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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반 회장 기자회견 “영양실조 北주민에게 결핵은 사형선고”

열려라 에바다 2013. 5. 9. 08:21

인세반 회장 기자회견 “영양실조 北주민에게 결핵은 사형선고”

 

 

인세반(Stephen Linton) 유진벨 재단 회장은 8일 경기도 안양 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매년 5000명 이상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발생하는 등 북한의 결핵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다제내성 결핵균은 여러 종류의 치료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치료가 어렵다.

인 회장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4일까지 평안남·북도와 평양 다제내성결핵치료센터 등 8곳을 방문해 환자를 치료했다. 세계보건기구가 매년 북한에 10만명 몫의 결핵약을 지원하고 있지만 결핵환자 가운데 수천 명은 다제내성결핵 환자로 진행되고 있다. 완치율이 90% 이상인 일반결핵과 달리 다제내성결핵의 완치율은 50∼60% 정도다.

그는 “유진벨 재단이 치료하는 환자는 이 중 10% 정도에 불과하고 세계보건기구가 치료하는 환자는 매년 100여명에 불과해 전면적 치료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결핵은 만성 영양실조와 면역력 저하 등의 이유로 감기처럼 걸린다”면서 “북한에서 다제내성 결핵에 걸리는 것은 비싼 약값 때문에 사형선고와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일반 결핵환자를 6∼8개월 동안 치료하는데 3∼4만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일반 결핵치료에 실패해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의 약값은 일반 결핵약보다 150배 이상 비싸다. 2∼3년 동안 약을 먹어야 하고 부작용이 심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 회장은 “다제내성결핵 환자 5000명을 북한에서 치료하려면 250억원이 들지만 한국에서는 그 10배가 든다”면서 “전염성 있는 결핵은 통일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핵 치료엔 국경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남북한의 정치적 기류가 어떠하든 결핵치료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당국이 이번 방북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 회장은 “한국정부가 결핵약 반출을 승인하고 북한도 정기방문을 허용해 방북이 가능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지하수가 흐르듯 민간 교류가 그래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진벨 재단은 지난달 22일 평택항을 출발하는 배편으로 6억7800만원 상당의 결핵약을 북한에 보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승인한 민간단체의 첫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새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 회장은 최근의 남북경색과 관련 후원금이 줄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민간 후원자들이 한반도 긴장고조와 관계없이 후원금을 내고 있으며 방북비용은 연간 20억∼25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평양시내 분위기에 대해선 “1년에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있으나 평소와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70번 넘게 북한을 방문했지만 정치적인 분위기 때문에 방북을 거절 당한 적은 한번도 없다. 다제내성결핵 환자치료는 6개월에 한번씩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환자로 등록하면 2∼3년간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후원이 끊겨 치료가 중단되면 한 생명이 끊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인 회장은 유진벨 재단이 정치를 초월한 민간교류의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먹으면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견뎌야 하는 약을 타면서도 그렇게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면서 “치료를 마치고 퇴소할 때 이들은 후원자들에게 꼭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진벨 재단 후원자의 85%는 한국인이다.

안양=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