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칼럼
<< 내용 >>
유럽에 윈도우사이드 폴리스, 곧 '창변경찰(窓邊警察)'이라는 말이 있다. 고위도(高緯 度)지방인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햇볕이 아쉽기에 햇볕을 받아들이는 창변은 우리 나라 온돌의 아랫목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 노인들이 아랫목을 떠나지 않듯이 유럽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창변을 떠나지 않는다. 곧 노인의 정위치는 창변이다. 그리하여 창변에서 내다보이는 온갖 물정이 무의식 중에 감지된다. 물론 그 시야에서 벌어지는 악(惡)도 감지되기에 '창변경찰'이란 속칭이 생겨난 것이다. 미국에 사는 친지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노변에 주차한 차를 빼내다가 옆에 있는 차를 받았다. 둘러보니 그것을 보고 있는 사 람은 아무도 없다. 안심하고 뺑소니친다. 한데 십중팔구 경찰이 알고 찾아온다는 것이 다. '창변경찰'들의 고발과 신고가 이토록 민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미국이 부강해질 수 있는 10개 원칙을 꼽았는데, 그 중 하나로 이 같은 남 녀노소 할 것 없는 공공의 적에 대한 왕성한 고발 정신을 들고 있다. 한데 이 고발 정 신도 옛날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미국 정신의 쇠퇴가 각 분야에서 거론되고 있는 데 이 고발 정신의 쇠퇴도 그 큰 증후로서 지목되고 있다. 20년 전 뉴욕 퀸스구에서 일어났던 키티 양 살인 사건이 그 증후로서 곧잘 인용되고 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칼을 든 악한에게 습격을 받은 키티 양이 사람 살리라고 비명을 연 거푸 질렀다. 도망치던 범인은 아무도 키티 양을 구하러 나오는 사람이 없자 되돌아와 서 칼로 찔렀고, 계속 비명을 질렀으나 역시 아무도 쫓아나오는 사람이 없자 세 차례 나 도망치다 되돌아와서 난자(亂刺)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檢事)는 키티 양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이 도합 38명이나 되었는데, 어느 한 사람도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없었고 30분 후에야 최초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창변경찰'인 한 할아버지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살인이란 차원에서가 아니라 신고 정신의 증발이란 차원에서 미국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범죄학자 슈나이더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 범죄 발생건수와 신고 정신과는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하고, 미국에 범죄가 급증하는 것과 이 고발 정신 의 쇠퇴와의 함수를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비인간적 강력 사건이 빈발하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우범 예비 검속을 강화하고 자체 방범체제를 강화하며 또 범인에게 극형을 가하는 것 도 한 방편일 수 있으나 전시민의 '창변경찰'화로 고발 정신을 활성화하는 것 이상으 로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번 검사집 강력범에 대한 신고 정신이 그것을 입 증해 주었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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