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폭포수·소와 어우러진 진분홍 수달래
아름다운 풍경 속 전설과 애환 품은 지리산 뱀사골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뱀사골 계곡의 절벽에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피어 있는 진분홍 수달래가 작은 폭포수 등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소설 ‘남부군’에 나오는 큰 바위 틈 작은 공간 ‘석실’.
계곡 한가운데 흔들바위처럼 포개져 있는 요룡대.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천년송.
지리산전적기념비 옆 충혼탑.
지리산은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있는 넓고 깊은 산이다. 첩첩한 산봉우리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계곡 가운데 아름답기로 유명한 뱀사골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삼도봉과 토끼봉 사이 화개재에서 전북 남원시 산내면 반선마을까지 뻗어 내린 9.2㎞ 골짜기다. 계곡 곳곳에 기암괴석과 깊은 소(沼)가 자리한다. 전설과 전쟁에 얽힌 아픔도 품고 있다.
전설은 이렇다. 1300년 전 계곡 입구 송림사라는 절에서는 매년 칠월 백중날(음력 7월 15일) 승려 한 명을 신선바위에서 기도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면 승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승려가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간 것으로 사람들은 믿었다. 하지만 한 승려가 이를 이상히 여겨 기도를 하게 된 승려의 옷에 독을 발라 놓았다. 이튿날 바위에는 큰 이무기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이무기(뱀)가 죽은(死) 골짜기’에서 이름을 얻었다. 죽은 승려들이 절반쯤 신선이 됐다는 의미로 마을은 반선(半仙)마을로 불렸다.
이곳에서 신선길 탐방로가 시작된다. 2.3㎞로 가볍게 트레킹할 수 있다. 뱀사골탐방안내소를 지나면 데크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곳곳에 옥빛 소를 빚어놓았다.
안내판에 ‘돗소’라고 적혀 있다. 멧돼지가 목욕하던 곳이란다. 돼지의 ‘돗’과 ‘소(沼)’를 붙였다. 계곡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계곡에 내려서면 가장자리에 진분홍 꽃이 한창이다. 물가에 피는 철쭉인 수달래다. 4월 말부터 5월 초순에 화려함을 뽐낸다. 싱그러운 녹색 잎에 분홍색 꽃을 피운다. 암반 사이로 피어오른 수달래가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소와 폭포수와 어우러져 장관이다.
더 올라가면 석실이 나온다. 큰 바위틈에 생긴 작은 공간으로 작가 이태의 자전소설 ‘남부군’에도 등장한다. 빨치산들이 대민공작에 사용하기 위해 신문과 선전물을 인쇄하던 공간이다.
와운골과 뱀사골의 물이 합수되는 곳에 요룡대가 자리한다.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계곡 한가운데 거대한 바위 위에 위태롭게 올라앉은 바위가 기묘하다. 밀면 흔들릴 듯하다.
요룡대를 지나면 데크길은 끝난다.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와운마을과 화개재 갈림길이 나온다.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서면 ‘산 높고 물이 깊어 구름도 누워 넘는다’는 와운(臥雲)마을이다. 1595년 임진왜란 당시 영광 정 씨와 김녕 김 씨가 난을 피해 정착했다. 6·25전쟁 때 지리산이 공비의 소굴이 되자 전 주민이 떠났다가 1954년 다시 들어왔다.
마을의 명물은 천연기념물 424호 천년송(千年松)이다. 수령은 500년 정도. 높이 20m, 둘레 6m, 좌우로 뻗은 가지의 폭이 12m에 이른다.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 소나무’라 부르는 이 나무는 언덕 위에서 와운마을을 굽어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다. 뒤에 소나무 한 그루가 더 있다. 묵묵히 할머니를 지키는 ‘할아버지 소나무’다.
▒ 여행메모
남원역 앞 142번 버스 반선정류장 하차
뱀사골탐방안내소 옆 지리산전적기념비
자가용으로 간다면 내비게이션에서 뱀사골탐방안내소를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남원역에서 142번 버스를 타고 반선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와운마을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가 있지만 주민을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이 제한된다.
반선마을과 와운마을에는 식당이 많다. 다양한 산나물에 묵은지찜, 표고버섯황탯국, 들깨두부조림 등이 곁들여진 산채정식은 물론 토종닭백숙, 닭도리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와운마을에 민박을 운영하는 집이 많다. 반선마을에서 달궁계곡도 이어진다. 이곳에도 수달래가 유명하다.
뱀사골탐방안내소 바로 옆에 지리산전적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 후 지리산에 숨어든 무장공비와 빨치산을 소탕하기 위해 벌인 지리산지구 공비토벌 전적을 기념해 세운 비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 ‘충혼’ 비석이 있다.
뱀사골(남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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