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 3065

한 송이 사람 꽃

2023년 11월 22일 오늘의 아침편지 한 송이 사람 꽃 길가에 핀 꽃을 꺾지 마라 꽃을 꺾었거든 손에서 버리지 마라 누가 꽃을 버렸다 해도 손가락질하지 마라 - 안도현의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에 실린 시 〈귀띔 〉 전문 - *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 꺾일 때 숲이 흔들립니다. 그 꽃을 버릴 때 땅이 울립니다. 들꽃 한 송이 속에는 하늘이, 햇살이, 비와 바람이, 뿌리 속 깊은 샘물이 깃들어 있습니다. 한 송이 사람은 꽃보다 더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피천득의 수필론

2023년 11월 21일 오늘의 아침편지 피천득의 수필론 수필은 청자(靑瓷)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 * 수필은 톡 쏘는 탄산 사이다나 목울대를 자극하는 콜라가 아닙니다. 담담하고 담백한 풀빛을 머금은 녹차와 같습니다. 그 한 잔 속에 하늘과 땅이 담겨 있습니다. 비와 바람, 햇빛과 구름이 깃든 천년 고수 잎차의 맛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쇼팽, '나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연주한다'

2023년 11월 20일 오늘의 아침편지 쇼팽, '나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연주한다' 친구이자 라이벌이던 리스트가 독보적인 피아니스트였다면, 쇼팽은 독창적인 연주자였습니다. 일단 쇼팽이 만들어내는 음량은 크지 않았습니다. 쇼팽은 리스트와 자신의 연주법을 비교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리스트는 몇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듯 연주한다. 하지만 나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연주한다." - 오수현의 《스토리 클래식》 중에서 - *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만인을 위한 것입니다. 마더 테레사도 "한 번에 한 사람씩을 안으면 세상 사람 모두를 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아침편지를 같은 마음으로 씁니다. 아침편지 400만 독자에게 무작위로 뿌려지는 글이 아닙니다. 그날그날 딱 한 사람의 대상에게..

'어른 아이' 모차르트

2023년 11월 17일 오늘의 아침편지 '어른 아이'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귀여운 얼굴의 음악 신동으로 사랑받던 어린 시절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춘 '어른 아이'였거든요. 반면 음악적 자아만큼은 산전수전 다 겪은 음악가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성숙했습니다. 그의 삶은 너무나 다른 두 자아가 빚어내는 역설이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인생에선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 오수현의 《스토리 클래식》 중에서 - * '오래된 영혼'이란 말이 있습니다. 몸은 비록 어리거나 미숙한 듯 하나 타고난 재능과 영혼은 깊어, 그 깊은 영혼의 우물에서 샘솟는 무한대의 영감을 길어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뛰어난 예술가들에게 보이는 면모입니다. '어른 아이'인 모차르트를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많이..

나이테

2023년 11월 16일 오늘의 아침편지 나이테 나무는 이별하는 법을 배울 때 나이테를 만든다 세상의 이별이란 모두 슬퍼 어떻게 이별하는 것이 덜 아플지 속 깊이 염려할 때 나무는 사랑을 배운다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나무는 사랑한 기억의 무늬 한 겹을 가슴에 새겨 넣는 것이다 - 권효진의 시집 《카덴자의 노래》에 실린 시 〈나이테〉 전문 - * 모든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동심원을 그리며 자라납니다. 나무도 작은 원에서부터 한 겹 한 겹 바깥으로 커갑니다. 해마다 하나씩 어김없이 나이테를 만듭니다. 사랑의 기억, 아픔의 기억들을 삼키며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마음의 고요를 보석으로 만드는 길고요,

2023년 11월 15일 오늘의 아침편지 마음의 고요를 보석으로 만드는 길고요,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가장 비싼 보석입니다. 고요는 맑은 물과 같습니다. 깊은 곳이 잘 비칩니다. 다툼이 맑게 끝나고 조용히 가라앉으면 나도 타자도 하늘도 잘 들여다보입니다. 이 세기가 잃어버린 것 중 가장 쓸쓸한 건 고요가 아닌지. 정좌(靜坐), 심신을 조용히 하고 단정히 앉는 일. 참 어렵습니다. 아무도 몰래, 고요할 수 있는 용기를 내봅니다. - 김수우, 윤석정의 《백년어》 중에서 - *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도 훈련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눈을 감고 고요히 앉아 침묵 속에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도 온갖 생각이 널을 뜁니다. 그럴 때는 들고나는 숨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숨이 나갈 때는 숨이 나가는 것을 응시하고..

슬프면 노래하고 기뻐도 노래하고

2023년 11월 14일 오늘의 아침편지 슬프면 노래하고 기뻐도 노래하고 슬퍼해도 된다. 그러니 슬픈 일이 생겼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뻐해도 된다. 기쁜 일이 생겼는데 사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떤 감정이 생겨나도 상관없으니,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어버리면 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생기는 그대로 두고,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 홍신자의 《생의 마지막 날까지》 중에서 - *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고, 이야말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상태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일 틈이 없고 원한, 미움, 응어리도 없습니다. 비움과 달관의 경지, 초월자의 경지입니다. 울고 웃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슬플 때 노래하고 기쁠 때도 노래..

낮은 자세와 겸손을 배우라

2023년 11월 10일 오늘의 아침편지 낮은 자세와 겸손을 배우라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무릎을 굽혀야 한다. 고개를 숙여야 한다. 기어야 한다. 철저히 나를 낮추어 생명이 자라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씨앗 하나 심었을 뿐인데 자연은 몇 배의 결실로 보답해 주었다. 자연과의 소통 속에서 헛헛했던 마음이 치유되었고 위로를 받았다. 흙 속을 뒹굴며 초록 범벅으로 이십 대의 마지막을 물들였다. - 이소영의 《엄마표 발도르프 자연육아》 중에서 - * 농사를 지어보면 작은 씨앗 하나가 갖는 가치와 신비를 온몸으로 체득하게 됩니다. 나무를 키워봐도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키높이만큼 깊이깊이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다는 사실을. 적당히 뿌리를 내린다면 비바람에 나무가 뽑히고 말 것입니다. 이십 대는 ..

위대한 인생 승리자

2023년 11월 9일 오늘의 아침편지 위대한 인생 승리자 자연은 남겨야 할 것과 남기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합니다. 지워야 할 것과 지우지 않아야 할 것, 그 지혜를 계절은 분명히 가르칩니다. 그러나 인간은 필요 없이 남기는 게 많습니다. 많은 축적, 무분별한 미련이 오늘날 모든 모순과 불화의 원인이 아닌지. 우리가 가는 길은 진정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길입니다. 가야 할 때를 알고 간다는 것은 가난한 심령을 말합니다. 뒷모습이 맑은 사람은 그 영혼이 환할 것입니다. 이 지상을 떠날 때 나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 김수우, 윤석정의 《백년어》 중에서 - * 꽃은 자신을 떨구어 말끔히 지워냄으로써 열매를 잉태합니다. 매미와 뱀은 허물을 벗고 새 몸을 얻습니다. 버리는 것과 얻는 것은..

청년은 '허리'다

청년은 '허리'다 청년이 요구한다면 먼 데건 마다치 않고 가겠습니다. 나라의 앞날에 대해 의논합시다. 청년이 아니면 신교육은 무의미하고, 신교육이 없으면 신사상이 생겨나지 않고, 신사상이 없으면 오늘날 새로운 세계에서 일을 못 합니다. 그렇지만 청년에게 새로운 사상이 있다 해도 실제로 일을 하면서 연구하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 사에 슈이치의 《조약돌 할아버지》 중에서 - * 청년 속에 과거의 소년이, 그리고 미래의 노년이 들어 있습니다. 청년은 과거이며, 현재이며, 동시에 미래입니다. 청년은 '허리'와 같습니다. 허리가 무너지면 몸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러므로 미숙하면 끌어주고, 겉넘으면 다독이며 미래의 주역으로 길러내야 합니다. 설익은 채로 머물지 않게, 그러나 현실에 푹 절이지도 않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