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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4)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열려라 에바다 2015. 7. 13. 07:55

[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4)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소풍가고 싶은 곳’ 입소문에 북적이는 힐링마을

 

[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4)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기사의 사진
안덕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감자캐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안덕리 4개 마을이 합쳐진 이 마을은 전국 최고의 건강·힐링 체험마을로 꼽히고 있다. 안덕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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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완주 안덕마을을 찾은 전주제일고 학생들이 자연학습장에서 각종 기구를 타며 즐기고 있다.
[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4)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기사의 사진
안덕마을 방문객들이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14)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기사의 사진

초복(初伏)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낮. 120명 이상이 냇가를 따라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이들은 전주제일고 학생과 교사들로 인근 성당에서 출발해 모악산 자락까지 도는 도보순례 중이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마을에 도착한 이들은 ‘웰빙식당’에서 한숨을 돌리고 맛있게 점심 식사를 했다. 인근 한증막에서는 어른 10여명이 찜질복을 입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황토 펜션에는 벌써 도착한 방문객들이 짐을 풀고 있었다.

전주에서 자동차로 20분쯤 걸리는 이 마을은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우리나라 최초로 운영되는 건강·힐링 체험마을이다. 수려한 산세와 청정한 자연, 농특산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온몸 가득 건강한 기운을 담아 갈 수 있는 명소다.

이 마을은 2008년 미치, 신기, 원안덕, 장파 등 안덕리 4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완주군이 추진한 ‘파워빌리지’ 사업의 하나에 포함됐다. 주민들은 ‘소풍가고 싶은 마을을 꾸미자’고 뜻을 모은 뒤 이듬해 1월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이후 마을에서 생산한 된장과 효소, 전통주 등 농특산물 판매에 적극 나섰다. 또 김장김치 담그기, 흙집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더불어 모악산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를 손질하고, 50여m에 이르는 일제 강점기 금광굴도 개방했다. 주민들이 앞장서니 어렵지 않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이어졌다.

2010년 8월 마을 끝에 있던 한의원으로부터 한증막을 임대했다. 10여 가지 한약재를 달이고 황토 반죽에 솔잎과 쑥을 배합해 구들을 설치했다. 이후 여름에는 이열치열, 겨울에는 온 몸을 지지는 사람들이 몰려 인기가 금세 뜨거워졌다.

같이 온 아이들은 냇가에서 물장구 치고, 미니 에코 어드벤처 등에서 뛰놀았다. 때론 감자를 캐고, 절구질을 하고, 꽃가마를 탔다.

여기에 마을 내 한의원과 연계한 건강교실이 자리를 잡으면서 건강·힐링 체험마을이라는 테마와 브랜드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입소문이 나자 첫해 3000명이던 방문객은 2013년 5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한 매출만 7억원이 넘었다. 농산물 판매 등 간접 수입을 합치면 2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성과로 그해 ‘마을 만들기’ 전국 평가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한 60대 힐링 캠프 참가자는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는 줄 몰랐다. 경치 좋고 밥과 반찬도 맛있고 깔끔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청소년수련관은 지난해 이 마을과 협약하고 한 해 1000여명을 보내고 있다.

그 사이 이 마을에 정착하는 귀농·귀촌인도 늘었다. 6년 전 150여명이던 인구는 300여명으로 증가했다. 마을 앞 대덕초등학교는 한때 학생 부족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으나 지금은 전체 학생이 77명에 이른다.

주민들의 일자리도 늘었다. 처음 2명이던 조합 상근 직원은 이제 10명이나 된다. 여기에 식당과 청소일 등을 돕는 비상근 일꾼도 8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이 마을 출신이다.

“재밌어요. 일을 하니 즐겁고 건강하고, 돈도 버니 좋지요”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고 있던 최이례(78) 할머니는 “손님들이 밥을 남기지 않고 먹고 맛있다고 하면 그리 좋을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멋진 흰머리를 날리며 한증막에서 불 관리를 하던 조동호(68)씨는 “매일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지만 손님들이 땀에 젖은 채 ‘시원∼하다’고 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역경제도 훈훈해졌다. 법인 측은 수익으로 배당을 하고 1년에 두어 번 마을 잔치도 연다. 지난해엔 ‘장수수당’도 신설했다. 이후 3월 총회 때마다 마을 내 최고령 어르신(85)에게 50만원의 건강축하금을 전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소곤소곤 안덕’이라고 이름 붙인 마을 소식지도 창간했다. 4쪽의 소식지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마을 할머니특공대’ 세 분의 알콩달콩한 얘기가 1면에 실렸다. 또 안덕파워빌리지의 지난 6년을 돌아보는 기사도 담겼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에 따른 여파가 큰 데 이어 또다시 올해 ‘메르스’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펜션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한증막은 올해 아예 며칠간 문을 닫았다.

다행히 7월로 넘어오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주말이었던 11일에는 14채의 황토 펜션과 캠핑카가 모두 가득 찼다.

영농법인 임옥섭(40) 사무장은 “마을 내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다. 모든 주민이 같이 가고 있다는 점이 자랑이다. 천천히, 같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을 소식지에는 ‘안덕마을은 대한민국 최고 힐링마을로 성장 중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32도가 넘었던 이날, 계속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바라보며 소식지의 외침이 헛된 게 아니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