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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단풍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의 백암산(741m)이 화사한 단풍으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내장산(763m), 입암산(626m)과 함께 내장산국립공원을 이루는 백암산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산으로 해마다 이맘때면 눈이 부시도록 하얀 학바위를 배경으로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여성미를 자랑한다. 백암산 단풍산행은 계곡에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에 시작해야 제맛이다. 매표소에서 백양사 입구의 쌍계루에 이르는 1.5㎞ 길이의 산책로는 ‘한국 8경’이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로 아침햇살에 붉은 형광색으로 빛나는 애기단풍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애기단풍은 단풍잎 크기가 어른 엄지손톱만큼 작고 유난히 색이 선명해 붙여진 이름으로 백암산 일대서만 자생한다. 오른쪽 산자락엔 수령 700년의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된 7000여 그루의 비자나무 군락이 병정들이 도열하듯 늘어서 수향을 뿜어내며 산행객들을 맞는다. 백암산 풍경을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한다면 단연 쌍계루 연못에 비친 백암산 학바위의 자태. 백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흡사한 학바위는 거대한 회백색 바위 덩어리로 백암산 주봉 중 하나인 백학봉(630m)을 이룬다. 여인의 피부처럼 하얀 학바위와 고색창연한 누각이 청명한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쌍계루 연못에서 반영을 드리우고 수면 위로는 애기단풍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쌍계루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한 고려말 대학자 목은 이색은 ‘두 시냇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누각이 있어 왼쪽 물에 걸터앉아 오른쪽 물을 굽어보니 누각의 그림자와 물빛이 위아래로 서로 비치어 참으로 좋은 경치다’라고 찬탄했다고 한다. 백암산은 애기단풍으로 유명하지만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만주바람꽃 등 북방계 식물의 남방한계선이자 비자나무 등 남방계 식물의 북방한계선으로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들이 어울려 자생하기 때문. 백양꽃 백양더부살이 백양사초 등 백암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희귀식물 등 모두 760여종이 분포해 ‘한반도의 식물원’으로 불린다. 백암산 산행코스는 백양사∼백학봉∼구암사∼덕흥리∼백양사를 잇는 12㎞ 코스(약 4시간)와 청류암∼사자봉∼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로 연결되는 14㎞ 코스(약 5시간) 등 4가지. 이 중 백암산의 다양한 식물군을 관찰할 수 있는 백양사∼운문암∼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를 잇는 12㎞ 코스(약 4시간30분)가 인기다. 백양사에서 운문암까지는 1시간30분. 계곡을 따라 비자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굴거리나무, 차나무 등이 서로 키 자랑을 하고 있다. 운문암에서 백암산 최고봉인 상왕봉(741m)까지는 30분. 등산로 주위엔 잎 모양이 단풍처럼 생긴 단풍취나물이 군데군데 자생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전남 장성군의 경계인 상왕봉에 우뚝 서면 북서쪽으로 방장산과 입암산이 보이고, 북동 방향엔 울긋불긋한 내장산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동쪽으론 멀리 안개에 싸인 무등산이 수묵화를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백양사를 그윽하게 보듬은 산줄기들이 정겹다. 상왕봉서 백학봉까지는 산책로처럼 평탄한 길. 가슴 높이의 조릿대 사이로 난 능선을 따라 가면 희귀한 야생화와 자생란이 소박한 자태를 숨기고 있다. 학바위는 백암산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깎아지른 바위절벽 아래로 오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단풍의 파도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백학봉에서 출발지인 백양사까지 하산하는 길은 75도 경사의 가파른 계단. 단풍나무를 흔들면 금방이라도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중턱에 있는 자연동굴인 영천굴에서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일정한 양의 석간수가 흘러나와 산행에 지친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장성군은 4일부터 이틀 동안 백암산과 백양사 일원에서 ‘사람과 자연의 공감!’을 주제로 장성백양단풍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축제는 백암산 단풍등반대회를 시작으로 단풍숲 7080공연과 품바·퓨전난타, 통기타 공연, 금관앙상블공연 등을 선보인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행사도 다양해 축제장 곳곳에는 애기단풍 페이스페인팅, 단풍엽서전, 장성 곶감깎기 체험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진행된다(장성군 문화관광과 061-390-7224). 장성=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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