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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열려라 에바다 2016. 2. 12. 09:17

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고구려·백제·신라 각축 벌이던 군사 요충지… 성산 위 쌓은 길이 682m 높이 3m 석축산성

 

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기사의 사진
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기사의 사진
온달산성 인근 온달동굴의 종유석이 조명을 받아 황홀한 풍광을 그려내고 있다. 약 4억5000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은 약 800m로 다채로운 종유석과 석순을 품고 있다.
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기사의 사진
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기사의 사진
전설 속 ‘바보 온달’ 아닌 역사 속 ‘장군 온달’ 만나다 기사의 사진

한반도 남쪽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충북은 오랜 세월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삼국시대에는 남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고구려와 동북으로 진출하려는 백제, 이를 막으려는 신라가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런 지리적 요소 때문에 단양에는 산성이 20개가 넘는다. 고구려 남하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온달산성. 그곳으로 바보가 아닌 장군, 전설이 아닌 역사 속의 온달(溫達)을 만나러 간다. 조망이 좋기로 유명한 온달산성은 영춘면에 있다. 을아단(乙阿旦·고구려), 자춘(子春·신라), 영춘(永春·고려)으로 불리다가 1914년 단양군에 합쳐졌다. 고구려, 신라, 백제 세 나라가 이 지역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펼쳤다. 최종 승자는 신라였다.

남한강변 해발 427m의 성산 위에 쌓은 석축산성이다. 삼국시대에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 전투가 치열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길이 682m, 높이 3m의 반월형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동·남·북 3문(門)과 수구(水口)가 남아 있다. 옛 기록에 성 안에 우물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일부러 메웠거나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

온달관광지에서 온달산성까지는 약 850m. 30분 남짓 걸린다. 산은 높지 않지만 산세는 제법 가파르다. 길은 데크로 잘 정비돼 있다. 계단을 오르면 장군이 돼 이 산을 올라갔을 온달을 떠오른다. 온달은 고구려 평강왕(平岡王) 때 사람이다. 구부정하고 우스꽝스러운 용모 때문에 바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씨는 고왔다. 집안이 가난해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했다. 떨어진 옷과 해진 신발을 걸치고 다녔다. ‘바보’ 온달은 궁궐을 나온 ‘울보’ 평강공주에 의해 다시 태어나고 고구려의 장군이 된다.

영양왕이 즉위하자 온달은 “신라가 우리의 한수 이북의 땅을 차지하고 자기들의 군현으로 삼으니 그곳의 백성들이 애통하고 한스럽게 여겨 한시도 부모의 나라를 잊은 적이 없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온달이 길을 떠날 때 맹세하며 말했다. “계립현(鷄立峴)과 죽령(竹嶺) 서쪽의 땅을 우리에게 되돌리지 못한다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숨가쁘게 한 고비 오르고 나니 전망대가 나타나고 저만치 강이 보인다. 남한강이다. 푸른 강물은 백사장을 끼고 굽이굽이 흐른다. 어느 순간 잔설 끝으로 성곽이 우뚝하게 솟아오른다. 온달산성이다. 성벽은 납작납작한 점판암을 가로로 촘촘히 쌓아올렸다. 두께는 3∼4m쯤 돼 보인다. 지형을 따라 감겨 돌아가는 성의 곡면에 조형미가 차고 넘친다. 세월을 따라 고스란히 자연 속에 동화돼 있다.

동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간다. 동장군이 지휘하는 바람이 매섭다. 성 안을 한 바퀴 돌아본다. 그리 크지 않은 성은 조금 가파른 비탈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다. 입구의 안내판에 온달장군이 쌓은 성이라고 적혀 있다.

590년(영양왕 1년) 온달은 아단성(阿旦城) 밑에서 신라군과 싸우다가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서 죽게 된다. 장사를 지내려 하는데 관이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평강공주가 와서 관을 어루만지면서 “죽고 사는 것이 이미 결정됐으니 돌아가십시다”라고 말하자 관이 움직였다 한다.

성벽을 한 바퀴 돌다가 언덕으로 올라간다.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터진다. 청자색 하늘 아래 소백산 봉우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줄달음친다. 마치 말들이 경주를 하는 것 같다. 시선을 조금 내리면 시리도록 푸른 남한강이 들어온다. 그리고 풍경에 점안(點眼)이라도 하듯 들어서 있는 사람의 집들과 논밭. 꿈속인 듯 아름답다.

산성에서 내려서면 온달관광지다. 그 내부에 온달동굴이 있다. 동굴은 약 4억5000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회암 지대에 형성된 수평 천연동굴로 굴과 지굴의 길이를 합쳐 800m 정도이며 내부에는 다채로운 종유석과 석순이 있다. 1979년 천연기념물 제261호로 지정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성산 아래에 석굴이 있어 높이가 열 척이 넘고, 넓이가 열 척쯤 되며, 깊숙이 들어가 있어 끝이 없고 물이 철철 나와 깊이가 무릎에 닿는데, 맑고 차기가 얼음과 같다. 읍 사람이 횃불 열 자루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서 홰가 다하매 돌아왔다”고 기록돼 있다. 남한강변의 물이 휘돌아가는 곳에 동굴 입구가 있어 수위가 높아지면 동굴이 물에 잠긴다. 지형 경관도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온달 장군이 신라와 싸우기 위해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을 때 심심풀이로 공기받기를 하며 힘자랑을 했다는 전설이 얽힌 돌도 있다. 크기는 어른 한 아름쯤 된다.

천동동굴도 둘러보자. 크고 웅장하지 않은 대신 아담하고 섬세한 동굴이다. 470m 동굴에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종유석, 석순, 석주가 있다. 1977년 지방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 특히 해변에서 밀려왔다고 알려진 조약돌과 꽃쟁반이라고 불리는 물의 수면을 따라 자라는 붕암이 유명하다.

단양8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들어앉아 있는 세 개의 큰 바위다. 강원도 정선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 와 도담상봉이 됐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강물 한가운데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바위 셋 중 가운데 있는 것이 장군봉(남편봉)이고 왼쪽이 첩봉, 오른쪽 처봉이다. 처봉은 시샘으로 돌아앉아 있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할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고 한다. 선착장이 있어 배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 여행메모

온달장군·평강공주 마늘밥상 ‘별미’


수도권에서 충북 단양의 온달산성에 가기 위해서는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 등을 타고 가다 영동고속도로 및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제천나들목에서 빠지는 것이 좋다. 이어 단양·영월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달리다 온달관광지를 찾아가면 된다. SBS ‘연개소문’과 MBC ‘태왕사신기’, KBS의 ‘바람의 나라’와 ‘천추태후’까지 대작 드라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온달관광지 입장료는 5000원. 온달전시관에서는 온달에 관한 사료와 해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온달장군이 수련을 하고 평강공주와 사랑을 나눴다는 전설을 지닌 온달동굴도 그 안에 있다.

숙소로는 단양 읍내에 단양관광호텔(043-423-7070)과 대명리조트 단양(043-420-8311)이 있다. 대명리조트 단양은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설화’에서 이름을 따온 온달동과 평강동, 2개동 856실을 운영 중이다. 특히 리조트 내에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미채원은 지역특산물로 만든 한식이 정갈하다. 온달장군 마늘밥상(사진)과 평강공주 마늘밥상이 별미다. 마늘바게트, 마늘씨앗샐러드, 더덕구이, 훈제오리구이, 장어구이, 달콤한 흑마늘차 등 마늘과 건강한 재료를 접목해 만든 10가지 내외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단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