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말씀

환자 의료시간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4. 16:52

환자 의료시간

제목 : 칼럼

<< 내용 >>

세조(世祖)는 평생을 질환에 시달렸기로 팔도의 명의는 접해 보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래서 세조 9 년에 그의 체험적 의원론(醫員論)을 손수 지어 이를 팔도에 널리 펴게

하였다. 여기에 환자를 대하는 의원의 자세를 좋은 의원에서 나쁜 의원순으로 여덟 가

름을 하고 있는데, 그 차례를 적으면 이렇다. 1 심의(心醫) 2 식의(食醫) 3 약의(藥醫

) 4 혼의(昏醫) 5 광의(狂醫) 6 망의(亡醫) 7 사의(詐醫) 8 살의(殺醫). 으뜸으로 치

는 심의는 어떤 의원인가. '심의란 병자로 하여금 늘 마음을 편안케 하여 불안하지 않

게 함으로써 병을 잡는 의원이다. 마음이 편해지면 기운이 안정되고, 기운이 안정되면

병이 발붙일 흠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조리를 잘하는 식의가 버금이요, 약을 잘쓰는 약의가 세번째다. 병자를 접하

면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 혼의요, 조심성 없이 극약 처방으로 속성 처치

하는 것이 광의며, 알맞지 않게 약을 쓰는 것이 망의, 마음을 딴데 두고 명맥만 유지

하려는 것이 사의, 다른 의원의 말은 듣지 않고 독선적으로 처치하여 악화시키는 것이

살의다.

의원의 자질을 둔 우리 속담에 '일구(一口) 이족(二足) 삼약(三藥) 삼기(三技)'라는

게 있다. 여기에서도 병자와 대화를 많이 나누어 기를 안정시키는 입(口)을 많이 쓰는

의원이 으뜸이요, 그러기 위해 자주 찾아가 환자를 접하는 족(足)이 버금이 돼 있다.

약 잘쓰고 의술 좋은 건 그 후의 일이다.

마음의 상태가 병의 증세를 좌우한다는 심신이론은 현대 의학에서 플라시보 효과, 엔

도르핀 효과, 자율신경실조(自律神經失調) 등등 다각도로 입증되고도 있다. 세조의 고

전적 의료철학이 첨단의학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들은 한 어린이를 진료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평균 2 시간이라 한

다. 이를테면 목구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자. 의사는 냉장고에서 어린이에게 아

이스캔디 하나를 꺼내어 준다. 먹고 나면 막대만이 남는다. 입에 들락날락했던 막대기

에 어린이는 친화력이 생긴다. 그런 연후에 의사는 그와 똑같은 소독 막대를 들고 입

을 벌리도록 하여 혀를 누르고 진찰을 한다.

어린이는 그 때문에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이 같은 심리전술로 마음을 편

안하게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 심의인 것이다.

최근에 조사된 바로 의원급 의사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 백 55 명의 환자를 진료함으

로써 1인당 진료시간이 평균 3 분 52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 캔디니 대

화니 하는 심의의 존립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된다. 의사의 진료기술비가

형편없이 평가되는 데다 폭주하는 환자로 본의 아니게 속성 처치하지 않을 수 없는 의

료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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