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이야기

이제 그만, 이 정도면 됐다

열려라 에바다 2014. 4. 9. 21:10

 

매화 (사진:최용우)

 

이제 그만, 이 정도면 됐다

 

도솔산 등산을 하는데 깊은 산 속에 '정수원'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우리동네 뒷산에도 수돗물을 끌어 모아 아래로 내려 보내주는 '정수장'이 있어 그 비슷한 곳인 줄 알고 올라갔는데 알고 보니 '화장터'였습니다. 잠시 둘러보며 '죽음'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장 멋지게 죽은 사람은 80세에 "이제 그만,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하고 죽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할 정도면 자신의 삶을 참으로 성실하고 보람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칸트의 전기를 읽어보면 30세에 대학 강사가 되어 40년 동안 한결같이 강의를 했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남들과 노닥거리지도 않았고, 그는 오로지 자기의 침실 겸 서재와 학교 강의실만 오고가는 생활을 했는데, 매일 그가 다니는 시간이 어찌나 정확한지 이웃 사람들은 그가 지나가는 시간에 시계를 맞추곤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불행한 누이들을 가족처럼 돌보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잘 도와주어서 이웃들과의 정도 돈독했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이 정도면 됐다."고 한 것을 보면 칸트는 나름대로 인생을 참 잘 산 것입니다.
정식으로 재판도 받지 못한 정치적 사형수로서 당시에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에게 내려졌던 십자가 교수형을 받은 예수님은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불행하고 억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다 이루었다!"(요19:30) 하시면서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삶을 한치의 낭비도 없이 잘 사셨습니다.
저도 죽을 때 예수님처럼은 못하더라도 칸트가 한 말 정도는 하고 죽고 싶습니다. "이제 그만, 이 정도면 됐어. 안녕"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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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909] 2014.4.9.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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