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말씀

태국(泰國)의 호신부(護身符)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4. 16:44

 

제목 : 칼럼

<< 내용 >>

태국 사람들은 현세에 낙(樂)을 가져다주는 건 전생의 선과요, 고(苦)를 가져다주는

건 역시 전생의 악과로 여긴다. 현세의 빈부 귀천이나 영욕 고락(榮辱苦樂)을 전생의

선과와 악과의 이원적 함수 관계로 파악한다. 그러하듯이 내세의 고락도 현세의 인과

가 결정한다고 확고하게 믿기에 여느 다른 나라보다 불계(佛戒)를 잘 지켜왔다. 이를

테면 선과의 5 대 계명 가운데 하나로 남이 고통받으면 내가 더불어 나누어 아프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환락을 나누어 누리는 상대적 자기로서 현세를 살 때 내세의 선과

로 작동 한다는 것이다.

그중 결정적인 것은 살생계(殺生戒)다. 살생을 하면 악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여긴다.

이를테면 바로 이웃하고 있는 역시 불교 국가인 미얀마와의 3 세기 동안 크고 작은 전

쟁을 44 회나 거듭해 왔지만 서로 살생을 기피한 이상한 전쟁들을 해왔다. 국경 지역

에서 시한(時限)을 정해 놓고 어느 편이 불탑을 먼저 쌓느냐 내기를 하여 일찍 쌓은

편이 전쟁에 이기기로 한다든지.....

태국 사람들은 사람에 따라 3-10 개의 각기 효험이 다른 호신부(護身符)를 몸에 지니

고 있다고 한다. 바로 악과의 악령을 쫓고 선과의 선령을 유도하는 호신부 문화가 어

찌나 발달했던지 그것을 전문으로 다룬 잡지만 해도 13-14종이나 된다 한다. 그리고

호신부 매매도 성한데 호신의 효험이 크고 작고에 따라 값의 차이가 크게 난다.

이를테면 어느 깡패 두목이 수류탄 세례를 두 발이나 받아 일당이 다 죽었는데도 혼자

만이 무사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런 때 구사일생의 기적이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깡패 두목이 목에 차고 있던 호신부가 화제가 되고, 그 호신부가 잡지에 실리

고 가게에 나오면 파격적인 값으로 호가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모조품이 나돌고.....

.

불교의 살생계가 투철한 불교 국가라서인지 어느 한 사람이 도살장에서 죽음을 기다리

는 소 한 마리를 살려내면 그 당시 몸에 지니고 있던 호신부 값이 방생(放生)의 음덕(

陰德)으로 부가 가치가 붙어 값이 급상승한다.

곧 불계를 잘 지키고 선행을 많이 할수록 호신부 값이 오르게 돼 있으니, 악령으로부

터 호신하는 부적이라기보다 자신의 불계행(佛戒行)을 감시하는 양심의 감시자라는 편

이 옳다.

그런 태국에서 하필이면 5 월 18 일에 살생이 자행되었다 한다. 정통성 없는 정권에

항거하는 시민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하여 1백 여명이나 살생했을 것이라는 미확인 보

도가 나돌고 있다. 그리고 항쟁의 구심 인물인 잠롱에게 수갑을 채워 잡아가고 있는데

그의 목에는 호신부가 걸려 있었다.

그는 밤낮 그것을 목에서 떼어 놓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한 몸 뿐 아니

라 그가 대변하는 정의와 양심과 청빈이 보호된다면 어쩌면 태국의 고금에서 가장 값

비싼 호신부가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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