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마지막은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토막토막 소개하는 것으로 정리하려 한다. 첫 이야기는 고향인 강원도 삼척의 교회에서 관리집사로 보낸 시간을 언급하고 싶다. 그때는 성서신학교를 졸업한 뒤였는데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훈련 코스였다.
관리집사로 교회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수리할 곳을 찾아 고치고 또 고쳤다. 청소하고, 풀을 뽑고 정원을 가꾸었다. 성도들의 발이 되고 싶어 대형버스 운전면허를 취득해 새벽기도회 차량을 운행했다. 성도들이 편하게 교회당을 드나들 수 있기를 바라며 순종하고 섬기고자 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 마음이 곧 주님의 마음이었다.
탄광촌에서 교육전도사로 첫 사역을 할 때의 기억도 소중하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깨워 예배를 드렸다. 전도사의 적은 사례비를 쏟아부어 아이들 간식을 마련했다.
처음 예수님을 믿었을 때의 일도 생각난다.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곤 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친구들이 나를 떠났다. 소외감이 밀려왔고 예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옛 친구들을 떠나보낸 뒤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났다. 고아처럼 살았는데 아버지 같은 장로님, 어머니 같은 권사님들을 만났다. 오두막을 수리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보내주신 재미교포 집사님도 고마우신 분이다.
얼마 전 샬롬교회 창립 11주년을 맞았다. 개척한 뒤 곧 병을 앓았으므로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내 모든 형편을 아시는 주님께서 일하셨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서 목회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설교 준비를 할 때마다 이 설교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강단에 선다. 내 설교는 듣는 설교가 아니라 보는 설교다. 처음 내 설교를 듣는 분들을 위해 자막을 준비하는데 이렇게 시작한다.
“여러분은 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루게릭 방언 설교를 듣고 계십니다. 아직 통역의 은사를 받지 못하신 분은 화면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하게도 열 손가락 중 왼손 검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글도 컴퓨터 화상 키보드 클릭키를 이용해 왼손 검지로 마우스를 움직여 쓰고 있다.
이렇게 서울장신대 채플과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컴패션 모임 등에서 설교를 했다. 밤늦게까지 마우스를 잡고 기독교 안티 카페를 찾아다니며 ‘역경의 열매’ 등 좋은 글을 퍼 나른다.
안티 카페 회원들은 내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라’고 욕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 가운데 사도 바울 같은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수 믿는 사람을 핍박했지만 다메섹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열혈 전도자’로 변신한 그 사도 바울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언어장애와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아내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루게릭이든 갑상샘암이든 하나님의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다. 그래서 루게릭병 때문에 불평할 까닭은 없다. 돈으로 비유하자면 1억원을 벌었는데 10원짜리 동전 한 닢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고백한다.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정하 <17·끝>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손 검지뿐… 그래도 행복합니다
받은 은혜 1억이라면 병은 10원 잃은 것… 말 어눌해져 자막으로 ‘보는 설교’ 준비
![[역경의 열매] 김정하 <17·끝>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손 검지뿐… 그래도 행복합니다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1107/201711070005_23110923843482_1.jpg)
루게릭병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왼손 검지를 사용할 수 있어 설교문을 만들고, 듣는 설교가 아닌 보는 설교를 할 수 있다. 사진은 필자가 컴퓨터로 설교 원고를 준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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