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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애란 (28) 하나님이 주신 소명 ‘남북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열려라 에바다 2012. 8. 16. 07:36

[역경의 열매] 이애란 (28) 하나님이 주신 소명 ‘남북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2009년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북한요리 강사로 1년간 일했다. 그러면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했고 요리학원도 열게 됐다. 뜻있는 분께서 1억원을 빌려주셨다. 연구원을 시작해 보라고 했을 때는 너무 무서워 며칠 밤을 한잠도 못 잤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무서웠던 날이 탈북하던 날 새벽이었다. 그런데 1억원의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니 탈북을 감행했던 그 새벽이 생각나며 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하겠다고 할까. 하다가 큰 빚이라도 지면 어쩌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보험회사에 다니며 들어놓은 생명보험이 생각났다. 죽으면 3억원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겼다.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북한음식을 연구하고 알리며 통일조국의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서울 종로의 빌딩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새벽기도를 드리며 지금의 자리를 찾아냈고 내부공사도 했다.

하나님께선 내게 ‘남북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슬로건도 생각나게 해주셨다. 마침 서울시에서 사회적 기업을 공모했다. 우리 연구원은 1차로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고 11명의 직원을 고용하게 됐다. 어쩌면 통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고 함께 먹고 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통일밥상’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밥상에 둘러앉아 민족사의 과제를 부드럽게 풀었으면 한다.

“옛부터 밥상은 화해의 도구였어요. 가족이나 친구 간에 싸우더라도 한 밥상에서 한 끼 먹고 나면 자연스레 화해하고 돈독해지잖아요.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밥상에서 친밀해지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거예요.”

사실 통일 이후에도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통일 이후 관광산업은 상당히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고 그 중에서도 외식산업은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통일의 그때에 북한의 관광지에 차려놓을 훌륭한 북한 음식들을 많이 연구하고 개발하고 싶다. 그러면 북한 주민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안타깝다. 하지만 이 책무는 나를 이 남한 땅 가운데 먼저 불러주시고 이곳에서 장학금으로 공부시켜 주시며 많은 은혜로운 체험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귀한 명령이기도 하다. 현재 다양한 북한의 음식을 개발해 남한 주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금 가 볼 수 없는 북한 땅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음식 이야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함께 통일에 대한 갈망과 통일조국에 대한 비전을 심어 주는 것도 어쩌면 통일밥상에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얼마 전 평양 온반 시식회를 가졌었다. 그때 평양 온반을 맛보신 전라도에서 올라 오신 어느 분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따끈한 온반을 먹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욱 통일에 대해 갈망하게 됐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지난해 우리 연구원은 한식재단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북한의 각 지역 전통음식들을 조사·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전시회 및 시식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음식이 담백하고 맛있다고 평가했다. 지금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은 많은 성장을 했다. 북한 개성의 제조방법을 그대로 재현한 통일약과를 생산하고 있다. 능라밥상에서는 북한지역의 유명한 음식들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남과 북의 편견을 줄이는 ‘통일밥상선교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작지만 큰 꿈이다. 이 연구원과 선교회에서 탈북 여성들과 함께 일하며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그날을 설계한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