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가장 닮은 삶… 돈·권력·명예욕에 사로잡힌 이 시대에 참 영성 일깨워
로마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영감을 준 아시시의 성자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Assisi). “가난과 결혼했다”고 선포한 뒤 부활의 예수를 증거한 그는 예수 그리스도 이래 가장 예수를 닮은 삶을 살았던 인물로 꼽힌다. 가난하고 병든 자들과 함께 했던 그의 청빈하고 복음적인 삶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린 수난일을 맞아 더욱 빛난다. 부활절을 앞두고 그의 헌신된 삶을 통해 ‘십자가 영성’을 조명해 본다.
본명이 지오반니 디 베르나르도네인 프란체스코는 1181년쯤 이탈리아의 소도시 아시시에서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가 산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 한 수도자가 나타나 “집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니 말구유로 옮기시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머니는 시종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말구유로 옮겨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프란체스코는 23살 때 전투에 나갔다 포로로 잡혀 건강이 악화된 뒤 집으로 돌아온다. 병상에 누웠다 일어난 그는 기사가 되기를 꿈꾸며 집을 나선다. 그러나 “돌아가 나의 기사가 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마음을 바꾼다. 기도하던 중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형상을 보고 복음의 말씀처럼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좇는 제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는 움막에 살면서 평생 가난한 자, 병든 자와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았다. 길에서 만난 한센병 환자를 지나쳤다 돌아와 끌어안고 입맞춘 뒤 주님의 크나큰 사랑을 체험했다는 일화가 있다.
프란체스코는 “내 집을 보수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타락한 교회를 정화하고 개혁하는 사명을 감당했다. 당시 교회는 세속적 가치와 물질적 탐욕에 빠져 권력화돼 있었다. 제자들과 함께 수도회를 만들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엄격히 지켰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으며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음식을 구하고 손수 일하면서 평화의 복음을 전했다. 이는 지금의 ‘작은 형제 수도회’로 이어지고 있다.
프란체스코는 1224년 9월 라 베르나 산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 하늘이 열리며 십자가의 형태로 된, 여섯 날개를 가진 스랍천사의 환상을 보았다. 동시에 그의 양 손발과 옆구리 등 다섯군데에 성흔이 생겼는데 이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상처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2년 뒤 45세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움막에서 살고 집을 짓되 벽돌로 짓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프란체스코가 남긴 영성의 유산은 크고 깊다. 그는 무엇보다 거룩한 교회의 회복을 위해 헌신했다. 교회는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 세상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탐욕, 분노, 교만 같은 정욕에 사로잡혀 있는 한 청빈과 고난 속에 숨겨진 순결과 거룩함을 회복할 수 없다.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가난과 고난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십자가의 영성을 좇았다.
그는 사람뿐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온 우주를 따뜻하게 품었다. 해와 달을 형제 자매로 불렀으며, 인간의 태만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을 위해 기도했고, 새들을 위해서도 설교했다. 그는 또한 평화의 사도였다. 죄와 타락으로 인한 파괴, 갈등, 분열을 사랑과 평화로 치유하려 애썼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삼아 주소서’로 시작하는 기도문에 그의 평화의 정신이 잘 담겨있다.
신앙의 근본인 ‘십자가와 예수’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 새 교황의 메시지에도 프란체스코의 영성이 배어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7일 처음 집전한 미사에서 “십자가 없이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면 우리는 주 예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 존재일 뿐”이라며 “영적 가치가 아닌 세속적 가치를 바탕으로 일하면 어린이가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곧 모두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그대로 본받으려했던 아시시의 프란체스코가 오늘날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돈과 권력, 명예라는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 십자가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지도층의 성 스캔들과 도덕적 타락 등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져 있는 이 사회를 복음으로 정화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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