통령 유머'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 더욱이 그는 자기를 조
롱하는 블랙유머를 압도하는 뛰어난 유머들을 직접 창조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처칠이나 링컨, 루즈벨트, 케네디 같은 당대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도 자기
를 비꼬고 깎아내리는 블랙유머가 늘 뒤따라 다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옐친처럼
천하의 웃음거리가 괸 적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뇌리에는 그들이 직접 창조해 낸 유
머들이 더 강렬하게, 그리고 훨씬 더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유머의 대상이 되느냐 창조자가 되느냐가 곧 리더의 능력을 말해준다는 것은 이 땅
에서도 진실읻. 5 .6 공때 전국을 휩쓴 '미투, 미쓰리' 나 '책가방과 낙하산' 얘기를 생각
해 보라. 또 문민정부 때 유행했던 'YS 시리즈'를 생각해 보라. 당사자들은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며 대범한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을지 모르지만, 혹은 '인기의 반영'이라며 자
위했을지도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 중 대부분은 위정자의 무능함을 비웃는 민초들의
조롱과 풍자였을 뿐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선 정치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유머집들이 많이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스스로를 멋진 유머를 창조하고 그것으로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지
도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제 유머이 대상이 되
거나 유머채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유머리스트가 되어 직접 유머를 창조해 낼 줄 알
아야 한다.
유머로 공격하고 유머로 방어하라
리더가 되면 부득이하게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공격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때 유머를
활용하면 점잖치 못한 표현이나 원색적인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좋은 유머는 종종 직설적인 비판보다도 훨씬 더 신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
이다.
영국의 정치인 디즈랠리는 총리를 네 번이나 역임한 글래드스턴의 최고의 라이벌이
었다. 어느 날 그가 의회에서 "어제의 연설문 중 표현을 바꿀 대목이 있다" 고 말했다.
'calamity(재난)'라는 단어를 'misfortune(불운)'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토론이 끝나자 기자들이 굳이 표현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두 단어의 뜻이
정말로 그렇게 다른 것인지 물었다. 디즈랠리의 대답.
"물론 다르죠. 가령 존경하는 글래드스턴이 어쩌다 템즈강에 빠졌다면 그것은 운이
나쁜 것(misfortune)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사람을 강에서 끌어냈다면 그것은 재난
(calamity)입니다.
이것은 사실 엄청난 독설이다. 글래드스턴은 물에 빠지다리도 끌어낼 필요가 없는 쓸
모없는 인간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했다면 디즈랠리는 십
중팔구 무례하고 교양없는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두 단어의
비교에 글래드스턴을 끌어들여 유머러스하게 자기의 라이벌을 깎아 내렸고, 글래들스턴
이 이에 대해 화를 내거나 비난성명을 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외국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의 유머러스한 공격이나 비판이 흔히 사용된다.
웃음을 통해 희망과 기쁨을 전달한다는 유머의 본래취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어차
피 서로를 공격해야 하는 정치판이라면 우리나라처럼 욕설과 삿대질은 주고 받느니 차
라리 유머를 공격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휠씬 나을 것이다. 다음은 미국인들은 웃겼던
정치인들의 '공격용 유머'들이다.
"포드는 매우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유감스럽게도 헬멧을 쓰지 않은 채 미식축
구를 너무 많이 했다." (존슨 대통령)
"다른 사람은 몰라도 클린턴에게서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들으니 정말로 신기한 기분
이 들었다." (로스 페로)
"포드의 겸손함은 완벽하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레이건)
이런 유머는 신랄하면서도 듣는 사람에게 지나친 모욕감을 주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그리 큰 불쾌감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생각을 정확히 나타내고 있다. 상
대의 미련함이나 부도덕함, 음흉함 등을 일체의 부연설명 없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유머스러운 공격이 갖는 커다란 장점이다. 다음은 처칠이 상대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기상천외한 유머를 통해 표현한 사례다.
1945년. 처칠이 이끄는 보수당이 총선에 패해서 수상 자리가 노동당 당수인 애틀리에
게 넘어갔다. 애틀리는 집권하자마자 대기업의 국유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의
회는 이를 둘러싼 대립으로 늘상 시끄럽웠다.
어느, 날 국유화에 대해 치열한 설전을 벌이던 의회가 잠시 정회된 사이 처칠이 화장
실에 들렀다. 의원들로 말원이 된 화장실에는 빈 자리가 딱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애틀리의 옆자리였다. 하지만 처칠은 볼일을 보지 않고 굳이 다른 자리가 날 때까지 기
다렸다. 이를 본 애틀리가 말했다.
"제 옆에 빈 자리가 있지 않았습니까. 왜 거길 안 쓰셨죠? 혹시 저한테 뭐 불쾌한 일
이라도 있습니까?"
"천만에요."
처칠이 대답했다.
"수상 옆자리에 가려니까 괜히 겁이 나서 그랬습니다. 당신은 뭐든지 큰 것만 보면
국유화를 하자고 주장하는데. 혹시 제 것을 보고 국유화하자고 달려들면 큰일 아닙니
까?"
이 얼마나 걸쭉하면서도 날카로운 유머의 칼날인가.
유머에는 방어효과도 있다. 적절하게 구사되는 유머는 상대의 공격 예봉을 묻디게 할
뿐 아니라 좌중에 웃음을 유발함으로써 긴장이 되고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역할
을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유머는 언제나 매서운 공격에 맞
서는 최선의 방어수단이 되는 것이다.
다음의 사례는 '방어용 유머'의 효능을 잘 보여준다.
처칠이 의회에서 한 의원으로부터 정치적 실책에 대해 호된 비난을 받았다. 의원의
발언은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한 것이었다. 묵묵히 앉아 있던 처칠은 의원의 말
이 끝나자 연단으로 걸어나가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밖에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여러분은 아마 그 대부분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
처칠이 말하고자 한 건 무엇인가. 그는 일단 자기가 잘못을 저질렀음을 솔직하게 시
일했다. 그리고 더 많은 잘못들이 있었던 것까지 순순히 '자백'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
기비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원의 비난에 대한 감정적 '맞짱'도 아니다. 겸손하게 사과
하고 양해를 구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 순간 의회에는
슬며시 웃음이 번졌을 것이고, 그를 비난한 의원 역시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았으리
라.
영국의 정치인 존 윌크스가 어느 날 반대당의 정치인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분노
한 상대방이 그에게 차갑게 내뱉었다.
"선생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아니면 더러운 병에 걸려 죽을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윌크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존경하는 선생님, 그 둘중에서 내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는 내가 선생님의 사고 방실
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선생님의 애인을 받아들이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
이것은 공격자의 직접적인 독설보다 방어자의 유머러스한 독설이 훨씬 돋보이는 경
우다. 윌크스의 말을 해석하면 '당신의 사고방식은 교수형 감이요. 당신의 애인은 매독
이나 에이즈처럼 더러운 병을 옮기는 여자'라는 뜻이 된다. 물론 그의 말 속에 그런 표
현은 전혀 없다. 심한 표현들은 모두 상대의 말 속에 들어 있으며 윌크스는 단지 평범
한 언어로 대꾸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격과 방어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날
카롭고 효과적이었는지는 누구의 눈에도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이처럼 자기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하게 상대를 공격하고 방여하는
풍경은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언젠가 청문회에서
'히트'했던 "당신 돌대가리야?"라는 비난과 "헬멧을 쓰지 않고 미식축구를 너무 많이
했다"는 존슨의 유머를 비교해 보라. 또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는 비난과
클린턴의 거짓말에 대한 페로의 유머를 비교해보라. 정치인들의 유머능력의 차이는 그
들과 우리의 정치수준의 차이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물론 민주주의가 발달한 정치선진국과 우리의 정치현실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정치권에 유머리스트가 드물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저질스런 인신
공격의 틈바구니에서 유머로 상대를 압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힌 돋보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자고로 공격과 방어의 효과는 목청의 크기가 아니다. 존경받는 리더가 되
려면 유머로 공격하고 유머로 방어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이제 리더와 리더십, 그리고 유머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애려야 한다. 필자가 말하고
자 하는 결론은 오직 하나다. 21세기에 강조되어야 할 새로운 리더론. 그건 바로 '웃기
는 리더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도층'은 웃을 줄도 모르고 웃길 줄도 모른다.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는 비장한 사명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표정이나 말투는 늘 심각하로 진지하다.
진지함은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요건이지만 도가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지나친 진
지함은 결국 인격이나 사상의 미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리더는 단순하고 유연
하게 자기를 나타낼 줄 알아야 하며 유머는 그런 능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을 핑계로 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지러운 정치현실 속에서 정치인이 어떻
게 웃길 수 있으며 IMF상황에서 기업인이 어떻게 농담을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유
머의 가치와 필요성은 오히려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커지게 된다. 현실이 고단하고
미래가 불안할수록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도 그만큼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머감각이 뛰어난 민족으로 흔히 유태인을 꼽는다. 그건 결코 그들이
겪어온 세상이 평화로웠기 때문이 아니다. 수천 년간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고통을
능동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해 온 결과일 뿐이다. 오늘날 유태인들이 발휘하는 남다른
저력은 괴로울수록 울음 대신 웃음을 선택했던 그들의 지혜와 유머감각에서 비롯된 것
이 아닐까. 그들의 속담에도 '슬픈 시대에 웃음의 꽃은 핀다'는 내용이 있다. 이 땅의
지도층이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리더에게 유머가 필요하다고 해서 코미디언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조사에 의하면 미
국의 코미디언 필리스 딜러는 1분에 12번 가량 웃음을 유발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또
밥 호프는 1분에 농담을 6번 가량 한다.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5
분에 한 번씩은 폭소가 터져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의 인기 개그맨
이나 개그작가들에게는 아이디어를 기록한 산더미 같은 메모지가 있다.
하지만 리더에게는 그런 정도의 노력이나 능력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엄숙하
고 딱딱한 분위기에 활력과 경쾌함을 불어넣으려는 의지와 실천이다. 처음부터 탁월한
유머리스트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최소한 지금보다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폭소를 유발하는 세련된 유머는 그런 노력을 통해서
맺어지는 결실이다.
개중에는 유머를 구사하고 싶어도 남들의 반응이 두려워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
다. 농담 잘하는 사람을 '가벼운 사람'으로 여기는 우리의 직장 풍토에서 간부나 경영자
가 갑자기 유머리스트로 변신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부담스
런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설임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는 것도 리더에게는 중요한
미덕에 속한다. 굴지의 대기업 'AT&T'의 최고경영자인 알렉스 맨들의 말이 그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자주 유머를 사용한다.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한다. 사람들이 내 유
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내 유머가 항상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대
개는 효과가 있다."
아무리 근엄한 사람이라도 기분이 좋을 때는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렇지만 리
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울하고 불쾌하고 근심스런 상황에
서도 겉으로는 유쾌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남들을 속이거나 기만하는
것과는 다르다. 리더에게는 조직원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알렉스 맨들을 다시 한번 인용해 보자.
"때로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도 긍정적이고 유쾌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린 커다란 곤경에 처해 있다'는
식의 태도로는 조직을 전투장으로 이끌고 갈 수 없다.
리더가 유머리스트가 되면 이끄는 조직에도 유머가 널리 퍼진다. 단순히 우스운 얘기
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우머의 심성과 사고방식과 유머감각이 퍼진다. 대통령이 유머를
즐기면 국민 전체가 유머를 즐기게 되고, 사장이 유머를 활용하면 직원 전체가 유머를
활용하게 되고, 간부가 유머감각을 갖고 있으면 부하들 역시 차츰 거기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유머
와 웃음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영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매사에 능률적이
며, 대인 관계도 원만한 경우가 많다. 조직 전체를 이런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
람이라면 그가 리더로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리더십과 유머의 밀접한 관계는 1998년 미국에서 발간된 밥 돌의 <위대한 정치적 재
담(Great Political Wit)>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워싱턴 정가의 유명한 유머들을 모은
이 책에서 돌은 루즈벨트, 케네디, 닉슨, 레이건 등 역대 정치지도자들의 유머를 소개하
며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와 레이건이 남다른 유머감각
을 지녔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카터 대통령의 수석고문과 타임지의 편집주간을 지냈던 하드리도노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머감각은 지도자의 필수조건"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그가 타임지에 연재
했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에 의하면 집권을 꿈꾸는 정치인은 건강한 체력, 고결
한 인격, 깨끗한 사생활, 강한 인내심, 원대한 야심, 안정된 정서, 역사적 조예, 비전 제
시 능력과 더불어 '풍부한 유머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기업 카운슬러인 데브라 밴턴은 최고경영자(CEO)들
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How to think like a CEO>에서 '유머가 있다'는 것과 '이야기
를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CEO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꼽았다. 유쾌한 사람은 생산적인
노동력을 만들어내고 시무룩하거나 뚱한 사람은 비생산적인 노동력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다. 그 밖에도 자신감, 독창성, 호기심, 유연성, 진지함 등 많은 특징들이 앞에서 설명
한 유머리스트의 마인드와 일치하고 있다. 이런 분석들은 '리더=유머리스트'라는 사실
과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는 주장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시대는 유머리스트를 요구하고 있다. 옛날처럼 국민들이 웃음에 인색하고 유머에 익
숙하지 못한 시절에는 엄숙하고 딱딱한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만 지
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배우자의 조건이나 직장상사의 조건, 정
치인의 조건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을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꼽는다. 게다가 그들 자신이 이미 유머를 생활의 일부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도층들은 거기에 주목해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모든 정치인들이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지 않는가. 그리고 기업인들은 신세대 사원들을 효과적으로 통솔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젊은 층에 대한 영향력이 모든 분야의 지
도자들에게 사활적 요소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젊은이들이 원하는 유머감각
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그건 리더로서의 성공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
다.
이제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의 시대는 갔다. 지금은 유머없는 리더십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요, 유머리스트가 아닌 리더가 성공할 수 없는 시대다. 유쾌한 정치문화를 위해, 활
력있는 기업문화를 위해, 그리고 명랑하고 여유로운 사회문화를 위해 이 땅의 모든 지
도자들은 유머능력을 키워야 한다. 유머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리더십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같은 필자의
'신 리더론'을 상단논법으로 정리한 것이다.
1. 유비무환! (유머의 심성을 갖춘 사람은 걱정거리가 없다.)
2. 유능재강! (유머는 능히 경직된 분위기를 제압할 수 있다.)
3. 그러므로 21세기에는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제2장 유머는 '윈/윈' 전략이다
유머의 기본정신은 말한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동시에 즐겁게 만드는 '상생'에 있다.
그것은 '윈/윈' 전략과 '시너지 효과' 라는 현대 경영학의 핵심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유머를 통한 인간관계의 혁신. 그리고 유머와 웃음이 만들어내는 조직적 상승효과. 2장
에서 제시하는 '유머경영학'의 의의와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다.
1. 유머는 가장 인상적인 명함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울어라.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는 웃어라"- 유태인 속담)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에게 자기를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이
미지를 심어주지 못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을 수 없고 바이어와의 거래상담을 성사시킬 수도 없다. 반대로 첫 인상이 좋은
사람은 설사 나중에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최초에 확
보한 호감이 상대방의 양해의 폭을 그만큼 넓혀주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대의 비즈니스맨들에게 첫 인상은 때론 영업이
나 경영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서점에 나와 있는 간부론이나 경영관련 서적들이
예외없이 이 문제를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종합적인
이미지 메이킹, 악수 요령, 인상 관리법 등등.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이 세부적인 내용들
도 포함되어 있다.
- 악수를 할 때는 손가락을 잡지 말고 손바닥을 쥐어라.
- 손은 굳게 잡되 불편한 느낌을 줄 정도로 세게 잡아서는 안된다.
- 특별히 따스함을 전하고 싶을 땐 두손으로 악수하라.
- 상대의 이름을 듣는 즉시 큰 소리로 따라 하고 몇 분 내에 다시 불러주라.
- 친밀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가까이, 그러나 무례한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 멀리
서라.
- 외국인과, 특히 여성과 포옹을 할 때는 골반이 닿지 않도록 하라.
- 포옹을 푼 다음에는 눈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짓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라.
좋은 첫인상을 위한 수칙 중에는 '명함 매너'라는 것도 있다. 현대인들의 첫만남에서
반드시 명함이 오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영역에 속한다. 명함을 교
환하는 순간에 이미지를 구겨버리면 상대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해질
테니까. 다음은 매너의 기본 원칙들이다.
- 명함은 반드시 서서 건네야 한다.
- 명함을 꺼내기 위해 지갑이나 수첩,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은 결례다. 반드시 명함
집을 휴대하고 상대보다 먼저 꺼내도록 하라.
-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 끝으로 오른쪽 끝을 잡고 건네라.
- 명함의 위쪽이 자기를 향하게 해서 상대가 읽기 쉽도록 하라.
- 받은 명함은 바로 집어넣지 말고 천천히 읽어본 다음 간수하라.
이런 원칙들은 확실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첫인상을 위한 이미지 메이
킹이 완성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정도의 매너는 리더나 간부는 물론이고 사회생활 초
년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악수나 명함 매너의 목적은 상대
에게 자기의 이미지를 뚜렷이 심어주는데 필요하다. 그럴 때 무엇보다도 유용한 것은
다름아닌 유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본부를 둔 어느 다국적기업의 대
표이사는 '얍 림 센'이라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미국인들로서는 철자가 낯설 뿐만 아
니라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를
기억하게끔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의 유머 덕분이다.
"내 이름은 얍(Yap)입니다. pay(지불)의 철자를 거꾸로 쓰면 되죠."
이것은 사실 그리 뛰어난 유머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담을 하기 위해 그를 만
나는 영어권의 바이어들에게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
겨줄 것이 분명하다. '지불하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유머러스한 경영자... 그의 유머
가 꼭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것 은 아니지만, 자기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기억시킨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최소한 산더미같이 쌓인 명함들 속의 '잊혀진' 이름들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첫 만남에서의 유머의 효과는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어색한
분위기를 친밀하게 바꿈으로써 만남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는 일에도 적잖은 기여를 한
다. 사람이란 원래 자기를 긴장시키는 상대보다는 자기를 웃리고 편안하게 만드는 상대
를 더 좋아하게 되었 있다. 초면에 함께 미소를 짓거나 유쾌하게 폭소를 터뜨린 사이라
면 서로 마음을 열기도 편하고, 당연히 상담의 성공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이름이 다 'Yap'처럼 유머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벨트
공장 사장 이름이 '왕대혁'이거나 출판사 대표 이름이 '서양교'라면 또 모르지만... 하지
만 유연하고 독창적인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라면 굳이 이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
양한 유머를 개발하여 자기를 소개할 수 있다. 농담이든 아니면 제스처든, 주어진 상황
이나 상대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기의 유머감각이 그리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적절한 유머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이름이나 직업, 나이, 외모, 시사문제, 해외토픽
또는 날씨 등 소재는 뭐든 상관없다.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만 있으면 된다. 당신이 준비한 '5초간의 웃음'은 어쩌면 5일 동안의 영업전략회
의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
요즘 비즈니스 환경이 날로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함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이 실린 '신분증형'을 비롯하여 경력과 신상명세를 밝힌 '이력서
형', 점성술이나 건강수칙 등을 담은 '정보제공형', 바둑 묘수풀이나 퍼즐을 실은 '퀴즈
형'등등. 손바닥만한 명함에 실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단 하나, 상대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겨서 자기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데브라 밴턴은 "좋은 첫인상을 남기려면 반드시 '4분 규칙'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어떤 만남에서든 첫 4분 동안은 제 행동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
히 명함을 어떤 손가락에 끼워서 전달하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수를 몇 초
간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처음에 어떤 말과 표정과 행동으로 상
대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만남의 결과가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머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첫 만남에서 유머
로 상대의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굳이 기발한 명함을 만들거나 4분이라는
시간을 재기 위해 시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그가 구사하는 한마디의 유머가 바로
가장 인상적인 명함이며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사람드로과의 만남이
잦은 리더나 간부라면 헤어스타일이나 넥타이의 색깔, 향수의 종류 등을 고민하기에 앞
서 가장 먼저 '유모라는 이름의 명함을 준비해야 한다.
2. 유머는 가장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다
("유머는 일을 유쾌하게, 교재를 명량하게, 가정을 밝게 만든다.- 카네기)
프리젠테이션(PT)은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다. 조직 내부의 발표나 보고에서 고객을 상대로 한 설명, 낯선 청중들 앞에
서의 강연에 이르기 까지 PT에 실패하면 그때까지 쏟아부은 모든 땀과 노력이 한 순
간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PT를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논리적인 설명, 효과적인 비유, 짜
임새있는 구성, 자신있는 구성, 자신있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시청각을 두루 활용한 입
체적 전달... 이론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훌륭한 품질
을 갖추고 있더라도 청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 결국 PT의 성패는 듣는 이들의
눈과 귀를 발표자에게 얼마나 집중시켜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유머리스트가 PT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
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읽든 연설을 듣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
히 주의가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에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면 청중들의 흐트러
진 이목을 다시 집중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딱딱한 어투로 일과하
는 지루한 PT에 비해 설득력과 호소력도 훨씬 커지게 된다.
유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PT를 시작하기에 앞서 처음부터 적절한 유머로 출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청중들이 긴당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듣기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작이 재미있으면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에 은근한 기대와 호기
심을 가지게 된다. '유머러스한 출발'은 연설이나 강연, 제품 설명회, 기자회견 등을 막
론하고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원칙이다.
이때 우머의 소재는 가능하면 자기가 할 발표의 내용과 연관된 것이 좋다. 듣는 사람
들의 직업, 성별, 나이, 교육수준 등 대상에 맞는 유머를 구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
것은 청중들을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웃음의 효과를 PT의 효과로 연
결시키는 일도 그만큼 수월해진다. 다음은 '준비된 유머'로 강연과 제품 설명회에서 집
중도를 높은 사례들이다.
미혼여성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선 남자 강사가 사회자로부터 소개를 받자마다 이렇
게 말한다.
"여러분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영어단어가 하나 있군요."
그러더니 칠판에 큼질하게 'Beauiful'이라고 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청중들 중 일부는 철자가 틀렸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고의인지 실수인지를 몰라 입을
다물고 있다. 연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이것은 '뷰티풀'에서 't'가 빠진 것입니다. 여러분들처럼 '티없는 아름다움'이란 뜻이
죠."
여성들은 미소와 박수를 보냈고, 연사는 '여성의 참된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본격적
인 강연을 시작했다.
자동차 세정액을 새로 개발한 기업의 간부가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제품설명회를
열었다. 그의 첫마디.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서로를 바보라 부르는 앙숙입니다. 제가 언젠가 스웨덴에 갔더
니 '노르웨이에서는 자동차를 세차할 때 2명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아십니
까?"
바이어들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응시한다.
"한 명은 스펀지를 들고 서 있고, 나머지 한 명은 계속해서 차를 전진시겼다가 후진
시켰다가 해야 하니까요."
바이어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그는 웃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이 제품은 간편한
세차가 가능한...' 이라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유머러스하게 출발한 PT가. 그리고 도중에 간간이 청중들의 웃음을 이
끌어내는 PT가 지루한 PT보다 전달효과나 집중효과가 훨씬 뛰어날 것은 당연하다. 하
지만 경박한 타이밍이 맞지 않는 엉뚱한 유머를 던지면 자칫 반작용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산만한 청중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집중하고 있는 청중을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 프레젠테이션에서 유머를 활용할 때 지켜야 할 10대 원칙
1. 발표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유머를 활용하라.
2. 자기가 던진 유머에 대해 자기가 먼저 웃지 마라.
3. 상대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라.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은 '팔이 부러진 서류걸이'
나 '다리가 부러진 의자'에 관한 농담을 재미있게 여기지 않는다.
4. 간결하고 핵심이 뚜렷한 유머를 구사하라.
5. 유머를 청중들과 연관시켜라.
6.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하라.
7. 실패한 유머를 반복하지 마라.
8. 성공한 유머도 반복하지 마라. 같은 얘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9. 자기 자신을 소재로 한 유머를 구사하라. (외모, 나이, 재미있는 경험 등)
10. 청중들과 관계있는 실제인물의 이름을 유머에 등장시켜라.
데브라 밴턴은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의 특성 중 하나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꼽는다. 그들에겐 똑같은 얘기라도 훨씬 재미있고 실감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는 것이다. 실제로 유능한 리더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훌륭한 소재가 된다. 비즈니스,
술자리, 독서, 영화, 자녀와의 대화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웃음의 실마리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타고난 유머감각이나 비상한 기억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기업인들 중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주제
별 카드파일이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준비해 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그때 그때
필요한 유머를 미리 준비해서 활용하기 위함이다. 그런 정도의 준비와 노력이 없다면
청중들을 휘어잡는 유머러스한 PT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유머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핵심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PT에
서 유머를 활용하는 목적은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게 만들고 기억에 오래 남게 만들
기 위함이다. 말도 안되는 장광설이나 부적절한 비유, 정리되지 않고 핵심도 불분명한
사례 따위를 웃긴답시고 늘어놓는 것은 기업의 간부나 리더가 아닌 떠돌이 약장사들이
나 할 일이다.
물론 유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PT는 가능하다. 웃음이 있는 재미있는 PT건 수학강
의처럼 지루한 PT건 궁극적인 목적지는 똑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발표
하는 당사자의 입장일 뿐이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PT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기억하라. 유머는 프리젠테이션의 효과를
높여주는 탁월한 무기이며, 때로는 유머 그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이 된다
는 것을.
3. 유머는 조직생활의 안전장치다.
("너그러운 마음씨는 사나운 혀를 고쳐준다."- 호메로스)
조직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 조직원 개개인의 성격이 아무리 원만하더라도 업
무추진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갈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상
하간 또는 동료간에 무시로 발생하는 갈등은 때로 개인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조직 전
체로 확산 되기도 한다. 갈등에 휩싸인 채 분열과 대립을 반복하는 조직에 비전이란 단
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조직 내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해소시키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는 일
이다. 갈등이란 교통사고와도 같아서 아무리 사소한 '접촉사고'라도 일단 발생하고 나면
충격을 피할 수가 없다. 운전자들에겐 사고수습보다 사고예방이 더 중요하듯, 사람 사
이의 갈등도 사후 대처보다는 사전 대처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유머의 힘은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유머는 분노와 고통을 다스리고 여유
와 자제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충돌할 여지를 그만큼 줄여줄 수 있다. 또
꾸지람, 직언, 비판, 충고 등을 할 때도 유머를 활용하면 상대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
서 효과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원할한 소통
을 가능케 하는 '조직생활의 안전장치'. 바로 그것이 유머의 탁월한 조직적 효능이다.
돈 씀씀이가 헤픈 신입사원이 과장에게 쭈뼛거리며 말한다.
"과장님, 실은 가불을 좀 하고 싶은데요."
그러자 과장이 기특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거 참 잘됐군."
"예?"
"나도 신입사원 때 곧잘 가불을 했는데, 갚을 때까지는 작업능률이 무지무지 올랐었
거든."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대리에게 과장이 묻는다.
"자네, 명석함과 지혜로움의 차이를 아나?"
"잘 모르겠는데요."
"상사의 말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건 명석함이고,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건 지
혜로움일세."
이것은 상사가 부하들에게 유머러스하게 충고를 하는 경우다. 철없이 돈을 펑펑 써대
는 부하직원들을 보면 어떤 상사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낯을 붉혀가며 잔소리를 하는 것은 유능한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부하의 반
발심을 사서 관계만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의 과장처럼 말한다면 누구
라도 '지출을 줄이라'거나 '가불하고 나서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과장 역시 대리에게 매우 효과적인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는 막무가내로
'상사에게 따지지 마라'로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판이나 문제제기는 좋지만
자넨 좀 지나쳐. 너무 튀지 않는 지혜가 명석함을 더 빛나게 할 수도 있어... 과장은 상
사로서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조심스런 충고를 유머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전달하
고 있는 것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말한다.
"자네가 일도 느리고, 걸음도 느리고, 말도 더디고, 알아듣는 것도 더뎌, 대체 자네가
남들보다 빨리 하는 게 뭔가?"
부하직원이 자신있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전 일을 하면 빨리 피곤해집니다."
점심시잔에 밥을 두 그릇으나 먹어치운 부하에게 상사가 빈정거리듯 말한다.
"아예 저녁까지 미리 먹는군. 물론 일도 그만큼 열심히 하겠지?"
오후에 그 빈둥거리자 상사가 핀잔을 준다.
"이봐! 자넨 왜 일을 안하는 거야?"
"전 원래 저녁먹고 나면 일을 안하는데요."
이것은 상사의 꾸지람에 대해 부하가 유머러스하게 응수한 경우다. '사사건건 느려터
졌다' 는 상사의 노골적인 핀잔을 듣고 기분이 좋을 부하는 없을 것읻. 떠 밥 좀 많이
먹었다고 은근히 빈정거리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대놓고 말대꾸를 하거나 속으로 앙심을 품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앞의 부하들처럼 웃음이 섞인 유머러스한 항변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유머는 분위기 전환의 수단으로도 쓰인다. 한 사람이 상사에게 꾸중을 들으면 한동안
은 그 여파로 사무실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게 마련이다. 그것은 조직 전체의 업무능
률을 떨어뜨려서 차라리 꾸중을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심각한 실수를 해서 상사가 노발대발한 경우가 아니라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보다는 약간 능청맞은 변명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
다.
아무리 불러도 들은 척을 하지 않던 부하가 상사에게 불러갔다.
"세 번이나 불러도 못 들은 체하다니...자네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지난 번 직장에서 몸에 밴 습관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에 뭘 햇길래?"
"웨이터요."
습관적으로 지각을 하는 부하에게 상사가 호통을 친다.
"자넨 도대체 시간관념이 있는 사람인야 없는 사람이?"
그러자 부하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과장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근무시간에 시계를 보지 말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르다 보니 잡에서도 시계를 안 보
게 됐거든요."
이런 정도의 유머라면 잠시 경직되었던 사무실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손색이 없
다. 불러도 못 들을 체하는 것이 웨이터 경력 때문이라는 것은 얼마나 적절하고 재미있
는 변명인가. 또 '지각한 건 잘못이지만 평소엔 과장님 말씀을 잘 따르고 있다'는 변명
에는 야단치던 사람조차 웃게 만드는 대교와 넉살이 들어 있다. 야단치고 야단맞는 순
간에도 이런 유머가 오가는 조직이라면 분위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인간관계'
라고 대답한다. "아무개 과장 꼴보기 싫어서 직장 떼려치워야겠다"거나 "아무개 부장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는 식의 얘기는 직장인들의 술자리라면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
는 낯익은 푸념 중의 하나다.이처럼 사람 사이의 갈들이 개인과 조직의 활동에 장애로
작용하는 것을 막는 데 유머만큼 좋은 수단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유머가 있는 조직에는 웃음이 있다. 그리고 웃음이 있는 조직에는 활력이 있다. 늘상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사람에 치여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머와 웃음은 때로 회식
이나 휴가보다도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온갖 종류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조직
과 유머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갈등은 예방하고 해소하는 조직. 두 조직의 앞길은 자동
차로 뒤엉킨 좁은 도로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의 차이만큼이나 다르지 않겠는가.
4.유머는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세상이 엄숙하면 엄숙할수록 그만큼 유머는 더 필요하다" - 휘고)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은 늘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체
적으로 많은 질병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해악을 미치는 '심신양
면'의 독소로 작용한다.쌓이는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어줄 적절한 배출구를 찾지 못
하면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나중엔 주어진 일조차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고의 수단이다. 현대의학은 웃음이 인간의 신체기능
향상과 질병의 에방 및 치료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내
고 있다. 그트레스의 해악을 압도하는 웃음의 그같은 의학적 효능을 두고 리 버크박사
는 "웃음은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 아니라 참의학(real medicine)"이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이는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직장인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상황일수록 유머와 웃음
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퇴와 감원, 봉금삭감, 정리해고 등 듣기
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는 단어들이 횡행할 때 마음을 달래줄 유머가 있다는 것은 얼마
나 다행스런 일인가. 다음은 IMF시대에 직장인들의 애환과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유머
들이다.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서로의 근황을 묻고 있다.
'아, 넌 요새 무슨 일하냐?"
"나? 그냥 전에 하던 거 계속 하고 있지 뭐."
"니가 전에 뮈했더라?"
"놀았잖아."
"평소에 자기의 직업을 비웃던 영구에게 맹구가 전화를 걸었다.
"영구야, 나 맹구다."
"웬일이냐?"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그래. 날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는거 같아서."
"뭐가 고마운데?"
"니가 전에 나한테 으랬잖아. 평생 그 것만 해먹고 살라고."
투자회사의 시장이 부하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신중하게 투자하게. 만일 손해를 보면 월급에서 제하겠어."
그런데 한 부하가 그만 거액의 손해를 냈거, 사장은 약속대로 매달 일정액의 월급에
서 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부하가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기쁜 표정으로 전화를 한
다.
"여보, 기뻐하라구. 최소한 20년 동안은 해고될 걱정이 없어졌어."
초등학교때의 희망:"난 과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탈 거야."
중학교 때의 희망:"난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의사가 되거 싶어."
입사시절의 희망:"어차피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전문경영인이 돼야지."
요즘이 희망:"정년퇴직이 꿈이야."
이것은 모두 정리해고의 실업의 공포를 유머의 소재로 다룬 사례들이다.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직장인의 불안감이 짤막한 우스개속에 생생히 드러나고 있다. 이심전심, 혹
은 동병상련의 교감 속에서 터지는 웃음. IMF시대의 직장인들은 이런 유머를 주고받으
며 폭소를 초뜨리고, 그러면서 자기들이 지금 겪거 있는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 중에는 반론을 펴는 사람도 이씅ㄹ 것이다. 그건 희망을 담은 웃음이 아
니라 단지 자초적인 웃음에 불과한 것 아니다...하지만 유머의 고통치유력은 꼭 내용 속
에 희망이나 대안을 담을 때만 발휘되는 것은 아닏. 현실의 어려움을 징확히 끄집어내
고 끼에 웃음으로 공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자기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의욕을 얻을 수 있지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1장에서 말했던 유머의 '초월효과'가 아니
겠는가.
하기야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분노로까지 이어진 사람이라면 '자조적ㅇ니 공감'이
나 '개인적 넋두리'의 차원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풍자를 원할 수도 있겠다. 그래야 현실
비판적 유머가 갖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다음의 사례를
보면 이 땅의 유머리스트들이 그런 점에서도 결코 무능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
이다.
자수성가한 재별이 자기의 성공비결을 기자에게 떨어놓았ㄷ.
"봉 느 직장생활에서 가장 사소한 문제라는 것이 내 소신입니다. 중요한 것은 돈보
다 큰 보람과 성취감을 얻는 것이니까요."
"회장님은 그런 진리를 깨달았기에 부자가 되셨군요."
그러자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죠. 그런 진리를 부하들에게 인식시킨 덕분이죠."
간부회의가 끝난 뒤 한 간부가 투덜댔다.
"사장님은 파괴적인 비판을 삼가고 건설적인 비판을 하라느데 대체 뭐가 건설적이고
뭐가 파괴적인 거야?"
그러자 다른 간부가 말한다.
"간단하지. 부하에 대한 비판은 건설적이고 사장에 대한 비판은 파괴적이야."
비래의 사무실에는 필요한 것이 세 가지밖에 없다. 컴퓨터와 사람 한 명, 그리고 한
마리, 사람은 개에게 먹이와 물을 주는 데 필요하고, 개는 사람이 컴퓨터에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앞의 두 개는 경제위기의 주변으로 지적받는 재벌의 문제점을 풍자한 것이다. 봉급은
짜개 주면서 그럴싸한 말로 부하들을 쥐어짜는 일부 경영인들의 행태. 그리고 조직의
언로를 차단하고 생산적인 비판을 외면하는 독선적인 기업관행이 풍자의 대상이다. 이
런 유머들은 아마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후련함을 선사해 줄 것이다. 우
리나라에서 이런 풍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재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세 번째 얘기는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인간의 역
할이 개한테 먹이 주는 것으로 전락해 버릴 것 이라는 말이다. 이는 '컴퓨터 혁명으로
인해 다수의 영구실업집단이 발생한다'는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과 종말>을 연상시킨
다. 생존을 위협받는 직장인들의 각박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담은 이유머는 경제위
기에 대한 비판을 넘어 과학기술의 비인간성까지 풍자하는 뛰어난 유머라고 할 것이다.
유머는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유머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리 극심한 스트레스가 닥치
더라도 그것을 몸 안에 쌓아두지 않고 즉시 배출하는 '자정능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위에 웃음을 퍼뜨려 조직 전체를 스트레스로부터 차단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한 조직의 활력과 생기는 내부에 얼마나 많은 유머리스트가 있느냐에, 혹은 조직
원들 사이에서 유머가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느냐에 정확히 비례한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PC통신에 올라온 재미있는 '유머 공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게시
자에 의하면 자기의 직장동료가 이 공문을 사내 통신망을 이용하여 전직원에게 메일로
보냈는데, 그로 인해 온 회사가 웃음바다가 되었으며 사원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독자들 역시 그처럼 조직에 웃음을 제공하고 동료들의 스트레스
르 풀어줄 좋은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해보기 바란다.
수신: 전직원
제목: 화장실 운영계획
발신: 인사부장
그간 화장실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점을 일소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
은 화장실 운영계획을 알려드리오니 업무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0월 0일부터 부은 직원은 한달에 20점의 화장실 점수를 받습니다. 1점에 3분씩의
사용이 허락됩니다. (1달에 총 1시간)
2. 사용하지 않은 점수는 자동적으로 '화장실 사용은행'에 적립되어 그 다음달로 이월
됩니다. 단, 대출은 안됩니다.
3. 화장실 문은 음성감응장치로 작동되니 모든 직원은 시행일 이전에 2가지 목소리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평소 목소리와 스트레스 받은 목소리)
4. 점수가 0점이 되면 화장실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용변 볼 때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없습니다.
5. 만일 0점인 사람의 화장실 사용시간이 3분을 초과하면 알람장치가 작동됩니다. 알
람 후 30초가 지나면 화장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 쓸 수 없어지고 물이 자동으로 틀어
지며 문이 활짝 열립니다. 그래도 안 나오고 버티면 전신사진이 찍히며, 사진은 다음날
본관 정문 앞에 게시됩니다. 사진이 3번 게시되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해고 됩니다.
6. 이제도는 화장실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없애기 위한 것이니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합니다.
7. 질문이 있으시면 인사부로 문의 바랍니다.
5. 유머는 '멘탈리스트럭처링' 이다
("유머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김진배)
요즘 경영학 관련서적과 경제학 논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은 아마 '리스트럭처
링(restructuring:개조, 재구성)'일 것이다. 최근에 진행되는 기업구조조정과 빅딜, 워크
아웃 등은 모두 과거의 낡은 시스템을 개조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데 목적
을 두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서비스와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이제 리
스트럭처링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리스트럭처링은 단순히 구조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개조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의 생각을 바꿔내는 일이다. 낡은 사고
방식을 털어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정신구조조정'이 없으면 아무리 파
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현실의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변화와 개조의
성패는 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유머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유머 속에는 '멘탈 리스트럭
처링(mental restructuring:사고개조)'과 '멘탈이노배이션(mental innovat
ion:사고혁신)'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골고루 담겨 있다. 긍정적 사고, 여유있는 사고,
개방적 사고, 독창적 사고, 그리고 열정 등의 요소들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저체에 개
조와 혁신의 마인드를 확산시킴으로써 탁월한 정신구조조정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사고개조와 혁신의 출발점은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할 수 있
는 생각이나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로는 낡은 의식구조를 혁신적으로 뒤바꿀
수 없다. 하지만 유머 발상법의 핵심은 '뒤집에 생각하기'에 익숙해지면 '상식적인 사고'
의 외피를 쓴 고정관념을 몰아내고 머리 속을 참신하고 독창적인 생각으로 가들 채울
수 있게 된다. 예들을 보자.
악천후 속의 괌 국제공항. 완전초보인 기장이 운전하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
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활주로가 다른 공항에 비해 유난히 짧은 것이 아닌가. 몇 차례
의 실패 끝에 아슬아슬하게 착륙에 성공한 비행사가 이마의 땀을 씻으며 중얼거린다.
"망할 놈의 활주로. 세로는 짧으면서 가로는 왜 이렇게 길어?"
젊은 친구들 몇몇이 모여 함께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일에 착수하고
보니 자금부족으로 점차 경영에 자신을 잃게 되었다. 대책회의를 연 자리에서 한 사람
이 말한다.
"신문에 광고를 내볼까?"
"무슨 광고를?"
"사무실 구함. 단, 유능한 사장이 딸린..."
어느 날 아들이 어머니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 나 학교 안 갈래요. 가기 싫어요."
"대체 왜 그래? 이유가 뭐야?"
"얘들이 나랑은 안 놀아주고 자꾸 왕따시킨단 말이에요."
그러자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타이르듯 말한다.
"그래도 가야지. 니가 선생인데 어떡하겠니..."
세 개의 유머는 모두 일반적인 예측이나 생각을 뒤집는 것이다. 활주로의 가로와 세
로가 바뀌었고, 상식적인 구인광고와는 반대로 사원이 사장을 구하는 광고를 낸다. 학
교에 안 간다는 떼를 쓰는 왕따가 학생이 아니라 교사라는 것도 듣는 사람의 예측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이런 유머를 창조할 줄 아는 사람은 사고가 유연하고 세상을
뒤집어보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고정관념 따위에는 빠지지 않는다.
뒤집기에 능한 사람은 추리와 독창적 사고에도 능하다. 그들은 남이 A를 말 할 때
A'를 생각하고, 상대가 하나를 얘기할 때 둘을 떠올린다. 평범한 사고방식으로는 좀처
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짧은 시간 동안에 끄집에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정확히 꿰뚫어본다. 그런 사람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판단력과 순발력을 지니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컴퓨터 매장을 찾은 고객이 주인에게 묻는다.
"이 최신형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업무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광고내용이
사실입니까?"
"그럼요, 정말이구요."
"그럼 두 대 주세요."
손오공 일행이 서역으로 가는 길에 요괴들을 만났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합세했는데
도 힘이 부치자 마침내 손오공이 털을 뽑아서 하늘로 날렸고, 털들은 모두 손오공의 분
신이 되어 요괴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중에 왠 늙은 원숭이 한 마리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진 손오공이 물었다.
"영감님은 누구세요?"
그러자 늙은 원숭이가 공손하게 대답한다.
"전 주인님의 새치입니다."
컴퓨터 한 대가 업무량의 절반을 줄여주니까 두 대면 1백%가 줄어든다는 것은 물론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하지만 광고내용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그건 전혀 이상하지 않
은 '수학적 진실'이 된다. 광고주도 광고회사도, 혹은 판매업자나 다른 고객들도 염두에
두지 못했을 그런 계산을 즉석에서 해내는 사람이라면 업무의 요점을 파악하거나 허점
을 보완하는 능력도 그만큼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뒤의 얘기도 마찬가지다. 이 얘기를 사람들에게 퀴즈로 냈다고 가정해 보라. 손오공
의 분신들 틈에 섞인 원숭이로부터 즉시 '새치'를 떠올리는 것은 웬만한 순발력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분신들은 털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늙은 분신이 나왔다는 것은
그 털이 늙었다는 뜻이다, 젊은 털 속에 섞인 늙은 털은 다름아닌 새치다...' 이런 생각
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야만 비로소 정답을 맞힐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남이 구사하는 유머를 듣는 것과 직접 유머를 창조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듣고 웃는데는 그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만
있으면 충붕하다. 하지만 남을 웃기려면 상식의 허를 찌르고 인간사고의 허점을 공략하
는 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같은 창조성과 순발력과 판단력을 갖춘 사람은 현대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정신구조조정에도 그만큼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머의 리스트럭처링 효과는 개인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사람
의 의식을 바꾸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비관에 빠진 동료나 열등감에 빠진 부하에게
유머는 지루한 훈계나 의레적인 충고보다 더 큰 감화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유머에 깃든 따뜻한 마음과 함축적 전달효과에서 나온다. 다음
의 사례를 보자.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가 친구와 사냥을 나갔는데 친구가 그만 발을 헛디뎌 늪에
빠졌다. 비스마르크가 총대를 내밀었지만 닿지 않았고, 친구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여보게, 제발 날 좀 살려주게."
그러자 비스마르크가 갑자기 총을 들어 친구를 겨누며 말했다.
"자네의 죽어가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손으로 고통을 없애주겠네.
날 원망하지 말게나."
그가 실탄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놀란 친구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고, 덕분
에 몸을 늪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가 총대를 내밀어 친구를 구해주며 말했
다.
"이제 알겠나? 아까 내 총은 자네의 머리를 겨눈 것이 아니라 자네의 분발력을 겨누
었던 것이네."
유명한 지휘자에게 기자가 물었다.
"지휘자로 성공하게 된 가장 큰 비결이 무엇입니까?"
"전적으로 부모님 덕분입니다."
"부모님이 조기교육을 시켰습니까?"
"그게 아니라, 처음엔 첼로를 배웠는데 시끄럽다고 그만두라시더군요. 다음엔 트럼펫
을 배웠는데 그것도 시끄럽다고 못하게 하셨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역시 마찬가지였습
니다. 결국 유일하게 남은 분야가 지휘였기 때문에..."
"키 큰 사람은 비가 와도 빨리 젖으니 손해요, 키가 작은 사람은 날이 개어도 더디게
마르므로 손해다. 뚱뚱한 사람은 비를 많이 맞기 때문에 손해요, 마른 사람은 날이 개
어도 햇볕을 적게 받기 때문에 손해다. 걸음이 빠른 사람은 앞에 오는 비까지 맞기 때
문에 손해요, 걸음이 느린 사람은 뒤에 오는 비까지 맞기 때문에 손해다. 결국 세상은
공평하다."
비스마르크의 일화가 실화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거기에 담긴 정
신이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그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비하면 아직은 기회가 있다
는 것. 그러므로 낙담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엔 좋은 결과가 온다는
것이다. 이런 유머를 의기소침한 부하에게 들려주거나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활용한다
면 그것은 '분발하라'는 말을 백 번 하는 것보다도 훨씬 나을 것이다.
두 번째 얘기는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한을, 그리고 세 번째 얘기는 불필요
한 열등감을 갖지 말고 거꾸로 자기가 남들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유머들은 꾸준한 노력없이 매사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회초리보다도 높은 교육효과를 발휘한다. 부하의 분별력을 향해 총을 겨눠야 하
는 조직의 리더들은 유머의 이같은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머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바꾼다. 낡은 고정관념을 신개념으로 바꾸고 폐쇄적인 사
고를 개방적으로 바꾼다. 진부한 생각을 창조적으로 바꾸고 완고한 생각을 유연하게 바
꾼다. 그뿐인가. 둔감한 두뇌를 순발력있게 바꾸고 좁은 시야를 트인 시야로 바꾼다. 유
머는 멘탈 리스트럭처링과 멘탈 이노베이션을 통해 개인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수단이다.
개중에는 '그래봤자 농담은 농담일 뿐' 이라거나 '우스개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한 효능
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정신구조조정을 통
해 깨뜨려야 할 그릇된 고정관념에 해당한다. 유머와 사고방식, 혹은 유머 구사능력과
업무 수행능력 사이의 함수관계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사고의 개조와 혁신을
이뤄낼 수 없으며 리더로서 부하들을 다스릴 수도 없음을 분명히 지적해 둔다.
6. 유머는 정신적 비아그라이다.
("젊은 세대를 놓고 한탄하는 것만큼 사람을 늙어 보이게 하는 것은 없다."- 스티븐
슨)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조직의 간부나 리더에게 늘 골치아픈 문제 중의 하나
는 '세대차이'다. 특히 요즘처럼 신, 구세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때로 직접적인 업무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필자는 기업강연을
다니면서 많은 간부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이 "세대차이 극복의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호소하곤 한다.
세대차이는 리더의 입장에서 볼 때 수만금을 들여서라도 극복해야 할 절대적인 해결
과제에 속한다. 세대차이가 심하면 간부뿐만 아니라 부하들 역시 마찬가지로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말이 안 통하고, 정서와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고, 어쩌다 회식을
해도 꽁무니 뺄 궁리만 하고... 결국 상하간에 신뢰와 애정을 쌓는 일은 영영 불가능하
다. 세대간의 벽은 곧 조직의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유머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세대간의 어우러짐을 가능케 하는 좋은 수단이다. 웃음
이란 문화나 계급, 나이, 출신 등의 차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위대한 평형장치'이기
때문이다. 유머로 뷰하들을 즐겁게 만드는 간부는 설사 상대가 손주뻘이라고 해도 얼마
든지 친해질 수 있으며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힐 수 있다. 그것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
으로, 나아가 조직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대차이가 있는 조직에는 으레 상호간의 비난이 존재한다. 구세대는 신세대의 경박
함과 무례함을 탓하고, 신세대는 구세대의 고리타분함과 형식주의를 비웃고, 중간에 있
는 '낀세대'는 양쪽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
단 신세대의 눈에 비친 구세대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자. 다음은 PC통신과 인터넷 유
머란에 실린 글들이다.
우리 부서는 사내기밀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복사기 옆에 문서 절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보존기간이 지난 문서, 회의 때 긁적거린 낙서, 사장을 목매다는 그림, 연애편지
등은 모두 절단기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루는 퇴근을 하려는데 이사님이 문서를 손
에 들고 절단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사님, 도와드릴까요?"
"그래주겠나? 기계작동법을 몰라서 말이야."
나는 스위치를 켜고 이사님이 준 문서를 절단기 속으로 밀어넣었다. 문서가 말려들어
가자 이사님 왈.
"잘하는군. 한 부 더 복사해 주게."
- 부장이란?: 일반 직원으로는 최고의 직급. 오랜 회사경험이 말해주듯 실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하지만 낡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업무에 저용하려고 하
면 별로 쓸모있는 것이 없다.
- 과장이란?: 부장 승진을 눈앞에 둔 사람. 이들의 지상과제는 부장이 되는 것이므
로 윗사람에게는 간도 쓸개도 없는 것처럼 행동해서 '우리 과장님이 혹시 사이보그?'
라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 이사란?: 회사의 '임직원' 중 임원에 해당하는 계층. 이것저것 지시는 많이 하지만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실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만큼 하는 일도 별로 없다.
그러나 회사 돈을 축내는 것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 글들에 실린 구세대의 모습은 참혹하다. 간단한 기계 작동법도 몰라서 복사할 문
서를 절단기에 집어넣고, 나이만 많았지 실제로 쓸모있는 능력은 아무것도 없고, 무책
임하며, 심지어는 부하들로부터 사이보그라는 오해까지 받는다.
아무리 유머란에 실린 글이라 해도 글쓴이들이 '윗분'들에게 공연한 억하심정을 가질
리 없고 보면, 결국 이것이 구세대에 대한 신세대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해도 크게 무
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구세대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으리라. '나이를 먹고 싶어서 먹었나. 우리 때
는 컴퓨터도 없고 OA(사무자동화)도 없었는데 그럼 어쩐란 말이냐, 나이 좀 먹었기로
서니 무조건 낡은 지식이라고 매도하면 되느냐, 간부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는 줄 아
느냐' 등등.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오욕'과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세대간의 조화를
꾀하려면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와 간부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를테면 컴퓨터 문제를 보자. 나이 든 구세대가 컴퓨터를 끼고 사는 신세대보다 PC
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지금이라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이사
나 부장이 업무시간에 더듬더듬 자판을 두드리며 타자연습을 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
다고 부하들이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만 멀뚱거려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말을 듣기 딱 좋다. 방법은 하나, 컴퓨터에 대한 유머로 대화에 끼여드는 일이다.
인터넷을 배우기로 결심한 영구가 동생에게 넷스케이프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영구가 건네준 쪽지에는 'NETSCAPE4.03'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동생이
사온 물건을 보고 영구는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다. 엉뚱하게도 캔커피를 하나 사왔기
때문이다. 캔커피의 이름은 '네스카페'였고, 상단에 적힌 유통기한은 4월 3일(4.03)이었
다.
- 컴퓨터가 암컷이라는 증거
(1) 사자마자 더 좋은 것이 나타난다.
(2) 컴퓨터끼리 소통하는 언어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3) 만든 사람 외에는 내부 로직을 이해할 수 없다.
(4) 한 번 빠지게 되면 월급의 반은 컴퓨터의 액세서리 구입에 바쳐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가 신혼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신문기
자가 부인에게 묻는다.
"첫날밤은 어땠습니까?"
그러자 부인이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Micro & Soft."
컴퓨터를 모르는 구세대들에게 이런 유머들은 별로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넷스케이프와 네스카페를 혼동한다거나- 두 단어는 실제로 철자가 비슷하다- 컴퓨터
와 애인의 공통점을 찾는 다거나, 빌게이츠의 특정부위가 'MS'하다는 등의 얘기는 신
세대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르건 얘기들이 컴맹상사의 입에서 나
온다는 것은 어쩌면 유머의 내용보다도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유머로 부하들을 웃기고 나면 자기를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부
장님, 이 얘기 아세요?"라거나 "과장님, 통신 ID와 애인의 공통점이 뭐게요?"라는 식으
로. 말하자면 상사를 왕따시키지 않고 대화에 기꺼이 끼워주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전
에는 배우기가 쑥스러웠던 컴퓨터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부하
들과 소프트웨어를 주고받거나 메일을 교환할 정도가 되면 세대차이의 벽은 한결 낮아
지게 될 것이다.
신세대들이 즐기는 유머의 소재는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그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어
함께 농담을 즐기기 위해서는 '덩달이 시리즈'나 '썰렁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등 유명한 유머 시리즈들을 최대한 많이 알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요즘 어떤
유머들이 유행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끔 서점에 들르거나 잡지의 유머란을 뒤적이는
성의도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그게 왜 웃기는지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과심을 기울이면 그
속에 신세대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키워드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면 나중엔 자
기도 감각이 바뀌어서 부하들과 똑같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게 된다. 부하의 말을 짐짓
못 들은 체하며 사오정 흉내를 내거나 일부러 썰렁한 말로 부하들을 춥게 만드는 간부
라면 더 이상 '쉰세대'라는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유머는 정신적 비아그라다. 그것은 세대간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조화를 이뤄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구세대에게 신세대적인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정신적 회춘'이 가능
하게끔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세대차이 극복을 원하는 간부나 리더라면 회식의 횟수를
늘리거나 '대화의 날' 같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보다 유모감각을 익히고 활용하는 일
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정신적 회춘을 뛰어넘어 육체적인 회춘까지도 가져다줄지 모른다. '일
소일소'라 하여 한 번 웃으면 그만큼 젊어진다고 했는데, 거기에다가 젊은이들과의 어
울림에서 오는 신선함과 조지그이 활력에서 오는 만족감까지 합쳐지면 진짜 비아그라
와 똑같은 효과를 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는가. 무디 독자들에게 그런 '뜻밖의 행
복'이 찾아오길 기원해 본다.
7. 유머 경영학:유머는 '윈/윈' 전략이다.
("친구를 얻는 확실한 방법은 나 스스로가 남의 친구가 되는 데 있다."- 에머슨)
경영학의 핵심은 재화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
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유능한 경영자가 될 수 없으며 성공하는 기더가 될 수
도 없다. 인간경영이란 단순히 조직의 구성원 개개인을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라 조직
안팎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을 6개로
구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차원의 방식은 '나도 이기고 상대방도 이기는', 즉 서
로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윈/윈(win/win)'적 사고방식이다. 승패를 가르는 경쟁이
나 대립보다 협력을 중심에 두는 이 방식에 대해 코비는 "기법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절대적인 철학" 이라고 말하고 있다.
'윈/윈'적 사고방식은 유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머의 목적은 웃음을 통해 함께 기
쁨을 느끼고 그로부터 삶의 활력을 얻는 것에 있으며, 이는 곧 현대 경영학과 조직론의
주요관심사인 '윈/윈'과 '시너지 효과'를 의미한다. 유머에는 이처럼 바람직한 인간관계
와 효과적인 조직경영에 필요한 요소가 두루 포함되어 있고, 바로 그것이 '유머경영학'
의 출범점이다.
"IBM은 매년 뉴욕 허드슨 강변에 있는 펠러세이드에서 중역회의를 열 때마다 존 모
리얼이라는 유머 컨설턴트를 빠짐없이 기조연설자로 초청한다. 모리얼은 중역들을 웃기
는 것은 물론 웃음이 부하직원과의 의사소통에 '경이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도 가르친
다..."(동아일보 1999. 2. 10)
이것은 유머가 기업의 조직운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
례다. IBM 외에도 많은 세계적 대기업에서 유머를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활발
한 연구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유머 컨설턴트는 그 과정에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
한 '웃음 전문가' 들이다. 보도에 의하면 1급 유머 컨설턴트가 1시간 강연료로 받는 액
수는 무려 5천 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6백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적은 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업에서 이런 거금을 들이면서 까지 웃음 전문가를
초빙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정보화시대에 기업의 경쟁럭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자비한 감원이나 해고로 노동자들을 압박하기보다 유머를 통해 조직에 웃
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필자가 말하는
'유머경영학'을 이미 진작부터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의 효과는 '의욕'이나 '활력'이라는 추상적인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머 컨
설턴트들은 "조직에 웃음이 퍼지면 근로자들이 건강해지기 때문에 의료보험 부담도 그
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또 소속감과 연대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경쟁
회사에 빼앗길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유머경영학은 이처럼 무형의 효과
(의욕과 활력)와 유형의 효과(비용절감. 인력 유지)를 동시에 낼 수 있는 효율적 경영
방식인 것이다.
유머경영학의 효능을 동양에서도 일찍이 강조되 바 있다. 당나라의 전설적 걱부인 송
청이라는 사람이 말했던 '구불약'이 바로 그것이다. 구불약이란 그가 실천해서 득을 본
웃음을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웃음 속에 아홉 가지 '불'을 극복하는 묘약이 있다는 뜻
이다. 요즘 경영학 관련 논문이나 칼럼에서 자주 거론되는 구불약의 내용은 이렇다.
1. 불신: 웃음은 상대방이 내게 갖는 불신을 없애준다.
2. 불안: 웃음은 나와 타인의 불안을 잠재운다.
3. 불앙: 웃음은 원망과 앙심을 없애준다.
4. 불구: 웃음은 내 마음이 곧음을 드러내준다.
5. 불치: 웃음은 물건의 값을 속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6. 불의: 웃음은 나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준다.
7. 불충: 웃음은 성의가 없다는 생각을 없애준다.
8. 불경: 웃음은 공손하지 않다는 생각을 없애준다.
9. 불규: 웃음은 원칙을 어길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없애준다.
요약하면, 웃음은 나에 대한 상대방의 모든 의혹과 경계심을 없애줌으로써 서로간에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피차간에 득이 되는 의미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송청의 생각이야말로 '윈/윈' 전략으로서의
유머경영학이 갖는 대외적 효능을 정확히 꿰뚫은 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유머경영학은 이처럼 내부적으로는 인간관계의 '윈/윈'을 실현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
끌어내며, 대외적으로는 상호이익을 추구하여 거래관계의 '윈/윈'을 실현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유머의 효능을 과소평가했던 사람은 이제부터라도 조직 전체에 유머를 보급
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출발점은 당연히 자기 스스로 먼저 유
머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를 유머리스트로 바꾸는 데 있어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관습과 편견
과 권위의식이다. 조직원들에게 '엄숙함'과 '정숙함'을 요구하는 관습, 잘 웃는 사람은
싱겁고 가벼운 사람이라는 편견, 그리고 '리더가 어떻게 부하들 앞에서 실없는 농담을
하느냐'는 권위의식은 리더가 유머경영학을 도입하고 스스로 변신하는 것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건대, 맨 윗사람이 먼저 변하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로 변하지 않
는다. 게다가 쓸모없는 권위의식에 빠져 조직의 발전을 포기하느니 자기의 권위- 물
론 조직운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권위다- 를 포기하고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이 경
제적으로도 훨씬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한국기업의 고질병 중 하나인 경영자의 권위
의식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는 다음과 같은 데브라밴턴의 말 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나는 최고경영자가 종업원들의 얼굴에 파이를 던지고, 행운의 편지를 써서 보내고,
공개적으로 속옷을 선물하고, 긴 내의를 입고 식탁 위에서 춤을 추고, 친구의 화장실
변기 위에 가짜폭탄을 설치 하는 등의 익살스런 장면을 많이 보았다.
이 밖에도 거래처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자기를 비서라고 소개하고는 상대에게 '사
장님이 당신과는 절대 통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팩스로
만화를 보내거나, 근무시간에 국제전화를 걸어 야한 농담을 하는 등 비즈니스에 유머를
불어넣은 사례도 많이 있었다.
유머를 잘 사용하지 못하거나 재미있는 말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은
정상에 올라가기 힘들다. 설사 정상으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그와
함께 등반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유머를 구사하고 웃음을 나누는 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바꾸고, 인간관계를 바꾸고, 인간들이 모인 조직을 바꾼다. 뿐만 아니라
조직과 조직간의 관계까지도 바꾼다.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
윈'전략으로서의 유머, 그리고 그것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머경영학. 이는 21
세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궁극적인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리
더들이 도입하고 연구해야 하는 미래형 경영방식이다.
제3장 웃기는 리더의 5가지 습관
유머리스트가 되기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습관이 필요하다. 그것은 유머창조에 필요한
심성을 가꿔주고 발상능력을 키워준다. 또 세련된 매너와 적극적인 실천을 가능케 하고
친근한 인상을 만들어준다. 이런 습관들은 유머리스트뿐만 아니라 조직의 리더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3장의 제목이 '웃기는 리더의 5가지 습관'이 된 이유도 바로 거
기에 있다.
1. <습관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사람은 습관에 따라서 즐거울 때 그 즐거움을 고양시킬 수 있고 우울할 때 기분을
돌이킬 수 있다."- 괴테)
유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서 비관적인 사람은 결코 인간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좋은 유머를 창조할 수 없다.
긍정적 사고는 유머러스한 리더의 다섯 가지 습관 중 '심성'에 해당하며, 유머창조의 근
원이 된다는 점에서 나머지 네 개의 습관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첫 번째 습관에 익숙한 사람들은 실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유머를
통해 실패의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것은 처량함을 풍기는 자조적
인 웃음과는 차원이 다른 웃음이다. 거기엔 실패를 딛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지가 담
겨 있기 때문이다.
<습관 1>은 낙관.여유.유연성을 심어준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성공할 수 없는 몇십 가지의 방법을 발견했을 뿐
입니다."
이것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던 에디슨이 '당신은 몇번이나 실패했느냐'
는 질문을 듣고 했던 대답이다. 유머가 넘치는 그의 이 한마디는 리더들이 배워야 할
'긍정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는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 않는 용
기와 낙천적인 사고방식이 있었기에 훗날 위대한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치가들 중에서 유머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처칠 역시 긍정적인
사고로 무장한 낙관주의자였다. 그의 정치인생에는 수많은 위가가 있었지만 어떤 어려
움도 그의 확고한 낙관주의를 꺽지는 못했다. 그가 위대한 리더와 위대한 유머리스트이
지위에 동시에 오를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다름아닌 '긍정적 사고'에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나는 세상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의연하고 여우있는 행동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매사를 긍정적으
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위기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비난 앞에서도 분노하지 않는 남
다른 침착함이 있기 때문이다. 낙관주의자 처칠이 자기에 대한 불신임 투표의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감상해 보자.
처칠이 수상과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던 1942년. 북아프리카에서의 군사작전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하원에사 그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되었다. 소명에 나선 그에게 한 의원이
당시 논란이 된 바있는 '처칠 탱크'에 대해 물었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A22라는 그 탱크는 처음 생산되었을 때 무수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어울리는 '처칠 탱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함들은 대부
분 교정되었고, 나는 이 탱크가 머지않아 매우 강력하고 유용한 무기가 될 것임을 확신
합니다."
그는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인해 의사당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불신임 동의안은 결국
450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물론 처칠이 표결 결과를 미리 예측했기 때문에 짐짓 여유를 보였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가원수가 자기의 '불명예 퇴진'을 표결하는 현장에
서 그런 유머를 구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처칠이 그 자리에서 불쾌
하거나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면, 설사 불신임안이 부결되었다고 해도 국가 원수로서의
그의 위상은 많은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리더는 경직된 사고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
로 유연하게 눈앞의 상황에 대처한다. 생각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
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 그리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모
든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인 에버렛 덕슨은 말한
다.
"나는 확고하고 절대 굽힐 수 없는 원칙의 소유자다. 그 중 첫 번째 원칙은 언제나
유연해야 한다는 것(to be flexible at all times)이다."
이 인상적인 유머- 사실 유머라기보다는 하나의 좌우명 혹은 금언에 가깝다- 는
밥 돌이<위대한 정치적 재담(Great Political Wit)>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것이다. 밥 돌
은 이 말을 정치에 입문하거나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들
려준다고 한다.
<습관 1>은 솔직함.자신감.너그러움을 부여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리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처칠이 불신
임 투표의 현장에서 자기의 '무수한 결함'을 인정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건 단지 '정직
해야 한다'는 도덕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남들에게 자기의 약점이
나 결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이면에는 낙관주의자 특유의 강한 자신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또 당장은 실패했더라도 언젠가는 그것을 딛고 성공할수 있으리라
고 믿는다. 낙관적인 사고 방식은 세상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똑
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솔직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미국을 방문한 처칠에게 한 여인이 물었다.
"연설을 할 때마다 자리가 미어터지도록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
겠죠?"
처칠은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정치연설을 하는 게 아니라 교수형을 당하고 있는 거라면 청중이 최소
한 지금의 2배는 되리라는 것을 나는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칠은 연설장을 찾는 지지자들 못지 않게 자기를 싫어하는 '비토 세력' 도 많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답은 솔직하다. 그러나 그의 유머에서는 '그럼
에도 불구하고 니 길을 간다'는 강한 자신감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이처럼 리더에게 솔직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심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진정한 신뢰와 권
위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리더는 너그러움의 미덕을 안다. 그들에게는 상대의 입장을 헤
아리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아량과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례들은 처칠과
워싱턴과 링컨이 왜 지금까지도 위대한 리더로, 그리고 훌륭한 유머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처칠의 비서가 신문을 들고 뛰고 들어왔다. 거기엔 처칠을 '시거를 문 불독'으로 묘사
한 정치만평이 실려 있었다. 비서들이 이구동성으로 신문사를 비난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처칠은 시거를 물고 그 만평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
한다.
"기가 막히군. 저기 걸린 초상화보다 이 그림이 오히려 날 더 빼닮았어. 당장 초상화
를 떼고 이 만화를 오려서 붙여놓게."
한 신사가 말을 타고 가다가 병사들이 나무를 운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상사 한 명
이 구령을 붙이며 작업지휘를 하고 있었지만 워낙 무거운 나무인지라 좀처럼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신사가 상사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같이 일하지 않는가?"
"전 졸병이 아니라 명령을 내린는 상사입니다."
그러자 신사가 말에서 내려 윗저고리를 벗고는 병사들 틈에 끼었다. 한참 만에 나무
를 목적지까지 운반한 뒤, 신사가 말에 올라타며 상사에게 말했다.
"다음에 또 나무를 운반할 일이 있거든 총사령관을 부르게."
상사와 병사들은 그제서야 신사가 조지 워싱턴 장군임을 알았다.
남북전쟁 시절, 링컨이 국방장관과 함께 맥클렐런 장군의 야전사령부를 방문했다. 전
투가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린 링컨에게 드디어 장군이 돌아돈다는 전갈이 왔다.
그러나 맥클렐런은 대통령과 장관을 본 체도 안하고 2층의 침실로 올라가 버렸다. 잠시
후 하녀의 말.
"장군께서는 너무 피곤하시다며 그냥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놀란 국방장관이 펄펄 뛰며 장군을 당장 직위해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속상관
인 자기를 무시한 것도 괘씸한데 하물며 대통령 앞에서야. 그러나 링컹의 생각은 달랐
다.
"장군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오. 장군으로 인해 이 비극적
인 전쟁이 한 시간이라도 단축될 수 있다면 난 기꺼이 그의 말고삐를 잡아주고 군화도
닦아줄 것입니다.
신문 만평에서 대통력을 희화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자기를 개로 묘사한
그림을 보면서 웃음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일에 동참하지 않는 상사를 곧바
로 나무라지 않고 총사령관이 직접 팔을 걷어부치는 것도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링컨의 사례는 '한국적인 상식'으로는 그야말로 꿈도 꿀 수 없는 '경이적인' 장면
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링컨이라고 해서 불쾌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보다도
장군의 입장을 먼저 헤아렸다. '생사가 걸린 전투를 치르고 온 장군에게는 휴식이 필요
할 것이다', '감정적 조치보다는 군의 사기와 승전이 더 중요하다'라는 아량과 포용력은
나쁜 측면보다 좋은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없으면 결코
갖출 수 없다.
또 하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같은 너그러움이 그들의 리더십을 더욱 빛나
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처칠의 비서들과, 워싱턴의 병사들과, 링컨의 부하들은 그날
이후 얼마나 큰 부끄러움과 존경심을 느꼈을 것인가. 경직된 사고와 행동으로 인해 권
위주의의 수렁에 빠지는 무능한 리더들과는 달리,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춘 리더는 이처
럼 소탈함과 너그러움 속에서도 얼마든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습관1>은 리더십과 유머의 원천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리더십의 원천이다. 그것은 리더에게 좌절하지 않는 용기, 분노하지
않는 여유, 경직되지 않은 유연함, 위장되지 않은 솔직함, 교만하지 않은 자신감, 그리
고 권위적이지 않은 소탈함과 옹졸하지 않은 너그러움을 선사해 준다. 그런 요소들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얼마나 중요한 미덕인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또한 유머의 근본이다. 좌절과 분노, 경직과 가식, 교만함과 옹졸함
에서는 푸념이나 독설은 나올 수 있어도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건강한 유머는 나오지
않는다. 남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내면을 웃음으로 채워야 하고,
그것은 세상과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심성이 없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을 갖췄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유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 사고는 단지 유머창조에 필요한 심성일 뿐이며, 달리 말하면 유머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일 뿐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으려면 두레박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심성' 이라는 원천에서 유머를 퍼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알맞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웃기는 리더의 두 번째 습관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습과1>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는 먼저 이 상황과 관련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라. 경영
이 어려워지면 파산이나 부도상황을, 대인관계가 악화되면 상대와 절교하는 상황을, 병
들거나 다쳤을 때는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라. 또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았을 때는 그가
방송에 나와 자기를 공개적으로 욕하는 경우를 상상하라. 어떤 경우라도 최악의 상황보
다는 지금이 최소한 조금은 더 낫다. 당연히 해결과 극복의 여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
다.
2. 감정이 격해지거나 화가 나는 순간에는 더도 말고 딱1분만 의식적으로 말과 행동
을 중단하라. 그리고 자기의 감정을 추스려라. 감정에 치우친 말과 행동은 기껏해야 몇
분 후면 후회를 낳게 마련이다. 사후에 밀려들 후회,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노력에 비
하면 1분이라는 시란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3. 어떤 일을 포기하고 싶을 때에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잠시 그 일을 처음 시작했
을 때의 판단을 되돌아보라. 그때는 분명 '된다'고 믿었을 것이고 이런저런 근거도 있었
을 것이다. 그 근거들 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여전히 옳은지 따져보라.
그렇게 해서 새로운 판단근거를 세우고 그래도 포기해야 한다면 그때 포기하라. 섣부른
포기는 긍정적 사고의 적이지만, 옳은 포기는 긍정적 사고의 일부분이다.
2. <습관2> 뒤집어서 생각하라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만든다."- 외국 격언)
웃기는 리더의 두 번째 습관은 '매사를 뒤집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가
유머창조에 필요한 심성이라면 이것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
상을 거꾸로 뒤집어서 안쪽과 뒤쪽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측면을 찾아내는 것. 이것은
다양한 유머기법들 중에서도 언제나 첫 손가락에 꼽히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두 번째 습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많이 보고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거울을 뒤집어봤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느닷없이 보고서를 뒤집
어봐야 보이는 건 하얀 백지 아니면 이미 읽은 지 오래인 철 지난 회의자료나 도표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경우는 새 종이일 때, 그리고 뒤의 경우는 이면지일 때다.)
<습관2>를 활용한 유머사례와 분석
자기의 청각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한 청년이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제 귀가 이상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상한가요?"
"청력이 점점 약해져서 요즘엔 제 방귀소리도 잘 안 들릴 지경이에요."
잠시 후, 의사가 약봉지를 건네주자 청년이 물었다.
"이걸 먹으면 잘 들리게 되나요?"
그러자 의사가 코를 막으며 대답한다.
"아니오. 이건 방귀소리가 커지는 약입니다."
삼처녀가 뭍으로 맞선을 보러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치장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그만 배가 떠날 시간이 되고 말았다. 항구로 달려갔더니 어느새 뱃고동이 길게 울리고
있었고 배는 선착장에서 약 2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처녀는 필사적으로 점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다. 놀란 선원들이 처녀를 배 위로 끌어 올리며 말한
다.
"이봐요, 아가씨. 10초만 기다리면 배가 항구에 닿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해요?"
산모가 분만실에서 진통을 겪고 있었다. 지독한 난산으로 산모와 의사가 모두 파김치
가 되 상황에서 의사가 말한다.
"많이 힘든 것 같군요. 위치를 좀 바꿔보는 게 어때요?"
"그래요."
산모가 반갑다는 듯이 얼른 대답한다.
"내가 의사가 되는 게 낫겠어요."
이 유머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얘기의 결과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듣는
사람의 예측을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는다는 점이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
다.
(1) 청력이 떨어져서 방귀소리가 안 들렸을 것이다. (예측)
- 방귀소리가 작아서 안 들렸다. (결과)
(2) 뱃고동이 올리고 배가 선착장에서 2미터 떨어진 것은 이미 출발했기 때문일 것
이다.(예측)
-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기 직전이라서 그렇다.(결과)
(3) 산모가 누운 위치를 바꿀 것이다. (예측)
- 산모와 의사의 처지를 바꾸자고 한다. (결과)
사람들이 웃는 이유는 이처럼 결과가 예상과는 정반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
하면, 반대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뒤집기를 활용한 유머를 많이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들의 '전설적 유머'들 중에도 뒤집기를 이용한 것이 많은데, 그것은
그들이 두 번째 습관에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1장의 사례들 중 먼데일
의 '퇴물론'에 대한 레이건의 응수는 뒤집기를 멋들어지게 활용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개의 유머는 뒤집기 유머 중에서는 가장 교과서적이고 전형적인 패턴에 속한
다. 수학에도 산수가 있고 고등수학이 있듯이 유머에도 난이도에 따라 각기 단계가 있
다.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생각과 테크닉이 필요한 사례들을 감상해 보자.
하루도 빠짐없이 오토바이에 포대자루를 싣고 국경을 넘어 다니는 노인이 있었다. 노
인의 행동을 수상쩍게 여긴 국경의 세관원이 혹시 밀수꾼이 아닌가 싶어서 그를 붙잡
고 묻는다.
"할아버지, 이 포대 속엔 뭐가 들었죠?"
"보면 몰라? 자갈이잖아, 자갈!"
세관원은 포대를 꼼꼼히 뒤져보았지만 노인의 말대로 자갈 외에는 든 것이 없었다.
이후에도 세관원은 여러 차례 오토바이를 세우로 불심검문을 해봤지만 그때마다 포대
에서 나오는 것은 흙 묻은 자갈들 뿐이었다. 그러기를 1년, 마침내 궁금증을 견디지 못
한 세관원이 물었다.
"할아버지, 밀수를 하신다고 해도 눈 감아 드릴 테니 제발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뭔
가 밀수를 하긴 하는 거죠?"
그러자 노인이 히죽 웃으며 대답한다.
"사실은 말이지, 난 오토바이 밀수꾼이야."
신혼부부가 차를 몰고 시골길을 여행하다가 그만 진흙탕에 빠져 버렸다. 차를 꺼내기
위해 한참을 고생하고 있는데 마침 트랙터를 타고 지나가는 농부가 눈에 뛰었다. 신랑
은 농부에게 차를 빼달라고 부탁한 다음 수고비로 만 원을 건네며 말했다.
"아저씨, 여기서 차 빼주는 일만 해도 수입이 짭짤하시겠네요."
그러자 농부가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하는 말.
"뭔 말씀이래유. 여기에 매일 물 채우려면 물세도 만만찮어유."
불로장생을 판다고 떠벌이며 호객행위를 하던 떠돌이 약장수가 사기혐의로 경찰에
잡혔다. 그런데 전산망을 통해 약장수의 신상기록을 살피던 경찰관이 갑자기 뭔가에 충
격을 받은 표정으로 기절해 버렸다. 기록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위 인물은 1772년, 1829년, 그리고 1943년에 불로장생약을 팔다가 사기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음.'
이것은 예측을 뒤집는다는 점에서는 앞의 사례들과 같지만 뒤집기의 난이도에서는
약간 차이가 난다. '소리가 크다- 소리가 작다', '배가 떠났다- 배가 도착한다' 처럼
단순한 반대상황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가 주어진 상황에 대한 순발력있는 추리를 필요
로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오토바이에 뭔가 밀수품을 실었을 것이다. (예측)
- 오토바이 자체가 밀수품이다. (결과)
(2) 농부가 우연히 진흙탕 옆을 지나쳤을 것이다. (예측)
- 농부가 직접 진흙탕을 만들었다. (결과)
(3) 불로장생약은 가짜일 것이다. (예측)
- 불로장생약은 진짜였다. 약장사가 몇백 년째 생존해 있으니까. (결과)
이 중 특히 세 번째는 어지간한 유머리스트라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
다. 이런 유머를 창조하려면 '만일 불로장생약이 진짜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몇백년 전에도 생존했을 것이라는 점에까지 생각이
미쳐야 비로소 하나의 완결된 유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뒤집기라도 이처
럼 생각하기 어려운 내용을 유머에 삽입시키면 당연히 웃음의 효과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습관2>를 위한 훈련의 유용성
세상을 뒤집어보라고 해서 꼭 이런 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라는 것은 아
니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뒤집는 능력뿐만 아니라 각색능력과 표현능력 등이 두
루 필요하고, 그것은 그야말로 '숙달된 조교'들이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작품'을 만든다는 욕심보다는 뒤집기를 자기의 습관으로 확실히 정착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단 평소에 보고듣는 모든 것을 한 번씩 거꾸로
생각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속담이나 금언은 그런 훈련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 등잔 위는 더 어둡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밑불이 잘 타야 윗불도 잘 탄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구르는 돌에는 먼지가 낀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가장 낮게 나는 새가 가장 자세히 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먹이를 찾는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일찍 잡아먹힌다.
사실 이런 훈련은 유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유용하다. 세상을 보는 각도를 바꿔
서 반대로 보거나 비틀어보면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사물의 다양한 측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속담이나 금언을 비틀고 뒤집는 목적도 그것이 지닌 교훈을 무시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또 다른 측면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가령 '높이 나는 새'와 '낮게 나는 새'는 각각 '거시적 관찰'과 '미시적 관찰'을 의미하
며 두 가지를 합쳐야만 비로소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사려 깊
은 유머리스트는 갈매기 조나단의 가르침을 새기면서도 동시에 낮게 나는 것의 필요성
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유능한 리더들이 유능한 유머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 덕분이 아니었을까.
미국인이 소련인에게 말했다.
"미국에는 정치적 자유가 있지. 나는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서 책상을 주
먹으로 쾅 내리치면서 레이건에게 '미국을 통치 하는 방식이 도대체 마음에 안 든다'고
소리칠 수도 있다네."
"흠..."
소련인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나도 크렘린에 가서 똑같이 할 수 있다네."
"정말?"
"당연하지. 나도 고르바초프의 집무실에 들어가서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면서
'레이건이 미국을 통치하는 방식이 도대체 마음에 안 든다' 고 소리칠 수 있단 말일세."
대학 졸업식장에 내빈으로 참석한 영부인 부시 여사가 졸업생들 앞에서 축사를 했다.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 중에는 훗날 나처럼 백악관으로 가서 대통령의 배우자가 될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남학생에게 행운을 빕니다."
졸업식장은 순식간에 엄청난 폭소와 박수갈채로 뒤덮였다.
이것은 뒤집기 유머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힐 만한 사례들이다. 앞의 것은 레이건이
재임시절에 기자나 참모도 앞에서 즐겨 사용하던 유머고, 뒤의 것은 부시 전 미국 대통
령의 부인인 바바라 부시가 1990년 미국 웰즐리(Wellesley)대학의 졸업식장에서 축사로
했던 연설 중의 일부다.
레이건은 소련인이 고르바초프를 비난할 것이라는 예측을 일거에 무너뜨림으로써 웃
음을 이끌어내며 은근히 미국 정치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있다. 또 바바라 부시는
'미래의 대통령의 배우자'가 당연히 여학생일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으며 '여자도 얼마든
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진보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들의 뛰어
난 유머감각을 칭찬하기에 앞서, 대통령이나 영부인으로부터 이런 유머를 듣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습관으로 나쁜 습관을 제압하라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하나의 습관이다. 세상과 사물을 한번씩 뒤집어서 관찰해 보는
것 역시 하나의 습관이다. 넋 놓고 앉아 있으면 나쁜 습관이 좋은 습관을 밀어내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경우엔 반대로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을 압도하게 된다. 좀 복잡
하게 말한다면, 거꾸로 뒤집는 습관이 습관과 습관 사이의 우위까지 거꾸로 뒤집게 되
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뒤집기에 능한 사람들이 주도해 왔다. 발명
도, 세일즈도, 혹은 예술과 사상도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와 진보는 결국 콜롬부스의 달
걀처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같은 발
상법이야말로 창조의 원천이고 변화의 출발이며, 유머의 근본이다.
그런 발상법에 익숙해지면 이제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유머의 원천에서는 끊임없
이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유머들이 샘솟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습관은 제2의 천
성'이라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는 법을 완전히 몸이 익혔을
때, 그리하여 물구나무를 서지 않고서도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신은
웃기는 리더의 두 번째 습관을 마스터했다고 자신해도 좋다.
<습관 2>의 실천을 위한 제안
1. 하루에 한 가지씩, 평소에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보라. 속담을 뒤집어도 좋고, 과
학적 법칙을 뒤집어도 좋고, 교통상식을 뒤집어도 좋다. 그런 다음 그로부터 어떤 결과
가 발생하는지를 상상해 보라. 정말로 등잔 밑이 제일 어두운지, 중력의 법칙이 뒤집히
면 어떻게 되는지, 남자가 임신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모든 웃음의 열쇠는 그 속에 있
다.
2. 뭔거 뜻밖의 상황을 접하고 놀리거나 예상 밖의 상황에 웃음이 터졌을 때는 즉시
그 내용을 메모하라. 내 예상과 결과가 어디에서 어긋났는지를 따져보면 자기의 머리
속에 답긴 고정관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사고를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되
고 웃음이 소재를 찾아 응용하는데도 유용하다. 당신이 가진 고정관념은 남들도 대부분
똑같이 가지고 있다.
3. 늘상 하는 말을 거꾸로 뒤집어보라. 이를테면 '내 집이거니 하고 편히 쉬세요'는
'남의 집이거니 하고 편히 쉬세요'로, '젊은 사람이 왜 그리 허약해?'는 '늙은 사람이 왜
그리 허약해?'로, '왜 그리 배가 나왔느냐?'는 '왜 그리 가슴이 들어갔느냐?'로 뒤집어보
라. 일반적이 표현에서 한 마디만 뒤집으면 바로 거기에서 웃음이 터지게 된다.
3.<습관3> 때와 장소를 가려라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말하지 말고, 움직이지 마라."- 공자)
휴대폰 광고 중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는 것이 있다. 잠복 수사중인 경찰의
허리춤에서, 잠자는 사자 앞에서, 혹은 미녀에 인공호흡을 하려는 응큼한 형사의 주머
니에서 갑자기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물론 그것은 '잘 터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장면일 뿐이지만 따지고 보면 잘 터지는 게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휴대폰 소리는 현대인의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극장이나 공연장, 결혼식장, 교회의 예배시간 등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좀 불쾌하
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치자. 슬픔에 잠긴 초상깁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날 좀
보소~'혹은 '와 이리 좋노~' 따위의 '경쾌한' 음악소리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아 할까.
실제로 필자는 문상을 간 자리에 그런 경망스러운 전화벨 소리를 듣고 난감해 한 경험
이 있다. (물론 내 전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화 였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처럼 에티켓 부족의 차원을 넘어 때로는 엄청
난 결레가 될 수도 있다. 유머 역시 마찬가지다. 발상이나 기법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것이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으면 웃음은커녕 듣는 사람들을 몹시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읻. 때와 장소를 정확히 가릴 줄 아는 세련된 '매너'가 바로 <습관 1>의
'심성'과 <습관 2>의 '발상'에 못지않게 중요한, 웃기는 리더의 세 번째 습관이다.
처칠의 유머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다시 처칠의 예를 들어보자. 처칠은 정치적 경쟁자나 야당에 대해 늘 신랄하면서도
번뜩이는 유머를 구사하여 폭소를 이끌어내곤 했다. 그가 남긴 유머들 중 상당수는 과
거에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전세계 유머교본에 반드시 실려야 할 정도로 발상과 표현이
탁월한 것들이다. 다음은 그 중의 일부다.
처칠은 노동당 당수 애틀리를 종종 유머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중의 하나,
"애틀리는 겸손한 하람이긴 한데, 겸손해야 할 구석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지."
영국 노동당의 진정한 창시자가 누구냐를 놓고 언쟁이 벌어졌다. 듣고 있던 처칠이
갑자기 '콜롬부스'라는 답을 내놓는다.
"콜롬부스는 출발할 때 목적지가 어딘지 몰랐고, 도착한 다음에도 거기가 어딘지를
몰랐고, 게다가 순전히 남의 돈으로 향해를 했으니까."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묻는 질문에 처칠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일, 내달,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런 일
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사후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이런 유머를 듣고 웃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상대의 겸손을 칭찬하는 척하
면서 '겸손해야 마땅한 무능함'을 꼬집고, 물론 부스를 빗대서 노동당을 '비전도 현실인
식도 없이 세금만 축내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정치인들의 무책임함을 불과 두 개의 '능
력'으로 압축하고...처칠은 '반기대'의 '비유'와 '풍자'라는 유머의 장르들을 실로 능란하
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처칠은 이런 유머를 공식석상이 아닌 만찬이나 리셉션에서 구사했을 뿐이지
의사당에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앞에서도 몇 차례 인용했듯이 의사당에서 그가 주로 유
머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다. 또 상대의 말에 유머로 응수할 때도
대개는 곡해나 능청. 동문서답 등을 활용했고 누군가를 면전에서 깎아내리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는 공석과 사석의 유머를 뚜렷이 구분했던 사람이다.
그의 '원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에서는 입다물고 뒤에서는 조롱하는 일종의 '뒷
다리 인가?'그렇지는 않다. 그는 아무리 유머라도 당사자 앞에서는 공개적으로 사람을
웃음거리고 만드는 것은 실례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사당에서만은
특정 개인에 대한 유머를 삼가고 대신 스스로를 풍자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처칠
이 남긴 유머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건 원칙이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유머리스트로서 처칠이 위대함은 바로 그것이다. 만일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정적들을
면전에서 조롱했다면 유머리스트라기보다는 오히려 가락심리에 빠진 '사디스트'라는 평
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뚜렷한 원칙 덕분에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유머들을 창조하며 세인들의 뇌리에 참된 유머리스트로 남을 수 있었다. '우군'뿐만 아
니라 처칠의 유머에 늘 등장해서 곤욕을 치렀던 '적군'들에게조차도.
참고로, 처치릐 유머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강도를 달리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사디스트오 아니고 그렇다고 예절바른 기사도 아닌, 오직 유머리스트일 뿐인
처칠의 진면목,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파티에서 리버풀 출신의 사회주의자인 베시 브래독 양이 처
칠에게 다가와 나무라듯 말했다.
"윈스트. 당신은 취하셨군요."
처칠은 곧바로 응수했다.
"베시, 당신은 못생겼군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맑은 정신이겠지만, 당신은 여
전히 못생겼을 거요."
매너있는 유머르 위한 3요소,TPO
<습관 3>을 익히려면 유머를 구사하기 앞선 시간.장소.상황이라는 세 가지 요소, 즉
TPO(Time.Place.Occasion)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불쑥 내뱉는 경솔
한 유머는 내용과 무관하게 경솔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TPO에 어울리는 적절한 유머는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빠르고 효과도 훨씬 더 크
다. 상황과 내용이 어우러져 웃음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유머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유머의 내용이나 방식까지 달라져
야 한다고 강조한다. 똑같은 유머라도 언제 꺼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이 유머를 생활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처럼 여러 자기 요소를 두루 고
려하는 치밀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인터넷의 한 유머사이트에 실린 내용이
다.
시간대에 따른 유머구사의 지침
1.아침:사람들의 긴장이 아직 풀어지지 않은 시간이다. 대부분이 이제 막 일어나소
일과를 시잭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두 마디의 짧은 유머나
간단한 농담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
2.점심:유머의 활용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아침에 비해 긴장이 많이 풀린 시간대이므
로 비교적 긴 이야기식 유머를 구사해도 좋다.
3.저녁:회의나 모임 등에서 유머를 활용하기엔 최적의 시간이다. 재미있고 엉뚱한 유
머와 농담으로 동료와 청중들을 최대한 즐겁게 하라.
매너없는 유머의 몇 가지 사례
경솔한 유머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자기 앞
에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는지에 대해 도통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남자인지 여
자인지, 노인인지 청년인지, 기독교도인지 불교도인지, 혹은 직장인인지 백수인지...그러
다 보니 처칠 아니라 처칠의 할아버지가 와도 사람들을 웃길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처
칠의 할아버니가 우머리스트라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원래 좋은 일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쁜 일은 잘 드러나는 법이라 했다. 유머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예를 드는 것보다는 나쁜 예를 드는 것이 '매너 없는 유머'를 설명하
기엔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어떤 유머가 TPO를 무시한 유머인지 사례를 보며 확
인해 보자.
한 컴퓨터 회사가 완벽하게 음성만으로 작동되는 OS(운영체제)를 개발했다. 당황한
MS사의 빌 게이츠는 비밀리에 해커를 고용하여 그 프로그램을 파괴하기로 했다. 며칠
후 제품 시연회가 열렸고, 해커는 컴퓨터에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에 이렇게 외치고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포맷 시작! 엔터!!!"
이것은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어 할 유머다. 하지만 좌중에 '컴맹'인 고참
들이 많이 있을 때 몇몇 신참들끼리 이런 얘기를 하며 킥킥거리면 웃음에 동참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은근히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OS가 뭔지, 해커가 왜 그렇게 외쳤는
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길어지면 소외감은 점차 불쾌함으로
변하게 된다.
이처럼 남들이 재미 없어 하는 주제에 대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것은 매너없는
유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경우에 속한다. 여사원들을 앞에 두고 남자들끼리 군대 유머
를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이때는 나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남자들이 동참하여 여사원들을 왕따시키기 일쑤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괜히 목소
리가 커지는 한국의 예비역들은 그것이 얼마나 무례한 '남성들의 횡포'인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매너없는 유머의 두 번째 유형은 특정 계층을 웃음의 소재로 삼아 비하함으로써 거
기에 속한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는 경우다. 사례를 보자.
사장이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중국집에 갔다. IMF의 여파로 닫르 돈이 없어서
음식을 시키지 못했는데 유독 사장 혼자서만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켰다.
사장이 말했다.
"IMF시대엔 생존전략이 중요합니다. 이 짜장면은 돈 안들이고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방법을 말해봐요."
그러자 남자 사원들이 앞다투어 말한다.
"사장님이 남기신 것을 먹겠습니다."
"전 사장님이 남기신 것을 먹겠습니다."
"전 사장님이 흘리신 것을 주워먹겠습니다."
그런데 여직원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린다. 사장이 물었다.
"미스 김은?"
"사장님...입 닦지 마세요."
운전이 서툰 주부가 '초보운전'이라고 써붙이고 시내에 나왔다.운전 중에 몇 차례 실
수를 하자 사방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야! 운전 똑바고 못해?"
"아줌마가 뭐하러 차를 끌고 다녀?"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화가 난 주부는 다음날 '초보운전'대신 다른 글을 써붙였다.
'밥하러 간다!'
사실 이런 우스개들은 내용 자체도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인간을 형편없이 깎아내
리는 반유머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눈앞에 젊은 여사원이나 주부사
원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유머랍시고 꺼내면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여직원은 사장의 성적 대상이 아니고 주부는 집에서 밥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활
동을 하며 가뜩이나 이런저런 차별을 겪는 여성들에게 이것은 유머가 아니라 다만 몹
쓸 인신모독일 뿐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유머의 표본은 흔히 'Y담'이라고 부르는 성담이다. 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유머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지만, 그중의 상당구는 건강한 유머라기
보다는 여성을 일방적인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농담에 가깝다. 남자들의 야한
농담을 들으며 내색은 못하고 속으로만 화를 삭인 경험을, 한국의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세련되고 유쾌한 상담이 아니
라면 적어도 여성들 앞에서만큼은 그런 얘기를 삼가는 것이 좋다.
매너없는 유머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상대의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경우다.
학력이나 외모 등 인간이 흔히 콤플렉스를 느끼기 쉬운 내용을 소재로 한 무분별한 농
담은 자칫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서른도 되기 전에 대머리가 된 남자가 있었다. 여자들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던 그는
결국 가발을 쓰고 맞선을 봐서 결혼을 했다. 첫날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가 아내에
게 고백할 것을 결심한다.
"자기, 나 사실은 자기에게 숨긴게 하나 있는데..."
"뭔데요?"
"뭐냐하면...그게, 그러니까..."
그러자 신부가 너그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대머리만 아니면 되니까 빨리 말해요."
25층짜리 고층 아파트 사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아침엔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지만 저녁 때는 늘 23층에서 내려 나머지 2층을 걸어 올라간다. 그 이유
는?
그녀는 숏다리에 숏팔이었다.
이런 얘기를 하려면 좌중에 혹시 대머리 총각이나 '숏다리' 여성이 있는지 반드시 살
펴야 한다. 자기는 그저 웃기려고 꺼낸 이야기가 동료나 후배에게 예기치 못한 굴욕감
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외모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면저 자기의 대머리나 비만, 작은 키 등을 풍자하녀 남들을 웃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
개는 그런 얘기를 듣기 싫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불쾌해하지 않으리라
는 확신이 없는 한 외모를 소재로한 농담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매너있는 유머리스트가 되려면 이처럼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배혀가 반드시 필
요하다. 세간의 농담들 중에는 뚱보나 대머리, 추녀에 대한 얘기가 많고, 장애인과 실업
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얘기도 많다. 자기의 눈앞에 외모 때문에 은근히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은 없는지, 가족의 실직으로 상심하는 사람은 없는지, 혹은 장애인 형제나 자
녀를 둔 가슴 아픈 사람은 없는지를 두루 살피지 않으면, <습관1>과 <습관2>에 아무
리 익숙하더라도 좋은 유머리스트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매너없는 유머에 대한 매너있는 대응
때와 장소를 잘 가린다는 것은 웃기는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너란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고, 따라서 <습관3>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의 무례함에 대
한 매너있는 대처요령도 함께 익혀야 한다.
글의 첫머리를 휴대폰 얘기로 시작했으니 여기에서도 휴대폰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자. 다음에 보여주는 두 개의 사례는 모두 필자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직접 들은 것
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목사와 판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무엇을 의
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황 1
서울 돈암동의 어느 교회 예배시간. 목사님이 한참 진지하게 설교를 하고 있는데 갑
자기 신도들 사이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경망스럽게 퍼지는 '로렐라이'의 음률. 설교가
중간에 뚝 끊겼고, 신도들이 민망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경건함이 필요한 시간에는 잠시 꺼두서도 좋습니다."
그리고는 폭소. 이 교회의 어느 신도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재치있게 넘긴
그 목사님이 존경스럽기까지하다고 했다.
상황 2
서울 북북지원의 재판정. 판사가 피고들을 상대로 신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청석
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피고들의 속을 뒤집는 '와 이리 좋노'의 음률. 재판이 뚝 끊겼고,
판사가 호통을 친다.
"어떤 작자야! 당장 안 꺼?"
그러자 한 중년사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휴대폰이 막
보급되던 시기인지라 사용법을 제대로 몰랐던 모양이다. '와 이리 좋노'의 음률이 끊이
지 않고 이어진다.
"끄란 말 안 들려?"
"저... 사실은 끌줄을 모릅니다."
"집사람 겁니다. 지금 잠깐 나갔거든요."
"그럼 당신도 당장 나가!"
사내는 송구스런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판사는 그에 대한 혐담으로 몇 분의 시간
을 더 허비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존댓말과 반말의 차이? 종교인과 법조인의 차이? 그건
아니다. 물론 장소의 차이도 아니다. 교회와 법정 중 어디가 더 엄숙하고 신성한 장소
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상앙과 한비자를 흠모하는 사람에게는 법정이
더 성스러울 것이고, 하나님과 예수를 섬기는 사람에게는 교회가 더성스러울 것이 아니
겠는가.
목사와 판사의 가장 큰 차이는 상황에 대한 대응방법이다. 어차피 휴대폰이 울린 것
은 전화주인의 실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러도 당사자는 민망하고 창피하고 당황스
러웠을 것이다. 목사는 그의 부끄러움과 신도들의 불쾌함을 적절한 유머로 달래주었고,
판사는 가뜩이나 무안한 사람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을 뿐만 아니라 애꿎은 방청객들
에게도 짜증을 부렸다. 바로 이것이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인 것이다.
이는 유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능한 유머리스트라면 남이 무례한 농담이나 경
박한 말장난을 했을 때도 적절한 대응으로 분위기를 유쾨하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렇지 못한 사람은 앞의 판사처럼 상대를 나무라거나, 망신을 주거나, 혹은 속으로 비웃
기 쉽다. 유머의 매너에 투철하기 위해서는 보여주는 매너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매너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고, 그래야만 <습과3>을 완전히 익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습관3>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유머를 구사하기 전에 좌중을 살펴라. 사람들의 학력, 외모, 가정형편, 지위, 종교,
건강상태, 경력 등을 꼼꼼히 파악하라.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굳이 많은 시간
을 소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일 한 명이라도 자기의 유머에 불쾌감을 느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 유머는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된다. 물론, 반응이 어떨지 확신이 안
가는 사람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2. 유머를 구사하기 전에 장소와 상황을 살펴라. 사무실과 술자리에서 할 유머가 다
르고, 단 둘이 탄 자가용과 북적거리는 전철 속에서 할 농담이 다르다. 또 정초에 어울
리는 유머와 연말에 적당한 유머가 다르고, 토요일 오후에 던질 유머와 연휴 뒤의 첫날
에 던질 유머가 다르다. 아침용 유머를 아침에 구사하면 유머리스트가 되지만 저녁용
유머를 아침에 구사하면 수다쟁이가 된다.
3. 누군가 불쾌한 유머를 구사했을 때는 일단 웃어라. 남들이 다 불쾌해할 때는 혼자
라도 웃어야 분위기가 덜 어색해진다. 그런 다음 즉시 다른 화제를 꺼내거나 혹은 같은
화제에 대한 좋은 유머를 연결시켜라. 어색함과 불쾌함이 웃음을 끌어내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사려 깊은 사람은 될 수 있다.
4. <습관4> 온몸으로 실천하라
("인간은 행동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사르트르)
웃기는 리더의 네 번째 습관은 '실천'에 관한 것이다. 심성과 발상과 매너를 모두 갖
췄더라도 유머의 표현이나 전달방식이 밋밋해서는 제대로 웃음을 이끌어낼 수 없다. 때
로는 말과 기지로, 때로는 제스처로, 또 때로는 온몸을 이용한 액션으로, 상황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유머리스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습관4>는 한국의 리더가 간부들이 가장 어렵게 느낄 만한 부분이다 유머 자체에
대한 편견이 워낙 강할 뿐만 아니라, 웃기기 위해서 몸까지 사용하는 것은 점잖은 체면
으로는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 일종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을 사리는 유머리
스트는 진정한 유머리스트가 아니다. 네 번째 습관은 유머의 생활화를 이루기 위해 반
드시 필요한 '전공필수' 과목이다.
유머를 몸으로 실천한 리더들
포드는 미국인들에게 세련된 이미지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약간어리숙하고 우둔한 이
미지를 남긴 인물이다. 그가 공화당의 하원 원내총무로 있을 때 대통령을 지냈던 민주
당의 존슨은 심지어 "포드는 얼마나 아둔한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껌을
씹으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라고 비아냥거린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취임연설에서 링컨과 포드를 비교한 재치있는 유머로 미국인들을 웃긴
유머리스트답게 그런 조롱에도 늘 의연했다. 만화가들이 자기를 희화화시킨 만평을 그
려도, 혹은 코미디언들이 TV에서 자기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도 마치 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대범하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다음은 유머리스트로서의 그의 그릇을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체비 체이스는 포드를 흉내냄으로써 일약 스타가 된 사람이다. 그가
묘사하는 포드는 발을 자주 헛디디고 걸핏하면 부딪치는 미련한 대통령이었다.
1976년. 워싱턴에서 열린 '방송인의 밤' 행사에 포드와 체이스가 나란히 참석하게 되
었다. 체이스는 악단이 대통령 찬가를 연주하는 동안 비틀거리면서 마이크를 잡고 연단
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보 같은 발언을 하는 등 계속해서 청중들을 웃겼다. 일부러 포드
를 놀리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명백한 상황이었고, 포드 역시 청중들과 함께 웃었다.
연주가 끝나고 포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테이블 위의 커피가 엎질러졌다. 연
단에 도착한 포드는 연설문을 펼치다가 그만 원고뭉치를 바닥에 모두 날려버렸다. 그리
고는 조금 전에 체이스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바보스런 말투로 연설을 시작했다. 장내는
엄청난 폭소로 마치 떠나갈 듯했다.
포드의 바보 같은 행동들은 그가 결코 우둔한 바보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는 체이
스의 행동을 웃음으로 받아넘겼을 뿐만 아니라,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거꾸
로 자기가 체이스를 흉내냈던 것이다.
물론 의회나 기자회견장이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 리 없다. 그런 '파격적인' 장면이
가능했던 것은 그 장소가 어느 정도의 연기와 익살이 허용되는 방송행사장이었기 때문
이다. 포드는 이처럼 TPO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온몸으로 청중들의 웃
음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체이스의 장난에 불쾌해하지 않고 같이 웃었다는 점
에서 웃기는 리더의 습관들을 골고루 갖춘 훌륭한 유머리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웃기는 리더들은 이처럼 자기의 신분을 결코 유머구사의 제약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다. 케네디는 각료회의 시간에 종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스운 제스처로 장관들을
웃겼고, 레이건은 회의 도중에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 왕년의 영화배우다운 '액션'을 취
하곤 했다. 뉴스에서 근엄한 국무회의 장면만을 봐온 우리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
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의 맥밀런 수상은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장관들의 책상에 신경안
정제를 올려놓은 적도 있다. 아마 그들이 터뜨리는 웃음은 눈앞에 놓인 약보다도 훨씬
탁월한 긴장이완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 웃음이 회의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컸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하
다.
리더들은 이처럼 때로는 '오랄 스피치(oral speech)'의 차원을 뛰어넘는 '보디 랭귀지
(body language)' 로까지 유머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횟수나 타이밍만 적절히 조
절하면 때로는 그것이 말보다 훨씬 큰 웃음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를 내던진 경영자들의 '액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은 정치인들에 비해 <습관4>를 익히기가 더 힘들지 모른다.
정치인들은 어차피 '표'에 인생을 걸기 때문에,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얼마
든지 유머러스한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위험한 스턴트맨 역할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경영자들은 좀처럼 자기의 '체
면'을 내던지기가 어렵다.
하지만 경영자의 권위란 현실에 대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과감한 결단
력 등 경영적인 요소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지 단순히 엄숙한 표정이나 행동을 보인다
고 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세대 사원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그런 딱
딱함이 오히려 경영자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2장에서 인용했던 데브라 밴
턴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나는 최고경영자(CEO)가 종업원들의 얼굴에 파이를 던지고, 행운의 편지를 써서 보
내고, 공개적으로 속옷을 선물하고, 긴 내의를 입고 식탁 위에서 춤을 추고, 친구의 화
장실 변기 위에 가짜 폭탄을 설치하는 등의 익살스런 장면을 많이 보았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경영자들은 과연 부하직원들로부터 '점잖치 못한 노친네'라는 비
웃을을 받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밴턴이 관찰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제적으로 명성
이 높은 대기업을 이끄는 일류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자기가 언제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언제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야 하
는지 잘 알고 있다. 또 언제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고 언제 엉뚱한 농담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유머러스한 액션의 효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습관4> 는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는 하나의 일상이다.
경영자들에게 유머러스한 액션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의 말과 표정과 행동은
간부와 사원들에거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혹은
회사가 위기에 봉착한 순간에 경영자가 심각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순식간에 회사
전체가 동요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때로는 약간의 '연기'를 통해서라
도 부하들을 안정시켜야 한다.
데브라 밴턴은 경영자,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가 등이 참석한 파티에서 한 CEO를
관찰한 적이 있었다. 그는 <포춘>자가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 중 하나를 경영하는 유
명한 기업인이었다. 그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유쾌하게 담소하는 모습
을 지켜본 밴턴은 그의 행동이 매우 친근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절한 표
정, 재미있는 제스처, 그리고 때로는 매우 과장된 몸짓... 그녀가 농담조로 물었다.
"혹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까?"
"지금 연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대답이었다.
바로 이것이 경영자들에게 <습관4>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다. 기업의 리더인 그들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해서는 안되며 초조해도 초조함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오히
려 그런 상황일수록 더욱 유쾌하고 낙관적인 모습으로 부하들과 바이어들을 대해야 한
다.
부하가 '우리 사장님은 지금 몹시 괴롭겠군'이라고 생각할 때, 혹은 바이어가 '이 회
사는 아마 어려울 거야'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을 때, 박력있는 제스처나 우스운 몸짓은
단순히 웃음을 이끌어 내는 효과를 넘어 상대에게 신뢰와 기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
다. 불안과 초조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낙관과 희망도 금세
옆사람에게 전해지는 법이니까.
<습관4>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온몸으로 유머를 실천하라고 해서 갑자기 이주일이나 심형래 흉내를 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코미디언의 연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을 통해서
자기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은 종종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
작된다.
이를테면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전에 없이 활달한 제스처를 보인다든지, 부하의 결재
서류를 보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든지 (그러면서 '이거 정말 자네가 한 거 맞
나?' 라고 감탄한 듯이 말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회의 시간에 의자에 앉기 전에 의
자 다리가 튼튼한지 확인해 본다든지,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다가 전화벨이 울렸을 때
만세를 부른다든지... 이런 사소한 액션에 불과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결코 사고
하게 비치지 않을 것이다.
<습관4>에 익숙한 사람들은 유머러스한 행동을 통해 남들의 폭소를 이끌어낼 수 있
다. 그보다 덜 익숙한 사람들은 폭소까지는 아니지만 가벼운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
이제 막 훈련을 시작한 초보자라면 웃음을 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사람이 달라졌다'는
느낌과 더불어 예전에는 없던 친근감을 줄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뻣뻣하던 예전의 이
미지에 비하면 훨씬 낫지 않은가. 독자들의 꾸준한 연습과 실험을 기대한다.
<습관4>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당신이 지닌 평소의 습관을 스스로 관찰해보라. 아침에 사뭇밀에 들어설때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회의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지, 그리고 퇴근할
때나 술을 마실 때나 밖에서 사람을만날 때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다섯가지 중 한
가지를 재미있거나 독특하게 바꾸면 산술적 비율은 10% 지만 이미지는 취소한 50%이
상 바뀌게 된다.
2.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라. 재미있어서 웃
었는지, 한심해서 실소를 흘렸는지, 아니면 의외라서 자기도 모르게 빙긋거렸는지 곰곰
히 따져보라. 만일 재미있어서 웃었다면 의식적으로 그걸 따라해보고, 필요하다면 거울
을 보면서라도 연습하라. 나에게 재미있었던 것은 남에게도 대개는 재미있게 느껴진다.
특히 윗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는.
3. 평소에 유머러스한 몸짓을 보이기가 쑥스럽다면 덜 쑥스러운 시간이나 장소를 활
용하라. 직원단합대회나 체육대회, 등반대회, 연수, 혹은 술자리 등등. 그럴 때는 약간의
파격적인 행동이나 몸짓이 '체면' 과 무관하게 용인이 된다. 만일 평소에 뻣뻣했던 리더
라면 약간의 변신만으로도 충분히 폭소를 이끌어낼 것이고, 한 번 그런 모습을 보이고
나면 다음부터는 더 '심한' 모습이라도 훨씬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5. <습관5> 표정에 웃음을 담아라
("만일 이 세상이 눈물의 골짜기라면 미소는 거기에 뜨는 무지개이다."- 트리)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는 속담에는 위대한 진리가 있다. 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
도 상대가 먼저 웃고 나오면 웬만한 악당이 아니고서는 싫은 소리를 길게 할 수 없는
법이다. 또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도 웃는 표정은 그렇지 않은 표정에 비해 훨씬 친근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맨 먼저 웃는 표정을 연습하는
데는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웃기는 리더의 다섯 번째 습관은 표정이다. 유머란 두뇌회전에 의한 기발한 만로만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손짓이나 발짓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유머는 말과 행동과 표정을 통해서 인간에게 웃음과 기쁨과 희망을 전달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유머는 웃음을 담은 표정에 의해, 즉 <습관5>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유머로 완성된다.
웃는 얼굴은 리더의 재산이다
링컨의 비서로 추천된 사람이 집무실을 찾아왔다. 그러나 링컨은 인상이 좋지 않다며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상대가 항의한다.
"얼굴은 제 책임이 아니잖습니까?"
그러자 링컨이 단호하게 말했다.
"마흔이 넘은 사람은 제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네."
이것은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 얘기가 링컨의 말인지 공자님의 말인
지는 몰라도 내용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이 일화를
인용하는 것은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말하기 위함이다.
좋은 인상이란 외모의 미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일 링컨이 잘생겼느냐 못생겼느
냐를 인상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상대의 항변이 무조건 옳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인
링컨이, 그것도 자기 스스로가 소문난 추남이었던 링컨이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했
을 리는 없다. 그가 말한 인상이란 아마도 얼굴에서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였을 것이
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아무개는 웃는 인상이야'라거나
'아무개는 늘 화가 난 사람 같애'라는 말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눈꼬리나 입꼬리가
올라갔느냐 지쳤느냐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표정을 짓
고 사느냐는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의 인상은 지난 수십 년간의 표정을 통
해서 태어날 때와는 전혀 틀린 모습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링컨이 관찰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선천적인 이목구비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가꿔진
인상. 필자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웃음이 눈가의 주름이나 입술의 끝매무새
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가 평소에 어떤 표정
을 짓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친근한 인상, 사악한 인상, 음흉한
인상, 혹은 범죄형이나 내숭형이나 음모형 인상 등은 모두 그런 기준에 의한 평가들이
다.
표정은 심성에서 나온다.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아닌 이상 자기의 마음이 표정에 드러
나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자주 웃는 사람은 심성이 유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고, 웃
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딱딱하고 경직된 사람이다. 전자는 그런 심성이 표정에 드러나
차츰 좋은 인상으로 바뀌고, 후자는 그런 마음이 얼굴에 반영되어 점점 나쁜 인상으로
변하게 된다.
인상의 중요성을 표면적으로만 깨달은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얼굴을 고치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성형외과에 젊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나이든 남성들까지 몰려드는 것이 이
를 증명한다. 하지만 얼굴을 뜯어고쳤다고 해서 인상까지 좋게 고칠 수 있느 것은 아니
다. 인상은 외과적 수술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심성의 변화를 통해 고치는 것이기 때문
이다.
인상이 나쁜 리더는 부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또 인상이 나쁜 세일즈맨은 고객
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다. 반대로 인상이 좋은 리더는 실질적인 능력 외에도 자기의
인상을 리더십의 '플러스 알파'로 활용할 수 있다.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요인을 리더
십 강화에 보탤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강점이 되겠는가. 웃는 얼굴과 좋은 인상은, 비록
그 자체가 리더십은 아니라 해도, 부하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는 중요한 재산이
다.
웃음 관상학과 스마일 파업
웃음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사람은 많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중국 제나라
의 관중은 전국시대의 각 나라를 두루 유람하면서 백성들의 얼굴만 보고서도 정치현실
을 정확히 알아맞췄다고 한다. 이 나라는 공물이 과하고, 저 나라는 부역이 심하고, 그
나라는 도적떼가 많고... 그런 관찰의 전제는 웃음의 빈도와 근심의 정도에 따라 사람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서양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스텐포드 대학의 차노프 교수가 고안해낸 이른바 '버
지트 페이스(budget face)'가 그것이다. 국가예산의 쓰임새에 따라 국민들의 이마, 눈
썹, 눈, 미간, 코, 인중, 입, 볼, 턱의 모양을 다르게 그려내는 방식인데, 그것 역시 웃음
과 근심과 표정의 상관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중과 다르지 않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 중에는 웃음으로 베푸는 '안시' 라는 것이 있다. 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보시, 즉 '무재칠시'중에서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안시다.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눈을 바라보면 억지로 웃지 않더라도
저절로 탕니에게 나의 웃음이 전달되고, 그로 인해 돈에 멋지않은 소중한 베풀기가 가
능하다는 것이다.
웃음이란 이처럼 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을 주는 무형
의 보물이다. 모르긴 해도 점술가들이 사람의 관상을 볼때는 단순한 생김새만 보는 것
이 아니라 그가 지금껏 만들어 온 표정까지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의 웃음
의 빈도로부터 심성과 성격과 대인관계를 알아내고, 나아가 미래의 운명까지 점치게 되
는 것은 아닌지. 웃음이 긍정적 사고와 원만한 대인관계와 낙관적 자세에서 비롯됨을
감안하면 필자의 이런 생각은 꽤 근거가 있을 것이다.
웃음에 얽힌 사례 하나. 언젠가 외국 어느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노
스마일(No smile)'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해외토픽을 본 적이 있다. 항공 서비스의 핵심
은 안전과 친절에 있는데, 그 중 친절의 상징인 웃음을 없앰으로써 사업주에게 항의했
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운항거부'에 못지않게 효과적인 스트라이크 수단이 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네들의 관점에서 보면 웃지 않는 리더는 자기가 이끄는 국민이나 부하들 앞에서
본의 아니게 '파업'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웃음을 통해 믿음과 기대를 주어야 할 사람
들이 늘상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포커 페이스'를 미덕
으로 여겨 온 한국의 리더들은 외국인들의 '스마일 파업'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습관5>는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 웃기는 쉽다. 우스운 말을 들었을 때는 웃지 않으려 고 해도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습관5>를 익히기 위해서는 평
소에도 늘 얼굴에 잔잔한 웃음기가 머무를 정도로 웃음에 익숙해져야 한다. 웃겨서 웃
는 웃는 웃음은 유머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일종의 생리현상에 불
과하다.
웃는 습관은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첫째, 웃음을 통해 자기의 불안과 근심을 덜
어내고 낙관적 심성을 가다듬을 수 있다. 둘째, 좋은 인상을 가꾸고 남에게 친근함을
전해줄 수 있다. 셋째,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함으로써 리더로
서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단지 웃는 것 하나만으로 이런 다양한 효험을 볼 수 있다면 굳이 웃음을 마다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살아갈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웃음의 형태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유머를 구사할 때는 약간 능청맞은
웃음을, 남의 유머를 들을 때는 즐거운 파안대소를, 그리고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 앞
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급박한 순간에는 침착한 웃음으로 자
기와 남을 안정시키고, 고통스러울 때는 의연한 웃음으로 고통을 승화시킬 필요가 있
다.
이 모든 웃음은 꾸준하고 의식적인 훈련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웃겠다고 작정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아마 웃기는 리더의 나머지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시기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좋은 유머란 다섯 개의 습관이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비로소 탄생
되는 것이니까. <습관5>는 한사람의 리더가 유머리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습관5>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5분간 거울을 들여다보라. 평상시의 얼굴과 웃을 때의 얼굴, 그리고 화가 나거나
찡그리거나 생각에 잠겼을 때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라. 어떤 얼굴이 제일 보기 좋은
지, 웃는 얼굴은 자연스러운지, 찡그린 얼굴이 흉하지는 않은지 제3자의 입장에서 확인
하라. 거울이 부자연스럽다면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도 좋다. 그런 다음 자기의 인상
에 대해 역시 제3자의 입장에서 가능하면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라.
2. 앨범을 꺼내서 남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라. 그 중에는 웃는 사람
도 있고, 굳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웃지 않아도 웃는 듯한 사람도 있을 것이
고, 웃는데도 안 웃는 듯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웃음이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
는 사람의 평상시 표정과 인상을 떠올려보라. 또 자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해보
라. 웃음의 빈도와 자연스러움의 정도, 그리고 성격 사이엔 분명히 어떤 함수관계가 있
다.
3. 아무때나 생각날 때마다 웃어라. 그냥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웃어
라. 처음엔 어색하고 스스로가 바보 같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 반복하면 자기에게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익히게 된다. 더 반복하면 웃을 때 저절로 그 표정이 만들어
진다. 계속 반복하면 웃지 않아도 얼굴에 웃음이 늘 드러나게 된다. 10년 뒤에도 이 책
을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의 사진과 그때의 사진을 비교해 보라. 당신의 인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제4장 '유머리더십'을 위한 3단계 훈련
유머감각을 키우는 훈련은 크게 세 개의 단계로 나뉜다. 세간의 다양한 유머들을 수
집하고 그것을 남들에게 전달하는 모방의 단계, 기존의 유머를 상황에 맞게 가감하고
변형해 보는 응용의 단계, 그리고 자기 스스로 직접 유머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단계,
이 3단계의 훈련에 정해진 스승은 없다. 그러나 유머를 향한 열정만 가슴에 담는다면
그 순가 세상의 모든 말과 사물과 인간이 당신의 유머스승이 될 것이다.
1. <1단계> 수집과 전달- 모방단계
("참된 모방은 가장 완전한 창조다."- 볼테르)
1단계의 목표와 중요성
1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유머를 수집하고 그것을 남들에게 전달해
보는 일이다. 대상은 누구로 정하든 상관없다. 가족, 친구, 동료나 부하, 심지어는 어린
자녀들 앞에서라도 자기가 보고 들은 유머를 직접 전달해 봐야 한다. 쑥스러워서 망설
이거나 반응이 두려워서 몸을 사리거나 하면 2단계로 진입하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
하게 된다.
전달과정에서 당신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끔은
웃음을 이끌어내고 가끔은 어색하거나 썰렁한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순
간들을 되풀이해서 겪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차츰 웃음의 메커니즘에 눈이 뜨이게 된다.
'사람들은 왜 웃는가, 혹은 왜 웃지 않는가, 젊은이들은 어떨 때 웃고 나이 든 사람들은
어떨 때 웃는가' 등등.
1단계의 목표는 바로 거기에 있다. 풍부한 수집을 통해 유머의 키워드를 발견하고 거
듭되는 전달을 통해 웃음의 작동원리를 깨닫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1단계를 거치는 동안에는 설사 남을 웃기는 데 실패했다고 해도 전혀 낙담
할 필요가 없다.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1단계의 기간을 단축시키는 밑거
름이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부터 세련되고 재미있는 유머를 직접 창조하고 싶겠지만 그건 가
능한 일이 아니다. 사진이나 어학과 달리 유머감각에는 '24시간 완성'이나 '2주일 속성'
같은 비법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의식적인 노력만 뒤따른다면 누구라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1단계를 통과하여 응용과 창조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예술에도 패러디(parody:풍자적 모방)가 있고, 문학
에도 패스티쉬(pastiche:여러 작품을 뒤섞은 '혼성모방')가 있다. 또 음악에도 샘플링
(sampling:작곡, 편곡용 연주표본)이 있다. 그런가 하면 경영에도 타기업의 성공사례를
참조하는 벤치마킹(bench marking)이 있다. 남이 창조한 유머들을 이용하여 자기의 유
머감각을 키우는 것은 리더의 입장에서 볼 때 유머경영학 습득을 위한 일종의 벤치마
킹에 해당한다.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수집방법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머를 모르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당신의
눈 앞에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정보의 보물창고' 들이 발견될 것이다.
신문, 잡지, 사보의 유머코너, 최근에 유행하는 유머들을 모은 단행본, 그리고 수천
개의 유머들이 실려 있는 PC통신과 인터넷의 유머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다.
'눈길 닿는 모든 곳에 유머가 있다'는 금언은 현대사회에서는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1. 정기간행물
공공기관의 간행물이나 일부 전문지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거의 모든 정
기간행물에는 고정적으로 유머를 싣는 지면이 있다. 스포츠신문에는 매일 '성인 유머'나
'해외 유머'등이 실리고, 일간지 역시 최소한 1주일에 한번은 문화란이나 생활란에 유머
를 소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잡지나 사보를 볼 때 주요기사를 보려면 앞에서부터, 유머
나 퀴즈를 보려면 뒤쪽에서부터 넘겨야 한다는 것이 상식에 속한다.
유머는 유머란에 있는 것운 아니다.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화나 만평, 인터뷰, 광
고, 유명인사들의 어록 속에서도 얼마든지 번뜩이는 유머를 발견할 수 있다. 신문의 4
컷 만화나 시사만평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기억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
다. 또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광고문구를 보며 무릎을 친 경험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이제 막 1단계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그런 '2차 자료'들까지 일일이 찾아내라
는 것은 다소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일단은 간행물 속에 널려 있는 1차 자료들
을 놓치지 않고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 체면에 울긋불긋한 스포츠 신문을 어떻
게 뒤적거리느냐고 걱정할 필요는없다. 그건 엄연히 하나의 벤치마킹이니까. 유능한 리
더는 재래시장의 선술집이나 포목집에서도 얼마든지 유용한 교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2. 단행본
정기간행물에서 찾는 서너 편의 유머가 양에 파지 않는다면 서점에 한번 나가보라.
대형서점의 '유머코너'에는 수십 종의 유머 단행본들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흘러간 유머에서 최신유머시리즈까지, 동양의 고전해학에서 서양의 유머까지, 그리고
단순한 유머 모음집에서 유머 발상법과 유머화술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내용도 실로 다
양하다.
유머코너를 찾기가 귀찮다면 그냥 서점을 한번 훑어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을 찾으면 된다. 특히 학생이나 청년들이 많이 모인 곳을 찾으면 거기는 분명 참고서
코너이거나 유머 코너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이것은 단순히 서점 안내를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신세대들이 유머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다.
노파심에서 다시 당부한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 틈에서 점잖은 사람이 어떻게 유머집
을 들춰보느냐고 걱정하지 말라. 서점에서 자기 옆에 누가 서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유머 코너에는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이 유난히 많기 때문
에 체면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 PC통신과 인터넷
유머 수집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통신이다. PC통신과 인터넷에서 수집할 수
있는 유머의 양은 신문이나 단행본과는 애시당초 비교가 안된다. 게다가 서점에 직접
가서 돈을 쓸 필요도 없고, 파일로 저장하거나 출력하면 내용을 일일이 메모할 필요도
없으니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훨씬 유리하다. 통신요령을 알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사실 그건 매우 간단하다. 전유성도 하고 필자도 할 정도니까)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국내의 PC통신망에는 다양한 유머 공간이 있
다. 아무나 읽고 쓸 수 있는 공개적인 유머 코너도 있고, 유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
인 '유머 동호회'도 있으며, 유머 창조와 보급을 업으로 삼는 창작 유머리스트들의 공간
도 있다. 지면 제약이 없기 때문에 게재할 수 있는 유머의 양도 무제한이다. 실제로 2-
3이만 지나면 보통 수백 개의 유머들이 새로 업데이트(자료추가)된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외국의 유머사이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인
터넷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요즘엔 인터넷에도 국내의 통신망 못지않게 많은 유
머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 몇몇 사이트의 '인기작가란'에 들어가 보면 조회
수가 수십만 건을 넘는 유머도 있을 정도다. 그같은 '당대의 웃음'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1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
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유머를 많이 수집한다고 해서 그걸 모두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간에
돌아 다니는 유머들 중에는 내용이 재미없는 것도 많고, 개중에는 차마 유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하거나 경박한 것들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저질 유머들을 걸러
내고 옥석을 가려내지 못하면 유머 수집에 들인 시간과 열정은 그만큼 빛이 바랠 수밖
에 없다.
유머의 품질을 가리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재미, 둘째는 품위, 그
리고 셋째는 메시지다. 내용이 재미있더라도 표현이 저속하면 건강한 유머라고 할 수가
없다. 또 재미와 품위를 갖췄더라도 그 속에 통쾌한 풍자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
지 않으면 고급 유머로 평가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 가지를 완벽하게 갖춘 유머는 흔
치 않으므로 일단은 재미와 품위를 주된 기준으로 삼는 게 좋을 것이다.
평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가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
다. 전문적으로 본다면야 '인과전도의 논리적 타당성'이나 '상황의 골계미'같은 분석도구
들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학자들의 몫이지 독자들의 몫은 아니다. 내가 듣기에 재미있었
는지, 남에게 전달하기에 꺼림칙한 표현은 없는지, 뭔가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가 있는
지 스스로 평가해보면 되는 것이다. 다음은 수집한 유머를 분류하는 방식과 사례들이
다.
1등급
내용이 재미있고 표현방식도 저속하지 않은 유머. 폭소를 유발하는 기발한 유머와 은
근히 미소를 짓게 하는 잔잔한 유머가 모두 포함된다. 거기에 뚜렷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최고급 유머라고 할 수 있다.
한 여자가 최신형 고급 승용차를 새로 뽑았다. 그녀는 차를 인수 받자마자 신이 나서
도로로 몰고 나왔다.
한참을 가다가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려고 했으나 버튼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다시 대리점으로 돌아갔다.
대리점에 도착한 그녀는 화를 내며 이따위 라디오가 어디 있냐고 소리쳤다. 대리점
직원이 대답했다.
"이건 최신형 음성 자동감지 라디오예요, 손님. 말로 하시면 라디오가 맞춰서 음악을
틀어주죠. 한번 해보세요."
그녀가 시동을 걸고 "발라드"라고 얘기하자 신승훈의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녀는 기분이 좋아져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 다시 "트로트"라고 얘기하자 주현미의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왔다.
집에 거의 다왔을 무렵에 골목에서 갑자기 차가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그녀는 급브
레이크를 밟아 겨우 충돌을 모면했다. 그리고는 도망가는 차를 보며 소리쳤다.
"저런 쪼다 같은 놈!!"
그러자 라디오에서 연설이 흘러나왔다.
"본인은 대통령의 직분을 맡고 있는 동안 갱제를 살리기 위해서 취선을 다하겠습니
더..."
외과의사와 엔지니어와 정치가가 누구의 직업이 더 오랜 전통을 지녔는가를 놓고 다
투고 있었다.
"하나님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네. 그건 외과수술이지."
"그 전에 하나님은 혼돈 속에서 천지를 창조하셨네. 그거야말로 엔지니어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러자 정치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소롭군. 그 혼돈은 대체 누가 만들었겠나?"
2등급
재미는 있지만 표현이나 비유에 약간 문제가 있거나 소재가 다소 민감한 유머. 이런
유머는 자칫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특별히 친하고 허물없는 사이가 아니면
함부로 전달해서는 안된다. 1단계를 거쳐 응용이나 창조의 단계에 이른 사람이라면 나
름대로 각색과 변형을 해서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다.
소련인 남자 2명이 보드카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줄이 너무 길어. 우린 왜 항상 몇 시간씩 줄을 서야 되는 거야. 내가 오늘 가서 고
르바초프를 죽여버리고 말겠어."
그리고는 떠났다. 한 시간 후 남자가 다기 돌아오자 옆에 있었던 사람이 말했다.
"쏴 죽였나?"
"아니,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왔어."
하루종일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하던 부부가 지쳐서 잠자리에 들었다. 낮에 아내를 쥐
어박은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 남편이 슬그머니 오른쪽 다리를 아내의 몸에 얹었다.
아내가 홱 뿌리치며 말한다.
"치워! 아까 날 걷어찼던 백정 같은 발이잖아."
잠시 후, 남편이 이번에는 왼팔을 아내의 어깨에 얹었지만 반응은 역시 마찬가지였
다.
"이거 못 치워? 아까 날 두들겨 팬 더러운 팔 아냐."
무안해진 남편이 돌아눕다가 그만 '거시기'를 아내의 몸에 댔다.
그러자 아내가 나직이 말한다.
"그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문: 명자는 '아끼꼬', 경자는 '게이꼬', 그럼 고자는?
답: 우야꼬
3등급
별로 재미도 없고 표현도 저속하기 짝이 없는 저질 유머. 섹스를 소재로한 노골적인
Y담, 풍자적인 비난인지 구분이 안되는 가학적 농담,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우스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유머는 당사자에겐 모멸감을 주고 제3자에
겐 쓴웃음을 일으키므로 듣는 즉시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유부녀인 갑순이가 대감마님과 정을 통하다가 안방마님에게 들켰다. 몇 달 뒤 갑순이
의 배가 불러오자 마님이 추궁한다.
"바른대로 말해! 그게 네 남편의 아이냐 아니면 대감의 아이냐?"
그러자 갑순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앞으로 나오면 남편의 아이고, 뒤로 나오면 대감의 아이에요."
지저분한 여자: 키스할 때 트림하는 여자
더 지저분한 여자: 애무할 때 대밀리는 여자
더 더 지저분한 여자: 팬티 내릴 때 방귀끼는 여자
더 더 더 지저분한 여자: 웃을 때 이빨 사이에 털 낀 여자
출근시간의 전철. 한 회사원이 주머니에서 음성인식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갑자
기 전화기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개- 새- 끼!"
삐리리릭- . 전화 연결음이 들렸고, 그는 공손하게 말했다.
"아, 부장님. 전데요..."
메모와 용기가 1단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수집과 전달을 통해 웃음의 키워드를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개의 원칙이 있다. 하나는 메모하는 습관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 않는 과감한
용기다. 메모는 수집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고, 용기는 전달의 효과를 확인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아무리 재미있는 유머를 듣고 나서도 불과 몇 시간이면 그 내용을 까
맣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처음에 들을 때는 껄껄거리며 웃고 나서 '나도
남들에게 얘기해 줘야지'해놓고는 막상 얘기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는 것
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열에 두세 명쯤은 된다.
그것은 기억력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우머를 듣고 나서 금세 잊어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유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읻. 원래 똑같은 얘기를 듣ㄱ더라도 그 분야
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억의 용랑이나 유효기간에서 차이가 날 수밖
에 없다. 시인이나 평론가는 한두 번만 시를 훑어봐도 시상과 시어가 머리에 박히지만
일반인들은 밑즐을 쳐가며 외워도 자꾸만 헷갈리는 것처럼.
한 번 들은 유머를 절대 잊지 않는 사람과 몇 번싹 들어도 그때마다 '까먹는'사람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다. 물론 유머에 익숙해 질수록 그런 건망증이 완화되기는 하겠
지만, 시작단계에서는 '재미있는 얘기는 메모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반드
시 필요하다. 특히 내용이 길거나 항목이 많은 유머들은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라도 메모를 하지 않으면 전체를 완전히 기억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보자.
당대 최고릐 영업사원으로 소문난 세일이가 백화점에 스타웃되어 낚시매장에서 근무
를 하게 되었다. 출근 첫날 저녁에 백화점 지배인이 물었다.
"오늘 실적이 어땠습니까?"
"죄송합니다. 한 건밖에 못 올렸습니다."
"한 건이라구요? 대체 당신 월급이 얼만지 알기나 합니까? 아무리 첫날이라도 그렇
지...드래, 매출액은 얼마나 됩니까?"
"3억 원 어치 팔았습니다."
지배인이 깜짝 놀라며 뭘 어떻게 팔았느냐고 물었다. 세일이의 대답.
"한 남자가 작은 낚시바늘 하나를 찾기에 큰 사이즈를 권했죠. 그리고 큰 바늘에 맞
는 낚시줄과 낚시대를 권해서 같이 팔았습니다. 취향을 물어보니 바다낚시를 즐긴다고
하길래 살살 꼬셔서 대형 낚시배 한 척을 팔았고, 자기의 티코로는 배를 끌고 갈 수 없
다고 걱정하길래 내친김에 대형 트레일러까지 한 대 팔았습니다."
그의 탁월한 영업수완에 놀란 지배인이 입을 떡 벌리며 물었ㄷ.
"아니, 낚시바늘 하나 사러 온 사람에게 그 많은 걸 팔았던 말입니까?"
그러자 세일이가 빙긋 웃으며 하는 말.
"아뇨. 시실은 부인 심부름으로 백화점에 들른 고객이었습니다. 식품매장이 어디내고
묻다가 저한테 걸려들었죠."
어느 부잣집 처녀가 가난한 애인을 인사시키기 위해 집으로 데려왔다. 처녀의 아버지
가 청년에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장애 계획은 뭔가?"
"예, 저는 성경학자가 되려고 합니다."
"좋군. 하지만 내 딸을 고생시키면 곤란하데."
"하나님이 도와주실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장 결혼반지 마련할 돈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입니다."
"음...그렇다면 나중에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 셈인가?"
"그것도 역시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입니다."
청년이 돌아가고 난 뒤 처녀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물었다.
"그 청년 어떤 것 같아요?"
그러자 남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직업도 없고 계획도 없어. 한 가지만 확실한 사실은, 그 놈이 날 하나님으로 생각한
다는 거야."
통신 ID와 '거시기'의 공통점
1.인구의 일부는 갖고 있지만 일부에게는 없다.
2.갖고 있는 사감은 없는 사람이 자기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3.있던 사람이 잘리게 되면 삶이 재미없고 우울해진다.
4.일단 한 번 써보면 좀처럼 끊기가 힘들다. 어떤 사람은 휴일이면 하루종일 골방에
서 그것을 가지고 논다.
5.그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중요한 교류수단 중 하나다.
6.보호장치 없이 사용하다 보면 바이러스에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유머들을 한 번 듣거나 본 것만으로 정확하게 기억해서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대충 전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칫 중요한 내용이나
표현이 빠진, 말하자면 '따귀 빼고 기름 뺀' 밋밋한 우스개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
모를 해서 한두 번만 들여다보면 내용의 누락이 없는 정확한 전달이 충분히 가능하다.
메모는 긴 유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젊은 이들 사이에서 유행
하는 이런저런 '시리즈 유머'들은 개별적으로 방대한 경우도 많다. 그런 유머들은 한 번
에 최소한 대여섯 개를 줄줄이 엮어내야 비로소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다 외우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보다는 들을 때마다 꼼꼼히 메모했다가 필요할 때 활
용하는 편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메모가 수집과정의 필수요소라면 용기는 전달과정의 필수요소다. 세상에는 유머리스
트가 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으면서도 용기가 없어서 변신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의외
로 많다. 실제로 필자는 유머강연을 듣는 기업의 간부들에게 가끔 이런 얘기를 듣고 한
다.
"유머의 필요성은 충분히 알겠는데 막상 남들한테 유머를 꺼내려면 자신이 없어져요.
괜히 웃기지도 못하고 '싱거운 사람'이라는 핀잔이나 들으면 어쩌나 싶거든요. 그나마
나이라도 젊으면 또 모르겠지만..."
물론 이해가 간다. 어제까지 뻣뻣하던 사람이 갑자기 남들 앞에서 우스개 소리를 한
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어려움
들에 비하면 그건 결코 대단한 '난관'은 아니다. 또 리더나 간부로서 중요한 순간에 발
휘해야할 용기와 결단력보다 더 큰 용기가 유머 구사에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 정도의
용기가 없어서 1단계에 주저앉아 버린다면 창조하는 유머리스트로의 변신은 영원히 불
가능하다.
필자는 가끔 이런 얘기도 듣는다.
"남들한테 내가 재미있게 들었던 얘기를 해줬어요. 근데 이상하게 아무도 안 웃는 거
예요. 누구는 아는 예기라 그러고, 또 누구는 썰렁하다고 그러고... 몇 번 그러고 나니까
공연히 나만 바보가 되는 거 같더라구요."
이것 역시 이해가 간다. 하지만 1단계를 성공적으로 뛰어넘기 위해서는 성공한 유머
보다는 오히려 실패한 유머를 더 자주 전달해봐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
고 웃지 않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고, 남들을 성공적으로 웃길 수 있는 방법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썰렁한 반응에 부딪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기가 먼저 웃어서 효과가 반감
되었을 수도 있고, 이미 철 지난 얘기라 효과가 없었을 수도 있다. 만일 똑같은 얘기를
딴 사람이 한면 웃는데 내가 하면 안 웃는다면 그건 표현능력의 문제다. 또 같은 얘기
를 여러 군데에서 했는데 어떨 때는 성공하고 어떨 때는 실패했다면 그건 이야기하는
타이밍의 문제다.
그런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하나의 유머를 여러 사람들에게 여
러 방법으로 되풀이해서 시도해 보는 일이다. 달리 말하면, 가능한 한 많은 실패를 경
험해 보는 일읻. 에디슨의 말을 빌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성골할 수 없는 몇 가지의
방법을 발견한 것'에 불과하다. 유머의 수집과 활용의 유머경영학의 벤치마킹이라면, 실
패와 반성은 성공을 위해 지출하는 일종의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를 꺼리는 사람은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메모하지 않는 겁쟁이는
결코 유머리스트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없다. 1단계를 흑자로 끝내려면 대차대조표의
지출항목에 맨 먼저 '메모'와 '용기'를 적어넣어야 한다.
전달효과를 높여주는 세 가지 요소
유머의 전달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표정.말투.타이밍이라는 '전달의 3요소'가 필요하
다. 이것이 갖춰졌느냐 안 갖취졌느냐에 따라 똑같은 얘기라도 반응과 결과는 전혀 다
르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1단계의 성적은 3요소의 습득정도에 의해 걸정된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닐 것이다. 사례를 보자.
어느 왕국에 스태미나 부실로 고민하는 '저루대와'이 있었다. 대왕은 미모의 김상궁을
마음에 두고 있었짐나 왕비의 성격이 워낙 드세서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
었다. 어느 날 왕비가 멀리 외출을 했고, 이때다 싶어진 대와이 박내시를 불렀다.
"박내시...박내시..."
"마마, 부르셨사옵니까."
"김상궁...김상궁을 어서...으음!"
대왕은 다급히 명령을 내리다가 갑자기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아쉬운 표
정으로 말했다.
"됐느니라."
이 얘기의 웃음효과를 높이려면 대왕과 내시의 말투, 그리고 제풀에 '볼 일'을 끝낸
대왕의 허탈한 표정 등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박내시...박내시...'하고
부르는 대목을 배한섬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묘사하거나 재시의 대답을 최민수처럼
굵직한 목소리로 전달하면 줄거리는 이해시킬 수 있지만 얘기의 재미를 완전히 사라지
게 된다.
이런 얘기는 또한 타이밍도 중요한다. 젊은 여사원들 앞에서 주책없이 이런 얘기를
꺼냈다간 졸지에 '직책을 이용한 음담패설'이 라는 성희롱 죄목에 걸릴 수도 있다. 성
담을 남자들끼림나 즐기라는 법은 없짐나 젊은 여성들의 대부분은 이런 댸기를 하면서
킥킥거리는 직장상사를 절대 존경하지 않는다. 또 남자들 앞이라도 출근 직후나 아침회
의 시간에 이란 얘기를 하면 괜히 실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유머 중에는 사투리를 이용해서 웃음보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유머
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먼 팔도의 사투리를 어느 정도 비슷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
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밤마다 걸려오는 야릇한 장난전화에 시달리는 부인이 있었다. "내 몸은 지금 불타고
있다..."는 말로 시작되는 그 전화 때문에 부인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있더. 어느
날 밤, 전화벨이 울렸고 마침 부인 대신 파출부가 이럴게 대꾸했고, 사내는 다시는 전
화를 걸지 않았다.
"주뎅이는 안 타는가벼?"
단칸 셋방에서 아이와 함께 사는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밤이 되면 불을 끄고 아이가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일을 치르곤 했다. 어느날 밤, 남편이 늘 그랬긋이 촛불을 켜고
아이의 얼굴을 비춰보았는데 그만 촛농이 아이의 얼굴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숨을 쉬며 말한다.
"내 은젠가는 이리 될 줄 알았심더."
한 아기씨가 나이트클럽에 갔다. 블루스 타임이 되자 배용준처럼 생긴 멋쟁이 청년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설게는 마음으로 쳐다보는 아가씨에게 청년이 손을 애밀여 나직
하게 말한다.
"출껴?"
어이가 없어진 아가시가 멍하니 청년을 바라본다. 청년의 질문.
"싫은감?"
아가씨는 결국 고개를 흔들었고, 청년은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났다. 그러다가 문득 뒤
돌아보며 원망스럽다는 듯 한마디.
"섭혀!"
이런 얘기들을 재미잇게 전달하려면 파출부와 청년의 사투리를 우스꽝스럽게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유일한 웃음의 포인트인 사투리를 국어책 읽듯이 도박또박 전달하면
유머의 묘미는 깡그리 사라지고 만다. 껄쭉한 아줌마의 목소리,영악한 아이의 목소리,
촐싹대는 듯한 청년의 목소리를 표정을 섞어서 실감나게 흉내내는 것도 사투리 못지않
게 중요하다.
좋은 유머는 발상과 기법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잘막하게 던지는 한 마디의 농담
이라면 굳이 표정이나 말투에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면, 줄거리와 인물과 대사가 존재
하는 이야기식 유머는 그런 장치들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타이밍에 맞는 내용을 선택하는 것, 내용에 따라 적절한 표정이나 말투를 동원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능숙해지는 것은 1단계의 졸업장인 '유머 전달사' 자격증을 받기 위
해 필요한 과제들이다.
2. <2단계>가감과 변형- 응용단계
("최후의 승리는 출발선에서의 비약이 아니라 결승점가지의 끈기와 노력이다."- 위
나매커)
2단계의 목표와 중요성
유머의 전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자신이 붙으면 그대부터는 수집한 유머들을 나
음대로 가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재미없는 부분을 삭제하는 것, 밋밋한 대목을 재미
있게 변형시키는 것, 하나의 발상법에세 힌트를 얻어 2탄과 3탄을 비슷하게 만들어 보
는 것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1단계를 '모방단계'라고 한다면 2단계는 '응용단계'라
고 할 수 있다.
응용은 내용을 곧아곧대로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모방보다 높은 수준
이다. 그리고 기본발상이 아직은자기가 아닌 남의 것이라는 점게서 창조보다는 낮은 수
준이다. 하지만 폭넓게 본다면 내용을 변형시키는 것 자체가 이미 초보적인 창조라고
할 수도 있다. 발상이나 기법에서 기존의 유머들과 완벽라게 구분되는 '1백% 신제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괴테 이후의 문학과 베토벤 이후의 음악은 모두 표절'이라는
말도 있듯이.
효과적인 응용을 위해서는 기존에 수집했던 유머들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분류하는 능력이 있어대 한다. 발상은 좋은데 표현이 평범한 유머, 발상은 평범하지만
표현이 기발한 유머, 너무 길어서 지루한 유머,너무 짦아서 아쉬운 유머, 넌무 점잖거나
너무 야한 유머등등. 그런 문제들을 보충해서 새롭게 변형시키다 보면 자연히 유머창조
에 필요한 능력과 감각들도 그만큼 향상시킬수 있을 것이다.
2단계는 1단계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고등수학을 잘하려면 초등수학을 완
전히 꿰뚫고 있어야 하듯, 응용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유머의 수집에 여전히 많은 열
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달의 고수로 자리잡으며 동시에 창조의 첫걸음을 시작하
는 것. 2단계의 훈련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기존 유머의 응용사례 1:발상따라하기
남들의 유머를 응용하려면 일단 창조과정을 쫓아가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유머는
어떤 발상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발상과 경로에 기초한 재미있는 '신제품'들
을 만들어낼 수 있다. PC통신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고 하자.
사례
정치서적 베스트셀러:1. 영구집권은 없다(박정희 지음)
2. 쿠테타 길라잡이(전두환 지음)
3. 전두환 무작정 따라하기(노태우 지음)
4. 예순, 잔치는 끝났다.(전두환.노태우 공저)
이 제목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베스트셀러들을 역대 대통령들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맞춰 변형시킨 것이다. '영구집권은 없다'는 <일본은 없다>나 <하나꼬는 없다>에서,
'쿠테타 길라잡이'는 <컴퓨터 기라잡이>에서, '전두환 무작정 따라하기'는 <인터넷 무
작정 따라하기>에서, 그리고 '예순 잔치는 끝났다.'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각각
힌트를 얻었다.
같은 방법을 이용해서 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더 만들어 보자. 신문에 실린 도서판매
순위를 참고해도 좋고 이런저런 책광고들을 활용해도 좋다. 혹은 사무실이나. 가정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제목들 중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다음은 응용의 사례들이다.
응용
1. 대통령, 일주일만 함녀 노태우만큼 챙긴다.(전경련 지음)
(원작:<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2.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김영삼 지음)
(원작:<어떻게 태어난 세상인데...>)
3. 저는 떡값을 하나도 모르는데요.(김현철 지음)
(원작:<저는 컴퓨터를 하나도 모르는데요>)
4. 조금만 받았다고 하면 세상이 즐겁다.(김대중 지음)
(원작:<조금만 비겁하면 세상이 즐겁다.>)
5. 40년 기다린 놈이 1년은 못 기다려?(김종필 지음)
(원작:<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
이런 식의 응용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서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면 특정 인물이나 사회현상을 풍자하는 유머러스한 책 제목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비록 '책 제목의 변형'이라는 최초의 발상은 남이 한 것이지만, 나름의 고민과
응용과정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낸 제목들이라면 거기에 대해서만큼은 창조자로서의 자
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사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쟁은?- 무서워(war)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소년은?- 무섭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소년는?- 무서운걸(girl)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아줌마는?- 무섭네
('영구네', '철수네'처럼)
이것은 한때 청소년을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무서운 시리즈'의 일부다. 무섭다는
말의 다양한 활용형을 이용해서 전쟁, 소년, 소녀,아줌마의 이름을 만든 것이다. 영어와
한자,우리말을 두루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이 유머의 발상을 돋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단어의 끝에 오는 음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같은 방법으로 다양하게 '무서운 것들'을 만들어보자. 다음은 응용의 사례들이다.
응용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노래는?- 무서운가 또는 무서워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비는?- 무섭지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산은?- 무섭슴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깨는?- 무섭당깨
셍상에서 가장 무서운 비구니는?- 무겁구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기름은?- 무서워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가축과 그 가축의 집은?- 무섭소,무섭우리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차는?- 무섭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원은?- 무섭쥬(zoo)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무서운 것은?- 무섭지롱(long)
이렇게 만들어봄녀 세사에는 무서운 것들이 실로 무궁무진하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무서'라는 어간을 가진 모든 단어들의 뜻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유머를 처음
에 만들 사람은 자기의 창작물이 그토록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
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의 발상을 따라하는 것은 창조의 첫걸음이다. 하나의 발상은 타인들의 응용과정을
거쳐 여러 가지의 새로운 내용으로 변할 수도 있고, 시리즈 유머처럼 입과 입을 거치면
서 무수한 후속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효과적인 응용훈련을 하려면 이처럼 뛰어나고
기발한 발상들을 추려낸 다음 똑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변형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기존 유며의 응용사례2: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유머를 응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기존의 내용을 실제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형시키
는 것이다. 유머는 '내가 재미있는 얘기해 줄게'라는 식으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수체적
인 상황 속에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유머로서의 가치도 커진다. 물론 창조단
계에 이르면 어떤 상황에서든 즉석에서 유머를 구사할 수 있겠지만 2단계에서는 아직
그럴 정도는 못되므로 일단 창조보다는 활용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 것이다.
사례
임원중인 김대리에게 동료들이 찾아왔다.
"회사 일은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하게"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자네들만 일이 늘어났지?"
그러자 동료 하나가 대답한다.
"사실 그것 때문에 좀 나처한 상황이야.부장님은 자네 일을 우리가 분담해서 처리하
는데, 대체 자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어서 말이야."
이것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김대리...물론 그건 혼자서 고난도의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어떤 얘기를 그냥 전달하는 게 아
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동료나 부하에게 농담으로 건네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이런 식
으로.
응용- 평소에 좀 빈등거리는 부하직원이 감기에 걸렸을 떄
"이봐, 자넨 아프면 안돼. 만약 자네가 입원이라도 하면 누가 자네 일을 대신히겠
나?"
"제 일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자넨 노는 게 일이잖아."
이것은 '빈둥거리는 직원이 입원하면 일을 대신하기 힘들다'는 기본 발상은 사례와
똑같다. 하지만 타이밍만 잘 선택하면 그냥 우스개를 전달하는 것에 비해 훨씬 재미있
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사므실 속의 실제인물이 직접 유머 속에 '출현'하기 때문이
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부하에 대한 유머러스한 꾸지람의 효과는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유머 속에 들어 있는 상황이나 대사를 현실에 옮겨오는 것은 유
머의 창조능력을 높이고 순발력을 키우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비슷한 예들을 몇
개 더 들어보자.
사례
목사님이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설교하는 동안 신도들의 시선을 내게 집중시킬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글쎄요..."
그러자 옆에 있던 어린 아들이 말한다.
"시계를 연단 바로 위에 걸어놓으세요."
응용- 부서회의가 길어져서 부하들이 자꾸만 시계를 볼 때
"이렇게 산만해서는 도저히 회의가 안되겠군. 내게 주의를 집중시킬 비장의 수단을
써야겠어."
"?!"
"김대리, 당장 벽시계 떼어다가 내 뒤에서 들고 서 있게."
사례
급하게 증명사진이 필요해진 영구가 '24시간 완성'이라는 간판을 단 사진관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다음날, 사진을 찾으러 간 영구에게 주인이 말한다.
"아직 안 나왔습니다. 내일 모레쯤 오시죠."
"뭐라구요? 24시간 완성이라더니 완전히 사기잖아?"
그러자 주인이 당당하게 말하다.
"그건 하루 8시간씩 3일이라는 뜻이올시다."
응용-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부하들에게 지시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24시간내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려야 돼."
"..."(부하들, 난감한 표정)
"왜들 그래? 하루 8시간씩 3일이나 시간을 주는 데도 못한단 말이야?"
이처럼 직장에서 쉽게 활용하고 웃을 수 있는 유머를 준비하려면 수집단계에서부터
직장인이나 직장문화를 소재로 응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유머들도 있지만 기왕이면
처음부터 '선별 수집'을 하는 것이 훨씬 간편할 것이다. 다음은 최근에 직장인들 사이에
서 화제가 된바 있는 홍윤표의 만화잭 <천하무적 홍대리>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사례
홍대리가 부하인 최주임의 보고서를 보며 야단을 친다.
"내부 보고서는 이면지를 쓰라고 했잖아!"
"...이면지가 없어서요."
"없긴 뭐가 없어?"
홍대리가 복사기에 두툼한 전화번호부를 얹으며 말한다.
"만들면 되지!!"
(복사기 뒤에 벽에는 '절약' '안되면 되게 하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홍대리가 최주임을 채근한다.
"최주임! 아침에 부탁했던 자료들 다 뽑아놨지?빨리 줘!"
"저...부장님께서 시킨 보고서가 급해서요. 오늘을 좀..."
"오늘 꼭 필요한 자료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홍대리가 최주임을 노려보며 윽박지른다.
"부장님께만 잘 보이면 된다 이거냐? 너 누구하고 회사생활 더 오래할 거같냐?"
그러자 최주임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부장님요."
(홍대리가 "야,임마! 너 그걸 농담이라고 하냐?"고 호통을 치며 쫓아가고, 최주임은
"농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며 헐레벌떡 도망친다.)
매일 10시간 이상씩 얼굴을 마주보며 사는 사무실 동료들. 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
인가?
여직원 말숙씨:글쎄요, 뭐 별로...
최주임;지금은 제 사수이시고 장기적으로는 경쟁자.
과장님:뭐 그냥 좋은 술친구.
부장님:자넨 내게 정말 중요한 존재야. 훌륭한 부사원이고...
홍대리:정말이세요.부장님? 근데 왜 입이 비뚤어지세요?
부장님:어, 나는 거징마를 하믄 이비 삐뚜러지거덩.
<천하무적 홍대리>에는 이밖에도 직장인들이 폭소를 터뜨릴 만한 재미있는 장면들
이 많다. 주인공인 홍대리의 모델이 직가 자신이고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실제인물을 모
델로 했기 때문에 사무실의 풍경들이 그만큼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이
재미있다는 것은 작품내용을 유머에 활용할 여지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
면 이런 식으로.
응용1- 사무실에 이면지가 없을 때
"이면지가 떨어졌네. 왜 이렇게들 종이를 낭비하는 거야? 어이, 김대리."
"예?"
"가서 전화번호부 좀 찾아와."
'뭐하기게요?"
"뭐하긴, 이면지 만들려고 그러지, 왕창 만들어 놓을 테니까 아껴서들 쓰라구."
응용2- 부하직원과 당신이 동시에 신입사원에게 뭔가를 지시할 때
"김대리, 저 친구가 누구 지시를 먼저 수행하는지 내기 할까?"
"당연히 높은 사람이 시키는 일을 먼저 하겠죠,뭐."
"그럼요?"
"원래 신참들은 앞으로 더 오래 얼굴 대할 사람한테 충성하게 돼있거든."
응용3- 부하직원이 보고서를 올렸을 때
"음...아주 훈늉해. 수고해떠."
"...근데 왜 발을을 그렇게 하세요?"
"어, 나는 맘에 업는 소릴 하문 혀가 짤바지거덩."
이번에는 스코트 아담스의 <딜버트의 법칙(The Dilbert Principle)>에서 응용의 소재
를 찾아보자. 딜버트의 법칙이란 '가장 무능한 사원들이 회사에 가장 적은 타격을 입히
는 부문, 즉 경영부문으로 옲겨간다'는 것이다. 법칙의 내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책은
온통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조롱과 풍자로 가득차 있다. 다음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대목이다.
부장:"자네 개인적인 일로 팩스를 사용했더군."
딜버트:"점심시간에 팩스를 보냈습니다. 지방이라서요."
부장:"회사의 팩스용지를 다 써버리고 있군 그래."
딜버트:"아닙니다.팩스를 보냈다니까요. 용지는 전화선을 통해 왔다갔다하는 것예요."
부장:"그런가?...어쨌든 회사 전기를 사용했군."
딜버트:"제 친구가 남는 전기를 우리 회사로 보내주어서요. 지금 그 전기로 제 컴퓨
터를 작동시키고 있는걸요."
부장:"혹시 남는 전기 없나? 내 컴퓨터가 나갔는데."
딜버트:"컴퓨터 뒤편에 있는 버튼을 누르세요. 그럼 제가 보내 드리죠."
딜버트의 상사인 부장은 이처럼 팩스를 보낼 때도 용지가 소모된다고 믿는 한심한
인물이다. 또 전기를 우편물처럼 주고 받을 수 있는 물건을 생각하고, 컴퓨터 전원을
올리지도 않은 채 '남는 전기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어리석은 인물읻. 가히 이 책의 2
장에 나오는 무능한 이사(복사기와 문서절단기를 구분하지 못하는)에 필적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바보짓도 잘만 응용하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유머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을 포착하여 일부러 부하들 앞에서 바보스러운 말이나 행도응을 보이면 되
는 것이다. 그것은 유머기법 중의 하나인 '바보 흉내'인 동시에 '약자보다는 강자를, 타
인보다는 자기를 풍자하라'는 풍자의 원칙에도 잘 부합된다.예를 들어보자.
사례
부장이 딜버트에게 말한다.
"방금 빛이 소리보다 빨리 전달된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말이지. 내 입술이랑말소리를
일치시키려면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딜버트,속으로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라고 생각한다. 부장은 속으로 '내 말이 아직
도 잘 안 들리는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한다.)
부장이 딜버트와 동료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여러분들 중 한 명을 팀장으로 승진시키려 하는데...딜버튼 자네의 기술적인 지식을
사장시킬 순 없지.앨리스도 마찬가지고, 가장 타당한 길은 앨을 승진시키는 거야.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러자 딜버트가 항의한다.
"앨을 팀장으로효? 앨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걸요."
부장은 못 들은 채 앨을 데리고 나가며 속삭인다.
"오늘이 원요일이기 때문에 저렇게 투덜거리는 거야."
뒤에거 딜버트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오늘은 목요일이예요."
부장이 딜버트와 동료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말이지. 나쁜 소식은 우리 같은 대기업은 민첩한
소기업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우리가
바로 최소기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러자 부하들이 환호성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낸다.
"우와!"
"우리가 넘버원이래."
(부장, 속으로 '내가 무슨 잘못을 하 거지?'라고 생각한다.)
응용1- 부하직원이 멀리서 뭔가 얘기할 때
"김대리, 자넨 지금 입이랑 소리가 안 맞아."
"예?"
"빛이 소리보다 빠르다는 거 몰라? 멀리서 얘기하니까 입술이 먼저 움직이고 소리가
나중에 들리잖아. 꼭 70년대 위성중계 장면 같다구."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담담하긴. 소리를 더 크게 지르란 말야. 빨리 들리게."
응용2- 누군가가 오늘 무슨 요일이냐고 물어볼 때,가장 목요일이라면
"자넨 대체 정신을 어디에 팔고 다니길래 요일감각도 없나?"
"..."
"월요일부터 그렇게 넋을 놓고 있으면 어떻게 일을 하겠다는 거야?"
응용3- 회사의 경영실적이 향상되었을 때, 가령 중소기업이라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말이지. 좋은 소식은 앞으로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정책적 혜택이 많이 돌아온다는 거고, 나쁜 소식은 이런 추세로 실적이 높아지다가는
우리가 곧 대기업이 된다는 거야."
(대기업 또는 경영실적이 악화됐을 때는 같은 어법으로 응용하면 된다.)
이런 식의 익살이나 악의없는 농담은 사무실의 분위기를 단숨에 유쾌하게 바꾸는 효
과가 있다. 그것은 책의 내용을 그냥 이야기로 전달해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웃음'을 이끌어낼 것이다. 부하들의 웃음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2단계의 종점도 그만
큼 가까워지는 셈이다.
유머를 실제상황 속에서 응용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응용의 소재가 된다. 1단계에서 잠시 언급했던 신문의 만화의 만화와 만평은 물론이고
TV의 광고, 책의 내용, 나아가 영화나 드라마 속의 대사들까지도 '실전 유머'에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이 책의 1장에 나오는 리더의 유형 중 '똑게'가 화재에 올랐다고 하자. 예전 같
으면 단지 아무개 부장이 똑게냐 똑부냐, 우리 사장님이 멍게나 멍부냐를 놓고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하지만 2단계의 졸업으 ㄴ앞에 둔 사람이라면 곧바로 다음과 같은 순
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가 제일 바람직한 리더라는데요."
"그래? 자넨 정말 아깝군."
"왜요?"
"똑똑하기만 하면 유능한 리더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이 정도의 순발력과 응용능력이라면 그것은 이미 2단계를 뛰어 넘어 3단계에 들어서
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유머를 가감하거나 변형하는 차원이 아니, 다시 말하면 '가
공산업'이 아닌 '제조업'의 차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모방이나 응용이 단계와는 달리 창
조의 세계에는 유머의 재료와 자원들이 그야말로 무한대로 널리 있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그 재료들에 유머리스트인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다.
3. <3단계>생산과 활용- 창조단계
("창조의 미덕은 참신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지함에 있다."- 카알라일)
3단계의 두 가지 차원:즉흥유머와 준비된 유머
창조단계의 유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즉흥우머'고 다른 하나는
'준비된 유머'다. 두 가지는 각기 다른 차원이 필요성과 유용성을 지니고 있으며, 둘 중
하나라도 소흘히하면 이 책에서 요구하는 '유머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없다.
'즉흥유머'는 유머훈련을 거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다. '창고파'가 종종 '속
기파'를 압도하는 바둑과는 달리 유머에서는 '착점시간'이 유머능력을 가음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유머란 발상과 기법을 몸에 익혀서 필요한 순간에 즉시 활용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지, 시험문제 풀 때처럼 곰곰히 생각하고 궁리해서 답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
기 때문이다.
물론 발상에 소요되는 시간이 짤다고 해서 무조건 훌륭한 유머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구사한 유머가 과연 남들을 충분히 웃길 만큼 재미있느냐는 점
이다. 만일 유머가 과연 남들을 충분히 웃길 만큼 재미있느냐는 점이다. 만일 유머의
내용이 정박하거나 진부하다면 그 '스피드'는 순발력이아니라 경솔함이 된다. 빠른 수읽
기에 의한 호착이 아니라 판을 망가뜨리는 성급한 '덜컥수'가 되는 것이다.
유머의 성패는 결국 '시간의 최소화'와 '웃음의 최대화'에 달려 있다. 하나의 상황으로
부터 발상과 표현을 거쳐 웃음에 도달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 그러면서도 유머
가 갖는 웃음의 효과는 최대한 높이는 것, 그리하여 어떤 상황에서나 완벽한 '리얼타임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유머리스트들이 굼꾸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것이
다.
이와 달리 '준비된 유머'는 말 그대로 상황에 앞서 미리 준비헸다가 활용하는 유머다.
자기가 만날 대상과 대화의 주제가 이미 정해져 있을 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사건에 만들어두는 유머를 뜻한다. 이런 유머는 사사로운 만남보다는 강연이나 연설 ,
비즈니스 상담, 프리젠테이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훨씬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준비된 유머는 즉흥유머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같지
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준비된 유머는 발상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뿐 아니라 탁월한 유
머감각과 순발력을 갖푼 사라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두 가지는 유머감각의 차이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상화의 차이에 의해 구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령 바이어를 처음 만나거나 뭔가 중요한 목적을 띤 모임에 나갔을 때는 참석자들
의 긴장감 때문에 분위기가 은근히 정직되기 쉽다. 또 식순이 정해져 있는 강연회장에
서 대규모의 청중들을 상대할 때는 즉흥유머를 구사할 만한 상황 자체가 거의 발생하
지 않는다. 준비된 유머는 그같은 상황에서 긴장을 이완시키고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
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즉흥유머와 준비된 유머는 웃기는 리더가 갖춰야 할 두 개의 날개다. 전자는 이미 발
생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고, 후자는 상황 자체를 의식적으로 변화시
키기 위해 필요하다. 각기 차원이 다른 두 가지의유머르 ㄹ적절하게 구사하고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3단계를 모두 통과한 창조의 유머리스트가 되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즉흥유머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
즉흥유머는 발상법이나 표현기법을 익히는 것만으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머의
속도는 내용을 두루 갖추기 위해서는 다음에 같은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는 순발력이다. 상대의 말에 담긴 논리적 허점이나 볼수해지의 여지르 ㄹ재빨리
찾아내는 능력, 남들이 사고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걸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능
쳑, 어떤 언어나 사물로부터 제 3의 이미지를 연상해낼 수 있는 능력, 머리 속에 떠오
른 발상을 즉시 직절한 표현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 등, 이같은 순발력이 없으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리얼타임'의 유머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둘째는 판단력이다. 유머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서 주변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
면 뛰어난 발상과 세련된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반대로
너무 신중하게 상황을 고려하다 보면 자칫 유머의 타이밍을 놓치고 뒷북을 치는 결과
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방지하려면 3장에서 말한 바와 같이 TTO
(시간. 장소. 상황)을 두루 파악할 수 있느 합적인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능력을 키우기위해서는 다양학 폭넓은 '실전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엔
유머의 경험뿐만 아니라 사회생활과 대안관계의 경험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많은 사람
들을 접하고 많은 상솽들을 겪고 그 속에서 많은 유머를 구사해 본 사람이 아니면 나
름대로는 아무리 주변을 살피더라도 정확한 상황판단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능동성이다. 단순히 남들의 말에 대해 간간이 코멘트를 하거나 뭔가 '찬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로는 결코 좋은 유머를 창조할 수 없다. 설사 그렇
게 해서 유머리스트의 행동이라기 보다는 '말고리 잡기'차원의 대응일 뿐이다.유능한 유
머리스트가 되려면 남들이 기회를 만들어주기 전에 스스로 대화를 주도하고 웃음의 열
쇠를 만들어내는 능동서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유머훈련의 3단계에 아직 이르지 못했거나 이제 막 3단계이 들어선 사람이라면 즉흥
유머를 구가하는 데 많은 한계를 느낄 것이다. 때로는 한 박자 늦게 좋은 발상이 떠오
를 수도 있고, 또 어떨 때는 한참읻. 지난 다음에애 비로소 무릎을 칠 수도 있다. 혹은
나름대로 순발력있게 즉흥유머를 구사했다고 생각했다가 무릎을 칠 수도 있다. 혹은 나
름대로 순발력있게 즉흥유머를 구사했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올라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유머를 꼼꼼이 되짚고 반성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이미 구사했던 유머를 스스로 평가해보고, 그렇게 해서 자기 유머의 속도
와 내용을 끌어올려아 하는 것이다. 이같은 '피드 백'과정이 없으면 즉흥유머의 숙련도
는 향상되지 않으며, 설사 향상되더라도 그 속도가 훨씬 느를 수밖에 없다.
리더에게는 준비된 유머가 필요하다.
즉흥유머와 준비된 유머르 두루 겸비한 리더라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정도의 능
력을 갖후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후
자 쪽이다.리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사적인 자리보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로 만
들어지기 때문이다.
공식석상에서 재미있는 유머로 청중들을 장악할 수 있으면 평상시의 유머능력이 다
소 떨어지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연단 위에서는 준비된 유머
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리더는 그것만으로도 평상시의 부족한 유머감각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또 공식적인 모임에서 미리 준비한 유머로 분위기르 장악하는 사람은
사삭에서는유머능력과 무관하게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유머의 효과를 아는 외국의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연설이나 기자회견 등을 할 때면
원고의 첫머리에 반드시 유머러스한 대목을 포함시킨다. 그렇게 해서 청중들이나 기자
들, 혹은 시청자들을 웃기느 것은 그들에게는 상식의 차원을 뛰어넘는 하나듸 '철칙'으
로 통하고 있다. 사례를 보자.
1998년 11월 1일.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이 16개월 만에 다시 홍콩을
찾았다. 총독 재임중의 얘기를 담은 저서<동과 서>의 판촉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외
신기자클럽의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그는 자기의 저서르 출간하기로 했다가 내용상의
문제로 출판을 거절한 언론재벌 머독에 대해 이런 농담을 던졌다.
"그는 출판의 자유(Freedom of Press)에는 역행했지만 가격의 자유(Freedom of
Press)에는 기여했다."
머독 덕분에 오히려 책이 더 많이 소개되었다는 예기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누구라도 패튼의 입장이 되면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질문들에 대해 미리 재미있는 대답을 준비했다가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약간의 성의만 있으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어차피 그는 책을 홍보하
러 왔기 때문에 이런 유머는 자기의 방문목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패튼의 한마디는
회견장의 분위기와,책의 홍보와, 자기의 개인적 이미지를 두루 고려한, 매우 치밀한 '준
비된 유머'였던 것이다.
패튼뿐만이 아니다. 외국 유명인사의 연설이나 강연을 보도한 신구사를 보면 예외없
이 "서두에 이러저러한 유머로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며..."라는 식의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개인적인 유머감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수 없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건 그들의유머가 청중들의 특성이나 강연 재용에 맞춰서 치밀하게 준비된
하나의 '원고'라는 사실이다.
리더에게는 준비된 유머가 필요하다. 비록 능수능란하게 즉흥유머를 구사할 정도는
못된다 해도, 최소한 리더로서 남들 앞에 공식적으로 나서는 순간만큼은 유머를 준비하
는 원칙을 세워애 한다. 또 중요한 회의나 미팅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상대의 특성솨
그날의 주제에 맞춰서 유머를 준비하는 성의를 갖춰야 한다.
만일 자기가 직접 효과적인 유머를 창조하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라도 직절
한 유머를 준비하라.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남에게 들은 유머나 에피소드 중에
서라도 상황에 맞는 내용을 골라보라. 외국의 CEO(최고경영자)들 중에는 수백 개의 유
머와 일화들을 모아서 카드파일이나 데이터비이스를 만들어둔 사람도 있ㄷ.그들이 시간
이 많아서 유머를 수집하거나 여유가 있어서 사건에 유머를 검토하는 건 결코 아닐 것
이다.
유머 창조에 도움이 되는 3가지 기법
유머의 기법은 다양하다. 3장에서 웃기는 리더의 습관 중 발상법에 해당하는 '뒤집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건 다양한 기법들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일 뿐이다. 그 속에서 예측 파괴, 인과전도, 반기대, 곡해, 궤변 등 많은 종류의 기법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 그 밖에도 과장, 풍자, 언어 연상 등 중요한 유머 기법들이 많다. '점층적 짐강'이나 '점강적 점층'같은 복잡한 세부 기법들까지 합치면 그 종류는 훨씬 늘어 나게 된다.
필자는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유머 기법 7가지>(뜨인돌 1997)에서 유머 창조에 필요한 대표적인 기법 들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뒤집기'에 포함될 수 있는 3가지 기법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하고 사례를 덧붙이기로 한다.
1.인과 전도
원인 보다 결과를 먼저 말해서 상대에게 고정 관념에 의한 선입견을 심어 준 다음 그걸 무너 뜨리는 기법이다. 착각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위장'으로 의외성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다.
의사가 환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 희귀한 병에 걸렸습니다. 당신은 격리실에 수용되어 매일 빈대떡과 피자만 먹게 될 겁니다."
"그걸 계속 먹으면, 제 병이 낫게 됩니까?"
그러자 의사가 말한다.
"아니오. 철문 밑으로 넣어 줄 수 있는 납작한 음식이 그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아 온 젊은이가 의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제발 제 병을 좀 고쳐 주세요."
"어디가 아프길래 그러죠?"
"제 방 천장에다가 섹시한 여자들의 누드 사진을 잔뜩 붙여 놨거든요."
"흠...그건 병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러자 청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한다.
"근데 전 맨 날 엎드려서 잔단 말이예요."
어느 식당에서 손님이 주방장에게 말한다.
"내가 일주일만 일찍 이 식당에 왔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하. 우리 집의 음식이 그렇게 마음에 드십니까?"
"그게 아니라, 그래야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 거란 말이오."
옷 가게에 들른 중년 신사에게 여점원이 말한다.
"선생님 같은 30대에게는 검은 색보다는 밝은 색이 훨씬 잘 어울려요."
"아! 날 그렇게 젊게 봐 주다니, 정말 고맙군."
그러자 여점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한다.
"저희 가게는 지금 50% 세일 중이거든요."
어느 대학의 세미나 장소.
발표자가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 없는 발표를 하는 바람에 견디다 못한 청중 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 만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격한 발표자가 발표를 끝내자 마자 그에게 다가 가 손을 움켜 쥐었다.
"감사합니다. 오직 선생님 만이 제 견해를 이해해 주시는군요."
그러자 상대가 손을 슬며시 빼며 미안하다는 듯 말한다.
"별 말씀을... 사실을 제가 다음 발표자거든요."
2.곡해
상대의 말을 잘못 알아 들은 척 하면서 엉뚱한 대답을 하는 기법이다. 상대의 말속에 내포되어 있는 논리적 모순, 중의성, 모호성 등을 재빨리 파악하여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다.
어느 재벌회사의 필기 시험에 합격한 청년이 면접을 보러 왔다. 면접관이 청년의 신상 명세표를 들여다 보며 묻는다.
"본관이 어딘가?"
그러자 청년이 어리 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한다.
"여기가 본관 아닌가요?"
한 청년이 애인과의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가 묻는다.
"자네! 우리 집 사람은 만나 봤나?"
그러자 청년이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만나긴 했습니다만... 전 역시 따님이 더 좋던데요."
면접 시험을 보러 온 사람에게 면접관이 물었다.
"입사하면, 어떤 자리에서 일하고 싶습니까?"
"가능하다면 이사 자리에 앉고 싶습니다."
"뭐라구요? 당신 혹시 미쳤소?"
그러자 청년이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묻는다.
"이 회사는 미쳐야 이사가 될 수 있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에 들러서 입금과 출금을 되풀이 하는 노인이 있었다. 귀찮아
진 은행원 아가씨가 노인에게 권한다.
"할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현금 카드를 하나 만드세요."
"현금 카드?"
"네. 현금 카드를 만드시면, 밤에도 돈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러자 노인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요. 아가씨! 내 나이가 몇 번인데, 밤에 돈이 필요한 짓을 한단 말이야?"
어느 언론사에 국내 최고령자인 105세의 노인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묻는다.
"할아버지는 현대 여성 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안하지만..."
노인이 대답한다.
"난 늙어서 그런지 도통 여자 생각이 안나."
3.궤변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내용을 그럴 싸 하게 꾸며서 주장하는 기법이다. 논리적 혹은 수학적으로 나름의 이유의 근거를 갖춤으로써, 상대의 반박을 효과적으로 가로 막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이다.
무슨 일이든 반씩 나눠서 하기로 약속한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 마당에 낙엽이 가득한데, 남편은 도무지 그걸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아내가 따진다.
"뭐든지 반씩 나눠서 하기로 해 놓고, 왜 꼼짝도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자 남편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당신이 치울 반은 땅에 떨어져 있고, 내가 치울 반은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잖아."
날마다 술집에 둘러 술을 두 잔씩 주문해 마시는 노인이 있었다. 바텐더가 그 이유를 묻자 노인이 말한다.
"한 잔은 내 술이고, 다른 한 잔은 먼저 죽은 마누라 몫일세."
감동한 바텐더는 그 날부터 아내 몫의 술을 꽁짜로 주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이 전에 없이 술을 한 잔만 시키는 것이었다. 바텐더가 다시 이유를 묻자, 노인이 대답 왈, "사실은 내가 오늘부터 술을 끊기로 했거든! 이건 이전 마누라 몫이니, 술값은 받지 않겠지?"
한 귀부인이 미술 전시회에 갔다가, 아무 것도 그려 있지 않은 빈 액자를 발견하고는 화가에게 물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뭐죠?"
"예! '빵을 먹고 있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왜 빵을 안 보이나요?"
"빵은 벌써 아이가 다 먹어 버렸죠."
"그래요? 그럼 아이는 어디에 있어요?"
화가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빵 다 먹은 아이가 제 자리에 얌전히 있는 거 봤습니까?"
결혼을 앞둔 딸이 어머니와 말 다툼을 하고 잇었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에 화가 난 딸이 말한다.
"엄마! 이건 내 결혼식이지 엄마 결혼식이 아니에요. 엄마의 결혼식은 벌써 25년 전에 끝났다구요."
"모르는 소리."
어머니가 대뜸 호통을 친다.
"그건 내 결혼식이 아니라, 우리 엄마의 결혼식이었어."
자랑스런 한국인이 만든 최신 걸작 유머 5가지
신문이나 잡지, PC통신 등의 유머란을 검색하다 보면, 내용이 비슷 비슷한 유머들이 상당히 많다. 똑 같은 내용인데 등장 인물의 이름만 바꾼 것도 있고, 외국 유머에서 지명이나 인명만 한국적으로 바꾼 것도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좀 읽다 보면 발상이나 비유가 매우 '낯 익은' 유머들이 수두룩하다. 직접 창조하는 유머 보다 여기 저기서 베끼거나 모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면 읽는 사람 들로서는 그게 한국의 유머인지 외국의 유머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싣는 유머들은 모두 한국의 유머리스트들이 직접 창조해 낸 유모 들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필자가 보기에 한국인의 창작물이라고 짐작되는 유머 들이다. 독자 들에게 좋은 유머를 소개하고, 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유머리스트들이 많음을 보여 주기 위해 발상이나 기법 성의 등이 돋보이는 작품을 몇 개 골라 보았다.
창작자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일일이 확인해서 밝히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유머리스트 들이 더 좋은 창작 유머를 많이 만들어서 한국 유머의 발전에 기여해 주기 바란다.
1. 그대는 단 하나의 근로자
김대리가 부장에게 하루 쉬겠다는 휴가원을 냈다. 부장이 말한다. "김대리! 1년은 365일이지?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중 자네 근무 시간 8시간이지? 하루의 3분의 1을 근무하니까, 결국 1년에 자네가 일하는 날은 122일 밖에 안된다는 얘기야. 그 중에서 52일이 일요일이 있고, 반만 일하는 토요일을 26일로 치면, 겨우 44일이 남아. 그걸 자네가 다 일하나? 밥 먹는 시간에, 화장실 출입하는 시간에, 담배 피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에 최소한 3시간은 빠진다구. 그걸 다 빼면 자네가 일하는 시간은 27일이라는 소리지. 게다가 자네 여름 휴가는 열흘이지? 그럼 17일이 남는군. 그 종에서 신정, 구정, 식목일,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석가 탄신일,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추석, 크리스마스, 그리고 회사 창립 기념일까지 휴일이 총 16일이야. 결국 자네가 제대로 일하는 날은 1년에 단 하루라 이거야. 그런데 그 하루 마저 휴가원을 내면, 아예 놀고 먹겠다는 건가? 자네도 입이 있으면 대답 좀 해 보게."
그러자 김대리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부장님! 전 너무 피곤해요. 왜 그런지 이유를 말씀 드리죠. 우리나라의 4천 5백만 인구 중에 남자는 2천만 명입니다. 그 중에서 1천 6백만은 학생이거나 어린이들이죠. 그럼 4백만이 남습니다. 현재 백만 명이 국방을 위해 군대에 있거나 방위 근무 중이고, 백만 명이 국가 공무원입니다. 그럼 2백 만이 남는 거죠? 또 180만 명이 정치를 하거나 지자체 공무원 들이니 남는 건 20만 명, 그 중에 188,000명이 병원에 누워 있으니 겨우 12,000명이 남죠. 그리고 11,998명이 감옥에 가 있으니까, 결국 두 명이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바로 부장님과 저! 그런데 부장님은 매일 제가 올린 보고서에 결재만 하고 있으니,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오직 저 하나 뿐이라구요. 제가 얼마나 피곤한지 아시겠죠?"
2. 텔레 토비와 정치인의 공통점
(1) 돔형의 지붕 밑에서 산다.
(2) TV에 자주 출현한다.
(3) 늘 떼 지어 다닌다.
(4) 항상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5) 입으로 먹고 산다.
(6) 남이 뭐라든 자기 들끼리는 언제나 즐겁다.
(7) 아무리 봐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3. 컨닝 6도
세상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컨닝에도 도가 있나니, 다음은 여섯 가지를 일컬어 컨닝 6도라 하느니라.
첫째, 감독관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여 대비함이 지요.
둘째, 설사 들킨다 해도 그것을 두려워 하지 않음이 용이요.
셋째, 베낀 답이 이상해도 의심치 않음이 신이요.
넷째, 남이 컨닝하다 들켰을 때, 그를 가여워 함이 인이요.
다섯째, 니가 들켰을 때 공범을 누설치 않음이 의요.
마지막으로, 답을 보여 준 사람 보다 약간 낮은 점수를 받음이 예이니라.
4. 엘리베이터 안에서 느끼는 13가지 감정
(1) 당황 :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는데, 방귀가 나오려고 할 때
(2) 다행 : 그 순간 먼저 뀐 사람의 냄새가 풍길 때
(3) 황당 : 그의 냄새에 내 방귀를 살짝 얹으려 했는데, 소리가 크게 날 때
(4) 기쁨 : 혼자만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원하게 한 방 날렸을 때
(5) 감수 : 역시 냄새가 지독했을 때(음!~ 나의 체취 쯤이야...)
(6) 창피 : 그 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탔을 때
(7) 고통 : 둘만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이 지독한 방귀를 뿜었을 때
(8) 울화 : 그가 마치 자기가 안 그런 것처럼 딴청 피우고 있을 때
(9) 고독 : 그가 내리고, 놈의 체취를 혼자 느껴야 할 때
(10)억울 : 그의 체취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타면서 얼굴을 찡그릴 때
(11)울분 : 엄마 손 잡고 올라 탄 꼬마가 날 가리키며 "엄마! 저 사람이 방귀 뀌었나 봐!" 라고 할 때
(12)허탈 : 엄마가 "방귀는 누구나 뀔 수 있는 거야!" 라며 꼬마를 타이를 때
(13)민감 : 그러면서 그 엄마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내게 살짝 미소 지을 때
5. 안득기와 고딩 샘
('고딩' 은 고등학생이라는 뜻의 청소년 은어. '샘'은 선생님의 경상도 사투리임)
어느 날 이름이 '안득기'인 한 고딩이 수업 시간에 떠들어서 선생님에게 불려 나갔다.
새임 : 니 이름이 뭐꼬?
고딩 : 안득깁니더.
새임 : 안 듣기? 좋아, 니. 이. 름. 이. 뭐. 꼬! 듣기제?
고딩 : 예...
새임 : 이 자슥 봐라. 니 이름 뭐냐니깐!
고딩 : 안득깁니더.
새임 : 안 듣기냐?
고딩 : 예.
새임 : 그럼 니 성은 말고 이름만 말해 봐라.
고딩 : 득깁니더.
새임 : 그럼 성하고 이름하고 다 말해 봐라.
고딩 : 안득깁니더.
새임 : 또 안 듣기나? 이름만 말해 봐라.
고딩 : 득깁니더.
새임 : 듣긴다 캤다가, 안 듣긴다 캤다가, 니 장난치제?
고딩 : 새임, 그게 아인 데예...
새임 : 아이기는 뭐가 아이야! 반장은 몽디 하나 구해 오고, 니는 주먹 쥐고 뻗
어라.
(잠시 후)
반장 : 새임, 몽디 구해 왔심더.
새임 : 이기 몽디 구해 오라카니까 쇠 파이프를 가지고 와? 반장이라카는 게 친구 죽일라꼬 작정했구마! 너 이반에 뭐야?
반장 : ('입 안에 뭐야' 로 알아 듣고) 예? 입 안에 껌인데예.
반장과 득기는 그 날 샘에게 호되게 맞았다. 한참 후 득기가 제 이름에 대해 설명을
해 주자 샘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새임 : 니 이름이 득기였나? 정말 미안하데이...대신 니 소원 한 가지 들어 주꾸마. 소원이 뭐꼬?
득기 : 새임한테 똥침 한 번 넣는 기 소원인데요.
새임 : 좋구마, 함 너봐라.
득기 : 다리 좀 벌리고 수구리 보소.
새임 : 알았다.
득기 : 자! 넣심데이. (슈우웃 - 빠직!)
새임 : (너무나 아파서) 아이구, 덕기야(더 끼아)!! 이 자슥아!
득기 : 더 끼우라고예? 자, 또 끼웁니데이- .(슈우웃- 빠직!)
그 후 득기는 밤새도록 끼우고, 세 번 더 끼웠다는 설이 있다.
부록 - 리더가 알아야 할 지구촌 유머 특성
세계화 시대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능숙한 외국어 실력 만은 아니다.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모르면 중요한 비즈니스 상담은 고사하고, 개인적인 관광 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서에 맞는 효과적인 우머를 구사하기도 어려워진다. 지구촌의 이웃 들은 어떤 몸짓을 쓰고 어떤 유머를 즐기는가?
인터넷 유머 사이트, 일간 신문, 시사 주간지 등에 실렸던 사례 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웃음을 엿 보기로 하자.
1. 몸짓(제스처)이 통해야, 유머도 통한다. 제스처의 활용도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동양인은 입으로 얘기하고, 서양인은 몸으로 얘기한다.'는 말이 있다. 과장된 표정이나 몸짓을 되도록 삼가는 동양인들과 달리, 서양 사람들은 대화 도중에 다양한 눈짓이나 표정, 제스처 등을 즐겨 사용한다. 어깨를 으쓱하고, 팔을 들어 올리며, 눈을 치켜 뜨는 모습은 우리가 서양인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다. 하지만 서양인 들이라고 해서 모두 풍부한 제스처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유럽만 해도 이탈리아처럼 얘기를 하는지, 무용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픙부한 제스처가 일상화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독일처럼 거의 석고상에 가까울 정도로 뻣뻣하게 대화를 나누는 나라도 있다.
유럽인들의 그런 차이는 다음과 같은 비유에서도 잘 드러 난다.
"연설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인을 영국인이 멀리서 보면, 마치 무대 위에서 코미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이 연단에 서 있다면 그는 신체가 마비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이 말에서 드러 나듯 이탈리아 인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보디 랭귀지'를 갖고 있다. 오죽하면 찰스 다킨스가 "나폴리에서는 모든 것이 무언극으로 진행된다."고 했을까?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두 사람이 생선을 놓고 흥정을 하는데 판매자가 값을 부르자, 구매자가 말 없이 웃음을 젖혀 보였다. 조끼를 안 입었음을 보여 줌으로써, '난 돈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한 친구가 입술을 다섯 번 만진 다음에, 손으로 칼질하듯 허공을 수평으로 가르자 다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5시 30분에 밥 먹으러 오라고 초대하자, 친구가 그에 응한 것이다."
영국인들의 제스처는 이에 비하면 몹시 빈약하다. 그리고 독일인들은 그보다도 휠씬 더 빈약하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에는 아예 제스처 문화 자체가 없다.
다음은 유럽의 각 나라들을 제스처의 유형에 따라 3개의 그룹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룹1 :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 전통적으로 제스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룹2 :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흥분했을 때, 거리가 멀어 의사 소통이 잘 안될 때, 욕하거나 위협할 때 등 특정한 경우에 한해 제한 적으로 제스처를 사용한다.
그룹3 :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기타 지중해권 국가들. 폭넓은 제스처를 사용하며 대화 도중에 늘 손과 팔을 빈번히 움직인다.
제스처의 활용도는 이처럼 나라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므로 외국인을 만나거나 외국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의식적으로 제스처의 횟수나 범위를 조절해야 한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제스처를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덕일이나 스웨덴, 아시아권, 혹은 보수적 문화를 지닌 회교권 등에서 '서양식 제스처'를 남용하다간 자칫 무례하고 경박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같은 제스처에도 정반대의 뜻이 있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듯 제스처에 담긴 뜻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런 차이를 모르고 섣부르게 '제스처는 만국공통어' 라고 믿었다간 본의 아니게 큰 낭패를 겪을지도 모른다. 다음은 나라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는 대표적인 제스처들이다.
1. 고갯짓
우리는 긍정을 표시할 때 고개를 끄덕이고 부정을 표시할 때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는 아시아와 미국, 그리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몸짓이다. 그런데 그리스와 터키,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방법이 쓰인다. 그들은 긍정을 표시할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부정을 표시할 때는 뒤로 젖힌다. 또 불가리아인들은 찬성할 때는 고개를 목운동하듯이 좌우로 돌리고 반대할 때는 그리스 인들처럼 뒤로 젖힌다. 이 정도에 그친다면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불가리아와는 반대로 인도에서는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이 '예'라는 뜻이 된다는 점이다. 그뿐이 아니다. 숙이기와 젖히기를 사용하는 그리스인이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긍정이나 부정과는 무관하게 '못 알아들었으니 다시 말해달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종종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가령 불가리아인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것은 '예'라는 뜻이지만 외국 사람들이 볼 때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비치기 쉽다. 터키인이 고개를 젖히는 것은 '아니오'라는 뜻이지만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고개를 위아래고 끄덕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만일 그리스 인이 '다시 말해 달라'는 의미로 고개를 가로저으면 상대는 그걸 당연히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2. 손짓
사람을 부를 때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손바닥을 위로 하고 마치 손부채질을하듯 손가락들을 모아서 까딱거린다. 그런데 우독 이탈리아에서만은 그것이 '잘 가시오'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럼 이탈리아인들은 '이리 오시오'라는 말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들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마치 노를 젓듯이 손이나 팔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스페인, 그리스, 터키에서도 같은 제스처를 쓰는데 그건 우리나 다른 유럽인들의 눈에는 '저리 가' 라는 뜻의 몸짓과 흡사하다.
작별할 때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바이바이'의 뜻으로 쓰이지만 남부 아시아에서는 반대로 '이리 와 봐'가 된다. 미국인들은 누군가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손바닥을 앞으로 하고 손바닥을 접었다 폈다 하는 '잼잼'을 자주 사용한다.
3. V사인
집게손가락과 중지를 V자 모양으로 세우는 '승리 사인'은 처칠에 의해 세계로 퍼졌다. 그런데 영국에서 이 사인을 쓰려면 반드시 손바닥의 방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손바닥이 앞을 향하면 승리의 사인이지만 손바닥이 자기를 향하면 그건 욕 중에서도 아주 심한 욕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이와 정반대다. 거기에서는 손바닥이 자기를 향해야 승리의 사인이 되고 손바닥이 상대를 향하면 커다란 모욕이 된다. 그리스인들은 원래 누군가에게 적개심을 표시하거나 욕을 할 때 손바닥을 상대에게 보이며 손가락을 활짝 벌린다. 두 손을 다 쓰면 '최대한의 모욕'이고 손가락 두 개만 세우는 것은 일종의 '축소형'이다. 그리스인 앞에서 괜히 처칠 흉내를 냈다가는, 특히 웃으면서 그런 제스처를 썼다가는 졸지에 따귀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
4. 03사인 (링사인)
엄지와 검지를 링처럼 둥글게 말아쥐고 나머지 손가락들을 세우는 이른바 '03사인'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긍정 또는 승인의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에서는 그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손가락의 모양이 0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와 터키, 중동,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는 이 사인이 엉뚱하게도 '항문' 이나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음란한 제스처로 통한다. 또 독일과 브라질, 그리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쓰이며 가끔은 동성애를 상징할 때도 있다. 그런 지역에서 상대와 대화 도중에 '좋다'는 뜻으로 03사인을 보이면 결과는 둘 중의 하나다. 상대가 이성이면 음란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찍히고, 상대가 동성이면 동성애자로 찍히고.
5. 엄지 치켜세우기
엄지손가락을 네로황제처럼 위로 치켜세우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고'를 뜻하는 긍정적 제스처로 통한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게 '명백한 거절'을 뜻하며 그리스인들은 그걸 상대에 대한 모욕적 제스처로 받아들인다. 또 나이지리아와 중동지역에서는 기이하게도 '음란한 신호'가 된다. (그들은 짤막한 엄지손가락에서 대체 뭘 연상하는 걸까?)
6. 손으로 머리 옆에 동그라미 그리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쳤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전화받고 있는 중' 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귀에 대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시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네덜란드 사람이 그런 제스처를 썼다고 해서 화를 내면 오히려 상대가 더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세계 각국의 '금지된제스처'들
같은 제스처라도 나라마다 이렇게 뜻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에 가거나 외국인을 만날 때는 몸짓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들의 제스처를 다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금지된 제스처'가 어떤 것인지는 알아야 뜻밖의 실수나 결례를 예방할 수 있다. 다음은 금지된 제스처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 포옹이나 신체접촉
서양에서는 악수와 가벼운 포옹, 입맞춤 등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성끼리는 물론이고 동성들 사이에서도 악수 외에는 별다른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다. 특히 중동에서는 머리카락이건 손가락이건 여성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2. 머리에 손대기
서양에서는 어른들끼리도 머리에 곧잘 손을 대지만 동남아에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조차도 피해야 한다. 그들은 머리에 영혼이 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인이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는 것은 부모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실례가 된다.
3. 손깍지끼기
과테말라와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상대 앞에서 손을 깍지끼면 안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지어 갓난아이가 손을 맞잡고 있어도 기겁을 하며 손을 떼어놓을 정도다.
4. 집게손가락 구부리기
집게손가락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례가 된다. 유고와 말레이시아에서는 동물을 부를 때 사용하고 베트남에서는 하인이나 아랫사람에게만 그런 행동을 한다. 특히 호주에서는 그것이 '매춘하러 오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여성 앞에서는 절대금기에 속하고, 일본인들 역시 외설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5. 윙크
윙크는 보통 친근함의 표현이지만 대만인들은 그걸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여긴다. 호주에서도 여성에게 윙크를 하는 것은 불량배들이나 하는 저속한 행동이다.
6. 턱 쓰다듬기
우리는 생각에 잠겼을 때 무심코 턱을 쓰다듬는 경우가 많지만 프랑스에서는 그것이 '지루하다' 는 메시지로 사용된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지역에서는 '잘 모른다' 는 뜻이고, 이탈리아에서는 '당장 꺼져버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해당 지역의 바이어와 상담을 하다가 턱을 쓰다듬었다간 듣기 싫다거나 못 알아듣겠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고, 심지어는 상대를 쫓아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2. 미국의 유머
미국인과 유머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유머를 가장 즐기는 국민이다. 공석과 사석을 막론하고 모든 상황에서 유머가 빠지는 법이 없으며, 연설이나 교육을 할 때도 유머는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요소 중의 하나다. '5분내에 청중을 못 웃기는 사람은 연사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상식이다.
미국인들은 소재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유머를 만들어낸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정치유머가 매우 발달해 있고, 남자들 사이에서는 장모를 희화화시킨 유머도 단골메뉴다. 이는 미국사회의 장모와 사위 관계가 우리나라의 고부갈등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머 중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실제로는 좋은 나쁜 소식이고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다. 이는 그들의 유머에서 대조법과 바보스러운 곡해가 주된 기법으로 사용됨을 의미한다. 유머에 관한한 금기가 거의 없는 사회지만 인종차별에 관한 유머에 대해서만은 민감한데, 이는 다민족국가라는 특성 때문이다.
유머로 엿보는 '지퍼 스캔들'
요즘 미국들의 유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인물은 다름아닌 클린턴이다. 가뜩이나 정치풍자와 섹스유머를 즐기는 그들에게 '지퍼 스캔들'은 실로 훌륭한 유머의 소재가 되고 있다. 다음은 최근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유머들이다.
- 워싱턴과 닉슨과 클린턴의 가장 큰 차이는?
워싱턴은 거짓말을 할 줄 몰랐고, 닉슨은 진실을 말할 줄 몰랐으며, 클린턴은 그 차이를 모른다는 것이다.
- 힐러리의 임신
힐러리가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로 갔다. 검사가 끝난 뒤 의사가 임신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매우 당황해서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나쁜 놈아! 네가 무슨 짓ㅇ르 저질렀는지 알아? 내가 임신을 했단 말야."
"..."
"못 알아듣겠어? 내각 네 아이를 가졌다구!"
그러자 클린턴이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시죠?"
- 헤라클레스아 백설공주와 돈후앙
헤라클레스와 백설공주와 돈후앙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난 제일 힘이 강해. 내가 세계 최고의 인간이야."
"무슨 소리! 난 세계에서 제일 예쁘다구."
"흥, 세계에서 제일 많은 여자와 동침한 내가 최고야."
셋은 결국 하나님을 찾아가서 판결을 의뢰했다. 잠시 후, 헤라클레스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나오며 말한다.
"하하, 그것 봐. 내가 제일이지."
백설공주 역시 웃음을 띠며 나왔다.
"호호, 내가 뭐랬어. 내가 제일 예쁘다잖아."
잠시 후, 돈후앙이 울면서 뛰쳐나왔다.
"제기랄! 빌 클린턴이 도대체 누구야?"
- 밝히는 클린턴
레이건과 부시, 클린턴이 오즈의 마법사에게 갔다.
"사람들이 제게 지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좋은 두뇌를 가졌으면 합니다."
마법사는 레이건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사람들이 제게 눈물도 감정도 없다고 합니다. 제게 인간미를 주십시오."
마법사는 부시는 소원도 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클린턴에게 마법사가 소원을 물었다. 클린턴의 대답.
"전 도로시 양을 만나러 왔는데요."
(도로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여주인공임)
- 클린턴, 지옥에 가다
클린턴이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다. 베드로가 천국과 지옥 중 어딜 원하느냐고 물었
다. 클린턴이 천국을 원하자 베드로가 다시 물었다.
"혹시 생전에 나쁜 일 한 것은 없나?"
"마리화나를 피우긴 했지만 삼키지는 않았지요. 바람은 피웠지만 '진정한 성관계'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거짓말은 했어도 '위증'을 한건 아니죠."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 내가 당신을 아주 뜨러운 곳으로 보낼 텐데 거길 '지옥'이라고 부르지는 말자구. 그리고 당신은 그곳에 한참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을 '영원'이라고 부르지는 말자."
3. 영국의 유머
영국인과 유머
영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진지함에 대해 짙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도 미국인들 못지않게 유머를 일상적으로 즐긴다. "영국인을 모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머감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한데,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의 70%가 "우리는 유머감각이 있는 민족"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때 영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유머는 영국인 고유의 성취물'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다른 나라에는 오직 위트만이 있을 뿐이며 영국인만이 참된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는 것이다. "유머는 너무 영리하거나 아둔하면 나오지 않는다. 영국인은 지성과 둔감의
평균점에 위치해 있으면 바로 그것이 풍부한 유머의 출발점"이라는 윌리엄 해즐릿의
주장도 그 중의 하나다.
영국인들은 대개 기발한 난센스 유머를 즐긴다. 이는 흔히 '질서정연함에 대한 반역'
또는 '논리적 구속으로부터의 탈출'로 해석되는데,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나 고
전철학이 발달했던 독일에 난센스 유머가 드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유머 속에 비친 '제3의 길'
영국인들은 처칠의 후예답게 정치유머에 익숙하다. 요즘엔 토니블레어가 주창한 '제3
의 길' 이 유머의 주된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데 내용은 대개 '개념적 모호성'이나 '절충
적 이미지'에 대한 것들이다. 권력층의 무능함을 꾜집는 풍자유머도 여전히 인기다. 다
음은 영국의 최신 유머들이다.
- 블레어와 마르크스
토니 블레어의 집무실에 달린 백열등이 터졌다. 블레어가 시장경제 만능주의자인 하
이에크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백열등의 고장났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절대 국가가 개입하면 안됩니다. 그냥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두기만 하면 언젠가는
세상이 저절로 환해지게 돼 있어요."
그러나 오래 기다릴 수 없었던 블레어는 이번에는 마르크스를 찾아갔다. <자본론>을
집필중이던 마르크스가 원고에서 눈길을 떼지않은 채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등이 터지건 말건 난 관심없소. 전기시스텥 자체를 갈아치우는 게 우리의 목적이
니까."
- 우측통행
블레어가 미국에 가보니 영국과는 달리 모든 자동차가 우측통행이었다. 이에 감명을
받은 그는 귀국 즉시 교통부장관을 불렀다.
"우리나라도 당장 우측통행으로 바꿉시다."
그러나 장관은 차라리 사표를 쓸 망정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우겼다. 그러자 화가
난 블레어가 소리쳤다.
"좋소. 난 좌측이 싫고 당신은 우측이 싫으니 제3의 길로 정합시다. 내일부터 전국
차량의 절반은 왼쪽으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오른쪽으로 통행하도록 하시오."
- 세 개의 봉투
영국의 재무상인 고든 브라운이 장관 전용금고 속에서 전임장관이 남긴 봉투 세 개
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번호와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경제가 어려운 고비에 처할 때마다 순서대로 하나씩 뜯어볼 것."
얼마 후 경기가 나빠졌고, 브라운이 첫 번째 봉투를 뜯었다. 안에는 짤막하게 한 줄
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금리를 내리시오."
그러나 금리를 내려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았고, 브라운은 다시 두 번째 봉투를 뜯었
다. 역시 짤막한 문장 한 줄.
"금리를 올리시오."
시키는 대로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자 야당에서 재무상의 사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장관직의 기로에 선 브라운은 결국 마지막 봉투를 뜯었다. 거기에 적힌 글귀는
이런 것이었다.
"후임자를 위해 봉투 세 개를 준비하시오."
- 고장난 깜박이
영국의 장군이 폴란드에 갔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장군이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폴란드 군대는 역사상 전투에서 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죠?"
"이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지요."
"아니오. 내가 더 정확할걸. 폴란드 군대에 입대하면 후퇴부터 가르친다죠?"
장군은 운전기사의 기분에 아랑곳않고 계속 물었다.
"폴란드군 탱크는 구조가 다르다면서요? 전진기어가 1단이고 나머지 4단은 모두 후
진기어라고 하던데..."
기분이 나빠진 운전기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깜박이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한 운전기사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잠깐 내리셔서 오른쪽 깜박이를 좀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장군은 차에서 내려 깜박이를 관찰하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불이 잘 들어와요. 아니, 꺼졌는데? 아! 다시 들어왔다. 아니, 잠깐만. 또 꺼졌... 이거
완전히 고장났구만."
4. 프랑스의 유머
프랑스인과 유머
프랑스인들은 공식석상에선 유머를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사석에선 유머를 활발하게
구사하는 편이다. 특히 남부 프랑스인들은 지적이고 풍자적인 정치유머를 즐기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유머는 유쾌함과 진지함이 어울린 영국의 유머와는 달리 가볍
고 화려하고 발랄하다. 프랑스인 특유의 사교성이 유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
다.
프랑스 유머 중에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음성학적 농담'이 우난히 많다. 이는 발음
되지 않는 철자가 많은 불어의 특성상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들이 많기 때문인데,
특히 정치인이나 외국인을 조롱하는 풍자유머에 이런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들의 유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섹스에 관한 농담이 많다는 것이다. 불
륜을 소재로 한 미국의 섹스유머와는 달리 프랑스인들은 주로 섹스의 기술이나 체위를
소재로 한 농담을 즐기는데, 그것은 프랑스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섹스문화 때
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과는 달리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편이어
서 '프랑스인은 유머감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하
다.
유머에 담긴 풍자와 우월의식
정치인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풍자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신랄하다. 과거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나치즘을 빗댄 유머가 많고, 최근 들어 유럽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극우
파' 에 대한 유머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 메뉴인 '벨기에인 시리즈'에서는
이웃의 작은 나라 벨기에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은근한 멸시와 우월의식이 엿보인다.
- 정치인의 거짓말
정치가들을 싣고 가던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 농장의 큰 나무에 부딪쳤다. 근처에 사
는 늙은 농부가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큰 웅덩이를 파고는 부상당한 정치가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며칠 뒤, 부서진 버스를 발견한 경찰이 농부에게 물었다.
"타고 있던 정치가들은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다 묻어버렸죠."
"생존자가 하나도 없었단 말입니까?"
"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죽지 않았다거 말을 했습니다만."
"그런데도 땅에 파묻었단 말입니까?"
"하지만..."
농부가 말했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는 당신도 잘 알잖아요?"
- 돌대가리 극우파
한 청년이 술집에 들어서면 말했다.
"난 아이큐가 180이야."
그러자 다른 청년이 말했다.
"난 179야."
둘은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핵분열에 대한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또 한 청년 하나가 "난 139야" 라고 말했고, 그들은 함께 문학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
다.
잠시 후, 한 청년이 들어와 소리쳤다.
"난 아이큐가 3이야."
그러자 드른 청년이 대답했다.
"난 2야."
그 둘도 자리를 잡고 토론을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 첫 마디.
"너도 국민전선(프랑스 극우정당) 소속이지?"
- 나치의 후예
두 소년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수용소에 대한 농담을 좋아하지 않다. 할아버지가 거기서 돌아가셨거든."
"저런 가스실에서 돌아가셨구나."
"아니."
소년이 말했다.
"감시탑에서 떨어지셨어."
- 벨기에인 시리즈 1
벨기에인들은 파리에 여행을 오면 어떻게든 국적을 감추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자
기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어를 할 때 벨기에식 억양이 드러나기
때문에 좀처럼 숨기기가 힘들다.
파리에만 오면 번번이 무시를 당했던 벨기에 청년 한 명이 이번에는 여행에 앞서 치
밀한 준비를 했다. 어학원에 다니면서 자기의 벨기에식 억양을 완벽하게 교정한 것이
다. 과연 여행 첫날에는 아무도 자기의 국적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다. 이튿날, 그는
호텔근처의 간판을 보고 어딘가로 들어가서 표준억양으로 똑똑하게 말했다.
"바게뜨 하나랑 크루아상 아나 주세요."
그러자 점원이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벨기에 놈아!"
놀란 청년이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점원의 대답.
"멍청한 놈. 여긴 빵집이 아니라 은행이야."
- 벨기에인 시리즈 2
파리에 놀러온 벨기에인 한 명이 허겁지겁 경찰서로 뛰어들었다.
"누가 내 차를 훔쳐갔어요. 그것도 내가 빤히 보는 앞에서요."
"차를 훔친 도둑의 얼굴을 봤나요? 인상착의는?"
"경황이 없어서 못봤어요."
벨기에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놈이 차를 훔쳐갈 때 차 번호는 몰래 메모해 뒀죠."
- 벨기에인 시리즈 3
남 프랑스의 해변에서 벨기에 청년 한 명이 플레이보이인 프랑스인 친구에게 여자
꼬시는 법을 물었다.
"간단하지. 내가 하는 걸 잘 봐."
프랑스 청년은 한 예쁜 아가씨가 지나가는 걸 보고 다가가서 수작을 걸었다.
"아가씨, 1에서 9까지의 숫자 중 좋아하는 걸 하나만 대보세요."
아가씨가 7이라고 대답했고, 청년이 말했다.
"부라보! 당신은 오늘 저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행운에 당첨되었습니다. 8시에 모
시러 가죠."
그리고는 벨기에 청년에게 "봤지? 이대로만 하면 돼." 라고 속삭였다. 한참 뒤, 또 한
아가씨가 지나가자 벨기에 청년이 다가갔다.
"아가씨, 1에서 9까지의 숫자 중 좋아하는 걸 하나만 대보세요."
"3요."
"아이구, 쯧쯧..."
벨기에 청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아깝네요. 7이라고 했으면 저녁식사에 당첨되었을 텐데."
5. 독일의 유머
독일인과 유머
독일인들은 유머를 별로 즐기기 않는다. 특히 직장에서는 농담을 자제하는 풍토가 유
난히 강하다. 이런 현상은 지위가 높을수록 뚜렷해서 기업이나 사회의 고위층들은 주요
한 자리일수록 딱딱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남다른 진지함 때문에 외국인
이 자기들에게 유머를 구사하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독일에도 섹스에 대한 유머가 있지만 프랑스와는 달리 그들은 외설적인 주제를 많이
담는다. 특히 항문에 대한 유머가 많은데 어떤 심리학자는 이에 대해 "어린 시절에 지
나치게 엄격한 용변법 교육을 받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의 발랄
하고 산뜻한 유머에 비해 독일유머는 대체로 지루하고 단조로운 편이다.
유럽의 선진국들 중에서 유독 독일인들이 유머에 소질이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정평
이 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스탕달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독일에서 한 달간 쓰이는 위트와 유머의 양보다 파리에서 하루 저녁에 오가는 양이
훨씬 더 많다."
독일식 정치유머, '콜 시리즈'
독일에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콜 시리즈'가 크게 유행했다. 유머에 등
장하는 헬무트 콜은 '독일 통일의 아버지'라는 별명과는 달리 어리숙하고 인기도 없는
삼류 정치인이다. 다음은 그 중의 일부다.
- 납치된 콜
콜 총리가 인질범들에 의해 납치됐다. 범인들은 몸값으로 1백만 마르크를 요구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돈 안 주면 그냥 확 풀어줘버릴 거야."
- 연방정부의 값어치
한 늙은 부인이 은행에서 예금계좌를 개설하며 1천 마르크를 입금했다. 부인이 은행
원에게 물었다.
"내 돈을 당신들에게 맡기면 안전할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이 은행이 파산하면 어떡하죠?"
"그럼 주 중앙은행이 책임질 겁니다."
"주 중앙은행도 파산하면요?"
"연방은행이 책임을 지죠."
"만일 연방은행마저 파산한다면요?"
"그럼 연방정부가 당연히 물러나지요. 하지만..."
은행원이 말했다.
"그건 사실 1천 마르크 이상의 값어치를 충분히 할 겁니다."
- 콜의 첫 질문
콜의 뉴욕 방문을 앞두고 참모진들은 그에게 노련한 미국의 기자들을 조심하라고 거
듭 당부했다. 콜은 우쭐대며 아무 걱정 말라고 대답했다. 뉴욕의 공항에 콜이 도착하자
마자 기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한 기자의 질문.
"뉴욕 체류중 스트립 바에 가보실 예정입니까?"
콜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에도 스트립 바가 있습니까?"
다음날, 콜은 호텔방에서 조간신문을 집어들었다. 1면에 실린 머릿기사의 제목은 다
음과 같았다.
"뉴욕 도착 후 콜이 던진 첫 질문 : 여기도 스트립 바가 있나요?"
- 콜과 수류탄
콜이 사저의 정원을 손질하다 말고 큰 소리로 부인을 불렀다.
"빨리 와 봐, 여보.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구."
부인이 가서 보니 작은 구멍 속에 수류탄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콜 부부는 궁리 끝에
경찰에 신고하기로 하고 수류탄을 차에 실었다. 운전하는 콜에게 부인이 물었다.
"여보, 만일 가는 도중에 수류탄 하나가 터지면 어떡하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콜이 대답했다.
"걱정 마. 경찰한테 두 개를 주웠다고 말하지 뭐."
6. 러시아의 유머
러시아인과 유머
러시아인들에게 유머는 단순한 농담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 행위에 속한다. 페레스트
로이카 이전의 구체제에서 유머는 그들에게 허용된 거의 유일한 '저항'이었고, 이는 옐
친 시대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제한 속에서 유머는 그나마 러
시아인들의 고통을 달래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유머감각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조사에서 러시아인들이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겨우 8%뿐이었다. 하지만 유머를 저항과 자위수단
으로 삼는 그들에게 능력이나 감각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의 1장에서
도 밝혔듯이,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블랙 유머'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나라로 꼽힌
다.
유머로 달래는 정치적 불만
러시아 유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옐친과 '신러시아인(러시아의 신흥 갑부들)'
에 대한 풍자다. 그 속에는 개혁실패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극도의 빈부격차 속에서 사
치와 향락으로 소일하는 부자들에 대한 불만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 중의 일부를 소
개한다.
- 옐친의 현장지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농촌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시골로 내려갔다. 길에서
마주친 농민에게 그가 물었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엉망이죠. 물건값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랐어요. 어쩝니까.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
고 살아야죠."
"그렇다면 지푸라기를 먹고 살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자 농부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요, 옐친 동무. 그렇다면 난 음메하고 울지도 모르겠군요."
"무슨 소리."
옐츤이 당치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난 지난 겨울 내내 꿀을 먹었지만 윙윙거린 적은 한 번도 없었소."
- 로켓 기어
신러시아인 한 명이 자동차 매장에 들렀다. 매장 측은 1년간 품질은 보증한다고 약속
했고, 신러시아인은 메르세데스 벤츠 600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차를 몰고 나간
지 20분 만에 그가 되돌아와서 변속기가 고장났다고 투덜거렸고, 매장측은 차를 바꿔주
었다.
그런데 30분 뒤 그가 또다시 변속기가 고장났다며 돌아왔고, 새로 몰고 나간 차 역시
1시간 뒤에 같은 이유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매장 지배인이 말했다.
"새 차를 드리죠. 대신 하룻동안 우리 기술자와 함께 타는 조건입니다."
"좋아요."
그는 기술자를 옆에 태우고 핸들을 잡았다. 차는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1단, 2
단, 3단, 4단, 5단... 신러시아인은 이어서 기어를 'R'의 위치에 놓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
다.
"로켓 속도로!"
- 사오정 옐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직후인 '98년 8월 28일. 옐친은 러시아를 방문중인 불
가리아의 페타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의 일간지인 <러시아 투데이>는 이에
때맞춰 공동기자 회견을 열었다.
옐친 : 안녕하십니까, 기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나와 내 좋은 친구 페타르
에게 많은 질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1 : 사임할 생각이 없으십니까?
옐친 : 불가리아와 러시아는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고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그렇죠. 페타르? (페타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기자1 : 당신의 권력을 두마(러시아 하원)에 이양할 생각은 없습니까?
옐친 : (웃으며) 물론 두 나라 사이엔 여러 차례 분쟁이 있었지만, 저와 페타
르는 그것을 해결하며 양국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 다.
그렇죠, 페타르?
기자2 : 당신은 왜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확신을 갖고 있습니까? 그가 금융
위기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옐친 : 아시다시피 불가리아는 총 110,910 평방미터의 면적이며 미국의 테네
시주보다 조금 큽니다.
기자2 : (벌떡 일어서면) 옐친, 당신은 루블의 희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입니
까?
옐친 : 불가리아 기후는 온화하다니깐요.
기자1 : (악을 쓰며) 옐친! 우린 불가리아에는 관심이 없어요.
옐친 : (페타르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린 불가리아에 관심이 있소. 우리가 829
만 988명의 불가리아인에게 관심이 없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왜 페타
르를 만났겠소?
기자1 : 맞아요, 맞아! 우리의 관심은 그거요. 이 어려운 시기! 거기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시오.
옐친 : 물론 지금은 쉬운 때가 아니오. 불가리아는 공기오염이나 산림벌채 같
은 환경적 어려움들이 많지요.
옐친의 대변인 :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 없습니까?
7. 중국의 유머
중국인과 유머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동양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노인과 젊은이, 남자와 여
자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엄격한 구분이 존재하고 있고 체면이나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방식도 여전하다. 따라서 유머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만 유통될 뿐이고 국
민 전체적으로 보면 농담이나 유머에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덩샤오핑 이후 개방정책이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요즘엔 중국에도 서구화의 물결이
많이 밀려들었다. 거기엔 긍정적인 요소뿐 아니라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매매춘 등의
부정적인 요소도 함께 존재한다. 당연히 유머에도 그런 상황들이 반영되고 있지만 남에
게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중국인들의 특성 때문에 외국인들과는 그런 농담을 절대
주고받지 않는다. 또 문화혁명이나 섹스, 인권, 대만문제 등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머에 스민 '만만디' 정신
중국의 유머에는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풍자와 서구화의 부작용- 물신주의, 배금주
의 등- 을 꼬집는 내용들이 많다. 특징적인 것은 유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유난히
느긋하다는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사고가 유머에도 배어 있는 것일까. 다음은
중국의 풍자유머들이다.
- 리핑의 귓속말
클린턴과 옐친과 리펑 총리가 길을 가다가 개 한 마리를 만났다. 개가 길을 가로막고
마구 짖어대자 먼저 클린턴이 나섰다.
"내가 달러를 듬뿍 줄 테니 진정하렴."
그러나 개는 여전히 짖어댔고 이번에는 옐친이 나섰다.
"그만두지 않으면 당장 잡아서 가둬버릴 테다."
개는 더 흥분해서 미친 듯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리펑이 다가가서 넌지시 귓속말을
건네자 개는 그만 꼬리를 내리고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클린턴과 옐친이 귓속말의
내용을 묻자 리펑이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앞길이 바로 사회주의로 통하는 길이라고 했지."
- 장쩌민과 당나귀
장쩌민이 국가주석을 맡고 얼마 되지 않을 무렵 그와 리펑, 주룽지가 덩샤오핑과 함
께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당나귀 한 마리가 길을 막고 버티고 있었
다. 리펑이 당나귀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나귀야, 지금 차에 위대한 영도자이신 덩샤오핑 동지가 타고 계신다. 저 분의 시
간은 금쪽과 같으니 당장 길을 비켜라."
그러나 당나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주룽지가 나섰다.
"당장 비키지 않으면 공안부장을 시켜서 혼을 내줄 테다."
그래도 비키지 않던 당나귀는 잠시 후 장쩌민이 조용히 몇 마디 건네자 급히 일어나
길을 열어주었다. 궁금해진 덩샤오핑이 뭐라고 말했는지 묻자 장쩌민이 공손히 대답했
다.
"비키지 않으면 널 국가주석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 장쩌민과 낙하산
장쩌민과 옐친과 클린턴이 함께 탄 비행기가 고장으로 추락의 위기에 처했다. 다급해
진 세 사람이 탈출을 시도하는데 낙하산이 두 개밖에 보이질 않았다.
클린턴이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죽으면 세계는 혼란에 빠질 거야. 난 꼭 탈출해야돼."
옐친이 말했다.
"나도 도탄에 빠진 러시아 경제를 살릴 의무가 있어."
그러자 장쩌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사람 먼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라고 말했다.
의외의 반응에 놀란 두 사람이 당신은 어떡하겠느냐고 묻자 장쩌민이 여유있게 말했다.
"13억 중국인민을 층층으로 쌓아 나를 받치게 하면 아마 이 비행기보다 높이 쌓일
걸."
- 금붕어의 미덕
금붕어를 무척 좋아하는 은행장이 있었다. 틈만 나면 금붕어들이든 수족관 앞에서 넋
을 잃는 은행장에게 한 고객이 물었다.
"그렇게 금붕어만 쳐다보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러자 은행장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금붕어들은 부지런히 입을 놀리면서도 내게 돈을 한 푼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친
구들이올시다."
8. 브라질의 유머
브라질인과 유머
브라질인들은 대부분의 남미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낙천적이며 열정적이다. 삼바의
이미지에 걸맞게 춤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며 낯선 이웃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습
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성격은 '농담과 비형식과 친밀감'으로 요약되는데, 그런 유쾌
한 태도는 외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외국인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높은 인플레율과 정치적 후진성 때문에 그들의 삶이 우
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은 사회실정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쾌활한 편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격의없는 농담과 유
머를 즐기며 유머감각도 상당히 갖추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정치와 축구, 가족생활 등
을 소재로 유머를 던지면 첫 만남에서도 쉽게 친해질수 있다.
발상이 돋보이는 유연한 '삼바' 유머
브라질의 풍자유머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
랄하다. 다른 유머들 역시 발상이나 기법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그들의
유머는 변화의 폭이 넓고 유연하다는 점에서 부드러운 삼바의 율동을 연상시킨다.
- 정의의 심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한 정치가가 판결 결과를 알려줄 변호사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전화벨이 울렸고 그가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마침내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졌습니다."
"음...알겠소. 그럼 당장 항소합시다."
- 유명한 정치가
파티석상에서 유명한 정치인을 만난 사람이 인사를 나누며 말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신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정치인이 자신있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무도 증거는 대지 못했을걸요."
- 정치 경력
정치인을 인터뷰하러 간 기자가 물었다.
"언제부터 정치를 시작하셨죠?"
"초등학교 시절부터입니다."
"예? 그렇게 일찍부터요?"
"하루는 아버지가 날 부르더니 '앞으로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으면 그때마다 천 레
알을 주마'라고 말씀하셨지요. 난 즉시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 가끔씩 5백 레
알을 벌고 싶지 않으 십니까?' 라고 제안했습니다."
- 30년과 28년의 차이
죄수 두명이 같은 방을 쓰도록 배정받았다.
"자넨 몇 년이나 받았나?"
"30년. 자네는?"
"난 28년을 받았지."
"그럼 자네가 문 쪽의 침대를 쓰도록 하게. 나보다 먼저 나갈 테니까."
- 로마병정과 CF
못 공장을 경영하는 포르투갈 사람이 TV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광고회사와 계약을
했다. 1주일 뒤 광고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곧 방송에 광고가 나온다는 내용이
었다.
그가 TV를 켜자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장면이 나왔다. 이
어서 로마병정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더니 카메라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
다.
"00표 못으로 박아두면 절대 도망 못칩니다."
기겁을 한 사장은 광고회사에 전화를 해서 누굴 망하게 하려느냐고 호통을 쳤다. 담
당자는 즉시 다른 광고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했고, 1주일 뒤 새로 제작한 광고가 방송에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 TV를 켜자 화면에는 황량한 골고다 언덕을 배경으로 아무도
없는 빈 십자가가 보였다. 잠시 후, 로마병정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00표 못으로 박았더라면 도망을 못 쳤을 텐데..."
- 선교사와 표범
아프리카 오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가 표범을 만났다. 모숨을 걸고 도망쳤지
만 결국 막다른 길에 몰린 선교사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간절히 기도를 올
렸다.
"하나님, 이 표범이 기독교인으로 변하게 해주십시오."
잠시 후 표범이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도 제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
아가씨 - 구십프로는 결혼을 꿈꾸고
아줌마 - 구십프로는 이혼을 꿈꾼다~
아가씨 - 옷을 입을때 어떻게 하면 살이 더 많이 보일까 고민하고
아줌마 - 어떻게 하면 살을 더 감출까하고 고민한다~
아가씨 - 사랑을 받고 싶어 사랑을 찾고
아줌마 -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을 찾는다
아가씨 - 마음이 괴로우면 밤을 하얗게 새지만
아줌마 - 마음이 괴로우면 걍~ 디비져 잔다
아가씨 - 거리를 걸을때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아줌마 - 다른 이쁜 여자들을 쳐다 본다~
아가씨 - 힘들수록 소심해지지만,
아줌마 - 힘들수록 강해진다.
아가씨 - 아줌마들을 여자로 생각하지 않지만
아줌마 - 아가씨들을 분명 여자로 생각한다
아가씨 - 술취하면 울지만
아줌마 - 술취하면 막춤까지 동원해 춤을 춘다~
아가씨 - 뱃속의 허기로 밥을 먹지만
아줌마 - 가슴속의 허기로 밥을 먹는다
(그래서 많이 먹는거다~ 절대 핑계아니다~)
아가씨 - 눈물로 울고
아줌마 - 가슴으로 운다
아가씨 - 사람이 싫으면 타인을 버리지만
아줌마 - 사람이 싫으면 자신을 버린다
아가씨는 흐린날에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만들지만
아줌마 - 흐린날에 쐬주 생각만 간절하다~
요즈음은 아가씨 같은 아줌마도 많아서...
미씨족이라나 그래도 아가씨보단
아줌마란 이름이 더 정이가죠?
울 세상의 모오든 아줌마 화이팅!!!
♡ 남자들과 여자들의 “응끔한 척” ....
@먼저 남자들의 척 ....
10대 : 큰 척
20대 : 해 본 척
30대 : 센 척
40대 : 피곤한 척
50대 : 아픈 척
60대 : 자는 척
70대 : 죽은 척
80대 : 아까 한 척 (치매로 인해 ^^)
@그러면 여자들의 척 ....
10대 : 안 해본 척
20대 : 모르는 척
30대 : 수줍은 척
40대 : 싫은 척
50대 : 굶은 척
60대 : 미친 척 (좋은 척 ^^)
70대 : (풀?)칠만 한 척
80대 : 팔자인 척
머니...!!(Money)
돈 을 영어로----------------- 머니 ( Money)
도둑이 훔쳐간 돈------------- 슬그~머니(Money)
계란살때 지불한 돈------------에그~머니(Money)
생각만해도 찡~~한돈-----------어~머니(Mother)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할~머니(Money)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돈--------아주~머니(Money)
며느리 들이 싫어하는 돈-------시어~머니(Money)
염라대왕과 세 여자
어느 날, 세 여자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대요.
생전의 지은 죄를 심판 받기 위해
염라대왕 앞에 불려 갔지요.
염라대왕 : 너는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고?
여자1 : 저는 가정의 중요성을 일찌기 깨달아 결혼 후
남편을 하늘처럼 섬기며 살았습니다.
염라대왕 : 호....그래? 그럼, 이 열쇠를 받거라.
천국으로 가는 열쇠니라!
염라대왕 : 다음,너는 어떻게 지내왔는고?
여자2 : 저는 결혼 전에는 남자 친구를 많이 사귀었지만
결혼 후에는 남편만 섬기며 살았습니다.
염라대왕 : 음....그래, 과거 보다는 현실이 중요한 것,
이 열쇠를 받거라. 신선 동네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니라!
염라대왕 : 마지막 너는 어떻게 살았는고?
여자3 : 저는 아가씨 때에도 많은 남자들을 사귀었고,
결혼 후에도 따르는 남자가 많아 인생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염라대왕 : 이런 괘씸한 것, 너는 이 열쇠를 받거라!
여자3 : 아니, 이건 어떤 열쇠입니까?
염라대왕 : 마이~~~~~~룸!!
♣ 넘 웃긴 거지 ♣
거지
경제가 어렵다보니 별별 거지들이 많길래
여기에 집합 시켰습니다.
스트립쇼를 즐긴다. 알거지
밥 먹은후에만 나타난다. 설거지
항상 폭행만 당한다. 맞는 거지
언제나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거지
많이 먹고 복 받는다. 배부른 거지
무엇인가 열심히 한다. 하는 거지
타의 모범이 된다. 바람직한 거지
약간 쑥스럽게 생각 한다. 미안한 거지
무지 무지 섹시하다. 야한 거지
또 다른 거지 찾아 볼까요?
꼬리글 많이 달아주면 행복한 거지.
꼬리글 안 달고 튀면 야박한 거지.
이글 읽고 안 웃으면 나 삐질 거지.
이래도 꼬랑지 안달고 그냥 갈 거지
오늘도 웃어요,,,그리고 행복하세요.^^**^^
넌.센.스
원숭이를 구우면?
구운몽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킥
바나나 우유가 웃으면?
빙그레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돈은?
할머니
사회가 망하면?
사회가 부도
수학책을 난로위에 놓으면?
수학 익힘책
비를 누른 가수는?
클릭비
비가 자신을 소개할 때 하는말은?
나비야
비가 로스엔젤레스에 간 것을 4글자로 줄이면?
LA갈비
길가다 비 닯은 사람을 보면?
너비아니?
원빈의 혈액형은?
우리형
닭의 부인은?
닥쳐(닭처)
국사책을 태우면?
불국사
호랑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고있었다.
그런데 토끼가 있는 것 이었다. 그래서 호랑이가 토끼에게
"타!이거'
곰돌이푸를 복수로 하면?
푸들
네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포트리스 (Four trees)
다섯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오목
김치만두가 김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안에 너 있다"
김,밥,당근,단무지,햄,시금치,참치가 달리기 시합을 했다.
그래서 밥,당근,단무지,햄,시금치,참치는 열심히 막 달리고 있는데
김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밥,당근,단무지,햄,시금치,참치가 김밥에게
"야! 너 왜 걸어와"
"양반김이거든"
그냥 감하고 곶감하고 달리기 시합을 했다.
그런데 곶감이 달려오질 않고 그냥 자리에 가만히 있는것이었다.
그래서 감이 "너 왜 안와!!"
"곶(곧) 감"
오늘 진이(자신의 이름을 넣어주세요)는 르크와 학교숙제를 해야했다
그래서 집에 전화를 하였다. 그러자 엄마가 하는말
"잔다 르크"
트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그래서 이쁘고 착한 진이가
병문안을 갔다. 그러자 진이가
"어디아파트?"[어디 아파 ,트?]
그러자 트가 이렇게 말했다.
"베란다"[배란다 <-배가 아프단다]
나 : 낙타의 엄마가 누군지 알어 ?
친구 : 음...낙타엄마?-0-몰라 ~
나 : 늑대야~
친구 : 늑대? 왜 ?
나 " 늑대가 낙타났다~!!!!!!!! " (늑대가 나타났다-_-;)
나 : 껌을 뭘로 만드는줄 알어~?
친구 : 껌 ??? 나무 원액으로 만드는거 아냐~?
나 : 껌은 고양이 뇌로 만들어
껌은고양이 뇌로 뇌로 뇌로 ~♪
나 :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랑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랑 길을 걷는데..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가 넘어진거야~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뭐랬게??
친구 : 뭐랬는데?
나 : ○○(자기이름)야 괜찮아?
친구 : -_-
나 : 사과를 한입 배어물면 뭐가 될까 ??
친구 : 반쪽?? 뭔데 ??
나 : 파인애플 ~~~
친구 : (-┏)
나 : 매랑 독수리가 하늘을 날고 있는데~ 매가 독수리 머리를 치고간거야~
그래서 독수리가 울면서 엄마 독수리한테 뭐라그랬는줄 알아??
친구 : 매가...?흠 뭐랬는데??
나 : 매가패쓰~;;;;;;;;
나 : 손자랑 할아버지랑 길을 가는데 옆에 산에서 산불이 난거야 ~!!!
그래서 손자가 할아버지한테 뭐라그랬는줄알아?
친구 : 할아버지 산에서 불나 이랬겠지 -_-;
나 : 산타할아버지~
최강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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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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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꾸 ~ 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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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에서 사는 새는? 똥냄 ~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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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에서 사는 뱀은? 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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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왕비 이름은? 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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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충신 이름은? 회충,요충,십이지장충,편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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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중국집 이름은? 몽고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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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고유 전통 음료 이름은? 갈아만든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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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회계장부는? 차변은 없고 대변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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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일류학교는? 똥통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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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개이름은? 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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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개가 짖는 소리는? 똥꾸 멍! 똥꾸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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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에서 사는 고양이가 우는 소리는? 똥구뇨오옹~ 똥꾸뇨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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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에서 사는 쥐이름은? 뿌지쥐,똥누쥐,똥싸쥐,뭉개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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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에 흐르는 냇물은? 똥구린내. 똥찌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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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냇물이 모여서 흐르는 강은? 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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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최고령 할아버지는? 뽀오~옹, 또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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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검은 망토와 가면을 쓴 정의의 사나이는? 쾌변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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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나라의 건강호흡법은? 변기신공
재미로 본 혈액형 순위들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1위-O형.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결국 다 드러나는 거짓말을 한다.
2위-B형. 무조건 잡아떼는 스타일이다.
3위-AB형. 거짓말을 잘 하지 않지만 일단 하면 완벽하게 한다.
4위-A형. 본래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다.
▲사막에 혼자 갖다 놔도 잘 사는 사람은?
1위-B형. 불굴의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타입. 끝까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2위-A형. 갑자기 살려는 마음이 생겨서 살아날 방법 등을 생각한다.
3위-AB형. 살거나 죽거나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4위-O형.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 수다스러워서 말할 사람이 없 어지면 자살한다.
▲1등을 절대로 못하는 혈액형은?
1위-AB형. 노력하는 체질이 아니어서 그저 2, 3등에 머물 뿐이다.
2위-A형. 욕심 자체가 없다.
3위-B형. 웬만큼 공부는 한다.
4위-O형. 죽기 살기로 공부한다. 심지어 잠도 안 자고 공부해서 꼭 1위를 차지한다.
▲가장 잘 먹는 혈액형은?
1위-O형. 공부하는 것도 정신없고 먹는 데도 정신없다.
2위-B형. 주로 고기종류를 좋아한다.
3위-AB형. 보통으로 먹는다.
4위-A형. 음식을 그리 가려 먹지는 않으나 그리 탐식하지도 않는 체질이다.
▲스타 될 끼가 많은 사람은?
1위-O형. 본래부터 끼가 많고 외모도 출중하며 말솜씨도 좋으므로 스타에 적격.
2위-B형. 생긴 것 자체가 튀기 때문에 개성을 인정받는다.
3위-AB형. 스타가 될 능력이 별로 없다.
4위-A형. 튀기 싫어서 스타가 되는 걸 거부한다.
▲가장 싸가지 없는 사람은?
1위-AB형. AB형은 싸가지가 없을 뿐더러 재수도 없다.
2위-B형. 약간 싸가지가 없다.
3위-A형. A형은 싸가지란 걸 모른다.
4위-O형. O형은 일부러 싸가지없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O 형의 착한 본심과는 다르게 자신을 싸가지없게 만들려고 노력한 다.
▲재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1위-O형. 금전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재벌이 된다.
2위-B형. 조금씩 돈을 모아 부자가 된다.
3위-AB형. 돈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4위-A형. 돈보다는 명예를 중요시한다.
이것도 여성용인데요?
한 남자가 급한 김에
여자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여자화장실에서는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한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어서 나가요.
여기는 여성용이에요"
그러자 남자가 자신의 물건을 가리키며
이것도 여성용인데요...<<< 마우스로 긁어 보세요...
-조약돌-
그냥 가시면 안되쥐요~~
누가 그냥 가시는지 다 볼껴~~
역대 대통령 들의 운전 습관!
요즘 시중에 떠도는 유머가 있다.
역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운전습관에 비유한 것이다.
★먼저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면허 운전이다.
뭔지 근사해 보이기는 한데 '영양가'는 별로 없다는 얘기다.
건국 이념과 통일 의지가 '인(人)의 장막'과 부정부패로 빛이 바랬다.
★박정희 대통령은 모범택시 운전이란다.
절대빈곤에서 나라를 건져낸 점만은 '모범'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이후 개발독재의 비용을 톡톡히 치러야 했지만 원래 편히 가는
대신 값이 비싼 게 모범택시 아닌가.
★최규하 대통령은 대리운전이다.
남의 유고(음주)로 대통령 자리(운전석)에 앉았고 운전 중 목격한 바에
대해 침묵하는 덕목이 영락없이 대리운전사를 닮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난폭운전이다.
도로는 혼자만의 세상이고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대형사고도 여러 번 쳤다.
그래도 경제고속도로에서만큼은 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겨 '3저(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의 호재'라는 원활한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초보운전이다.
'보통' 운전자임을 주장하며 운전실력을 "믿어달라"고 외쳐댔지만 도로의
운전자들은 초보(물통령)이라고 비교 했다.
난폭운전자 덕에 한산해진 도로를 어려움 없이 달리는 듯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난폭운전자만큼이나 상처 투성이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무면허 운전이다.
사상 '최연소 운전자' '운전 9단' 등 소문이 무성했는데 정작 운전대를
잡고 보니 직진밖에 모르는 면허였다는 것이다.
하기야 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는 뚝심이 금융실명제라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중엔 자기도 무면허 운전을 하겠다고 나선 아들한테 정신을 팔다
외환위기를 맞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음주운전이란다.
IMF를 조기 졸업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도
시장원리보다는 정부 개입과 권위주의 에서 오락가락한 탓이다.
갈수록 음주량이 많아져 임기 후반에는 각종 게이트로 정신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의 운전습관은 어떤 것 일까?.
유머는 '역주행'이라는 말로 끝난다.
대연정과 사학법, 장관 지명! 등 사사건건 일반 정서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노무현식 정치를 댄 것이리라.
물론 그저 우스개일 뿐이다.
하지만 역주행은 다른 운전행태보다 사고 확률이 높고 규모가
훨씬 클 수밖! 에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노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이후 교통사고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자꾸 마음에 걸린다.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
선녀가 목욕을 하기위해 금강산으로 내려와 보니
이미 건장한 나뭇꾼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선녀는 나뭇꾼의 옷을 감추었다... 나무꾼은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으려는데
옷이 없어 당황 했다
그 때 선녀가 나타났다.
나뭇꾼은 황급히 바가지를
양 손으로 잡고 급한데를 가렸다
선녀는 처음 보는 건장한 옷 벗은 남자에게
호기심이 발 동 했다 ****
"내가 시키는데로 하면 옷을 주겠다."
" 오른손 놓는다..실시."
나무꾼이 오른손을 놓자
"그럼 왼손도 놓는다."실시
그러나 바가지는....
그대로 허공에 걸려 있었다.
이 때 선녀가 하는 말 복판다리 "힘. 빼!~ㅋㅋㅋ
♠버스 안에서♠
버스가 전용차선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승용차 한대가 버스 앞으로
끼어 들어와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 아저씨가 열 받아서 마구 빵빵대고
상향 등을 켜대면서 승용차를 위협했습니다.
그러자 승용차를 몰고 가던 아저씨도 열 받아서
차를 세우고는 버스를 향해 왔습니다.
그리고 문을 쾅쾅 치며..
''
문열어 이 씨 팡쎄야!!! 왜 빵빵대고 ㅈ랄이야!!''
그러자 버스기사 아저씨는
''
누가 전용차선으로 막 달리래 이 ㄱㅆ 야!!''
이런 식으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승용차를 몰던 아저씨가 계속 문을 쳐대며,
''빨리 문 안 열어!!'' 라고 하자 버스아저씨는 문을 열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그 아저씨는 들어오고
계속 욕이 섞인 실랑이를 하던 중에
열이 받을 대로 받은 버스기사 아저씨는
그냥 문을 확~ 닫아버리고서는 승용차 아저씨를
태운 채로 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쟈게 놀란 승용차 아저씨..
그러나 곧 이성을 되찾고는..
또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세워!!
빨리 내려 줘!!
이 ㄱ쎄ㄲ야!!!''
버스 기사 아저씬 계속 씹고 그대로 질주하고,
승용차 아저씨는 계속 내려 달라고 발광을 했죠.
''빨리 세워!! 안 세워!! 내려 줘,
빨리 세워!!! 안 내려 줘 이 씨 팡 ㅆ 아!!!''
그러자 버스기사 아저씨가 한마디했습니다......
벨 눌러 새꺄~''^^^ㅎㅎㅎ^^^
침대 위의 사진
어떤 남자가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 자리에 앉은
예쁜 아가씨가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남녀는 서로 시선을
주고 받다가 합석을 했고,
그 예쁜 여자 집으로 가게 되 었다.
들뜬 마음으로 그녀의 집에 도착한
그 남자는 침실로 가 그녀의 침대에 앉았다.
그런데 침대 머리맡에 어떤 잘생긴 남자 사진 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저, 이거 혹시 당신 동생이나 오빠?”
“어머, 아니에요.”그는 놀라며,
“그럼 남편이야?”
“어머 아니에요.”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조심스럽게,“그럼 남자친구?”
“아닌데요.”그는 무척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 사진속의
인물은 누구란 말인가
“그럼 대체 이 남자가 누군데?”
그녀는 수줍은 듯 예쁘게 웃으며…
“저 수술받기 전 사진이에요!” ^^
으~~~악~~~!!!
재미 있는 글
1. 에로영화를 보러갔다. 찐한 장면이 나오자 그녀는 내 허벅지를 꼬집으며 ○○○라고 말했다.
연애 초반 : "창.피.해 !"
연애 중반 : "쥑.인.다 !"
연애 후반 : "좀.배.워 !"
2. 생일선물로 화장품을 사줬는데 피부에 안맞는 화장품인 것 같다. 그녀는 내 귀에 대곤 ○○○라고 말했다.
연애 초반 : "잘.쓸.께 !"
연애 중반 : "현.금.줘 !"
연애 후반 : "바.꿔.와 !"
3. 부모님께 뻥치고 1박2일 여행 가자고 꼬드겼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라고 말했다.
연애 초반 : "미.쳤.니 ?"
연애 중반 : "책.임.져 !"
연애 후반 : "날.잡.아 !"
4. 야외에서 그녀가 급한 볼 일을 보려는데 화장실이 없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게 ○○○라고 말했다.
연애 초반 : "절.루.가 !"
연애 중반 : "보.지.마 !"
연애 후반 : "망.봐.라 !"
5. 전화통 붙들고 날밤 까며 늦도록 그녀의 수다를 듣다 너무 졸려 전화를 끊으려하자 그녀는 내게 ○○○○○라고 말했다.
연애 초반 : "잘.자.내.꿈.꿔 !"
연애 중반 : "너.무.외.로.워 !"
연애 후반 : "너.많.이.컸.다 ?"
똥침과 키쓰의 공통점
1.. 주로 기습적이다.
2.. 냄새가 날 때는 한쪽의 기분이 처참하다.
3.. 기습적일 때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4.. 찌르고 비빌 때의 느낌은 말로 다 못한다.
5.. 정확한 테크닉을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6.. 한번하면 또 하고 싶어진다.
7.. 물론 가끔 예고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8.. 간혹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9.. 너무 격렬할 땐 숨쉬기조차 어렵다.
10..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다.
[클릭!유머투데이] 불륜현장의 파출부
어떤 남편이 직장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부인이 받지 않고 다른 여자가 받더니,
“저는 파출붑니다. 누구 바꿔 드릴까요?”라고 했다.
남 편:주인 아줌마 좀 바꿔 주세요.
파출부:주인 아줌마는 남편하고 침실로 가셨어요.
남편과 한숨 잔다고 침실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남 편:(피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친다) 잠시만. 남편이라고 했나요?
파출부:예. 야근하고 지금 오셨다고 하던데..
남 편:(잠시 생각하더니 마음을 가다듬고) 아주머니. 제가 진짜 남편입니다. 그동안 이상하다했더니...
간통현장을 잡아야겠는데 좀 도와주세요. 제가 사례는 하겠습니다.
파출부:아니. 이런 일에 말려들기 싫어요.
남 편:200만원 드릴테니 좀 도와주세요.
한창 바쁠 때(?) 몽둥이로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쳐 기절시키세요.
만약에 마누라가 발악하면 마누라도 때려 뉘세요.
뒷일은 내가 책임지겠어요. 성공만 하면 200 아니 500만원 드리겠습니다.
파출부는 잠시후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파출부:시키는 대로 했어요. 둘다 기절했는데 어떻게 하죠?
남 편:잘했습니다. 내가 갈 때까지 두사람을 묶어두세요.
거실 오른쪽 구석에 다용도실이 보이죠? 그안에 끈이 있으니 빨리하세요.
파출부:(주위를 한참 둘러보더니) 다용도실이 없는데요?
남 편:(잠시 침묵이 흐른 후) 거기 516-xx56 아닌가요?
-www.kr.n2o.yahoo.com
* 여자가 변해 가는 과정 *
▣ 반찬투정
애 하나 : 맛 없어? 낼 기다려봐. 맛난 것 만들어 둘께.
애 둘 : 이만하면 괜찮은데, 왜 그래? 애들도 아니고...
애 셋 : (투정부린 반찬을 확 걷어가며...) 배 불렀군!!!
▣ 잦은 사랑
애 하나 : 오늘 또 해? 당신 건강이 걱정돼~아~~이잉~!
애 둘 : 이런데 힘 그만쓰고 돈 버는데나 힘 써!!!
애 셋 : (발길로 걷어차며..) 너, 짐승이니~!!!
▣ 와이셔츠 다림질
애 하나 : 이리 줘, 남자가 왜 이런걸 해? 내가 할께.
애 둘 : 당신이 좀 도와주면 안돼? 애 뒤치닥거리도 많은데..
애 셋 : (빨래후 내내 주름이 쭈글쭈글..) 알아서 입고 가셔!!!
▣ TV 채널 선점권
애 하나 : 당신 보고싶은 것 봐. 난 애기 재울께.
애 둘 : 남자가 어찌 TV에 목숨 걸어? 쪼잔하게시리..
애 셋 : (무심결에 아내가 보던 채널 돌려놓으면, 두 말 없다.)
........셋 센다. 하나, 두~울...!!!
▣ 멋진 남자 탤랜트를 보는 태도
애 하나 : 인간성은 별루일꺼야, 자기가 젤 좋아. 홍알홍알~
애 둘 : 애들만 없어도... 저런 남자와 연애도 해 볼텐데..
애 셋 : (말없이 한참을 뚫어져라 꼬나 보다..)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진다. 실시!!!
▣ 돈에 대한 가치관
애 하나 : 많으면 뭘 해, 돈은 조금 부족한 듯한게 좋아.
애 둘 : 돈! 돈! 돈!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애 셋 : (월급명세표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일부터 굶어!!!
▣ 자녀 키우기
애 하나 : 하나는 부족하지? 둘은 있어야 안 외롭겠지?
애 둘 : 하나만 놓을걸 그랬나? 키우기가 왜 이리 힘들어?
애 셋 : (남편 아랫부분을 째려보곤 악을 쓰며 고함친다.)
........그러길레 진작 묶어버려라 했잖아~앗!!!
▣ 패션쇼를 바라보는 태도
애 하나 : 한 때야, 한 때. 유행이란 금방 시들해지는 걸, 뭐..
애 둘 : 저런 옷 입는 사람들은 무슨 복을 타고 났을꼬.
애 셋 : (자기 허벅지 대바늘로 콕콕 찔러대며 혼자 중얼거린다.)
.......히~~휴 내 팔자야. 모든게 내 탓이로소이다. 내 탓!!!
▣ 감기걸린 남편을 대하는 태도
애 하나 : 당신이 건강해야 우리 식구가 안심하죠, 약 드세요.
애 둘 : 밤 새 술 퍼고, 줄 담배 피는데 안 아픈게 용~한거지.
애 셋 : (콧물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도..)
........애들한테 옮기면 죽을 줄 알어~!!!
@ 자극되는 공부 명언^^ 30가지 @
1.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 얼굴이 바뀐다
2.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3.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공은 성적 순이다.
4. 최선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않는다.
5. 닭 대가리 보다는 소꼬리가 낫다.
6. 10분 뒤와 10 년 후를 동시에 생각 하라.
7. 신은 잊어라, 그는 영원히 방관자일 뿐이다
8.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9. 지금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 된다.
10. 눈이 감기는가? 그럼 미래를 향한 눈도 감긴다.
11.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12. 남보다 더일찍 더 부지런히 노력해야 성공을 맛볼수 있다.
13. 죽어라 열심히 공부해도 죽지는 않는다.
14. 학교수업 무시하면 공부습관 버린다.
15. 젊었을 때 열심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
16. 승리는 가장 끈기있는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17. 가장 위대한 일은 남들이 자고 있을때 이루어진다.
18.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
19. 포기하지 마라.
저 모퉁이만 돌면 "희망"이란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름
20. 공부할때 고통은 잠시뿐이지만 못배운 고통은 평생이다.
21. 꿈이 없는 십대는 틀린 문장의 마침표와 같다.
22. 실패는 용서해도 포기는 용서 못한다.
23.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놀자.
24. no pains no gains.
25. 공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공부를 이겨버려라.
26. 꿈이 바로 앞에 있는데, 당신은 왜 팔을 뻗지 않는가?
27.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28. 고생 없이 얻을 수 있는 진실로 귀중한 것은 하나도 없다.
29. 공부할 때의 어려움은 잠깐 이지만,
성공한 후의 즐거움은 일평생 이다.
30. 마음먹은 일은 일단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 이라는 결과를 모아야만 한다.
* 나쁜 '년' 시리즈 *
1. 미운년~~줄듯 줄듯 하면서 안 주는 년
2. 더 미운년~~한번 주고 나서 평생 다시 안 주는 년
3. 나쁜 년~~나만 준줄 알았더니 다 준 년
4. 더 나쁜 년~~나만 안 주고 다 준 년
5. 얄미운 년~~호텔방까지 들어와 놓고는 안 주는 년
6. 더 얄미운 년~~팬티까지 벗어놓고도 안 주는 년
7. 아주 얄미운 년~~저도 안주면서 친구 보고 주지 말라 하는년
8. 진짜 얄미운 년~~비아그라 먹여 놓고 도망가 버린 년
9. 제일 나쁜년~~주지도 않고서 줬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년
* 미운 '년' 시리즈 *
10 대~~미운 년은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 하는 년
20 대~~미운 년은 연애는 제일 야~하게 하고 싶은 만큼 하다
결혼은 알짜 배기로 하는 년
30 대~~아무리 애를 낳아도 처녀 같은 년
40 대~~자기는 놀고 먹고 아무것도 안 하는데
남편은 출세하고 애들은 서울대 딱 딱 들어가 주는 년
50 대~~남편이 명퇴 안 당하고 건강하면서
저는 늙지도 않는 년
60 대~~남편이 돈 많이 벌고 일찍 죽은 년
* 강남 미친 `년` 시리즈 *
1~~10 억도 없으면서 강남 사는 년
2~~20 억도 없으면서 자식 유학 보내는 년
3~~30 억이나 있으면서 손자 봐주는 년
4~~40 억도 없으면서 [사]자 사위 본다는 년
5~~50 억도 없으면서 상속 해 줄 걱정하는 년
6~~60 억이나 가진 년이 60 살도 안 되어서 죽는 년
7~~1 억도 없으면서 위의 여섯 뇬 흉보는 년~ 으뜸 미친 년
[유머글] 아줌마 VS 아저씨 조회(91)
유머글+ | 2007/06/14 (목) 03:12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 컴퓨터를 가르쳐드리면 @
아저씨: 하나만 배우면 다 아는것처럼 행동한다.
아줌마: 열심히 계속 배우면서 전에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
@ 마우스 훈련을 위해 지뢰찾기 같은 게임을 알려드리면 @
아저씨 : 바둑 두시듯이 한참 생각 하시면서 클릭 - 훈련이 안됨;;
아줌마 : 수십번을 해도 5수 안에 지뢰 밟으신다.;;;
@ 컴퓨터 구입에 대한 생각 @
아저씨: 아는 사람을 통해 사면 좋고 싸게 살 줄 안다.
아줌마: 삼성 것 사면 오래오래 쓸 거라고 생각한다.
@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면 @
아저씨: 자기 잘못은 없는데 컴퓨터가 이상한 거라고 주장한다
아줌마: 자신이 뭘 잘못했길래 그랬는지 겁먹는다.
@ 바이러스 퍼지고 있다고 뉴스에 나오면 @
아저씨: 백신만 믿고 아무 걱정없이 쓴다.
아줌마: 컴퓨터를 아예 안 켜신다.;;;
@ 메일 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
아저씨: 부인보고 메일 보내게 메일주소 만들라고 강요한다
(정작 보내면 “여보, 내조 잘하고,
애 잘키워줘서 고맙소” 3줄이다.)
아줌마: 아들에게 구구절절한 장문의 메일을 보낸다.;;;
(첫머리는 항상 “사랑하는 아들아∼”)
^^
[퍼온글] 혈액형별 미운점 조회(39)
유머글+ | 2007/05/11 (금) 07:51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1)
****A형 미운점****
자기 생각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자기 패거리만 감싸고 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수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면 다른사람이 자기를 얕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지나친 자기방어가 문제다.
****B형 미운점****
본인의 잘못을 인정 하려 들지 않는다.
앞뒤가 맞지 않은 변덕쟁이다.
뻔뻔스럽고 예의를 모르는데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할줄모른다.
B형 특유의 자기 본위가 지나치면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다.
그것 때문에 속상해서 삐뚤어지면 더욱 미움을 받는다.
최소한의 사회적인 규칙을 염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O형 미운점****
A형과 마찬가지로 자기 주장이 강하다.
O형은 지는것을 싫어하며 언제나 승부욕이 훨훨 불타 오른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러한 인상을 주어 경계의 대상이 되고
어느새 고독하고 어두운 인간이 되어가며 점점 미움을 받게된다.
선입견을 버리고 평등하게 대하는것이 적을 만들지 않는다.
****AB형 미운점****
자기의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하면서
다른사람의 트집만 잡는 밉살스런 사람이다.
AB형의 냉정한면이 미움을 사면 주위의
모든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우려가 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자세를 버리고
당사자로서 정면으로 부딪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 엽기 닉네임 모음 @
- 살인의추석
- 오드리햇반
- 오드리될뻔
- 피부암통키
- 하마삼킨아유미
- 꼬출든낭자
- 아버님댁에너구리놓아드려야겠어요
- 크리스티나아기를내놔
- 니콜키크드만
- 글루미가먼데이
- 번지점프중에 하다
- 오즈의맙소사
- 넌강동희였어
- 난니가지난여름에한일따윈관심도없다
- F킬라들의수다
- 다이야본드
- 빨간망또라이
- 박살공주
- 백마탄환자
- 생각하는 오뎅
- 달마다 하자
- 글래머에디터
- 중년탐정김전일
- 인정상사정할수밖에 없다
- 빨간망또차자
- 무즙파워레인져
- 결론은미친짓이다
- 털밑썸씽
- 투다리스머프
- 카드값줘체리
- 페니스의왕자
- 폭행몬스터
- 체험살해현장
- 도마도
- 처제이리와
- 이웃집또터러
- 마스크오브조루
- 황홀해서새벽까지
- 농약먹구쿠우
- 곰탕재료푸우
- 라이언일병과하기
- 아줌마가대왕
- 해적디스크뷁되다
- 미선입아파서불가능
- 강간수월해
- 불켜보니딸년
- 동갑내기와하기
- 조세피나
- 뱃살공주
- 히딩크당신의고추를보여주세요
- 축구왕숏다리
- 바람과함께살빠지다
- 니이모를 찾아서
- 헨델과 그랬대
- 7옥타브 고양이
- 식후세번양아치짓
- 센과 치히로의 생사불명
- 쌤과 치히로의 행방불륜
- 농약먹고 쿠우
- 화투캡터용녀
- 운도형밴드
- 흔들린 우동
- 닭큐멘터리
- 오사마빈모뎀
- 박살공주와 일곱난봉꾼
- 쾌걸조루
- 양들의메밀묵
- 폭행몬스터
- 처제이리와
- 이웃집또터러
- 레오나르도 빚갚으리오
- 왕자탄백마
- 엎드려벌쳐
- 생갈치1호의 행방불명
- 대추나무 사람걸렸네
- 강간수월해
- 노스트라단무지
- 동갑내기와하기
- 짱구는목말러
- 짱구는옷말려
- 또라이몽
- 라이언 일병 더하기
- 요새피나
- 뱃살공주
- 칼있으마
- 순데렐라
- 피구왕한무
- 헬리콥터와 마법사의 똥
- 소년탐정 김정일
- 명란젓코난
- 통키왕 피구
- 바람의점심
- 선녀와도박꾼
- 마약파리소녀
- 마약팔이소녀
- 애무부장관 (외무부장관...)
- 대기업회장딸
- 난리부르스
- 도발적인궁뎅이
- 유치원? 舊?
- 불륜의이밤
- 염소야풀먹자
- 오나의예수님
- (byung sin)들의합창
- 천공의섬라이타
- 각그랜져
- 뉴그랜다이져XG
- 슈퍼그랜져
- 슈퍼그냥죠
- 슈퍼말이오?
- 엔돌핀소녀
- 니꽁칼라똥
- ○○맛캔디 (버섯,방구,순대,곱창,설사 등)
- ○○원샷 (농약,마약,사약,황산,염산,니트로글리세린 등)
- 오즈의맙소사
- 강철팬티
- 적토마거시기
- 신밧드의보험
- 니똥쌈싸먹어
- 빨간망또라이
- 남보고있니 무릎치우라고 (원제 :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 살라띵
- 젤바른스님
- 무스바른스님
- 콘프로토스
- 수탉크래프트
- 스님백원만
- 뉘집자슥
- 오드리될뻔
- 제임스딱풀
- 글래머에디터
- ZOTTO
- 트렌스펜더
- 프로글래머
- 초록불고기
- 달마다 하자
- 노년탐정김전일
- 태조샷건
- 크리스티나 아기를왜나
- 신밧드의보험
- 젤바른스님
- 부랄큰타이거
- 킬리만자로의 표절
- 내돈으로 빚가프리오
- 안토니오 반닮아쓰
- 삽입의 추억
- 니콜라스 반만되라
- 둥근해가 떡썹니다
- 둥근해가 똥삽니다
- KIN 사이다
- 아침마담
- 뒷모습조아덥쳐보니장모님
- 맥똥날똥에선겨란후라이가5억원
- 국수먹다가코에서나왔다네
- 베르사유가시
- 향숙이~암내나~-..-*
- 변비=괄약근파열
- 문지방에발가락부딪힌느낌
- 여름암내
- 발광머리 앤
- 머리아파 캐리
- 니똥칼라샤프심
- 무효
- 전사소녀 네티
- 닥쳐 슬럼프
- 생리추카해 지성
- 브루스 힐리스
- 똥과젤리
- 엄마곗돈
- 맨날기어솔리드
- 왕자지껄
- 아랫도리털났어(아리스토텔레스)
- 존트럭에불타(존트레볼타)
&
somatist
이쑤신 장군
허리수
한두살먹은 어린이
쾌변조로
터프가위
귀두박근
깨보니처제
.
.
.
가 빠졌구려.......
[설문글] 남자를 매료시키는 여자의 특성 4가지 조회(64)
유머글+ | 2007/05/06 (일) 00:45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남자는 단세포적인 섹스 추구자.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남자의 사랑은 무척 강하고도 깊다.
그러나 남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진실한 정신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은
대개 절반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남자가 정신적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여성의 유형은 어떤 것
일까?
남자 말고 다른 것에 열정적인 여성
인간에겐 두 가지 종류의 애정이 있다. 잠깐 지나치는 흥분 열정, 그리고 평생 지속될 매력.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로부터 관심과 칭찬, 키스를 무한정 바라긴 하지만,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만을
위해 사는 여자는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남자와의 관계 외에 다른 것에, 가령 일이라든가,
스포츠라든가, 무엇이든, 열정을 가진 여성을 선호한다. 이런 열정은 그녀가 뭔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더 개성있고, 더 독립적으로 만들어 평생 지속될 매력을 간직하게 만든다.
'남자의 시간'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여성
캐주얼한 관계에서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면 남자와 여자는 함께 있는 시간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든 여자든 아무리 진지한 관계라도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세계
최고로 완벽한 여자와 함께 있더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한 법이다. 약 64%의 남자들은 자신의
아내와 여자친구가 다른 계획이 있을 경우 자기 만의 시간을 갖게 돼 더 좋다고 답했다. 남자들은
남자들이 골프를 하러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자기 만을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이해해 주는 여성을
선호한다.
자신감이 있는 여성
자신감 있는 태도, 세련됨, 카리스마, 과감하고 엉뚱한 데가 있는 카리스마는 남자들을 매료시키는데
충분하다. 남자는 분명 너무 거칠고 공격적인 여자는 싫어한다. 하지만, 자신감이 강하고 남자에게
도전적이며, 가끔 남자를 도발하거나 이끄는 능력이 있는 여자에겐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
물론 이는 상당히 위험한 특성이기도 하다. 이런 자신감을 다른 남자에게 발휘하거나, 남자의 어머니
나 가족에게, 그리고 남자와의 관계 중 내내 발휘한다면 이는 관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세련된 취향의 여성
여자는 남자의 옷을 골라주는데 적극적이고 세련된 취향을 보여야 한다. 물론 옷이 전부는 아니다
. 남자의 면접이라든가, 태도, 행동거지 등에 있어 적극적으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현명한 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남자가 그 여성이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출처: What Makes Men Fall in Love?
[스크랩] 어린이날 선물 변천사 (80~90년대) 조회(24)
유머글+ | 2007/05/05 (토) 09:30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우연찮게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게 됐습니다.
핸드폰, MP3, 최첨단장난감(말하는 강아지로봇이 왜 필요한거냐;)등이 상위권이더군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어린이펀드를 선물하기도 하구요
저 어릴 때랑은 너무 다른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 어렸을 때 최고의 인기선물들을 찾아봤습니다.
애들은 가라~봐도 몰라~
1. 어릴 땐 무슨 날만 되면 무조건 짜장면인거다!
완존 쳐묻히면서 먹던 짜장면.
지금은 아무 때나 쉽게 시켜먹곤 하지만
특별한 날 먹던 느낌하고는 너무 달라..흑
2. 로보트!
남자들의 로망 무적변신로봇~
난 오빠땜에 어쩔 수 없이 로봇싸움, 전쟁놀이 하면서 쳐 맞았;
3. 남자들이 로보트라면 여자들은 바비인형이지!
우리 땐 마루인형이라고 불렀..지금보면 조악하고 촌스러울 모습들;
인형의집 가지고 있던 애를 캐부러워했고 걔네 집에서 남자 바비인형 첨 보고 막 벗겨봤던 기억이..
(남자인형 이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 '토토')
좀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머리스타일 바꿔준다고 막 잘라서 바보꼴 만들었었는데..ㅋ
4. 과학상자
남들이 만들면 그럴싸~한데
내가 만들면...안구쓰나미
요고말고도 레고, 코코블럭 등이 인기~
5. 각종 문구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우리 땐 최고 인기였던 것들!
향기나는 샤프-여자애들이 많이 썼지...이거 은근 비쌌다규~
흔들샤프-흔들어대면 샤프심이 조금씩 나오는, 지금 생각해봐도 조낸 신기한 샤프
둘리지우개세트-머리통으로 막 지우다가 공책 찢어졌었다- _-
다 머리통만 쫌씩 쓰다가 결국 안쓰게 됐던..ㅋ
크레파스-색깔 수가 많을 수록 좀 있는 집 애들이다!
뭐 색깔 많아봤자 맨날 쓰는 색만 쓰지만..ㅋ
연필깍기-요 삼각형 샤파랑 기차모양이 완전 유행~
필통-철필통이나 자석필통 쓸 때 2단필통 가져온 애 부러워했다.
그런 애들 깐죽대면서 필통자랑하다가
다른 애가 야구게임되는필통, 로보트필통가져오면 버로우;
6. 각종 놀이기구
스카이콩콩-온 동네 애들이 깡총거리면서 다니게 해준 놀이기구
호피티-얘 이름이 호피티래~
내가 연필로 빵꾸내는 바람에 생을 마감했다.
▶◀호피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7. 운동화
까발로, 아티스, 프로스포츠(프로스펙스 짭?), 월드컵, 페가수스 등
당시 좀 간지좔좔난다는 애들은 이런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고 다녔지
8. 과자종합선물세트
제일 흔하고 쉽게 받았던 선물
이거 하나면 땡~
이 선물의 문제점은 매해 크리스마스, 어린이 날 이것만 주셨다는거..;
요 이미지는 아마 우리 때 보다 더 전에 유행했던 선물세트일 듯~
9. 게임기
게임기 있으면 그는 이미 대장!
재믹스, 패미콤, 겜보이 등등 그 때부터 게임폐인의 길에 들어섰던 사람들 꽤나 많을 거다~
10. 컴퓨터
선물의 최고봉
지금은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지만 그 당시엔 그게 아니였다니까~
이 거창한 광고문구들을 보시라~ㅋㅋ
비록 지금의 아이들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분명 순수한 심성들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물보다도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아이들이 많았으니까요~
파릇파릇 어린이들은 힘차게 미래를 꿈꾸고
어린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추억을 한 번씩 꺼내보는 어린이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머글] 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 조회(87)
유머글+ | 2007/05/03 (목) 07:34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1. *아가씨 - 구십프로는 결혼을 꿈꾸고
*아줌마 - 구십프로는 이혼을 꿈꾼다
2. *아가씨 - 옷을 입을때 어떻게 하면 살이 더 많이 보일까 고민하고
*아줌마 - 어떻게 하면 살을 더 감출까하고 고민한다
3. *아가씨 - 사랑을 받고 싶어 사랑을 찾고
*아줌마 -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을 찾는다
4. *아가씨 - 마음이 괴로우면 밤을 하얗게 새지만
*아줌마 - 마음이 괴로우면 잔다
5. *아가씨 - 거리를 걸을때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아줌마 - 다른 이쁜 여자들을 쳐다 본다
6. *아가씨 - 힘들수록 소심해지지만
*아줌마 - 힘들수록 강해진다
7. *아가씨 - 아줌마들을 여자로 생각하지 않지만
*아줌마 - 아가씨들을 분명 여자로 생각한다
8. *아가씨 - 술취하면 울지만
*아줌마 - 술취하면 막춤까지 동원해 춤을 춘다
9. *아가씨 - 뱃속의 허기로 밥을 먹지만
*아줌마 - 가슴 속의 허기로 밥을 먹는다 (그래서 많이 먹는 거다~ 절대 핑계 아니다~)
10. *아가씨 - 눈물로 울고
*아줌마 - 가슴으로 운다
11. *아가씨 - 사람이 싫으면 타인을 버리지만
*아줌마 - 사람이 싫으면 자신을 버린다
12. *아가씨 - 흐린날에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만들지만
*아줌마 - 흐린날에 쐬주 생각만 간절하다
[유머글] 주부가 변해가는 단계 조회(108)
유머글+ | 2007/05/03 (목) 07:34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 반찬투정
애 하나 : 맛 없어? 낼 기다려봐. 맛난 것 만들어 주~울께.
애 둘 : 이만하면 괜찮은데, 왜 그래? 애들도 아니고...
애 셋 : (투정부린 반 찬을 확 걷어가며...)
뱃 뒈지가 쳐 불렀군~!!
☞ 잦은 사랑
애 하나 : 오늘 또 해? 당신 건강이 걱정돼~에...아~~이잉~!! 안~~돼요
애 둘 : 이런데 힘 그만 쓰고, 돈 버는 데나 힘 써!!
애 셋 : (발길로 걷어차며..)
너... 짐승이니~~?
☞ 와이셔츠 다림질
애 하나 : 이리 줘, 남자가 왜 이런걸 해? 내가 할께.
애 둘 : 좀 도와 주면 안돼? 애 뒤치닥 거리도 많은데.
애 셋 : (빨래후 내내 주름이 쭈글쭈글..)
알아서 입고 가셔~~!!
☞ TV 채널 선점권
애 하나 : 당신 보고싶은 것 봐. 난 애기 재울께.
애 둘 : 남 자가 어찌 TV에 목숨 걸어? 무시마가 쪼잔하게시리..
애 셋 : (아내가 보던 채널을 무심코 돌려놓으면...)
셋 센다~!! 하 나, 두~울...한나 남았다~~??
☞ 멋진 남자 탈랜트를 보는 태도
애 하나 : 인간성은 별루일꺼야, 자기가 젤 좋아. 홍알홍알~
애 둘 : 애들만 없어도... 저런 남자와 연애도 해 볼텐데..
애 셋 : (말없이 한참을 뚫어져라 꼬라 보다...)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진다~!! 실시~!!
☞ 돈에 대한 가치관
애 하나 : 많으면 뭘 해, 돈은 조금 부족한 듯한 게 좋아.
애 둘 : 돈! 돈! 돈!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애 셋 : (월급명세표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일부터 굶어~!!
☞ 자녀 키우기
애 하나 : 하나는 부족하지? 셋은 있어야 안 외롭겠지?
애 둘 : 하나만 놓을걸 그랬나? 키우기가 왜 이리 힘들어?
애 셋 : (남편 아랫부분을 째려 보곤 악을 쓰며 고함친다.)
그러길래 진작에 묶어 버려라 했잖아~앗!!
☞ 패션쇼를 바라보는 태도
애 하나 : 한 때야, 한 때. 유행이란 금방 시들해지는 걸, 뭐..
애 둘 : 저런 옷 입는 사람들은 무슨 복을 타고 났을꼬.
애 셋 : (자기 허벅지 콕콕 찔러대며 혼자 중얼거린다.)
히~~휴 내 팔자야.
모든게 내 탓이로소이다. 내 탓!!
☞ 감기 걸린 남편을 대하는 태도
애 하나 : 당신이 건강해야 우리식구가 안심하죠. 어여 약드세요.
애 둘 : 밤새 술 퍼고, 줄 담배 피는데 안 아픈게 용하지.
애 셋 : (콧물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도..)
애들한 테 옮기면 죽을 줄 알어~!
[유머글] 나이별로 본 아줌마 조회(150)
유머글+ | 2007/05/01 (화) 01:55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남편의 생일날이 되었다.
20대 : 남편을 위한 선물과 갖가지 이벤트를 준비한다. 30대 : 고급 레스토랑에 외식을 나간다. 40대 : 하루 종일 미역국만 멕인다.
남편이 외박을 했다.
20 대 : 너죽고 나살자고 달려든다. 30대 : 일때문에 야근을 했겠지 ...하며 이해하려 든다. 40대 : 외박했는지도 모른다.
주방에서 설겆이 하는데 남편이 엉덩이를 톡 때렸다.
20대 : 아잉~ 왜 그래~ 아까 했잖아~~~~~ 좀 자제하자 우리.. 30대 : 자기도 참...부끄럽잖아요. 40대 : 이 양반이 뭘 잘 못 먹었나...설겆이나 좀 해요....나 원..
폰팅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20대 : 야..이 새꺄..당장 끊어. 안그럼. 너 꽉 쌔려버린다. 입술로^^ 30대 : 나 그런 데 관심 없으니까 그냥 끊겠어요. 40대 : 뭔팅?
시장에 가서 물건값을 깍았다.
20대 : 아잉~~ 아저씨이~~( 옆구리 콕콕!) 좀 깎아주세용~~~ 30대 : 아저씨 앞으로 자주 올테니까 깎아 주실 거죠? 40대 : 우쒸 그냥 만원에 줘요 ......하고 가져가 버린다.
남편이 뜨거운 눈길로 쳐다보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 20대 : 정말야? 나두....자기 이따만큼 사랑하는 거 알지? 30대 : 저두 사랑해 요...여보... 40대 : 나 돈 없수.....!!!!!!!!!!
잠자리
20대 : 눈만 맞으면 갖는다. 30대 : 애들 봐서 몰래 한다. 40대 : 배개 안고 잔지 이미 오래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외화 비디 오를 보고 있었다.
20대 : 자막을 보지 않아도 대사를 알아들 을 때가 종종 있다. 30대 : 자막을 놓치지 않고 보면 영화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다. 40대 : 잠만 잔다.
모처럼 만에 남편과 외식을 했다.
20대 : 그냥 들어갈 수 있냐며, 호프집으로 2차간다. 30대 : 주부가요열창 보며 연마한 노래실력을 노래방에서 과시한다. 40대 : 연속극 할 시간이라며 빨리 집에 가자고 한다.
남편이 손찌검을 했다.
20 대 : 울며불며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친정으로 짐챙겨간다. 30대 :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이혼하자 고 한다. 40대 : 부지깽이 들고 덤빈다.
연말 연기 대상에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나온 연예인을 봤다. 20대 : 우와...이쁘다.....꼭 ... 결혼 전의 나같다. 30대 : 좀...야하다....근데....옷이 예쁜 걸.. 40대 : 미친 것, 아예 홀라당 벗고 나와라, 벗고 나와!!!!
부부 싸움에 관한 견해
20대 : 그 이와 나 사이에 부부 싸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30대 : 가끔 그러는 것이 사랑이 더 깊어진다. 40대 : 부부싸움은 칼로 살베기다!!
임신을 했다.
20대 : 남편 이 좋아서 들쳐업고 동네한바퀴를 돈다. 30대 : 애 하나 더 생겨서 시들했던 부부관계가 회복된다. 40대 : 왜 실수했냐고 남편을 후라이팬으로 들들 볶는다.
외판원이 집에 방문을 했다.
20 대 : 처음 당하는 일이라 , 물건 소개를 상세히 받고 구입해 버린다. 30대 : 필요없다면서, 죄송하다 고 말한다. 40대 : 가!!!!!!!!!!
지하철에서 앉으려고 하는데 누가 먼 저 앉아버렸다.
20대 : 그냥 다른 데로 가버린다. 30대 : 겸연쩍어 하며 서 있는다. 40대 : 그 사람이 내릴 때까지 째려보고 있는다.
남편이 밤일에 소홀하다.
20 대 : 정이 벌써 식어버린 거냐고.. 더더욱 찰떡 처럼 달라붙는다. 30대 : 일이 바빠서 그러는 거라고 오히려 남편을 격려한다. 40대 : 달력에 잠자리가 없던 날에 빨간 줄 그어가며 남편에게 압력을 행사함.
ㅎㅎㅎㅎㅎ
[스크랩] 혈액형의 태어난 월별 특성 조회(56)
유머글+ | 2007/04/29 (일) 10:55 공감하기(0) | 스크랩하기(0)
A형
A형 1월
매사에 집착이 강하고 열성을 보인다.
실망을 하면 용기가 없어지고 자신감이 확 떨어진다.
급속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것을 선호한다.
예의가 있지만 준것은 반드시 되돌려받으려한다.
A형 2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신경이 예민하다.
가족과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사려가 깊다.
고집이 있지만 이해심이 있고 남의 마음을 쉽게 파악한다.
모험이나 도전정신이 부족하다.
A형 3월
자존심이 다른사람들에 비하여 강한 경향을 띤다.
책임감이 강하고 마음이 넓지만 경계심도 많다.
한번 마음을 주면 정말 잘해주지만 싫어한다면 냉정하다.
금전의 의한 실속이 없다.
A형 4월
안정적이고 차분하며 조용한 분위기를 띈다.
형식을 잘 따지고 사교성이 좋아 정이 많다.
고난과 위기를 만나면 용기가 저하되고 비관적으로 된다.
성급하게 욕심을 부리지말고 뭐든지 차근차근 해야한다.
A형 5월
순간적인 기분에 좌우되지않고 짙은 성품을 가졌다.
보수적이고 폐쇠적이다.
한번 화가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
가능하면 배려하고 시려깊게 대해주는 성향을 띈다.
A형 6월
여러분야에 소질이 있고 두뇌가 좋아 영리하다.
잘 진행되던 일도 포기하여 손해를 자초한다.
쓸데없는 일에 공연한 자존심을 내세운다.
가끔씩은 기지와 능력을 발휘해 큰성과를 거둔다.
A형 7월
욕심이 많고 겉과 다르게 섬세하고 세밀하다.
고집이 강하여 남에게 비방을 받는다.
실리보다 형식을 따지며 생각보다도 보수적이다.
기복이 심하여 지속적으로 사랑을 할줄 모른다.
A형 8월
예의가 바르고 상냥하지만 한번 냉정하면 지나치다.
결단성이 부족해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한다.
자제적이고 모방하는데는 남다른 재주가 숨어있다.
이성으로 인한 고난이 많다.
A형 9월
판단력과 분석력이 뛰어나다.
마음고생이 심하고 안정적이면서 변화를 추구한다.
주위사람들에게 애착이 강해서 잘해주는 성격이다.
쉽게 열성을 가지다가도 금방 식어버린다.
A형 10월
금전이나 재물에 지나친 욕심과 관심을 보인다.
정이 많고 다정다감하여 과격한 성격은 없다.
남에게 머리를 숙이고 굽히는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조금은 도전적이고 적극적이어야한다.
A형 11월
20대 부터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금전적인 걱정은 없고 주위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
피해의식이 강해서 자기불신적이다.
자신의 감정이 쉽게 얼굴에 표현되기도 한다.
A형 12월
스스로 걱정과 낭패를 초래한다.
정직하고 착실한 품성을 가졌다.
순간의 이익이나 손실에 신경을 지나치게 쓴다.
부드러움과 세밀함이 있어 디자인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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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형
AB형 1월
형식과 규울을 천성적으로 싫어한다.
책임감이 있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한다.
예상밖의 행동을 자주해서 주위를 당황스레 만든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많다.
AB형 2월
언행이 극단적이고 혼자서도 잘한다.
거짓이 없고 진실하다.
민첩하고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다.
자기억제와 자기규제를 못한다.
AB형 3월
조화에 상당히 능하다.
정말 하기가 싫으면 아예 시작부터 하지않는다.
이기적인 판단이 잦다.
자기 감정관리를 잘해야한다.
AB형 4월
육친의 인연이 평평하다.
모험과 도박은 손대지 않는것이 좋다.
여러방면에 소질과 관심이 있다.
끈기로 밀고 나가지 못한다.
AB형 5월
잠잭적인 예술적 기질과 재능이 있다.
형식이나 겉치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이중적인 가치관으로 혼란에 자주 빠진다.
AB형 6월
다재다능하다.
끈기가 부족한것이 다소 단점이라 하겠다.
불필요한 변화를 초래해서 실패가 짖다.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일하는 직업은 피하는겟이 좋다.
AB형 7월
AB형인것에 반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보수적인 방면에서 개방적이고 계획적으로 변해간다.
짜증이 나게되면 심술을 부리고 난폭해진다.
사람이 맘에 들지않으면 지나칠정도로 미워한다.
AB형 8월
예리하고 분석력과 관찰력이 좋다.
창의력은 부족하나 시간개념이 좋다.
주목받는 인물이 되기가 쉽다.
남에게 희생하고 배양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AB형 9월
큰소리를 내기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한다.
자신의 행동을 몰라주면 화를 낸다.
기가 죽으면 사교적인 면에서 단점을 유출한다.
남에게 눈뜨고 이용당하기 까지 한다.
AB형 10월
호기심이 강해서 불가사의를 좋아한다.
자존심과 고집이 쎄서 남의 밑에서는 지내지 못한다.
남의 간섭 받기를 싫어한다.
적당히 배풀줄도 안다.
AB형 11월
혹한을 무사히 극복하는 대단한 생명력을 가졌다.
남다른 고민과 고통이 있다.
인정스러운듯 느껴지나 알고보면 냉정하다.
돌아서 후회하는 일이 제법있다.
AB형 12월
여러방면에서 재능이 있고 단순하지 않다.
어지럽게 흐트러진것을 보지 못한다.
무조건 한방에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묵묵히 노력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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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B형 1월
다정다감하고 아기자기하다.
자아도취나 착각에 자주빠지곤 한다.
표현력과 어휘력이 뛰어나고 속직 담백하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기대거나 도움을 바란다.
B형 2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다.
맹목적인 사랑에 잘 빠져서 사랑에 상처가 많다.
이성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개방적이다.
가끔식 호탕한 기질이 있다.
B형 3월
구속이나 억압, 규제를 싫어한다.
자유분방하지만 자신만의 틀에 같힌 사랑을 한다.
두뇌가 영리하나 실행력이 떨어진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뒷심이 모자란다는 말을 들을수 있다.
B형 4월
쾌활하고 직선적인 경향이 강하다.
솔직하고 사교적인것이 매력이다.
진지한 자세가 언제나 있고 집중력이 짙다.
투기와 도박은 절대로 자제해야한다.
B형 5월
동정심이 많고 인색하다.
순수하지만 자기에세 착각하여 도취를 일으킨다.
온화하고 착실하여 주위사람들이 잘 따른다.
인간미가 넘친다.
B형 6월
사람을 깊이 사귀기 어렵다.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는다.
마음을 한번 열어 젖히면 금방 받아들인다.
성급한 특성이 있고 끈기가 없다.
결단성이 있어 그나마 장점이 되기도 한다.
B형 7월
세밀하고도 세심하며 고집이 세다.
호탕한 기질을 가지며 낭만적인 사람이다.
가엾은 사람을 보면 망설임 없이 도와준자.
이성으로 인한 고난과 실패가 많기에 조심해야한다.
B형 8월
속이 넓고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투혈하다.
잘난척을 하는 경향이 있고 뚝심도 세다.
내면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의 표현은 비교적 솔직하다.
B형 9월
자기자신이 몸을 움직이기보다 남을 부리기 좋아한다.
윗사람에게 사랑을 잘받고 싫증을 잘낸다.
감정이 솔직하고 사교성도 무난하다.
허풍이 세다.
B형 10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한다.
동정심이 많아서 안타까운 사람을 보면 꼭 도와준다.
무난히 잘지내다가도 갑자기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신용이 있지만 독신적이다.
B형 11월
가치관이 제자리에 잡기전에는 이용당하기 쉽다.
남의 도움과 배려는 필요없어 하는 타입이다.
한번 마음을 터놓기 시작하면 간이라도 내놓는다.
조급한 성격으로 차분한 마음을 만들어야 할것이다.
B형 12월
쾌활한 성격과 솔직한 감정표현으로 호감을 산다.
사교성도 무난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는 경향이 있다.
마음이 쏠리는 이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돌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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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O형 1월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성실하며 노력파라고 하겠다.
대체로 지저분한거나 어지러운것을 보면 참질 못한다.
승부욕도 많고 독립적이고 이지적이다.
매사에 열정적이다 한순간에 흥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O형 2월
대체로 인간관계가 좋아서 마당발로 통한다.
적극적인 활동성이 돋보이고 현실감각이 뛰어나다.
솔직담백하여 맹목적인 사랑을 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한번하면 행동이 쉬워지니 조심.
O형 3월
매사에 합리적으로 처리한다.
때때로 지나치게 독선적이여서 욕을 들어먹기도 한다.
마음이 넓은 반면에 낯을 가리고 경계심을 가진다.
야심은 많지만 실행력이 부족한편.
O형 4월
순간적이게 욱 하는 성질 때문에 낭패를 자주본다.
활발하다가 갑자기 조용해져 주위사람들을 놀래킨다.
인간관계 유지를 잘하고 사귐의 폭이 넓은 편이다.
잘 모르는 사이거나 싫어하면 엄청 냉정하게 대한다.
O형 5월
화가나도 화를 잘 참지만 한번 터지면 막지를 못한다.
형식과 체면을 존중할 줄 알고 남을 무시하지않는다.
드물게 지나친 청결을 요하여 주위에게 눈총을 받는다.
지나친 친절과 공짜에는 경계를 한다.
O형 6월
주위 사람들의 신뢰를 받아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인 경우 생활력이 강하고 남성의 경우 결단력이 없다.
극본적으로 의리가 있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한다.
그러나 특성이 지나쳐 가까운 사람과 의를 상한다.
O형 7월
잠시라도 변화없이는 살지를 못한다.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세며 욕심 또한 많다.
예술적 감각이 좋아 전문직을 하게되면 성공을 한다.
한번 좌절하면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매우 힘들다.
O형 8월
상황 판단능력이 탁월하고 뚝심이 강하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연애를 잘한다.
속이 넓어서 타인의 잘못을 다 포옹해준다.
그러나 잘난척을 하고 까불어서 낭패를 당한다.
O형 9월
자신도 모르게 능력이 자꾸만 발휘가 된다.
무리한일이라 판단하면 소극적으로 바뀌어버린다.
겉보기보다는 마음의 고생이 심하다.
싫증을 잘내어 실패하는 수가 있다.
O형 10월
대인관계는 넓은데 작은 사람들과 깊게 사귀는 편이다.
이성앞에서 지나치게 의식하고 특별해지려 한다.
심술기가 많아서 남을 잘 괴롭힌다.
속마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을 자주쓴다.
O열 11월
상당히 과감하고 용기가 있다.
모험을 싫어하고 감정변화가 뚜렷하지 않다.
위험 상황에서는 차분해져 큰 낭패는 당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이성앞에서는 너무 소극적이어지기도 한다.
O형 12월
사교성이 모자라고 겉으로는 강인해보이나 그렇지 않다.
자포자기가 빠르고 여린심성을 가졌다.
실패가 두려워서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어진다.
사소한 일을 크게 부풀려 걱정을 한다.
처절하게 웃긴 이야기
1. 슈퍼에 같이 간 친구가 라면있는 코너에서 한참을 뒤지더니 아줌마한테 하는말이..
"아줌마!! 여기 너구리 순진한맛 없어요?"
2. 어디서 들었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식물인간이 된거야...
그래서 거기에 문병을 가가지고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하는데
갑자기 식물인간 단어가 생각이 안나가지고
아드님이 야채인간이 되가지고 어떡하냐고 했다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사연....
3. 난 여친이랑 김밥천국가서
당당하게 유두초밥달라고 했다 ㅡ.ㅡ;;
5. 옆방에서 급하게 아들아들~~ 하시던 우리엄마
"정훈아~ 우리 김정훈이 어딧니~"
집나갈뻔..
(본명-박정훈)
6. 치킨집이죠...
치킨이름이....그거 머지 생각하다가...문득 떠올랐던 그말..........
"살없는 치킨있죠???"
순간......젠장....
뼈없고 살만 있는건데....
7. 치킨 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띵동~ 초인종 소리 나길래 누구세요~~ 했더니
잠깐의 침묵 뒤에, 치킨집 아저씨..
..............."접니다"
8. 얼마전에.. 여자친구랑 밥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먹고 싶다해서 베스킨 갔는데 ....
직원 : 네 손님 어떤 걸로 드릴까요?
나 : 뭐먹을래?
여친 : 엄마는 외계인 먹자.
나 : 엄마는 장애인 작은컵으로 주세요
직원 : 네? 엄마는 장애인이요?
쪽팔려 뒤지는줄알았다..
9. 동사무소에서 민쯩제발급 받고 나오면서 친구가 이러더군요...
"많이파세요~" 뭘팔어;
10. 친구가 우유사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더니
친구 : "아 그게없네 그게없네 "
한참 헤매더니
친구: '프랑켄슈타인 우유없어요?'
알바: 네????프랑켄슈타인이요?
친구 2: '이 병진아 아이슈타인이 언제부터 프랑켄슈타인으로 둔갑했냐
11. 아이스크림 먹자는 회사언니한테 "언니 전 아이보리맛이요."-_-
순간 바닐라가 생각이 안나서..
12. 내가 집에 전화해놓고 집에서 엄마가 전화받으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지금 어디야?"
13. 오랜만에 짧은 치마를 입고 외출하려는 나를 본 우리엄마왈
"오, 치마가 너무 스타트한데 ?? "
엄마...ㅠ 타이트아니에요?
14. 내가 초등학교때 체육시간에 아이들이랑 피구를 하기로 했었는데 피구하기 전에 친구가 사탕하나를 줘서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참 맛있었다 ...
한 참 피구를 하는 중...난 사탕의 맛에 심취해서 멍하니 있었는데....ㅎ갑자기 나한테 공이 급속하게 날라오는 것이였다..난 그 공을 나도 모르게 잡는 동시에 깜짝놀라 소리를 지른다는게...;;
"맛있다!!!!!!!!!!'
아이들 다 쳐다보긔.....
친구들은 나보고 사탕의 힘이라고 했음.ㅋㅋ
15. 내친구..ㅋㅋㅋ
어느중국집에 탕수육과 쟁반짜장을 시킨후....
한참이 지나지않자 다시전화를 걸었다
예~
아까 배달한사람인데요..
(옆에잇던 나랑 친구쓰러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6. 고등학교 매점에
300원짜리 딸기맛 쭈쭈바 아이스크림 "아차차"라는게있어요
제 친구왈: 아줌마 으라차차 하나 주세요
...................................ㅋㅋ
또 그친구..
대략 400원 하는 오렌지 드링크 아시죠?
매점아줌마께 또..
친구 왈: 아줌마 오렌지 드링크 포도맛 주세요
뭐시여-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도드링크면 포도드링크지 오렌지드링크 포도맛 ㅋㅋㅋㅋㅋㅋ
친구야 미안하다 ㅋㅋㅋㅋ
17. 한참 테트리스에 미쳤을때
택시를 탔는데 마그넷(롯데마트 바뀌기전)을
"아저씨 넷마블이요~~~"
18. 노래방에서 열심히 책 넘기며 노랠찾고 있떤 내친구..
다급하게 부르더니
"야야야~~ 그노래 없다 좀 찾아봐"
"머??"
"그거~~ 인순이...오리의 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 아빠 담배 심부름갔다가 슈퍼에서 ........ 세븐일레븐주세요
이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 알바생이 센스있게 마일드세븐을 주셨지머
20. 군대간 친구에게서 문자 한통이 왔다..
"야 나 곧휴가 나가 ^^"
띄어쓰기좀해라..................ㄱ-
21. 나도 고등학교 야자시간때 남자친구한데 문자로
``야자지겨워`` 이거케보냇는데
내남친 야 자지 겨워 ............................................이러케이해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X새퀴....
22. 나 : 나 오늘 한국도착해~ 데릴러와
친구 : 알겠어. 비행기 몇시에 추락하는데??
나 : 착륙이겠지
친구 : 우리 패러글라이딩하러가자
나 : 그게 모야?
친구 : 그거 있자나 하늘에서 풍선타고 내려오는거 그거 몰라??
나 : 낙하산이겠지
23. 어떤여자가 혼자 걸어가는데 불량소년들이 저쪽에서 " 야 너이리와 "
이소리를 " 야 날라와 " 이렇게 알아듣고
어떻게 날라갈 방법이 없으니까 손으로 날개짓하면서 훨~훨~하며 갔더니
불량소년들이 미친x인줄 알고 다 도망갔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패스트푸드 점원이 아침에 교회에서 열심히 기도하다가
아르바이트 하러 갔는데 손님한테 하는 말 : 주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24. 3살정도의 아들이 있는 아이엄마가 서점에가서 아이 동화책을 사려는데, 직원이와서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 물어보자 아이엄마의 왈, "돼지고기 삼형제요."
아기돼지 삼형제 인데 ㅋㅋㅋ
25. 상담원 누구누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해야되는데...
저녁에 통닭먹는 메신져이야기 하다가
상담원 통닭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ㅋ
26. 난 우리 사장한테 전화연결하면서
"캐논입니다" 한다는게,,
"코난입니다" 해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아~ 보고 싶다~ 명탐정 코난~ㅋㅋ
27. 지난겨울 집에오다가 배가 출출해서 떡볶이 파는 차에 가서 말했다.
"아줌마 오뎅 천원 어치 얼마에여??"
28. 삼겹살집에서.... 사장님을 부른다는게..
주인님~~ 2인분 더주세요 했다. ;;;;;;;;;
앞에 앉은 친구가.. 니 삼겹살집주인 종이냐? 그러더만.
요~ 밑에 망설임 대박 인정 ㅋㅋ
29. 괜찮아요 ^ㅇ^ 저도 그런적있어요..
친구가피자먹자해서 피자시키는데 피자집아줌마가 전화받은 그순간 친구가 야야 콜라도 시켜~ 큰걸로 라고 말해서
전 당당하게 아 예 여기 몇동 몇혼데요 콜라라지하나랑요 라고 말했던 적있어요-ㅇ-
그걸로 얼마나 그 친구한테 당했던지=ㅇ=ㅋㅋ 아줌마도 웃기셨던지 우리집엔 콜라라지말고 콜라1.5리터짜리는 있다고 하시면서 웃으셨는데요 뭐-ㅇ-....
30. 초등학교때 반 애들 앞에서 노래부르는데;
동구~밭~ 과수원길.. 아프리카꽃이 활짝 폈네;;;
아직도 놀림 받는다ㅠㅠ
아프리카꽃은 어디나라 꽃이고?
31. 여직원이 커피를 타다가 전화를 받았는데요..
여직원 : "네 설탕입니다.~"
32. 롯데리아 알바생이 맥도날드 이직해서 .....
어서오세요 ~ 맥도리아 입니다
33. 내가 아는 오빠는 극장에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보러 갔다가 표끊는 사람한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두 장이요" 요랬는데 ㅋㅋㅋㅋ
40. 또 제 친구중에 한명이 명동가서 다른친구한테
던킨돈까스 어딨지?
하숙
다가 오는 가을, 소박한 사랑 이야기 하나.
하숙 1
난 방송작가가 꿈인 스물 아홉살 꿈 많은 노총각이다. 내가 은행일을 때려 치우고
작가학원을 등록한 지 백일이 지났다. 아직 나에게 빛이 보이지는 않지만 창작활동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하루가 힘들지만 무료하지는 않다.
4년 동안 은행에서 일하고 짤리는 대가로 받은 1300만원, 그리고 그 동안 모은 돈
700만원. 이 돈으로 내가 꿈 꿀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이년이다. 이년 안에 내 꿈을
이룰 수 없다면, 나는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고 예전처럼 내 시간은 어디에 있는지
하늘도 못 본 채 이름 없는 어느 회사에 몸을 받쳐야 한다. 학원비 30만원이 달이 바
뀔때마다 나간다. 하숙비가 또 35만원씩 꼬박 나간다. 한 달에 버는 돈 없이 100만원
가까이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난 하숙을 한다. 둘이서 쓰는 방을 구하려고 생각을 했었지만 아무래도 창작활동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독방을 쓴다. 두 평 가까운 독방이다.
아직 난 구성작가 단계이다. 언제쯤 버젓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
제는 새벽까지 에이포지 열장 가까이 되는 작은 글을 썼다. 오늘 내가 잠에서 깨었을
때 아침 해가 유난히 밝다. 또 늦잠을 잔 모양이다. 오늘 아침은 짤없이 백수와 같이
밥을 먹어야 겠구나. 오늘은 또 무슨 소릴 지껄이는 지 내 두고 볼 것이다.
"쾅. 쾅!"
참 방문 노크하는 소리 대단하다. 저런 걸 딸이라고 낳은 하숙집 아줌마가 불쌍하
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하숙집 아줌마 환갑이 내년 인 오십대 후반의 아줌마다. 딸
만 둘을 가진 과부시다. 큰딸과 작은딸의 나이 차가 9살이나 난다. 큰딸과 작은 딸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십 년 전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큰딸은
시집을 갔다. 먼 나라로. 바깥 분도 사 년 전에 환갑 잔치를 하고 몇 개월 뒤 심장
질환으로 삶을 달리 하셨다고 들었다. 하숙 치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친
척도 없고 피붙이라고는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작은딸이 전부다. 그런데 하숙집 아줌
마 요즘 고혈압으로 고통을 받고 계시다. 간혹 병원을 가시면 이 집 딸이 밥을 해주
는데 그러면 하숙생들은 대부분 중국집에 전화를 하거나 다이어트 한다는 핑계를 대
곤 한다.
"백수씨. 밥 안 먹어요?"
"일어 났어요."
제발 문은 열지는 말기를... 나 이집 딸에게 못 볼 꼴 많이 당했다. 팬티만 입고
있
는데 그녀가 문을 연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처음엔 좀 놀라는 척을 하더니 요즘은
그냥 멀뚱한 표정으로 한 참을 쳐다 본다. 난 지금 반바지 같은 드렁크 팬티를 입고
있다.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이불위에 앉아 있는데 그녀가 또 문을 열었다. 왜 잠그
는 장치가 고장이 난겨.
"그 문 좀 홱 열지 말아요."
"빨리 나오면 이런 일 없잖아요. 다들 먹고 학교 갔는데 백수씨만 남았어요. 빨
리
나와요."
그녀는 날 항상 백수라 부른다. 백수인 것이 사실이라서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
다. 자기도 백수이면서... 집에서 추리닝을 껴 입고는 방을 나갔다. 널찍한 주방의
식탁엔 아침에 학생들이 먹고 간 반찬 그릇들이 어지러히 놓여있다. 저걸 먹기가 그렇
다. 난 저걸 먹지 않는다. 우리 하숙집 백수 아가씨가 마음에 드는 한가지가 내 상을
따로 차려 준다는 것이다. 물론 날 위한 것은 아니다. 자길 위해서 차린 밥상에 난
밥하고 숟가락을 챙겨 가지고 눈치보며 아침식사를 한다.
그녀는 아주 고고한 척 하는 게 취미인 여자다. 하숙집 아줌마와도 같이 먹을 때가
많은데 요즘 아줌마는 아침상을 차리고 난 후에 바로 병원을 가신다. 병세가 안 좋아
지시지만 아직 혼자서 병원을 찾으실 정도는 되신다. 오늘 아침도 아줌마는 보이시질
않는다.
"백수씨 좀 일찍 일어나서 학생들하고 같이 좀 식사해요."
아직 치우지 않은 큰 식탁의 아래서 작은 밥상을 떡하니 차려놓고, 그 앞에 양반처
럼 앉아서는 나를 꼬아 보는 눈빛이 무섭다.
"그 백수씨, 백수씨 그러지 말아요. 자기는 백수 아닌감?"
"뭐에요? 난 대기 발령자에요. 백수씨하고는 차원이 틀려요. 밥 먹기 싫어요?"
돈 내고 먹는 밥인데 참 생색을 낸다. 말은 좋다 대기 발령자. 그렇다 그녀는 대기
발령자다. 임용 고시까지 떡하니 합격한 대기 발령자다. 올해로 삼년째 무소식인 대
기 발령자다. 하기야 요즘 생물 선생을 찾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 내년에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교직원 정년이 단축됐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말이다.
그릇에다 밥을 퍼 가지고 그녀 앞에 앉았다. 밥숟갈은 펐으나 아직 반찬에 손을 못대
고 있다. 그녀가 젓가락질을 하고 난 다음에야 반찬에 손을 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뭘 고민하냐? 아무거나 먹지.'
밥상에 있는 반찬이래야 아침에 학생들 먹고 간 반찬 가지수보다 훨씬 적은데 참
고민도 많이 한다. 숲 속에 혼자 살면 일곱 난장이를 분명히 찾아다닐 것 같은 모습
이다. 드디어 달래 무침에 손이 갔다.
"잘 먹겠습니다."
그녀는 밥 먹는 속도가 상당히 늦다. 음미하면서 먹기 때문이다. 나야 뭐 배고픈데
그런게 어딨냐? 계속 음미하쇼. 햄 조각은 내 차지다. 그녀는 칼로리가 많은 음식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으... 크억."
트림이 나왔다. 아직 공기의 밥을 반도 못 먹은 그녀 앞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
다. 표정이 심상찮다.
"백수씨? 여자친구 없죠?"
"그래요 없어요."
"여자하고 밥 먹을땐 말이죠. 먹는 속도를 맞추어 줘야 하구요. 또 트림 같은 건
되
도록이면 어디 가는 척 일어서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이에요. 저러니 백수에다가 솔로
지. 쯔쯧."
참내. 우리집에선 내가 참 귀한 자식인데, 트림을 하던 배를 긁던 아무말 않던데..
.
집 나와서 설움 참 많이 받는다.
'야이 이뇬아. 나에게 너하고 나이 같은 여동생이 있다. 내 동생이었으면 넌 벌
써
맞아 죽었다. 씨.'
"잘 먹었습니다."
"늦게 일어났으니까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씻어 놓고 가세요."
"학생들 그릇도 아직 안 씻었잖아요?"
괜히 따져 보는 것이지요. 항상 제 밥그릇은 제가 씻지요. 괜히 게기는 겁니다.
"이제 늦잠 자면 밥 없어요?"
"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
"우리집 하숙 친 이후로 백수는 동엽씨가 처음이에요."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무이에요?"
"딴 이유가 필요해요? 그럼 만들죠 뭐."
"됐어요. 내가 아예 학생들 먹은 것 까지 다 설거지 할게요."
"그러세요. 그럼 난 음악을 들으며 커피나 한 잔 할까? 커피 한잔 할래요?"
"싫어요."
다소 쌀쌀하게 답을 했으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달래무침 한 줄기를 입에
넣고는 눈을 감고 음미하 듯 입을 야물거린다.
'하숙집을 확 옮겨 버릴까?'
그러나 학원에서 늦게 들어와도 밥을 차려 주는 하숙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집에 있을 거에요? 나영씨."
"우리 그이 찾으러 가야죠."
"그이가 있기는 있어요?"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백마 타고 올거에요."
하숙집 그녀는 공주다. 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린 공주다. 그녀는 꼭 오후가 되면
외출을 한다.마로니에 공원을 거닐다 오거나, 혼자 영화를 보고 오기도 하고 대형 서
점을 찾아 책도 보고 온다. 요즘은 엄마따라 병원을 가서 대기실에서 고혹하게 앉아
있다가 오기도 한다. 오후에는 집에 있기를 싫어했다. 학생들이 하나 둘 하숙집에 돌
아 오면 그녀는 외출을 준비한다. 그것이 일률적이지는 않았는데 이번 달 들어서면서
그녀는 항상 내가 학원을 갈 무렵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저녁상을 차릴 때면 돌아
오는 그녀가 요즘 어디를 가는지 알 수가 없다. 경북궁 다니고 있나?
그녀에게는 아픈 추억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년이 지나던 해에 사귀던 남
자와 헤어졌었다. 간혹 그 사람 얘기를 하는데 그리운 표정을 쉽게 읽을 수가 있었
다.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대충 짐작하기로 집안 사정 때문
인 것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그녀가 모신다. 그녀는 시집을 가더라도 그
러길 원하고 있다. 그녀가 사귀던 사람은 증손이다. 집안에 제사가 일년에 5개나 되
는 장손 집안의 세 형제 중 장남이라 알고 있다. 그것 때문에 다툼이 자주 있었다는
것을 그녀에게서 들어 알고 있다.
한 시가 넘었다. 학원 갈 준비를 해야겠다. 어제 쓴 스토리가 강사님 마음에 들어
야 할텐데... 내가 쓴 글이 아직 구성면에서 많이 서툴다고 말씀하시는 강사님이 오
늘
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주었으면 좋겠다.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강사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쓴글을 다시 읽어 보니 그렇게 맘에 들지를 않는다.
너무 조급해 하지는 말자.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 그녀가 식탁에 책을 놓고
앉아 머리핀을 입에 물고는 머리를 올리고 있다. 그녀의 모습 중 가장 섹시한 모습이
다. 눈동자를 들고 나를 쳐다 본다. 입술의 핀을 떼고는 묻는다.
"오늘은 언제 들어 올거에요?"
"알 수 없죠. 왜요?"
"또 밥 따로 차려요?"
"그래주면 좋죠. 아마 늦을 거에요."
"늦더라도 집에서 먹어요. 백수가 밖에서 밥 사먹는다고 돈 쓰면 그건 위선이에요.
"
구박이나 하지나 말지. 말은 저렇게 해도 밥 안 먹었다고 그러면 엄청 구박을 하지
요.
"어머님은 안 돌아 오셨어요?"
"시장 봐 온대요."
"몸도 안 좋으신대 시장은 나영씨가 좀 봐오고 그래요."
"엄마가 좋다고 하시는 일이에요. 백수씨가 상관할 일이 아니죠."
"머리 다듬는게 어디 나갈 모양이네요?"
"저도 학원을 등록했답니다."
"학원에 취직 했어요?"
"배우러 다니는 거에요."
"잘 해 보슈."
그녀는 머리에 핀을 꼽고 있다.
오늘 엄청 깨졌다. 강사가 나보고 아직 멀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죽지는 않을 것
이다. 각오를 한 것이기에, 하면 된다,라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학원에서 알
게
된 사람과 학원을 나오며 근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오늘 강사에게 모욕적으로
깨진 세명이 모여서 술을 마셨다. 나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 아저씨와 나보다 한 살이
적은 아가씨하고 마셨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듯 아가씨와 아저씨는 마주 보며 술을
홀짝 거렸다. 아저씨가 아가씨에게 시비를 건 말을 내 뱉었다.
"요즘 드라마들 잘나가는 여자! 그 여자 방송작가들이 다 망쳐났어."
"어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가씨가 불만이 있어 보였다.
"맨날 삼각관계에다가 불륜에다가 남자 앞에서 질질 짜는 여자들 모습이나 그리지
암. 너도 그럴거면 때려 치우고 시집이나 가."
"뭐에요? 남자 작가들도 그러는 사람 많아요. 그리고 작가들 보고 그렇게 쓰라고
하는 연출자는 남자에요."
이것들이 나는 쳐다 보지도 않고 저네들끼리만 얘기를 하고 있다. 졸라 열받는다.
"주부층이 주된 시청자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여자가 여자를 잘 안다고 인
기 끄는 작가들이 여잔인 것은 어쩔 수 없죠 뭐."
나는 잘 모르면서 끼어 들어 봤지요. 전혀 나에게 관심을 안 두는군. 그럼 니가 써
새꺄. 쓰지도 못하는게 말은 잘한다.
"그게 아니라니까. 파워 좋은 여자 작가가 연출자를 맘데로 바꾸는 세태여. 발전
이
없어. 맨날 그게 그거야. 여자들 머리에서 나오는게 빤하지 뭐."
"뭐에요? 여자가 뭐 어때서요?"
"내가 말이야. 방송 드라마 작가가 된다면 굵직한 남성 드라마를 쓰고 싶어. 그리
고
연출자에게 다 맡길거야. 이래라 저래라 안한단 말여."
"써요. 누가 말려요. 시청율이 일퍼센트 넘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뭐 방송으
로
나가지도 않겠지만..."
"뭐여? 니가 오늘 씹혀도 나보다 열배는 더 씹혔어. 실력도 없는게..."
아저씨하고 아가씨하고 말이 오고 감이 심장치 않다. 아직 구성 작가 단계인 것들
이 유명한 작가 이름 다 들먹여 가며 서로 씹고 있다. 둘이 사귀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다투는 듯한 모습이지만 꼭 건배를 하고 술잔을 비운다. 잘해봐라. 년하고 놈아
.
나 간다. 난 얼매 안 마셨으니까 너네가 계산해라.
"어디가? 계산은 같이 해야지."
참내 갈려니까 관심을 주네.
"화장실 좀 가려구요. 얘기하고 계세요."
지하철 역의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다.
'으으... 시원하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다 되어 갔다. 밥을 사먹자니 먹을 만한 데가 없고 들어가서
밥 내놔,라는 소리는 하기가 어렵겠고... 굶자. 패스를 끊어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
다. 사람들 모습이 밥을 굶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하숙집으로 들어 갔다. 신발이 하나, 둘, 셋, 넷. 아직 한 놈 안들어 왔구나. 꼴
등
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우리 하숙집 그녀가 식탁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식탁의
밥상은 이미 치워져 설거지까지 다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영씨!"
"네."
"들어가서 자세요. 여기서 뭐 하는 거에요?"
"인제 들어 왔어요?"
"네."
"밥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차려 주게요?"
"안 먹었죠? 잘됐다. 이것좀 봐 주시겠어요?"
"뭔데요?"
"찌게요. 밥 줄테니까 한 번 먹어봐요."
식탁에 앉았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밥까지 놓았다. 반찬은 달래무침과 김치하
고 시금치 뿐이었다. 고기 반찬은 학생들이 다 먹었나 보다. 찌개가 놓여졌다. 팔
팔
끊는 찌개 냄새가 참 좋다.
"나 밥차려 주려고 여기 있었던 거에요?"
잘못하면 감격 할 뻔 했다. 난 진짜 그녀가 오늘 나에게 밥을 차려주려고 식탁에서
찌개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녀를 사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냥 '네.'라
고
답해 주었으면 말이다.
"착각하지 마시구요. 오늘 학원에서 배운 대로 만들긴 했는데 차마 학생들에게는
못 주겠더라구요. 한 번 먹어 보세요."
"요리 학원 다녀요?"
"네. 엄마가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것 같아서요."
찌개 맛이 그런 대로 좋았지만 오만쌍을 다 찡그리고 그녀를 쳐다 봤다.
"이게 찌개에요? 내가 눈감고 발로 끓여도 이것보다는 잘 끓이겠어요."
별로 표정의 변화가 없을 줄 알았던 그녀가 날 말없이 쳐다 본다. 너무 자존심을
건드린게 아닌가 싶다. 밥숟갈 한번 밖에 안 떠 먹었는데, 그녀가 찌개 그릇을 들고
가버린다. 그리고 싱크대 한쪽에 부어 버렸다. 아까웠다. 저럴 줄 알았으면 다 먹
고
말하는건데, 잘못했다. 밥 숟갈을 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밥 다 드시고 치워놓고 들어가세요. 난 자러가야겠다."
나를 못마땅한 듯 혀를 한 번 차고는 그녀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에도 저런
걸 부탁하면 다 먹고 하고 싶은 말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달래 한 줄기. 시금치
한 줄기. 김치 한 조각으로 밥 한 공기를 비워야 했다. 그래도 밥을 먹었으니 다행이
다. 내가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오늘 마지막 녀석이 들어 왔다.
"형이 설거지 해요?"
"그렇게 됐다. 넌 밥 먹었냐?"
"아니요."
"찌개 없어. 그냥 굶어라."
"그럴거에요."
짜식이 아주 당연한 듯이 대답을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요즘 하숙생들 정
이 없어 보인다. 나때는 늦게 들어와도 아줌마한테 인사도 하고 또 밥 주세요,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하고 했는데... 삭막하다. 그래도 이 하숙집은 주방이 실내에 있
고
주인과 같이 살기 때문에 좀 낫다. 아예 여관식으로 지어 가지고 자유만 추구하고 대
인관계는 무시한 하숙집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옆방에 누가 사는지 한 학기가
지나도 모르는 하숙집에는 사람의 정이 없어지고 있다. 싱크대에서 냄새를 풍기고 있
는 찌개의 냄새가 좋다.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127/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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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 관련자료:없음 14/14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1:11 조회:1579 추천:68
하숙 2
내 방에는 가구가 없다. 그래도 비싼 게 많이 있다. 25인치 티비,
VTR, 그리고 컴퓨터, 음악을 듣기 위한 미니 콤포넌트. 티비와 비디오는
극본 구성을 위해 자료를 시청하기 위해 필요하였고, 컴퓨터는 글을 쓰기
위해 필요했다. 가구가 없는 이유는 옷도 별로 없고 이불은 그냥 펴놓으
면 된다. 옷은 컴퓨터 위에도 놓을 수 있고 티비 위에도 놓을 수 있다.
빨리 내 방 문의 잠금 장치를 고쳐야겠다. 내가 방으로 들어 왔을 때
벗어 놓은 옷은 헹거에 걸려 있었고 이불도 개어져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
다. 하숙집 아줌마 아니면 그녀의 소행인데 그녀가 그랬다면 쪽팔리기 때
문이다. 명색이 그래도 여자인데 나만의 공간을 보여주기가 부끄럽다.
밤이 깊어 나는 머리를 쥐어 박으며 졸음을 쫓고 글을 쓴다. 오늘 강사
가 씹은 부분을 곰곰히 들여다 보았다. 씨, 나는 괜찮은 거 같은데. 이러
다가 각본은 언제 써 보나, 앞날이 걱정된다. 느는 게 담배요. 커피다. 담
배 한 갑으로 하루를 버티는 게 힘이 든다. 커피 믹스 한 박스는 일주일
을 못 버틴다. 괜히 작가 한다고 집 나와 가지고 일찍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이 된다. 대충 글을 마무리 지었다. 아무래도 또 엄청
깨질 것 같다. 모르겠다. 배째라 그래.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가 넘었다.
자야겠다. 내일도 그녀가 방문을 홱 열어 버리면 내 대 들것이다. 쫓겨나
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눈을 떴다. 그녀가 내 방문을 두들기기 전에 일어 났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녀가 내 꿈속에 나타났었다. 묘한 기분이다. 솔직히 기분이
야릇한게 좋다.
"쾅! 쾅! 백수씨 밥 먹어요."
에이. 꿈에서 봤던 그녀의 좋던 기분 다 깨졌다. 빨리 추리닝이라도 하
나 걸쳐야지. 추리닝은 어디 간겨.
"잠깐만요."
"왜 안나오는 거에요? 어머나!"
그녀가 문을 또 홱 열었다.
'너 솔직히 아침마다 내 이런 꼴 보고 싶은거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추리닝을 찾다가 오늘처럼 이렇게 처참하게 내
빤스만 입은 꼴을 들킨 것은 첨이다. 다른 날은 그래도 이불 속에 있었거
나 이불을 보듬고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쇼윈도의 마네킨처럼 뻔
히 서서 보여줬다.
"그 문 좀 홱 열지 말라니까요."
"노크 했잖아요."
내 나중에 복수 할 겁니다. 두고 보자. 내 벗은 모습이 보고 싶은지 계
속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쫓아 내고는 추리닝 대신으로 바지하나 걸치
고 나왔다.
오늘도 식탁 옆에 작은 밥상을 놓고는 그녀는 공주처럼 앉아 있었다.
내 밥그릇이 놓여져 있는 걸로 봐서 굶기지는 않을 모양이다. 왠일로 내
밥을 퍼놓았을까. 식탁 위도 치워져 있었다.
"어머님은 오늘도 병원 가셨어요?"
밥상 앞에 앉아서 아까 팬티차림 들킨게 어색해서 물었다.
"네."
그녀는 나를 보지 않고 파릇한 냉이 무침에 젓가락을 갖다 대며 답한
다. 북어국이다. 내 밥그릇 옆에 북어국이 있다. 내가 어제 술 마신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 같이 좀 다니고 그래요."
"백수씨 때문에 못 따라 갔잖아요."
"그럼 아침에 좀 깨워요."
"일어날 자신 있어요?"
"없어요. 그건 그렇다치고 잠금장치 좀 고쳐줘요."
"잠옷 없어요?"
말을 말자. 내가 고치던지 해야지. 북어국이 시원하다. 그녀는 또 고고
한 척 먹은 밥을 손으로 가린 입을 야물거린다. 그녀가 국을 한 술 떠 먹
고는 묻는다.
"북어국 괜찮아요? 내가 끓였거든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고개를 한 쪽으로 약간 젖힌 채 날 보고
있다. 밥이 아직 남았으나 국그릇을 들고 남아 있던 국을 벌컥 다 마셔버
렸다.
"내가 이만기하고 씨름하면서 끓여도 이것보다는 잘 끓이겠다."
그렇게 말하고 상을 잡았다. 상 엎어 버릴까봐서. 그녀가 국을 한 숟갈
떠서 먹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다시 밥을 먹기 시
작했다. 그녀가 먹던 달래랑 냉이를 같이 먹으며 남아 있던 밥을 비웠다.
"설거지 할 거죠?"
"늦게 일어 났으니까 해야 겠죠 뭐."
"잘 아시네요."
놔 두세요 오늘은 제가 할게요, 이 말을 언제쯤 그녀가 할까? 그 말 하
면 내 진짜 감격한다.
"설거지 다하고 빨래도 좀 걷어 오세요."
돌아가시겠다 진짜. 내가 하숙을 하는 건지, 그녀 집에서 밥 얻어 먹는
대가로 식모살이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집 말고는 밤에 밥
얻어 먹을 만한 하숙집이 없을 것 같다. 자취를 하면 굶어 죽을 것 같고.
설거지를 다하고 옥상으로 갔다. 학생들 빨래는 셀프다. 우리 하숙집
욕실에는 커다란 세탁기가 있다. 학생들 옷은 각자 빨아서 자기 방 앞에
있는 테라스에서 말린다. 옥상에는 그녀와 아줌마의 빨래들만 있다. 몇
번 내가 빨래를 걷어 다 준적이 있다. 그녀의 속 옷이 걸릴 만도 했지만
아직 그런 기회를 접해 본 적은 없다. 하기야 공주가 아무곳에나 그런 걸
내 걸리 없다.
앗! 오늘은 속옷이 있다. 참으로 낯익은 추리닝 옆에 걸린 또한 참 낯
익은 칼라 사각팬티와 허연 난닝구. 혈압이 땡긴다.
"이봐요. 나영씨."
"왜요?"
급하게 돌아 와 붉은 얼굴로 그녀에게 소리쳤지만 그녀는 참 담담한 표
정이다. 언제 커피를 끓였는지 찻잔을 식탁에 놓고는 가계부를 펼치려다
나에게 아주 뻔뻔한 얼굴을 돌렸다. 빤스를 손에 쥐고는 보여 주었다.
"이거 나영씨가 빨은 거에요?"
"지금 성희롱 하는 거에요?"
"네?"
"세탁기가 빨았어요. 내가 미쳤다고 그걸 빨아요."
"그럼 빤스가 날개가 있어서 빨래 줄에 가 걸렸어요?"
"내가 가져다가 세탁기에 넣었어요. 어떻게 속 옷을 돌돌 말아 비디오
장식장에다 넣어 놓을 수 있어요? "
저렇게 대담하게 나오니 할 말이 없네요. 왜 내 옷을 빨았대요.
"제 방에 왜 들어 온 거에요?"
"비디오 보러요. 그 재밌는 비디오 있으면 혼자 보지 말고 같이 좀 봐
요."
"비디오 봤어요? 제 방에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거에요?"
"이 하숙집의 주인 딸로서 전 모든 방에 들어 갈 수 있는 특권이 있어
요. 모르셨나요?"
"잠금 장치 고쳐줘요. 빨리."
"직접 고쳐요. 동엽씨가 고장 낸 거잖아요."
"앞으로 제 방에 있는 물건 손대지 마세요."
"치. 기껏 빨아 줬더니... 나도 이제 아니꼬와서 그 방 안들어간다."
왜 불쌍한 표정 지으면서 날 보는데요. 그녀가 아주 귀여운 눈망울을
슬프게 위장하고 날 쳐다 보고 있다. 그 모습을 외면한 채 빨래를 들고
아무말 없이 내 방으로 들어 왔다.
내 이불은 또 언제 개어 논겨. 밖의 그녀가 괜히 떠올랐다. 꿈속의 그
녀의 느낌은 좋았던 기억도 생각이 났다. 그녀가 내가 없을 때 내 방에
들어 와 비디오를 보곤 한다. 혼자 있는 하숙집이 심심하기도 하겠다. 그
녀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뭐.
"밖에 나영씨 있어요?"
개어 놓은 이불위에 앉아서 밖의 그녀를 불렀다.
"왜 부르는데요."
"딴 거 손대지 말고 그럼 비디오만 봐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괜히 말했다. 고맙다는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에그 학원 갈 시간
까지 이렇게 이불에 기대어 잠이나 자자.
잠이 들었다고 생각 될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렸다.
"쾅! 쾅! 나 지금 나갈거든요. 혹시 엄마 오면 내가 장 봐가지고 온다
고 전해주세요."
안에서 내가 뭘 하는지 전혀 생각 안하고 단지 저렇게 쾅쾅,대고는 자
기 할말만 하고 가는 그녀가 참 대견스럽다. 나는 저렇게 뻔뻔하지 못하
니까 말이다. 잠 다 깨 버렸다. 씨.
그래도 그녀는 착한 여잡니다. 어머님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지
요. 그녀는 어머님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공주고 나를 아주
하찮게 대하지만 착한 여자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녀는 살림도 잘 할 거
같아요. 우리 하숙집에 그녀 좋아하는 놈 들 많지요. 애인 없는 놈들은
다 그녀를 좋아하고 있지요. 단지 연상이라는 게 흠이지만. 그녀가 밥은
참 잘하는데 요리 실력이 없어요. 요즘 아줌마가 몸이 안 좋은 관계로 그
녀가 밥을 차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숙생들이 반찬을 외면하긴 하지만 불
평은 안하더라구요. 모두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솔직히 나도 그녀
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상형을 들어 보면 나하고는 전혀 맞지를
않더군요. 포기를 했지요. 그리고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님 오셨어요."
"응. 총각 혼자 집에 있었어?"
"네."
학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하숙집 아줌마가 돌아 오셨다. 안색이 별
로 안좋으시다. 아줌마는 고혈압 때문에 심장 질환이 많으시다. 요즘은
나다니시는 것도 힘이 드시는지 얼굴에 땀이 고이셨다. 그녀가 발령이 나
면 하숙치기가 힘들 것 같다. 내년에도 그녀가 발령이 안 났으면 좋겠다.
"나영씨가 시장 봐 온다고 하던데요."
"그래. 총각 일 봐."
아줌마는 힘없는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 가셨다. 내가 괜히 걱정이 된
다.
오늘도 깨졌다. 강사새끼가 씹는게 취미인가 보다. 드라마 보면서 좀
배우랜다. 요즘 드라마 어떤게 인기인지 보면서 경향을 파악하라며 날 졸
라 씹었다.
'씨바. 이 학원 아니면 갈 데 없는 줄 알어?'
생각해 보니 갈데가 없다. 등록금 낸 것도 아까웠다. 아직 구성작가인
데 드라마 봐서 뭐하나...드라마 작가되기 힘들다. 작가로 등록된 사람은
700여명인데 제대로 활동하는 사람은 20명 안팍이라고 들었다. 지금 심
정은 이년안에 700명 안이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다싶다. 한번 씹힐 때마
다 미래의 하루 하나가 걱정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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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28/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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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 관련자료:없음 11/11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1:21 조회:1438 추천:63
하숙 3
오늘은 학원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매일 하숙집에 늦게
들어가 는 것이 미안했다. 학원에서 알게 된 그 총각, 처녀가 날 붙잡았
지만 일단 외면을 했다. 일단 그들이 술 마시자는 유혹은 이겨냈다. 그러
나 집으로 오는 길에 서 맡은 돼지 갈비의 냄새의 유혹은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지갑에 돼지 갈비 몇 인분은 사먹을 돈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학원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으나 저녁때는 훨씬 지났다. 에
라 모르겠다.
냄새가 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도란도란
모여서 술 한잔에 이야기하는 모습이 분위기 있어 보였다.
"아줌마. 여기 돼지 갈비 2인분하고 밥 주세요."
2인분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먹다가 일인분을 추가 시켰다. 다 먹고
나니 배가 상당히 불렀다. 기분이 좋다. 날씨도 따뜻하고 배도 부르고 난
행복한 놈이다.
"다녀왔습니다."
하숙집에 도착하니 열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냥 내 방으로 들어
가도 되겠지만 그래도 기분으로 주인 아줌마 방에 노크를 하고 내가 왔음
을 알렸다.
"그래."
아줌마의 목소리는 그렇게 힘있게 들리지는 않았다. 집안에 제법 익숙
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내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내 앞날을
위한 비디오나 한 편 볼 생각으로 앉았다.
"똑. 똑."
"누구세요?"
"저에요. 나영이."
"왠일로 쾅쾅,이 아니고 똑똑,이에요? 무슨 일인데요?"
들어오라는 말은 안했는데 우리 하숙집 그녀는 문을 홱 열고는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귀여운 소녀같이 웃는 그녀의 미소는 제법 사랑스런 모
습이다.
"밥 안 먹었죠?"
"예?"
밥 먹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미소 지으며 특별히,라는 말 때문
에 차마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조용히 식탁으로 와요. 내 오늘 특별히 맛있는 거 해 놨거든요. 나도
아직 저녁 안 먹었어요."
무슨 특별한 걸 해 놓았을까. 식탁으로 나갔을 때 그녀는 밥 두 공기를
퍼 놓고 있었다. 한 공기가 다른 한 공기에 비해 유난히 많다.
"무슨 특별히 맛있는 것을 해 놓았는데요?"
적은 밥이 담긴 그릇 쪽에 앉았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앉은
쪽의 밥그릇을 다른 쪽의 밥이 많이 담긴 그릇으로 바꿨다. 과연 저걸 먹
을 수가 있을까 싶다. 그냥 밥 먹었다고 말할까도 생각을 했는데 기껏 차
려주는 밥을 거절했다가 정작 배가 고플 때 못 얻어 먹을까봐 참았다.
"오늘 기분으로 고기를 좀 샀죠. 돼지고기라서 좀 그렇지만 학원에서
얻어온 양념을 잘 재웠어요."
그녀가 가스렌지에서 들고 온 냄비 속에는 갈비찜이 있었습니다. 지금
까지 배가 불러서 행복했던 기분이 갑자기 사그러 들었다.
"이거 혹시 나만 주는 거에요?"
"그렇긴 한데 착각은 하지 마세요. 그냥 백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누가 그러길래 주는 거니까요. 감격해 하는 것 정도는 봐 줄수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내 앞에 앉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날 물끄러미 쳐다보는 게 얄밉게 느
껴졌다. 아주 지능적으로 날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 먹고 뭐해요?"
"시간이 늦었는데 이거 먹으면 살 안쪄요?"
"나요? 그래요 나 조금만 먹을테니까 동엽씨 많이 먹어요. 치사하다 진
짜."
먹기 싫어 한 말인데 반응이 잘 못 왔다. 지금 내 배는 아주 풍만한 상
태다. 여기서 더 먹었다간 풍만함에 지쳐 터져 버릴 것도 같았다.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삼키기가 어려웠다. 도저히 먹을 자신이 들지
않았다.
"나영씨."
"왜요?"
맞은 편에서 밥을 조금 떠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그녀에게 조심스럽
게 말을 꺼내었다. 그녀가 날 쳐다보는 모습이 현재까지는 밝다.
"나 지금 돼지 고기 먹으면 안되는데요."
"왜요?"
그녀의 표정에 조금 의외라는 듯한 감정과 조금 기분이 나쁘다라는 감
정이 섞여 들어있다.
"몸살 감기가 온 것 같거든요."
"괜찮아요. 그럴수록 많이 먹어야 돼요. 백수가 아프기 까지 하면 안되
지요."
그놈의 백수라는 말은 꼭 들어가는구나. 오늘 왜 내가 집에 오면서 밥
을 사먹어 가지고 이런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지금까지 늦게
들어 왔다고 밥을 차려 주지 않은 적이 없건만 왜 그랬을까?
그녀의 미소가 솔직히 좋다. 깨기가 싫었다. 꾸역 꾸역 먹었다.
"맛있어요?"
솔직히 맛있는지 없는지 상관이 없다. 그냥 다른 기분 좋았던 때를 생
각하며 억지로 먹고 있으니까.
"네."
"다음에 내가 양념해서 한 번 만들어 줄테니까 오늘 이 맛 잘 기억해
두었다가 비교해 주세요."
"네."
이 놈의 밥그릇은 도대체 얼만큼의 밥을 담고 있는 것일까? 진짜 힘겹
다. 그래도 내가 이 밥을 비워 가고 있는 것은 내가 착하기 때문일까? 포
기를 했다고 생각한 그녀에게 아직 관심을 많이 두고 있기 때문일까?
밥을 다 먹었다. 하지만 아직 고기는 남아 있다. 그녀도 밥공기를 비웠
다. 고기를 나보고 다 먹으라 할 것 같다. 그녀가 그 말을 할까봐 두려웠
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그냥 내가 설거지를 할테니까 동엽씨는 들어가서 쉬세요."
"예. 그럼 전 이만."
움직이기가 버겁다. 과하면 체한다. 이 말을 실감했다. 내가 베스트 작
가가 되어서 돈을 왕창 벌어도 과하지 않게 어려운 백수들 도와주고 해야
겠다. 체하지 않게 말이다. 방으로 가지 않고 화장실로 가서 아까 식당에
서 먹은 고기까지 토해 냈다. 그녀가 토하는 소릴 들을까봐 조심스럽게
토해 냈다. 토하면서 생각해 보니 그녀가 나한테 참 잘해 주는 것도 같
다. 왜 나만 고기를 해 준겨?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녀가 치운 식탁에 앉아 가계부를 적고 있다. 날
보지 않는다. 굳이 말을 건네기가 그렇다. 그냥 방문을 열었다.
"동엽씨?"
"네?"
뭐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괜히 놀랐다. 그녀가 해 준 음식을 토해 냈다
는 것이 나에게 약간은 죄책감을 주었나 보다.
"부탁하나 해도 되죠?"
"네."
아직도 날 쳐다보지 않는다. 뭔가를 적으며 부탁을 말하는 그녀는 공주
는 아니더라고 상류층의 자세가 되어 있다.
"들어 줄 거에요?"
"뭔데요?"
"다음주 화요일날은 목욕도 좀 하시고 열한시 안에 집에 오세요."
내가 목욕 잘 안하는 것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늦게 들어와도 열
한시를 넘겨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게 부탁이에요?"
"그때 다시 부탁할게요. 하여간 그 부탁할 것의 전제 조건이니까 꼭 그
래 주세요."
"알았어요."
다음주 화요일이면 사일이 남았다. 부탁하면서 전제 조건을 다는 그녀
를 존경스럽게 한 번 쳐다보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토하고 나니까 속이 쓰리다. 글 구상을 위해서 비디오를 보다가 그냥
잤다. 속이 쓰리긴 했지만 잠에는 장사가 없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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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29/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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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4 관련자료:없음 9/9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1:33 조회:1387 추천:59
하숙 4
햇살이 좋은 것이 꿈꾸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시계를 보았다. 12시에
가까웁다. 목이 뻐근하다. 내 꿈을 꾸기에는 늦은 시간인가? 마음이 여유
롭지 못하고 몸도 피곤하다. 오늘은 10시간을 넘게 잤다.
뭐여, 왜 안 깨운걸까?
생각해 보니까 우리 하숙집 그녀가 날 이 시간까지 자게 놔 둔 적이 있
었나 싶다.
어그적 밖으로 나왔다. 깨끗이 닦여진 식탁. 그리고 그 옆에 밥 보자기
로 씌워 있는 그녀의 밥상.
"나영씨!"
그냥 아침에 그녀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이 허전했나 보다. 별로 찾고 싶
지는 않았지만 한 번 불러 보았다.
"나영씨! 이 나영. 야이 나영아. 나영이 어디 갔냐?"
하숙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나 밥 굶는겨? 그건 아니었다. 그녀의
밥상에는 밥이 예쁘게 차려져 있었다. 참 예뻤다. 내 밥이 아닌 것도 같
았으나 분명 거기에 있는 쪽지로 봐서 내 밥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하숙생들 밥을 차려 주고 난 다음 어머님과 병원을 갔다. 왜 날
깨우지 않았을까? 내가 밤 늦게 까지 글쓰고 하는 것을 알고서 그랬을
까? 그랬다면 참 고마운 여자다.
'국은 냄비에 있으니 데워 드세요.'
작은 것에도 세심한 면이 있다. 괜찮은 여자네. 그러나 맨날 백수라 놀
리는데... 하여간 잘 먹겠슴다.
거의 매일 그녀의 눈치를 보던 이 밥상에서 나 혼자 밥을 먹을려니 참
편했다. 다리 쭉 펴고, 배까지 긁어 가며 또한 트림도 맘 놓고 할 수 있
었다. 그 좋구먼... 그래도 그녀가 있으면 하는 맘도 있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하숙집 아줌마가 돌아 오셨다. 그
러나 그녀는 없었다.
"어머님 오셨어요?"
"응. 신군이 설거지를 하는구먼."
"아침에 안 좋으셨어요?"
"그건 아닌데. 그냥 요 며칠 소화가 안된다고 말했더니 영이가 부득이
아침에 같이 가자고 해서. 별 거 아니야."
"어머님, 빨리 좋아 지셔야 할텐데요."
"그래. 영이 저걸 봐서라도 그래야 할텐데 계속 안 좋네. 그 설거지 내
가 할테니까 신군은 들어가."
"아닙니다. 제가 할게요. 들어 가 쉬세요."
하숙집 아줌마의 이마에 땀이 고였다. 그녀는 어디 간겨? 모시고 갔으
면 또 모시고 와야 되는 거 아닌가? 좀 헛갈린다 말이야.
어제 글 작업을 못했던 관계로 오늘 오후는 책 보면서 구상 연습을 해
야했다.
책에다 줄긋는다고 뭐 구상하는 것이 달라 질 것은 없었지만 미래를 위
해 작문 연습도 틈틈이 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성
을 가진 신경숙이라는 소설가도 작가와 전혀 별 관계없는 어느 전문대를
나와서 떨어지는 문체를 많은 책들을 베껴 써가며 다듬어 갔다고 했다.
나도 뭐 언제 글을 써 봤냐. 줄 그어 가며 배워야지. 에이 씨. 줄긋는 것
은 좋은데 왜 담배가 없는겨. 상관없는 불만인가? 하여간 불만 있다.
먼지 낀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그 햇빛 속에 번지는 담배 연기, 풋풋
히 썩어 가는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어느 골방에서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염
이 멋있는 작가의 입에 물린 필터까지 타 들어간 담배 꽁초. 그리고 명작
을 쓴다. 근데 이놈의 하숙방 창은 맨날 누가 닦는겨? 깨끗하다. 그리고
내가 방을 지저분하게 쓰지만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는다. 턱수염? 어제
면도 했는데 턱수염은 무슨... 코털이 좀 삐져 나와 있을래나?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담배가 떨어졌다.
추리닝 차림으로 우리 하숙집 어떤 놈의 농구화를 꼽쳐 신으며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스하다. 내 얼굴이 부시시 할 것이고 머
리 모양새가 그리 단정하지 않을텐데... 그리고 이 시간에 내 나이 또래
가 추리닝 입고 담배 사러 가면 짤없이 백수라고 생각 할 것이다. 뭐 백
수를 백수라 생각하는데 뭐라 그럴 수 있나.
담배 파는 수퍼가 좀 멀리 있었다. 담배 한 갑을 샀다. 기분으로 그 앞
에서 한 대 폈다. 음 그래 이맛이야. 집으로 천천한 걸음으로 하늘도 한
번 보고 퇴교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인사도 해 주며 걷고 있는데 누가 날
불렀다.
"백수씨."
아무리 내 지금 모습이 백수처럼 보여도 그렇게 대 놓고 말하면 기분
졸라 나쁘지. 실 내 주위를 살폈다. 지나가던 초딩이 날 멀뚱히 쳐다 봤
다.
"내 이름이 백수야."
씩 웃어 주고는 뒤 돌아 봤다.
아주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하숙집 그녀를 보았다. 햇살 아래
그 모습이 화사하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주름 치마사이로 하얀 다리가 참
곱다. 저 공주가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아는 체 하기가 그랬을 터인데 아
주 반갑게 날 아는 체 했다. 물론 이유가 있었겠지. 그녀는 장을 봐 왔
다. 양 손에 뭘 많이 들었다. 분명 저걸 나에게 맡기려고 날 불렀을 것이
다. 확 도망을 가 버릴까? 낼 아침부터, 아니다 당장 오늘 밤부터 밥이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로 갔다. 그래 내 들어 줄 것을 당연히 생각했나 보다. 아예
짐을 내려 놓고 날 기다리며 한 발자국도 앞으로 오지 않는 그녀는 진짜
존경스러운 상류층 사람이다.
"들어 드려요?"
"으음."
단지 그녀의 입을 열지도 않고 내는 그 소리와 고개 숙임으로 나는 그
무거운 것을 들어 주어야만 했다. 이 여자 힘이 장산겨? 이걸 어떻게 들
고 왔남? 그녀를 아래 위로 꼬아 봤다. 옆에서 빈 손으로 걷는 그녀가 웃
는다. 그렇게 자주 웃지 마요. 정 붙으니까.
"그 백수란 소리 안 할수 없어요?"
"동엽씨 백수 맞잖아요."
이 뇬이 진짜.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웃는 얼굴이라서 참았다. 놀리
는 웃는 얼굴이 아니라 그냥 좀 사랑스런 웃는 얼굴이라 참았다. 그래 이
렇게 걷는 것이 기분 좋다. 니도 백수니까 날 그렇게 부를 수 있겠지.
학원에서는 또 꿈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강사와 씨름하며 오늘 하
루 분량의 과정을 끝 마쳤다.
책을 많이 읽어라고 했다. 나보고 특히 그랬다. 나보고 고등학교 때 국
어 점수를 물어 보았다. 그냥 답을 안했다. 말하면 분명 놀릴 것 같아서
말이다. 내일은 주말이라고 또 술 먹으러 가자고 그 년,놈들이 꼬셨으나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 내일은 주말이다. 뭐 하나? 확 우리 하
숙집 그녀를 꼬셔다가 영화나 보러 갈까? 같이 가 주지 않을 것 같다. 그
냥 비디오나 봐야지 뭐.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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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32/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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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6 관련자료:없음 16/16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2:00 조회:1373 추천:66
하숙 6
새벽에 아무도 몰래 하숙집을 빠져 나왔다. 일찍 자니까 일찍 일어나진
다는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다. 새벽 어둠이 물러 가고 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의 분위기는 여유로움이랄까? 뚜렷하지 사람들의 영상에는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이 보인다.
"어허!"
에헤라 좋다. 물이 깨끗하다. 목욕탕 내의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다.
발가 벗은 채 삶의 표정이 잘 나타나지 않는 대중탕 내의 사회는 아주 평
등하다. 물안개 쌓인 이 곳에는 말이 많이 없어졌다. 평등하지만 아주 개
인적이다. 때를 다 밀고 등 밀어 줄 사람을 찾았지만 없다. 이 곳도 평등
하지 않았다. 저 배 나온 허연 아저씨는 때밀이가 등을 밀어주었다. 그리
고 안마까지 해 주었다.
사우나실에서 땀 빼면서 깔려 있던 수건에 등 붙여 밀고, 으... 냉탕에
서 개 헤엄 한 번 치고 나왔다. 시원하다. 목욕탕을 나왔다. 밝은 아침
공기, 어허! 개운하다. 내 삶도 이렇게 개운해졌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
침도 사람들의 걸음 걸이는 빠르다. 선명하게 드러난 사람들의 영상에는
오늘이 일요일이지만 여전히 바쁘다는 것이 보인다. 그래도 나는 천천히
걸었다.
우리 하숙집이다. 꿈이 있고 미소가 스미는 곳이다. 밥 짓는 냄새가 여
기서 맡을 정도다.
하숙집으로 들어갔다. 아침을 하숙집 그녀 혼자서 만들고 있다. 아줌마
가 많이 편찮으신가? 아니면 그녀가 혼자 하겠다고 우긴 것일까? 하여간
익는 밥 냄새가 곱다.
"어휴,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는 길이에요? 백수가..."
또 그녀가 시비를 건다. 냄비에 국 끓인 찬들을 넣고 있던 그녀가 빼꼼
이 내가 들어 옴을 보더니 말을 걸었다.
"그 아침에 좋은 말로 인사 좀 해 주면 어디 덧나요? 헛갈리게 말이
야."
그녀가 씩 웃었다.
"그래. 어디 갔다 왔어요? 머리가 젖었네."
"수영하고 왔지요."
"그래요? 저기 새로 생긴 수영장 갔다 왔어요?"
"뭐 거기서만 수영할 수 있나?"
"나도 수영이나 배울까? 언제 한 번 같이 갈래요?"
허허. 같이 갈래요? 요즘 들어 그녀가 같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내가
만만한가? 아니면 좋은 건가?
정말 그녀 데리고 수영이나 하러 갈까? 그렇지만 오늘 내가 갔다온 곳
은 여자가 못 가는 곳인데...
"밥이나 해요. 나 목욕하고 왔어요. 남탕 갈 자신 있으면 같이 가고."
그녀가 날 빤히 쳐다 보며 말을 못하고 있다. 이겼다 하하.
학생일때가 좋다. 오늘 아침 식탁에서 학생들의 모습에는 새벽에 본 영
상이 들어 있었다. 졸린 눈을 뜨지 못하고 하품을 하며 식탁으로 나온 녀
석도 있었으나 삶에 찌든 모습은 아니다. 그래 이 하숙집에 찌든 모습은
없다. 나도 답답함은 있으나 아직 삶에 찌들지 않았다.
음악을 틀어 놓고 긍정적으로 앞 날을 생각 해 보았다. 그래 해 보자.
짧은 글 하나를 지어 볼 생각이다. 아자! 아이 캔 두 잇.
"쾅! 쾅!"
앗, 방해자다. 우쒸, 글 좀 써 보려고 다짐을 했는데 방해자가 나타났
다.
"뭐해요?"
"글 씁니다."
"바빠요?"
"글 씁니다."
"약속 같은 거 없죠?"
"글 씁니다."
"나랑 같이 어디 좀 갈 수 있어요?"
"글 씁니다."
"맛있는 거 사 줄게요."
"어디 가는데요?"
아, 글 써야 하는데. 요즘 식욕이 당겨서 탈이다.
"시장 가는데."
"어제 장 봐 왔잖요."
"반찬 사러 가는 거 아니에요. 뭐 살게 좀 많아요."
"그래서 내 짐꾼 되어 달라구요."
"으응."
한 번쯤 그냥 빈말이라도 나하고 같이 걷는 게 좋아서, 아니면 그냥 같
이 가고 싶다,라는 대답 해 주면 어디 덧 날까?
"뭐 사줄건데요?"
"뭐 먹고 싶은데요?"
"스테이크요."
"현철아!"
"걔는 왜 불러요?"
"차라리 걔 데리고 가려구요."
"그럼. 슈퍼 슈프림 피자요."
"현철아!"
씨바. 진짜 그녀석하고 가라고 그래 버릴까 보다.
"알았어, 순대요."
"좋아요. 내 특별히 찹쌀 순대 사 줄게요."
집에서 입는 추리닝 말고 밖에서 입어도 좀 덜 쪽팔리는 패션 추리닝으
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 다녀 올게요."
"내가 말한데로 잘 보고 사와야 돼. 아무래도 불안하네. 같이 가자니
까."
"염려 마세요. 짐꾼도 있는데요 뭘."
그녀가 엄마에게 인사하는 걸 들었다. 짐꾼? 백수보다는 낫네.
"신군이 같이 가려나 보네."
하숙집 아줌마가 방에서 나오셨다. 잘 몰랐는데 손을 좀 떠신다.
"네."
"그럼 잘 다녀 오게나."
하하. 그녀가 내 옆에서 걷는다. 허리까지는 분명 아가씬데 무릎 밑에
까지 흘러 내린 주름 치마는 아줌마 복장 같다. 뭘 보나 이사람아.
"왜 웃어요?"
"치마 하나 사 드려요?"
"동엽씨가 왜 내 치마를 사줘요?"
"맨날 그 치마잖아요."
"이게 편해요. 그리고 나 백수에게 치마 받아 입을 정도까지 옷 없질
않으니까 염려 마세요."
괜히 말했다. 무안하다. 말 없이 걸었다. 나중에 짐이 무거워도 들어
주지 말까 보다.
"삐쳤어요?"
"백수는 안 삐칩니다."
"삐쳤구나?"
"삐쳤으면?"
"장난으로 치마 사 준다고 한 것 아닌가?"
"아무리 장난으로 말했다고 그렇게 답하면 서운하죠."
"그럼 미안해요."
저 상류층 여자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장 볼게 무거운가 보다. 일요일
점심때가 못 된 이른 시간이지만 시장은 활기가 있었다. 재래 시장은 그
만의 맛이 있다. 저거 보면 알기나 할까? 내 보기에는 똑 같거만 그녀가
뒤적거린다.
"그게 뭐에요?"
"냉이도 몰라요?"
"그럼 그 옆에 것은 뭐에요?"
"고사리잖아요."
그녀가 풀 종류를 제법 많이 샀다. 저걸로만 반찬을 만든다면 내 단식
투쟁할 것이다. 어물전으로 갔다. 그래 생선도 사야지. 그녀가 제법 큰
생선을 들고 한참을 들여다 본다. 진짜 뭐 보면 알고 저러나, 의심이 간
다.
"그건 뭐에요?"
"도미잖아요. 동엽씨 아는 거 뭐 있어요?"
그녀가 상당히 비싼 도미를 한마리 떡하니 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죽
은 물고기들을 샀다. 내가 들고 있는 짐이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건어물전으로 가서 문어 다리도 사고, 돌아 다니면서 깨끗한 과일과 대
추도 샀다.
"제사 지내요?"
"으응."
그녀가 고개를 끄덕 거렸다.
"누구 제사요?"
"우리 아빠요."
"언젠데요?"
"모레요."
아 그렇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밥 때가 훨씬 지났다. 배는 고프고 들
고 있는 것은 점점 무거워 졌다.
"다 샀어요?"
"거의. 대충 오늘 살 것은 다 샀어요."
"잘 됐다. 배고파 죽겠어요."
"저기 김밥하고 순대하고 파는데 있어요."
아, 집하고 반대 방향이다. 그래도 먹고 나면 힘이 좀 생기겠지. 그녀
는 부피는 크지만 졸라 가벼운 풀이 들은 봉지만 들고 있다. 그렇게 빨리
걸으면 내가 잘 따라 갈것 같냐?
순대랑 김밥이 꿀 맛 같다. 나 꿀 별로 안좋아 하는데... 맛있다는 소리
지. 그녀가 좋은 미소로 나를 쳐다 본다.
"동엽씨?"
"왜요."
"화요일날 일찍 와 줄수 있죠?"
"그런다 그랬잖아요."
"제사 때 남자가 없으니까 영 허전하더라구요."
"하숙집 애들 많잖아요."
"걔들은 동엽씨랑은 좀 틀려요."
"뭐가요?"
"하여간, 내가 제사 지내는 동안 옆에 좀 서 있어 주세요. 엄마도 동엽
씨가 옆에 서 있으면 마음이 편할 것도 같거든요."
"알았어요. 뭐 힘든 일도 아닌데."
"고마워요."
그녀가 나를 보며 조금 안스런 미소를 짓고 있다. 눈빛이 참 맘에 든
다. 이 집 김밥 참 맛있다.
아까 미소로 보아 내가 들고 있는 짐 하나 정도는 자기가 들어 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녀는 풀 봉지만 들고 걷고 있다. 거기다가 빨리 갔으
면 하는데 가다 말고 양복점 앞에 떡 서버렸다.
"동엽씨 잠깐 따라 들어 와 봐요."
내 짐이 지금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나 할까? 멋있는 옷들이 참 많다.
나도 양복이 있다. 봄, 가을 양복 한 벌, 겨울 양 복 한 벌. 최소한 단벌
신사는 아니다. 그래도 옷들을 보니까 괜히 하나 쯤 더 있었음 하는 생각
이 든다. 근데 여긴 왜 들어 온겨?
그녀가 넥타이 진열대 앞에 서 있다. 넥타이들을 찬찬히 고르고 있다.
"동엽씨 이리 와 봐요."
짤래 짤래 그녀 앞으로 갔다. 그녀가 넥타이 하나를 고르더니 내 목에
갖다 댄다. 양 손에 뭘 들고 있는 나는 두 손을 움직일 수 없다. 멀쭘히
그녀가 하는 짓을 쳐다만 봤다.
"이 색깔이 우리 아빠가 젤 좋아하던 색깔이에요. 동엽씨는 어때요?"
"좋네요."
"그래요?"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그렇게 빨리 가버리면 또 쫓아 가기 힘들지.
손가락이 끊어 질 듯 하다. 그녀는 뭐가 좋은지 얼굴이 참 밝다. 난 죽
겠는데...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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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33/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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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7 관련자료:없음 17/17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2:00 조회:1327 추천:58
하숙 7
하숙집에선 주인 아줌마와 그녀가 아까 사가지고 온 생선들을 다듬고
있다. 치마를 모으고 앉아 어머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정성스럽게 생선을
다듬는 그녀의 모습이 참 여자답다. 괜시리 그녀가 좋아지네. 그렇지만
그녀와 난 신분이 다르다는 걸 상기하자. 상처 받기 싫으면 말이다.
오후가 깊어 간다. 별로 하는 일도 없지만 일요일 오후는 가슴이 아프
다. 지는 해가 참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는 외롭다. 아
무 이유도 없이 그냥 외롭다.
티비에서는 프로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엘쥐하고 오비하고 하고 있다.
나는 당연히 엘쥐 팬이지...(왜? 이 글 쓰는 놈이 엘쥐 팬이기 때문이다.
이 글 읽는 사람중에 혹시 오비팬이 있는 줄 안다. 이제부터 오비를 좀
씹겠다.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음. 하기야 지금은 두산으로 바꼈지 참.)
대전에 있던 촌놈들이 괜히 서울로 올라와 가지고 참내. 유니폼 봐. 졸
라 컨추리 하네.
일요일 오후에 이렇게 나만의 공간에서 프로야구 보는 것도 괜찮다. 그
래 여유를 찾자. 니가 그렇게 안타를 쳐버리면 내가 속상하지. 여유 좀
찾자는데... 상황이 심각하다. 점점 승부는 오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똑, 똑."
"누구세요?"
"이집 주인 딸인데요."
딸이라야 자기 하나면서 노크 할 때마다 자신을 칭하는 용어가 참 다양
하다.
"왜요?"
"좀 쉬려구요."
"쉬는데 왜 내방을 노크하는데..."
그녀가 들어 왔다. 마치 자기 방이라도 되는 양, 들어 오라는 소리를
아직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들어 왔다.
"티비 보는구나. 진짜 불쌍하다."
"뭐가요?"
"일요일날 외출하는 꼴을 못 봤어. 오늘은 날씨도 참 좋은데..."
왜 앉아요? 편히 혼자서 야구 좀 보겠다는데...
"생선 절이는 것은 다 했어요?"
"네."
"어머님은요?"
"방에 들어가셨어요."
"여긴 왜 왔는데요?"
"심심해서요."
내가 심심풀이 너츠냐? 또 비디오를 보러 왔나 싶다. 비디오 그거 얼마
나 한다고, 하나 사지.
"심심하면 남자 친구랑 데이트나 하지."
"헤어졌다고 했잖아요. 어머, 이젠 이런 말도 쉽게 나오네."
"쉽게 나오면 안되나요?"
그녀가 바로 나갈 것 같지가 않다. 치마를 훔치며 자세를 편하게 하는
폼으로 봐서 여기서 꽤나 놀다 갈 것 같다. 싫지는 않지만 난 글을 쓰지
않을 때, 생각이 없을 때는 혼자 있고 싶다. 그냥 아무것에도 의미를 주
지 않고 지나는 시간을 옆에서 멍하니 구경하고 싶다. 혼자서 생각이 없
을 때는 편하다. 아직 내 미래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생각이
없을 때가 편하다. 그런데 자꾸 하숙집 그녀가 방해를 한다.
"이런말 쉽게 나온다는 것은 그사람이 잊혀지고 있다는 것인데... 잊혀
지는 건 서러운 것이에요."
"아직 그래도 생각이 나나 보네요. 그런 말 하는 거 보면."
"어, 야구 하네. 야 오비경기다."
그래 내 말은 그렇게 씹어라. 티비와 내 모습을 차근히 번갈아 돌려 본
다. 무슨 듣기 안좋은 말을 할 것 같다. 오늘도 아픈 곳 찔러 봐라. 아침
에 시장도 같이 봐 주었는데 놀리면 가만 안 있을겨.
"예, 야구 좋아해요?"
"그럼요. 보아하니 엘쥐 팬일 것 같네요."
"네? 보아하니 엘쥐 팬이라니요?"
"백수들이 엘쥐를 좀 좋아하더라구요. 전 깔끔한 이미지의 오비를 좋아
하지요."
또 놀렸다. 두 살이나 어린게 말끝마다 백수라 놀리며 맞먹는 것을 넘
어서 아예 아랫사람으로 날 취급한다. 하기야 아랫사람으로 취급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이냐. 참을까?
"그래요? 남자한테 차인 여자들은 오비를 좋아하더군요."
"오비 선수들은 다 잘생겼으니까 좋아 할 수도 있겠죠. 주위에 남자한
테 차인 여자들이 오비를 좋아하던가요?"
뭐여? 지 예기 하는데... 그래 난 그녀가 상류층 신분임을 간과했었구
나. 그녀를 멀뚱히 쳐다 봤다.
"나영씨 기분 안 나뻐요?"
"뭐가요?"
"차였다는 말 애써 했는데..."
"나 얘기였어요? 그 사람과 나는 서로 맞지 않는게 있어서 헤어진 것이
지 누가 차고 차이고 한 것이 아니에요. 굳이 누가 찼냐고 따지면 내가
그를 찬 것이겠지요. 그 사람 아직 날 못 잊고 있을걸요. 호호, 그럴거에
요. 아, 날 놀리려고 한 말이구나."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녀의 표정은 들어 올 때처럼 밝지가 못하
다. 계속 공격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냥 그런 그녀의 표정에 기분이
나쁘다. 씨.
"야호. 오비가 또 점수를 뽑았다."
오비 새끼들 뭐 이긴 거 거의 결정 났는데 또 점수를 뽑고 그러냐. 징
한 놈들. 요 몇년 새 계속 시즌 초반에는 우승후보로 꼽히다가 끝에는 쌍
방울 보다도 못하는 새끼들. 그래 얼마나 이기고 싶었겠냐. 어제, 그제
엘쥐한테 연패 한 거 내 알지. 근데 하필은 그녀가 있는데서 저러냐.
"안가요?"
"어딜요?"
"나영씨 방에요."
"야구 아직 안 끝났잖아요."
야구는 정규 방송 관계로 중계가 중단 되었다. 점수는 아홉점 차이였
다. 그녀의 실실 웃는 모습이 참 얄밉다.
"오늘 저녁 반찬은 뭐에요?"
"뭐 먹고 싶은데요?"
"예?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 반찬 결정도 안했단 말입니까?"
"물어 보도 못하남. 그럼 나중에 봅시다. 나는 밥하러 갑니다. 오비가
점수 뽑는 거 더 봤어야 하는데..."
그녀가 일어서 내 모습을 보며 비웃고 나갔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그냥 아프다.
일요일 밤은 월요일 새벽으로 변했다. 조용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책을
펴 놓고 컴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날리는 담배 연기 속으로 내 외롬
과 고민을 날려 버렸음 좋겠다. 커서는 아까부터 계속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 생각이 아플 땐 그리운 것이 떠 오른다. 외롬과 고민 속으로 더 깊
이 빠져 들수도 있었으나 그리운 것을 떠 올리면 내 아픈 생각을 비켜 가
게 해준다.
괜히 미소가 맺혔다. 뭐여? 왜 하숙집 그녀가 생각이 났는데 미소가 맺
힌겨. 어라, 그녀가 자는 모습이 또 궁금하네. 혼자 있는 것 같은 밤에는
많은 것들이 내 생각을 스쳐 간다. 그녀와 함께 사는 집인데 그녀가 그리
울리 만무하다. 스쳐가는 것이라 생각하자.
깜박 졸았다. 컴퓨터 모니터에 '나는 인기작가다.'라는 문구의 3D 글자
가 돌아 다니고 있었다. 스크린 세이버다. 그래 난 인기 작가가 되어야
한다.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 시계는 새벽 네시를 먹고 있다. 자야
겠구먼. 그래 내일의 인기 작가를 위해서 오늘은 이만 자자.
"쾅! 쾅!"
"왜요?"
"밥 먹어요. 나 오늘도 시장가야 돼요."
"안 먹을래요."
"굶으면 백수씨만 손핼텐데. 빨리 나와서 먹어요."
시계는 아홉시를 갓 넘겼다. 졸라 이른 시간이다. 추리닝을 껴 입고 나
갔다. 아직 학교로 가지 않은 현철이란 녀석과 주인 아줌마가 식탁에 앉
아 있었다. 내 밥도 식탁에 차려져 있었다. 내 밥 옆의 밥은 그녀 것이겠
지.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
"응 그래. 어여와 밥 먹어."
"네."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내 옆에 앉았다. 주인 아줌마가 그녀와 나란히
앉은 나를 보시며 옅은 웃음을 지으신다.
"오늘은 병원 안 가셔도 되요?"
"안가도 되는데 얘가 가라고 그러네."
아줌마가 그녀를 쳐다 보시며 답을 했다. 아줌마의 모습이 내가 이 하
숙집을 처음 왔을 때의 모습보다 확연히 초췌하시다. 남이라면 남일텐데
괜히 걱정스럽다.
"어머님 혼자 가실거에요?"
"혼자가도 돼. 얘가 오늘은 바쁠거야."
"빨리 나으세요. 그래야 우리도 맛있는 반찬 얻어 먹지요."
일찍 일어 난 것이 억울해서 그녀에게 시비를 걸었다. 아무말 없이 밥
잘먹고 있던 그녀가 나 대신 맞은 편에 있던 현철일 쏘아 보며 말했다.
"맛 없냐?"
현철인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예전의 어머
님이 주시던 국이랑 반찬 보다는 맛이 없잖아 임마.
"동엽씨 밥 먹기 싫어요?"
"안먹는다고 했잖아요. 괜히 깨워 가지고서리."
밥그릇하고 국그릇을 손으로 잡고 답을 했다. 일단 일어났으니까 밥은
먹어야 겠기에... 아줌마의 모습에서 재밌다는 표정이 비추어 졌다. 괜히
아줌마를 보며 웃어 주었다.
"그래, 나영이 하고 친하게 지내 주어서 고마워."
이런게 친한 것인가? 내 옆의 그녀의 표정이 정다워 보인다. 이렇게 시
작하는 월요일 아침 괜찮다.
하숙집 그녀는 시장을 가고 없었다. 점심때가 지나서 아줌마가 병원 가
실 채비를 하셨다. 아침을 좀 일찍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나가서 밥이나
먹을까,하고 방을 나왔다가 아줌마가 병원 가시는 걸 보았다. 걸음 걸이
는 괜찮았으나 떠시는 손이 불아해 보였다. 학원을 좀 일찍 가지 뭐.
"어머님 병원 가시는 길이죠?"
"응."
"저랑 같이 가시죠. 어짜피 저도 학원 가야 하거든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려."
옷을 갈아 입고 학원 갈 준비도 마치고 방을 나왔다. 아줌마가 현관 앞
에 앉아 계셨다.
"제가 병원까지 같이 가도 되겠지요?"
"허허, 괜찮겠어? 혼자 가도 되는데..."
아줌마의 걸음 걸이는 나보다 많이도 느렸다. 보조 마추기가 힘들었으
나 내가 옆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 보다는 좋다라는 느낌의 아줌마가
지으시는 미소 때문에 싫지는 않았다.
"자네 같은 아들하나 있었음 참 좋겠다."
"아들 같은 따님이 계시잖아요."
"내 딸이 아들같아 보였나?"
"예?"
"하기야 좀 섬 머슴애같이 보이는 면도 있긴 하지."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따님이 아들 하나 쯤은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저같은 사내 보다는 훨씬 낫다는 그런 말이죠."
"말은 고마운데 자내를 너무 낮추지는 말게. 자네 놀고 있다고 어떨 때
보면 많이 기가 죽어 보여."
"그렇게 보였어요?"
"흠."
대답을 안 하시고 그냥 웃으신다. 딸도 내 말을 자주 씹는데, 내 나이
가 저런 웃음의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어린가?
"병원에서는 많이 좋아지신다고 하던가요?"
"나 말인가? 내 나이가 뭐 좋아지고 그러지는 못하겠지. 그냥 더 안나
빠지라고 다니는 거야. 영이 시집은 보내고 죽어야 될텐데."
"좋아지실 거에요. 그리고 나영씨야 뭐 곧 시집을 가겠지요."
"그래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가야 될텐데."
"좋은 사람 만날거에요."
"자네도 괜찮을 거 같은데."
"하하. 전 백순데요."
"기죽지 말라니까."
늦 봄의 따스한 햇살이 하숙집 아줌마의 이마에 내리고 있다. 나에게는
나지 않는 땀이 그 이마에는 많이도 맺혀 그 나리는 햇살을 먹고 있었다.
하하,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신다. 같이 걷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모
습 너머로 그녀가 떠올려 졌다. 으이쒸, 또 미소가 맺혔잖여.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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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8 관련자료:없음 17/17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2:01 조회:1308 추천:54
하숙 8
아주머니를 병원에 데려 드리고 나는 학원으로 달렸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오늘 즐겁다.
오늘 학원에서 별 다른 것을 배운 것은 없다. 단지 강사가 수필이든,
각본이든, 소설이든 아무 곳이나 공모하는데가 있으면 글을 써서 공모를
해 보라고 했다. 그 정도 실력 되면 내가 왜 학원을 다니남? 각본은 아직
쓸 줄도 모르는데... 각본 제대로 쓰는 것은 언제 갈쳐 줄겨?
공모해서 입상이라도 하게 되면 자기 캐리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또는 공모를 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면 그 만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글 실력이 부쩍 는다고 공모 같은 것에도 관심을 두라고 했다. 나중에 시
간이 나면 그때는 한 번 써 보지,라고 생각하며 흘려 들었다.
"신군!"
학원을 파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그 아무래도 사귀는 것 같은 년,놈 중
놈이 나를 불렀다. 뭐 또 술 마시자고 꼬시려는 것이겠지.
"왜요?"
"내일 술 한잔 하자고."
"왜 내일 술 마실 걸 지금 말해요?"
"자네가 매일 일찍 집에 가 버리니까 그렇지."
"내일 무슨 일 있어요?"
"쟤 생일이래."
그 놈이 좀 떨어져 이쪽을 보고 있는 그 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요? 근데 왜 나하고 술을 마셔요? 저 아가씨하고 같이 마시지."
"너도 같이 마시자고. 다같이 아직 처량한 신세인데, 즐거운 날 한명이
라도 더 있는게 좋잖아."
"그래요. 내일 봐요."
"선물도 사 와."
"나 쟤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내가 좋아하니까."
참내, 나 너도 별 안 좋아해. 이렇게 말하려다 참았다. 그래도 학원에
서 친하게 된 몇 안되는 사람인데, 그리고 조금 힘든 삶에서 맞은 생일인
데, 축하는 해 죠야겠다. 뭘 사주지? 돈도 없는데...
그 둘이가 날 보며 웃어 주고 갔다. 웃어 주니까 좋네.
"내일 봅시다."
"그래요. 잘 가세요."
내 인사를 받아 주고는 그녀와 그 놈이 사라져 간다.
하숙 집안 냄새가 좀 그렇다. 생선 냄새 때문이리라. 거실 겸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참 오랫동안 그녀를 못봤다. 아침 먹고 그 후로는
계속 못 봤으니까. 그냥 들어 가려다가 아웅다웅해도 그녀 얼굴 한 번 보
려고 내가 왔음을 알렸다. 맞다, 밥도 먹어야 된다.
"저 왔습니다."
내 기대대로 그녀가 자기 방에서 나왔다. 자다 일어 난 모습이다. 학생
들 저녁 차려 주고 나서부터 잤었나 보다.
"이제 왔어요?"
"예."
기지게를 켜며 그녀가 하품을 한다. 긴 주름 치마에 조금 헝컬어진 머
리 모양, 별로 상류층 사람 같지가 않다.
"밥 먹어야죠."
"차려 주시게요?"
"언제 안 차려 준 적 있어요? 저도 아직 안 먹었어요."
"그럼 나중에 봅시다."
"그럽시다."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물론 집에 들어 왔으니까 씻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가 저녁에 학생들이 먹었던 찌개가 남은 큰 냄비가
아닌 작은 냄비에서 찌개를 떠 왔다. 감격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저랬으
니까. 반찬들 몇 가지와 밥 그릇을 놓고는 그녀가 앉았다.
그녀가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숟가락을 들다가 그녀를 뚜러지게
보았다.
뭔가 보였다. 복수할 기회다.
"안 먹고 뭐해요?"
"좋은 말 할때 빨리 세수 하고 와요."
"예?"
"눈꼽 있어요."
그녀가 세수하러 갔다. 안 간다고 그랬으면 더 놀릴 수 있었는데 아무
말 없이 세수하러 갔다. 난 그녀가 올 때까지 밥숟갈을 뜨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그녀가 물기 있는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한 말씀 하셨다.
"이제 먹읍시다."
아무리 저렇게 입고 있어도 상류층 인사가 맞는거 같다. 앞으로 그녀의
외모를 보고 자신감 갖고 그러지 말자.
"오늘도 찌개 나영씨가 끓였어요?"
"왜 맛이 없어요?"
"아니요.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요."
"내가 끓인 것 맞아요."
"생각해 보니 내가 오늘 점심을 안 먹었다. 그래서 좀 맛있게 느껴졌었
나 보다."
물론 또 국그릇을 두손으로 감싸고 말했지.
"내 부탁 안 잊었죠?"
"예. 몇 시까지 오면 되요?"
"열 한시 이전에만 들어 오세요."
"제가 그렇게 늦게 들어 온 적이 잦았나요?"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
"알았어요."
허 참, 내일 학원 그녀의 생일이라고 했었는데 어쩐다. 뭐 11시까지 들
어 오는 건데 뭐.
"양복은 있죠?"
"당연히 있지요."
"와이셔츠는 있어요?"
"당연히... 움, 참 있긴 있는데 내일 세탁소 갖다 주어야 겠다. 구겨졌
걸랑요."
말 하면서 밥을 먹으니까 밥맛을 잘 모르겠다. 그녀야 어짜피 조금씩
품위 찾아 가며 먹으니까 말을 하던 상관이 없는데, 나야 한 웅큼씩 퍼서
먹으니까 말을 하게 되면 상당히 불안하다.
"그거 나중에 저 주세요. 다려 줄테니까."
"다림질 할 줄 알아요?"
그녀의 표정이 몹시 불만인 듯 하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고마워요."
"예?"
또 내 말을 씹은 것인겨? 그녀는 꼭 불리하면 내 말을 씹는 것 같다.
"오늘 엄마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면서요."
"아닌데요. 그냥 가는 길에 같이 동행했을 뿐인데요."
"나중에 셔츠 꼭 내 놓으세요."
"알았어요. 참 여자들은 생일 선물로 뭐 받으면 좋아해요?"
"어? 내 생일 다가 오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
괜히 물었다. 모른 척 하는 것이 낫다.
"뭐 받고 싶어요?"
"음. 담에 가르쳐 드리죠. 내일 아빠 제산데 내 생일 선물 얘기하고 그
러고 싶지 않네요."
"그러세요. 그래도 여자들은 뭐 받으면 좋아할까요?"
"그때 치마 하나 사 줄까요,라고 물었었잖아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니만 여자냐? 그녀가 입고 다니는 저런 치마를 학원 그녀가 좋아할까?
그래도 학원 그녀 때문에 하숙집 그녀의 기분을 좋게 했나 보다. 설거
지 하면서 즐거운 음가락을 흥얼 거린다.
회사 퇴직하고 나서는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와이셔츠. 내 옷서랍을 열
어 보니 세 벌이 나왔다. 왜 서글픈 웃음이 나오냐. 개어진 채로 오랫동
안 있었던 탓인지 주름이 많이 가 있었다. 하얀 색으로 하나를 꺼내 이제
설거지를 끝 마친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
"제사 때는 하얀 색이 낫겠죠?"
"그래요. 뭐 와이셔츠가 색깔별로 있어요?"
"내가 작년에는 백수가 아니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때가 그리워요?"
"생각 안 납니다. 하여간 잘 다려 주세요. 그거 꽤 비싸게 샀던 걸로
기억하니까."
"내일 드릴게요."
"그러세요."
또 혼자 된 밤은 새벽으로 이름을 바꾼다.
아. 어느 먼지 낀 골방의 백열등 아래서 밥상을 펴고 초췌한 모습으로
폐병까지 걸려 가면서, 폐병은 빼자. 하여간 그렇게 글을 써야 하는데,
나는 깨끗한 하숙방에서 인버터 스텐드를 켜놓고 초췌하기는커녕 회사 다
닐 때 보다 훨씬 더 살이 찐 모습으로 책에 밑줄이나 긋고 있다.
담배 한 가피를 물었다. 어두운 방안에 그 불빛이 참 유혹적이다. 빨간
그 불빛. 주위를 밝게 하지는 못하지만 담배 불은 자신을 태우면서 참 붉
다. 꿈으로 미래를 유혹하자. 새벽이 깊으니께 별 말이 다 떠오르네.
"쾅! 쾅!"
오늘은 늦잠인가 보다. 방 문 두들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해님이 창
끝에 걸려 있다.
"일어 났어요."
밖으로 나왔다. 부침개 굽는 냄새가 참 좋다. 식탁 옆에 내 밥상이 차
려져 있었다. 밥 그릇 하나.
"나영씨는 밥 먹었어요?"
"네. 오늘은 할 일이 많아서 애들하고 같이 먹었어요."
"어머님은 병원 가셨어요?"
"네. 오늘은 오후에 저하고 같이 할 일이 많아서 일찍 가셨어요."
"제사 음식 만들려고 그러나 보네요."
"네."
대충 씻고 와서 밥상 앞에 앉았다. 냄새가 좋다. 그녀가 보지 못했던
전기 프라이팬을 식탁위에 꺼내 놓고 지금 부침개를 굽고 있다. 내 밥상
위에는 멀건 국과 풀들과 햄 조가리다. 고향에 계신 어무이, 나도 부침개
먹고 싶어요.
밥 숟갈을 들고 천천히 밥 공기를 비워 나가는 중이다. 냄새가 자꾸 나
를 유혹한다. 아... 그 모습을 보았는지 그녀가 물었다.
"부침개 만든 것 좀 줄까요?"
"아니에요. 제사 음식인데 제가 먼저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요? 그럼 빨리 식사 하세요."
쩝, 아침이라 그런지 햄 조가리가 맛이 없다. 고향에 계신 어무이, 진
짜 부침개 먹고 싶어요.
"줄 때 먹어요."
"괜찮다니까요."
아침부터 밥을 왜 이리 많이 준겨. 쩝. 입에 밥만 넣고 하숙집 그녀를
쳐다보며 어그적 씹었다.
"나영씨."
"왜요? 하나 드릴까요?"
"예."
맛있었다. 그녀가 만들었지만 맛있었다. 아니다 그녀가 만들어서 더 맛
있었다고 해두자. 하숙집 실내은 제사 음식 차리는 모녀의 모습으로 아름
답기도 하고 서글퍼기도 했다. 먹는 걸 보지 못하는 지아비의 상을 차리
는 아낙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래도 냄새가 너무 곱다.
"다녀 오겠습니다."
"일찍 와요."
그러지요. 부침개 얻어 먹기 위해서라도 꼭 일찍 오지요. 그렇지만 오
늘 하필이면 약속이 잡혀 있는 날이다.
학원을 가다가 여성 토털 패션점에 들렸다.
"뭐 보러 오셨나요?"
"치마요."
"사이즈가 어떻게 되요?"
"그거 꼭 알아야 되나요?"
괜한 질문을 했다. 근데 저 점원도 좀 띨빵하다. 내가 뭘 고르지도 않
았는데 그걸 먼저 물어 보는 것이 영 초보처럼 보였다.
"골라 보세요."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하숙집 그녀가 입으면 참 잘 어울리겠다 싶은
치마를 발견했다. 가격표를 봤다. 으아. 무슨 이런 천 조각이 이렇게 비
싸다냐. 참 난 지금 그녀의 치마를 사러 온 것이 아니다. 우리 학원 그녀
에게 치마는 도저히 선물 못하겠다. 치마 값이 다들 장난이 아니었다. 한
쪽에 진열되어 있던 작은 스카프를 하나 샀다. 이것도 어디여.
계산을 하고 토털 패션점을 나왔다. 근데 아까 본 치마를 우리 하숙집
그녀에게 선물 했으면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 내일 통장에서
돈을 좀 뽑지 뭐...
햇빛이 점점 더워 지고 있다. 오후 속으로 한 사내가 뛰어 가고 있다.
그 사내는 나지요. 하하.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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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9 관련자료:없음 18/18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2:01 조회:1298 추천:60
하숙 9
오늘 학원에서는 무슨 알지도 못하는 작가가 와서 강의를 했다. 그래도
작가라는 소리 때문에 유심히 들었다. 음, 그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구나,
근데 지금도 어려운 거 같아 보였다. 모양새가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잘나지는 않았다. 학원을 파하고 어두워지는 거리를 그 년,놈과 같이 걸
었다. 학원 그녀의 모습이 오늘 많이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에 짓는 모습이리라.
태어난 날을 축하 한다는 것은 세상에 나온 것이 축복 받을 일이라는
것이겠지. 그래 세상은 살아 볼만 한 것이다. 근데 지가 태어난 날도 아
니면서 놈도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둘이 사귀는 것 맞구만. 잘
하면 작가 부부 나오겠네. 술 먹으러 가자면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그 둘이가 들어 갔다. 첨부터 술 마시는 것이 부담 스러웠나? 한 테이블
을 차지하고 앉았다. 어쭈 그래 니 둘이는 나란히 앉는다 말이지. 혼자
않은 내가 좀 초라하다.
"주영씨 생일 축하해."
"고마워요."
둘이서 아주 잘 논다. 놈이 선물이랍시고 그녀에게 뭔 박스를 하나 떡
하니 꺼내 놓는다.
"뜯어 봐도 돼죠?"
"그럼요. 하하."
"어머 내가 갖고 싶어 하던 향수에요."
저새끼 분명 향수라고는 샤넬 no5 밖에는 모르는 것 같다. 향수는 아
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녀가 아주 그윽한 표정으로 향
수를 뿌려 맡아 본다. 괜히 한 번 물어 봤다.
"그거 얼마 짜리에요?"
놈이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좀 쪼잔한 것 같다. 그냥 웃지요,라는 것
도 모르냐.
"응. 십만원."
저 조그만 향수가 제법 비싸네.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저도 선물 하나 샀어요. 나에게도 관심 좀 가져줘요."
"그래요. 동엽씨도 감사."
"선물 주었으니까 밥은 공짜겠지요?"
"종석씨가 사준다고 했으니까 맛있는거 드세요."
그녀가 대답을 하면서 내 선물도 뜯었다. 놈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심
상찮다. 그래서 졸라 비싼 거 시키기로 결심했다.
"어머. 스카프가 참 예쁘네요. 감사해요."
"아저씨. 여기 티본 스테이크 둘하구요. 돈까스 하나 주세요."
놈이 아주 비겁한 표정으로 주문을 했다. 쪼잔한 놈아 사내가 돈까스가
뭐냐. 여자 사귈려면 돈이 많이 깨지는 거 이제 알았냐?
"전 미듐으로 해주시구요. 동엽씨는요?"
"전 팍 익혀 주세요. 그리고 밥으로..."
참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먹어 봤다. 우리집 그녀에게도 치마하나 떡 사
주고 스테이크나 얻어 먹어 볼까? 하하.
놈은 진짜 쪼잔한 새끼였다. 그 주영씨를 먼저 밖으로 내 보내고 날 슬
며시 불렀다.
"만원만 내."
"정말 너무 하네요. 여자한테는 십만원짜리 향수도 사주면서."
"야. 난 남자하고는 뽀뽀 안해. 나 돈 없어 진짜. 만원으로 스테이크
먹었으면 땡 잡은 거 아녀?"
"구천원 밖에 없는데요."
녀석의 의도를 알았다. 내 끝까지 감시하리라. 내가 그녀를 집까지 데
려다 주어야지.
밖은 어두워 있었다. 화려한 조명등 아래로 그것이 즐거운 듯 년,놈이
팔짱까지 끼면서 걸어 가고 있다. 좋아 보이기도 했다. 서로 감싸 주면
좋지 뭐. 그래도 오늘 둘이 뽀뽀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오늘 하숙집 제사
다. 나보고 일찍 오라고 했었는데... 그냥 집에 가 버릴까? 하숙집까지
여기서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소비한다 치더라도 한 시간 이상 어울릴
수 있겠다. 그래 놀다 가지 뭐.
그들이 이상한 술집으로 들어 갔다. 바도 있고 테이블도 있는 호프집인
지 칵테일 집인지 헛갈리는 좀 있어 보이는 술집이었다. 놈이 오늘 상당
히 무리 하는 것 같다. 내가 돈 낼 것 같냐?
으 좋다. 너네들은 호프 마셔라. 난 칵테일이다. 벌써 두잔을 비웠다.
그 좋네.
"생일을 축하합니다..."
놈이 그녀의 생일을 위해서 웨이터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신청했었다.
그녀가 즐거워 한다.
"아저씨. 이번엔 올드 패션드 한 잔 주세요. 주영씨 덕에 오늘 칵테일
많이 마셔보네요."
놈이 또 비겁한 표정을 지었다. 날 데리고 온게 잘 못이여. 어라. 그녀
도 이제는 나를 안 좋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어. 좋다.
이 칵테일도 맛이 괜찮다.
둘은 매일 보면서 무슨 할 말이 저렇게 많을까. 문득 시계를 봤다. 열
시가 넘었다. 앗!
하숙집 그녀가 생각이 났다. 오늘 제산데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급히 일어 섰다.
"왜 먼저 가려고?"
그녀를 쳐다 봤다. 홍조를 띤 모습에 옅은 미소가 베인 표정이 아무래
도 놈이 키스하자고 하면 해 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 해라. 나는
가야 겠소이다. 하숙집 그녀가 떠 올려지니까 무진장 집으로 가고 싶다.
술기운에 그들이 지금까지 먹었던 술 값 다 계산 해버리고 나왔다. 그
래 둘이 즐거운 시간 가지는데 내가 방해를 해서야 되겠냐? 내 오늘 기
분 좀 냈다. 내가 계산 한 줄이나 알까? 내가 나가는데 놈이 날 배웅하는
척 따라 나왔다. 아주 비겁한 표정으로 말이다.
"고마워. 둘이면 다소 초라할 것도 같았는데 네가 있어 주어서 좋았
다."
어라. 표정과는 다르게 아주 의외의 반응이다. 내가 계산 한 것을 알았
을까? 모를텐데...
"다음엔 둘이만 만나요. 보니까 이제 충분히 친해 진 것 같은데."
"그래. 하하. 잘 가."
시간이 촉박하다. 내 입에서 술 냄새가 나겠지? 큰일이다. 그녀에게 잘
못 보이면 밥도 없는데... 밥만 먹고 집에 오는 건데 잘못했다. 그녀에게
밉보이기는 싫은데...
동네에 와서 캔커피를 하나 샀다.
"아저씨 저한테서 술 냄새 나요?"
수퍼 아저씨께 물었다.
"그렇게 술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는데 냄새가 참 고약하다."
"이게 칵테일 냄새에요."
아무래도 냄새를 그녀가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까스로 하숙집 앞
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열 한시까지 십여분의 여유가 있었다.
"헉 헉!"
술먹고 뛰니까 참 힘들다. 술냄새가 나면 그녀가 실망 하겠지?
하숙집을 돌아 한적한 곳에서 그 아까운 칵테일 억지로 토해 냈다. 스
테이크까지 나왔다. 힘이 쫙 빠졌다. 허허. 왜 내가 그녀 때문에 이런 고
생을 할까? 모르겠다. 밥 얻어 먹을려면 어쩔 수 없다.
커피를 한 잔 들이키고 입을 씻어 내었다. 어허라. 긴 한숨 한 번 쉬고
하숙집으로 들어갔다.
"다녀 왔습니다."
그녀가 암말 않고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그리고 시계를 본다. 좀 못
마땅한 표정이었다.
"저녁은 먹었어요?"
"네."
"좀 씻어세요."
"그럼요. 집에 들어 왔으니까 당연히 씻어야죠."
뛰어 왔던 탓인지, 그녀의 다소 쌀쌀한 표정에 겁이 난 것 때문인지 내
이마에 땀이 많이 고였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고 그녀는 다 만든 음식들을 챙기며 하숙집 아줌
마의 방에다 대고 말했다.
"엄마. 이제 차려요."
다행히 술 냄새는 맡질 못했나 보다.
욕실로 가다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제삿상 차리는 모습을 보았다.
좀 미안했다. 모녀의 모습에서 괜히 미안함이 들었다. 일찍 들어와서 상
차리는 것도 도와주고 하는 건데...
"쾅!"
"누구세요?"
어라 이것들이 있으면서 내다 보지도 않는다 말여?
"옆방 형인데 좀 나와."
"왜요?"
"이 하숙집 제사상 차리는데 좀 도와 주고 해라."
"아까 상 차리는 거 도와 줄려고 했는데 아직 시간이 안되었다고 했단
말이에요. 병풍내리는 것 하고 다른 거 많이 도와 드렸어요."
으이씨 또 미안해 지네.
"그래. 고맙다."
"형이 왜 고마운데요?"
그래 왜 내가 고맙다고 말을 했을까?
여기저기 씻고 머리까지 감고 내 방으로 돌아 왔다. 현철이라는 애와
아까 내가 불러 낸 애 덕분인지 제삿상이 재빠르게 제모습을 찾아 가고
있었다. 문을 활짝 연 하숙집 아줌마의 방안에 여덟자 병풍이 드리워져
있고 그 앞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방에 들어와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차분한 노
크 소리였다.
"누구세요?"
"저에요. 와이셔츠 다려 났으니까 입으세요."
들어 올 줄 알았는데 그 말만 남기고 그녀의 다음 반응은 없었다. 문을
열어 보니 깨끗하게 다려진 와이셔츠가 방 문앞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제 그녀가 샀던 넥타이도 함께 있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넥타이를 집어 들며 멀뚱히 그녀가 들어간 방을 쳐다
보았다. 우리 하숙집 그녀가 너무나 고와서 오늘 밤이 서글프다.
까만 정장을 입고 방을 나왔다. 넥타이가 나에게도 잘 어울리나 보다.
그녀가 하얀 한복을 입고 서 있었다. 나에게로 와서 넥타이를 좀더 바르
게 매만져 주었다. 단정히 매만진 머리 모양으로 그녀가 참 이쁘다.
"고마워요."
"뭘요?"
그녀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맙다고 했다. 내가 술마시고 온
걸 알까.
또 좀 미안했다.
방에서 지금 그녀가 제사상을 마주하고 절을 하고 있다. 나는 그냥 옆
에 서 있을 뿐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방 한쪽 편에서 제사상을 보며 그저
앉아 있을 뿐이고, 아까 제사상 차리는 것을 도와 주었던 두 녀석은 방
밖에서 선채로 안을 들여다 볼 뿐이었다.
사람은 많은데 절을 하는 이는 여자인 그녀 하나 뿐이다. 왠지 분위기
가 초라했다. 그녀가 시집을 가면 허! 과연 저 제사상은 누가 차리며 또
누가 절을 할 것인가?
그녀가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는 것을 도왔다. 내가 술을 따라 주었다.
그녀의 모습이 엄숙하면서 슬프다. 옆에 앉아 그 모습을 보는 하숙집 아
주머니의 모습도 슬프다.
그녀가 또 절을 한다. 그리고 앉았다. 한 참 앉았다가 밥을 내 놓고 숭
늉을 올렸다. 그리고 또 한참을 앉았다. 나는 그저 그 모습을 보며 옆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일어 섰다. 그리고 다시 절을 올렸다. 내가 대충 안다. 이 절이
오늘 제사의 마지막 절인 것을...
멀쭘히 옆에 서있다가 그냥 나도 따라 절을 해 버렸다. 뭐 하숙집 아줌
마 보고 어머님이라 부르는데 못할 것도 없다. 여자랑 아무 상관없는 남
자랑 같이 절을 하는 것이 제사에서 많이 실례라는 것을 알지만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많이 안타까왔을까. 그냥 같이 해 버렸다. 내가 잘 못
한 것일까? 그녀가 절을 하고 일어 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하면 안되는 거에요?"
"네?"
"내가 절한게 잘못한 거냐구요."
"아니에요. 고마워요."
뭘 또 고맙냐.
아까 제사상 차려 주었던 두 녀석들이 지금까지 자지 않고 저기 서 있
었던 이유는 바로 제삿상의 음식 때문이었다. 제사 끝나고 그녀가
"너희들도 들어와 먹고 싶은 거 좀 먹어."
이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참 많이도 쌓여 있던 부침개들을 한웅큼 접시
에 담아다가 단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 말만 남기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차리는 거 못 도와 드렸으니까, 치우는 것은 도와 드릴께요."
"그러세요. 그럼 옷 갈아 입고 오세요."
"참. 이 넥타이 저 가져도 되는 거에요?"
"우리 집에 남자 넥타이 매는 사람 있나요."
"저 있잖아요."
"그래요. 가지세요."
그녀가 웃었다. 그래 웃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리는 그녀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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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36/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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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0 관련자료:없음 11/11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12:02 조회:1418 추천:61
하숙 10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절 두번 한 것이 힘이 들었을까? 뛰어
온 것 때문에 힘이 들었을까? 하여간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이 들고 싶었다.
잠자리에 드는데 떠 오르는 모습이 있었다. 바로 우리 하숙집 그녀다.
오늘 그녀의 모습이 조금 슬퍼 보였고 또한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버지께
절 올리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감동도 있었다. 그녀가 준 넥타이가 마음
속 좋은 의미가 되었다. 확 그냥 좋아 해버릴까 보다.
다른 날 보다 일찍 잠이 들었었지만 일어 난 시간은 평상시와 별 다를
게 없었다. 오늘도 그녀의 노크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밥 먹어요."
"몇 시에요?"
눈을 뜨지 못하고 일어나 정신이 없는 상태서 물었다. 10시라고 했다.
허허, 이 정도 시간에 그래도 아침을 꼬박 차려 주는 하숙집이 과연 몇이
나 될까? 예전부터 쭉 생각해 온 것이지만 하숙집 하나는 잘 고른 것 같
다.
그녀는 학생들이 아침을 먹고 난 식기들을 모두 설거지 한 다음 날 깨
웠다. 식탁 위가 깨끗한데 그녀는 오랜만에 작은 밥상 위에 아침을 차려
놓았다. 밥 그릇이 두개인 것으로 보아 오늘 그녀와 마주 보며 아침을 먹
겠다. 기분 좋다 뭐. 그녀는 가스 렌지 위에 국을 데우며 서 있었다.
제사 상에 놓였던 부침개들이랑 생선들이 밥 상위에 올라 와 있다. 어
제 제사상 음식들이 오늘 학생들 아침 식탁위에 놓여 졌다면 저런 모습으
로 존재할 수 없었을 텐데 신기하다.
천천히 걸어 상 앞에 앉았다. 아직 싱크대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잘 잤어요?
"그럼요."
"어머님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반찬 몇가지 만들고 국을 끓이시고는 조금 전에
다시 잠이 들었어요."
"오늘은 병원 안 가셔도 돼요?"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시겠데요. 의사가 매일 올 필요는 없다고 했나
봐요."
"좋아지시나 보네요."
"흠."
옅은 미소로 답하고 그녀가 국을 떠 가지고 와 상 앞에 앉았다.
"제사 음식을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던데."
"왜요?"
"아침에 학생들 반찬은 따로 했어요?"
"네. 제사 음식 싫어요?"
"아니요. 귀한 음식들인데 싫기는요."
"학생들한테 제사 음식 줄 수 있나요."
"그럼 저는요?"
"늦잠 잤잖아요. 그리고 동엽씬 절도 했구요."
"하하, 나영씨 아버님 제산데 제가 절한 것이 좀 걸리네요."
"괜찮아요. 여자 혼자 절한 것 보다는 낫죠 뭐. 근데 어떻게 절 할 생
각을 했어요?"
"그냥요."
"그냥? 그럼 기분 나쁘죠."
"그럼 아버님께 절 올리는 나영씨 모습이 고와서 그랬다고 생각하세
요."
그녀가 눈을 제법 크게 뜨고 날 한 번 쳐다 보더니 밥 숟가락을 들었
다.
"그랬어요? 혼자 절하는 내가 가엽게 보여서 절했다고 했으면 기분 상
했을텐데 내 모습이 곱다고 그래서 기분이 참 좋네요. 이왕 기분 좋게 해
준거 한마디만 더 해 주세요."
"뭘요?"
"그냥 축하해, 한마디만 해 주세요."
"왜요?"
"그냥요."
"그럼. 축하해요 나영씨."
"감사."
그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저를 들었다. 나도 들었다. 잘 먹겠
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그녀가 절 하는 모습이 솔직히 좀 가엽게
보이긴 했다. 우리 집안은 명절 날 큰댁에 가면 절하는 남자만도 일곱명
이다. 여자는 차례상 차려진 방에 들어 오지도 못하는데. 제사라고 시집
안 간 딸 자식 혼자서 절 올리는 모습이 어떻게 가엽지 않을 수 있겠는
가.
또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었다. 국도 다 마셔 버렸고, 그녀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속도대로 조금씩 똑똑하게 씹어가며 식사를 하고 있다.
지금 일어 서면 뭐라 그러겠지. 그래 상 들고 갈 때까지 그녀 앞에 앉아
있자. 드디어 그녀가 밥을 다 먹었다.
상을 들고 그 긴 주름 치마를 사박거리며 싱크대 앞으로 가는 그녀의
뒷 모습이 아까 그녀가 한 말 때문에 좀 가엽다.
그녀가 설거지를 하며 물 묻은 손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에 내려진 머리
를 쓸어 올린다.
그녀는 분명 예쁘다.
교사가 되었더라면 아침에 곱게 화장을 하고 정장을 입고선 학생들 속
으로 매일 외출을 하겠지. 저 정도면 분명 그녈 좋아하는 순진한 학생,
짖굿은 학생 참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치마하나 사줘야 겠다. 그런데
저렇게 수수해 보이니까 내가 그나마 말이라도 막 하지, 화장하고 좋은
옷 입고 하면 말 대꾸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맘 먹은 거
사 줘 버리지 뭐.
"나영씨!"
"왜요."
"허리가 어떻게 되요?"
"그건 왜 묻는데요."
"치마하나 사게요."
"예?"
"허리 사이즈를 알아야 치마 사 줄거 아네요."
"정말 내 생일 선물 사 주려고요?"
"예? 저번부터 무슨 생일 얘기에요? 나영씨 생일이 언제 인데요?"
"오늘이요."
그녀가 설거지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랜다. 무슨 아버지 제사 다음날 생일이냐. 아버님 돌아가시
고 난 다음부터는 저 여자 생일 축하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오늘
미역국 끓인 게 다인 것 같았다. 괜히 신경 쓰이네. 아까 그래서 축하해,
라는 말 해 달라고 했던 거였구나. 지금까지 봐왔던 그녀라면 '오늘 내
생일인데 뭐 없냐?' 이럴 줄 알았는데 의외다.
"진짜 생일이에요?"
"네."
"생일이면 뭐 약속 잡힌 거 있어요?"
"아니요."
"그냥 평상시처럼 지나칠 거에요?"
"그래야겠죠 뭐.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는 그냥 내 생일 없는
셈 쳤어요. 아빠 제사 다음 날 딸 생일이라는게 좀 웃기죠?"
"좀 웃기네요. 나영 씨 생일날 가족 전부가 많이 울었던 적이 있었겠어
요. 쩝."
왜 오늘따라 그녀가 자꾸 안되어 보이냐. 막 잘해 주고 싶어 진다. 그
녀는 그냥 웃다가 다시 싱크대로 고개를 돌렸다.
"허리가 얼마냐니까요? 내 봐둔게 하나 있단 말이에요."
"됐어요. 말이라도 고맙네요."
"진짜 사 줄게요."
"근데 왜 하필 치마에요?"
"치마 싫어요?"
"싫진 않지만. 동엽씨 수준으로 사 온 것을 입을 수 있을런지 좀 의문
이 드네요."
"예? 백수라고 보는 수준도 떨어 질거라 생각지 마세요. 섭하네."
"그래요? 예전엔 24사이즈가 맞았는데 요즘 좀 찐 것 같아서..."
뭐여. 지 허리 사이즈도 모른단 말여? 그건 그렇고 내게만 맘에 든 것
을 사왔다가 그녀가 맘에 안들어 안 입는다면 괜히 돈 낭비만 하는 거잖
아. 그녀하고 외출이나 해 볼까? 시장 같이 갈때도 기분 괜찮았잖어.
"같이 갑시다."
"어딜요."
"치마 사러."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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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1 관련자료:없음 17/17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22:19 조회:1273 추천:55
하숙 11
혹시나 그녀가 나하고 같이 나가기를 꺼려 하지나 않을까 조금 걱정했
던 것은 기우였다. 아주 당연한 듯 대답하는 그녀를 보면서 기분 좋아 해
야 할까? 기분 나빠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래 갑시다."
아까 그녀의 생일인 것을 모른채 축하해,라는 말을 했을때 지었던 미소
는 어디로 간 것일까.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다. 좀 기쁜 표정 지어 주면
어디가 덧나냐.
"언제 갈까요?"
"엄마 주무시니까 지금 가면 좋겠는데."
"그럼 준비하고 나오세요."
"그러죠. 나는 안 입으면 안 입었지. 싸구려는 싫은데."
"알았어요. 근데 그 주름 치마는 싸구려 아닌가?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이건 집에서 입는거잖아요. 그리고 이것도 싸구려는 아니에요."
머리도 감고 면도도 하고 학원 갈때 보다는 좀 나은 모습으로 나를 꾸
몄다. 그래 하숙집 그녀도 여자다.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설레며 외출복
으로 갈아 입었다. 지금 나가면 학원 가기전에 다시 집으로 들어 올 수
없을 것 같았다. 학원 갈 준비까지 겸해서 했다.
내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왔을 때 그녀가 젖은 머리를 말리며
욕실에서 나왔다. 아까 그녀의 모습과 변한 것이라고는 물기 묻은 머리칼
과 세수한 얼굴 뿐이다.
"벌써 나갈 준비 다 한 거에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남자들은 외출할 때 편하군요. 좀 기다려요."
그녀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십분 가까이 지났건만 나올 생각을 안한다. 치마 하나 사러 가는데
무슨 시간을 저렇게 오래 끄냐.
"나영씨!"
"조금만 기다려요."
방안에선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드라이기 작동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직 머리도 안 말렸나? 바깥 날씨가 좋아서 젖은 머리칼 하고 나가도 될
법 하다. 그냥 나오지.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은 지금까지 기다린 것 만큼 더 기다리라는 소리
였다. 에구. 그녀가 보통 외출할 때 저렇게 오래 시간을 끌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자기 생일이라고 그러나. 상당히 짜증나게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녀가 나왔다.
"이제 가요."
"네? 네..."
갑자기 기가 죽었다. 그녀가 진짜 공주가 되어서 나왔다. 내가 이 집에
하숙하기 시작한 후로 사개월 동안 보아 온 모습 중에 가장 예쁜 모습이
다. 여자는 진짜 꾸미기 나름인가 보다. 그녀가 이것 보다는 좋은 걸로
사 달라,라고 암시하는 좋은 원피스를 입고 있다. 큰일이다.
"안 가요?"
"예? 그래 갑시다."
정오를 갓 넘긴 초 여름의 날씨의 늦봄 색깔은 화려했다. 옆에 공주가
걷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콘크리트가 대부분인 이동네에서 간혹 비치는
초록빛이 내리는 햇살처럼 곱다. 오늘 햇살은 초록빛이다.
저번 시장 갈때의 기분과는 짐짓 다르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꾸미고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요? 예뻐 보여요?"
"예."
"이렇게 꾸미려면 얼마나 귀찮고 불편한 줄은 줄은 모르죠?"
"그래도."
"안돼요. 안 그래도 나 좋아하는 사람들 많아서 걱정인데."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이번에는 그래도 드러낼 만 하다. 내 모습이 지
금 어떨까 괜히 신경이 쓰인다.
"봐 둔 거 있다면서요?"
"네."
"어디 가는데요?"
"다왔어요. 저기 옷 집 보이죠?"
"꽤 괜찮은 메이커네요. 근데 백수가 돈이 어딨다고..."
"나 작년까지 백수 아니었다고 했잖아요. 자꾸 백수 그러지 마요."
"진짜 저기서 사 주려구요?"
"으흠."
그녀가 같이 있으니까 어제 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그 토털 패션점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제 보다 점원이 한 명 더 많다. 어제 나에게는 저렇게 꾸벅 절 하지
는 않았는데 그녀와 같이 들어 선 오늘은 좀 무안하게 점원 둘이서 절을
했다.
나는 좀 무안한 듯이 들어 갔지만 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들어섰다. 역
쉬.
"뭘 찾으세요?"
오늘은 점원이 제법 질문다운 질문을 했다. 그냥 그녀 옆에서 손바닥을
펼쳐 보인 채 그러니까 내가 고르겠다,라는 식의 답변을 한 다음 어제 본
그 치마가 걸린 곳으로 갔다.
"이쪽이 올해 신상품들이에요."
그녀가 날 쳐다 보며 물었다.
"어떤거에요? 봐 두었다는 것이."
치마들이 걸린 곳을 뒤져서 어제 봐 둔 치마를 찾았다.
"이건데요."
"의외네요. 동엽씨가 고른 것 치곤 상당히 괜찮네요. 색깔이 참 곱다."
그녀가 내가 고른 치마를 만지작 거리며 살펴 본다. 가격표를 보더니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눈동자를 돌린다.
"왜요?"
"좀 비싸지 않나요?"
"싸구려는 안 입는다면서요."
"고맙긴 한데 무리하지 않나 해서요."
"괜찮아요. 한 번 입어봐요."
"네? 이건 투피스 용 스커트인데. 나 지금 원피스 입고 있잖아요."
그녀의 옷차림을 보니까 저 치마를 입을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그러
면 위가 허전하겠다 싶다.
"이 스컷에 맞는 브라우스랑 자켓을 같이 드려 볼까요?"
우리 옆에 있던 점원이 말했다.
"아니 뭐. 동엽씨 그냥 다른 거 사줘요."
그럴까? 근데 저 치마가 참 곱긴하다. 그녀가 입었음 하는 맘이 막 생
긴다. 이왕 사주기로 했는데... 같이 입어 보고 치마만 사주면 되지 뭐.
"줘 보세요. 입어 봐요. 뭐 어때요."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그녀가 피식 한 번 웃고는 점원에게 자기 치수를 말했다. 그리고 점원
이 가지고 온 옷가지들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 갔다.
"카드 되죠?"
"그럼요."
그녀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지갑을 훔쳐 봤다. 현금이 충분히 있을 리
없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뒤에 그녀가 아까보다 더 큰 나라 공주가 되어서 나
왔다.
"정말 잘 어울리네요."
잘 어울리긴 한데. 점원아 그렇게 팔고 싶은 티를 내면 안되지.
"동엽씨 괜찮아 보여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졸라 이쁘요.그러고 싶었지만 뒷 일을
생각해서 고개만 끄덕거렸다.
"치마만 팔죠?"
"네."
그녀가 거울을 보며 옷 맵시를 살피는 동안 점원에게 속삭이 듯 물어
보았다.
"애인인 것 같은데 이왕이면 같이 사 드리세요. 어떻게 저렇게 입혀 놓
고 치마만 사줄 수 있어요? 나 같으면 그러지 않겠다."
니가 사주냐? 그렇지만 점원 말이 맞긴 하다. 하지만 또 애인 사이는
아니다.
또 하지만 그녀가 입었던 옷을 딴 사람이 사가게 하기도 그렇다.
"다 얼만데요?"
"속닥 속닥."
씨이. 뭐 그리 비싸요. 바가지 아녀? 그렇게 외치고 싶을 정도로 가격
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녀가 나를 보고 섰다. 웃는 표정이 입고 있는 옷이 상당히 맘에 들어
하는 것 같다.
"맘에 들어요?"
"네."
미소 지으며 그녀의 표정이 참 보기 좋다. 아까 뭐 치마 하나 값이 너
무 비싸지 않나,할 때의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다. 지금 입고
있는 것 중에 하나라도 뺏으면 상당히 열 받을 것 같다.
"그럼 그걸로 사죠 뭐. 인제 갈아 입어요."
그녀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계산을 했다. 아하. 학원비를 뺀 내 한달
생활비가 기분따라 날아 갔다.
그녀가 다시 나왔다. 입었던 옷을 반듯하게 감싸고 나왔다. 그녀를 보
며 씩 웃어 주었다.
"애인이 기분파시네요. 오늘 무슨 날인가 보죠?"
점원이 그녀에게 옷을 받으면서 물었다. 그녀가 입을 열려고 했다.
"애인 사이 아니에요."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칫.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그녀가 계산대로 오면서 내게 살며시 말을 건넸었다.
"나영씨가 말하기 전에 먼저 말한 것 뿐이에요."
"내가 언제 그런말 하려고 했나요? 하여간 고마워요."
점원이 종이 가방에 그녀의 옷을 넣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의
아해 하며 물었다.
"그걸 왜 다 넣어요?"
"이거 남자분이 다 계산했어요."
그녀가 약간 감격스러운 듯 한 표정을 짓더니 삭막한 말을 했다.
"미쳤어요?"
"왜요."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백수라서요?"
이 말은 괜히 했다 싶다. 점원이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그
녀도 일단 말하던 걸 멈추고 점원이 주는 옷가방을 받았다. 그리고 이상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일단 밖으로 나갔다.
"동엽씨 아무에게나 이렇게 돈을 막 써요?"
그녀가 나오자 마자 한 소리다. 사주고 이런 소릴 들어야 하나 참 의문
이 든다. 언제 내가 아무 여자에게나 이런 거 사주는 거 봤냐고 묻고 싶
다. 나도 왜 그걸 다 샀는지 많이 헷갈리니까 자꾸 그러지 마요.
"왜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합니까?"
"치마 하나만 해도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는데."
"자꾸 그러지 마요. 사주고 싶으니까 사주었지."
"근데 내가 이런 거 받을 정도로 동엽씨에게 의미가 되는 존재인가요?"
그건 좀 그렇다. 단지 하숙집 딸과 거기 사는 하숙생 사일 뿐인데 내가
좀 무리를 하긴 했다. 아무래도 내 맘 속에 잘 알지 못하는 무언가 있는
것 같다.
"그거 받아서 싫어요? 뭐가 그리 궁금합니까? 그냥 좋으면 되지요."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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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52/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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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2 관련자료:없음 19/19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22:19 조회:1188 추천:51
하숙 12
내가 사준 선물이 부담스럽다고 말했으면서 그 옷가방을 좋은 표정으로
들고 그녀가 내 옆에서 걷고 있다. 저번에 시장 봤던 것은 나보고 다 들
게 했으면서 그 옷가방을 나보고 들어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목적지도
없이 걸었다. 해는 정점을 지나서 내 오른쪽 어깨 너머로 지고 있다. 그
냥 이렇게 걷는 기분은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아직 학원 갈 시간이
제법 남아 있다. 그녀와 좀 더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학원 갈 시간 다 되지 않았어요?"
그녀가 길을 걸으면서 조용히 묻는다. 지금 헤어진다면 한 시간 가까이
나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이 여자가 내 마음을 몰라주고 집에 갈
것 같은 의미의 말을 던졌다. 날씨도 좋고, 마음따라 그녀가 예쁘고 그녀
따라 마음도 예쁜데 그냥 같이 마냥 걷고 싶은데 그녀는 집에 갈 모양이
다.
"왜요? 들어 가려구요?"
"네?"
"아직 조금 여유가 있는데 나영씨 집에 가고 싶으면 가요."
"애인 없는 이유가 참 많구나."
"뭐요?"
"학원이 여기서 멀어요?"
"넉넉하게 한 시간 잡으면 충분하죠."
"학원 몇시부터 시작하는데요?"
"네시부터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여덟시까지 계속 하는거에요?"
"네? 끝나는 시간은 어떻게 아세요?"
"동엽씨 보통 빨리 오면 아홉시 가까이 되어서 오잖아요. 계산하면 쉽
게 나오네 뭐."
"중간에 한시간 시간이 비어요. 듣는게 두개라서."
"네시면 집에 오면 다섯시... 그리 늦진 않겠다."
"뭘 계산하는거에요?"
"선물을 받았으니 식사 대접 정도는 해야죠. 여기서는 아무래도 불안할
테니까 동엽씨 학원 근처에서 먹어요."
"나 배 안고픈데요."
"제가 고파요."
누가 자기 공주 아니라 할까봐 자기 맘데로 날 학원 앞으로 한시간도
넘게 빨리 가게 만들었다. 그 괜찮습니다. 지가 가자고 그러는데 굳이 말
릴 필요가 있겠나. 갑시다 그럼..
그녀와 같이 지하철을 탔다. 비좁지는 않으나 앉을 자리가 없는 지하철
내에서 그녀와 문앞에 섰다. 지하철 안에 뭐 그렇게 구경할 게 있다고 그
녀는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 모습.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무
표정이다. 나에게 시선을 잘 주지는 않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 무표정의
사람들 보다는 훨씬 밝아 보인다. 창에 비치는 내 모습도 오늘은 표정이
있다. 그녀를 쳐다 볼때면 맺히는 미소가 보기 좋다.
학원 앞으로 왔다. 생각보다 동네가 흐름하죠? 여기서 공주가 식사할
만한 식당을 찾기가 어려울 거다. 나는 배가 솔직히 고프지 않다.
"저기 보이는 학원이에요?"
"네. 생각보다 작죠?"
"그렇네요."
내 묻는 성의를 봐서라도 괜찮아 보인다 그러면 어디가 덧날까? 괜히
내 처지가 초라해 보일까봐 그녀에게 저 학원에 다니는 나를 변명했다.
"내 실력이 쌓이면 방송국에서 모집하는 방송 아카데미에 도전해 볼 거
에요. 거기서 정식으로 작가 수업을 받을 겁니다."
"열심히 하세요."
"네. 그건 그렇고 밥 사줄거에요?"
"근데 여기 별로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네요."
그래 그말 나올 줄 알았다.
"저 배 안고파요."
"밥 먹기 싫어요?"
"지금은요."
"그럼 조금 이야기나 하다가 가야 겠네요."
"그러세요."
"그래도 비싼 선물 받았는데 미안하네요."
"괜찮아요."
"어디 이야기 할 만한 장소 있어요?"
"예? 어디를 말하는거에요?"
"커피숖이라던지 아니면 다른 이야기 하기 좋은 곳?"
"여기는 주점들이나 포장마차같이 술 마시는 곳이 주류라."
집에서도 이야기 자주 하는데 꼭 인위적인 이야기 할 장소를 찾아야 하
는 것일까? 하늘 해 묻은 색깔이 좋았다. 햇살아래 있는 그녀의 모양새도
좋았다. 굳이 커피숖 같은 곳에 이 시간의 몸을 맡기기가 싫다. 이렇게
같이 외출을 했는데 그냥 오후의 하늘속에 구름이 흐르면 그 아래서 그녀
와 자연스런 이야기나 했으면 좋겠다. 학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강이 흐
른다. 그리고 강 가에는 앉을 곳이 많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괜찮을
듯 싶었다.
"어디 아는 데 없어요?"
"강가에 갈래요? 여기서 멀지 않아요."
"강가에요?"
"그냥 강둑에 앉아서 강 건너 서울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시간 별로 없잖아요."
"뭐 그리 오래 있겠어요."
"그래 갑시다."
강가는 하나의 큰 공원이었다. 저기 멀리 여의도가 보인다. 육삼 빌딩
의 색깔이 많이 금빛을 띠고 있다. 오후가 짙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강바람이 참으로 시원하다. 곳곳에 심어놓은 유채꽃들은 남보다 늦게 핀
것들을 제외하고는 그냥 파란 줄기와 잎들로만 치장되어져 있다.
팔은 왜 벌리냐? 그녀가 내 옆에서 걷다가 꼭 배우처럼 바람을 맞으며
팔을 벌렸다. 거기서 한 바퀴 돌아보면 진짜 영화 장면 같겠다. 진짜 돌
려고 했다. 돌려다 들고 있던 옷가방이 날려 내 얼굴을 때렸다. 그러지
않았다면 한바퀴 돌았을 것이다.
"어머 미안해요. 안 아파요?"
"안 아파요. 대신 좀 쪽팔리네요."
좀 무안할 거다.
걸었다. 학원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쪽으로 제법 걸었다. 걷다 보니까
작은 가게가 있는 간이 건물이 보였다..
"저기서 아이스크림이나 사서 강둑에 앉아 볼까요?"
신났구만. 가게를 보며 달려가는 그녀를 뒤에서 천천히 따라갔다. 오늘
잘 데리고 나온 것 같다. 생일날인데 집에 있었으면 솔직히 좀 속이 상했
겠지. 게다가 누구 하나 자기 생일이라고 축하 한마디 없었으면 더 그랬
겠다 싶다.
작은 파도가 찰싹 찰싹 때리는 강둑은 앉기에 좋았을 뿐더러 깨끗했다.
지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야기가 오고 가기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
고 고개를 멀리 하면 건너 편에 우리 처럼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작
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내 옆에 제법 밀착해서 앉았다. 뭐 내 방에
서도 그러는데 확트인 여기서 좀 붙어 앉는다고 이상할 게 있겠냐.
"드세요."
포장지를 뜯어낸 메롱바를 그녀가 건넸다.
"콘은 없었어요?"
"있었는데."
"난 콘이 더 맛있던데."
"주는데로 먹어요."
분위기도 모르는 여자다. 영화 같은데 봐라. 연인끼리 강둑에 앉아서
콘 먹는 거는 봤어도 메롱바 먹는 꼴은 한번도 못봤다. 하기야 뭐 니하고
내하고 연인사이는 아니지.
오고 가는 이야기는 예전에 한 번쯤 했음직한 얘기였지만 강이 흐른 만
큼 시간도 흘려 보냈다. 해가 멀리 보이는 육삼 빌딩 꼭대기에 걸렸을 정
도로 기울었다. 시계를 봤다. 네시 사십분. 뭐여?
"나영씨?"
"왜요?"
"나 학원 갈 시간 지났걸랑요."
"어머, 그래요? 몇신데요?"
"네시 사십분이요."
그녀가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나와는 상관이 없었다.
"정말 그렇네. 나 애들 저녁 차려야 되는데."
"지금 가서 차릴 수 있을래나? 어머님이 차릴까요?"
"그럴거에요. 그러면 안되는데..."
내가 학원 못 간 것은 안중에도 없구먼.
"지금 급히 가서 차리면 일곱시면 애들 저녁 먹일 수 있겠네요."
"아니에요. 제가 없으면 분명 엄마가 차릴거에요. 엄마 혈압이 불안정
해서 힘든 일 하면 안된다 말이에요. 어디 전화 할 때 없어요?"
"저기 아까 가게 옆에 공중 전화 있던데..."
그녀가 일어서 공중전화를 찾아 떠났다. 옷가방은 끝까지 손수 사수하
는 구만. 나도 일어서 그녀에게로 갔다. 오후가 깊어 가면서 가게 옆의
고수부지에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 들어 있었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전
화기에다 대고 뭐라 말하고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 갔다.
"엄마 절대 식사준비 하지 마세요. 지금 집에 누구 없어요?"
"..."
"그럼 현철이 좀 바꿔 주세요."
"..."
"응. 현철이니? 누난데. 오늘 일이 있어 저녁을 못 차렸다. 미안해."
"..."
"나는 일이 없니? 쪼그만한게 뭘 그리 묻냐? 하여튼 오늘 저녁은 중국
집에서 시켜 먹어라. 애들 보고 그렇게 말해줘."
"..."
"그래, 내일은 맛있는 거 해줄게. 고마워."
그녀가 전화를 끊고 나를 쳐다 본다.
"저녁 그냥 포기한거에요?"
"여기 왜 왔어요?"
"안가요?"
"동엽씨 학원 갈 시간 지났고 또 중간에 한시간 빈다면서요. 내가 가면
동엽씬 뭐해요?"
저게 날 배려하는 말일까? 아니면 자기 놀려고 아예 날 학원 못가게
처음부터 계획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까 앉았던 자리로 도로
돌아갔다. 가면서 그녀가 어떤 꼬맹이가 산책시킬려고 데리고 나온 개새
끼를 보더니 그 앞에 앉아 그 개새끼를 쓰다듬었다. 꼬맹이는 한 일곱 여
덟살 남짓 되어 보였다.
"강아지 한 번 안아 봐도 되니?"
"네 그러세요."
그녀가 강아지를 안아 나를 보며 웃는다. 허허.
"개 이름이 뭐니?"
참 친한척 한다.
"아임에프요."
꼬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 참 우습다. 아임에프 된지 육개월여만에 개새
끼 이름에도 아임에프가 등장할 줄이야.
"호호!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니?"
"울 집에 노는 삼촌이 있는데 그 삼촌이 그렇게 지어 주었어요. 울 삼
촌이 저 아저씨 하고 닮았어요."
야이 씨. 왜 가만 있는 날 끼워 넣냐?
"그래? 삼촌이 잘 생겼니?"
그녀가 나를 돌아다 보며 재밌다는 듯 호호 거렸다.
"아니요. 나는 잘생겨 보이는데 울 할머니가 맨날 삼촌보고 못난놈, 못
난놈 그러시는 걸 보면 못생겼나봐요."
"동엽씨 들었죠?"
뭐여.
"개가 무슨 종류니? 털이 참 복슬하다."
"포메라이언인데요. 가끔씩 마루 닦을때 걸레로도 써요."
새끼 똑똑하네. 나는 발음하기도 어렵겄만...
"호호."
"누나 참 예쁘네요. 우리 아임에프가 참 좋아 했겠다."
꼬맹이 녀석이 상당히 끼가 있어 보였다. 나중에 여자 여럿 울릴 것 같
다. 내 나이 곧 서른이지만 그런 말 잘 못하는데...
"안녕."
그녀가 꼬맹이에게 인사를 하고 뒤에 서서 개새끼를 한 마리를 놓고 이
야기 하던 어떤 여자와 꼬맹이를 쳐다 보고만 있던 나에게로 돌아 섰다.
"개가 좋아요?"
"아니요. 꼬마가 귀여워 보여서 그랬던 거에요."
그렇게만 답하고 그녀가 강둑으로 갔다. 어짜피 다음 수업 들을 때까지
는 그녀와 있어야 하는 거 아까 못했던 이야기나 계속 하자. 그녀가 먼저
가 앉아 있는 옆으로 가서 앉았다.
하늘 한쪽은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혼자라면 참 초라하게 느끼게
할 것 같은 바람이 분다. 물결 소리가 그 바람소리 보다 크게 들린다.
"노을이 예쁘죠?."
그녀가 한참이나 출렁이는 강물을 보며 아무말이 없자, 따로 할 말이
없어서 노을 얘기를 했다.
"물속에도 맺혔네요."
갑자기 얘가 왜 분위기를 가라 앉히며 말하냐?
"물결이 살이 많이 쪘네요."
나도 글공부 하는 사람으로서 이정도 비유야...
"흠. 저 물살이 조금 더 살이 쪄 둥글면 꼭 무덤 같겠다 그죠?"
"네?"
왜 비유를 그런 곳에다 하냐.
"우리 아버지는 무덤이 없어요."
"그건 무슨 말..."
"급하게 돌아가셔서 묫자리 써놓은 거 없어서, 묫자리 돌 볼 아들하나
없어서 우리 아버지 그냥 화장시켜드렸어요. 그리고 저 한강 상류에 흘려
보냈어요."
어제 참 그녀 아버님 제사였지. 돌아 가신지 제법 되었는데 아직 저러
는 걸 보면...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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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53/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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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3 관련자료:없음 10/10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22:19 조회:1143 추천:50
하숙 13
그녀가 꺼낸 말로 난 오랫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이 밝지
않고 노을에 기대어 무언가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배워 본 적도 없고
괜한 말로 분위기 더 가라 앉힐까봐 아무 말도 못하겠다. 노을이 땅 아래
로 사라 질 때까지 그녀의 옆에 앉아 만 있었다.
"지금 몇 시에요?"
그녀가 주위가 어두워 지자 입을 열었다.
"일곱시 십분이 좀 넘었네요."
시계를 보며 답을 해준 나는 깜짝 놀랐다. 학원 두번째 수강도 포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요."
아까와는 달리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당한 것 같기도
하고 홀린 것 같기도 하다.
"어디를 가는데요? 나는 이제 학원 못가요. 집에 가면 같이 갑시다."
"이제 배 고파요?"
"조금."
그래서 난 그녀와 밥을 먹으러 갔다.
학원 반대 방향으로 강을 따라 쭉 내려 와서 좋은 집들이 많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오늘 걷는 것도 참 많이 한다. 걸으면서 이렇게 시간이 잘
가는 것은 그녀가 옆에서 걷고 있기 때문일까?
버젓한 식당 참 안 보였다. 저녁으로 패스트 푸드점에서 햄버거랑 치킨
튀김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기
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어야 했다. 그 패스트 푸
드점 이층 한쪽에서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그래도 들렸나 보다.
옆에 앉아 있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처녀들이 날 보며 비웃었다. 내 노래
는 무시하고 우리쪽을 쳐다 보는 그 처녀들에게 답례 해주는 그녀의 모습
은 분명 공주 같았다. 내 모습은 시종이었겠지 뭐. 근데 왜 내가 그녀의
부탁을 받고 그대로 해 주었을까. 아까 강을 보며 숙인 그녀의 모습이 슬
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웃음을 띠우게 만들었으니 쪽팔렸지만 기분은
괜찮다.
"노래 참 못 부르네요."
불러준 성의를 봐서라도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하면 아무래도 편찮나 보
다.
"에이씨..."
"고마워요. 오늘 동엽씨 덕에 오랜만에 생일 축가도 들어보고 기분 참
좋네요."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하숙집 동네로 돌아 왔다. 학원을 빼먹었지만 오늘은 다른 날 보다 기
억에 많이 남는 일을 한 것 같다.
하숙집으로 그녀와 함께 들어섰다. 마침 마루에 나와있던 학생 한 녀석
과 마주쳤다. 꼬아보는 투가 맘에 안든다.
"누나 오늘 참 예쁜 모양으로 외출하셨네요."
"그래, 오늘 저녁 못 차려 준 것은 미안하다."
나는 그 둘이 말하는 틈을 타 그냥 내 방으로 들어 가려고 했다.
"형하고 누나하고 어떻게 같이 들어와요?"
"만났지 임마."
그렇게 말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 서려 했는데 그녀가 뒤에서 소리쳤다.
"동엽씨 오늘 고마워요."
뭘 그렇게 꼬아 봐 임마. 나와있던 녀석의 눈초리가 아까 보다 더 맘에
안들었다.
방에 들어서 옷을 갈아 입고 누웠다. 오늘 학원을 빼먹었기 때문에 뭔
가 불안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해야 할 일도 분명 있을텐데 아
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냥 누웠다. 오늘 일을 생각 좀 하다가 그냥 히
죽거렸다. 천정의 형광등 불 빛이 오늘은 왜 저렇게 곱냐.
잠에서 깨어 보니 천정이 아직도 하얗다. 창밖이 밝아 오고 있다. 그냥
히죽거리다 잠이 들었었나 보다.
불을 끄고 다시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내 꿈꾸는 생활에 기
분 좋은 것이 하나 스몄다. 만약에 잘 되면 내 그려지지 않던 미래가 너
무나 핑크 빛일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좋아진다. 그래도 아직은 너무
많은 꿈을 꾸기에는 이른 것 같다.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한숨이 나오다가 또 히죽 웃게 되다가
마음에 변화가 많이 생기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이 참 좋다. 밖에서 인기
척 소리가 났다. 그녀가 지금 아침을 차리나 보다. 괜히 할 일도 없으면
서 나가 보았다. 싱크대에 앞에서 그녀가 쌀을 씻고 있다.
"어, 왠일이에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그냥 일찍 일어 났어요."
그녀가 밝은 표정이다. 식탁에 앉아 보았다.
"거기 앉아 있을려구요?"
"왜요. 싫어요?"
"싫긴요."
"물 한컵만 줘요. 아우웅."
이 시간에 하품 하는 것이 얼마만이냐. 오늘 하품은 귀한 것이다. 그녀
가 내 모습을 귀엽게 쳐다 보더니 쌀을 씻다 말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손수 따라 주었다. 공주에게 물받아 먹으니까 느낌이 참 묘하네. 컵을 잡
은 그녀의 손이 아름답다. 확 한번 잡아 볼까 싶다. 아침부터 맞긴 싫다.
"할 일 없어요?"
"네."
"아침에 콩나물국이 참 좋겠죠?"
"괜찮겠네요."
내 그말과 동시에 그녀가 아직 다듬지 않은 콩나물 한 접시를 내 앞에
가져다 주었다. 쩝.
아침을 그녀와 함께 했다. 그녀는 밥을 짓고 나는 콩나물을 다듬고. 싫
지 않은 아침 풍경이다.
오랜만에 학생들과 같이 아침을 먹었다. 어제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냈던
녀석이 하숙집 그녀와 데이트 했다고 날 놀리다 그녀한테 얻어 터졌다.
"형한테 놀렸는데 누나가 왜 그래요?"
"데이트 좀 하면 어떻니?"
"그래 임마 데이트 좀 하면 어때."
"어제 그게 무슨 데이트에요."
허허 여자들의 심리는 참 오묘한 것 같다. 밥을 먹고 있는데 주인 아줌
마가 나오셨다. 모습이 괜찮아 보이신다.
"요즘 우리 딸래미 음식 솜씨가 좀 어떻니?"
"많이 좋아 졌어요.""괜찮아요."
"어머님 따라 갈려면 많이 멀었어요."
나말고는 다들 좋은 대답을 해 주었다. 주인 아줌마는 학생들을 보며
포근한 눈빛을 지으시고는 끊인 국을 한 번 맛 보시더니 다시 방으로 들
어 가셨다.
흠 다시 예전으로 돌아 온 모습이다. 밥을 먹고 나서 방으로 들어 오다
하숙집 풍경을 한 번 돌아 보았다. 제사가 끼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변화가 있었던 분위기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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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54/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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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4 관련자료:없음 15/15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8 22:20 조회:1140 추천:53
하숙 14
몇 일을 보냈다. 학원 생활도 변화가 없었지만 그녀의 생일 이후 내 하
숙 생활에도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쾅,쾅 거리며 노크하는 그녀,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노라면 계속 놀리는 투의 말씀들. 그래도 괜찮다. 살 만
하다. 안주해서는 안되겠지만 분명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생활들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무얼할까? 하숙집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이나 할
까? 야구장에 그녈 데리고 가면 괜찮을 것 같다. 예쁘게 차려 입은 그녀
의 모습과 나란히 야구 경기를 보면 야구 경기가 정말 신날 것도 같다.
비록 좋아하는 팀은 다르지만 그녀와 아웅다웅하는게 이제는 좋다. 참 내
가 사준 옷을 그녀가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럴까?
아침에 눈을 떠 이불 맡에 앉아 오늘을 생각했다. 아직 쾅,쾅 되는 노
크가 없다. 시계는 열시를 거의 가리키고 있었다. 쾅,쾅 거릴 때가 되었
는데.
"쾅,쾅."
그녀도 양반은 못 되겠다.
"나가요."
추리닝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갔다. 나를 위 아래로 쳐다 보는 그녀의
시선이 오늘은 다른날과 좀 다르다. 내 밥은 식탁위에 차려져 있었다. 밥
그릇이 하나 뿐이다.
"나영씨는 식사 했어요?"
"네."
허, 좀 아쉽다. 아침에 그녀와 마주하며 밥 먹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아
침을 즐겁게 해주는 활력소였는데 오늘은 나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이 아쉽다. 그래도 뭐 그녀가 같은 집에 있는데 또 모르지 내 옆에 청아
하게 커피잔을 들고 있을지.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럼요."
"아무리 집에 있어도 외모에 신경 좀 쓰세요."
"왜요?"
"내가 편해요?"
"네?"
"아니에요."
그녀가 오늘 진짜 날 보는 시선이 다르다. 무슨 일이 있나.
"참 나영씨."
그녀가 주방에서 남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왜요?"
"오늘 시간 있어요?"
"그건 왜요?"
"아니 할 일 없으면 야구나 보러 가자구요. 오늘 마침 잠실에서 오비랑
엘지가 경기를 하데요."
"시간 없어요. 오늘 약속이 있네요."
"그래요? 그럼 뭐."
요즘은 어디론가 혼자 나가던 외출도 잘 안하고 집에만 있는 여자가 오
늘같이 필요로 할 때는 꼭 약속이 잡혀 있냐. 튕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빨리 드세요."
"빨리 먹고 있잖아요."
그녀가 설거지를 끝마치고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굼뜨게 밥 먹고 있는
나에게 빨리 먹으라 재촉을 했다.
진짜 약속이 있나보다.
"나 조금 있다 나가 봐야 되요."
"내가 먹은 건 내가 설거지 할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럼 나 내 방에 들어 가도 되요?"
"그러세요."
쩝, 그녀가 방으로 들어 가 버렸다. 오늘 뭐 할까? 하기야 뭐 보통때
보다 몇 시간 더 집에 있으면 되는 것인데 고민하는 것 자체가 배부른 짓
이다. 재미없는 비디오나 빌려서 내 구성 실력이나 배양해야 겠다.
밥을 다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나왔다. 아주 공주가 되어서
나왔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절로 떠 올랐다. 이년이 어딜 가는데 이렇게
차려 입고 나오는겨 ?
옷이 좀 낯이 익었는데 못 보던 것이었다.
"어디 가세요?"
"음."
그녀가 내 말을 듣고는 자기 옷 맵시를 내려 본다. 저 태도는 자기 모
양새가 어떤지부터 물어 달라는 표현이겠지.
"참 예쁘네요. 옷이 참 잘 어울려요."
"좋아 보여요?"
"못 보던 옷이네요."
"참내, 저러니 여자 친구가 없지."
"왜요?"
"이거 동엽씨가 사준 거에요."
그래 이상하게 못 보던 옷인데 낯이 익다 싶었다. 잘 사주었네. 근데
저걸 입고 어딜 가는겨.
"어디 가는데요?"
"안 가르쳐 줄래요."
"일찍 들어 오는 거에요?"
"그건 모르죠."
"남자 만나러 가요?"
"내가 남자 만나러 간다면 동엽씨 기분 나쁠까요?"
"뭐 별로 나쁠 것은 없지만 내가 사준 옷을 입고 나가니까..."
"흠, 갔다와서 봅시다. 나 나가 봐야 겠어요."
그녀가 구두를 신는 뒷모습을 고무장갑을 낀 채 바라 보고 섰었다. 설
버라. 그녀 성격에 남자 만나러 가면 내 물었을 때 당연히 그렇다고 했을
것이다. 친구 만나러 가는 가 보다. 그래 내가 그 옷 사주었다고 자랑이
나 하고 오시오. 하하.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찝찝했던 기분이 풀린다.
"잘 다녀와요."
그녀가 한 번 뒤돌아 보더니 암 말도 안하고 그냥 나가 버렸다. 쩝.
설거지를 끝내 놓고 내 방으로 들어 왔다. 오늘따라 내 방 공간이 너무
커 보인다. 허전해서 그런가?
할 일이 구체적으로 떠 오르지 않는다. 발가락으로 티비 리모콘을 눌러
보지만 마땅히 관심 둘만한 프로가 없었다. 그래 진짜 잼없는 비디오나
빌려서 분석이나 해보자. 머리를 대충 손 보고 지금 입고 있는 차림 그대
로 방을 나왔다. 주인 아줌마가 마루에 나와 계셨다. 많이 좋아 진 모습
이다.
"어머님 나오셨어요?"
"어 동엽이 총각."
"나영씨는 어딜 가던데요."
"어? 그래. 아침은 차려 주고 나가던?"
"네."
"그래."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래."
아줌마의 표정에도 뭔가 오늘은 다른 게 있어 보였다. 눈을 위로 떠 아
줌마와 눈을 한 번 마주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야 햇살이 보석 빛이다. 호호, 글 쓴다고 이렇게 비유하면 안되지. 놀
기 참 좋은 날씨다. 백수 티 나나?
거리 풍경이 밝다. 토요일은 일요일이란 미래가 있기 때문에 밝은 것이
다. 내 요즘 생활이 밝은 편이다. 일요일 같은 미래가 분명 있을 것 같
다. 오늘 예쁜 모습의 그녀가 떠 올라 내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가볍다.
졸라 재미없는 비데오는 값이 싸서 좋다. 몽타쥬 기법이란 무엇일까?
변증법 이론에서 나온 것이라 했는데. 세르게이 에이진타인의 전함 포템
킨이란 영화를 빌렸다. 이게 내 글쓰는데 도움이 될까 싶다. 비데오 테잎
을 추리닝 허리춤에 꼽고 제법 신나는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했다. 담배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숙집으로 들어 왔다. 마루에 주인 아줌마와 눈에 익지 않은 아줌마
한 분이 또 계셨다. 알지 못했지만 인사는 했다. 저 아줌마가 왜 날 아래
위로 한 번 훝었을까?
방으로 바로 들어 가려다 물이 필요 했길래 냉장고 문 쪽으로 발 걸음
을 옮겼었다. 가까운 식탁에 주인 아줌마와 낯선 아줌마가 앉아 있다. 주
인 아줌마가 괜히 내 눈치를 살폈다. 그것에 아랑 곳 없이 낯선 아줌마는
내가 입장하면서 중단 되었다 싶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었다. 내가 듣고
싶어서 들은 것은 아니지만 물을 컵에 따르다가 듣기 싫은 얘기를 들었
다.
"혹시 저 총각을..."
"아이,"
"저 총각 보다는 오늘 선 보는 남자가 훨씬 낫지."
주인 아줌마가 날 쳐다 보았다. 선이라는 말 때문에 오늘 그녀가 외출
하던 모습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기분이 팍 나빠졌
다. 더욱이 저 총각이라는 말은 날 보고 하는 소리였으리라.
천천한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 오다 내 예상이 맞았음을 알고 조금 슬펐
다. 아니 많이 슬펐다.
"오늘 나영이가 선보러 나간 거 잘한거야. 내 그 총각 꼭 나영이 소개
시켜 주고 싶더라니까. 언니 몸도 편찮은데 나영이 빨리 시집보내야지.
하기야 지금도 좀 늦은 편이지만."
주인 아줌마는 아무 말 없다. 그래 주인 아줌마가 고맙긴 하다. 내 눈
치를 살피는 것으로 봐서 아줌마의 마음에 내가 조금 스며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내 기뻐해야 할 일이지. 저 아줌마는 근데 뭐여? 꼭
나 들어라고 하는 소리같다. 내가 꼭 나영씨를 넘보는 놈처럼 느껴졌나
보다. 그런 적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방으로 들어
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방으로 들어 왔지만 기분 한 번 억울하다. 방문 옆
에 걸린 거울속에 담긴 내 모습이 상상되어진 오늘 그녀와 선보는 남자와
상대가 되지 않을 듯한 초라한 모습이다. 아침에 그녀가 날 다른 날과 다
른 시선으로 본 게 못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오늘은 여전히 좋다. 햇살 한 번 꽃같다. 아이씨 글
쓴다고 그러지 말라니까 진짜. 그래 햇살 한 번 속 뒤집어 지게 만든다.
담배를 문 채 비데오 테잎을 넣었다. 세르게이 패 죽이고 싶다. 뭔가
날 몰두하게 만들란 말이다. 비데오를 틀어 놓고 자꾸 그녀 생각만 하고
있다. 그녀 생각을 하다가 배신감도 느꼈다. 최소한 선보러 나갈때 내가
사준 옷은 입고 나가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 그런 식으로 놀
아라 이뇬아.
이불위에서 뒹굴었다. 햇살은 여전히 속을 뒤집어 지게 만든다. 으이
씨, 으이씨 그러다 비데오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그냥 잠이 들었다.
꿈에서 아주 잘나게 되는 나를 보았다. 우리 하숙집 그녀가 쳐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잘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배를 긁다 일어 나 보니
속을 뒤집게 하던 햇살은 창너머로 넘어가 있었다. 보기 좋은 깊은 오후
가 되었다. 아까 가져온 컵에는 물이 없었다. 담배를 얼마나 피웠는지 목
이 아팠다. 시계를 보니 한 세시간 잔 것 같다. 목을 한 번 돌려 보고는
물을 뜨러 밖으로 나갔다. 조용한 하숙집 실내다.
아무도 없다. 그녀는 어떤 남정네 앞에서 갖은 내숭을 부리며 히히덕
거리고 있겠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도 없다. 씨. 기분이 많이 나빠졌
다.
"으이씨. 이년은 물도 안끓여 놓고 어디로 선보러 간겨?"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입에서 나왔다.
"저보고 그런거에요?"
어? 왜 그녀가 내 뒤에 있대요? 집에서 입는 그 긴치마 차림으로 그녀
가 내 뒤에 서 있다. 얼굴에 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욕실에서 나온 것
같다. 왜 이리 빨리 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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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71/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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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8 관련자료:없음 10/10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9 00:48 조회:1151 추천:51
하숙 18
"무슨 월요일 아침부터 라면이에요."
역시 예상한데로 현철이란 녀석이 제일 많이 투덜거렸다. 굶기지 않고
끓여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씹퉁되는 저 녀석, 언제 기회
봐서 어둔 골목으로 끌고 가 조패야겠다.
커억, 아침에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트림이 나왔다. 그녀
가 내 트림 소리를 들을 적마다 저러니,라는 말을 했었다. 욱! 트림을 참
으면 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줄 그녀는 모르나 보다.
학생들은 다 등교를 했다. 아침이 조용하다. 아무도 없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다. 큰일은 없나 보다. 잠이 쏟아 졌다.
별 걱정이 안되어서 그런지 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잤다.
열두시가 지나는 무렵에 눈을 떴다. 하숙집은 쓸쓸하다. 이별을 준비하
는 사람의 모양처럼 말이다. 다른 날도 이 시간 정도면 조용했었지만 오
늘은 느낌이 다르다. 쾅,쾅 거리는 노크 소리도 없다. 잠에서 깨어 멍한
상태서 묘한 불안함이 스며 들었다. 그녀는 아직 한숨도 못 잤을 것이다.
병원을 가 봐야 겠다.
날씨가 너무나 곱다. 화창하게 내리는 햇살이 다소 뜨거웠지만 그 모양
은 너무나 곱다. 밝은 거리에 밝은 사람들 모습이 좋다. 병원 앞으로 난
길로 푸른 나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작은 바람에 속삭이고 있다.
응급실로 들어가기 이전 까지의 풍경은 슬픔이 끼여 있지 않았지만 응급
실로 들어 서자 마자 그런 풍경들은 사라지고 어둔 흐린날의 하늘 같은
모습으로 내 눈가에 펼쳐 지고 있다.
교통 사고가 났었나 보다. 응급실 내가 소란했다. 피 묻은 옷을 입은
한 사내가 절뚝거리며 걸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안 아플까? 모습은 상당
히 험악하게 망가져 있는데 스스로 수속을 밟는 모습이 많이 신기했다.
참 저사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줌마를 찾아야 한다. 아줌마의 모습
을 찾아 보았지만 새벽에 있던 침대에는 딴 사람이 누워 있었다. 사방을
둘러 보았다. 저기 구석에 혼자 누워 있는 아줌마를 보았다.
아줌마의 모습은 어제 내가 병원으로 업고 갈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병원은 병을 낫으
라고 오는 곳인데 아줌마의 모습은 중환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왜
이런겨? 링겔을 세개나 꼽고 있다. 그리고 의식이 없는 아줌마의 얼굴이
간간히 찌푸려졌다. 89, 44.라는 숫자가 표시되는 기계가 조용히 아줌마
곁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없다. 어디를 간 것일까. 아줌마
의 모습이 지금 이런데 그녀는 아줌마를 홀로 남겨 두고 어디를 갔을까?
아줌마 곁에 앉았다.
이십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을 때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모습도
이상하다. 눈이 퉁퉁 부어 있다. 그리고 많은 눈물을 흘린 것을 짐작케
하는 빨간 눈동자다.
"동엽씨 왔어요?"
"네. 어머님 왜 그래요? 그리고 나영씨 많이 운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에
요?"
"아직 어떻게 될 지 몰라요."
"모르다니요? CT 찍었지요?"
"네."
"결과 나왔어요?"
"방금 듣고 왔어요."
그녀가 눈물을 떨구기 시작한다.
"뭐라고 하던가요?"
"나 이제 어떡해요. 엉!"
그녀가 왈칵 울음을 쏟았다. 주위 사람들 아랑곳 없이 눈물을 쏟아 내
더니 내게 안기듯 기대어 흑흑 거린다. 어 어, 왜 이러는겨? 갑자기 내게
기대어 오는 그녀 때문에 잠시 당황이 되었었다.
"왜 그래요? 많이 안좋대요?"
"앞으로 삼일이 고비래요."
"네?"
"혈관이 터졌대요. 세겹중 두겹이 찢어 졌어요. 한 겹마저 찢어 지면
울 엄마 죽는대요."
무슨 말이냐? 지금 내 가슴이 뜨겁다. 그녀가 흘리고 있는 눈물 때문이
리라. 소리가 내 가슴에 가려서 들리지 않는다. 목이 매였을까? 죽는다는
소리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녀의 등을 어루 만져 주었다. 허허,
이 상황에서 나는 약간 허튼 생각을 했었다. 아줌마 때문에 슬퍼지만 마
음 한구석으로 내게 안겨 있는 그녀 때문에 묘한 다른 감정이 생겼었다.
내가 그녀의 연인이 된 기분이다.
"괜찮을거에요."
주인 아줌마가 누워 계신 침대 앞에서 한참을 그녀를 안고 앉아 있었
다. 그녀는 울음을 그쳤지만 아주 슬프게 멍한 상태다. 그래도 그녀의 모
습이 아까보다는 많이 진정이 된 상태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며 말했
다.
"언니가 있다고 했죠?"
"네."
"연락 했어요?"
"안 했어요. 잊고 있었네요."
"어머님 아프시니까 연락 한 번 하세요."
"흠. 그런 걸 챙겨주는 것 보면 여자 친구 있을 만도 하네요."
그녀가 작은 웃음을 웃었다. 지금 저 말을 왜 했을까. 눈이 퉁퉁 부어
있는 채지만 웃는게 역시 보기 좋다.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 주며
나도 자그맣게 웃었다. 아줌마는 다소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갔다 오세요. 하숙집에도 전화 해 보세요. 혹시 누가 있는지."
오늘 학원 가기는 틀린 것 같다. 허허, 지금 그녀 곁에 내가 있다는 것
이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그녀 곁에 있어 줄 수 있
다는 것이 마음을 맑게 했다.
"네. 혈압 좀 봐주세요. 지금 아주 낮추어 논 상태거든요. 100이상 올
라 가면 안된다고 했어요."
"혈압이요?"
"저 기계 앞 숫자 말이에요. 100이상 올라가면 간호사 불러야 돼요."
"네."
아까 89였던 숫자는 지금 87을 가리키고 있다. 내 혈압이 한 120정 였
던 걸로 기억하는데 87이라면 엄청 낮은 수치다. 고혈압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다시 눈물 몇 방울을 달고 응급실로 돌아 왔다. 들어 오면서 닦
아는 내었지만 흔적이 남아 있었다. 괜찮아 보이던 주인 아줌마가 갑자기
왜 저렇게 되었을까?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거의가 슬픈 눈물이다.
"전화 했어요?"
그녀가 내 옆에 앉았다. 그냥 고개만 끄덕 거렸다.
"동엽씨 학원 안 가세요?"
"오늘 하루 안간다고 많은 지장 있겠어요."
"그래도."
"여기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머님 계속 응급실에 계실거에요? 입원실
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말해 놓았어요. 아직 방이 없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아픈 사람들이 많은가 보네요."
"네."
"어머님 반드시 나을거에요. 낫고 나면 예전보다 분명 좋아지실거구
요."
"흠. 고마워요."
"오늘따라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네요."
"아까 혼자서 검사 결과 들을 때 너무 무서웠어요. 지금은 동엽씨가 옆
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 안심이 되네요."
"허허."
"왜 웃어요?"
"그냥요."
그냥 왜 웃었겠냐.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사랑스러우니까 웃었지. 그건
그렇고 정말 아주머니 좋아 지셔야 할텐데. 응급실 실내가 밖보다 밝아
지면서 불안해져 간다. 응급실이 아까 보다 많이 조용하다.
아줌마를 지켜 보며 저녁 먹을 시각을 훨씬 넘길때 까지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편으로 걱정되고 한편으로 정겹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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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19 관련자료:없음 10/10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9 00:49 조회:1154 추천:51
하숙 19
이틀을 학원을 못 나갔다. 오늘도 못 갈 것 같다. 오늘 오전에 주인 아
줌마를 입원실로 옮겼다. 여섯 명이 쓰는 중환자실이지만 응급실 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다. 그녀도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방금 병원에 온지
사흘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입원실에서 필요한 생활도구도 챙기고 하숙생
들 식사도 차려 줄 겸 집으로 갔다.
나를 비롯해서 하숙생들 모두가 그녀가 없던 관계로 집에서는 라면이나
중국음식으로 아침 저녁 끼니를 때웠었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하숙생들
이 간간히 찾아 왔었다. 고마운 녀석들이다. 분명 생활에 불편이 많았을
텐데 내색하지 않았었다. 세상이 생각만큼 매정하지는 않은가 보다. 아줌
마도 매정하시지 않을 것 같다. 나을 것이다. 지금 아줌마 곁에는 나 혼
자 있다.
아줌마는 정신을 차리셨다. 혈압을 많이 낮추어 놓았기 때문에 힘이 없
는 모습이지만 말씀도 간혹 하셨다. 아줌마 침대 옆에 앉아 반쯤 잠이 든
몽롱한 상태였는데 아줌마가 잠에서 깨셨다.
"나영이는?"
"예? 아, 집에 갔어요."
"자네가 대신 있는게야?"
"네."
침을 흘리지 않았나 모르겠다. 아줌마의 모습이 아직 많이 안되어 보이
지만 분명 어제, 그제 보다는 나아 보였다.
"자네한테 미안하고 고맙네."
"별말씀을요."
아줌마는 나와 짧은 대화를 하고 난 뒤 다시 잠이 드셨다. 심심하다.
중환자실이라 그런지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있다.
아줌마는 여전히 잠이 들어 있었고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간호
사가 들어와서 링겔을 바꿔 놓고 갔다. 이 방에는 여섯 명의 환자가 있지
만 깨어 있는 사람은 두 사람 뿐이다. 저녁밥이 들어 왔다. 세 명분의 밥
이다. 명단을 부르며 배식기를 돌렸다. 아줌마는 호명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
"꼬로록."
생각해 보니 점심도 먹지 않았다. 움직인 것도 없는데 배가 참 고프다.
잠이 드신 아줌마를 보았다. 병원에 와서 아직 한끼도 드시지 못했다.
야, 마이 배. 분위기 파악 좀 하며 왠만하면 소리는 자제해라.
"꼬로록."
새끼 진짜 말 안듣네.
그녀가 생각보다 늦다. 어머님이 잠이 드신 틈을 타 입원실 밖으로 나
가 보았다. 병원 복도를 걸어 보았다. 아픈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그런
지 분위기가 어둡다. 어쩌다 느끼는 학원생활의 어둔 느낌은 쨉도 안된
다. 학원 생각이 난다.
그 종석이라는 형에게 전화나 해 볼까? 마침 학원을 파할 시간이다. 전
화기를 찾으며 복도를 계속 걸었다.
전화기 앞에 낯익은 여인이 수화기를 붙잡고 짜증 섞인 말을 하고 있
다. 앗, 그녀다. 전화기 옆 간이 의자에는 큼직한 가방이 놓여 있다. 그녀
가 들고 온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자기 옆에 와 있는지를 눈치채지 못했
다. 가방이 놓여진 의자 옆에 앉았다.
우와, 돈 참 빨리 떨어진다. 거의 일분에 천원 꼴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녀가 전화하고 있는 전화기의 잔여금액 표시를 말하는 것이다. 자기 언
니에게 하는 것 같다. 같은게 아니라 맞다.
"딴 얘기는 하지말고 언제 올거냐니까?"
"..."
"얼마나 아픈지 직접 보면 알잖아."
"..."
"진짜 모레는 올거야?"
"..."
"알았어. 만약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기면 언니 다시는 안볼 줄 알아."
그녀의 말투가 상당히 겁나다. 쌈하면 잘 할 것도 같다. 뭐가 답답한지
했던 얘기 하고 또 한다. 외국 나가기가 그렇게 쉬운가. 그녀 언니가 여
기 오기가 어려운지 자꾸 어머님 병세를 되묻는 것 같다. 기어이 카드의
잔여금이 제로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녀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어머, 동엽씨."
그녀가 가방을 들여다 나를 보았다. 고개만 끄덕거려 주었다.
"여기 언제부터 있었던 거에요?"
"방금 왔어요. 저도 전화나 할까 해서."
"그래요. 저 전화하는거 들었어요?"
그럼, 소리가 좀 컸지 아마.
"조금요."
"언니하고 통화했었어요."
"대충 그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는요?"
"주무세요."
"무슨 일 없었죠? 의사가 무슨 말 하던가요?"
"없어요."
그녀가 가방이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래 지금 입원실로 가봤자 별 할
일도 없다. 그녀의 모습이 날 조금 덜 심심하게 했다.
"전화 안 하세요?"
"그냥 안 할래요."
"저녁 안 먹었죠?"
"네."
"미안하네요."
그녀가 가방을 열더니 도시락을 꺼내 놓았다.
"저 줄려고 싸온 거에요?"
"그럼 누굴 줘요?"
알면서 물어 본 거야. 여기서는 먹기가 불편하다. 지나는 사람들도 많
다. 어디 괜찮은 곳이 없을래나?
결국 찾은 곳이 병원 비상계단이었다. 간혹 담배 필때 찾아 왔던 곳이
다.
"나영씨는 밥 먹었어요?"
"밥이 좀 많아 보이지 않나요? 동엽씨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고 그냥
왔어요."
그녀를 흘깃 쳐다 보았다. 쪼금 감격했다. 그치만 이 정도 나혼자 다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도 싶었다. 계단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사
이에 두고 저녁 식사를 했다. 밥상을 마주하고 식사해 본 적은 있지만 그
때는 밥그릇이 따로따로 였다. 지금은 하나다. 헤헤. 그녀와 난 이제 같
은 밥그릇의 밥을 같이 먹은 사이가 됐다. 젓가락이 부딪칠 때도 있었다.
그 재밌네.
"애들이 뭐라 그러지 않던가요?"
"밥을 보며 감격하던데요."
"걔들도 어머님 걱정 많이 하죠?"
"네."
"좋아지실 거에요. 아까는 말씀도 제법 하셨어요."
"고마워요."
고맙단 말 심심찮게 듣는다. 그 말할때마다 그녀가 내 마음을 조금씩
떼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까. 자꾸 그렇게 말하면 날 책임져야 할
텐데...
병원에서 밤을 그녀와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날 쫓아 냈다. 매정
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매정한 것이랴. 그래 내일 오전에 내 다
시 오리라. 허허,
울 엄마도 아닌데 병원에 오고 싶다. 내 맘에 분명 뭔가 있다.
"그럼 내일 오전에 올게요."
"그래요."
그녀가 내가 온다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내일 봅시다. 아줌마의 잠
든 모습과 날 마중하는 그녀를 뒤로 한채 하숙집으로 돌아 왔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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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173/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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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0 관련자료:없음 9/9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29 00:49 조회:1448 추천:49
하숙 20
학원을 오랫동안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되기보다는 편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한 게 없으니까 할 일도 없었다. 하숙집에 오자마자 잠들어 버
렸다. 일찍 일어났다. 일찍 잤으니까. 해가 갓 쪄놓은 호빵처럼 하얗다.
어스름이 지는 무렵에 일어났다.
내 딴에는 착한 일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숙생들 아침에 밥 먹여 보낼
려고 내딴에는 정성들여 쌀을 씻어 밥을 지었다. 냉장고에 있는 햄도 구
워 대접했다. 그런데,
"이게 밥이에요? 발로 지었어요?"
"귀향하고 싶다. 차라리 나에게 라면을 달라."
아무리 물을 많이 탄 관계로 밥이 죽같이 되었지만 성의를 봐서라도 맛
있다 그래주면 어디 덧나냐?
"형! 형도 하숙생이에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내 저놈들 기억해 놓았다가 나중에 내 잘나게 되면 다 복수하리라. 오
늘따라 현철이가 고맙다. 그 녀석이 의외로 투덜거리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었다. 하기야 저 녀석은 차려 주는 밥은 꼭 먹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내 다시 생각하마.
"으이씨. 아침부터 죽을 먹었더니만 속이 뒤집어 지네. 군대에서 이런
밥 주었다간 전쟁났다 진짜."
녀석이 밥그릇 비우고 숟가락을 놓으며 한 말이다. 내 가슴에 비수를
꼿았다. 저 새끼가 제일 나쁜 놈이다. 왜 아침 일찍 일어나 이런 짓을 했
을까. 하숙생들은 모두 학교로 떠났다. 그녀가 없었던 관계로 하숙집 마
루에 먼지가 많이 내려 앉아 있다. 어제 그녀가 집에 다녀 갔지만 이런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을것이다. 내가 쓸고 닦고 한 번 해 볼까?
마루를 쓸면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주인 아줌마가 아프신 와중에 웃음
이 나와 미안하긴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짓을 할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
다. 집에서는 내 방 이불도 잘 개지 않았는데 말이다.
마루를 쓸고 난 다음 걸레질을 말 시작했을 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거기 양두숙씨 댁 아닌가요?"
"여기 하숙집인데요."
"그래요 하숙집. 거기 나영이 있으면 좀 부탁합니다."
아, 주인 아줌마 성함이 양 두숙이었구나. 그녀의 언니인 듯 하다.
"지금 병원에 있는데요."
"그래요? 입원실 전화 번호 알 수 있을까요?"
에... 기억이 안난다. 기억에 안 나는게 아니고 모르겠다. 어제 입원실
로 옮겼었는데 내 어찌 알리.
"잘 모르겠는데요. 하실 말씀 있으면 제가 전해 드릴게요."
"저 나영이 언닌데요. 오늘 출발한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아, 예.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하숙생인가요?"
"네."
"혹시 병원에 가 보았나요?"
"네."
"병세가 어떻던가요?"
"아직 안 좋지만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꼭 좀 전해 주세요. 그리고 오전 중으로 나영이 만나게
되면 제게 전화 좀 해 주라고 전해 주세요."
"네."
그녀의 언니가 오늘 올려나 보다. 언니가 오면 나영씨가 좀 편해 지겠
구나. 잘되었네. 오늘 중으로 도착하기는 힘들겠지? 먼 곳이니까. 그녀
언니의 말을 전해 주기 위해서 오전 중으로 병원을 가보아야겠군.
마루를 반쯤 닦았을까. 전화가 또 왔다.
"여보세요."
"저 나영이에요."
"아 에. 어머님이 괜찮으신가 보네요. 전화까지 다하고."
"아직 그렇죠 뭐."
"아침 드셨어요?"
"병원 매점 가서 대충 먹고 오는 길이에요. 뭐 하세요?"
"마루 닦아요."
"동엽씨가 왜 마루를 닦아요?"
"제가 좀 깔끔한 편이잖아요."
"동엽씰 아주 모르는 사람에게나 그렇게 말하세요. 오디오 장식장에다
팬티 말아 넣어 두는 사람이."
"저 깔끔해요."
"나중에 오실거죠?"
"그럼요."
"그럼 병원에서 뵙죠."
"뭐 부탁할 일 없어요? 뭐 좀 사가지고 갈까요?"
"아니에요. 그냥 몸만 오세요."
"참, 언니한테서 전화 왔었어요."
"울 언니요?"
"예. 오늘 출발 한데요."
"정말요?"
"네."
"훗, 몇년만에 보는거야."
"보고 싶었어요?"
"그럼요. 친형제인데 안보고 싶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병원에서 봅시다."
"네. 꼭 오세요."
그녀가 어제 자기 언니에게 전화할 때와는 다르게 매우 반가운 어투다.
별일 없이 그녀가 전화를 했다.
말하는 것으로 봐서 꼭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허허, 주인
아줌마가 아프셔서 그녀와 나, 서로의 마음을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주인 아줌마가 가벼운 병이었다면 그녀에 나를 가
깝게 해 주려고 아팠다고 할 수도 있을텐데.
마루를 다 닦았다. 깨끗하다. 아침에 밥도 하고 마루도 닦고, 나중에
안되면 가정부로 나서도 될 듯 싶다. 외출 준비 하 듯 다소 가벼운 마음
으로 하숙집을 나왔다.
주인 아줌마의 병세와 상관 없이 병원 가는 길이 가볍다. 아줌마가 정
신을 차리고 그녀와 나란히 있는 날 보시면 기분 좋은 소릴 해 주실 것도
같다. 햇살은 오늘도 맑고 따스하다. 조금 있으면 덥겠지.
엘레베이터가 막 출발한 관계로 기다리기가 싫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
다. 복도 분위기가 어제와 다를 게 없다.
입원실로 들어 섰다. 그녀가 반갑게 웃어 줄 것 같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침대에는 분명 양 두숙이라고 적
혀 있고, 어제 그녀가 들고 온 가방도 놓여 있지만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없다. 그녀도 보이지 않는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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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241/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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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3 관련자료:없음 12/12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07 조회:1009 추천:56
하숙 23
종석이 형이 오랜만에 보았다고 술 한잔 하자고 했지만 뿌리쳤다. 분위
기 파악도 못하는 새끼. 비록 가족은 아니나 하숙집 주인 아줌마가 돌아
가셔서 지금 난 슬프다. 그리고 또 알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나는 지금
술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내 얼굴을 보면 슬픔이 느껴 질 텐데 웃으며
술 먹자는 소리가 나오냐? 내가 언제 여자 사귀는 거 봤냐? 여자 한테
차였으면 카운셀러 해 줄테니까 술값은 니가 내라?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노. 훌쩍 날라서 이단 옆차기를 해줄까 했는데 그걸 배운 적이 없었기
에 그냥 무시하는 표정만 지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숙집은 더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나는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열흘
전에도 저 현관문으로 들락 거린 사람입니다. 그렇게 이상한 눈빛으로 절
쳐다 보지 마세요. 부끄러버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그녀의 언니
가 보인다. 하숙생들이 밥상으로 이용하는 식탁을 모르는 사람들이 점령
한 채 그 앞에 앉아 있는 그녀의 언니와 말씀을 나누다 내가 들어 서자
나에게 어색한 눈길을 주었다. 그냥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쳐 내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녀의 언니가 그래도 날 봤다고 소란스러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 주었다.
"괜찮습니다."
현철이란 녀석이 조심스럽게 자기 방을 나와 아주 어색한 발걸음을 옮
기며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떠 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다시 나와 물
떠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컵에 물을 부으면서 주위를 살펴 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내 방문을 열었다.
불을 켜고 나서 잘못하면 들고 있던 물컵을 떨어 뜨릴 뻔 했다. 그녀가
펴지 않은 이불위에 등이 굽은 새우 모양으로 잠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
았기 때문이다. 왜 여기 와서 자는겨? 깨워야 되나?
깨우지 않았다. 여자가 있는 방에서 옷 갈아 입기 참 힘들다. 하기야
그녀는 내 빤스 입은 모양 몇 번 봤다.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옷
을 갈아 입고는 그녀가 누워 있는 바로 옆에 앉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는 아직 눈물이 고여 있다.
밖은 소란 스럽다. 한시간 가까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녀 옆
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그녀가 빨리 일어나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상황이 길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녀의 귀를 덮고 있는 머리칼을 용기를 내어 만져 보았다. 귀
밑 머리가 참 보기 좋다. 하얀 볼 또한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삼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 깊이 잠든 것이 틀림 없다. 내가
볼에 뽀뽀를 해도 모를 것이야. 헤헤, 함 해 버릴까? 근데 지금 상황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나 나쁜 놈인가?
"따르릉!"
어랏! 상당히 놀랬다. 쉽게 말해 졸라 놀랬다. 이 시간에 왜 알람이 우
는겨? 그리고 어디서 우는겨? 내 방에서 낯선 시계가 알람을 울었다. 그
녀의 머리 맡에 소리는 졸라 크지만 작은 알람 시계가 있었다. 지금 시
각 열시다. 급히 껐으나 그녀가 눈을 떴다.
"동엽씨 들어 와 있었네요?"
"나 가만히 있었어요."
"네? 언제 왔어요?"
"얼마 안되었어요."
"깨우지 그랬어요."
"알람이 울리네요."
"제가 갖다 놓은 거에요."
"네에. 조금 괜찮아요?"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빨리 잊기로 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차분하다. 약간 쉰 목소리지만 주인 아줌마 돌아
가시고 난 뒤로 처음 들어 보는 예전의 그녀 목소리다.
"그래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참 어머님 어디다 모셨어요?"
"네? 몰랐어요? 울 엄마 화장했어요."
뭐라고 답해야 되나? 또 그녀가 울려고 했다. 이럴 때 웃기는 말 하면
욕들어 먹겠지? 아줌마는 그럼 지금은 재가 되어 어딘가에 떠 다니고 있
겠구나. 무상하다. 그녀가 굳은 내 표정을 보더니 살포시 미소를 지어 주
었다.
"그냥 흙속에 혼자 묻히시는 것 보다 아빠 찾아 다니며 강을 떠다니는
게 오히려 낫겠다 싶네요. 오늘 아침에 언니에게 대들었던게 후회도 되
요."
"네. 아침에 언니하고 싸웠던 게 그것 때문이었어요?"
"아침에 동엽씨 오는 거 봤었어요. 보여 주기 싫은 모습 많이 보인 것
같아서 고마웠는데 말도 못 걸고."
"괜찮아요."
"미안해요. 동엽씨도 피곤할텐데 나 때문에. 친지들 때문에 잘 만한 곳
이 없어서 동엽씨 방에 와서 눈을 좀 붙였어요."
"허허."
그녀는 슬프지만 내색하며 짧게 밝게 웃어 주고 내 방을 나갔다. 개어
놓은 이불위에 그녀의 누웠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흔적에 머리를 놓고 천정을 보며 어수선한 밖의 상황을 무시한 채
잠을 청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녀에게 내가 곁에 있는게 좋은지 물
어 보고 좋다면 계속 있어 줄 수 있는데 그래 봐야 겠다. 잠든 그녀 옆에
앉아 있던 시간이 오늘 하루의 가장 좋은 추억이 되어 떠 오르고 있다.
주인 아줌마가 재로 변하여 영원히 이 하숙집을 떠난 슬픈 하루였지만 내
잠이 드는 얼굴에는 미소가 스미고 있다. 나 진짜 나쁜 놈인가?
하숙집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아줌마가 재로 뿌려진 날 다음날도 계속
되었다. 음식들이 많아서 먹기는 잘 먹었지만 많이 시끄러웠던 관계로 불
편했다. 특히나 나는 토요일이었던 관계로 학원도 가지 않았었기에 할 일
없이 공원을 산책하고 뻔히 담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담배 사러 나가야
했다.
저녁 무렵이 되니까 하숙집이 예전 모습을 찾아 가고 있었다. 언니만
빼고는 다른 사람들은 다들 돌아 갔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방에 있었는데
그녀와 언니가 또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당장 그렇게 할 필요가 있냐, 나는 그럴 자신 없으니까 언니가 해라,
내가 당분간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말아라. 무엇 때문에 싸우는 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뭔가 안타까운 일이 벌어 질 것 같다.
이 집이 언니 집이야?
그녀의 언니는 일요일날 자기 사는 곳으로 떠났다. 그렇지만 한 달뒤에
다시 온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그때는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언니를 문 앞까지만
배웅했다. 어디 이웃에라도 사는 사람인 양. 뱅기 타고 열두시간은 날아
가야 되는 곳에 산다고 알고 있는데. 헷갈린다 말이야. 어떤 때는 참 정
이 많은 여자로 보이다가 또 어떨 때는 참 매정한 여자로도 보인다. 언니
를 배웅하는 모습은 참 매정해 보였다.
어머님이 돌아 가셔서 당분간은 하숙집 밥을 못 먹어 보나 했었는데 일
요일 저녁부터 그녀가 하숙생들 식사를 차려 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아직
다소 어둡지만 저녁 식탁의 분위기가 예전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이
새끼는 오늘따라 왜 내 옆에 앉는겨? 그녀는 식탁 건너 편 멀리 떨어져
앉아 있다. 하여튼 우리 하숙집에서 제일 나쁜 놈은 이 새끼여. 현철이라
는 새끼. 친한 척 웃지마 새꺄.
월요일은 일찍 일어나 하숙생들과 같이 아침 식사를 했다. 아줌마가 없
어서 허전했지만 그녀가 예전 모습을 찾아 가는게 보기 좋았다. 하숙생들
도 애써 아줌마 얘기를 꺼내지 않고 그녀가 슬퍼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 주었다.
그녀가 예전 모습을 많이 찾아 가고는 있지만 왠일인지 나를 피하는 느
낌이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 보인 것 같다,라는 그녀의 말이 상기되
어 진다. 내가 그 모습 지워지게 해 주고 싶은 지는 모르나?
다소 어색한 모습으로 나를 본다.
수요일 오후였다. 아줌마가 돌아 가신지 딱 일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유월달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학원을 가려는데 그녀가 아주 어렵게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얼버무려 버렸었다. 혹시 날 사랑한다고 말하려 하지 않
았을까? 다음에 할게요.라며 돌아 서는 그녀의 모습이 기대되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하다. 외롭겠지. 혼자가 되었으니까. 내가 심심하지 않게
해 주께요. 내 잘나게 되어도 그대 모른 채 하지 않겠오. 허허.
하숙집을 나왔다. 하숙집에서 큰 길 쪽으로 제법 걸었을 때 현철이란
녀석이 땀을 흘리며 걸어 오는 모습을 보았다. 학교하고 집 아니면 갈 데
가 없는 불쌍한 놈.
"벌써 집에 오냐?"
"네."
"운동했냐? 땀이 많이 났네?"
"에구. 학기중에 하숙집 구하기가 힘드네요. 좀 돌아 다녔어요."
"하숙집을 구해? 너 하숙집 바꿀려고?"
이 새끼 나쁜 놈이네. 아줌마 때문에 좀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고 바로
하숙집을 바꿔? 잘 됐네. 보기 싫은 놈 나가니까.
"형은 구했어요?"
"내가 왜 하숙집을 구해? 나는 하숙집 안 옮길거야."
"누나가 형에게는 말 안했어요?"
"뭘?"
"하숙 이번 달 까지만 하고 안 할거라고 그러던데요. 하숙방 구하라고
말 안했어요? 나한테는 미안하다면서 이달 하숙비를 돌려 주던데요."
"뭐야? 나한테는 아무말 없었는데..."
"곧 형한테도 말 할거에요. 내 대충 보니까 집을 아예 팔아 버릴려나
봐요."
"그래?"
"학원 가시나 보네요?"
"그래."
내 시야가 흐려지고 있다. 내 가슴이 답답해지고 있다. 주인 아줌마가
돌아 가셨을 때도 이 만큼 답답하지는 않았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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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242/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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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4 관련자료:없음 10/10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07 조회:1018 추천:52
하숙 24
이상하게 학원 분위기가 어색했다. 세상에 없는 하숙집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자주 연상 되었었다. 차갑게 스미는 미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학
원을 파한 시간까지 낮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오늘이 하지쯤 되나 보다.
어두워 지는 거리에서 어쩌면 하숙집을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겁다. 하숙집을 바꾸는 것은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을 뜻함이다. 왠지
오늘 하숙집에 일찍 돌아가기가 싫다. 뭔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그녀에
게서 들을 것 같으니까.
"오늘은 한 잔 해야지."
종석이 형이 또 술 마시자 한다. 오늘 그의 녀자가 안 보인다. 요즘 꽤
못 본 것 같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잘 됐다 싶다.
"그럽시다."
"진짜?"
"주영씨는 안 보이네요?"
"걔? 시집갈 준비 한대."
"벌써 그런 사이까지 되었어요?"
"우리집 말고 다른 시집. 학원 안 다닐거래."
꼬시게 잘 됐다. 알고 봤더니 여자에게 차인 것은 자네였구만. 카운셀
러 해 줄테니까 오늘 술값은 니가 내라.
"그래요? 그런 얘기는 어디 앉아서 얘기 합시다. 어디 가실래요?"
"포장마차 가지 뭐."
술 먹으러 가는 두 사람의 표정은 어두워 지고 있는 거리의 표정을 닮
았다. 포장 마차에는 아직 사람들이 없다. 이제 갓 문을 연 포장마차 안
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참! 그 나이 든 사람이 말 참 많이 하네. 나도 좀 하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면 말이야. 적어도 그와 지냈던 시간 만큼은
잊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잊어 가면서 그가 그리울 것이고, 그리워
하는 시간도 같이 지내는 시간이니까 또 잊는데 시간이 필요 하고. 그래
도 잊혀 질거야 응? 사람이란 잘 잊고 사는 동물이니까. 근데 어쩌다 또
생각이 날 것이고, 생각이 나면 생각이 났던 시간 만큼 또 잊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이 사람 지금 뭔 말하는거여? 주절주절 혼자서 잘 씨불이네.
"본론이 뭔대요?"
"한마디로 사랑했던 사람은 못 잊는다는 거지. 그녀가 보고 싶어."
간단하게 말하면 될 것 가지고. 무슨 얘기 하나 했네. 중년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질질 짜는 모습은 보기 역겹는데. 종석이 형아의 인상이 아주
더럽다. 일그러진 표정 하나 하나에 무언가 그리움 하나씩 스며 있어 보
인다.
"주영씨가 왜 갑자기 시집 간다고 그러던가요?"
"힘들대. 그래서 시집이나 간대."
"결혼이 무슨 힘드면 하는 건가?"
"그건 그 사람한테 물어 봐."
"상대는 누군대요?"
"몰라. 지금은 없는대 곧 생길거래."
"그런게 어딨어요. 형이 못살게 굴어서 도망간 것은 아닌가요?"
"뭘 차여. 내가 좋긴 한데 요즘 자기 생활이 힘들대. 내 미래가 불확실
하잖아. 미래가 보이면 지금 힘든 것이 잘 못 느껴지지만 그렇지 못할 땐
자꾸 꺽이게 되거든. 그녀는 포기하는 인상이야."
"뭘 포기해요?"
"몰라. 나야 뭐 사귀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아 많은 의미를 부여하
지 못한다 해도 그녀도 꿈이 있었을 텐데..."
"뭐가 힘들다고 그러는데요?"
"생각해 봐라. 그녀도 이제 얼마 안 있어 서른이다. 여자 나이 서른 지
나면 옆에서 보는 시선이 얼마나 달라지는 줄 아니? 모든 게 힘들거야."
"그래도 그 동안 여기에 투자한게 아깝지 않대요?"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 보세요."
종석이 형의 넋두리를 제법 들어 준 것 같다. 내가 술값은 한 것 같다.
술 값 나보고 내라고 그러면 배웠던지 안 배웠던지 이단 옆차기 하고 만
다.
나이 서른 즈음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앞으로 남은 서른을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고민일테지.
어떻게 살까 응?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이야 소중한 걸 포기하고 그러
진 말아야 할텐데. 그래 저 놈은 그 주영씨에게 소중한 놈이 아닐것 같
다. 서로 외로워서 만났었겠지 뭐.
"어려울 때 누군가 때문에 그 생활에 기분 좋은 미소가 자주 맺혔다면
그 사람은 자기에게 뭐가 되나요?"
"미소."
뭐야? 좀 성의있게 답하면 안되냐?
"그 사람이 내게 무슨 존재인가 아직 잘 파악이 안되는데요."
"헤어져 보면 알지. 쉽게 잊혀 지면 아무 것도 아닌 거고, 안 잊혀 지
고 점점 그리워지면 뭔가 있는 것이겠지."
"뭐가 있는데요?"
"자네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걸 나에게 물어보나? 니한테 물어 보세
요."
"우리 앞으로 잘 될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졸라 분했다. 뒤에 몇 마디 물어 본 것 대답해 준 걸로 조언을 해주었
으니 나보고 술 값을 내라고 했다. 내가 자네 이야기 들어 준 게 훨씬 맞
잖아. 나는 돈 없오. 표정으로 벌써 일어나 있지도 않은 먼 산을 바라 보
는 종석이 형의 눈빛에 그리움이 있어 보인다. 이번까지만 봐준다. 하지
만 술 값 계산하면서 돈이 나가는 모습이 날 가슴 아프게 했다. 이단 옆
차기 시험을 무척이나 해 보고 싶었으나 조국 때문에 참았다.
'우리나라 경로 사상이 쫌만 더 퇴색했어도 오늘 넌 죽었어 새꺄! 넌
경장사상이 강한 조국에 감사해야 돼.'
하숙집에는 열한시를 훨씬 넘어서 들어 갔다. 마루에는 아무도 없다.
주방 식탁은 치워져 있었고 어디에도 내 밥의 흔적은 없다. 다른 날 같으
면 그냥 별 생각없이 다행이다하며 방으로 들어 갈 터인데, 오늘 현철이
가 한 말 때문에 몹시 열을 받았다.
"쾅! 쾅!"
너도 함 당해 봐라. 그녀의 방 문앞에서 심하게 노크 한 번 했다가 문
고리를 홱 돌렸다. 어라 돌아가네.
방안이 깜깜하다. 벌써 자나? 기척도 없다. 술도 먹었는데 불 못 켤소
냐. 그녀가 어딜 갔을까? 아무도 없다.
"동엽씨 이 방이에요. 근데 숙녀 방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열어도 되는
거에요?"
등 뒤에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았다. 주인 아줌마의
방문을 반쯤 열고 그녀가 서 있다.
"그 방에 계셨어요?"
"엄마 짐정리도 좀 할겸. 내일부터는 이 방을 쓸거에요."
"곧 나갈거면서..."
"흠, 내 방 노크는 왜 했어요?"
"바...밥."
"밥 없어요."
"하숙 그만 둘거라더니 맞긴 맞나 보네요."
"네."
"나도 하숙집 구해야 되겠네요."
"그래야 겠지요. 밥 안드셨다면 라면이라도 끓여 드려요?"
"됐어요. 술 먹어서 머리가 아픈 관계로 그냥 자겠습니다. 잘 자세요.
안녕."
방으로 그냥 들어 와 버렸다. 하숙 그만둔다는 말과 나 나가야 된다는
말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녀 때문에 마음이 서글
퍼 온다. 내가 뭘 바라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자책하지만 그래도 내
가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친 가족처럼 돌봤다고 생각하는데 나영이 너 참
날 섭하게 많이 한다. 에이씨, 잠이나 자자.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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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5 관련자료:없음 13/13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08 조회:1016 추천:50
하숙 25
술 기운으로 깜박 졸았으나 옅은 잠이었다. 잠에서 깨고 나니 속이 쓰
렸다. 깜깜한 내 방의 모습이 그 동안 이 공간에서의 거억들을 아련하게
떠 오르게 한다. 내일은 나도 다른 하숙집을 구해야 하는구나. 아직 그
일로 그녀와 많은 말 오고 가지는 않았지만 이 하숙집을 떠나야 된다는
것은 정해 진 것 같다.속이 쓰린 관계로 화장실 좀 갔다 와야 겠다.
시간은 새벽 두시를 넘어 섰다. 오늘은 글이나 써 볼까? 일단 화장실
갔다 와서 생각하자. 마루로 나왔다. 불이 꺼진 마루위로 뚜렷하게 그어
진 불 빛. 주인 아줌마의 조금 열린 방문 틈 사이로 나오는 불 빛이다.
그녀가 불을 꺼지 않고 나갔나 보다. 불 꺼줄까? 그러지 뭐.
아낙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방 문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그녀가
자기 방으로 돌아 가지 않고 아직 주인 아줌마의 방에 있었다. 어머님이
쓰시던 물건들을 정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한쪽에 앉아서 그
녀가 조용히 울고 있었다. 모른 척 조금 지켜 보았다. 아직 잊기가 힘들
겠지.
참 가여워 보인다. 아직 출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따져 보면
지금 고아다. 저런 그녀를 두고 하숙집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
프다. 하지만 내가 떠나고 싶어서 떠나나? 그녀가 나가라고 하니까 떠나
는 것이지.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내 방으로 돌아 왔다. 뭔가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방에 들어와 누웠다. 한참 생각을 해 보니까 화장실 가려고 나갔다가
화장실을 안가고 들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다시 나가야지.
"동엽씨 아직 안 잤어요?"
그녀가 주인 아줌마의 방을 나오다가 나를 봤다. 주방의 불이 켜졌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을 흘린 모습은 아니다. 아까 흐느끼던 모습은 감추어
져 있었다.
"자다가 일어 났어요."
"왜요?"
"속이 쓰려서요. 배도 좀 고프고. 나영씨는 왜 안 잤어요?"
"그냥."
아까 우는 모습 봤는데 말 하지 말아야 겠다. 그녀가 주방 식탁에 앉았
다.
"안 잘거에요?"
"잠이 안 오네요."
"잠 안 와요? 나도 안 오는데."
"그럼 여기 앉으세요. 배 고프면 라면 하나 끓여 드릴까요?"
"새벽에 라면 먹으면 얼굴 부어요. 그리고 쫓아 낸다고 친절해 할 필요
없어요."
"기분 나쁜 듯이 얘기 하네. 그럼 커피나 한 잔 할래요?"
그럼 기분 좋겠냐. 쫓겨 나는 기분인데.
"에이. 그럼 한 잔 주세요."
내가 식탁에 앉자 마자 그녀는 일어 서 버렸다. 새벽에 그녀와 커피 타
임도 가져 본다. 헤, 아쉬운 로멘틱이다.
그녀가 커피를 끓여 내 옆에 앉았다. 하숙집 실내는 조용했다. 바깥이
조용한 만큼 실내에서 들리는 그녀의 말소리는 뚜렷하게 감정까지 들린
다.
"동엽씨."
나긋하게 부르는 음성이다.
"왜요?"
별 시원찮게 대답하는 음성이다.
"하숙집 옮기게 된 것 미안해요."
"그것보다 딴 놈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것이 좀 화가 났어
요."
"애들 한테도 그제 말했어요. 동엽씨에게도 어제 말하려고 했었는데 미
안하고 또 그런 말 할 용기가 잘 서지 않았어요."
"언제까지 방 구해서 나가면 되나요?"
"너무 그렇게 따지 듯 묻지 마세요. 그러면 내가 슬퍼져요."
이런 씨, 니가 슬픈 것만 따지냐. 나도 나가는 것이 슬퍼.
"이번 달 말까지는 나가야 되겠죠?"
"네. 언니가 칠월 초순 경에 형부랑 한국에 오는데 그때까지 하숙생들
비우려구요."
"집 팔거에요?"
"네. 집 팔면 반은 언니 몫이고 반은 내 몫이겠죠."
"아, 그렇게 되는구나. 그럼 나영씨는 어디서 살 건데요?"
"뭐 오피스텔이나 작은 전셋집 하나 구해야 되겠네요."
"계속 하숙 칠 생각은 없어요?"
"제가 그걸 계속 할 수 있을까요?"
"힘들겠구나. 참, 발령은 났어요?"
"아직이요. 그래도 내년엔 자리가 날 것으로 믿어요."
"나영씨?"
"왜요."
"나 이 하숙집 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잊혀 지겠죠?"
"그 대답하기 전에 나는 잊혀 질까요?"
그녀가 커피잔을 세운 채 날 빤히 쳐다 본다. 씨, 내가 먼저 물었는
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시간이 흘러 봐야 알지."
"그럼 저도 시간이 흘러 봐야 알겠지요. 그 대답 밖에는 못하나? 동엽
씬 아무래도 중매로 결혼하는 수 밖에 없겠다."
요즘 한 동안 안 놀린다 했더니 기어이 또 놀리는 구나. 너도 뭐 내 맘
아프게 하는 걸로 봐서 빨리 가긴 힘들 것 같다.
"나도 맘만 먹으면 연애 할 수 있어요. 결혼 누가 빨리 하나 두고 봅시
다."
"좋을데로 하세요."
내 표정이 우스운가? 아주 비장스럽게 말했는데 그녀는 피식 웃는 모
습을 보였다. 좀 못마땅했지만 아까 흐느끼던 표정 보다는 보기 좋다.
"내 지금 처지 때문에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분명 나 좋아
하는 사람어디 있을거에요."
"훗훗.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래요 분명 있을 거에요."
어랏? 따져야 되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할 말이 없어진다. 미
소 짓는 저 표정을 잊을 수가 있을까? 오 개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헤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나중에 집을 대충 어디 쯤 구할 거에요?"
"왜요, 놀러 오게요?"
"그것보다 궁금하잖아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멀리 안 갈거에요. 나중에 학교 발령이 나면
그 근처로 다시 이사할까도 생각 중이에요. 기회되면 가르쳐 드릴게요.
동엽씨는 어디 하숙집을 구할 건데요?"
"오늘 구해 봐야지요. 이번에는 되도록 학원 근처에서 구할까 싶네요."
"좋은 하숙집 구하세요. 참, 잠깐만요."
그녀가 자기 방으로 급히 들어 갔다가 하얀 봉투를 하나 가지고 나왔
다. 그리고 내게 주었다.
"이게 뭐에요?"
"이번 달 하숙비에요."
"이걸 왜? 나는 월초에 들어 와서 이번 한 달 다 살고 나가는 것인데."
"그래도 자의로 나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받으세요."
이러면 미안한데. 그리고 이 돈이 꼭 그녀와 내 관계가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이라는 아주 계산적이고 단순한 관계일 뿐이라고 판을 박는 느낌이
다.
"이 돈 받기 싫은데요."
"왜요. 하숙 그만 두면서 제일 미안했던 사람이 동엽씨에요. 받으세요."
"싫어요. 돈이라는게 좀 삭막해 보이지 않아요?"
"뭐가요? 받으세요."
"다 살고 나가는데 왜 내가 이 돈을 받아요?"
돈을 받기 싫었다. 받으면 안된다는 필이 팍 왔다.
"내 성의라니까요. 돈이라고 생각지 말고 받으면 되잖아요."
"싫어요. 동정심인가요?"
"뭐에요? 싫으면 관둬요. 동엽씬 그러니까 여자 친구가 없는거에요."
씨, 또 놀렸다. 그리고 조금 화가 난 어투다.
"무슨! 거기서 그 말이 왜 나와요?"
나도 되받아쳤다.
"내가 이 돈 드리는 것이 동정심으로 보였나요? 제 처지가 지금 누구
동정할 처지로 보여요?"
어쭈. 조금 더 화난 목소리다. 무섭다. 내가 뭘 잘 못한 것이여? 내 맘
을 조금만 알아 봐라. 그런 말 못할 거다.
"그럼 그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하세요. 내가 그 돈을 받으면 말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중에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뭔데요?"
"하여튼 내 마음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내가 초라한 존재 밖에는 안 될
것 같아서 받기 싫다는 것입니다. 내가 나영씨하고 고작 하숙비로 연관되
어진 존재만은 아니고 싶다 뭐 이런 뜻이라는 겁니다."
그녀가 내 모습을 찬찬히 바라 본다.
"훗. 그래요?"
그녀가 한번 피식 웃고는 돈 봉투를 들고 일어 선다. 폼새가 방에 들어
갈 모양이다.
"자게요?"
"네. 동엽씨 좋은 꿈 꾸세요."
그녀가 그냥 방에 들어가 버렸다. 많이 삐쳤나? 받을 걸 그랬나? 내가
아무리 지금 백수지만 그 정도의 돈 때문에 내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는 않다 이거야. 저 돈을 받았으면 서글펐을 것이다. 야, 이 나영. 솔직히
너 보면서 이 하숙집에 계속 있고 싶은데, 그래서 꼭 쫓겨 나가는 기분인
데, 돈까지 받았다면 진짜 쫓겨 난 것 아니냐. 그녀가 날 한 번 더 섭하
게 했다. 삐쳤으면 안되는데. 좋은 기분으로 헤어져야 하는데... 컵은 씻
어 놓고 가야 할 것 아냐. 컵을 씻어 놓고 방으로 들어 왔다. 뭔가 꺼림
찍 하다.우쒸, 또 화장실 못 갔다. 갔다 올까? 이제 배도 쓰리지 않다.
그냥 자자.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244/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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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6 관련자료:없음 22/22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10 조회:1022 추천:53
하숙 26
노크 소리를 듣지 않고 눈을 떴다. 시간은 열시를 넘긴 오전이다. 그녀
가 오늘은 날 깨우지 않았다. 주방으로 나갔더니 그녀가 식탁에 앉아 생
활 정보지를 살펴 보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내 밥과 그녀의 밥이 차려져
있다. 이상하게 그 모습이 슬퍼 보인다. 오늘은 서둘러 하숙집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 동엽씨, 생각보다 일찍 일어 났네요."
"네."
그녀가 생활 정보지를 내려 놓고 싱크대 앞으로 갔다. 그리고 렌지의
불을 켰다. 나 이 하숙집 떠날 때 많이 속상해 하려고 작정을 했나 보다.
아침에 나 일어나는 것에 맞추어 이렇게 밥 차려 주는 하숙집을 또 구할
수 있을까?
속이 아직 쓰린 관계로 밥 맛이 별로 없었지만 성의를 다해서 공기를
다 비웠다. 그녀는 아직 반도 비우지 못했다. 멀뚱히 나를 바라 본다. 그
런 그녀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내가 먹은 밥 공기를 싱크대에 갖다 놓고
방으로 들어 왔다.
나갈 준비를 하고 나왔다. 그릇이 치워진 식탁에 그녀가 여전히 앉아
있다.
"오늘은 일찍 나가네요?"
"하숙집 구해야 지요."
"오늘 바로 구하게요?"
"오늘 바로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서둘러 구해야지요. 전 다
른 하숙생들 보다 짐도 많은데."
"섭하게 왜 그래요?"
"뭘요?"
"구하면 알려 주세요."
"그러지요. 나 나갑니다."
"동엽씨 혹시 갖고 싶은 것 있어요?"
"그건 왜요?"
"되묻지 말고 갖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봐요."
"일억이요."
"네?"
"돈 일억이요. 작은 집이나 하나 사서 하숙집 옮겨 다닐 필요 없게요."
아무말 못하고 나를 바라 보는 그녀를 뒤로 하고 하숙집을 나왔다. 괜
히 심술이 나서 그녀에게 투정을 부린 것 같다.
학원 근처는 하숙 치는 곳이 없었다. 하숙방을 구하려고 여러 군데 돌
아 다녔지만 마땅하지가 않았다. 꼭 하숙이어야 하나? 어짜피 내 생활 패
턴이 하숙 밥 얻어 먹기 힘들 것 같았다. 자취도 고려해 보자.
이리 저리 돌아다닌 끝에 학원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맘에 드는 방
을 찾을 수 있었다. 내 예전부터 꿈꾸어 왔던 그런 방이다. 삼층 가정집
의 옥탑방. 신기하게 십자 나무 창살로 된 창이 있었다. 방으로 들어 가
는 입구는 작은 입식 주방이었는데 요즘은 보기 드문 백열등 조명이 있었
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옥탑방이라 그런지 벽지가 새어 들어온 비들
에 의해 번져 있다. 주인 아저씨가 새로 도배를 해 준다 했지만 거절했
다. 맘에 든다.
"보증금 삼백만원에 월 이십만원이라구요? 좀 비싼데..."
"보증금 백만원 정도는 빼 줄수 있어."
"언제쯤 이사 올 수 있나요?"
"도배할 필요 없다면 내일 당장도 올 수 있지 뭐. 어짜피 비어 있는 방
인데."
"그럼 계약 할게요. 내일 이사 와도 된다고 했죠?"
"그래. 오늘 선수금으로 십만원 걸어."
"그러지요."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빨리 방을 구했다. 하숙이 아닌 자취생활도 해
보는구나. 기쁘다. 변화는 삶의 활력소다. 옥상에서 바라 보는 서울 하늘
이 참 좁아 보인다. 이 정도 하늘 아래서 성공 못하겠냐.
어랏! 학원 갈 시간이 다 되었네. 아저씨 내일 봐요. 아저씨 혹시 시집
안간 나만한 딸 없나요? 내일 은근 슬쩍 물어 봐야 겠다. 옥상에 굴러 다
니는 폐가구들이 보인다. 뜯어 졌지만 그런데로 앉을 만한 소파가 두개
보였다. 이 옥상에서 저거 깔고 여자랑 마주 앉아 차 한잔 들이키면 참
분위기 있겠다. 딸이 있어야 하는데...
종석이 형에게 집들이 거하게 해 준다는 조건을 붙이고 내일 이삿짐 옮
기는 것도와 달라고 했다. 물론 긍정의 답을 받았다. 나쁜놈. 집들이 할
때는 소주는 안 먹는다고?
짐 정리 할 것은 별로 없지만 부피가 큰 가전 제품이 몇개 있다. 오디
오 세트는 분리해야 하고, 컴퓨터도 선을 뽑아 정리해야 한다. 집에 빨리
가자.
하숙집에 들어 서니 그녀가 내 오전에 집 나갈때 본 모습으로 식탁에
앉아 있다. 그녀의 밥과 내 밥이 놓여 있다. 또 그 모양이 슬퍼 보인다.
"동엽씨 왔어요?"
"네."
"씻고 식사하러 바로 오세요."
"알았어요."
방으로 들어 왔다. 정들었던 방이다. 내일이면 잊혀져 가겠지. 너무 성
급하게 방을 구했나? 하지만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어수선한 느낌들은
빨리 지워야 한다. 대충 옷을 갈아 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내 방 보다는
낯익지 않지만, 그려 나 별로 안 씻는다. 욕실의 느낌도 포근했다. 이것
도 잊혀 지겠구만.
그녀와 나란히 앉아 아마 이 하숙집에서는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저녁식
사를 했다. 마지막이라서 천천히 먹었다. 그녀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기도
했다. 그녀는 여전히 공주처럼 밥을 먹고 있다. 괜한 미소가 맺힌다. 오
늘 내 하숙집을 구한다고 했으나 그녀는 그에 대한 말이 없었다. 이 하숙
집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와 보조를 맞추어 식사를 끝냈다.
"동엽씨."
"왜요."
"동엽씨가 저번에 나 옷 사준 적 있잖아요."
"네. 있어요."
"나도 동엽씨 옷이나 한 벌 맞추어 드릴까요?"
"왜요?"
"뭐가 왜요에요. 어짜피 동엽씨 드릴려고 했던 돈이 굳었으니까, 그 돈
으로 옷이나 한 벌 맞추어 드릴려구요."
"나영씨?"
"응."
내가 너보다 두살 많아 임마. 왜 반말이여.
"돈 얘기 자꾸 하지 마요. 그러니까 나영씨가 남자 친구가 없는거에
요."
"갑자기 그건 무슨 말?"
무슨 말이냐구? 그냥 좋아서 옷 한 벌 사준다고 그랬으면 내 즐거운
맘으로 받았을 거다. 내 그 돈 받으면 진짜 쫓겨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고 누누히 말했는데. 아니다 말은 안했구나. 하여튼 별로 달갑지 않다.
"그냥 나영씨 요긴한데 쓰세요."
"그러지 말고 내일 같이 옷이나 사러 가요."
내일 이사해야 돼.
"됐어요."
그녀가 삐쳤나? 침울한 모습을 짓는다.
"그럼 목사이즈 하고 허리 사이즈 말해봐요."
"목 둘레는 삼십육센티 정도 되구요. 허리는 31인치에요."
내가 왜 친절하게 대답했을까? 그녀의 표정이 좀 무서워서.
"무슨 색깔 좋아해요?"
"짙은 색이요."
"범위가 너무 넓다."
"좋아하는 색 없어요."
"알았어요."
"참, 할 말이 있는데."
"무슨 말이요?"
"아닙니다. 나 이제 들어 갈래요."
"후식으로 커피 한 잔 할래요?"
"됐습니다."
그녀가 좀 무안해 하며 밥그릇을 만지작 거렸다. 내가 좀 쌀쌀하지? 내
가 왜 이러는지 나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내 속이 지금 상해 있오.
좀 답답하기도 하고.
방으로 들어 와 가전 제품부터 정리를 했다. 오디오에다 누가 빤스 구
겨 넣어 놓은겨? 내가 그랬구나. 티비 밑에다 양말은 왜 받쳐 놓았을까?
이해가 안되네. 천원짜리도 한 장 주웠다. 이황 선생님의 얼굴이 많이 상
해 계셨다. 죄송합니다. VTR을 만지작 거리다 그녀와의 좋은 기억이 떠
올랐다. 좋은 기억이 떠 올랐는데 눈가가 뜨거워졌다. 왜 뜨거워 진겨?
가전 제품들을 모두 한 쪽으로 모았다. 내일은 박스를 좀 구해야 겠다.
나머지는 뭐 챙길 것도 없다. 옷하고 이불 뿐인데 저것들은 내일 챙겨도
시간 충분하겠다. 짐들이 한 쪽으로 치워진 내 방의 표정은 왠지 어둡다.
이불을 깔고 누웠다. 천정에 하숙집 주인 아줌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좀
원망 스럽다. 그녀를 혼자 두고 뭐가 급해 돌아 가시다니. 덩달아 나까지
쫓겨나게 만들고 말이야. 하숙집 주인 아줌마가 웃으신다. 그 옆에 나와
아웅다웅하던 그녀의 밝은 모습도 그려진다. 내 지금 힘든 시기에 좋은
미소를 주었던 모습들이다.
하하, 허전하다. 허전한 웃음을 머금고 잠이 들었다.
"쾅,쾅!"
방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직감했다. 마지막 노크 소리
라는 것을, 그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린다. 뭔가에 급히 놀라는 모습으
로 자리에서 일어 났다.
"왜요?"
"밥 먹어요."
"조금 있다 나갈게요."
그녀와 같이 하는 식사는 어제가 마지막이었다. 오늘 식탁엔 내 밥 뿐
이다. 그녀는 하필이면 오늘 외출을 하려나 보다. 칫, 조금 더울텐데...
내가 사준 옷을 입고 어디 나갈 모양새다.
"나영씨 어디 가요?"
"오늘 좀 바빠요. 동사무소도 가봐야하고, 부동산 중개소에도 가봐야
하고, 음 그리고 또 살게 있네요."
"그래요?"
"동엽씨 같이 갈래요?"
"내가 왜 가요. 저도 오늘 바빠요."
"그럼 나중에 딴 말은 하지 말아요."
내가 뭐 자네하고 같이 못나가서 안달난 사람도 아니고 딴 말을 왜 하
냐.
"알았어요. 내 밥 먹고 다 치워 놓을 테니까 나 신경쓰지 말고 나갔다
와요."
"그럼 갔다와서 봅시다."
"그럽시다."
그녀가 날 빤히 한 번 쳐다 봤다. 나도 쳐다 봤다. 오래 기억하려고...
그녀는 공주가 맞나 보다. 내가 눈싸움에서 졌다.
그녀가 외출을 하고 난 뒤 밥을 먹으면서 내가 오늘 이사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을 알았다. 왜 이러냐 이 화상아. 그녀가 일찍 올까? 나
이사나가기 전에는 들어 와야 할텐데.
술 먹는다고 참 일찌기도 전화를 했다. 종석이 형이 우리 하숙집 위치
를 물어 보는 전화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왔다. 벌써 근처까지 왔댄다.
좀 일이 꼬인다.
종석이 형이 말한 위치로 가서 그를 데리고 하숙집으로 왔다.
"야, 하숙집 아담하다. 네 방은 어디야?"
"저기에요."
"그건 그렇고 뭐 먹을 것 없냐?"
"물이나 마셔요. 우리 하숙집 주인 아가씨 겁나요."
"하숙집 주인이 아가씨야? 그런데 하숙집을 왜 옮겨?"
"하숙 그만 둔다니까 옮기는 거죠."
그가 물 한컵 마시고는 내 방으로 갔다.
"문고리 고장 났는데."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했지요."
거기도 추억이 묻어 있었구나. 아쉬운 웃음이 나왔다. 나도 방으로 들
어 갔다. 장년 둘이 있는데 짐 옮기는데 별로 시간이 걸릴 것 같지가 않
다.
"차는 불렀냐?"
"아직이요."
"자세가 안되어 있구만. 빨리 불러."
"조금 있다 부르면 안될까요?"
"너 보기는 이래도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린다. 학원 갈 시간까지 맞출
려면 서둘러야 돼."
"그럼 뭐. 내 전화하고 올게요."
"그래. 난 대충 옷가지들 정리 해 줄게."
"고마워요."
이삿짐 용역 업체에 작은 트럭 하나를 주문했다. 금방 온단다. 이사 비
수기에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바로 보내 준다고 한다. 잘못하면 그녀를 보
지 못하고 갈 수도 있겠다. 방으로 들어 왔다.
"야, 이거 나주라."
종석이 형이 옷가지들을 정리 하다가 새빨간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
다. 목에다 걸어 보며 의기 양양하게 그걸 자기 달랜다. 그녀가 준 넥타
이다. 뭐여? 진짜 이단 옆차기 해 주고 싶다. 바로 가 그걸 빼었다. 하!
넥타이를 보니까 또 마음이 무겁다. 그녀는 지금 여기에 없다. 차라리 다
행이다 싶다. 그녀가 내 이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울 것 같다. 넥타이를 바지 호주머니에다 접어 넣었다.
"이건 미소가 준 것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넘보지 말아요."
"그럼 딴 거라도 죠."
이거 알고 봤더니 완전히 빈대잖아. 어제 오대오 장식장에서 찾아 낸
빤스를 던져 주었다. 험한 표정 짓지 마요. 그것도 빨고 나면 입을 만 할
거에요.
이삿짐 트럭이 삼십분도 지나지 않아 집앞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하숙집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바로 가기 힘들것 같다. 그래도 일단 짐들
을 실었다. 종석이 형이 힘쓰는 일에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 큰 텔레
비젼을 혼자서 거뜬히 옮겼다. 짐을 차에 싣는데 걸린 시간은 이십분이나
될려나? 금방 끝마쳤다. 빈 공간이 되어 버린 내 방이 지금 울고 있다.
그래서 달래 주어야 했다. 빗자루로 얼굴을 쓸어 주고 걸레로 자국들을
닦아 주었다. 야, 깨끗하다. 밖에서는 나 빨리 나오라고 경적을 울리고
있다. 하숙집을 둘러 보았다. 아, 지금 바로 못가는데... 누구라도 와야
내 떠남을 알릴 것 아닌가.
"아저씨, 담배 한대 피세요. 별로 안 바쁘잖아요."
밖으로 나와 담배로 일단 시간을 지연 시켰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는 못했다.
"빨리 안 갈거에요?"
"아저씨 조금만 있다가 갑시다. 지금 점심시간이라서 차도 막힐텐데."
"그럼 담배 한가피 더 줘 봐요."
짐을 실은 트럭 앞에서 십분 정도 더 서 있었다. 때 마침 집하고 학교
밖에는 갈데가 없는 불쌍한 놈의 모습이 보였다. 약간 어리둥절한 모습으
로 나를 본다.
"현철이 너 때 마침 잘 왔다."
"형 이사가요?"
"응."
"빨리 가네요."
"그렇게 되었다."
"어디로 가요?"
"그건 내 나중에 전화 할게. 그 보다 나영이 누나한테 내 말 못하고 떠
난 것 미안하다고 전해 주라. 내 전화한다 그래."
"알았어요. 그래도 이렇게 급하게 떠나는 걸 보니까 허전하네요."
"그래 임마. 너도 다른 하숙집에서 잘 살아라."
"네. 형도 잘 사세요. 누나한테는 내 잘 이야기 해 줄게요. 근데 왜 말
못하고 떠나요?"
"그럴일이 있다 했잖아."
"잘 가세요."
저 녀석도 조금 그리워 지겠다. 지금 모습을 보니까 나도 많이 허전하
다. 5개월 동안이지만 이 하숙집은 많은 것들과 정이 들게 만들었다. 안
녕이다.
"아저씨, 이제 출발 합시다."
"그러지요. 집이 어딘지 잘 말씀해 주셔야 됩니다."
"알았어요. 출발."
드디어 하숙집과의 이별이다. 트럭이 담배 가게를 지날 때쯤 그녀를 스
쳐 지나 갔다. 제법 속도가 있었고 내가 이사가는 줄은 모르기에 그녀는
나를 보지 못했다. 그녀의 한 손에는 옷가방이 들려 있다.
"아저씨 차 좀 세워 주세요."
"왜요?"
"잠깐만 세워봐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이
름을 부를려고 했으나 그녀의 걸음걸이가 내 마음과는 다르게 가볍고 밝
아 보였다. 왜 그런지 용기가 서지 않았다. 점점 멀어지는 그녀가 골목길
로 사라져 버렸다. 훗.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하지 뭐.
"아저씨 그냥 갑시다."
허허, 나 하숙집에서 쫓겨 났오. 햇살이 뜨겁게 내리고 있다. 낯선 도
로의 배경들이 달아 오른다. 하지만 내 마음은 찹다. 내일부터는 아니 오
늘 밤부터는 새로운 생활이다. 잘 살수 있다 아자.
"아자!"
운전 아저씨가 깜짝 놀라 경적을 울리더니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 본
다. 종석이 형도. 그녀처럼 피식 웃어 주었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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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7 관련자료:없음 15/15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10 조회:1014 추천:51
하숙 27
낯선 시간들이 지나갔다. 지금 하늘 모습으로 내 느낌이 묘하다. 학원
을 파했다. 종석이 형은 이삿 짐 날러 주었던 보답을 받으려는지 의미있
는 미소를 머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들이 해야지?"
"하지요 뭐. 맥주 드실래요?"
"좋지. 내일 할일이 있는데 소주는 속이 불편하겠지."
맥주가 비싸니까 니가 그러는 것을 내가 어찌 모르랴. 근데 내일 토요
일이잖아. 무슨 할 일이 있을까?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별이 보이는 서울 하늘 아래 내 자취방이 있
다. 아직 그 속에서의 생활은 해보지 않았지만 낭만적일 것 같다. 주인
아저씨가 생각보다 나이가 적었다. 외모상으로는 나만한 딸이 충분히 있
을 것 같았는데 딸이라고는 이제 중학생이 하나 있고, 제일 빨리 낳은 자
식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아직 정리하지 않은 짐들로 방안은 어수선했다. 사가지고 온 맥주와 먹
을 것들로 옥탑방 앞에 마당처럼 펼쳐진 옥상에서 집들이를 하기로 했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낡은 소파가 운치가 있다.
다리를 꼬고 허리를 핀 채 소파에 기대어 작은 나라의 왕자모습으로 앉
아 종석이 형과 술을 마셨다. 바람이 살랑거리는 옥탑에서의 이야기가 멀
리 번져 간다.
"야, 분위기 괜찮다."
"이사 잘 온 것 같아요?"
"그래. 여름밤에 앉아 쉬기 딱 좋은 분위기다."
"그렇지요?"
"한잔 해."
"그럽시다."
약간의 취기는 녀석에게 또 희한한 말들을 하게 했다. 높은 곳에 사니
까 출세했다. 옥상이니까 유에프오 볼 수도 있겠다. 어린 왕자가 찾아 올
수도 있겠다. 달밤에 체조해도 아무도 뭐라 않겠다. 그리고 그녀가 보고
싶다. 그 그녀가 내 그녀는 아니었지만, 하숙집 그녀를 떠 올리게 했다.
"한번 생각해 봐라."
"뭘요?"
"분명 내 사랑했던 사람이 가까운 어딘가에 살고 있는데 잊혀져 간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냐?"
"누구 말하는 거에요?"
"주영이 말이야."
"그말이에요? 전혀 모순이 아닌데요. 여자야 딴 남자에게 시집가버리면
잊혀지는 것이지."
"그러니까 자네가 여자 친구가 없는거야. 그게 모순이라고 생각되어야
안 잊혀지지. 잊혀지지만 않으면 다시 만나게 되어있어."
뭔 말하는거야. 니가 철학자냐? 어려운 말하고 있어. 그리고 우리 그녀
가 내게 자주 하던 말을 자네까지 하면 섭하지. 우리 그녀? 그거 어감이
괜찮다. 잊혀지지 않아도 다시 못보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지 종석이라
는 사람은 모르나 보다.
"그럼 죽은 사람도 안 잊혀 지면 다시 볼 수 있어요?"
"당연하쥐. 나중에 내 죽어서 만나면 되지. 잊혀지지만 않으면 돼. 그
런 의미에서 한 잔 하자."
"그럽시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왠만하면 철학과는 가지마
라. 굶기 쉽상이다. 철학? 술 먹으면 다 철학자 된다는 말씀. 물론 장난
삼아 별 의미없이 한 말이지만, 내 앞의 종석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니
까 새삼 그 말이 공감되어진다.
맥주로 시작한 집들이는 결국 소주로 끝을 마쳤다. 뭐 세상에다 대고
할 말이 저렇게 많았을까? 술에 못 이긴 종석이 형은 곰팡이 핀 낡은 소
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날씨 따뜻하니까 저렇게 재워도 괜찮을 듯 싶
다. 오늘 모기들 포식하겠다.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정리 되지 않은 내 옥탑방을 안식처로 꾸며야 했
다. 방은 하숙방보다 훨씬 넓다. 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대충 짐들을 배치
해도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창 아래에 글쓰기 위한 컴퓨터와 밥상을 놓
은 것 외엔 아무렇게나 짐들을 배치했다. 두 시간 가까이 흐르자 내 방이
안식처로 변했다.
날 찾아 온 손님인데 밖에 재워 둘 수 없어 종석이 형을 깨우러 방을
나왔다. 벌써 모기에게 많이 뜯겼는지 종석이 형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도 연신 가려운 곳을 긁고 있다.
"형 들어가서 자요."
"괜찮아.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예?"
"잘 할 수 있다니까."
"들어가서 자라니까."
"괜찮아. 괜찮아. 살다보면 그럴때도 있는거야."
정신 없이 내뱉는 말이지만 괜찮다고 그러는데 굳이 깨워서 방에 재울
필요 있나 싶다. 그럼 나는 들어가서 잘테니 형은 거기서 잘 주무세요.
"형 그럼 거기서 주무세요."
"응. 그래. 괜찮아. 괜찮아."
내일 딴 말하기만 해 봐라. 먹던 술병이나 음식들을 대충 치워 놓고 방
으로 들어왔다.
십자 창문 사이로 밤 하늘 빛이 분위기 있게 들어 온다. 좋다. 무언가
그리운 것이 있다면 그걸 회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풍경이다. 그래서 전에
살던 방이 그립다. 그녀는 아직은 내 살던 그 곳에서 잠이 들었겠지. 그
녀가 아직 내가 아는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다.
"크러렁!"
언제 들어온겨? 아침에 코 고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옆에 종석이 형
이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 가 배에 말고 자고 있었다. 거지가 되어
도 어디가서 얼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밝아 진 내 방이 낯설다.
문 쪽을 쳐다 보았다. 밖에 아무도 없지만 왠지 노크소리가 들릴 것도
같다. 괜히 문을 열어 보았다. 낡은 주방이 보인다. 주방 식탁에 그녀가
앉아 있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용한지 오래 되었는지 주방의 싱
크대가 더러워 보였다. 먹을 것도 하나 없다. 다시 자자.
종석이 형이 감고 있던 이불을 빼앗아 잠을 다시 청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 도저히 계속 잠을 잘 수 없을 때까지 잤다. 깨어 보니 오늘 해는 이
미 많이 기울어져 있다. 베개도 없이 목을 긁으며 종석이 형은 여전히 잠
에서 깰 생각을 안한다.
옥상위의 옥탑방. 종석이 잘도 잔다. 꼬로록 꼬로록. 배 고롱이 울어대
도 종석이 잘도 잔다.
"형 일어나요."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요. 일어나서 집에 가야 할 것 아니에요."
"응?"
그가 눈을 떴다. 주위를 살피더니 목을 긁는다. 신기한 곳에라도 온 모
양이다. 두리번 거린다.
"정신 차려요."
"여기가 어디야?"
"내 방이요."
"몇시냐?"
"세시 쯤 되었네요."
"날 샌거야. 밝다."
"오후 세시오."
"뭐야? 나 세시에 약속 있는데 큰일났다."
"아직 세시 될려면 십여분 남았어요."
"나 지금 바로 가야겠다."
"안 씻어요?"
"지금 씻는게 문제냐. 그녀가 뭐라 그러겠는데."
"누구요?"
"주영이 말이야."
"오늘 만나기로 했어요?"
"응. 나 갈게."
종석이 형은 허겁지겁 옷차림을 매만지더니 간다는 말만 남기고 횅하니
내 방을 떠나 버렸다. 나쁜놈. 어제 그리움이 뭐 어쩌고 저쩌고 할 때는
꼭 다시 못 볼 사람마냥 말하더니 오늘 약속이 있었어. 에라이 나쁜노마.
혹시 길거리를 걷는데 사람들이 자넬 쳐다보면 머리 모양때문이라고 생각
하세요. 머리나 빗고 가지. 아무래도 오늘 주영씨에게 모진 말 들을 것도
같다. 자네 나간 모양새라면 설사 자네 부인이라도 딴사람에게 시집가고
싶겠다.
그건 그렇고 배가 고프다. 차려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렇지만 하루만
에 바로 불편함을 느끼게 될줄이야. 오늘은 밖에 나가 사먹고 내일부터는
직접 해 먹어 보기도 하자. 그녀에게 전화도 해 볼까? 왜 망설여지지 근
데.
일요일은 자취 생활을 위한 설레임과 준비로 바쁘게 지나갔다. 백수면
서 아직 목돈이 남아 있던 관계로 쇼핑을 했다. 베개를 아주 푹신한 걸로
하나 샀다. 작은 전기 밥솥도 사고, 토스트기도 샀다. 원두 커피 기계도
사고 전기 포트도 샀다. 수저 세트를 예쁜 것으로 하나 샀다. 신혼 부부
용인가 보다. 숟가락 젓가락 남,녀 용으로 색을 맞추어 있다. 밥 그릇도
사고 국그릇도 사고 냄비도 샀다. 휴대용 가스렌지도 하나 샀지요. 도마
와 칼도 샀다. 옥상에 나와 고기 구워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솥뚜껑도
샀다. 솥뚜껑 산김에 삽겹살도 한근을 샀다. 오늘 하루 옥상을 오르내린
게 수십번은 되는 듯 하다. 물건 하나 사서 정리하다 보면 또 살것이 생
기고 했기 때문이다. 식용유, 간장, 된장, 김치, 쌀, 식빵, 쨈, 햄, 달걀,
라면. 등등 먹을 것 산 것을 끝으로 내 자취 생활의 준비는 끝이 났다.
새롭게 시작이다. 아자!
일요일 저녁 어두워 지는 하늘을 친구 삼아 옥상에서 나홀로 고기를 구
워 먹었다. 어제 먹고 남았던 소주도 있었다. 정말 좋다. 소파가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낡아서 신경 쓸 필요 없는 편안함까지 주는 소파도 정말
맘에 든다. 고기까지 맛있네.
혼자서 고기 한 근을 다 구워 먹고 움직이가 불편해서 소파에 기대어
하늘을 보았다. 등따시고 배부르고 또한 편하다. 나영씨 나 오늘 기분 좋
오. 그러니까 당신 생각이 나는구료. 그녀에게는 내일 연락해야 겠다.
아침에 먹을 밥을 위해 쌀을 씻었다. 힘들지 않았다. 반찬도 햄이랑 달
걀 구워서 김치하고 먹으면 된다. 오늘은 피곤했다. 아직 배는 꺼지지 않
고 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일찍 잠들 수가 있었다.
자취 생활이 무리 없이 흐르는 듯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가
왔다. 쌀로 밥해 먹는 것은 삼일을 가지 못했다. 전기 밥솥 괜히 샀다.
아침에 토스트기에서 빵을 구워 먹었다. 저녁은 학원을 마치고 음식점에
서 사먹고 왔다. 간혹 라면을 끓여 먹었다. 토스트도 오래 가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라면으로 대신했다. 라면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제부터
아침에는 컵라면을 끓여 먹는다. 학원 갈 무렵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먹고. 저녁은 계속 밖에서 사먹고 들어오고 있다. 주방에 가스렌지와 냄
비하나를 제외하고는 쓸모 없는 물건이 되어 공간만 차지하고 복지부동이
다. 남아 있는 간장이랑 식용유가 아깝다. 어제 컵라면 한 박스와 커피
믹스 한 박스를 사왔다. 원두 커피 기계? 딱 두번 사용해 봤다.
오늘 아침은 아예 굶었다. 그래도 어제 저녁 사먹고 들어 온 것이 갈비
탕 곱배기라 배는 별로 고픈 줄 모르겠다. 갈비탕도 단골 되면 곱배기가
가능해요. 아침은 그래도 운치가 있다. 오늘 같이 일찍 일어난 일요일 아
침이면 더욱 그렇다. 커피 한잔을 들고 낡은 런닝에 추리닝만 걸치고 아
직 덥지 않은 아침 태양아래 나 만의 옥상에서 낡은 소파에 앉아 먼 하늘
을 쳐다 보는 것은 여전히 내 자취 생활을 탁하지 않게 해주고 있다.
오늘로 하숙집을 떠나 온지 16일이 지났다. 그 동안 학원 생활은 심한
변화가 없었다. 그녀에게 연락한다 하는 것이 미루다 보니 오늘까지 연락
을 하지 못했다. 커피와 잘 어울리는 담배를 찾지 못했다. 담배 사러 가
는 김에 그녀에게 연락을 해 보자.
담배를 한 보루 사고 나서 근처 공중 전화에서 하숙집으로 전화를 걸어
봤다. 결번이랜다. 뭐야 이거. 쩝. 잃어 버렸다. 나영씨를 말이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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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8 관련자료:없음 10/10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10 조회:1023 추천:52
하숙 28
결번이라는 말을 듣고 문득 느낀 그녀를 잃어 버렸다는 파장은 생각보
다 컸다. 하숙집을 떠나와 지금까지 그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
던 것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무엇 때문에 연락을 미루었을까.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이렇게 급하게
집이 비워 질 줄은 몰랐다고 자책해 보지만 많은 아쉬움이 밀려 온다. 불
과 보름이 지났다. 그런데 그녀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그녀의 얼굴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이리
자꾸 생각이 나는 것일까. 내 자취방에 들어 와서도 계속 그녀 생각 뿐이
다. 가슴 한 구석이 뻥 뚤려 어디론가 달아난 느낌이다. 십자창문으로 들
어오는 햇살 따라 담배가 녹고 있다. 많은 것들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연기처럼 말이다. 쉽게 떠올려 지던 그녀의 얼굴마저 잘 그려지지 않는
다. 내가 묵었던 하숙방, 주인 아줌마, 하숙집 학생들, 존재했다는 것은
뚜렷이 기억되나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으앙, 진짜 잃어 버려 잊혀지
는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다음날 학원을 가기 전에 하숙집을 찾아가 보았다. 빈 집이었다. 혹시
나 하는 기대감 마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전화국에 전화 번호 추적을
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어디로 간 걸까? 분명 서울 어딘가일텐데... 서울이 우리 고향 크기만
되어도 내 도시 전체를 그녀 찾아 돌아 다녀 볼 수 있을텐데, 서울은 그
러기에는 너무 크다. 신문에다 광고를 내어 볼까? 별 생각을 다해 보지만
잃어 버린 느낌이다. 내가, 아니 그녀가 조금만 젊었어도 잃어 버렸다는
느낌이 이처럼 많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로 지내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없이 잊혀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경험했었는
가. 생각없는 시간따라 사춘기적 첫사랑 소녀의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대학 들어 가 설레였던 어떤 아가씨의 모습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녀도
그렇게 잊혀 질 것만 같다.
학원을 파하고 종석이 형을 만났었다. 뭐 그리움이니 어쩌고 하더니 요
즘 주영씨랑 잘 만나나 보다. 내 얼굴 표정보다는 확연히 밝다.
"오늘은 한 잔 하러 안가냐?"
"그럴 기분 아니에요."
"그녀가 시집을 안 가려나 봐."
"누구요?"
"주영이지 누구긴."
"요즘 만나요?"
"아니."
"그때 집들이 했을 때, 약속이 있다면서 나갔잖아요."
"아, 그때는 멀리서 보고 왔지. 다행히 맘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더
라."
"네?"
"내가 어찌해서 주영이가 선보는 시간하고 약속 장소를 알아 냈었잖
아."
"그럼 선보는 것 미행하러 갔던 거에요?"
"응."
이건 완전 또라이 아닌가?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 측은한 미소와 함께
이 녀석 생각보다 순정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랬어요?"
"보고는 싶는데, 내 처지가 그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알거든. 멀
리서 보고 왔지."
불쌍한 놈.
"형이 근처에 있던 것을 눈치 채지 못하던가요?"
"나가면서 나에게 인사하고 갔어."
하기야 그때 자네 머리 모양은 사람들 시선을 끌고도 남았겠지.
"형도 선이나 보지 그랬어요?"
"지금 내 처지가 선 볼 처지냐. 그리고 난 연애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장가 갈 거다."
"그러면 주영씨에게 좀 적극적으로 나서 보세요."
"내가 말했잖아. 주영이가 나와 같은 처지가 힘들어서 자기 꿈을 접었
는데 내가 접근해서 부담스럽게 하기가 싫어."
좀 바보군. 아니 많이 바보군. 저런 놈이 아직 있었군.
"표정이 그런데로 밝네요?"
"요즘 그녀에게서 간혹 전화가 와. 날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지. 잊지
않고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하하."
"그러다 진짜 시집 가버리면요?"
"그러면, 음... 모르겠다. 그녀가 행복해 하면 되지 뭐. 근데 요즘 말하
는 걸로 봐서 다시 학원을 다닐 것도 같아. 꿈이라는 것이 어렵다고 쉽게
포기되어 지는 것이 아니거든."
"종석씨."
"왜."
"나중에 주영씨 시집가면 내 술한잔 살게요."
"그게 무슨 말이냐."
"바보군요."
지금 내가 자네 걱정 할 때가 아니지만 하는 것 보니까 많이 걱정 된
다.
"사랑은 바보처럼 하는 거야. 기교 부리면 안되지. 묵묵히 마음만 주면
되지 암."
자네는 차라리 철학관 운영하는 것이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21
세기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 저런 우던한 놈이 있을 줄이야. 나중에 주영
씨 딴 남자한테 시집가면 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술 한잔 사리
다.
삼 일동안 밤마다 그녀 얼굴 그려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학교 동기들의 얼굴들도 잘 그려지는데 그녀의 모습
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생각도 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내 마음 떠오르는 생각들로 사람을 만든다면 나영이를 열도 더
만들 수 있겠지만 그녀의 기억만 생생하게 떠 오를 뿐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다.
오늘 창문을 들어오는 희미한 밤바람 따라 내 마음을 정리 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잃어 버렸다고 생각하니까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다.
아무래도 나는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맘을 품고 있었나 보다.
그랬다면 좀 더 잘해 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그녀를 잃어 버
린 느낌 만큼 아쉽다.
그녀는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내가 왜 감정이 생겨야 하나? 그
녀와 같이 살면서 이런 쪼잔한 생각을 했었나 보다. 이 쪼잔한 생각으로
내 마음을 알리지도 못한 채 사랑한 사람을 잃어 버린 나는 바보다. 잠이
안온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한편을 적었다. 나도 따지고 보면 글 쓰는 사람이니
까 시 쓴 것이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유치한 시다. 종
석이 형 닮아 가나 보다. 그렇지만 지금 심정으론 이 시 느낌이 좋다. 어
짜피 나만 볼 신데 유치하면 어떠냐. 제목만 적어 보자.
나이 서른 쯤에는 단 하나의 이유로 많은 것들을 잊어 갈 것이다.
오늘 밤은 그리움이 주책없이 밀려 와 잠이 쉽게 들지 않을 것 같다.
방 안이 덥다. 낮동안 바로 햇빛을 받은 천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 옥상
바닥이 따뜻했다. 내가 앉은 소파보다 더 낡은 소파를 마주하고 앉았다.
좁다고 생각했던 이 옥상위의 서울 하늘이 오늘은 너무나 넓어 보인다.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달빛이 웃고 있다. 거기에 그녀가 걸려 있
다.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느낌이 거기에 있었다.
금요일 저녁이다. 학원을 파하고 종석이 형의 개떡 사랑 철학을 잠시
듣고 거리로 나섰다가 참으로 크게 웃었다. 그 웃는 내 얼굴 표정이 너무
나 아름다웠을 것이다. 내 못 봤지만 그랬을 것이다라는 것을 충분히 짐
작할 수 있다.
해가 다 기울어 어두운 저녁인데 선글라스는 왜 끼고 있냐? 내 어제
그렇게 자네 생각을 했었는데 모자 쓰고 선글라스 꼈다고 못 알아 볼 것
같냐. 여긴 왜 왔을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날 분명히 본 것 같은
데 왜 돌아서서 가냐. 졸라 뛰어 쫓아갔다. 그리고 반갑게 등을 쳤다.
"나영씨!"
"저, 알아 봤어요?"
잃어 버렸던 것을 찾았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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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29 관련자료:없음 11/11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11 조회:1028 추천:54
하숙 29
선글라스를 내려 깔고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날 쳐다보는 게 무지 귀엽
다. 많이 반가와 웃었는데 그 모습이 그녀에게는 낯익지 않은 모습이었나
보다. 그녀는 나처럼 웃지를 않았다. 잊혀 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꿈만 같다.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음."
그녀가 말하기를 머뭇거린다. 상관없다.
"너무 반갑다."
"진짜에요?"
"그럼요. 잊어 버리지나 않을까 얼마나 걱정했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갈 때는 말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가 놓고서
는."
"네?"
"연락처라도 남겨 놓고 갔어야지 그냥 가면 어떡해요?"
"미안해요. 경황이 없어서."
"며칠동안 경황이 없어서 전화 한 번 없었어요?"
"죄송. 한다 하는 것이 늦어 버렸어요. 내가 어디로 이사한지 궁금했지
요?"
"별로."
무안하게스리... 내가 이렇게 반가운 모습 보이면 자네도 좀 반가운 척
웃어봐라. 그녀는 별로 반가운 표정은 아니다.
"여기 근처에 일이 있었나 봐요?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될 줄 알았으면
덜 걱정했을건데."
"우연으로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우연같다.
"참 어디로 이사했던 거에요?"
"내가 이사한 것은 아나 보네."
"네. 집들이 안해요?"
"안해요. 동엽씨는 어디로 이사했어요?"
"여기서 멀지 않아요. 저 자취해요. 아무래도 하숙해서는 밥 먹을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자취해요?"
"네."
"제대로 해요?"
"그럼요. 내 자취방 분위기 좋아요."
"대충 상상해 보니까, 음 엉망일 것 같네요."
"진짜 분위기 괜찮은데..."
"동엽씨를 모르는 사람에게나 그렇게 말하시고 여하튼 저도 만나게 되
서 반갑네요."
그게 반가운 표정이냐? 꼭 말하는 투가 가 버릴 것 같다. 내 자취방 구
경 시켜 주고 싶은데...
"가시게요?"
"네, 아직 울 언니가 한국에 있어요. 일찍 들어 가봐야 돼요."
"그럼 연락처라도 하나 주시고 가세요."
"아직 전화가 없어요. 음..."
"무슨 할 말 있어요?"
"동엽씨도 연락할 만 한 거 없죠?"
"네."
"기왕이면 통신장비 하나 구비해라. 휴대폰 시대에 어떻게 전화도 없
냐."
반말인거 같다? 그래도 반갑기 때문에 참았다.
"나영씨도 없잖아요."
"나는 곧 내 방에 전화가 설치될 거에요. 동엽씨랑 비교하지 마세요."
"그래도 그냥 가 버리면 언제 다시 보나? 어디로 이사 간거에요?"
"연락할 맘은 있는거에요?"
"네."
"그런데 왜 이사할때는 간단 말도 없었고 어디로 이사갔단 연락이 없었
을까?"
"그때는... 잘 몰라서 그랬어요."
"뭘 몰라서? 우리 집 전화번호 잊어 버렸어요?"
"그건 접어 둡시다. 에...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일요일날 시간 되
면 함 만납시다."
"어디서요?"
"시간은 되세요?"
"그럭저럭."
"우리도 이런 후진 동네서 만나지 말고 강남이나 종로 쪽 극장가나 대
학로나 남들 자주 가는 곳에서 만납시다."
"나는 그런 곳에 자주 가요."
"그렇습니까?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음... 우리 영화나 보러 갈까요?"
허허, 나도 여자가 먼저 영화 보러 가자는 말을 들어 보네.
"그럽시다. 무슨 영화 볼까요?"
"요즘 무슨 영화가 인기에요?"
"모르는데요."
"누가 백수 아니랄까봐."
"극장 가면 볼 영화 없겠어요? 한시쯤에 서울 극장에서 보실래요?"
"한시쯤 서울 극장이요? 이 번 일요일 말이지요?"
"네."
"그럼 그 때 봅시다. 안녕."
그녀가 깜찍한 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렸다. 참 쉽게 돌아서 버리네. 그
래도 다시 만날건데 뭐. 어디로 이사한 지는 결국 가르쳐 주지 않고 가버
리는 구나. 쩝.
허허, 나는 히죽 거리며 그녀의 멀어 지는 모습을 보며 섰고, 그녀는
자주 뒤를 돌아 보며 멀어져 갔다. 돌아설때는 쉽게 돌아서더니 가면서
왜 자꾸 뒤돌아 보는 것일까?
헤헤, 기분 좋다. 하마터면 잃어 버릴 뻔한 나영이를 다시 찾았다. 뭔
가 그녀와는 인연이 있나 보다. 이렇게 길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가만
그녀가 예전에 울 학원 앞을 한 번 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일부러 나
찾으러 왔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하는 표정으로 봐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어찌됐던 만났다는 것이 중요했다.
짧은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혀 놓으니까 하숙집 그녀가 대학생처럼
도 보인다. 잘 가시오,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녀가 내 모습을 마지막으
로 한 번 돌아 보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 모습을 보니 좀 늙어 보이기도 한다. 진짜 늙어 보인다는 것이 아니
라 오늘 그녀의 모습에 비해서 말이다. 헐렁한 남방에 양복바지. 헝컬어
진 머리가 내려와 내 눈에 비친다. 턱을 만져 보니 까칠하다. 대충 내 모
습이 짐작이 간다. 나도 좀 젊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삼층 옥상까지 단번에 올라갔다.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자취
방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컵라면 하나 끓여 먹고 오디오를 켰다. 라디오
에서 신나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물론 노래 제목은 모른다.
노래 리듬 따라 고개를 흔들다 옷을 벗었다. 좀 추한 행동이지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어떠리. 사각 팬티만을 남겨 놓은 채 욕실로 들어 갔
다. 욕실 문이 방안에 있는데 발가 벗고 간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낯을 씻었다. 쉐이브 크림이 없는 관계로 비누 거품을 만들어 얼굴에
묻혔다. 들리는 음악소리 따라 면도를 했다. 영화에서 보니까 분위기 있
게 음악 소리에 맞추어 면도 잘만 하던데, 나는 고개 끄덕이면서 면도하
다가 피봤다. 좀 따끔거리는게 아팠다. 함부로 따라 할 것이 아닌가 보
다. 하지만 내 웃는 얼굴을 바꿀 수는 없었다.
기분이 좋아서 물 한 바가지 뒤집어 썼다. 어제 갈아 입었는데 씨, 앞
으로 사흘은 더 입을 수 있는 빤스를 다 버렸다. 물에 젖은 빤스를 벗어
변기 옆에다 패대기쳤다. 기분이 좋아서... 저건 나중에 눈에 띄면 빨지
뭐. 아이 부끄러버라. 다 벗어 버렸네. 거울 보며 포즈 몇번 취하다가 물
또 뒤집어 쓰고 머리도 감고 나왔다.
시원하다. 깨끗한 몸에 깨끗한 속옷을 입고 밖에 나갈때 입는 패션 추
리닝을 입었다. 집에서 입는 저 추리닝은 좀 빨아야 겠다.
분위기 있게 담배를 물고 옥상으로 나가 내 소파에 앉았다. 담배 연기
가 밤 하늘에 퍼져 간다. 오늘 그 잠시 봤다고 그녀 얼굴이 잘 그려진다.
서울 하늘이 다시 좁아 보였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데 걸린 시간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흠, 성공할 수 있다. 아자! 아자! 아이씨, 조용히 하
면 될 거 아녀.
토요일은 일찍 일어나서 방청소를 했다. 신선한 느낌 때문이었으리라.
오랜만에 밥을 앉혔다. 그 또한 신선한 기분 때문이었으리라. 즉석 육개
장을 사서 햄조각이랑 달걀이랑 넣어 찌개도 만들었다. 그리고 청소 되어
진 깨끗한 내 방에서 나만의 조찬을 즐겼다.
옥상에 나가 정오가 가까워진 태양아래서 이단 옆차기 연습도 했다. 별
짓 다했는데도 시간은 빨리 가지 않았다. 심심하다. 약속 시간은 아직 스
무네시간이 남았는데 지금부터 설레인다. 하숙하면서 자주 볼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이 느낌이 좋다. 오후에는 미용실을 가 보자. 빨래도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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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0 관련자료:없음 16/16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0 11:11 조회:1322 추천:54
하숙 30
하루의 해가 지고 있다. 따뜻한 나라에서 내 빨래들이 마르고 있다. 짧
게 잘려진 내 머리가 바람에 시원하다. 옥상에서 보는 하늘 따라 늘어선
높은 건물 사이로 해가 수줍게 작별을 하고 있다. 황금빛이다.
밥상을 펴놓고 앉았다. 책을 보며 글을 쓰다가 웃었다. 한 줌 미소 속
에 행복이 숨어 있으리라.
시간에 떠맡긴 무료한 마음이지만 오늘은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
느니, 소중한 사람이여 지금 내 모습을 보고 그대도 미소 짓는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으이. 오늘은 하숙집 그녀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정말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단
지 다시 만난 반가움으로 착각하는 것일까. 물음표는 아직 존재하고 있지
만 오늘 나는 그 사람 때문에 행복하다.
안개 속을 걷는 사람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
막함 속에 자신있게 발걸음을 뗄수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마음도 위축되
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이 그렇다.
얇은 이불로 배만 덮고 누워 불꺼진 천정을 바라 보았다. 하숙집 그녀
가 없었더라면 내 생활이 참 막막했을 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아직 그녀
의 마음을 모르기에 자신은 없지만 내일 그녀에게 넌지시 내 마음을 표
현해 봐야겠다. 어떻게 표현해 볼까?
일찍 일어나 맞은 아침은 상쾌했다. 밥솥에 아직 밥이 있다. 마음마저
넉넉하다. 김치 한접시와 달걀 프라이 하나로 반찬은 꾸며져 있지만 아침
부터 밥을 먹는다는 것이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사소한 것에도 미소를
주자.
밥을 맛있게 먹었다. 어제 머릴 감았는데 오늘 또 머릴 감았다. 사람이
갑자기 변화면 죽을 때가 된것이라는데, 괜히 감았나? 오래 살아야 되는
데.
나갈 준비를 마치고 소파 아래서 태양이 바로 쏘아 내리는 직사 광선
을 맞으며 담배 한 대 폈다. 지금 나가면 너무 일찍 나가는 것 같았기 때
문이다.
야, 극장 앞에 사람들 참 많네. 참 지금 학생들은 방학을 했겠구나. 얼
마만이냐. 그녀를 찾아 봤으나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약속 시간까지
한 십여분 남아 있다.
약속 시간이 십여분 지났다. 그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날씨가
덥다. 실내 대기실에 들어가서 혼자 앉아 있기가 싫었다. 그녀가 나타나
면 바로 봐야 하는데, 영화 간판 밑 그림자를 친구삼아 앉았다. 그래도
덥다.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이 삼십분도 더 지났다.
그녀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얘가 왜 안 오는겨? 혹시 서울 극장 어
디 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약속 시간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같이 살아
봐서 아는데 그녀가 약속을 펑크내고 할 사람은 아니다.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허허, 사람 기다리면서 걱정 해
보는 것은 처음 인 것 같다. 왜 안나타는겨?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 내며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 따라 다리를 뻗
었다. 다시 십분 쯤 지났을 때 급히 뛰어오는 아가씨를 보았다. 베이지색
엷은 치마자락이 아름답다. 나 여기 앉아 있오. 뭘 그리 두리번 거리냐.
다행이다. 사고 난 것은 아닌가 보다. 사지 멀쩡하다. 하숙집 그녀가 나
타났다. 날 발견 하지 못했다.
"나영씨, 여기에요."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는 미안한 웃음을 짓고는 다가 왔다. 한 손에는
뭘 들고 있다.
"미안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그럼요."
"네?"
"많이 늦은 거 맞다구요."
이런말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버릇이 됐나보다.
"그렇다고 말을 그렇게 해요?"
"그럼 뭐라고 해요?"
"됐어요."
뭐가 됐다는 거냐? 저건 내가 해야 될 말인데. 그녀의 얼굴에 땀이 가
득하다. 손수건이라도 있으면 건네 줄텐데. 내 손이 지금 깨끗한가? 오늘
아침에 머리까지 감긴 손인데 더러울리가 없다.
"땀이 많이 낫네요?"
그녀 얼굴 만져 본 것은 같이 살면서도 처음인 것 같다. 그리 싫어 하
는 표정은 아니다.
"그러니까 다시 미안한데요."
"늦은거요?"
"네. 울 언니 오늘 오전에 출국했어요."
"언니가 벌써 갔어요?"
"네. 생각보다 빨리 살던 집이 처분되어서요."
"공항갔다 온거에요?"
"네."
"서운하겠다."
"괜찮아요. 떨어져 살던 시간이 오래되어서 적응이 됐나봐요."
"그럼 이제 혼자네요."
"그렇네요. 하지만 지금은 동엽씨랑 같이 있는데."
"그렇구나. 그 들고 있는 것은 뭐에요?"
"영화 봐야죠?"
묻는 말에 답은 안하냐?
"그래야지요. 뭐 볼래요?"
"아무거나."
서울극장 상영관 여섯게 중에 매진 안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저녁 무
렵으로 갈 수록 매진율은 더 심했다. 그녀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볼게 하나도 없네요. 오늘 영화 볼 팔자는 아닌가 보네요."
으이씨, 그렇게 말하면 안돼지. 같이 영화 본다고 내가 얼마나 설레어
했는지 아십니까? 극장이 이거 하나 뿐이냐? 저 건너편에도 극장 있잖
아. 너 은근슬쩍 볼 영화 없다는 핑계로 가버리려고 그러지?
"영화 봐야 되는데요."
"꼭 영화 봐야 되요?"
"그럼요. 저 건너 극장에 가 봅시다."
"그럴까요 그럼."
힘드냐? 걸음걸이가 영 시원찮다. 한 시간이나 늦게 와도 나처럼 관대
하게 대하는 사람이 많은 줄 아남. 영화 봐야돼.
단성사도 매진이었다. 피카디리? 당연히 매진이었지. 무슨 날인가? 가
는 날이 장날이라고, 근데 서울에도 장이 서나?
"동엽씨 오늘 영화 못 보겠다."
"한군데 남았잖아요."
"다른데 갈거에요? 나 오늘 많이 걸었어요. 오늘은 구두 굽도 높아서
발 아파요."
그러고 보니 오늘 나영씨가 다른 날 보다 좀 커 보이긴 한다.
"멀리 안가도 돼요. 피카디리 옆에도 극장이 하나 있네요."
"저긴 이륜데. 그리고 제목도 낯선 영화잖아요."
"어짜피 우리가 뭐 제목보고 영화 보러 왔나요. 영화 보는데 의의가 있
지."
내가 왜 영화 보는데 목숨을 거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를 붙잡긴 위해
선 영화를 봐야했다.
"그래요. 그럼 저거라도 봅시다."
"표는 내가 살테니까, 나영씨가 먹을 것 사세요."
"알았어요."
공주도 대충 시킨데로 하는구나. 허허.
그 극장은 표가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쌩판 모르고 영화 보기는 처음이
다.
옆 극장에서 하는 걸 이 극장에선 예고편으로 내 보내는 구나. 저거 재
밌겠다. 헤헤, 그녀가 내 옆에 앉아 있다. 이 여자가 정말, 나도 신발을
벗지 않았는데...
완전 예술 영화였다. 배우들이 하는 말도 영어가 아닌 것 같다. 전함
포템킨과 막상막하다. 그래도 대형화면이라 비디오 보다는 볼만했다. 어
깨가 왜이리 무거운겨.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다. 기분좋다
어깨에 머리를 기댄 것까지는 말이다. 예전에 포템킨 보면서 의심했던 것
에 확신이 들었다. 그때도 잤었구만. 그래 잘 자라. 영화 보다 보니까 볼
만 했다. 그녀가 들고 있던 팝콘을 조심스럽게 뺏었다. 내가 팝콘을 혼자
서 다 먹는 동안 그러니까 영화 끝날때까지 내 어깨는 그녀의 머리를 받
치고 있었다. 새근 새근 그녀가 잘도 잔다. 그녀가 잠 깨지 않도록 내 영
화 보면서 자세를 바꾸지 않았었다. 그래서 앉은 자세가 좀 불편하기는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나영씨."
"네!"
뭘 그리 놀라냐.
"영화 끝났어요."
"아, 제가 잠시 졸았네요."
뭘 한시간도 넘게 잤으면서.
"영화 그런데로 괜찮았죠?"
"네."
"무슨 내용인 줄은 알겠어요?"
당연히 말 못하겠지.
"좀 어려운 영화네요."
뭘 어려운 영화야. 보지도 않았으면서.
"일어 납시다."
"그래요."
그냥 일어나면 어떡하냐. 신발은 신어야지. 자네 공주 맞냐? 그 들고
왔던 것도 챙겨야지.
"어제 잠 안 잤어요?"
"네, 거의. 언니가 다음 날 갈 것이라 생각하니까 할 얘기가 많았어요.
밤새 얘기 했네요."
"그랬군요."
"제가 오래 졸았나요?"
"아니요. 오래 잤어요."
잠이 덜 깬 듯한 그녀를 데리고 영화관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까보다
더 더운 것 같다. 시원한 냉커피나 팥빙수가 생각난다.
"집에 바로 갈거 아니죠?"
그녀가 날 멀뚱히 쳐다 본다.
"흠, 오늘 동엽씨 집 구경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래요?"
"저녁도 먹어야 하잖아요."
"우리 집에 먹을 것 없는데요."
"집 지저분해서 보여주기 민망할 것 같으니까 하는 소리죠?"
"아이, 우리집 분위기 있고 좋아요."
"여기서 돈 쓰지 말고 동엽씨 집에 가서 놀아요."
"안 바빠요?"
"백수가 뭐가 바쁘겠어요."
오호라, 이제야 자기도 백순걸 인정하는구나.
"나영씨는 백수아니라면서요."
"어쩔수 없이 지금은 백수인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근데 먹을 것은 진짜 없어요. 저녁은 제 단골이 된 식당에서 먹을래
요?"
"그래도 되구요."
"그럼 갑시다. 그집 갈비탕 맛있어요. 내가 사줄게요."
"고마워요. 동엽씨 집에 간 김에 방 청소도 좀 해주고 와야 겠다."
"내 방 진짜 깨끗하다니까 왜 못 믿지?"
"같이 살아봐서 그 말을 못 믿겠네요."
같이 살아 봤다는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315/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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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1 관련자료:없음 17/17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08 조회:1236 추천:49
하숙 31
흔들리는 버스 타고 집으로 왔다. 아직 그녀는 공주였다. 빈자리가 생
기자 나 쳐다보지도 않고 훌쩍 혼자 앉아 버렸다. 지만 다리 아프나.
"아줌마 안녕."
"음 동엽이 총각 왔네. 오늘은 예쁜 아가씨도 있네."
"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동엽씨 벌써 이름까지 알 정도로 단골이 된 거에요?"
"하숙 할때도 간혹 왔었어요. 그러다가 자취하면서 완전히 단골이 됐지
요. 뭐 드실래요?"
"갈비탕 먹자면서요."
"그래요? 아줌마 여기 갈비탕 곱배기 하나하구요. 보통 하나요."
"갈비탕도 곱배기가 돼요?"
"그럼 안됩니까?"
나는 곱배기고 자네는 보통인데 왜 나는 이제 다먹어 가는데 자네는 아
직 그대로냐? 숟가락을 놓았다.
"동엽씨 왜 안 먹어요?"
"보조 맞출려구요."
"저는 적응이 돼서 괜찮으니까 빨리 드세요."
"싫어요."
그녀의 먹는 모습을 찬찬히 지켜 보았다. 참 귀엽게 먹네. 작은 밥상에
서 마주하며 밥 먹은 때가 참 그립다. 씨, 괜히 기다렸다. 다 먹지도 못
하면서 보조 맞추라고...
이번엔 그녀가 내 먹는 모습을 찬찬히 지켜 봤다.
"커억."
"여전하군요."
집 근처로 갈 수록 내 방 보여주기가 부끄러워졌다. 그녀에게 보여 주
려 하니까 동네 분위기가 좀 낡은 듯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따
라 이집일까,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다.
"여기에요."
"이집이에요?"
"네. 옥상 옥탑방이 내 방이에요."
"동네 분위기는 그렇게 좋은 줄 모르겠는데요."
"올라 가 보실래요?"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요."
"혹시 저녁시간이고 외간 남자 혼자 사는 방에 홀로 간다는 것이 좀 꺼
림찍 하진 않은가요?"
"그건 동엽씨 모르는 사람에게나 물으시고, 올라 갑시다."
몇 개월이나 살았다고 졸라 아는 척이야. 날 그렇게 잘 알면 좋아한다
던지, 아니면 사랑한다던지 말해 주면 내 마음도 안 헷갈릴 것 아닌가.
내 마음은 굳어지는 것 같다. 자네를 사랑하는 것이 맞다는 쪽으로.
"그래 올라갑시다."
"옥상이 좀 지져분하네요."
"분위기 있어 보이지 않아요? 저 소파에 앉아 하늘 쳐다 보면 얼마나
분위기 있는데요. 여자라도 마주 앉혀 놓으면 진짜 분위기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여자라도?"
뭘 째려 보냐.
"쩝, 방에 들어가 보실래요?"
"그래요."
방에 들어가자니까 부엌은 왜 둘러 보냐. 다행히 오늘 청소를 했던 관
계로 깨끗해 보였다. 근데 싱크대 한쪽으로 쌓여진 컵라면들이 그녀에게
뭐라 말할 빌미를 제공할 것 같다. 맞구나.
"대충 짐작한데로 식생활에선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니가 무슨 사감이냐. 그녀가 싱크대를 손가락으로 만져 보고는 먼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안 들어 가요?"
"들어 가요."
"방은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오늘 청소 했죠?"
"원래 깨끗해요. 그냥 앉아야 겠네요. 방석이 없어요."
"상관 없어요. 방안이 좀 삭막해 보인다. 화분이라도 하나 갖다 주어야
겠네."
참내, 완전 니 방처럼 말한다. 그녀가 방안을 둘러보면서 앉았다. 들고
있던 종이 가방은 방 구석으로 밀어 버린다.
"커피는 있는데 드실래요?"
"한잔 끓여 와 봐요."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을 가져다 그녀에게 주었다.
"이게 다에요?"
"여기 커피 믹스 하나. 물 드릴테니까 타서 드세요."
"푸후후."
"왜 웃어요?"
"원두커피기계는 왜 산거에요?"
그것도 봤냐?
"간혹 원두커피도 끓여 마셔요."
"동엽씨 자취한 지 이제 한달 다 되어 가죠?"
"네."
"조금 더 지나면 내가 많이 그리워 지겠다."
벌써 그리웠었는데.
"네?"
"내가 해 주던 밥이 조금 있으면 그리워 지겠어요."
"나영씨도 자취하죠?"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디서 해요?"
"여기서 별로 안 멀어요. 동엽씨 같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을 걸요."
"진짜에요?"
"네."
"이 근처에요?."
진짜 반가운 대답이다. 별로 멀지 않은 곳에 그녀가 살고 있다면 자주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구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나중에 가르쳐 줄테니까 자주 놀러 오
세요. 밥 먹고 싶으면 내 차려 줄테니까 오세요."
얘가 왜이리 친절하게 내 마음을 뺏어가냐. 내 오전에 마음 먹었던 걸
그냥 말해 버릴까?
"나영씨."
"왜요"
"저 있잖아요."
"말 하세요."
"그 있잖습니까."
"뭐가요?"
"나영씨는 시집 언제 갈거에요?"
담에 말하자. 서두를 필요 없다.(서두르면 작가가 곤란하다.)
"내년에는 가야 겠지요. 나는 결혼은 꼭 할거에요."
"내년에요?"
"네."
그말에 마음이 좀 무거워 졌다. 빨리 가면 안되는데...
"사귀는 사람이 있나 보네."
"동엽씨, 저하고 같이 있을때 제가 누구 사귀던가요?"
"아니요. 그럼 사귀는 사람도 없이 내년에 시집 갈 생각하고 있는거에
요?"
"네. 내년에 꼭 갈거에요. 혼자서 오래 살 자신이 없어요. 마땅한 사람
생기겠죠 뭐."
"맘데로 가세요 그럼."
좀 안심이 된다. 살다보면 적응 돼. 누가 공주 아니랄까봐. 니가 내년
에 가나 안가나 내 두고 볼거다. 헤헤, 못 갈 것 같어. 아니다 못가라.
"나영씨."
"왜요?"
"커피 들고 잠깐만 나와 봐요. 방이 덥잖아요."
"아까 본 소파에 앉으려구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여자라도 마주 앉혀 놓으면 좋다고 했잖아요. 저도 여자가 맞거
든요."
"분위기 괜찮아요 진짜."
"알았어요. 그럼 나가요."
허허, 그 소파의 여자 주인공은 하숙집 그녀 였구나. 그때 종석이 형을
괜히 앉혔다.
"동엽씬 구두 신고 나가요."
"왜요?"
"제가 슬리퍼 신고 나갈게요. 구두가 새로 산것이라 좀 아프네요."
"새로 산거에요?"
"몰랐죠?"
대충 여자들 자기 새로 산 물건 자랑하는 방법을 알겠다. 저런식으로
자랑하는구나.
그녀를 마주하며 커피를 마셨다. 밤하늘이 느긋하게 깔리고 있다. 날
보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꾸밈없는 미소가 맺힌다. 자주 이랬으면 좋겠
다.
"동엽씨 나 너무 늦으면 안돼요."
"아직 많이 늦은 시간은 아닌데..."
그래 좀더 있다가지 왜 벌써 가려 하나.
"지금 간다는 말이 아니고, 온 김에 방 청소라도 해 주고 가야지. 내가
그래도 동엽씨 하숙하던 집 주인 딸이었잖아요. 나 어려울때 도와 준 것
도 있고."
"방 깨끗하잖아요."
"동엽씨 보기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앉아서 얘기나 좀 더 하고 가면 좋겠구만.
그녀가 방을 쓸고 닦았다. 옷차림이 청소하는데 맞는 옷차림이 아닌데,
안그래도 밝은 색이라 더러워지면 어쩌려고... 욕실은 그냥 놔 두세요. 나
만 쓰는 것이라 좀 그런데. 그녀가 기어이 팔을 걷어 부치고 욕실로 들어
갔다.
"동엽씨."
"왜요?"
그녀가 욕실로 들어 간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았다. 열린 문틈 사이로
손을 뻗혔다.
"이거 동엽씨 꺼 맞죠?"
에구 쪽팔려라. 그녀의 손가락에 들려 있는 것은 물에 젖은 내 빤스였
다. 어제 빨래 하면서 저걸 왜 발견 못했을까? 무슨 여자가 남자 팬티를
아무 꺼림낌 없이 들고 난리냐.
"그...그거 제꺼 맞긴 한데요. 제발 그냥 놔 두세요."
"오디오 장식장도 모자라서 이젠 변기 구석이에요?"
"제발 그냥 놔두세요."
"봤는데 어떻게 그냥 둬요. 빨아야지. 수건도 빨아야 겠어요. 더 빨것
있으면 가져와요."
차라리 외면하자.
어제 걸었던 빨래들은 이미 다 말라 있었다. 그녀가 빨아 준 내 빤스랑
수건들을 어제 걸어 논 빨래 들 사이에 걸었다. 그녀는 지금 빨래했던 손
이랑 얼굴을 씻고 있다.
"다 걸었어요?"
"네."
"빨래는 자주 하세요. 아니면 제게 들고 오던지. 우리집에는 세탁기가
있으니까."
"알았어요."
세수하고 나온 그녀의 얼굴이 화사하다. 화장한 얼굴보다 더 친숙한 얼
굴이다. 하숙집에서는 늘 저 얼굴이었으니까.
"나 이제 가 볼게요."
"나영씨 집이 어딘지 알겸 데려다 줄게요."
"그러세요."
"그럼 지금 같이 나갑시다."
"네."
"참, 아까 들고온 가방은 안 가져 가요?"
"아, 그거 동엽씨 거에요."
"네?"
"동엽씨 가던 날 샀던 옷인데요. 맘에 안 들어도 할 수 없어요. 이제
바꾸기도 어려워요."
"진짜 제 옷 샀던거에요?"
"나중에 와서 입어 보세요."
같이 살때는 잘 몰랐는데 애인이라도 이렇게 잘해 주기는 어려울 것 같
다. 나 지금 많이 감격해 하고 있오.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316/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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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2 관련자료:없음 21/21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08 조회:938 추천:50
하숙 32
가는 길 낡은 가로등 따라 그녀가 말없이 웃었다. 너도 내가 좋긴 하
지? 말 잘못 했다가 이 좋은 느낌 깨버리면 가슴 아플 것 같다. 20분 가
량 그녀와 길을 걸었다. 그녀집 가는 길이다. 제법 크고 높은 건물 앞에
서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건물에는 **오피스텔이라고 적혀 있었
다.
"어랏! 오피스텔이네. 나영씨 사는데가 여기에요?"
"네. 동엽씨처럼 자취방인 줄 알았어요?"
"그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하숙집 판 중도금으로 구했어요. 전세에요."
"몇호에요?"
"안들어 가 보실래요?"
"몇 혼지만 가르쳐 주세요. 시간이 늦었어요. 가 봐야지요."
"405호실이에요."
"음, 405호. 알겠습니다."
"진짜 가시게요?"
"자주 놀러 올게요. 그래도 되지요?"
"그럼요. 하루 이틀 같이 산 처지도 아닌데."
"그럼 잘 들어 가세요. 전 갑니다."
"안녕."
그녀가 손을 흔든다. 허허, 나도 이틀 전 그녀처럼 자주 뒤를 돌아다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돌아가졌다. 그녀도 나를 보고 서 있다.
히히, 걸으면서 그녀가 떠오를 때마다 히죽거렸다. 뭘봐 쨔샤. 나만 히
죽거리는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와 비슷한 놈을 만났었
다. 문닫힌 만화방 앞을 서성거리며 거기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나
처럼 히죽거리는 백수같은 놈을 보았다. 웃긴 만화책을 봤나? 아니면 자
네도 기쁜일이 있냐? 많이 기뻐해라.
룰루 랄라, 삼층 계단을 숨도 안쉬고 뛰어 올라갔다. 다 올라와서 발을
헛디딘 관계로 넘어졌다. 많이 아팠다. 달이 내 모습을 보며 놀리 듯 웃
고 있다. 손에 잡히는 곳에 있다면 잡아서 한대 패 줄텐데 너무 높다. 그
럼 달에 걸려 떠오르는 그녀도 높이 있는 것인가? 하기야 나는 삼층인데
그녀는 사층에 사니까 분명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훗, 내 미래가 조
금만 더 밝아도 내 마음이 그녀따라 밝을텐데 아쉽다.
요즘 학원 생활엔 그다지 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몇 달이나 했다고
바로 결과를 바라겠는가. 더 노력을 해야 하지만 희망이 보이면 좋지 않
은가.
그녀가 청소해 주고 간 내 옥탑방, 구석에 놓여진 탐스런 종이가방. 그
녀가 놓고 간 옷가방을 열어 보았다. 여름 셔츠 하나와 면바지가 들어 있
다. 그리고 엽서 한장. 혹시 나를 기쁘게 하는 좋은 말이 있을까 읽어 보
았지만 단 하나의 시 뿐이다. 그것도 그녀의 시가 아닌 이은미라는 사람
의 시다. 이은미가 누구여? 가수 이은미 그 사람인가? 일단 시는 나중에
음미해 보고 옷을 입어 보자.
오늘 더움으로 인하여 땀이 많이 베인 내 옷들을 터프하게 벗어 던졌
다. 음악을 틀어 놓고 부드럽게 벗는건데 잘못했다. 단추가 하나 떨어졌
다. 단추 쯤이야 나도 달 수 있다.
음, 옷이 날개다. 단정한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 내 모습이 지금 반듯
하다. 허허, 그녀가 주었기 때문에 이 옷이 너무 맘에 든다.
제목 좋다. 사랑입니까. 모르겠는데요. 엽서에 적힌 시의 제목은 '사랑
입니까'였다. 이걸 나에게 물어 보면 안돼지.
당신 앞에 서면
나는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입니다.
밤돋아 피었다간 다투어 지는 꽃.
채 묻어나지도 못할 때깔로 피어선
지레 내일이 두려워지는
그대로의 작은 들꽃입니다.
가지는 안개에 싸였습니다.
움츠러진 이파리엔 벌써부터
밤 서리가 분분합니다.
시선을 기다리는 꽃잎은
말없이 고개만 떨구우고
가득 물 오른 뿌리에는
어느 새 열매가 그립습니다.
하, 달빛도 부끄러운 오늘은
제게도 사랑이 있음입니까.
이렇듯 하야니 온몸이 부서짐은
달빛 속에 선 까닭입니까.
당신 앞에 선 까닭입니까.
이해가 될 것도 같지만 조금 어려운 시다. 하지만 마지막 연은 맘에 든
다. 당신 앞에 선 까닭입니까.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단어다. 근데 왜
슬퍼지냐. 백수가 당신앞에 서 봤자 초라해지기 밖에 더하겠냐. 그녀가
주었던지 말던지 시가 내 처지때문에 슬퍼졌다. 그래 나는 이름없는 들꽃
같다. 함부로 사랑할 수 없는. 백수는 좋아할 수는 있어도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나이가 연애만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삶은 현실
인데 말이다. 외로운 그녀 처지에 그리운 감상에 빠질만도 하다. 나는 시
선만 기다리는 들꽃이 맞나 보다. 그녀곁에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이 나타
난다면? 그녀가 말한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면 말이다. 백수인 나는 빠져
야 되는구나.
갑자기 설버서 마음따라 울었다. 그녀가 사준 옷을 입고 그녀가 닦아
준 방바닥에 앉아 꺼이 꺼이 울어 버렸다.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녀
는 한 줌 미소만 지어주고 떠나 버릴 것 같다. 그리고 그 미소가 좋아
나는 허허 웃겠지. 나는 초라한 들꽃이고 자기는 달이라 이거지. 그렇구
만. 에이씨, 오늘 시집 언제 가냐는 말은 왜 물어가지고 스스로 초라하게
만드냐. 이 시가 그러니까 좋은 사람 두고 말 못하는 나를 묘사한 것 같
아 너무 슬프다.
달빛이 부끄러워 밖에 나가지 못하고, 그녀가 사준 옷을 고이 접어 머
리맡에 놓아 두고는 불을 껐다. 어둔 방을 장식하는 빨간 담뱃불과 밤안
개처럼 번져가는 연기불로 삼분을 발악한 뒤에 잠이 들었다.
또 이상한 꿈을 꾸었다. 예전에 한 번 꾼적이 있는 꿈이다. 그녀가 결
혼하는 식장에 가서 부조금 내고 밥 얻어 먹는 꿈. 첫번째 꿈에서 깨었을
때보다 훨씬 슬펐다.
내년에 내 나이 진짜 서른이다. 그녀가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했지? 십
자 창문 사이로 해 어스름이 밝아 온다. 나이 서른쯤에 내 사랑한 사람의
결혼식장에서 해 어스름이 밝아 오는 창을 멍한 눈으로 주시하며 혼자 가
슴 아파했던 기억을 웃으며 지우자. 근데 왜 이딴 생각을 하는거야. 어제
그녀를 잘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이 왜 이딴 거냔 말이다. 성격 그 이상
하네.배가 고파서 그렇나?
"커억!"
컵라면 하나 끓여 먹었다. 아직 여섯시도 안됐다. 너무 일찍 일어 났
다. 다시 자야겠다.
"쾅! 쾅!"
이게 왠 소리냐. 참 낯익은 소리다. 그녀는 아닐테고 주인 집 아저씬
가? 오랜만에 방문 과격하게 노크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 바늘은
아홉시를 조금 너머 가리키고 있다.
"누구세요?"
"저에요."
"에?"
"저라구요."
"나영씨?"
"네."
뭐여 이거. 아침부터 그녀가 왠일일까? 후다닥 추리닝을 입고 문을 열
었다.
"나영씨 아침부터 왠일이에요?"
그녀는 스테인레스 남비를 들고 웃고 있다. 그리고 하숙집에서 처럼 내
의사하는 상관없이 내 방을 떡하니 들어와 버린다. 조금 황당하다. 내가
지금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가 당연할 것이다.
"아침 먹으려고 왔어요. 어제 보니까 아침에는 컵라면 먹는 것 같아서
요. 이렇게 자주는 못해요. 오늘은 동엽씨 집 알게된 첫 날 아침이라 특
별히 찌개 재료를 만들어 왔어요. 고맙죠?"
"고맙긴 한데..."
"밥은 있어요?"
"해야 될걸요 아마."
"그럼 밥은 동엽씨가 하세요. 나는 찌개를 끓일테니까."
"밥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는데 이러면 제가 부담스러운데..."
나를 보던 그녀의 시선이 주방쪽으로 돌려지더니 걸음을 옮겼다.
"걱정마세요. 내일은 안 올거에요."
자기 주방인양 싱크대 앞에 서서 냄비에 물을 붓고는 가스렌지에 그것
을 올려 놓는다.
"거기 쌀 좀 주세요."
"어디 있는데요?"
"싱크대 안쪽 검은 비닐 봉지에 있어요."
"얼마큼 드릴까요?"
"알아서 주세요."
그녀가 라면 끓여 먹는 대접에다 쌀을 담아 주었다.
"쌀 씻어야 되지 않아요?"
"욕실 가서 씻을게요. 여하튼 고마워요."
"고마운 줄 알면 됐어요."
아직 정신이 멍하다.
쌀을 씻어 방안에 있는 전기 밥솥에다 넣었다. 쪼그려 앉아 밥통에서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김을 보고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 그녀는 주방에서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동엽씨 밥상은 어디 있어요?"
"방에 있어요."
밥상은 책상겸용으로 쓰는 좋은 것이 있지. 밥상위에 놓여진 것들을 치
워 방 중앙에 놓았다. 뭘까 이거? 아이씨, 모르겠다. 아침부터 그녀를
보게 되어 기분 좋다.
"동엽씨 냉장고도 있네요?"
"그거 제것 아니에요. 제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거에요."
"김치 있어요?"
"네. 냉장고 젤 밑에 보면 뜯지 않은 봉지 김치가 하나 있을 거에요."
"달걀도 있네요."
"그건 먹어도 되는거에요. 우유는 손대지 마세요. 빵두요. 다 유통기한
지난 것이니까."
그녀가 달걀 프라이와 김치를 밥상위에다 갖다 놓고는 후다닥 다시 주
방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후다닥 밥그릇을 두개 갖다 놓았다. 왜 혼자
사는데 밥그릇이 두개가 있을까? 그녀가 냄새 좋은 찌개를 가져와 내려
놓고는 밥통을 보며 쪼그려 앉아 있는 내 건너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
을 들어 보인다.
"어느게 동엽씨 숟가락이에요?"
"남자것처럼 보이는 거 있잖아요."
"그럼 나머지 하나는 여자꺼에요?"
"네."
"여자 것을 왜 샀는데요?"
"사고 싶어서 산게 아니라 셋트로 팔길래."
"그럼 이거 사용한 사람 있어요?"
"없어요."
"밥 아직 안됐어요?"
"뜸 들이는 중이에요."
그녀가 갑작스레 찾아온 것에 다소 당황이 되었으나 오랜만에 그녀와
마주하며 작은 밥상에서 밥을 먹어 보는 것이 너무 좋다. 다시는 경험하
지 못할 것 같았는데 오늘 아침은 느낌 좋은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자주 보던 모습이다. 젓가락을 물고 천천히 반찬을 주시하며 입을 오므
리는 모습. 내가 퍼준 밥이 좀 많아 보인다.
"먹읍시다."
"그럽시다."
많이 늘었네. 찌개가 참 맛있다. 그녀의 음식 솜씨가 한달새에 눈부시
게 발전했을리 없다. 자취하면서 내 입맛이 많이 낮아진 탓일거다. 아이
씨, 또 천천히 먹잖아. 기다려 줄까 말까? 에이 그냥 먹어 버리자.
그녀가 채 반도 먹기전에 밥 한공기를 비웠다. 새벽에 컵라면을 끓여
먹었지만 입맛이 땡겼다. 찌개에 고기가 들었던 관계로 트림이 나오려 했
다. 그녀는 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식사를 하고 있다. 앉아 뒤로 물러났
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커어억."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 나를 무뚝뚝하게 한 번 쳐다 봤
다. 씩 웃어 주었다.
"이왕이면 트림은 하지 말아요. 그래도 많이 발전 했네요."
"물 떠다 드릴까요?"
"그래 주세요."
그녀도 밥을 다 먹었다. 상당한 양이었을텐데 밥 한공기를 다 비웠다.
남은 찌개는 학원 갔다 와서 라면 사리 넣어 다시 먹어야 겠다. 호호호
오늘 밤 밥값도 굳겠네 하하.
"동엽씨. 입가심하게 커피 한잔 끓여 주세요."
"그리지요 뭐."
컵하고 커피믹스 하나 갖다 주고 커피 포트에 물을 올렸다. 물 끓는 소
리가 듣기 좋다.
"동엽씨 저 옷 입어 봤나 보네요."
그녀가 어제 고이 접어 놓은 옷을 본 모양이다. 그녀의 컵에다 물을 부
어 주며 답을 했다.
"잘 어울리던데요. 고마워요."
"그 소리는 한달전에 들었어야 했어요."
내가 소리 없이 하숙방을 나갔던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는 것
을 짐작할 수 있겠다.
"참, 그 속에 있던 시도 잘 읽어 보았어요. 근데 하필이면 내용이 그런
걸로 했을까요?"
"내용이 어때서요?"
"내용이, 음, 꼭 내 처지를 비난하는 것 같아서요."
"네? 어떻게 해석을 했기에..."
"어제 그 시 읽고 나서 달이 부끄러워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니까요."
"엥? 달이 왜 부끄러워요?"
말할까 말까. 뭐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지. 그래 마땅한 사람 나타나기
까지는 내 마음 약간은 표현해도 되겠지 뭐.
"그 달에, 응... 나영씨가 걸려 있거든요. 내가 좀 초라하게 느껴져서."
"걱정된다. 그러지 마요 동엽씨."
"걱정은 무슨..."
"흠, 해석을 자기 처지에 맞추어 읽어 버렸군요. 됐어요."
"잘해 주어서 고마워요. 덕분에 훌륭한 아침을 먹었습니다."
"훗."
그녀가 컵에 입을 대려다 피식 웃는다. 더 훌륭한 아침도 만들 수 있다
는 의민가?
"왜 웃는데요?"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제가 해야 돼요."
"그건 왜요? 애써 찌개 만들어 예까지 온 것은 나영씨에요."
그녀가 벽에 기대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은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눈빛이 참 고왔다. 다소 슬프게도 보였고.
"동엽씨."
"네."
"나 아침에 이렇게 온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었어요."
"무슨 말인데요?"
"혼자서 아침을 먹으려니까 눈물이 쏟아졌어요. 오늘 아침 처음으로 혼
자 맞이하는 아침이었어요. 하숙집 학생들도, 언니도 가버린 혼자서 맞는
아침이었거든요.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막막했어요. 그래서 동엽
씨에게 왔어요."
그녀의 가라앉은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아프다. 그랬구나. 에구 맞구
나. 대충 어제 느꼈던 설움들 맞구나.
"이봐요 나영씨."
"네."
"자꾸 감상적으로 되지 마세요. 자꾸 그러면 더 힘들어져요. 내일부터
는 꾹 참고 혼자서 아침 먹어봐요. 빨리 적응해야지요."
그녀가 두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 보았다. 꼭 째려 보는 것 같다.
"나 집에 갈래요."
"데려다 드릴까요?"
"혼자서 갈 수 있어요."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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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317/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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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3 관련자료:없음 13/13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09 조회:888 추천:53
하숙 33
조금만 더 놀다가지, 느끼지 못했던 오전의 허전함이다. 천정이 뜨거워
져 오고 있다. 그녀는 내 기분을 아쉽게 만드는 표정을 하고는 내 배웅을
거절한 채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설거지를 끝내고 밥상은 다시 책상이 되었다. 아직 이론 책을 보며 글
쓰는 공부를 해야하는 초보구성 작가단계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전문 작가
이상의 이야기들이 있다. 어찌보면 하숙집 그녀의 삶이 글 쓰기 좋은 자
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정네가 있었으니 바로 동엽
이라 했다. 이렇게 적어 볼까? 너무 삼류 같나?
문학적 예술성은 배고픔과 고독에서 온다. 지금 나는 고독하지만 배는
졸라 부르다. 내가 무슨 예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배 고픈데 글을 쓸
수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고독해도 딴 생각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녀 생
각이 자주 난다. 아침에 찾아 온 그녀가 돌아간 지금 안타갑다. 천정이
뜨거워 지는 만큼 내 눈꺼풀은 무거워 지고 있다. 십자 창문 바깥의 풍경
들이 녹고 있다. 모두 녹일 것 같은 졸라 더운 여름날이다.
한 주가 시작 되었다. 학원을 가는 시간이 내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시
간이다. 학원 내가 속한 방 사람들은 아직 눈망울이 초롱하다. 작가가 된
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또는 취미로 글
쓰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변화가 별로 없지만 차분한 것
이 안정된 느낌이다. 종석이 형은 내 이사하기 전달에 반을 옮겼었다. 그
반이 오늘 떠들썩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오늘 종석이 형이 보이
지 않았다.
집에 오면서 많이도 망설였다. 그녀의 오피스텔을 찾아 가 보고 싶은
맘 때문이었다. 근데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떼어지지 않았다. 오피스텔
쪽으로 가는 길만 쳐다보다 그냥 돌아섰다.
집에 와 아침에 계획한데로 찌개라면을 끓여 먹었다. 배 부르니까 기분
이 좋다. 희미한 달빛이 초라하게 고운 옥상 소파에 앉아 담배 한 대 피
웠다. 생활이 단조로운 것 같다. 자취하기 시작하면서 늘 이런 생활이었
는데 오늘은 내 생활이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 되어진다. 그녀를 만났기
때문이다. 누군가 보고 싶으면 그가 없을 때의 생활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까 학원 마치고 그녀 오피스텔을 갔었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을, 내일 아침에도 그녀가 올까?
컴퓨터를 켜 놓고 나중에 내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는 데 무리가 없을
때, 그때 쓰기 위한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 내 마음에 구상되어진 것
들을 타이핑 해 보았다. 이런 것도 드라마로 제작할 수 있을까? 그럼 당
연하쥐.시청율을 올리려면 예전에 종석이랑 주영이가 얘기했던 것처럼 여
성 시청자들을 겨냥한 멜로물이여야 한다. 벌써 시청율을 생각한다는 것
이 우습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볼 만 할 것 같다. 암, 이 내용 충분히 드
라마로 제작 될 수 있다. 제목은 신데렐라라고 하자. 남자 신데렐라. 세
상 물정 모르는 백수가 졸라 잘난 여자와 우여곡절 끝에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쿠쿠, 남자 주인공 이름은 신동엽이고 여자 주인공 이
름은 이나영이다. 세상에 신동엽이가 나만 있나? 그리고 이나영이라는 이
름이 하숙집 그녀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다. 그래도 혹시 진짜 드라마로
제작되어 그녀가 그걸 보게 되면 조금 부끄럽겠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을
조금 수정했다. 신돈엽, 이나연으로. 이러면 아마 모를것이다.
글은 안쓰고 컴퓨터 모니터만 밝혀 둔 채, 그 앞에 누워서 신돈엽이하
고 이나연이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상상을 하며 배시시 웃었다. 워드 프
로세서의 커서가 깜박 거리며 차라리 컴퓨터를 꺼라, 그러며 투정을 부리
고 있다. 커서야 미안, 조금만 더 상상하다가 움직여 줄게. 상상하다 웃
음을 간직한 채 잠이 들어 버렸다.
오늘 아침도 잠에서 깬 시간이 일찍다. 여덟시도 안됐다. 오늘 아침은
컵라면을 먹어야 되나? 그녀가 왔으면 좋겠다. 십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반가운 사람의 소식이 있을 거라는 모양으로 환하다.
"쾅, 쾅."
그년가? 그녀였으면 정말 좋겠다.
"누구세요."
"총각, 나 아랫집 아저씨."
김 팍 새 버린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저 아저씨 잠도 없나.
"무슨 일인데요?"
"전기세 나왔어."
이런 새벽에 전기세를 받으러 왔단 말여. 세상 참 삭막하다. 문을 열어
주었다.
"얼만데요?"
"오만 팔천원 나왔는데, 예전부터 이 방에선 20퍼센트를 내기로 했어.
불만 없지?"
"불만은 없는데요. 그게 얼만대요?"
"모르지. 빨리 계산해서 죠."
아이씨, 계산해놓고 와야 될 거 아냐. 오만 팔천원의 이십퍼센트면 얼
마냐. 오만에 이십퍼센트는 만원이고 팔천원에 이십퍼센트는? 쫌 어렵다.
천... 천 팔백? 아이씨, 졸라 어렵네.
"아저씨 계산기 없어요?"
"안 가져 왔는데."
"대충 만 천원 정도 되는데요?"
"그럼 만 천원만 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하숙할 때는 전기세 달라는 소리는 안했는
데 생각지 않았던 돈이 나가니까 억울했다. 컴퓨터가 아직 켜져 있다. 켜
져 있는 컴퓨터로 계산해 보았다. 오만 팔천원의 이십퍼센트는 만천육백
원이었다. 사발면 하나 값을 앉은 자리에서 벌었다. 기분이 다시 좋아졌
다. 아주 사소한 것에 기분 나빠 했다가 기분 좋아해 하는 것 같다.
열시 까지 방문을 주시한 채 아침을 먹지 않았다. 방문을 주시한 채 아
침을 먹기를 꺼려 했던 것은 당연히 그녀가 혹시 올까 하는 생각 때문이
다.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의 열기를 식힐 겸 찬 물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 준 옷
을 입고 학원으로 출발했다. 아침, 점심을 모두 컵라면으로 때웠다. 속이
좀 쓰리다. 그 속쓰림은 학원을 파하고 최고조에 달했다.
종석이 형을 만났었다.
"어! 오늘은 엄청 깔끔하다."
"원래 제가 깔끔하잖습니까? 옷이 잘 어울려 보여요?"
"그래, 잘하면 이십대로 봐줄 수 있겠다."
"저 이십대 맞는데요."
"보통때는 안그래 보였어."
"어제는 안 보이시대요?"
"하하!"
종석이 그가 대답은 하지 않고 크게 웃었다.
"왜 웃어요?"
"나, 다음 달부터 M방송국 작가 아카데미 전문 코스 밟게 됐다."
"네?"
"내가 이번에 그 방송국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을 했잖아. 그 수상 경
력 때문에 중급자 코스도 아니고, 바로 전문 코스로 건너 뛰어 버린 거
아니겠냐."
"진짜요?"
"응. 잘하면 내년에는 방송국 작가 공채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 시나리오를 썼대요?"
"틈틈히 썼지."
허! 이 녀석은 그래도 할 것 다하고 개떡 사랑 읊고 다녔었네. 근데 시
나리오 쓸 만한 내용이 이 녀석 주위에 있었을까? 내 속이 지금 지각변
동을 일으키고 있다.
"무슨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썼는데요?"
"내용? 그냥 내 일상적인 얘기야."
"그러니까 무슨 일상적인 내용인데요?"
"어, 내용을 설명하자면 작가의 꿈을 쫓는 한 여성의 좌절과 그리고 그
곁에서 그 여자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순수한 남자의 헌신적 사
랑을 심리적, 시간적으로 심층적으로 엮었지."
무슨 말이야 이거. 여자는 주영씨를 생각한 것 같다. 근데 너 차였잖
아. 심리적으로 엮었어? 심리적은 무슨, 개떡사랑철학 주절 주절 썼겠지.
어떻게 입상이 되었을까?
"상금은 없어요?"
"얼마 안돼지만 곧 받아."
"잔치 안 해요?"
"나중에."
"그럼 이 학원은 안나오겠네요."
"그래. 그래도 종종 찾아 올게."
"그래요. 축하해요."
나도 공모를 해 볼까? 하지만 아직 시나리오 쓰는 형식도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고 있는데. 예전에 강사가 아무 글이나 공모해 보라고 했던 기
억이 있다. 진짜 나도 공모를 해 볼까? 너무 서둘지는 말자.
같은 계단에 있던 사람이 날 버려두고 웃으며 몇 계단 올라 가 버렸다.
축하는 해 주었지만 내 자신이 초라하다.
"한 잔 할래?"
"가 볼 데가 있어서요. 상금타면 한잔 합시다."
"그래. 그때는 내가 살게."
"잘 되길 빌게요."
"고마워. 너도 잘 될거야."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자취방으로 들어 왔다.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옷차림이 멋있는 미남이다. 그렇지만 그것 뿐인 것 같다. 옷을
벗어 단아하게 옷걸이에다 걸었다. 내 처지와 가장 비슷한 놈이, 별로 생
각나던 사람은 아니지만 내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쓸쓸하다. 그래도 잘
되서 떠나는 것이니 축하해 주어야 된다.
흠, 속이 졸라 쓰리다. 이제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은 나영씨 밖에 없
구나. 근데 언제 하숙집 그녀가 나하고 비슷한 처지가 되었나. 그 또 이
상하네. 오늘은 내가 딴 날보다 더 초라하게 느껴지고 있는데, 그녀가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진다. 어찌보면 내 처지보다 못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낮아지지는 않는다.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318/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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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4 관련자료:없음 19/19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09 조회:870 추천:55
하숙 34
종석이 형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자극에 컴을 켜고 몇자 쳐 보았지만 또
배시시 웃고만 말았다. 그래, 하숙집 그녀가 가까운 곳에 있다. 내일은
그녀를 찾아가 보아야 겠다.
학원을 마치고 그녀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보았다. 오피스텔의 수위가 날
못마땅하게 쳐다 보아서 어색했지만 꿋꿋하게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잡
상인 아니란 말이여.
405호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
빛이 없다. 서울에 장이 서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도 장날인가 보다.
날을 잘못 잡았다.
혹시나 그녀가 곧 돌아오지 않을까 해서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기다려
보았다. 가지고 있던 담배가 여러 가피 남았었더라면 좀 더 오래 기다렸
을텐데, 세 가피 뿐이어서 기다린 시간이 그리 길지가 못했다. 십분마다
한대씩 폈다고 치면 30분 정도 기다렸나 보다. 오늘만 날이냐, 오피스텔
이 울산바위처럼 금강산 가는 것도 아니고 다음에 오지 뭐. 자주 뒤를 돌
아 보며 오피스텔을 떠났다. 못 보고 오니까 더 보고 싶었다.
며칠을 그녀 생각만 하고 오피스텔에는 가지 못했다. 그녀도 내 옥탑방
을 찾아 오지 않았다. 목요일은 그 전날 오피스텔을 찾아 갔었기 때문에
이틀 연속 가기가 쑥스러웠다. 그녀야 내가 왔다 간 것을 모르겠지만 수
위 새끼가 날 봤기 때문에 혹시 뭐라 그럴까 두려웠다.
금요일날 못 간 것은 삼일 연속해서 계속 그녀 집을 찾아가야지 마음 먹
은 내 자신에 대한 일종의 경계심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하
는 불확실함에 대한 자기 방어심리다. 그리고 금요일날 그녀를 봤다면 막
막한 토요일날 다시 보기가 민망했다. 애인 사이도 아닌데 날마다 만날수
가 있나. 흑흑 그렇지만 이번주 들어서 매일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냥
하숙할 때처럼 매일 그녀를 만났으면 좋겠다.
토요일이다. 아침부터 할 일이 없다. 날씨는 엄청 더울 것 같다. 오랜만
에 방청소를 했다. 그녀가 청소해 주고 난 후, 딱 일주일만이다. 방 청소
를 하고 다소 깨끗해진 방바닥에 앉았다. 그녀가 준 셔츠를 입고 패션 추
리닝을 입었다. 그리고 다짐을 했다.
그래, 절대 뻔뻔한 짓이 아니다. 그녀가 분명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주먹을 불끈 쥐고 각오를 다졌다.
'가자. 그녀에게 당당하게 먹을 게 떨어져서 밥 얻어 먹으러 왔다고 말
을 하자. '
혹시나 따지는 그녀 성격에 검사를 할까봐. 남아 있던 컵라면이랑, 쌀을
나만이 알수 있는 곳에다 숨겼다. 어디냐구? 옥상위에 널려 있던 폐가구
속이다. 그리고 숟가락 하나랑 밥그릇 하나를 챙겨서 신나게 옥상을 내려
왔다. 오늘도 없으면 어쩌지? 설마 오전부터 어딜 가겠냐.
"아저씨, 어디 가요?"
저번에 수상쩍은 눈초리가 심상찮더니 결국은 묻는구나. 엘레베이터가
내려오기만 기다리는데 수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405호 가는데요."
어린 아이의 눈망울로 아주 선량하게 대답을 했다.
"405호는 왜 가는데요?"
"405호가 거기 있느니까요."
말장난 하는게 아닌데 그랬다. 수위의 눈초리가 무섭다.
"거기 잠깐만 있어 봐요."
수위가 날 수위실 앞에다 잡아 두었다.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는게
그녀에게 날 확인하려나 보다.
오피스텔에도 인터폰이 있구만.
"그녀가 있대요?"
"누구라고 말해 줘요?"
"동엽이라 그러면 알거에요."
수위새끼 나한테는 졸라 퉁명하게 말하면서 수화기에 대고는 엄청 친절
하게 대답한다. 내 자취하는 집에도 수위를 하나 쓰자고 주인 아저씨한테
건의해 봐야 겠다.
나 이 건물 옥탑방에 사는 신 동엽이라는 사람이여.
아, 그러세요. 저 이번에 이 건물 수위로 내정된 아무갭니다. 가장 높은
곳에 사시는 동엽씨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 그럼 계속 수고하세요. 그 괜찮을 거 같다.
"올라가 봐요. 그 밥그릇은 뭐에요?"
"내 밥그릇인데요."
호주머니에 숟가락도 있는데 그것도 봤다면 물어 보겠지. 물론 내 밥 숟
가락이라고 대답을 해 주겠지. 엘레베이터를 내리자 마자 나영씨의 목소
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여기에요."
아주 밝은 얼굴이다. 날 보고 저런 표정 지을 줄 알았으면 어제, 그제도
오는 건데 그랬다. 안 덥냐 그런데. 하숙집에서 늘 보던 긴 주름치마를
입고 있다.
"하하, 안녕."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녀의 오피스텔은 자그마하고 아름다웠다. 티비에
서 자주 보던 전형적인 원룸 오피스텔의 모습이다. 꽃 병도 있고, 화분도
있고, 침대도 있네. 자그마한 탁자도 있다. 싱크대도 좋아 보인다.
"참 빨리도 오시네요."
"아, 아침에 일찍 깬 바람에."
"그말이 아니라 여기 가르쳐 준 날로부터 일주일만에 왔다는 말이에요."
"아, 일주일만에... 가까우니까 빨리 찾게 되었어요."
"동엽씨 고등학교 때 국어 못했어요? 그런 국어 실력으로 어떻게 글을
쓴다고 그럴까."
뭐야, 들어서자 마자 날 놀려? 밝은 표정이라 참는다.
"집이 아담하고 좋네요."
"그래도 예전 하숙치던 그 집이 늘 그리워요. 동엽씨 밥 먹으러 온 거
죠?"
"어떻게 알았어요? 나영씨는 아침 먹었어요?"
"아직 안 먹었어요. 예전에 하숙 쳤었는데 아무리 집을 줄였지만 동엽씨
밥 퍼줄 밥그릇 없을라고 그걸 들고 왔어요? 하여튼 잘 왔어요."
숟가락도 가져 왔는데 보여줄까 말까.
"제법 늦은 시간인데 아직 아침을 안 드셨군요."
"동엽씨가 올 것 같아서,라고 말하면 믿어 주실래요?"
믿어 줄까, 말까. 말이라도 기분이 좋은 답이다. 그녀가 싱크대 앞으로
갔다. 작은 식탁의 의자에 가 앉아 보았다. 그녀가 아침 준비를 하는 동
안 다시 오피스텔 내부를 찬찬히 둘러 보았다. 제법 꾸민 흔적이 보인다.
탁자 위에는 보지 못했던 그녀의 가족 사진이 있다. 아버님이 잘 생기셨
네. 하숙집 아줌마의 모습도 새롭다.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녀의 언니가
지금 그녀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짧은 머리가 바로 고등학생이란게 표가
나는 남자도 하나 있다. 그녀의 오빤가 보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혼자다. 그녀의 뒤모습을 바라 보며 가여운 생각을
해 본다. 그녀가 중학생 정도의 나이때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좀 신기하
다. 사진 속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고 바로 그 소녀가 그녀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바지는 맘에 안들었나 봐요?"
그녀가 뜨거운 콩나물국을 퍼다 주며 말했다. 날씨가 더워도 국은 항상
뜨겁구나.
"네? 맘에 들던데요. 왜요?"
"셔츠는 그런데로 잘 어울리네요."
"예."
"동엽씨가 오늘도 안 왔더라면 저 며칠 동안 더 못 봤을거에요."
"왜요?"
"오늘 오후에 어딜 가거든요."
"어딜 가는데요?"
"갈때가 있어요."
"언제 오는데요?"
"삼일뒤나 사일 뒤에 올거예요."
"멀리 가요?"
"그렇게 멀진 않아요.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앞으로는 친 오빠
처럼 대해야 할 사람이 있거든요."
"에?"
"뭘 그리 놀라세요?"
당연히 놀라지. 남자 얘기가 나왔는데. 시집이라도 가려나 하는 생각으
로 마음이 무겁지 당연히.
"친 오빠처럼이라면, 시집가는 것하고 연관이 있나요?"
"없다고는 말 못하겠죠."
씨, 대답을 애매하게 하냐. 시집 가면 안되는데, 지금 처지로서는 붙잡
고 싶어도 명분이 없다.
"오늘 갈 거에요?"
"네, 오후에 출발할까 생각중이에요. 수요일 쯤 전화해 보세요. 그때 아
마 나한테 먹을 것이 많지 않을까 싶네요. 아 맞다. 저 전화 설치했어
요."
이 여자가 진짜. 혼자서 삼일동안 어딜 간다는 말이냐.
"번호가 몇 번이래요?"
"765-0865(혹시 같은 번호 소지자는 그러려니 하세요. 그냥 대충 만든
번호니까. 실은 내 피시에스도 뭐뭐뭐에 0865인데.)에요. 나중에 다시 메
모해서 줄게요."
그것도 내가 못 외울것 같냐. 405호도 외었었는데. 그녀가 밥을 퍼와 나
와 마주 앉았다. 다음부터는 밥그릇 안 가져 와도 되겠다. 하숙할 때의
내 밥그릇과 무척 닮은 밥그릇이 내가 들고 갔던 것 보다 좋았다.
밥을 다 먹고 그녀가 설거지 하는 동안 그녀의 침대에 가 앉아 보았다.
느낌이 묘하지만 좋은 쪽이다. 여기서 그녀가 잔단 말이지? 쿠쿠. 푹신하
다. 나도 한 번 누워 볼까? 눕는 척 하다가 그녀한테 들켰다.
"그거 메트리스 바꿔야 겠어요. 제가 산것이 아니라 여기 있던 거라서
스프링이 많이 느선한 것 같아요. 그런거 같지 않아요?"
내가 언제 침대 생활을 해 봤어야 알지. 아무리 하숙하면서 같이 살았다
고 자기 침대에 누워 보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 스프링 느선한 것 같지 않
나요?
"언제 갈 건데요?"
"내가 간다는 곳이요?"
"네."
"아직 여유 있어요. 쫓아 내지 않을테니까 더 놀다 가세요. 동엽씨 토요
일이라 할 일도 없잖아요."
아무리 할 일 없는 것이 맞지만, 그 말은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
다.
그녀가 커피를 끓여 주면서 침대 위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괜히 어색했
다. 할 수 없이 눈치를 살피며 바닥에 내려 앉았다.
"바닥이 별로 안 깨끗할텐데, 왜 거기 가서 앉아요?"
"커피 흘릴까봐."
"훗. 동엽씨 방 깨끗해요?"
"오늘 청소하고 왔어요"
"다음에 또 청소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이런 저런 말들이 오고 갔다. 한동안 그녀는 침대에 앉아서 나를 내려
보며 이야기 했다. 그게 불편했는지 그녀가 침대위로 올라와 앉으라 말을
했지만, 침대라는 단어와 남,녀라는 단어가 합해지면 왠지 이상한게 연상
되어서 피했다. 나중엔 그녀가 내려와 앉았다. 바닥이 더러울텐데...
종석이라는 형이 나보다 빨리 잘 나가게 되서 배 졸라 아프다는 얘기도
하고, 현철이랑 그 밖의 하숙생들과 간혹 연락을 한다는 얘기도 듣고, 뭐
일상 얘기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녀의 모습이 시간을 가렸기 때문
이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그녀가 시계를 보는 투가 곧 나가 봐야 될 시간인
것 같다. 저 차림으로 나가지는 못할 것이고, 하숙집 처럼 방이 따로 있
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없어야 씻고, 옷도 갈아 입을 것 같다.
"저 가 볼게요."
"오늘 내 일만 없어도 어디 놀러 갈 수도 있는건데."
"근데 진짜 어디 가는데요?"
"서글픈 일이라서 말하기 싫어요."
서글픈 일? 시집가는 일이 서글픈 일은 아니지. 다행이다.
"잘 다녀 오세요. 그럼 나는 이제 갈랍니다."
"참, 동엽씨. 물어 볼게 있어요."
"뭔데요?"
일어서려다 다시 앉았다.
"저 번에 내가 옷가방에 넣어 준 시 있잖아요."
"네."
"음. 그 시가 자신의 처지를 비난한다고 그랬잖아요. 그게 무슨 뜻이에
요?"
"네?"
"내가 왜 달이에요? 혹시."
"혹시 뭐요."
"아니에요. 내가 왜 달인데요?"
음, 친오빠처럼 대해야 될 놈을 만난다고 그랬지? 대충 나도 자네를 좋
아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려야 하지 않겠냐 싶다.
"모르겠어요. 하여튼 그때 시는 좋아하는 사람에 비해서 초라해 보이는
내 자신에 대한 시 같아서 별로 였어요."
그녀가 내 집에 가는 걸 뚜렷한 시선으로 방해 하고 있다.
"그걸 내가 보냈다는 것은 생각 못해 봤어요?"
"거거 나영씨가 보낸 것 아니에요?"
"일부러 그러는 거에요? 진짜 우둔한 거에요?"
"뭐가요?"
"아니에요."
"저 갑니다. 잘 다녀 오세요."
"잠깐만요 동엽씨."
"왜요."
"전화번호 적어 가야죠."
"외웠어요. 765에 공팔육오."
"음, 한가지만 더 물어 봐도 될까요?"
"물어 보세요."
"동엽씨도 절 좋아하나요? 아니에요. 잘 가세요."
야이, 물어 놓고 대답할 시간도 안주고 쫓아 내면 섭하지. 좋아하기야
예전부터 좋아했지. 요즘엔 좀 헷갈리지만. 아무래도 자넬 사랑하는 것
같은데.
근데 동엽씨도? 나 말고도 그녈 좋아하는 놈이 있나 보네. 그놈이 누굴
까. 그 친오빠처럼 지내야 된 다는 놈이 나영씨 보고 좋아한다고 말했나?
수요일날 꼭 여기 다시 오리라. 그녀 위해 꽃다발을 한 번 사 볼까? 하여
튼 마음 뺏기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야 할텐데. 걱정이 하나 생겼구만.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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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319/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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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5 관련자료:없음 13/13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10 조회:871 추천:49
하숙 35
그녀가 생각나 뜨거웠던 일요일은 빠르게 어둠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어제 그녀를 만난다고 너무 설레였었나 보다. 라면과 쌀을 어디 숨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늘은 저녁 한 끼만으로 배고픔을 참았다. 밥을 먹
으면 바로 배고픔을 면할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렇지 않다. 오늘처럼 그
녀가 생각나는 밤이면 왠지 분위기를 잡고 싶다.방 안이 너무 더웠다.
하늘을 보았다.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좋으련만 하늘은 맑은 것처럼 보
인다. 인공적인 도시의 주황빛이 하늘을 탈색시켰지만 그래도 비는 안 오
겠다. 옥상 바닥이 불땐 온돌방 바닥 같다. 고풍스럽게 다 떨어져 가는
소파에 최대한 폼을 잡고 앉았다. 그리고 멋있게 담배를 물고... 에이씨,
불을 안가지고 나왔다. 방으로 급히 들어가 라이터를 가지고 나왔다. 아
까처럼 소파에 멋있게 앉아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연기가
옥상 하늘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리움이 커지면 담배 연기처럼 내 마음
을 가리고 있던 막연함이 사라질 것도 같다.
월요일도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옥상에서 폼을 잡았었다. 점점 담배연
기가 옅어 진다. 그녀가 가까운 곳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왜 더 그리운지
모르겠다. 있을 때 잘하자.
화요일도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옥상에서 폼을 잡았다. 무엇인가 내 앞
을 심하게 가리면 이 좋은 담배의 맛도 그냥 쉼호흡과 같아져 버리는구
나.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내일은 소낙비라도 내릴 것 같다. 오
늘 옥상 바닥은 비닐하우스를 치고 물만 뿌리면 그대로 사우나탕이 될 정
도로 뜨겁다. 심심한데 이단 옆차기나 연습 해보고 방에 들어가 바로 잡
을 자자. 내일은 그녀가 내 근처로 돌아 올 것이다.
오전에 그녀의 오피스텔에 전화를 해 보았지만 받지를 않았다. 아직 오
지 않은 모양이다. 점심 때 전화 거는 목적으로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그녀는 없었다. 덕분에 점심을 먹었다. 냉면이 시원했다. 학원을 가다가
또 전화를 해 보았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 목소리를 잊어 두고 어
떻게 자취 생활 한 달을 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녀가 돌아 왔
다. 하하.
"동엽입니다."
"아, 동엽씨. 저 방금 돌아 왔어요."
"아, 그래요. 잘 맞춰 전화를 했네요. 학원 가는 길에 생각이 나서 전화
해 봤어요."
"잘 했어요. 집에 먹을 것 많이 있거든요. 학원 마치고 오세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전화는 간단하게 하는 편이구만. 빨리 끊으려 했다.
"참 나영씨."
"네?"
"무슨 꽃 좋아해요?"
"왜요? 꽃 사줄려구?"
"네."
"노란 프리지아 하구 빨간 장미하고 하얀 안개꽃이 어울릴 것 같지 않나
요?"
프리지아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 모른다고 말하면 뭐라 그러겠지? 드레
곤 불에 나오는 프리자와 무슨 연관이 있는 꽃인가?
"정말 잘 어울리겠는데요."
"참, 꽃다발로 장식해서 사오지 말고, 그냥 꽃만 사오세요. 화병에다 꼿
게요."
"알았습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학원 첫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멀뚱히 있다가 에휴, 수업 한시간 빠
진다고 뭐 큰 지장이 있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더 설레이며
그녀와의 만남을 지연하는 것은 내 건강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튀자.
후리지아가 저렇게 생긴 꽃이었구나. 색깔과 향기를 빼면 별로 예쁜 꽃
은 아니다.
"얼만큼 드릴까요?"
"제가 꽃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삼만원치 정도를 알아서 섞어 주세
요. 참 포장은 할 필요 없습니다."
꽃 집을 나와 신나게 걸었다. 분위기를 잡으면서, 꽃을 든 남자라는 사
실에 주위의 시선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내가 한송이 장미처럼 보여 질
것도 같았다. 졸라 큰 장미네 그럼. 꽃을 든 남자 처음 봤어? 생긴것이
꼭 벽에 붙여 놓은 씹다 뱉은 껌같이 생긴 놈이 피식 거리며 나를 지나쳤
다. 저 얼굴은 평생가도 여자한테 꽃 선물 한 번 못할 것 같다. 나도 알
고 보면 잘난 놈이다.
멀리서 천둥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진짜 비가 오려나 보다. 잘됐네.
지금 내가 우산이 없으니까, 나중에 집에 돌아갈 때 그녀가 날 혼자 보내
지는 않을 것 같다. 날 집까지 데려다 주면 또 내가 우산을 쓰고 그녀를
오피스텔에 데려다 주고, 허허, 이런 노가다 생각을 하면서 웃을 정도니
그녀가 내 마음속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인 줄 알겠다. 그녀를 사
랑하는 것이 맞구만.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바로 뛰어 올라 가려다, 오늘은 왠지
내 모습을 점검해 보고 싶었다. 괜찮구만. 정문을 향해서 빠른 걸음을 걸
었다. 정문에서 아릿따운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앗, 그녀다.
"나..."
이름을 부르려다 멈찟했다. 그녀와 같이 나오는 정장 입은 사내를 보았
기 때문이다. 제법 멋있게 생긴 놈이다.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온
모르는 사람일까 생각을 했는데, 둘이서 말을 주고 받는다. 괜히 내 모습
을 근처의 봉고차 뒤로 숨겼다.
저 새끼는 차도 있었다. 그것도 중형차네. 나이는 별로 안들어 보이지
만 뭔가 있어 보이는 녀석이다. 사내가 오피스텔 앞에 주차 되어 있던 흰
색 소나타 앞으로 가더니 문을 열었다. 열었으면 바로 타고 떠나야 할 것
아닌가. 그녀와 말을 주고 받는다. 미소띤 그녀의 얼굴 때문에 가슴이 아
프다. 야이, 저 놈 봐라. 사내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친다. 다독거려 준다
고 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예삿 사이가 아닌가 보다.
사내가 말을 몇마디 하니까 그녀가 손짓으로 길을 가리킨다. 고개를 흔
들며 사내가 또 뭐라 그러자 그녀가 시계를 봤다. 그리고는 차에 같이 타
버린다. 뒷좌석도 아닌 운전자 옆 보조석이다. 뭐야 이거. 순간 들고 있
던 꽃을 떨어 뜨려 버렸다. 차는 내가 왔던 반대 방향으로 뒷 전조등의
빨간 불을 선명하게 밝히고는 멀어져 갔다.
멍하다. 갑자기 내 자신이 초라해 지면서 서러워 온다. 나는 아까 양복
입고 차도 있는 그 사내와 비교가 되지 못할 것 같다. 그녀의 오피스텔까
지 들어 왔던 사내라면 분명 보통 사이는 아니다. 나처럼 같이 하숙한 것
도 아니고. 친오빠처럼 지내야 된다던 그 사낸가 보다. 친오빠처럼 대하
다가 나중에 결혼하려나 보다. 저 새끼가 그랬을 것 같다. 혼자니까 외롭
지? 날 친오빠처럼 생각하며 편하게 대해. 오늘 그 사내가 그녀를 차에
태우고 집에 대려다 준 것 같다. 우산쓰고 비 맞고 걷는 것과는 차원이
틀린 행동같다.
아까 생각했던 내 설레임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기분 참 묘하다. 허
허, 좀 더 일찍 저런 모습이 내게 보여졌다면, 오늘 내가 그녀를 사랑한
다고 감히 단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밉다. 들켜도 꼭 내 마음을
다 뺏아아 놓고 들킨 것 때문에 밉다.빨리 들켰으면 내 축하해 주었을 텐
데. 이제 나는 어떡하라고 진짜 섭다. 마음 더 다치기 전에 빨리 그녀를
잊자. 지금부터 당장 그녀를 잊는 연습을 하자. 차마 잊기 힘들 것 같으
니까.
힘없이 돌아서 집으로 걸었다. 내 마음엔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
친다. 어이, 스카이. 지금 영화 찍냐? 아니면 내 비참한 모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놀리는 것이냐? 구름 사이로 번개의 밝은 빛이 왔다 갔다 하
더니 이내 천둥질이다. 그리고 자취집으로 반이나 왔을까. 굵은 소낙비가
내렸다. 그래 내려봐바. 나 우산 엄써. 이왕 젖을 거 많은 비에 젖으면
시원하기라도 하지. 그래 마구 내려라.오늘 내 초라한 마음 씻기워 주면
좋겠다. 몸이 시려 온다. 빗방울이 장난이 아니다. 쫌만 덜 내렸으면 좋
겠는데...
옥상을 힘없이 올라 왔다. 옥상은 벌써 곳곳에 물물이 고였다. 더운 김
이 안개처럼 퍼져 있다. 뜯어진 소파는 비를 피할 기력이 없나 보다. 내
모습 같은 소파는 비가 와서 그냥 맞아도 더 초라해 질 것이 없다. 내일
보자 소파야.
완전히 젖은 옷들을 욕실에 던져 놓고는 샤워도 하지 않고 젖은 몸을
물기만 닦은채 방으로 인도했다.이불을 깔고 누웠다. 십자 창문에 빗물
튀기는 소리와 풍경이 너무 낭만적이다. 그래서 슬프다. 머리가 아파 온
다. 감기 기운이 도는 것이 비를 너무 맞았나 보다. 갑자기 아파진 마음
만큼 몸도 아프다. 불을 켠채 오늘 그녀가 모르는 사내와 같이 있었다는
사실 보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묻기 조차 힘든 내 초라한 신세가 서러워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조용히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채 잠이 들었다.
아침 창가에 서울 새가 운다. 밝은 햇살이 새 울음 소리와 함께 들어
오고 있다. 날씨가 맑다. 어제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맑다. 눈은 떴지
만 일어 나지는 못하겠다. 자취하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 졌나 보다. 어제
꼴랑 그 정도의 비를 맞았다고 머리가 아프고 몸이 춥다. 배도 고프다.
어제 저녁을 먹지 않았다. 집에 먹을 것도 없다. 졸라 서럽다. 집에 가고
싶다.
"쾅! 쾅!"
터프한 노크소리다. 누군지 묻지도 않고 힘든 몸을 일으켜 세워 문을 열
어 주고는 다시 이불속으로 와 누웠다.
"동엽씨. 어제 온다더니 왜 안왔어요?"
따지듯 그녀가 내방으로 들어 선다. 시선을 주기 싫었다.
"그냥요. 왜 왔어요?"
고개를 조심스레 돌려 그녀를 보았다. 문앞에 높은 그녀가 서 있다. 손
에 들고 있는 것은 먹을 것인가 보다. 냄새가 좋다. 그녀는 특유의 기분
나빠하는 모습으로 이불속에 누워 있는 나를 깔아 보고 있다.
"내가 왔는데 일어 나지도 않아요?"
내가 왜 일어 나야 된다는 말인가.
내가 자기 보고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다시 그녀를 외면하며 고개를 그녀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몸이 아프니
까 눈시울이 금방 붉어진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해 봤다. 참 아름다운 모
습일 것 같다. 그녀의 결혼식에 가 부조금을 내고 함박 웃음으로 그녀의
결혼을 축하해 준다. 그리고 축하객들과 밥을 먹으면서 나 혼자서만 눈물
을 흘리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이 영화 속 주인공 같을 것 같다.
"동엽씨 안 일어나요? 어디 아파요?"
먹을 것만 내려놓고 그냥 가라.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320/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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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6 관련자료:없음 14/14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10 조회:861 추천:51
하숙 36
"알았어요. 내가 어제 오지 않은 것은 따지지 않을테니까 일어나 봐요."
내가 잘못 한 일이 뭐가 있냐.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어요? 아니면 내가 동엽씨한테 잘못한 거 있어
요?"
대답하기 싫다. 기분 나쁜 일이 뭐 있겠냐. 사람 사는 일에 기분 나빠
하면 자기만 손해지. 자네가 잘못한 거? 잘못한 것은 있지. 내맘 뺏어 가
고 딴 남자 만나는 것. 확 일어나서 어제 그 놈이 누군지 물어 볼까? 내
가 그런 걸 왜 물어보냐. 내가 벤댕이 속알 머리도 아니고 우리가 연인
사이도 아닌데. 그리고 말할 기운도 없다.
몸이 추워서 떨리고, 마음이 떨려서 머리가 아프다. 내가 물어도 반응
이 없자 그녀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잘 가라, 그래도 먹을 것은 놔두고
가면 좋겠는데. 에구, 그녀가 찾아 오면 반갑기는 하겠지만 그러지 말았
으면 좋겠다. 어제 본 그 사람도 남잔데, 이런 모습 보게 되면 오해하기
쉬울 것이고, 나또한 나중에 비참해 질 것 같다. 에구, 힘 없다. 그래도
맘 단단히 먹고 일어나면 이 정도 아픈 것 쯤이야 털어 버릴 수 있으련
만, 마음은 더 아파서 일어 날 수 없다.
그녀가 왔다가 가 버렸다. 그녀가 말을 건넬 때 대답 해 줄 것을... 몸
이 아프니까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 말고 아무나 그녀 생각
안나게 해 줄 만한 사람 말이다. 집에 몇 일 동안 내려가 있을까?
"동엽씨, 쌀이 없네요."
어랏, 안갔었네. 내 맘을 잘 모르겠다. 그녀가 아직 있다는 사실이 너무
나 반갑다. 바로 내 곁에 지금 그녀가 있는데 왜 자꾸 멀리 그리움 되어
떨어 진 느낌이 드냐.
까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내가 쌀이랑 라면을 숨겨 놓았
던 장소가 말이다.
"옥상 마당에 있는 폐가구 밑에 보세요."
내 마음은 그녀가 밥을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나 보다. 그녀가 있어 주
기를 바라는 것인가? 솔직히 배가 너무 고프다.
한참만에 그녀가 방문을 열고 얼굴을 내 비추었다. 그녀는 아직 사랑스
런 모습으로 들어 온다.
"아니 이걸 왜 거기다 숨겨놓은 거에요?"
"비상 식량."
그녀가 들어와 전기 밭솥에 쌀을 앉히고, 밥상을 들고 나갔다. 꼭 자기
방인양 지맘데로다. 아직도 하숙집 주인딸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도 고맙다. 저런 여자를 어떻게 떠나 보낸다냐. 어제 그 놈이 밉다.
다시 한참만에 그녀가 들고 들어온 밥상에는 반찬이 푸짐했다. 고기 부
침개도 있고, 생선도 있다. 제삿집에 갔다 왔나? 밥을 퍼고는 나보고 일
어 나라고 명령했다. 맘데로 몸이 일으켜 세워지지 않았다. 몸 상태가 안
좋긴 안좋나 보다. 그래도 힘을 내어 앉았다. 이불을 한 쪽으로 치우고
밥상 앞으로 기어 갔다.
"다 죽어 가는 사람처럼 왜 그래요?"
"몸이 안 좋아서요."
"왜 안좋은데?"
"몸이 안좋은데 이유가 있어야 되나요?"
"에구, 백수가 몸까지 약하면 큰일인데."
그 말이 오늘은 듣기 매우 거북하다. 하지만 따질 힘이 없다. 말 없이
그녀가 퍼준 밥을 한 숟갈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고기도 함께 넣었다. 맨
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밥을 넘기자 마자 바로 속에서 거부 반응이 올
라왔다.
"맛 없어요?"
"아니, 맛있어요."
앉아 있기가 힘들다. 두 숟갈 밥을 넘겼으나 더 이상은 무리다. 배는 고
프지만 질긴 고기나 마른 밥을 속에서 완강히 거부했다.
"왜 그래요? 밥에 이상한 것 들었어요?"
"아니에요. 미안하지만 밥은 그만 먹을래요."
"먹기 싫다면 뭐. 냉장고에 반찬 될 만한 거 넣어 두었으니까 나중에 밥
이랑 드세요 그럼."
좀 삐친 모습이다. 밥상을 치우지도 않았지만 힘이 없어 구석으로 가 누
웠다. 그래도 별말 없이 밥상을 치우는 그녀의 모습이 꼭 조강지처 같다.
그녀가 부엌으로 가 있는 동안 치워 놓은 이불을 감싸안고 잠이 드는 것
이 아니라 정신을 잃어 갔다.
그녀가 웃으며 방으로 들어 와 내 모습을 보더니 물었다.
"진짜 어디 아픈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프면 말해요. 나한테 기분 나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죠?"
왜 자꾸 자기한테 기분 나쁜 일이 있지 않을까 의식하냐. 혹시 내가 어
제 자네가 같이 있던 사내를 보지나 않았을까 걱정되어서 그러냐? 내가
그 사내를 봤던 말던 별 상관 없잖아.
"아니에요. 집에 안 갈거에요?"
"오늘은 날 대하는 태도가 영 시원찮네요."
"그게 아니라 좀 눕고 싶은데 나영씨가 있으니까 그러지 못해서 하는 소
리에요."
"손 좀 씻고 갈게요 그럼."
"그러세요."
그녀가 다소 언짢은 모습으로 욕실로 들어 갔다. 몸이 이제는 저려 온
다. 머리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동엽씨."
욕실 안에서 그녀가 날 불렀다.
"왜요?"
"어제 비 맞았어요?"
"네."
"그래서 못 왔던 거에요?"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난 또. 젖은 옷은 바로 빨아서 말려야 되거든요. 조금만 더 있다 갈게
요."
그러던지, 안고 있던 이불을 폈다. 그리고 돌돌말아 누웠다. 앉아 있기
가 더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욕실에서 빨래를 하고 있지만 내 눈은
스르르 감겼다.
"동엽씨."
잠시 잠이 들었었는데 그녀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 났다.
"왜요."
"빨래는 옥상 마당에 널어 놓았구요. 그냥 가려다가 신음 소리가 심상찮
아서 깨웠어요."
내가 신음 소리까지 냈단 말인가. 에구, 그녀의 손 느낌은 참 시원했다.
그녀가 내 머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보니까 낯선
여자의 모습과 사랑이란 단어가 겹쳐져 있었다.
"하아."
"열이 대단하네요. 진짜 아프구나.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대충 내 모습 보면 모르겠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지겠지요."
"약 지어 올게요. 그래도 안되면 병원 갑시다. 지금 어떻게 아파요?"
"자고 일어 나면 괜찮아 질 거라니까."
"어떻게 아프냐니까요?"
"그냥 온 몸이 떨리고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다 그래 주세요. 참 그리
고 맘도 아프다고."
아직 말장난 할 정도의 기력이 남아 있는 걸로 봐서 오늘 지나면 낫을
것 같다.
"그럼 잠시만 누워 있어요. 내가 바로 약 지어 올테니까."
야이, 너무 친절하잖아. 그녀는 약 사러 나가기 전에 수건에 물을 적셔
이마에 올려 주고 가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어제 그 놈한테도 이렇게 친
절할까?
다시 멍한 상태로 여러 가지 꿈을 꾸며 누워 있었다.
"똑, 똑."
"에?"
선 잠을 깨고 무심결에 대답을 했다.
"나야 아랫집 아저씨."
대답하기도 힘든데 주인 아저씨가 왜 찾아 왔을까.
"무슨 일인데요."
거의 기다시피 움직여 방문을 열어 주었다.
"수도세 나왔어."
"내일이나 모레 다시 오시면 안되겠어요?"
"왜?"
"제가 지금 몸이 많이 아파서요."
"그래. 그럼 내일 다시 오지. 참 아까 왠 아가씨 내려가던데 동생인가?"
"아니에요."
"그럼 애인인가?"
"아니에요.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결혼은 한 처잔가?"
내가 지금 아프다고 말했을텐데 왜 자꾸 묻는겨.
"아까 아저씨가 아가씨라고 했잖아요. 아가씨에요."
"그려? 결혼도 안한 처자가 그냥 아는 사이라고 혼자 사는 사내 방에 와
서 빨래도 해주고 그러남? 세상 참 많이 변했네."
빨래 너는 것도 봤나 보네. 저 아저씨가 소문 내면 그녀가 시집가는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는데...
"그냥 학교 다닐때 친구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내 친구 중에는 아무도 내 빨래를 해 준 사람이 없는데. 하기야 내 세
대는 여자가 친구면 그냥 결혼 했지. 남 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나."
"친구 맞다니까요."
살 열받아서 언성을 좀 높였다.
"아프다더니 거짓말이었구만. 수도세 4000원 내 빨리."
삭막한 아저씨다 진짜. 결국은 돈을 받아 가는 구나. 머리가 더 아픈 것
같다.
계속하겠습니까?(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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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HUMOR) LT:하숙 #30321/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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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7 관련자료:없음 24/24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11 조회:880 추천:47
하숙 37
"나 이제 내려 가네."
뭔가 내가 느끼기로 불만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저씨가 등을 돌렸다.
"아저씨."
"너무 변명할 것 없네. 나는 요즘 젊은이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야. 괜찮아. 소문 안낼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날 히죽이 바라보
는 아저씨에게 몸이 아팠지만 힘을 내어 실 비웃듯이 말을 뱉었다.
"아저씨, 이 시간에 집에 있으면 백수 아닌가요?"
나이 드신 분에게 잘못 말한 것 같다. 잘하면 한대 맞겠다. 그렇지만
그냥 아까 웃는 모습에서 조금 더 큰 웃음을 더하시고는 아저씨가 그냥
내려 가 버렸다. 백수 맞구만.
아저씨가 내려 가고 얼마 안 있어 그녀가 돌아 왔다. 이상하게 몸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는데, 백수
는 개보다 못한가? 몸이 안좋으니까 별 생각이 다 떠오르네. 여름인데 왜
이리 추운겨?
"동엽씨, 약을 식후에 먹으라고 했거든요. 아침에 밥먹은 양으로는 약
먹기 어렵겠어요."
붉은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 시켰다. 날 생각하는게 너무 고마워서 감
격해서 말이다. 하하, 오늘은 내가 눈싸움을 이겼다.
"나영씨, 지금 오버하는 거 아니죠?"
솔직히 같이 하숙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
냐.
"밥 못 먹겠어요?"
야이, 그녀가 내 말을 받아 그냥 꿀꺽 삼켜 버렸다. 저거 좋은 버릇은
아닌데... 나중에 좋은데 시집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남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매너에 대해 가르쳐 주어야 겠다. 음, 나한테 하는 식으로만 해
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겠다. 쿨럭, 이제는 기침소리도 심상찮게 나온
다. 약을 먹어야지 안되겠다.
그녀가 간단하게 차려온 밥을 너댓 숟갈 퍼 먹었다. 그리고 밥 먹은
힘으로 조금 앉아 있어 보았다.
"나영씨, 이렇게 오래 나와 있어도 되는거에요?"
"괜찮아요. 내가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고마워요."
말없이 나긋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앉아 있으니 방이 막 움직이는
듯 어지러웠다.
"이제 약 먹으세요."
"그러지요."
그녀가 약 봉지에서 약 한첩을 꺼내 주었다. 한 손에는 물 컵을 들고
있다. 약을 받아 입에다 틀어 넣고는 물을 마셨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
다 보다가 그녀가 말했다. 웃음 맺힌 그녀의 모습을 보니 금방 낫을 것
같다.
"동엽씨는 약을 먼저 먹고 물을 마시네요."
그럼 물먹고 약 먹나.
"나는 물 먼저 먹고 약을 먹거든요."
그런 식으로도 먹는구나. 신기하다.
아픈 얼굴에 맺힌 미소도 아름다울려나. 고마움의 미소를 지어주고 몸
을 이불깔린 곳으로 옮겼다. 마음으로는 그냥 아픈 것 외면하고 자리에
앉아 그녀와 이야기나 했으면 좋겠지만 몸은 자꾸 자리에 누워라 한다.
"나 좀 누울게요."
"푹 좀 주무세요."
자리에 누웠으나 아까 먹은 밥이 소화되지 않고 거북하다. 그래도 누
워 있으니 아까 보다는 덜 어지럽다.
"나 잠들면 집에 가세요. 남자 혼자 있는 방에 처녀가 오래 있으면 괜
히 애맨 소리 들어요."
"흠, 애맨 소리라도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네요. 집에 있을 땐 거의
혼자서 말없이 시간을 보네요."
"왜, 친구라도 만나고 그러지."
"친구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또 시집간 친구들은 만나기가 껄끄러워요."
내가 누워 잠들 채비를 하자, 그녀는 저기 창쪽 벽으로 가 몸을 기댄다.
"심심하면 컴퓨터를 가지고 노셔도 되고, 헤드폰도 있으니까 음악도 들
으시고 하세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자기 몸 걱정이나 하세요."
"진짜 여기 있을거에요?"
"조금만 더 있다 갈게요."
"그러세요 그럼."
있다 가면 나야 뭐 좋지. 그녀가 곁에 있다는 느낌은 지금 내 생활에서
가장 큰 좋은 느낌이니까.
"동엽씨, 빨리 낫아요. 사람 불안하게 하지 말고."
"예?"
그녀는 내가 글쓰기 교본으로 보는 책들 중에 하나를 집어 펼쳐 보고
앉아 있다. 마지막에 한 말은 나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뱉은 말이었다.
그녀가 옆에 있다는 든든한 생각으로 잠시 잠이 들었으나 이내 속이
거북해서 깨었다. 약까지 먹었는데 몸은 더 안좋아 지는 것 같다. 어깨가
아프고 몸이 저려 추웠다. 그녀는 내가 아까 잠이 들 때 본 모습 그대로
벽에 기대어 책을 보고 있었다. 시간은 점심때가 훨씬 지나 오후의 중간
에 와 있었다.
구토 증세가 일어났다. 아무래도 아까 먹은 밥이 소화되지 못한 것 같
다. 그녀는 내가 깨어 난지 알아 채지 못했는지 책을 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불을 걷고 일어 났으나 많이 어지러웠다.
"어, 동엽씨 일어 났어요?"
속이 거북해서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손으로 말시키지 말라는 시늉을
해주고 바로 욕실로 달려갔다.
"욱! 욱!"
임신 한 것도 아닌데 헛구역질 뿐이었다. 냄새가 고약한 신물만 넘어
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는 느낌이다.
"동엽씨 왜 그래요?"
내 욱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녀가 욕실로 들어 왔다. 내 붉어진 모습
이 비참했는지 그녀의 안색이 많이 놀라는 표정이다. 감기 잘못 걸려도
이런 대접 받으니까 간혹 아파 볼만 하겠다 싶다. 그녀가 내 등을 걱정스
레 두드려 주었다. 좀 지저분한 모습이라 보이기 껄끄럽지만 그녀의 행동
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헛구역질은 오래 계속 되었다. 속은 아주 거북했지만 먹은게 별로 없
으니 올라 오는 것도 별로 없었다.
나는 속이 아프기는 해도 이런 헛구역질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어 지
는데 그녀는 그렇지 못한가 보다. 내 등을 쳐주면서 울먹거린다.
"동엽씨 괜찮아요? 죽으면 안돼요."
뭐야 씨, 감기 걸려 죽는 사람 봤냐. 그녀의 의외의 말로 헛웃음이 나
왔다. 27살이나 먹은처자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까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
기도 했다.
속이 좀 안정이 되었다. 얼굴을 씯고 밖으로 나올 때 까지 그녀의 표
정엔 걱정이 많아 보였다. 뭐가 그렇게 걱정 스럽지? 감기 걸린 사람 처
음 봤나?
구토 하던 힘으로 눕지 않고 앉아 있어 보았다. 그녀가 욕실을 나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걱정해 주어서 고맙긴 하지만 조금 어이가 없다.
"허허, 감기 걸려 죽은 사람 봤어요? 왜 그래요."
그녀가 답을 했다.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생각지 못했던 그녀의 아픔
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내 가족들은 별로 아파 보이지 않았으나 이내 세상을 등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곁은 너무 쉽게 떠나 버리더군요."
"그래도. 나 그냥 감기에요. 내일이면 낫을 거에요."
"우리 아빠도 처음엔 몸살 감긴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그 다음날 돌아
가셨어요. 오빠는 교통사고였지만 겉보기는 멀쩡했어요. 뇌수술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 갔다가 두 시간이 못되어 숨을 거두었어요. 우리 엄마는
괜찮아 지시는 듯 하다 헛구역질 몇번 하시더니 얼굴이 동엽씨처럼 붉어
졌었어요. 그리고 돌아 가셨어요. 동엽씨 지금 병원 가봐요."
"에?"
그녀의 무거운 음성을 거역하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지금 내게 필요
한 것은 잘먹고 푹자는 것이다. 움직이기가 어려웠으나 병원을 갈 수 밖
에 없겠다. 그녀의 눈망울은 거역하지 못하게 옅은 눈물들을 맺고 있다.
어지럽다. 그녀가 나를 부축하고 있기에 더 어지럽다. 비 온 다음날 오
후는 무쟈게 더웠다.
얼굴엔 땀이 금방 맺힌다. 그렇지만 몸은 춥다. 그냥 누워 있고 싶은
데...
가까운 개인 병원을 제쳐 두고 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다.아
무래도 오늘 저녁엔 앓아 누울 것 같다. 기다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었
다. 몸은 더운 땀이 나는 것과는 다르게 추위를 느낀다. 마감 시간안에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내 옆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병원에 기억하기 싫은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그녀의 손을 잡아
보았다. 내 손이 무척이나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으아."
주사를 두대나 맞았다. 의사에게 진료 받기전 체온을 재었었는데 39.8
도라고 했다. 간호사가 체온이 무척 높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바깥분이
몸살에 심하게 걸렸으니 몸조리 살 시키라는 말도 했다. 졸지에 그녀하고
나하고 부부가 되었다. 기분 좋다. 그 간호사가 맘에 들었다. 방금 주사
맞기 전 까지는 말이다. 졸라 아프다.
햇살이 기우는 오후의 거리를 다소 괜찮은 듯 걸어 왔으나 집에 오자마
자 다시 자리에 눕게 되었다.
그녀는 아직도 돌아 갈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이제 괜찮으니까 집에 가세요."
"왜 자꾸 가라고 그래요."
"그럼 여기 계속 있을 거에요?"
"집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여기 있으면 안돼요?"
"진짜 기다리는 사람 없어요?"
어제 그 남자는 뭐여 그럼.
"그럼 누가 있어요."
그녀가 부엌으로 갔다. 밥을 죽으로 만들어 왔다. 아까 맨밥 먹고 토한
걸 보며 생각해 내었나 보다. 먹기가 훨씬 편했다. 속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색했다. 내가 숟가락 들 힘도 없을까봐. 그녀
가 날 아주 환자 취급하며 밥을 떠 먹여 주었다. 그것이 너무 고마운데,
아직은 어색한 행동처럼 느껴진다. 내 태어나서 감기로 이렇게 중환자 취
급 받기는 처음인 것 같다.
"왜 이리 친절한거에요?"
"동엽씨도 나한테 많이 친절했었어요."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다시 얼마간 잠이 들었었다. 깨어나니 창밖
이 어두웠다. 그때도 그녀는 내 방 벽에 기대어 책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
지 않고 있었다. 아까 보다 몸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체온도 많이
내려 간 것 같고 어지러움도 제법 많이 가셨다. 무엇보다 속이 편했다.
"나영씨, 집에 안가요. 정말."
"동엽씨 일어 났어요?"
"네. 지금 몇시에요?"
"아홉시 갓 넘었어요."
"더 늦어지면 집에 가기 곤란할텐데."
"나 여기서 자고 가면 안될까요?"
"네?"
이 여자가 미쳤나. 어디 외간 남자가 혼자 사는 방에서 자고 간다는
말을 저렇게 쉽게 내 뱉을 수가 있냐. 이 사실을 어제 그 놈이 알아 봐
라. 너 당장 차인다.
"동엽씬 그냥 편하게 주무세요. 혼자 있다 안 좋은 일 생기면 어떡해요.
어제 집에 돌아 와서 진짜 내가 혼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냥 여
기 있을게요."
감기 몸살이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근데 남자 만나고 와 놓고선 혼자라
고 느낄 건 또 뭐람.
"나영씨. 나도 남자에요."
"누가 뭐래요?"
"꺼림찍 하지 않아요?"
"뭐가요? 둘이서 같이 밤을 지새는 거?"
"네."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다.
"안 덮칠테니까 염려말고 주무세요."
야이 씨. 아무리 내가 지금 아프다고 자네가 덮치는 것 정도 막을 힘
없겠냐. 근데 뭔가 거꾸로 된 양상이다.
"이봐요. 나영씨."
"왜요?"
"이러는 거 나영씨 사귀는 남자가 알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오해 사기
쉬운데."
"네? 내가 사귀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 동엽씨 왜 그래요. 그말 진짜
속상하는 말이네요."
다소 반응이 의외다.
"아니... 그게 아니라."
"뭐가요."
"어제 나영씨 오피스텔에서 같이 있던 남자를 봤었거든요."
"어제 우리집에 왔었어요?"
"그렇다고 봐야 되나."
"그런데 왜 그냥 갔어요."
"그 남자때문에..."
"남자라니?"
"같이 차타고 나가던데..."
"그때 왔었어요? 그땐 동엽씨 학원 마치는 때보다 이른 시간이잖아요."
"한시간 빼먹고 갔었지요."
"그것 때문에 아침에 나한테 차갑게 대한 거에요? 그런 거에요. 풋!"
야이. 갑자기 왜 웃냐. 나는 다소 심각한데.
"사귀는 사람 아닌가요?"
"네? 사촌 오빠에요. 내가 친오빠처럼 지내야 된다고 말한 그 사람이에
요. 사촌이지만 사는 곳이 멀어서 거의 못만났던 관계로 잘 모르고 컸었
어요. 나 우리 엄마 49제 하는 데 갔다 왔었어요. 이제 진짜 떠나 보낸
거죠. 내가 시집가면 아무래도 우리 부모님 제사 지내는 것 힘들겠지요.
언니가 그 오빠를 우리 부모님 양자로 입적시켰어요. 그냥 제사만 지내주
는 양자지만, 그래도 이제 친오빠처럼 생각해야 되요. 날 집까지 태워다
주기는 했지만 돌아 가는 길을 몰라 하더라구요. 동엽씨 올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길래 잠시 길을 가르쳐 주고 왔었지요. 그럼 그걸 보고 그냥 돌
아 간 거에요?"
"네."
"왜 돌아 갔는데요."
"사귀는 사람인 줄 알았지."
"동엽씨."
"예."
"나 동엽씨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동엽씨 그런 말 할때마다 헛갈려
요. 나 혼자서 이런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 생각 자네만 하는 것 아니다 뭐. 욱,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뻔
했다. 아니 기분이 좋아서 졸라 웃고 싶은데 참다가 눈물이 맺힌 것이라
하자. 그놈은 그놈이었구만. 그리고 그녀가 날 좋아한다고 직접 입으로
말을 해 주었다. 가슴이 따뜻해 온다. 그렇지만 조금 서글퍼기도 하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말했다.
"나영씨."
"왜요?"
"혹시 나중에 잠 오면 저기 서랍에 얇은 담요 있으니까 깔고 자세요."
"훗, 알았어요."
조용한 밤은 깊어 간다. 날 좋아한다는 내 사랑하는 그녀가 내 방에 있
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삶은 현실이기 때문이
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수 있는 것을 나는 지금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
하고 있다. 그래도 가슴이 확트인 느낌이다.
하루 종일 잠을 잔 탓으로 어둑하게 해가 고개 내미는 새벽에 눈을 떴
다. 그녀는 벽에 베개도 없이 기대어 얇은 담요만 덮고 잠들어 있다. 깔
고 자라고 그랬는데... 화장실에서 차마 소변을 볼 수가 없었다. 소리가
장난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옥상 밖으로 나왔다.
머리가 어지럽지 않고 개운했다. 쌀쌀한 새벽 공기 속에서 춥다기 보다
는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예전으로 돌아 와 있었다.
'으, 시원하다.'
옥탑방 벽 구석으로 가 볼일을 보았다. 어떤 무작한 놈이 예까지 올라
와 낙서를 해 놓았남.
소변 금지? 어린 놈 글씨가 아니다. 주인 아저씨가 유주얼 서스펙트다.
방으로 돌아 왔다. 세수를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그때까지도 그녀
는 깨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다. 머리에 베개
를 갖다 받쳐 주었지만 깨지 않았다.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그녀의 잠
든 모습이 곱다.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입술이 너무 유혹
적으로 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나영씨. 나영씨?"
반응이 없다. 손으로 살며시 볼을 찔러 보았다. 역시 깨지 않는다. 허
허. 가벼운 입맞춤 정도는 해도 모를거야. 근데 가슴이 왜 떨리냐. 한손
으로 벽을 짚고 조용히 얼굴을 갖다 대었다. 뭐 자기도 나 좋아한다고 그
랬는데 가벼운 입맛춤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어색하면서도 조심스럽
게 입을 마주쳤다. 에그머니나. 영점 일초간이나 입술이 닿았을까. 그녀
의 큰 눈동자와 눈이 떡 마주쳐 대치되었다. 심장은 오케스트라의 팀파니
소리처럼 두두둥, 크게 울려퍼지고 있다.
"지금 뭐 하는 거에요."
"나. 아무짓도 안했어요."
그리고 뒤로 자빠졌다.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322/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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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8 관련자료:없음 17/17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11 조회:890 추천:46
하숙 38
"아무짓도 안했는데 왜 그렇게 놀래요?"
"아무짓도 안했으니까..."
"일찍 일어 났네요?"
"예."
"몸은 좀 어때요?"
"이제 낫았나 봐요. 어지럽지도 않고, 춥지도 않거든요."
"그래도 아직은 조심해야 될거에요. 이 베개 동엽씨가 받쳐 준거에요?"
"응."
"그럼 아까 베개 받쳐 주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응, 맞아요. 그거야 그거."
"맞긴 뭘 맞아요. 딴 짓 하려고 그랬죠?"
"무슨 딴 짓이요?"
"혹시 키스하려고 그랬던 것 아닌가? 아니, 한 거 아닌가?"
이 여자가 혹시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저러는게 아닌가 싶다. 깨었
으면서 잠든 척 일어 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역시 좋아는
하지만 연인까지는 어렵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심히 쪽
팔린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좀 더 주무세요."
"왜, 내가 잠들면 또 입맞추려고?"
이 년이 진짜 알고 있었구만. 뽀얗게 웃는 얼굴이 좀 얄밉다. 이 방에
자기하고 나 둘 뿐인 것을 알고서 저렇게 놀릴까? 이제 다섯 시 갓 넘은
새벽인데 내가 열받아, 쪽팔림에 못이겨 덮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근데
내가 덮칠 용기나 있나. 나? 당연히 못 덮치지. 덮칠 정도의 용기가 있으
면 벌써 사랑한다 얘길 했지.
"아무짓도 안했다니까 진짜."
몸이 많이 좋아 졌지만 평상시의 몸은 아니었다. 다소 어지럽다. 내가
누웠던 자리로 가 삐친 척 이불을 덮고 돌아 누웠다.
"삐쳤어요?"
"몰라요."
"알았어요. 이제 안 놀릴게. 근데 진짜 아무짓도 안했어요?"
이게 진짜 아픈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쪽팔리게끔 왜 자꾸 뭇
는거야. 차라리 하고나 들켰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그래 했다 쳐라."
"진짜루?"
도대체 무슨 답을 듣고 싶은거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봐라 보았다. 창
쪽에서 햇살이 비스듬이 들어 와 그녀 볼에 맺힌다. 허허, 진짜 사랑스러
운 얼굴이다. 날 보며 앉아 있는 그녀에게 고개를 흔들고 물었다.
"원하는 대답 해 줄테니까, 했다고 그러면 좋겠어요? 아무짓도 안했다고
말하면 좋겠어요?"
"피, 이제 진짜 아프지 않나 보네."
이게 또 말을 먹네.
"나영씨."
"왜요."
"나도 나영씨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또한 나도 많이 헛갈려요."
"헛갈릴 것도 없나 보다. 약 먹어야죠. 죽 쑤어 올게요."
"아직 이른 시간인데."
"잠도 안 오는데 일찍 일어 나야죠."
그녀는 부엌으로 나갔다. 마음이 좀 후련하다. 아픈 몸이 좋아져서 그
런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내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한 것 같아서 후련
하다. 근데 반응이 저렇냐.
그녀가 무릎을 팔로 감싼채 내 죽먹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다. 내가 무
슨 구경거린가. 밖은 이제 완연한 아침의 모습으로 환하다. 나중에 그녀
가 집으로 돌아가면 많이 허전하겠다. 좀 더 아프면 좋겠는데. 꾀병인 척
들어 누울까? 그녀가 정성스레 날 돌 봐 주었는데 빨리 완쾌해야지. 그녀
가 고마울 따름이다.
약을 먹고 잠시 누워 있었다. 그녀는 이리 저리 부산하게 부엌으로 욕
실로 왔다 갔다 했다. 집에 갈 준비를 하나 보다. 세수를 하고 난 후의
그녀 얼굴이 유난히 뽀얗다.
"가려구요?"
"왜 자꾸 가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아니 집에 가려구 부산하게 움직인 것 같아서요. 누가 가라고 그랬나."
"커피 한 잔 해야죠. 원두 커피 기계 한 번 이용해 볼까나."
"커피가 물기를 많이 먹었을텐데."
"괜찮아요."
"나는 믹스가 더 맛있더라. 나는 그냥 커피 마실래."
"누가 동엽씨 끓여 준댔어요. 동엽씨는 아직 커피 먹으면 안돼요."
"그럼 나는 뭘 먹어요."
"따뜻한 물이나 마셔요."
그녀가 한 손에는 자신의 커피가 담긴 컵을 들고 호호 거리면서 나에게
다른 손에 든 그냥 맹물이 담긴 컵을 건네 주었다. 아침까지 먹고 나니
이제 거의 정상을 찾은 느낌이다. 몸을 벽에 기대인채 앉았다. 그녀는 건
너 편 벽에 앉았다. 방이 크지 않아 멀리 있는 느낌은 아니다. 아침에 그
녀와 함께 커피, 아니 맹물 한잔의 여유가 너무나 좋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출근 준비 하느라 바쁘겠지. 백수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다. 회사
다닐 때 보다 하숙하던 때가 훨씬 그리운 이유는 바로 그녀와 같이 했던
아침 때문이었을 것이다.
"맛있어요?"
"응, 아침에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이 참 좋네요. 저거 쳐박아 놓지 말고
자주 사용해요."
"알았어요."
"아, 좋다.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한 아침이네요."
"나두요."
"이때 일어 난 적 있기나 해요?"
야이, 거의 없구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따지지 좀 말아요."
"옛날 기억들이 떠 오르네요. 별로 옛날도 아니구나. 동엽씨가 처음 우
리집에 왔을 때가 육개월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는데 아주 오래 전인 거
같아요."
"나두요."
그 사이 좀 많은 일들이 일어 났지.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가 올 수 없
는 곳으로 떠났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겠지.
"동엽씨 처음 왔던 날 기억해요?"
"그럼요. 내가 짐 나르는 데, 이것 저것 시키기만 하고 하나도 거들어
주지 않았잖아요."
"그때 말고 하숙집 구하러 왔을때요."
"그때요? 아, 그때 나영씨를 처음 보았구나. 그때는 나영씨가 말도 없이
다소곳이 방을 보여 주었잖아요. 아주 청순하고 가련해 보여서 기필코 이
하숙집에 방을 얻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나 청순하고 가련한 거 맞잖아요."
"작전이었지요. 이사하는 첫날 그 환상이 깨지더군요. 방을 얻었다구,
그러니까 이제 그물안에 들어 온 물고기다 이거지. 이삿짐 나르는 것은
하나도 안 도와주고, 옆에 와서 얼마나 쫑알 되던지. 나는 방 구하러 왔
을 때 본 그 여자 동생이나 되는 줄 알았어요. 비데오도 있네. 옷장은 없
어요?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 거기 보단 여기 놓는게 나을텐데. 기
타 등등, 에구 얼마나 말이 많던지."
"이제 한 식구라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랬지. 나도 동엽씨가 방 구하러
왔을 땐 양복 입고 깔끔한 모습이길래 무슨 재원이나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백수였을 줄이야. 겉 모습만 깔끔하면 뭐하냐. 이불을 깔 줄만 알고
갤 줄을 몰라요. 오디오 장식장에다 팬티를 말아 넣어 두지를 않나. 하숙
생 중에서 동엽씨가 제일 안 씻었던 것 같어. 겉모습 깔끔했던 것도 나중
에는 포기해 버리더군요. 처음 봤을 때는 좀 후한 점수를 주고 많이 기대
를 했었는데. 내 팔자가 이러려니 했지요."
"아이, 백수 소리 하지 말라니까. 나도 작년까지는 그런데로 재원이었어
요."
"짤렸잖아요. 재원이 짤리나."
"짤리기 전에 자진해서 나온 거란 말이에요."
"그거나 거거나."
"나영씨 그거 알아요?"
"뭘요?"
"여자도 남잘 성희롱하면 벌금 문다는 거."
"무슨 말이에요?"
"속옷만 입고 있는 데 문 열고 들어 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죠? 그때마다
고소했으면 나 때돈 벌었을거야 아마."
"누가 속옷만 입고 자래요? 그리고 노크 안하고 들어 간 적은 한번도 없
다 뭐."
"그게 노크에요? 일방적 통보지. 그게 노크였구나."
"그게 그렇게 억울했어요? 그러면 동엽씨도 나 속옷만 입고 있을 때 내
방 들어오지 그랬어요?"
"그게 여자 입에서 나올 소리에요?"
"같이 살면서 서로 조심했어야지. 내 잘못 만은 아닌 것 같은데."
"치. 그래도 그 때문에 많이 친해 졌어요. 그지."
"맞아요."
"하기야, 나영씨가 처음 봤을 때 느낀 그런 여자였다면 친해 지기 어려
웠을거야. 말없이 다소곳하기만 하면 말 붙이기가 힘들거든요."
"동엽씨가 회사일에 바쁘고, 이해 타산 적인 재원이었다면 나도 편하게
대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래, 하숙할 때가 그립네요."
"동엽씨가 정이 많아 좋았어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백수라서 실망도
했는데 자꾸 정이 갔어요."
"아이씨, 자꾸 백수라 그러지 말라니까."
"알았어요. 그래도 동엽씨가 백수였기 때문에 편했어요. 내 처지가 버림
받기 쉬운 처지잖아요. 나는 내세울게 없었어요. 동엽씨가 어찌 보면 참
높아 보였어요. 그래서 그때마다 백수라 놀린거에요. 다른 뜻은 없었어
요."
이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좀 헷갈린다.
"나영씨가 어때서요."
"나 이제 고아잖아요. 아직 발령이 날지 미지수인 백수구요. 부모님 돌
아가시고 물려 받은 재산이 좀 있긴 하지만 내세울만한 것은 못돼요. 이
런 날 좋아 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네요."
"무슨 말이 그래요. 그럼 나는요? 나는 그런 나영씨가 항상 높아 보여서
내 마음도 정의 내리지 못했었는데."
"동엽씬 좋은 사람이에요. 그 나이면 포기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꿈을
쫓고 있잖아요. 그것도 부모 힘 빌리지 않고 자신이 모은 돈으로 쫓고 있
는 거잖아요. 나 보다는 훨씬 낫아요."
"아니라니까요. 난 미래가 불확실해요. 요즘 여자들 미래가 불확실한 사
람 좋아하지 않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나영씬 곧 발령날 거잖아요. 자신의 앞가림은 충분히 할 것이고. 외모도
준수하고, 좋아할 남자들 줄을 섰겠다."
"훗,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모두가 자신이 초라해 보이나 보네요. 아
까 동엽씨 나에게 입맞춤 하려 할때 나 깨어 있었어요. 모른채 하려다 괜
히 죄 짓는 것 같아서 눈을 뜬 것이에요."
"에?"
에구 쪽팔려라. 근데 눈 뜬게 죄지, 왜 모른 척 하려 했던게 죄냐.
"약간의 감정에 의해서 한 순간 어색해지지나 않을까 걱정되더군요. 동
엽씨 내가 간호해 준 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어 난 사랑 같은 감정에 동
정심이 포함되어서 그랬던 것이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거나 어색한 느낌
이 들거에요."
말은 좀 어렵군. 나보다 들고 있는 컵에다 눈 길을 주는 그녀가 그녀의
말처럼 가엾긴 하다. 동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동정심도 그
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이제는 안다.
"아닌데, 나는 내 처지 때문에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랑이란 감정을
애써 부인하곤 했었는데..."
"흠... 처지 탓 하지 말아요."
"사회 생활 해 봐서 그런지 맘데로 안되네요. 나영씨."
"응."
또 반말이야 씨.
"나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 말고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단지 그 사람만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동엽씨가 좋아요. 나도 내 처지가 어떻던
상관없이 나만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바란
다면 우리 부모님 두분 따로 제사 모시는 것은 어렵더라도 결혼 기념일
같은 날을 잡아서 제사도 지내주는 그런 남자가 날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
어요."
"내가 성공하면 충분히 그래 줄 수 있는데..."
"훗, 꼭 성공하세요. 아니 꼭 성공해야 돼요. 나는 내년에는 결혼 할 생
각이란 말이에요. 우리가 만으로 27, 29이지. 실제로는 스무 여덟, 서른
이잖아요."
"나는 누가 뭐래도 아직 이십대에요."
"알았어요. 근데 얘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그지."
"조금 그렇네요. 결혼 얘기가 왜 나왔지?"
"자신의 처지 얘기하면서 나온 것 같다."
"그렇네. 하여튼 우린 못난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래요. 고마워요."
아침 햇살이 창을 타고 넘어 온다. 내 방이 환하다. 내 아픈 몸도 오후
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겠다. 그녀의 수줍게 웃는 모습이 좋다. 아
무래도 저 표정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계속하겠습니까?(Y/n)
HiTEL─────────────────────────────────────
우스개 (HUMOR) LT:하숙 #30323/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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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펌] 하숙 ... #39 (완결편) 관련자료:없음 23/23
보낸이:조영주 (샛별지기) 1999-08-31 10:11 조회:1303 추천:62
완결편 - 하숙 39
금요일이다. 오늘은 술 한잔 할 것이다. 음, 편찮았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난 뒤 학원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포기하고 시집이나 갈
것이라고 보이지 않았던 주영씨를 다시 학원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냥
반가웠다. 솔직히 나오나 안 나오나 나는 상관이 없다. 하여간 주영씨 새
로 보게 된 기념으로 오늘 한잔 할 것이다.
우리 그녀랑, 나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맞다. 근데 그녀가 내 여자
친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녀와 데이트한 적도 몇 번 없고, 남들처
럼 사랑한다 말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요즘 들어, 그녀에게 장가를
가고 싶다. 말이 좀 이상한가? 그럼 다시 말해서, 나 아팠을 때 그녀와
같이 했던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그녀와 같이 살고 싶다.
흠, 결혼은 현실이다. 감상적이어서는 견뎌내기 힘든 생활이 될 것이
다. 사랑이란 감정이란 퇴색되기 쉬워도 현실은 항상 자신 앞에 있다. 생
활이 힘들고 짜증나면 사랑했던 사람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내 지금 생
활들을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짜증이 많이 날 것이다. 하지만 어제오늘 그
녀와 같이 사는 상상을 하며 히죽 히죽 웃곤했다.
오랜만에 종석이 형이랑, 주영씨와 술자리를 같이 했다. 나를 왜 불렀
을까? 둘이서만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내가 그네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알까. 이런 게 바로 왕따 당하는 기분이구나.
주영씨가 학원을 나오게 된 것은 종석이 형 때문이라는 것을 알겠다.
돈이 어디 있어서 그녀의 학원비를 대 주었을까. 둘이서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상한 개떡 사랑철학에 주영씨가 다소 감격을 한다. 술이나 마시자.
그녀 생각이 난다. 벽에 부딪쳤다고 꿈을 포기해 버리는 네 모습이 참 안
타까웠다. 나도 작가의 꿈을 버리고 다시 직장 구해서 장가나 가버린다고
그러면 저 녀석이 학원비 대 줄까. 술이나 마시자. 그녀 생각이 난다. 그
녀도 혼자 있으면 외로울텐데...
하여간 저 둘이서 주고 받는 말들 때문에 아니꼬아서 술을 제법 마셨
다. 그녀 생각이 난다. 결국 본론은 너네 둘이서 좋아한다는 거 아니냐.
서론만 졸라 길었던 것 같다.
일년만 더해 보고 그래도 안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깨끗이 포기하고
너 갈길을 가라. 그러면 나도 깨끗이 널 잊겠다. 참말로 내 잊을 수 있는
지 두고 볼겨. 나도 그래 볼까? 일년 뒤 그때 내 모양이 이대로라면 내
깨끗이 당신을 잊겠오 그러니 그때까지 딴 놈한테 시집갈 생각 마시오.
졸라 유치하다 진짜.
"종석씨 집에 가야지."
잠시 비몽사몽 했었다. 종석이랑 주영이랑 그네 둘이서 이야기 하는 틈
을 타 테이블에 기대어 잠시 졸았었다. 고개를 들었다.
"아, 이제 집에 가는 거에요?"
"응, 주영이 집에 데려다 주려면 이제 일어나야 겠다."
"아, 우리집은 여기서 가까운데."
"우리집은 여기서 좀 멀거든요. 동엽씨."
여자 목소리다. 아, 이건 주영씨가 하는 말이구나.
"오늘 같이 있어 주어서 고마웠다. 나, 상금 탄 걸로 한 턱 내는 거 오
늘 한 것으로 쳐라."
"집에 가는 겁니까? 그럼 가야지요 뭐."
"술을 좀 먹은 거 같은데, 집에 혼자 갈 수 있겠어?"
데려다 주지도 않을 거면서 묻기는 왜 묻냐.
"못 가겠어요. 좀 데려다 줘요."
난처해 하는 두 년,놈을 보았다.
"주영이만 없으면 내 데려다 주겠는데, 미안하지만 혼자서 가라."
그러길래 말 함부로 뱉지 말라니까.
"잘들 가세요. 전 혼자 가겠습니다. 주영씨 다음 주에 봐요."
"네. 잘 가세요."
그래 너네 둘이 가라. 주영씨는 인사말로도 데려다 준다는 말을 안하는
구나. 섭다.
술을 좀 먹었나 보다. 괜히 용기가 생기고, 또 기분이 좋다. 나영씨가
생각이 나서 또한 설레인다.
야이씨, 텔레비젼은 끄고 자야 될 것 아닌가.
"아저씨. 아저씨!."
"예?"
뭘 그리 놀라나. 급히 일어나는 아저씨를 보았다.
"텔레비젼은 끄고 주무세요."
"아, 예."
"그럼 나는 올라 갑니다. 똑바로 하세요."
"아, 예."
"삑."
언제 우리집에 엘레베이터가 있었냐.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수위
새끼는 티비 끄고 자라고 했다고 진짜 티비만 끄고 그대로 또 자 버린다.
지금 몇시나 된겨? 이제 열두시거만 벌써 자냐. 쩝. 근데 우리 집에 수위
가 있었나?
"누구세요?"
아이, 열쇠가 왜이리 안 맞는겨. 안에 누가 있네.
"그러는 댁은 누구세요?"
"네?"
"열쇠가 안 맞아서 그러는데 문 좀 열어주세요."
"동엽씨에요?"
"아, 나영씨구나. 하하, 오늘 많이 보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문을 조금 열고 그녀가 고개를 내 밀었다.
"이 시간에 여긴 어떻게."
"안녕."
"술 드신 거에요?"
"나는 먹기 싫었는데, 종석이랑 주영이랑 자꾸 먹게 만들잖아요."
"그 사람들이 누군데요?"
"있어요. 나보다 못생긴 놈하고, 나영씨보다 못생긴 년하고, 그런 사람
들이 있어요. 그나저나 나영씬 여기 왠일이에요? 나 보고 싶어서 왔구나.
고마워요."
목이 말랐다. 그래서 눈을 떴다. 어제 내가 술을 많이 마시긴 마셨나
보다. 내가 어제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을까? 창밖으로 아침해가 떠
있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창밖 풍경이 참 이채롭다. 창도 졸라 큰 거 같
다. 목이 마르다. 돌돌 몸을 굴렀다. 어랏! 왜 푹 꺼지는겨.
"아얏!"
이건 또 뭐야. 왜 내 밑에 사람이 있는겨.
"누구시래요?"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에? 물먹으려고. 근데 왜 나영씨가 여기 있는 거에요?"
"이런. 그나저나 좀 비켜 주세요. 무거워요. 설마 이상한 맘 먹고 덮친
것은 아니죠?"
모습을 보니까 좀 그렇다. 앞으로 떨어 졌으면 참 절묘했을 것 같다.
아쉽게 옆으로 구른게 다리만 덮쳤지만. 하여간 심장이 쿵쾅 쿵쾅 뛴다.
급히 뒤로 물러나 놀란 표정으로 벽에 기댔다. 방안 풍경이 낯이 익지만
분명 내 방은 아니다.
"여기가 어디에요?"
"제 오피스텔이잖아요."
"제가 여기 왜 있는데요?"
"생각 안나요?"
"당연히."
"내가 어제 얼마나 난처 했는 줄 알아요?"
"나영씨 그런 차림으로 자요?"
"이게 어때서요?"
"나는 그 긴치마 입고 자는 줄 알았지."
나이 생각을 좀 하지. 오부 리본 달린 흰색 꽃돼지 면 바지와 삐에로가
연상되는 팔없는 이상한 티가 절묘하게 우스운 잠옷이다.
"더워서 그걸 어떻게 입고 자요. 지금 그 이야기 할 때가 아니잖아요."
"내가 술 먹고 여기로 찾아 왔던 가요?"
"응."
"왜 그랬지? 헤헤, 보고 싶기는 했지만 많이 실례를 범했네요."
"알면 다행이네요."
"근데요. 제가 무슨 실수는 안했지요?"
"말을 좀 많이 했던 것을 빼놓고는..."
"나 침대에서 재우고 나영씨는 바닥에서 잔거에요?"
"으응."
"아, 미안하네. 물 좀 주세요."
그녀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물을 떠다 주었다.
"나 시집 못가면 책임 지세요."
그거 참 듣기 좋은 말이네. 아, 시원하다. 여기로 왜 왔을까? 그 참 신
기하네. 에고, 집에 가야겠다.
"나영씨. 미안하구요. 저 집에 갈랍니다."
"지금이요? 이제 여섯신데. 지금 나가다 사람들 눈에 띄이면 어쩔려구.
나 다른데 시집 못가게 만들려구 그러지?"
"에? 지금 몇신데요?"
"이제 여섯시에요. 수위는 벌써 깨어서 문을 지키고 있을텐데. 참 어제
수위가 암말 않던가요?"
"그걸 내가 어떻게 기억해요. 아침 먹여 줄래요?"
"참내. 그럼 어제 했던 말이 전부 술기운으로 했던 말이라 이거죠? 괜
히 재웠네."
"내가 어제 무슨 말 했는데요?"
"아니에요. 지금 간단하게 아침 밥 먹을래요?"
"차려 주면 고맙죠. 속이 쓰리네요. 어제 내가 술먹고 찾아 왔을 때 겁
나지 않던가요?"
"전혀요. 이상하게 별로, 다른 사람이라면 당장 신고를 했을텐데 같이
살아 봐서 그런지 동엽씨는 전혀 부담이 안되네요."
"욕실이 이쪽이죠? 좀 씻어도 될까요?"
"그러세요. 동엽씨, 발 좀 깨끗이 씻고 다녀요."
어, 시원타. 샤워기 틀어 놓고 소변을 했다. 좀 부끄럽다. 세수를 하고
그녀 몰래 그녀 칫솔로 이빨도 닦았다. 수건이 어디 있는겨. 벽에 걸려
있는 장식대의 문을 열어 보았다. 이것은? 같이 살면서도 처음 본 것 같
다. 그녀의 브라자와 빤스. 허허, 여기는 그녀만의 욕실이구나. 예전 하숙
할때랑은 틀리지 참. 예전의 복수를 해 줄까 하다가 참았다. 그 옆에 놓
여 진 수건 하나를 꺼내서 닦았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그런데로 잘
생겨 보인다.
식탁에는 밥이 없었다. 그녀와 마주하며 앉았다.
"아니 이건 빵이잖습니까."
"쌀이 없더라구요."
"요즘 밥 안해 먹어요?"
"나, 요리 학원 다시 나가요. 거기서 먹고 와요."
"아침에는 빵 먹고?"
"네."
"그래도 한국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차려 주는데로 먹어요. 굶기지 않는 걸 고맙게 생각을 해야지."
빵 두조각을 우유랑 같이 먹었다. 속이 좀 느끼하지만 쓰림은 좀 가셨
다. 그나저나 내가 어제 무슨 말을 많이 했을까 궁금하다. 술먹으면 자신
의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막 꺼내 놓는다고 하는데...
"내가 어제 무슨 말을 많이 했어요?"
"음, 왜요? 술먹고 한 말이라 본심이 아니라 그럴려구요?"
"그게 아니라, 취중 진담인데 했던 말을 물리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혹
실수를 했나 싶어서요."
"다른말은 별로 안했어요."
"혹시 내가 나영씨를 좋아한다거나, 사...사랑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던가요?"
"했어요."
"에?"
"나 사랑한다고 말하던데요."
갑자기 얼굴이 팍 붉어져 왔다. 그 말을 했다면 수도 없이 했을거 같
다. 큰일이다. 원래 내 마음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잘못 말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 떠벌렸다면 문제 될 수가 있다. 쪽팔리잖아. 근데 내가 그
말 했다는데 그녀는 참 덤덤하게 대답을 한다. 자기도 나처럼 긴가 민가
했다면서...
"아, 그건..."
"그런데로 듣기 좋던데요."
"호...혹시 제가 몇 번이나 그런말 하던가요?"
"딱 한번이요."
어랏. 생각보다 적게 말했네. 다행이다. 그녀를 보며 씩 웃어 주었다.
"음, 솔직히 내가 나영씨를 그 사...사랑하는 게 맞긴 맞죠."
"흠. 나도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어요."
그녀가 뽀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 주었다. 나는 기억에 없는데...
"진짜루? 나는 들은 기억이 없는데. 한 번더 대답해 줄수는 없는지?"
"싫은데요."
"그럼 뭐."
"동엽씨 장가 가고 싶어요?"
"왜요?"
"흠, 어제 그게 설마 프로포즈는 아니겠죠?"
"에? 사랑한다는 말 한 번 했다고 그게 무슨 프로포즈에요?"
"그 말은 한 번 했지만 결혼 합시다,라는 말을 잠들 때 까지 계속 했어
요. 수십번이 뭐야. 아마 백번도 넘었을거야. 내가 나중엔 하도 지쳐서
알았어요, 그랬다니까요. 결혼이 뭐 졸라서 하는 것인가?"
"안녕히 계세요."
졸라 쪽팔려서 도망치듯 오피스텔을 빠져 나왔다.
종석이 형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바이다.
"어머니, 댁의 아드님이 뭐 잘 났어요?"
"니가 어때서."
"지금 어머니가 반대하고 그러실 처지가 아니에요. 어머니 아들은 백수
라니까요."
"니가 왜 백수야."
"백수 맞아요. 그녀는 선생님이라니까요. 고등학교 선생님. 그녀의 부
모님이 계셨다면 내가 퇴짜 당하고 있을거에요."
"근데 부모님 다 돌아가셨다는게 좀..."
"그러지 마세요. 어머니. 그사람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어요. 조금만 돌
려 생각해 보면 그런말 나오지 않으실거에요."
"그래도. 영 안내킨다. 네 형은 장가갈때 속을 안 썩이더만 너는 왜 그
렇냐. 그러고 보니 여자가 나이도 좀 많다."
"우리집에 은주도 시집안가고 있잖아요. 걔하고 나이가 같은데. 어머니
가 은주한테 그렇게 말하실수 있겠어요?"
"그래도. 일단 아버지하고 얘기 해 보자."
"어머니!"
"왜, 내 아들아."
"나 사고 쳤단 말입니다. 빨리 장가 가야 돼요."
"뭐!"
사고는 무슨.
강사가 영 못 미더웠었는데 작가를 한 명 소개 시켜 주었어요. 같이 작
업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공모전에 당선이 되었지요. 예전에 종석이 형이
공모했던 것과는 차원이 틀리죠. 그녀는 올 봄에 진짜 발령이 났었어요.
내가 그랬지요. 꿈 꾸는 것에 희망이 좀 보이길래. 그녀가 첫 월급 타서
한 턱 내는 자리에서 내 말했지요.
"내가 올 겨울에는 방송국에 공채를 내 볼 생각인데요."
"그래서요?"
"나영씨가 그때까지 시집 안갔으면 좋겠어요."
"왜요?"
"내가 요즘은 그런데로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그거하고 나 시집 가지 말라는 말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나영씨가 올해 시집 간다면서요. 내가 공채만 통과하면...어,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시집을 안가고 있으면 나도 어..."
"무슨 말 하는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나영씨하고 같이 살고 싶다 이거지요."
"그게 자신감 생겨서 하는 말이에요?"
"그럼요. 그러니까 딴 남자한테 시집 안가고 있으면..."
"나 동엽씨 그건 싫어요. 내가 동엽씨 말고 딴 남자 사귀는 걸로 보여
요?"
"그건 아니지만."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모진말을 할 수가 있냐."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내가 나영씨 남편이 되고 싶다 이거지요."
"나는 올해 넘기기 싫어요."
그래서 그녀는 내일 결혼을 합니다. 가을 바람이 시원하지요. 부모님께
는 죄송하지만 추석때 집에 내려 가지를 못했어요. 추석때 그녀의 오피스
텔에서 간단하게 차례를 지냈지요. 집엔 가족들이 많지만 그녀옆에는 나
뿐이더라구요. 그때 그냥 둘이서 합의봤어요. 전에부터 집에 사귀는 사람
이 있다 말은 해 놓았지만 우리 어머님이 반대를 하시더라구요. 뭘 믿고
반대를 할까 참 우리 엄마 배짱이 놀랍더군요. 그래서 사고 쳤다고 말했
지요. 사고는 무슨, 아직 제대로 키스한번 못해 봤는데, 그녀에게는 비밀
입니다. 좀 황당했을거에요. 부모님께 얘기 해 본다는 말만 하고 고향 내
려갔다가 올라 와서는 한달안에 결혼하라는 말을 통보 했으니까요.
시월 십칠일입니다. 나는 부조금 안 낼거에요. 하여튼 부조금 안들고
식장 오는 사람들 내 두고 볼겨. 아직 내가 기반이 닦여 지지 않아 다소
불안하지만 그녀가 책임진대요. 서로 힘을 합하면 더 나은 미래가 올 수
있다 그러네요. 나보고 긍정적으로 살래요. 자신감 가지고 말이지요. 전
화나 해볼까?
"나에요."
"왜요?"
"뭐해요?"
"그냥 언니랑 이야기 하고 있어요."
"결혼 축하해요."
"동엽씨도요."
"그럼 내일 봅시다."
"그럽시다."
"아, 참. 행복합시다."
"그럽시다."
"아, 그리고 또. 사랑합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진짜 내일 봅시다."
"그럽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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