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사랑의교회 사태로 본 ‘학위 거품 이대로 좋은가’] (상) 박사학위 목회자 양산 바람직한가
한국교회 영성보다 스펙 중시
단기 취득 ‘무늬만 박사’ 양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박사학위논문 표절논란을 계기로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박사학위 취득 관행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회에 박사학위가 필수인 것처럼 간주되는 한국 교회의 스펙 인플레이션 실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목회학 박사 단기강좌 수강생 모집! 2∼3주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중 과정 진행.’
최소 4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박사학위 과정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고 유혹하는 광고다. 장기간 체류할 필요 없이 한국과 현지를 오가며 코스를 밟을 수 있으니 학위를 원하는 입장에서는 편리하겠지만 제대로 된 박사학위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 광고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박사학위 거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한 한 목회자는 “나 같은 경우 1993년 공부를 시작해 2002년 학위를 마쳤는데,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문제는 목회학 박사학위를 너무 쉽게 받는다는 데 있다”면서 “사역의 풍성함, 깊이를 위해서라면 학위가 꼭 필요하겠지만 자기 계급장을 달기 위해서라면 과시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계에서 너도 나도 박사학위를 받아 학위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학교입장에선 많은 학생을 모집해 비용을 충당해야 하고 목회자 입장에선 성도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국내외에서 목회를 하면서 박사학위 코스를 병행하거나, 안식년 1년동안 박사코스를 마치고 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 목회자를 겨냥한 ‘단기 박사코스’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목회학 박사 단기 과정을 운영하는 미국의 모 학교 관계자는 “미국의 유명교단 소속 학교인데 한국에 동문이 없기 때문에 한국교회와 연결고리를 갖고자 개설하게 됐다”면서 “3년 과정이지만 계절 학기까지 해서 1년6개월 만에 마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도 목회자들이 학위를 취득하려는 주된 요인은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라면서 “학비는 항공비를 제외하고 총 1200만원 가량 되며, 한국강좌는 한국인 교수가, 미국 강좌는 통역자가 수업에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신약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풍인(서울 개포동교회) 목사는 “학풍이 엄격한 외국의 대학교는 도서관 이용과 교수면담 때문에 학생들이 반경 몇 ㎞이내 거주해야 한다는 기준까지도 제시한다”면서 “이런 분위기와 달리 목회학 박사과정은 높은 학문적 완성도를 요구하지 않다보니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목회학 박사과정은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들이 목회현장 속에서 신학의 한계를 느끼고 목회자 청빙 때 관행처럼 요구하다보니 선택한다”면서 “재교육 차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의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학위의 수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튀빙겐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은 “지식기반 사회에서 영적 지도자는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엉터리 학위로 자신을 포장할 게 아니라 제대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총장은 “목회자들은 하나님 이전에 자기 자신 앞에서 진실과 정직이라는 원칙을 붙잡고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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