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자료

[역경의 열매] 이애란 (27) 처음 나간 교회… 성경은 우리 가족위한 구원 드라마

열려라 에바다 2012. 8. 15. 08:55

[역경의 열매] 이애란 (27) 처음 나간 교회… 성경은 우리 가족위한 구원 드라마
 
1997년 미국에 사시는 할머니가 중국에 오셔서 우리 가족을 서울로 데려간다고 연락이 왔을 때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정말 기적을 보여 주셔서 4개월 된 아이를 포함한 아홉 식구를 구출해 주셨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의 47년에 걸친 간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무사히 대한민국에 입국했던 것이다.

남쪽에서 호텔종업원, 신문배달원, 보험판매원 등 밑바닥 인생부터 시작했다. 힘든 생활 가운데 처음으로 나간 교회에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하게 됐고 할머니의 기도에 대해서도 믿게 됐다. 특히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야훼께서…”로 시작하는 이사야 43장 1절부터 13절 말씀은 마치 우리 가족을 위해 쓰인 구원의 드라마 같이 느껴졌다. 40일 새벽기도 중 방언을 체험하며 더 강한 믿음이 생겼다.

1999년 7월 그날도 보험을 팔러 기도원에 갔었다. 그 기도원에서 처음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았다. 기도 굴에 엎드려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말씀으로 사니라”는 말씀을 깨닫게 해주셨다. 하나님은 그때 기도에 힘쓰기보다 보험계약을 하지 못해 애쓰던 나를 회개시키셨다. 이후 하나님은 남한 사람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화여대에서 100% 장학금을 받고 석·박사 과정을 마치게 하셨다.

방학 기간 중 미국을 방문해 북한 실상을 강연하고 신앙 간증도 했다. 방미 가운데 북한의 식량난이 쌀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없애고 하나님의 공의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생긴 것임을 깨닫게 됐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직장을 얻었다. 그런데 그런 행운도 잠시,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실 박사과정을 마치면 미국 이민을 계획 중이었다. 아버지도 없이 키우는 아들이지만 공부만이라도 최고로 시키고 싶었다. 또 통일이 되면 남편에게 잘 키운 아들을 떳떳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교통사고를 당했고 6개월이나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몸이 다 나아갈 무렵, 온누리교회 탈북자종합회관 간사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월급이 적어도 이 일이 내가 꼭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근무했다.

탈북청소년합창단과 이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 만들기에 힘썼다. 또 영어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탈북 대학생이 학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명망 있는 교수들을 초청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 등에서 떠도는 탈북 여성들을 몰래 도우며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운동에 적극 나섰다. 2006년 식목일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탈북 청소년과 대학생, 학부모들이 모여 나무를 심기도 했다.

YBM 민영빈 회장의 도움으로 탈북민 영어 프로그램을 확장해 많은 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혜택을 줄 수 있었다. 특별히 탈북 대학생 영어 성경모임인 ‘여호수아 성경모임’을 2007년 시작하게 됐다. 30명 정도가 서울 신촌 YBM어학원 강의실에서 첫 모임을 시작했다. 기독교감리회 서부연회에서 적극 후원했다.

성경공부 모임은 한때 모임 장소가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당장 모일 장소가 없어 광화문네거리에 서서 울었던 적도 있다. ‘저 많은 고층 건물 중 우리 탈북 대학생들이 모일 두세 평 공간도 없나’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성경공부 모임을 지속하게 하셨다.

나름 은혜로운 일도 있었다. 여호수아모임은 현재 탈북청년크리스천연합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탈북 대학생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주요 위치에서 근무하고 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다. 탈북자를 보살핀 공로로 2010년 3월 미국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으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