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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끝, 뭍과 섬의 파노라마… ‘난영의 그리움’ 항구를 적신다

열려라 에바다 2016. 2. 2. 08:37

호남선 끝, 뭍과 섬의 파노라마… ‘난영의 그리움’ 항구를 적신다

멋과 맛이 넘치는 목포

 

호남선 끝, 뭍과 섬의 파노라마… ‘난영의 그리움’ 항구를 적신다 기사의 사진
전남 목포의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고하도 및 목포대교 야경. 유달산에서 고하도로 연결되는 총 연장 3.36㎞의 해상케이블카가 2017년 하반기 완공되면 바다위에서 다도해와 도심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된다.
호남선 끝, 뭍과 섬의 파노라마… ‘난영의 그리움’ 항구를 적신다 기사의 사진
유달산에서 본 근대역사지구와 삼학도(왼쪽). 목포 근대역사관 1관 (옛 일본영사관)
호남선 끝, 뭍과 섬의 파노라마… ‘난영의 그리움’ 항구를 적신다 기사의 사진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갓바위.
호남선 끝, 뭍과 섬의 파노라마… ‘난영의 그리움’ 항구를 적신다 기사의 사진
목포 영산강 하굿둑 너머 월출산 위로 아침 해가 붉은 빛을 토하며 솟아오르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빛이 목포 앞바다와 다도해를 적시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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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5味’ 중 하나인 ‘홍어삼합’

전남 목포는 개항 116년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항구도시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먹거리가 풍부한 남도의 본고장이다. 목포의 풍경은 고향집처럼 푸근하다. 시가지를 굽어보며 언제나 든든히 자리를 지키는 유달산이 있고 지난한 삶에 위로를 주던 삼학도와 이난영의 노랫가락이 있다. 경이로운 풍광을 자랑하는 갓바위와 근대역사의 흔적을 오롯이 담은 원도심·구도심 등도 놓칠 수 없다.

육지의 끝에 유달산이 오롯이 솟아 있다. 멀리서 보면 웅장한 바위의 자태가 당당하다. 1970년대 녹화사업 이후 조금 순해졌지만 ‘한 점 수석 같은’ 풍치는 변함없다. 등산로 입구 노적봉(해발 60m)까지는 차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노적봉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때 노적(곡식 따위를 한데에 수북이 쌓은 물건)처럼 보이게 해 왜구를 속였다는 바위다. 바로 앞 돌계단을 올라서 이순신 장군 동상 쪽에서 뒤돌아 노적봉을 보면 맨 윗부분에 장군의 포효를 닮은 ‘큰바위 얼굴’이 보인다. 얼굴은 하늘을 향해 있다. 큰바위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왼쪽으로 90도 회전하면 사람 얼굴 형상이 더 자세히 드러난다.

시민들에게 정오를 알리는 신호로 사용했던 오포대를 지나 올라가면 ‘목포의 눈물’ 이난영 노래비를 만난다. 우리나라 노래비의 시초다. 유달산이 품은 대학루, 달선각, 유선각, 관운각, 소요정 등 5개 정각에서는 고즈넉한 목포항의 정겨운 풍경과 아름다운 다도해 절경을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다.

노적봉에서 30∼40분 정도 오르면 유달산 정상 일등바위(228m)에 다다른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시야는 확 트이고 기암절벽에서 온갖 조형미가 묻어난다. 다도해의 진경이 발아래에 펼쳐지고 그 너머로 보석 같은 섬들이 바다에 둥실 떠 있다. 목포 인근 섬은 1025개인데 1등 바위에 앉아 섬을 세면 1004(천사)개라고 한다. 해질 무렵 이곳에 서면 낙조가 황홀하다. 밤이 되면 목포대교의 조명이 은근하다.

2012년 완공된 목포대교는 총연장 4.129㎞, 너비 35∼40m의 왕복 4차선 도로로 북항과 고하도(高下島)를 잇는 해상 교량이다. 주탑과 케이블은 목포의 시조(市鳥)인 학 두 마리가 목포 앞바다를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유달산에선 바다 건너 고하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충무공 사당과 육지면(목화의 한 종류) 시배지 비석이 섬에 남아있다. 충무공은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에서 대승을 거두고 이 섬에서 조선 수군을 재정비했다. 옷을 만들어 입는데 쓰이는 미국산 육지면도 이 섬에서 처음 재배됐다.

목포에서 섬까지 바닷길은 약 2㎞. 그 뒤엔 바다를 메워 세운 도시의 불빛이 환하다. 10㎞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낮게 엎드린 고하도에 점점이 박힌 불빛은 용의 비늘 같다. 고하도에서 가장 높은 뫼막개(뫼봉)을 비롯, 능선 따라 조성된 약 3㎞의 산책로는 왕복 약 2시간 30분 거리.

목포시가 유달산을 중심으로 해상구간을 포함한 총 연장 3.36㎞의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 운행을 목표로 민간사업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2년쯤 후엔 바다위에서 다도해와 도심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유달산에서 내려오면 옛 일본영사관 등 근대 건축물이 보존된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1관인 일본영사관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목포 최초의 서구적 근대 건축물로 목포의 근대 역사를 담은 사진을 전시하기 위한 근대역사관 본관으로 쓰이고 있다. 2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전남도 기념물 제174호다. 영사관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일본인이 모여 살던 지역과 산비탈에 둥지를 튼 조선인 거주 지역이 확연히 다르다. ‘값비싼’ 도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1980년대 초반까지 달성동 일대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북교동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 유달동은 반대로 일본 사람들 기거하던 곳이다. 두 동네의 경계인 목포오거리는 늘 팽팽한 긴장의 땅이었다.

근대역사관 인근에 국도 1, 2호선 기점이 있다. 목포를 기점으로 서울을 지나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1번 국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가 시작된다. 일제가 전국에서 수탈한 물자를 나르기 위해 만든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유달산에서 벗어나 삼학도로 간다. 뭍에서 1㎞ 남짓 떨어져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 등 세 개 섬으로 이뤄졌다. 1960∼70년대 대대적인 간척사업으로 유지가 된 삼학도는 외국에서 들여온 석탄, 밀가루 등을 내륙으로 실어 나르는 전초기지였다. 섬 외곽에 부두가 생기고, 제분공장도 들어섰다. 부두와 공장에서 목포역까지 물자를 운반하던 철로인 삼학도선(線)이 놓인 것도 이 무렵이다. 도심의 상점들 옆을 스치듯 딱 붙어 지나는 것으로 이목을 끌던 철로다. 2000년 섬 주변에 물골을 내고 바닷물을 들여오는 등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최근 다시 섬이 됐다.

갓바위는 두 사람이 나란히 갓을 쓴 모습의 애틋한 전설이 담긴 바위다. 지질학적, 관광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500호로 지정됐다. 파도·해류 등에 의해 바위가 침식되는 현상과 암석이 공기·물 등의 영향으로 어떻게 변화돼 가는가를 잘 보여준다. 다른 지역 풍화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성을 가지고 있다.

2012년 한국관광기네스에 등재된 세계 최초 초대형 부유식 음악분수는 목포항을 형상화한 부채꼴 모양과 삼학도를 상징한 조형물, 유달산 모형의 구조물로 그 웅장함을 자랑한다. 수반길이 150m, 높이 13.5m, 최대 분사 높이 70m로 경관 조명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양이 표출된다. 다만 겨울철에는 가동을 하지 않아 아쉬웠다.

여행메모

시티투어 타면 알아서 척척… 남도의 맛 ‘홍어삼합’ 끝내줘요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끝까지 가면 목포나들목이다. 서울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고속버스는 서울에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근대문화유산이나 시티투어 등을 이용하려면 자가용보다는 KTX가 편하다.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2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KTX는 하루 왕복 15회 운행한다.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유명 관광명소에 갈 수 있고 전문 해설가의 맛깔스러운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매일 목포역 앞에서 오전 9시30분 출발해 3시40분 목포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유달산, 근대역사관, 삼학도, 갓바위 등을 둘러본다. 성인 5000원, 중·고생 2000원이다.

전남 목포에는 다섯 가지 맛있는 음식이 있다. ‘목포5미(味)’로 홍어삼합, 민어회, 갈치찜, 세발낙지, 꽃게무침이다.

목포는 홍어의 최고 어장으로 꼽히는 흑산도 앞바다에서 가깝다. 가을에서 이듬해 봄이 홍어가 가장 맛있을 때다. 폭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를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홍어삼합은 남도의 진한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남도 음식 명가 인동주마을(061-284-4068)은 목포 제1호 음식명인의 집이다. 홍어를 삭힌 정도가 적당해 육질이 부드럽고 알싸한 맛이 난다. 목포 종합수산시장 주변에 홍어 등을 취급하는 전문점이 많다,

갈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물로 잡는 바람에 비늘이 벗겨지면서 거무튀튀한 빛깔을 띠는 먹갈치가 대부분이다. 제주의 은갈치에 비해 씨알이 굵고, 고소한 맛도 더하다. 생선요리전문점 선미식당(061-242-0254)이 유명하다.

목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