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불안
제목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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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 운젠가쿠 폭발은 현해탄 건너 가까이 있는 화산이지만 활화산인지라, 언 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었다. 한데 필리핀 마닐라 가까이 있는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운젠가쿠보다 멀리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에 일말의 정신적 여진(餘震)을 연쇄시킨 폭발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6 백11 년 전의 폭발을 마지막으로 사화산으로 접어두었던 산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10년 전 멕시코의 얼체콘 화산은 단 한 번도 폭발한 일이 없는 비화산(非火山)인데도 폭발하여 1 천7 백 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환태평양 화산 대로부터 약간 뒤로 물러앉아 화산 공포에서 소외된 우리에게 애오라지 불안의 그늘을 곁들이는 화산활동들이 아닐 수 없다. 화산섬인 제주도의 마지막 폭발은 9백 년 전인 고려 목종(穆宗) 5 년 (1092)과 10 년 두 차례가 마지막이었다. 당시의 기록은 이렇다. '탐라의 한라산 4군데서 구멍이 뚫리 더니 붉은 불물이 솟아올라 닷새 만에 그쳤다. 그 불물이 식으니 모두 개왓돌이 됐다. ' 후자의 기록은 보다 상세하다. '탐라 해중에서 불쑥 산이 솟아나더니 먹구름이 눈을 가리고 우뢰 같은 지동(地動)이 7주야 만에야 멎었다. 먹구름이 개고 보니 바다에서 섬이 솟아나 있었는데 높이가 약 백여 길이요, 둘레가 40여 리나 되었으며, 초목은 없 고 유황 냄새 나는 연기가 자욱해 접근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고려 조정에서는 태학박사(太學博士) 전공지(田供之)를 보내 그 분출한 화산의 도형을 그려 바치게 했는데 이름을 서산(瑞山)이라 명명하고 있다. <탐라기년(耽羅紀 年)>이란 문헌에 이 산이 대정(大靜)에 있는 군산(軍山)이라기도 하고, 더러는 관광지 가 돼 있는 성산포(城山浦) 일출봉이라 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백두산의 화산 분출은 거금 2 백 - 3 백 년도 되지 않는다. 중국측의 문헌에 보면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일 어났던 해인 1597 년(宣祖 25 년)에 백두산이 폭발하고 있다. '대포 쏘듯 한 굉음과 더불어 하늘에 먹구름이 덮이고 집채만한 돌덩이를 뿜어올리는 데 큰 산 뒤로 굴러 나갔다'고 했다. 청나라 초인 1668 년(顯宗 9 년)에도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여 잿비가 며칠 동안 내렸 다 했고, 마지막 폭발기록은 1702 년(肅宗 28 년)이다. '오시(午時)에 천지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때때로 붉고 노란 불길이 먹구름과 더불어 솟아나는데 유황내가 코를 막 고 마치 솥속에 들어있듯 뜨거운 열을 감당할 길 없었다. 사경(四更)쯤 후에야 멎었는 데,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 들판이 울퉁불퉁 숯밭처럼 되어 마치 조개 구워 파 는 불판 같았다.' 꽤 가까이서 용암 분출을 목격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이 백두산 분화를 끝으로 한반도의 화산은 꼭 2백 년 동안 쉬고 있는 것이 된다. 일본 의 운젠가쿠가 2백 년 만의 일이고 또 필리핀의 피나투보가 6백 년 만의 폭발이고 보 면 한반도의 화산도 마음놓을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인심(人心)이 천심(天心)을 부르 고, 천심의 노여움을 지심(地心)이 분화(噴火)로 응하는 법이니 인심 잘 다스리는 길 밖에 없는 노릇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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