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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기부문화 역행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교계 ‘세금폭탄’ 우려 확산

열려라 에바다 2013. 3. 7. 08:38

 

헌금·기부문화 역행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교계 ‘세금폭탄’ 우려 확산


올해부터 시행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대한 교계의 우려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교회 헌금을 포함해 각종 사회복지단체 기부금(지정기부금)의 세액부담 증가에 따른 기부문화 위축은 물론 ‘기부 세금폭탄’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조특법(제132조의 2)에 따르면 소득공제 종합 한도를 교육비와 의료비, 신용카드 등 7개 항목 비용에 헌금 같은 지정기부금을 더해 2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7가지 비용을 먼저 공제한 뒤 마지막에 기부금을 제하기 때문에 7가지 비용의 합이 한도액(2500만원)을 넘으면 기부금은 한 푼도 공제받지 못한다는 것.

대기업인 포스코에 근무하는 박모(53·분당 지구촌교회) 부장은 연간 소득(1억2000만원) 중 기부금 비율이 20% 가까이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십일조 등 헌금(1200만원)과 복지단체 기부금(1000만원)을 포함, 총 2200만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자녀 교육비(500만원)와 의료비(570만원) 등의 예상 합산액이 1100만원에 달해 조특법을 적용한 소득공제 제한액을 감안하면 기부금 중 800만원에 대한 소득 공제는 제외된다. 이에 대한 세금 부담 추산액은 소득세(35%)와 주민세(소득세의 10%)를 합해 대략 300만원선. 박 부장은 “그동안 헌금과 성금 같은 건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줄곧 기부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한 세금을 수백만원씩 내야 한다면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기부 금액을 불가피하게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계의 우려도 깊다. 교회 헌금을 통한 이웃 사랑의 손길이 감소하고, 70∼80%에 달하는 개척·미자립 교회가 재정 악화로 존립 기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 나아가 사회복지단체에 대한 기부액 감소로 사회 전반의 기부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11개 종단 협의기구인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한종협) 이사인 이승열 예장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총무는 6일 “선진국에 비해 고액 기부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는 자발적 기부자를 독려하고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복지재원을 늘리려고 기부금을 손댄 조특법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득(得)보다 실(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복지 재원을 위한 세수 기반을 기부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찾는 방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교계 복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박위근 목사)의 신광수 사회문화국장은 “아직 교회와 성도들 사이에 조특법 내용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세부 내용을 파악한 뒤 교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언론회 등 교회연합기구와 유관단체들도 이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제호 사무처장은 “기부문화 확산과 건강한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 조특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원혜영(부천 오정), 김영환(안산 상록을) 의원 등은 조특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의료비, 교육비 등과 지정기부금을 합해 소득공제 한도를 2500만원으로 묶은 현행 조특법에서 ‘지정기부금’을 제외토록 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과세 소득의 30%(종교 기부금은 10%)에 해당하는 지정기부금은 전액 소득 공제된다. 연간 소득 1억원인 근로자가 3000만원(헌금 등 종교단체 기부는 1000만원)까지 기부하면 총 소득액에서 이 금액만큼 제외하고 세금이 부과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