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말씀

키스 금지령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4. 16:43

제목 : 칼럼

<< 내용 >>

'키스(Kiss)'에 해당되는 우리말은 없다. 입맞춤이라는 동작을 합성시킨 말이나 뽀뽀

라는 아기들 말은 있어도 독립된 용어는 없다. 키스행위가 없었을 리 없지만 그 행위

를 도덕적으로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도 말로 쓰인 불경에는 키스라는 말이 '아리자'로 나온다. '접문(接吻)'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개화기에 일본 사람들이 만든 신어(新語)요, 얼굴을 핥는다는 뜻인 철면,

입을 합친다는 합구란 말도 없지 않았으나 속된 은어에 불과했다.

일본이 명치유신으로 제도를 양풍으로 고치고, 조선에 외교를 강요해 왔을 때 조선측

의 답서에서 일본이 양오랑캐에 친취(親嘴)를 하려 든다는 키스에 해당하는 말을 썼다

. 곧 새들이 서로 부리를 대는 행위가 친취요, 일본이 양오랑캐에게 주둥이를 내밀고

아양을 떤다는 뜻으로 썼던 것이다.

1885 년 영국 함대가 남해의 거문도(巨文島)를 점거했을 때 키스 소동이 일어나고 있

다. 거문도의 서도(西島)나루에 있는 주막에서 영국 수병이 늦도록 술을 마시면서 주

모에게 키스를 했던 것 같다.

이 광경을 숨어 본 주모의 아들놈이 마을로 뛰어가 고함을 치고 다녔다. 마을 주민들

은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나섰고, 영국 수병은 키스한 오로지 그 한 가지 죄로 뭇매를

맞았다.

당시 거문도 주민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끔 군기를 무척 엄하게 다스렸던 함대측에서

는 주민들을 나루에 모이게 했다. 모아놓고 그 키스를 한 수병을 갑판에 데리고 나와

바다물 속에 던져버리길 거듭하여 거의 실신 상태가 될 때까지 기합을 주었던 것이다.

키스한 죄가 이렇게 가혹하게 벌을 받기는 이 세상에서 처음이고 마지막일지 모를 일

이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있어 키스는 낯선 문화였고 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열매였던 것이

다.

중국에는 <소녀경(素女經)> <옥방비결(玉房秘訣)> <옥방지요(玉房指要)> <동현자(同玄

子)> <의심방(醫心方)> <현녀경(玄女經)> 등등 성애(性愛)를 기술한 책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그 기술 내용도 노골적으로 거리낌이 없다. 한데도 키스에 대해서

는 어느 책에서도 언급한 대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외간 남자에게 팔뚝의 속살을 보

인 것만으로 자결할 조건이 되었던 한문문화권이다. 하물며 키스임에랴.

일전 보도된 바로 중국 북경에서는 옥외에서의 키스 행위는 처벌한다는 키스 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인권과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 같지만 서양과는 다른 문화 체질에 있어

키스가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닌 금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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