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9) 전쟁의 화염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 소년병
반군에 강제징집 당해 연필대신 총 든 소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만난 소년 마이크(17)의 손가락 마디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2006년부터 6년 동안 늘 총을 잡은 삶의 흔적이다. 그는 펜 대신 강제로 총을 잡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자란 소년병이다. “저와 우리 가족이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저는 열한 살에 군인이 되었는데 소년병 중에는 아홉 살짜리 아이들도 있었어요.”
여덟 살 되던 해 마이크는 반군을 처음 마주쳤다고 했다. 반군들은 입대하면 거액의 월급도 주고 굶주리지도 않게 해준다며 소년들을 모집하고 다녔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 하루에 한 끼로 연명하던 생활을 하던 마이크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그러나 군인이 돼 총을 잡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탄약을 운반하던 소년들이 폭탄사고로 팔다리를 잃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3년 뒤 초기반군인 RCD(콩고민주연합)와의 격전이 심해지던 시기에 군인들은 이제 매일같이 마을을 찾아와 모집이 아니라 소년들을 강제로 징집했다. 그들은 ‘군인이 되면 살고, 되지 않으면 가족들이 위험해질 거다’라고 위협했다. 마이크는 FPRM이라는 소년병 부대에 들어가게 됐다. 그때 마이크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그곳에서 마이크는 총, 화약을 다루는 방법, 군수 운반하는 법 등을 익혔다. “훈련은 정말 너무 힘들었고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어요. 도망치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6년 동안 그는 세곳의 부대를 옮겨 다니며 총을 쏘았다. 사람이 죽는 것은 그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부대는 소년병들에게 주민들을 학살하고 약탈, 성폭행 하도록 종용했다. 그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새도 없이 그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고 했다. “제대로 승리하려면 그런 일들이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총을 쏘고 있었어요. 살기 위해서.”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에서 만난 어머니의 눈물 어린 간청에 마이크는 올해 2월 군대에서 빠져 나왔다. 밤마다 꿈속에서 그와 싸웠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나타난다고 했다.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글씨도 제대로 읽지는 못한다. 총이 없어서 길을 다니기가 불안하다고 했다. 마이크는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경우지만 소년병 중에는 총이나 칼에 맞아 팔다리를 잃고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군에서 버림받은 경우도 많다. “다시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때 입대하지 않았더라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꿈이요? 사람 안 죽여도 그냥 밥 굶지 않고 가족과 사는 거예요”라며 마이크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콩고는 지난 15년 동안 계속된 ‘아프리카의 세계대전’으로 불리는 내전으로 인해 약 500만명의 사람들이 죽었으며 17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반군단체들은 아이들을 납치해 군인으로 만들었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했다. 통계에 따르면 3만명의 콩고 소년들이 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월드비전 콩고민주공화국 킬룬두 간사는 “소년병들은 전쟁의 가해자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 안타까운 피해자이다. 신체적, 심리적 상처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삶의 의욕을 잃은 소년병 출신의 아이들이 많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글=한국 월드비전 김효정 간사, 사진=월드비전 콩고민주공화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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