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으로 읽는 성서 및 성경 공부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아서] 하늘 열리고 성령 임했던 예수 세례터, 순례객들 찬양·묵상…

열려라 에바다 2019. 4. 12. 09:06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아서] 하늘 열리고 성령 임했던 예수 세례터, 순례객들 찬양·묵상…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아서] 하늘 열리고 성령 임했던 예수 세례터, 순례객들 찬양·묵상… 기사의 사진
예수 그리스도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베다니 지역의 카스르 알 야후드(Qasr Al Yahud)에서 순례객들이 요단강에 몸을 담그며 세례를 체험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아서] 하늘 열리고 성령 임했던 예수 세례터, 순례객들 찬양·묵상… 기사의 사진
이스라엘 동북쪽 갈릴리 호수를 이동하는 배의 모습. 승선한 순례객들은 예수가 풍랑을 잠잠케 했던 성경 속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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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성 동쪽 베다니 마을에 위치한 ‘나사로의 무덤’ 내부. 1세기 유대인의 무덤 양식 중 빈곤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평토장의 형태를 띠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中) 예수, 기적의 현장을 가다

베다니, 거듭남의 현장

성경엔 ‘베다니’란 지명을 가진 곳이 두 군데 등장한다.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가 살던 예루살렘성 동쪽 올리브산 너머 동네가 있고, 다른 한 곳은 요한이 예수님께 세례를 베푼 지역이다.

지난 15일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성지순례단이 향한 곳은 예수님 세례터. 안내자 김형욱(가명) 선교사는 “예수님이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곳을 가리키는 카스르 알 야후드(Qasr Al Yahud)는 히브리어로 ‘유대인의 성’이란 뜻”이라며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1967년 이 지역에서 전쟁을 치르며 주변에 지뢰가 매설돼 출입이 금지됐지만 2011년 성지순례객의 출입이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소개했다.

세례터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폭이 5m 정도 되는 요단강 한쪽에선 흰 가운을 입은 순례객들이 몸을 담갔다 나오길 반복하며 묵상에 잠겼다. 세례터에선 세례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을 향해 각국의 언어로 된 찬양 곡조가 귀에 닿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뒤엉켰지만 모두 귀에 익은 멜로디였다.

순례단에 동행한 신성욱(아세아연합신학대 설교학) 교수는 “마태복음 3장엔 ‘예수가 세례를 받은 뒤 하늘이 열렸고 하나님의 성령이 임했다’고 기록돼 있다”면서 “예수님이 세례를 받음은 메시아로서의 공적 사역을 시작한 것인 동시에 창조주 하나님의 아들로서 기름부음을 받은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수면에 발을 댔다. 물 밖은 초가을 날씨였지만 한 걸음 더 내딛자 찌릿한 냉기가 그대로 허벅지까지 느껴졌다. 크리스천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는 순간을 ‘거듭남’이라 표현한다. 세례는 거듭남을 위한 전환점이다. 전 세계 순례객은 메시아로 이 땅에 온 예수의 사역이 전환점을 맞은 역사적 장소에서 온몸을 물에 담그며 거듭남을 통한 변화를 사모하고 있었다.



기적의 역사가 숨 쉬는 갈릴리호

이스라엘 동북쪽에 위치한 갈릴리 호수는 예수 그리스도 공생애의 주요 배경이 된 지역들과 닿아 있다. 중풍병자와 베드로의 장모를 치유한 가버나움(Capernaum), 귀신에 시달리던 막달라 마리아를 고친 티베리아스(Tiberias), 오병이어 기적을 행한 벳새다(Bethaida) 등 성경 속 이야기들이 갈릴리호와 인근 지역에서 펼쳐진다.

갈릴리호 선착장엔 ‘시몬(Shimon)’이란 이름의 배가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선 후 자리에 앉자 “갈릴리호는 전체 둘레 약 53㎞, 남북 20㎞, 동서 길이가 11㎞에 달해 갈릴리 바다라 불린다”는 선장의 설명이 들렸다. 배가 호수 중간에 다다르자 건너편 헤르몬산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느껴졌다.

김 선교사가 풍랑을 잠잠케 하신 예수님 이야기를 꺼냈다. “바다에 큰 놀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덮이고 놀란 제자들이 예수님께 ‘우릴 구원해 달라’고 외치는 장면(마 8:24∼25)을 떠올려 보십시오. 해발 2874m의 헤르몬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찬바람이 해수면보다도 200m쯤 낮은 갈릴리호의 수면과 부딪히면서 돌풍이 생기는 겁니다.”

소강석 목사는 “성경은 ‘예수님께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었더니 잔잔해졌다’(마 8:26)고 기록하는데 ‘꾸짖다’의 헬라어 ‘에피티마오(몥πιτιμ몠ω)’는 귀신을 향해 훈계할 때 쓰이는 말”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인간의 시각에서 볼 땐 하나의 자연현상일 수 있지만 성경이 주는 메시지는 예수님께서 이적을 통해 그 배후에 있는 사탄의 역사를 꾸짖고 메시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릴리호 주변에선 활발한 발굴 작업과 함께 예수 시대의 흔적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1986년엔 2000년 전 배가 원형 그대로 발견됐다. 고고학자 스티븐 판(홀리랜드대 총장) 박사는 “당시 발견된 배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120년에서 기원 후 40년쯤으로 나타났다”며 “길이 8∼9m 정도의 바나나 모양을 한 이 배는 1세기 당시 막달라 지역의 배 모양과 일치해 역사학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벳새다 지역의 한 발굴현장에선 지표면으로부터 30m쯤 파고 내려간 지점에서 1세기 당시 사용된 동전이 다수 발견돼 이곳에 당시 유대인 마을이 있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죽은 자를 살려낸 베다니의 기적

예루살렘성 동쪽 올리브산 너머 베다니 마을 언덕길. ‘나사로의 무덤(Lazarus tomb)’ 표지판이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동굴 문을 가리키고 있다. 요한복음이 기록한 7가지 기적 중 마지막 기적, 예수가 죽은 나사로를 살려낸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입구 아래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작은 구멍이 또 하나 나왔다. 그 안쪽으로 3㎡가 채 안 되는 공간이 보였다.



신 교수는 “1세기 유대인의 무덤 양식은 평토장 동굴무덤 바위무덤으로 나뉘는데 나사로의 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무덤인 평토장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땅을 파서 시신을 두고 양쪽에 돌을 놓는 형태인데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찾아와 ‘돌을 옮기라’고 하신 것은 이 구멍을 막기 위해 올려둔 돌을 치우고 나사로가 나올 수 있게 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 목사는 “유대인의 장례문화에서 사후 3일이란 시간은 ‘완전한 죽음’을 뜻한다”면서 “예수께서 나사로가 죽은 지 4일 만에 오신 것은 기절한 상태가 아니라 완전히 죽은 상태의 나사로를 살림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