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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갯벌, 넘실대는 파도’ 가슴이 뻥 뚫리네∼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열려라 에바다 2016. 2. 12. 09:14

‘금빛 갯벌, 넘실대는 파도’ 가슴이 뻥 뚫리네∼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금빛 갯벌, 넘실대는 파도’ 가슴이 뻥 뚫리네∼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기사의 사진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이름을 올린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 해안절벽 사이 멋진 바위와 암초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내고 바다를 물들이는 낙조가 아름답다.
‘금빛 갯벌, 넘실대는 파도’ 가슴이 뻥 뚫리네∼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기사의 사진
낙조 감상 명소 ‘노을전시관’
‘금빛 갯벌, 넘실대는 파도’ 가슴이 뻥 뚫리네∼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기사의 사진
동백마을 ‘쉐이리 펜션’

아직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이다. 춥다고 웅크리지만 말고 서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에 펼쳐진 ‘영광 백수해안도로’로 떠나 도로와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전남 영광의 칠산 앞바다를 끼고 16.8㎞가량 펼쳐지는 백수해안도로는 국도 77호선, 군도 14호선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곳이다. 바다와 절벽이 펼쳐지는 도로를 따라 물드는 서해안의 노을이 절경이다.

백수읍에서 따 온 백수라는 이름은 ‘흰 백(白)’에 ‘봉우리 수(岫)’를 쓴다. 구수산(351m)의 봉우리가 100(百)에서 하나(一)를 뺀 아흔아홉개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영광에서 자주 등장하는 칠산이라는 지명은 영광 앞바다에 떠 있는 일곱 개의 섬을 가리킨다. 일산도부터 칠산도까지 이어진 크고 작은 섬을 칠산이라고 부른다.

백수해안도로의 본격적인 드라이브 코스는 모래미 해변을 지나 경사진 길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금빛 갯벌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동해안 못지않은 절벽으로 이뤄진 곳으로 굽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다가선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도로 아래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막힌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 해안절벽 사이로 솟아 있는 멋진 바위와 암초들은 웅장한 풍경을 자아낸다. 근육질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묵은 마음까지 씻어준다.

백수해안도로 최고의 전망대는 칠산정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가파른 산비탈과 바위 사이로 놓인 길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푸른 바다와 함께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칠산정 아래 설치된 목책산책로인 ‘건강365계단’은 도보길로도 명성을 얻었다. 일년 365일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많은 계단이 조성돼 있다. 숲길을 따라 조성된 나무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서해와 마주하게 된다. 바다 앞에서 힐링도 하고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쌓인 피로도 풀 수 있다. 이곳에서 노을전시관에 이르는 2.3㎞의 목재데크 산책로는 드라이브를 하다 차를 세우고 평화롭게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다.

2층으로 만들어진 노을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세계의 노을 자료와 함께 노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전시돼 있으며 전망대에서 직접 노을을 볼 수도 있다. 노을전시관 인근의 영광해수온천랜드 온천수는 지하 600m 암반에서 솟아나는 27도의 해수로 삼투압이 높아 관절염과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 해안도로를 걷고 난 뒤 칠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해안도로에는 촛대바위, 거북바위, 모자바위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어부가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자 그의 부인이 아이를 등에 업고 촛대를 들고 나가 바닷가에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돌이 됐다. 바다에서 익사한 남편은 거북이가 돼 촛불을 보고 바닷가로 돌아와 돌이 됐다는 이야기다.

40여리 전체에서 멋진 낙조를 감상할 수 있지만 굳이 명소를 정하자면 노을 전시관과 노을정을 꼽을 수 있다. 노을 전시관 앞 작은 등대와 바위 사이로 펼쳐지는 해넘이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백암정에서 이름을 바꾼 노을정에서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과 석양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백수해안도로 끝에는 ‘마파도 마을’이 위치해 있다. 바닷가 절벽위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승용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좁은 길로 들어서면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 나온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밭일을 하던 장면을 바로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제는 관광지로 알려져 주변에 펜션도 들어섰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큰길에 차를 세워두고 천천히 걸어서 돌아볼 만하다.

영광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와도 거리가 가깝다. 굴비의 이름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고려 인종 때 법성포로 귀양 온 이자겸이 그 맛에 반해 임금에게 바쳤다고 한다. 하지만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된 도리로 하는 것임을 나타내기 위해 ‘비겁하게 굴하지 않는다’는 뜻을 지녀 ‘굴비(屈非)’라고 불렀다고 한다. 굴비를 말리는 법성포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연평균 12도의 낮은 온도와 바닷가 지형이 알맞은 건조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 집마다 굴비를 널어 말리는데도 파리 한 마리 없는 것 역시 영광 굴비를 유명하게 한 특징이다. 또한 이곳의 염전에서 나오는 천일염으로 염장을 해 적당한 간이 배어 영광 굴비의 짭짤함이 더해진다.

영광에는 기독교 성지도 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교회탄압에 항거해 신앙을 지키려다 194명(염산교회 77명, 야월교회 65명)의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세계 교회역사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순교지로 꼽힌다. 염산면 설도항에 순교탑과 체험관이 있으며 야월리에는 기념관이 건립돼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영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