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모자 사이

제목 : 칼럼 << 내용 >> 지난 일요일에 신문에 데모하는 아들을 집으로 끌고 가려는 처절한 한 어머니의 사진 이 보도되었다. 끌려가지 않으려 장승처럼 버티고 앉아 있는 자식을 땅바닥에 흐트러 져 끌어대는, 이 세상에 가장 강한 친화의 역학(力學)이 상반(相反)하는 현장이었다. 역사가 생긴 이래 그 숱한 대결과 싸움-, 갈등과 분열-, 증오와 원한 등등으로 모든 인간 결속이 갈라지고 등지고 찢어지고 발겨지고 했지만 최후로 남아있는 마지막 결속 이 와지끈 찢어지는 정신사(精神史)의 파열음이 들리는 현장이기도 했다. 그런 파열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입북한 임수경양이 엄마 아빠에게 써 남 긴 편지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당돌한 자신의 행동으로 엄마 아빠가 얼마나 괴롭고 곤궁에 빠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 저는 엄마 아빠만의 딸이 아닙니다'고 결별한 그 대목에서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배를 타고 강물 따라 내리는데 하인 하나가 강변에 나와 놀 고 있는 원숭이 새끼 한마리를 잡아왔다. 그것을 안 어미가 구슬피 울어대며 뱃길 따 라 백 리나 따라와 뱃전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는데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갈기갈기 촌 단(寸斷)되어 있었다 한다. 중종 때 학자 어득강(魚得江)의 문집에 보면 조롱 속에서 기르던 꾀꼬리 어미와 새끼 가운데 새끼 만을 딴 조롱에 옮겨 길렀더니 어미 꾀꼬리가 식음을 전폐하고 울지도 않으며 머리를 조롱에 찧어대어 자학을 하더니 끝내 죽고 말 았다 한다. 죽은 어미 꾀꼬리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창자가 녹아있었다 한다. 충무공 이 한산섬 수루에 올라 일성호가(一聲胡茄)에 애를 끊는 것이며, 철사줄에 묶여 넘는 미아리 고개의 단장(斷腸)은 농도짙은 비애를 나타내는 꾸밈씨지만, 과도하게 슬프면 생리적으로 애(창자)가 닳다 못해 끊어지고 녹는다는 것을 금수(禽獸)가 입증한 것이 된다. 하물며 사람임에랴, 그 더욱 가장 정서적으로 밀착된 모자 사이임에랴, 그 더욱 법보다 도덕을-, 도덕의 덕목 가운데서도 부모와 자식 사이의 덕목은 어느 다른 덕목 에 우선 시켰던 우리 나라임에랴. 나라(忠)와 부모(孝)를 택일해야 하는 양립(兩立) 상황에서 효를 택하는 것이 도리였던 우리 나라이기도 했다. 신(神)과 나 사이를 - 나라와 나 사이를 - 이웃과 나 사이를 끊고 마냥 이기적(利己的 )이 돼 온 젊은이들이 사제(師弟) 사이-장유(長幼) 사이-형제 사이를 단절하더니 드디 어 마지막 남은 결속이요 안식(安息)의 연결인 모자 사이마저 끊고 찢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