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자료

‘골고다 언덕’ 800m 걸을땐 모두 눈물… 농어촌 교회 사모 68명, 2주 ‘성지순례’ 동행기

열려라 에바다 2013. 5. 9. 08:19

‘골고다 언덕’ 800m 걸을땐 모두 눈물… 농어촌 교회 사모 68명, 2주 ‘성지순례’ 동행기

 

 


“17년간 남편과 교회 성도인 어르신들을 섬기며 시골목회를 했습니다. 목욕탕에서 때 밀어드리고 식사, 빨래 등을 도우며 사역했지요. 그간 ‘언젠가는 성지에 꼭 가게 해 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해 왔는데 이렇게 오게 되니 마치 꿈꾸는 것 같습니다.”(안효숙 경북 문무교회 사모)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성지순례를 꿈꾸기 마련이다. 성경의 무대에서 예수의 흔적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아볼 수 있어서다. 특히 성도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신앙을 지도하는 목회자와 사모는 성지순례의 열망이 높다. 성지에서 체득한 지식과 감동이 성경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이들의 사역 현장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주민 감소와 성도의 고령화로 목양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농어촌교회 목회자와 사모에게 비용 부담이 큰 성지순례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그러기에 우양재단이 주최한 ‘2013 농어촌 사모 초청 성지순례’에 참여한 68명의 감리교 소속 농어촌교회 사모들은 안 사모의 눈물 섞인 소감에 깊이 공감했다. 사도 바울과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지난달 14일부터 2주간 그리스, 터키, 이스라엘, 요르단의 성지를 돌아본 이들은 가는 곳마다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며 신앙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했다.

고난은 영광으로 가는 지름길

성지의 감동은 이스라엘을 순례하며 절정에 다다랐다. 지난달 24일 예루살렘 구시가지(Old City)에 있는 ‘십자가의 길(라틴어 Via Dolorosa)’을 순례한 농어촌교회 사모들은 빌라도 법정에서 골고다 언덕까지 죄 없이 십자가를 진 예수의 고난을 생각하며 걷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800여m에 달하는 이 길에는 ‘예수의 십자가형이 확정된 곳’ ‘구레네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진 곳’ 등 예수의 고난을 기념하는 14개 지점이 있다. 지점마다 의미를 담은 이 길은 14세기 프란체스코 수도사가 지정한 것으로 18세기에 확정됐으며 일부는 19세기에 고고학적으로 검증됐다.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길이지만 현재 이곳의 모습은 예수의 고난과는 거리가 멀다. 순례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교회나 십자가가 아닌 기념품, 식료품 가게다. 현지인에게 일상의 터전일 이 길에서 인류의 죄를 대속한 십자가 고난을 온전히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모들은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질 수 있나’ 등의 찬양을 부르면서 눈물로 예수의 수난에 동참했다.

9년간 농어촌 사역을 한 김미자(45·울산 영덕중앙교회) 사모는 “이 길을 걸으며 고된 교회 사역에 지쳐 불평을 늘어놨던 지난날 내 모습이 떠올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사모는 “무덤에서 부활한 마지막 지점에서 종종 성도를 섬기는 일이 너무 힘들어 (주님께) 투정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에 눈물만 계속 났다”며 “영광의 길을 택하기 전 고난의 길을 기쁘게 걸은 예수처럼 앞으로 힘들고 어려워도 교인을 끝까지 섬기겠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자들아, 내 양을 먹이라

다음날 사모들은 갈릴리를 방문하기 전 가이사랴 항구에 들렀다. 이곳은 죄인으로 갇힌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기 전까지 재판을 받으며 아그립바 왕에게 전도했던 역사적 장소다(행 25장). 이스라엘 가이드로 동행한 임채정(43·예루살렘중앙교회) 목사의 설명으로 사모들은 가이사랴에 갇힌 바울의 심정을 헤아렸다.

임 목사는 “바울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지위와 학식 등 모든 걸 바쳤지만 이곳에 죄인으로 갇혔다. 아무리 사도라도 하나님의 뜻을 의아해하지 않았겠는가”라며 “그러나 당시 로마로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군대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우리도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며 어렵지만 사명을 완수해가자”고 이들을 격려했다.

사모들이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재확인한 건 갈릴리 바다와 인접한 ‘베드로 수위권 교회’에서다.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뒤 수제자에서 갈릴리 어부로 돌아온 베드로가 부활한 예수에게 ‘내 양을 먹이라’는 사명을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양재단 이사장 정의승(74) 장로는 이곳에서 요한복음 21장 15∼17절 말씀을 바탕으로 사모들에게 신앙간증을 했다. 정 장로는 “예수께서 죄인인 우리에게 주신 사명은 결국 ‘내 양을 먹이라’는 것”이라며 “성지순례 동안 상처받은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돌아가 섬기는 교회와 목사님을 영육간 잘 먹이는 농어촌교회 사모가 되자”고 당부했다.

어려워도 주의 길을 가리라

가는 곳마다 농어촌교회 사모들의 찬양과 기도소리가 울려퍼진 이번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정은 갈릴리 호수에서 마무리됐다. 석양이 질 무렵 갈릴리 호수에 도착한 이들은 배에 올라 1시간30여분 동안 선상예배를 드렸다. 소리 높여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던 이들은 다시금 눈물을 흘렀다. 이번엔 후회와 두려움의 눈물이 아닌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었다. 사모들은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난다’는 찬양을 부르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16년째 농촌에서 사역하며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보순(44·춘천 북산교회) 사모는 이번 성지순례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됐다고 밝혔다. 김 사모는 “온 몸을 다 바쳐 일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크게 절망했는데 이번 성지순례에서 그리스, 터키, 이스라엘에 이르는 예수와 사도 바울의 행적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모들과 성지에서 2주간 지내며 서로 마음을 나눈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이번 기회로 신앙의 첫사랑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 성지순례를 허락한 하나님과 재단 측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갈릴리(이스라엘)=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