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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화 “스포트라이트 받을 때보다 나눌 때 더 행복”

열려라 에바다 2013. 5. 21. 08:07

배우 김정화 “스포트라이트 받을 때보다 나눌 때 더 행복”

 

 

인터뷰하는 동안 배우 김정화(30·늘함께교회)씨는 두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사랑하는 두 사람,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다.

김씨는 어머니를 삶의 멘토로 소개할 정도로 의지했다. 그런 어머니를 지난해 10월 31일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그렇게 헤어진 지 두 달여. 지난 7일 서울 가회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밝은 모습으로 근황을 전하던 중 어머니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

“주변에서 오히려 괜찮냐고 물을 정도로 한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습니다. 불면증이 있어 늘 찬양을 틀어놓고 자는데, 하루는 엄마를 간호하면서 병실에서 듣던 찬양이 계속 나오는 겁니다. 엄마와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좀 더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에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발인예배 후 처음으로 엄마를 만나러 납골당에 갔는데 그게 한 달 전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엄마가 옆에 없다는 것을 많이 실감합니다.”

18세에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씨는 시트콤 ‘논스톱3’에서 주목받은 이후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지냈다. “바쁠 때는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내 생각도 없었고요.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사용만 하고 채우지를 못하니 갈수록 고갈되는 느낌이랄까. 세상에 모두가 알아봐주는 화려한 모습의 ‘연예인 김정화’만 외로이 남아 있더라고요.”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나’를 찾아 떠났다. 여느 젊은 여성들처럼 거리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그림자처럼 늘 붙어 다녔던 매니저 없이도 지하철, 버스를 타고 혼자 다녔다. 그런 소소한 일상들 속에서 김씨는 오랜만에 즐거움을 경험했다. 그리고 다시 배우로 돌아온 자리. 드라마가 아닌 연극, 뮤지컬 무대였다.

그렇게 방송을 떠나 있는 동안 김씨는 성경공부에 푹 빠져 지냈다. “저는 모태신앙이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2008년부터 성경공부를 시작했는데 성경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던지 그때 제 신앙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철없는 신앙에서 믿음생활의 길로 들어섰다고 할까요.”

그러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 2009년 10월 아프리카 우간다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떡과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 구호단체인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던 탤런트 정태우씨가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갈 수 없게 되자 그녀에게 부탁했던 것. 우간다에서 그녀는 에이즈에 걸린 여섯 살 꼬마공주 아그네스를 만났다.

결혼도 안한 그녀가 아그네스를 가슴으로 낳고 엄마를 청했다. 자기도 엄마 아빠처럼 에이즈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절망에 빠져 있던 아그네스에게 김씨는 온갖 사랑을 쏟았다. 아그네스와 손 붙잡고 몇 시간이고 동행했고 얼굴을 수시로 맞대면서 따뜻한 온기를 전달했다. 태어난 날도 모르고 지내던 아그네스에게 ‘10월 3일’, 두 사람이 만난 날을 기념해 생일로 정했다.

그리고 3년 뒤인 지난해 5월 김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그네스를 다시 만났다. 엄마가 보내준 예방약과 음식들을 잘 챙겨먹은 덕에 아그네스는 부쩍 컸고 무엇보다 활짝 웃는 모습으로 엄마를 반겼다. 그녀의 사랑과 정성이 절망에 있던 아그네스에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예쁜 딸 자랑을 실컷 늘어놓던 그녀. 갑자기 딸이 보고싶다며 또 한 차례 눈물을 흘렸다.

“작년 9월 생일 때 아그네스가 축하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마치 딸 재롱잔치를 보는 것처럼 기뻤는데, 며칠 전 SBS ‘강심장’에 출연했다가 뜻밖의 선물을 또 받았습니다. 현지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아그네스가 ‘사랑한다’고 영상을 보내온 것입니다. 건강한 딸의 모습에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김씨는 최근 이런 내용을 엮어 ‘안녕, 아그네스!’를 출간했다. 책의 인세는 전액 기아대책을 통해 우간다에 에이즈아동센터 건립을 위해 사용된다.

“아그네스를 만나고 오히려 제가 얻은 게 많습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아그네스를 통해 제가 가정을 이뤘는데, 하나님이 저를 만드신 분명한 목적을 알게 됐습니다.”

그건 나눔이다. 배우가 안 됐으면 어떻게 봉사활동을 떠나 아그네스를 만날 수 있었겠는가. 김씨는 “하나님이 이 일을 시키시려고 저를 연기자로 훈련시키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현재 김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결연한 아동을 포함, 5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MBC 자원봉사 희망 프로젝트인 ‘나누면 행복’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씨는 나눔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가 다 가졌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사소하지만 진짜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꾸 내 삶에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 그게 불행의 시작이 아닐까. 작은 나눔의 실천은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첫 걸음이기도 하다.”(‘안녕, 아그네스!’ 중에서)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