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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직분자들] 장로님, 권사님 지금 낮은 데 계십니까

열려라 에바다 2013. 4. 20. 09:43

 

[한국 교회의 직분자들] 장로님, 권사님 지금 낮은 데 계십니까

 

 

 

‘상당한 식견과 통솔력을 갖추고 공·사적 생활에 부끄러울 것이 없는 자’ ‘성품이 원만하고 가정과 교회생활에 성실하며 덕망 있는 자’ ‘성경 지식에 박식하고 임직에 상당한 사명이 있는 자’ ‘주일성수와 십일조 의무를 이행하는 자’ ‘신앙과 행위가 본이 되는 자’ ‘단정하고 일구이언하지 않으며 깨끗한 양심을 가진 자….’

이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제시하는 평신도 직분자의 자격요건이다. 평신도 직분자는 장로, 권사, 집사, 권찰 등을 포괄하는 말로 헌금 수납과 봉사·구제 활동 등을 담당하는 이들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같은 봉사활동에만 관여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교인의 영적 상태를 돌보거나 성경을 가르치고 신앙생활을 인도한다. 또 교인 권징(勸懲)과 심방, 전도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때에 따라선 담임목사의 일부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직분자는 교회를 이끄는 핵심 구성원이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자리며 요건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원하는 교인들이 적지 않다. 섬김과 봉사가 주된 일로 개인 이득보다 희생이 더 큰 이 자리에 교인들이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 직분자, 이들은 누구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교회 직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교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교회 직분은 목사와 장로, 권사, 집사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교회 대소사를 처리한다.

장로교에서는 교회 직분자로 장로(감독)와 집사, 권사를 꼽는다. 장로교 헌법에 따르면 장로는 역할에 따라 둘로 나뉜다. 교회 설교와 치리(治理)를 모두 맡는 이는 목사라 하며, 교회 치리를 맡으며 교인을 대표하는 이를 장로라 부른다. 하지만 사실상 현재 한국교회에서 목사와 장로를 같은 범주에 포함하긴 어렵다. 대신 이 둘은 협력관계로, 구별된 역할을 담당한다.

집사와 권사는 역할이 비슷하다. 교회 봉사에 앞장서며 어려움을 겪는 성도를 위로하며 기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집사는 헌금을 관리하고 구제 업무를 담당하는 일이 추가된다.

감리교, 침례교, 성결교, 순복음 교회의 직분 역시 장로교와 유사하게 구성돼 있으며 하는 일도 비슷하다. 그러나 감리교와 성결교, 침례교는 직분의 개념이 장로교와 다르다.

성공회의 영향을 받은 감리교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직분이 구별돼 있다. 본래 감리교는 평신도 직분이 없었다. 하지만 일제가 1945년 감리교와 장로교, 구세군을 통합해 ‘일본기독교조선교단’을 만들면서부터 평신도 직분이 도입됐다. 광복 이후 장로 제도를 폐지했으나 1975년 장로, 권사, 속장, 집사로 교단 내 평신도 직분을 확정했다. 명망 있는 감리교 인사의 사회활동을 위해선 아무래도 장로 직분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에 의해서였다.

성결교 역시 교회 직분이 역할이 아닌 목회자와 평신도로 나뉜다. 이는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는 장로, 권사, 집사 등의 한국식 평신도 직분체계를 갖추고 있다.

교회 정치 수단으로 회중제를 채택한 침례교는 교회 직분으로 목사와 집사만을 두는 게 원칙이다. 교회를 섬기는 일이 주된 역할인 이 두 직분은 차등 없이 모든 교회의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하지만 교단 내 장로 직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2009년 총회에서 호칭제 안건을 통과시켰다. 호칭제란 집사를 권사나 장로 등의 호칭으로 바꿔 부르는 것으로 타 교단 장로나 권사처럼 권한을 행사하진 않는다.



신앙·품성 등 여러 조건 거쳐도 몰리는 이유

결국 교회 직분은 교단마다 역할과 권한은 다르지만 교회를 섬기고 봉사하는 일꾼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의 역할과 자격은 성경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목사와 장로는 사도행전 20장 28절과 디모데전서 3장 7절 등의 말씀을, 집사와 권사는 디모데전서 3장 8∼13절과 로마서 12장 8절을 근거로 한다.

성경에 따르면 신앙과 삶에 모범을 보이며 깨끗한 양심을 가진 자들에게 직분을 맡긴다고 하나 실제로는 갖춰야 할 조건이 더 많다. 한 교단의 경우 장로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35세 이상의 집사로 7년간 교회봉사를 해야 하며 대중을 통솔할 만한 능력과 학식을 갖추고 소송에 휘말리면 안 된다. 또 배우자를 비롯한 직계가족이 이단종교에 빠져선 안 되며 파산할 만큼 부채가 많아서도 안 된다.

이러한 여러 조건 때문에 사회에서 평가가 좋은 사람이라도 쉽게 교회 직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95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망교회에서 두 번의 장로 선거를 거쳐 선출됐다. 3년여간 매주 교회에서 주차안내를 하며 봉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왜 교인들은 직분을 선호할까. 2011년 5월 평신도 직분자 360명을 대상으로 IVF복음주의연구소가 실시한 ‘평신도 직분자 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2%가 교회생활에서 직분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직분이 중요한 이유로는 ‘신앙생활에 책임을 갖게 된다’는 응답이 15.6%로 가장 많았다. 신앙을 위해 직분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지만 직분을 은사 대신 영적 질서(73.9%)나 명예(60.3%), 관료제도(59.4%)로 이해하는 응답자도 꽤 됐다. 이는 직분자가 섬김과 봉사란 본연의 사명보다 교회 위계질서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길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예 대신 주어진 은사대로 섬기고 봉사해야

전문가들은 교회 직분자들이 사명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속주의와 유교적 호칭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는 “교회 직분은 은사와 소명에 따른 것임에도 위계질서에 따라 계층을 분별하려는 일부 세속적 욕망 때문에 돈과 권력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소명 받은 그리스도인으로 이들이 바로 서려면 신분의식을 버리고 예수님처럼 자기 부인의 삶을 살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교회가 직분으로 교인들에게 경쟁심리를 부추겨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인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직분이 일종의 권위가 된 원인으로 목회자의 잘못된 교회 정책을 꼽았다. 성도들의 세속화도 문제지만 교회 직분을 남발하는 목회자도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모든 교인이 직분자가 될 필요가 없음에도 교인들의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교회가 권찰이나 서리집사 직위를 쉽게 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일종의 관행이나 교회 부흥의 수단으로 직분자를 세울 때 (직분이) 세속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영적 성숙과 은사에 따라 직분이 세워지도록 교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