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칼럼
<< 내용 >>
`요재지이(聊齊志異)'라는 청나라 때 괴기 소설 단편집에 유개(庾介)라는 고을 잘 다 스리는 명관(名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명관이 수령으로 가는 고을마다 잘사는 사람 의 재물을 떼어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게으른 사람을 재촉하여 부지런하게 일 을 시키는 이상 정치(理想 政治)를 베풀곤 했다. 한데 잘사는 사람은 일할 의욕을 잃고 게으른 사람은 일하기를 싫어하여 이 명관이 가 는 고을마다 백성이 이산, 인구가 줄고 농사짓는 사람이 없어 빈집과 빈땅이 늘어갈 따름이었다. 유개는 신(神)을 찾아갔다. 좋은 정치를 베푸는데 인구를 줄이는 부당한 신의 장난을 항의하였다. 신은 껄껄 웃으 면서 이상(理想)을 관장하는 성신(星神)과 현실(現實)을 관장하는 토신(土神)을 불러 술시합을 시켰다. 성신은 석 잔 만에 취해 쓰러지고 토신은 일곱 잔 만에 취해 쓰러졌 다. 사람의 일이란 현실이 십중칠(十中七)이요 이상이 십중삼(十中三)을 다스리고 있 음을 이로써 보이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현실을 무시하고 시행하려면 궂히는 일이 많은 법이라고 타일렀다. 조선조 5백 년 동안에 왕위를 아들에게 물리고 태상황(太上王)으로 물러앉은 임금은 일제 침략으로 강제 양위(讓位)를 당한 고종(高宗)과 정치적 과욕으로 과감한 관제(官 制)개혁을 단행함으로써 민심을 이반한 태종(太宗)-, 두 임금뿐이다. 태종은 고려 때부터 내려 온 관제를 대담하게 뜯어고쳤다. 때마침 가뭄이 혹심하자 백 성들은 혁신정치의 빌미라 하여 민심이 흉흉해졌던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상 충하게 마련이다. 현실과 상충하는 것은 이상뿐만이 아니다. 논리와 현실, 지성(知性)과 현실과도 상충 을 한다. 발이 빠른 희랍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는 그의 앞에 기어가는 거북을 절대 추 월할 수 없다는 것은 알려진 역설(逆說)이다. 거북이 아킬레스의 50미터 앞에 있다 할 때 아킬레스가 거북을 추월하려면 50미터 앞 까지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거북은 그동안에 몇 미터 전진을 한다. 다시 전진한 거북의 위치까지 아킬레스가 달리는 사이에 거북은 다시 몇 미터 전진을 한다. 이렇게 따져나가면 아킬레스와 거북의 간격은 좁혀질지는 모르지만 영원히 추월은 불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빈틈이 없고 이 논리의 잘못은 어느 누구도 뒤 집지 못하고 있다. 한데도 현실적으로 아킬레스는 거북을 추월하고 만다. 논리와 지성은 반드시 현실과 부합되지 않을 때 곧 잘 인용되는 용례다. 여기에서 그 어느 편의 장단점을 가릴 여유는 없다. 건설부의 대규모 항명(抗命)사건 이 직제 개편을 둔 십중삼의 이상을 딱부러지게 강행하려 한 데서 야기된 십중칠의 현 실 저항이란 것만 지적하고자 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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