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말씀

태국의 중간층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4. 16:45

태국의 중간층

제목 : 칼럼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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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스님들의 설법은 개념적이 아니라서 설득력이 있다 한다. 이를테면 자비를 베풀

라는 가르침일 경우 다음과 같이 설법한다. 지옥에 가나 극락에 가나 산해진미의 진수

성찬이 차려져 있고 이를 먹기 위한 큰 젓가락이 놓여 있게 마련이다. 한데, 그 젓가

락의 길이가 팔 길이만하여 음식을 집어먹을 수 없게 돼 있다. 지옥에 간 사람들은 제

욕심만 차린 사람일 것이므로 산해진미를 앞에 놓고도 먹지 못하여 굶주리는 것으로

업보를 받는다. 하지만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 업보로 극락에 간 사람들은 그 젓

가락으로 먼저 남을 먹여준다. 그럼 베품을 받는 사람은 베푼 자에게 먹여준다.

곧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남을 돕는것이 아니라 자신을 돕는다고 생각하는 '분, 쿤'

정신이 예로부터 태국 엘리트 사회의 중심 사상이 돼 왔다.

어느 사회건 중간 계층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도 먹고 입고 사는 경제 문제 이외에

어느 만큼의 정신적, 문화적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 중간층의 조건이 나라에 따

라 달라진다.

태국 중간층의 정신적 조건으로서 태국 카세사트 대학의 피아툰 교수는 다음 세 가지

를 들었는데, 맨 첫째 조건이 상부상조하는 태국의 은혜관인 '분, 쿤'정신이다.

둘째로 '차오 나이'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차오 나이란 정신노동을 하고 높은 교양과

불심이 돈독하며 국왕에 충성하고 마음이나 돈 씀씀이에 인색하지 않아 사람이 따르

는 신분이다. 태국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를 하면 그 답례는 '커서 차오 나

이가 돼야지......'하는 것이라 한다.

셋째가 어느 사회의 중간층에도 따르게 마련인 불의, 부정, 불법, 부패에 대한 증오다

.

80 년대 후반 들어 태국은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 동양의 승천 4룡(四龍) 가운데

한룡(韓龍)이 추락하고 태룡(泰龍)이 상승했다 하리만큼 잘 살게 되었고 그로써 중간

층이 확대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열일곱 번에 걸친 쿠테타에 의한 불법 정권들은

조직 단결력이 있는 학생들의 반항에 부딪쳤을 뿐, 먹고살기 어려워 반대할 여력도

없고 또 결집시킬 구심점도 없었던 시민 사회와는 무관했던 것이다.

한데, 이번 태국 비상 사태의 주동 세력은 학생층이 아니라 중간 계층의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조직력이 있는 학생층이 2-3 할, 조직력없이 공감력으로 결집된 중간 시민층

이 7-8 할이라는 점에서 태국 사태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잠롱

이라는 반정부 지도자는 바로 태국 중간층의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데서 시민 저항 운동으로 성격이 굳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학생의 시위보

다 시민의 반정부 공감력이 더 가공했던 6.29 전의 사태가 상기되는 태국의 비상 사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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