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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재훈 <2> “제사 때 절 안해” 어린 내 고집에 어른들 혼비백산

열려라 에바다 2017. 11. 9. 08:35

[역경의 열매] 이재훈 <2> “제사 때 절 안해” 어린 내 고집에 어른들 혼비백산

“자식교육 잘 시켜라” 큰아버지 얘기에 아버지 발끈… 집안싸움 만든 문제아 돼

 

[역경의 열매] 이재훈 <2> “제사 때 절 안해” 어린 내 고집에 어른들 혼비백산 기사의 사진
이재훈 선교사가 14세 때 한대희 전주침례교회 목사로부터 침례를 받는 모습.

“재훈아, 용돈이다.” 신기하게도 성경책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 다음 날부터 엄마가 경제관념을 심어주겠다며 나와 동생에게 용돈을 주시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가 성경책부터 샀다. 때마침 방학이라 학교도 가지 않을 때였다.

방학숙제는 제쳐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성경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내가 책갈피로 읽던 구절들도 보였다. 거대한 성경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꿰어졌다. 하지만 성경과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에 자꾸 걸리는 것이 생겼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무시해 왔던 성경구절이 있었다. 사도행전 16장 31절 말씀이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당시 내가 생각하던 ‘너와 네 집’은 가족이었다. 열심히 하나님을 믿던 나와 달리 부모님과 형, 동생은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가족 구원’은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나와 내 집’을 구해주세요.”

함께 교회를 다니던 친구 중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5학년 때 전도했던 친구인데 대대로 불교를 믿어온 집안에서 자란 녀석이었다. 그 녀석을 전도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6개월 동안 주일마다 그 친구 집에 찾아가 교회에 가자며 졸랐지만 친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재훈이 불쌍하니 교회 한 번 가 줘라.” 그런 나를 딱하게 여긴 친구 어머니의 말에 친구가 처음으로 교회에 가게 됐다. 그러더니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빠지고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절친한 사이가 됐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그 친구와 내기를 하기로 했다. 종목은 ‘누가 먼저 더 많은 가족을 교회로 데려오는가’였다. 당연히 내가 이길 줄 알고 먼저 제안했던 내기였다. 내가 그 친구보다 교회에 다닌 시간도 훨씬 길고, 그동안 전도도 많이 했으며 성경지식도 해박했으니까. 더군다나 그 친구는 대대로 불교를 믿는 집안이었기에 나보다 전도하는 것이 힘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친구네는 할머니부터 줄줄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는데 우리 집만 변화가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주일학교 선생님께 상의를 해보기도 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쉽사리 교회를 권유하지 못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나는 집안의 문제아였다. 교회 때문이었다. 문제아로 낙인찍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명절에 일어났다. 온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던 중에 “저는 교회에 다니니 절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너 그렇게 광신도처럼 교회 다니면 안 돼!” 당연히 집안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더 큰 문제는 제사가 끝난 후 식사 자리에서 터졌다. 큰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자식교육 잘 시켜라”라고 한마디 하신 것이다. 그러잖아도 나 때문에 화가 나있던 아버지의 감정이 폭발했다.

두 분은 크게 싸우셨고 아버지는 그 후로 명절 때 제사를 지내러 가지 않으셨다. 나 때문에 형제가 평생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집안에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인 내가 부모님께 교회에 함께 가자고 하면 더 큰 사달이 날 터였다. 그래서 그나마 만만한 동생을 구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생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충격이었다.

“형 같은 사람이 다니는 게 교회라면, 난 죽어도 교회 안 간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